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916 챕터

제281화

정안이 베개 밑에 놓아둔 자체 제작 펜타총으로 그림자를 겨누려 했을 때 갑자기 남하준의 목소리가 들렸고, 순간 그녀는 급하게 총을 숨겼다.그리고 불안했던 마음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하준의 목소리가 맞았다.그런데 그의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울까?그의 숨결조차 피부를 데일 것 같았다.“음!”정안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그의 큰 손이 입을 가려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남하준은 방금 무언가가 그의 허리에 닿은 것이 느껴졌지만 그가 말을 한 후 그 물건은 다시 사라졌다.그는 정안의 손목을 잡고 위로 끌어내렸고, 휘영청 밝은 달빛의 희미한 빛 속에서 그녀의 손에 초호형 펜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이깟 펜으로 널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정안은 긴장해서 무기를 감추려고 손을 뺐다.이것은 펜이 아니라, 그녀가 3년 전에 직접 설계한 특수 제작 마이크로 권총으로, 위력이 강하고 은폐성도 높았다.“음음!”정안이 또 몸부림쳤고 남자는 그녀의 입을 천천히 풀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화를 냈다. “오빠야말로 미친 거 아니에요? 왜 갑자기 쳐들어와요? 하마터면...”‘내 손에 죽을 뻔했다고요.’정안은 뒷말을 꾹 참고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 이불 밑에 총을 숨겼다.남자는 차갑게 웃었다.“하마터면 뭐?”“여긴 왜 왔어요?”정안이 말머리를 돌렸고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몸은 왜 이렇게 뜨거워요?”그는 급히 머리를 돌리더니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 내리고는 엄숙하게 말했다.“당장 여기 떠나.”“어디로 들어왔어요?”정안은 남자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베란다 유리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나 분명 창문 잠갔는데 저게 어떻게 열렸지?”“저런 간단한 자물쇠가 네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네.”정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으로는 누군가 그녀를 해치려 한다면 아무리 잠가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가자.”남하준이 그녀를 끌고 베란다로 향하자 정안이 그 손을 뿌리쳤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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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는 여전히 준수하고 잘생겼지만 안색이 나빠 보이고 입술이 약간 하얗고 건조했다.“잠깐 기다려봐요. 나 옷 갈아입고 올게요.”정안은 부랴부랴 옷장으로 가서 옷을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남하준은 그녀가 뭘 하려는 지 알 수 없었고 그저 그녀가 자신과 여기를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잠시 후 정안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작은 가방을 들고 개인 소지품을 챙겨 남하준 곁으로 다가갔다. “가요.”남하준은 좀 놀라웠다.“나랑 같이 떠나려고?”“아니요, 난 떠나지 않아요. 오빠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요.”정안은 그의 팔을 잡고 문으로 끌고 갔다. “이 시간에 모두 잠들었을 테니 조용히 대문으로 나가요.”남하준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천천히 손을 빼며 냉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나 괜찮아.”“지금 열이 펄펄 나요!”정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넌 신경 쓰지 마.”남자는 거리감 느껴지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정안은 초췌한 그의 얼굴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고 심장이 아려왔다.그녀에게 신경 쓰지 말라니?이렇게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달려와 그녀의 일에 참견하다니. 신경 쓰지 말라는 남자의 말이 단번에 그녀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더러 신경 쓰지 말라면서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참견하는 건데요?”그에게 무슨 자격이 있을까?이 말은 남하준의 가슴을 칼로 이리저리 긁어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이 아프고 쓰라렸다.그는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천천히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몰아쉬고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나지막하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완아, 말 좀 들어.”정안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술을 오므리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촉촉한 눈동자로 말했다.“오빠, 기억을 되찾은 나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남하준은 붉게 물든 그윽한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정안의 눈빛은 강인하고 자신만만했으며 보이지 않는 힘이 묻어났다.“우리 10년 만에 만났어요. 오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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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지윤에게 말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그녀는 번호를 바꿔 류청의 번호를 눌렀다.벨이 울리고 그녀는 스피커폰으로 돌린 다음 전화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휴지를 가져다 남하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줬다.“여보세요?”류청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잠에서 덜 깬 듯 흐리멍덩한 말투였다.정안이 긴장하며 말했다.“류청 씨, 나 다인이에요.”“발신자 표시 떠요. 말씀하세요. 새벽 3시에 무슨 일이시죠?”“하준 오빠 혹시 요즘 아파요?”“네. 이미 며칠 동안 몸이 안 좋으셨는데 병원에도 안 가고 약도 안 드시고 그저 버티면서 일에만 매진하고 계세요. 저랑 정호가 오랫동안 설득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요.”“이 사람 지금 나랑 있는데 기절했어요.”정안은 남하준 옆에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그의 뜨거운 이마를 만졌다.“이제 어떡하죠?”긴장한 류청은 목소리가 대뜸 우렁차졌다.“도련님께서 백씨 저택에 가셨다고요?”“네.”정안은 기절해 자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초췌해진 것을 보고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류청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도련님은 이렇게 충동적인 분이 아니신데 왜 다인 씨 일에만 이성을 잃으시는지 모르겠네요.”정안은 자괴감이 들었다.“미안해요. 이제 어떡하면 좋죠? 제가 집으로 의사를 부를까요? 아니면 와서 병원으로 데려다주겠어요?”“안돼요. 절대 백씨 가문 사람들이 다인 씨를 찾으러 갔다는 걸 알면 안 돼요. 만약 알게 되면 우리가 그 집안에 심은 스파이가 드러날 거예요.”“네, 알겠어요.”정안이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3시가 넘었다. 지금 정신을 잃은 남하준을 끌고 밖으로 나가는 건 확실히 어려웠다.“집에 약 있어요?”류청이 물었다.“네.”“일단 해열제랑 감기약 같이 먹이고 푹 쉬게 하세요. 그럼 도련님께서 깨어나면 그 집에서 쉽게 나올 수 있을 거예요.”“알겠어요.”정안은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방을 나와 거실로 살금살금 내려가서 기억을 더듬어 약상자가 놓인 캐비닛에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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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제발... 제발 꼭 나아야 해요.”정안은 울먹이며 중얼거렸고 아랫입술을 깨물자 짭짤한 눈물이 그녀의 입가로 흘러내려 턱에 떨어졌다.그녀는 숨을 돌리고 두 손으로 눈물을 닦고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달려가 젖은 수건을 꺼내 그의 땀을 닦아 주었다.약을 먹어서인지, 열이 있어서인지 남하준은 끊임없이 땀을 흘렸고 정안은 몇 분 간격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보고 땀을 닦아주었다.30분 후, 그의 옷은 흠뻑 젖었고 체온도 점차 내려갔다.정안은 휴대폰을 들고 방안을 서성거리며 류청의 번호를 보고 또 벽시계를 확인했다.이미 아침 5시였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지만 집안 도우미는 이미 깨어나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지금 류청을 부르면 들키기 쉬웠다.고심 끝에 정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큰 침대로 올라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이불을 들추고는 긴장한 듯 손을 뻗어 그의 옷을 풀었다.“미안해요. 오빠 옷이 다 젖어서 내가 벗겨줄게요. 아니면 이러다 추위 타요.”“나 다른 뜻은 전혀 없으니까 오해하진 말고요.”정안은 혼잣말로 긴장을 풀고 침을 삼키고는 입술을 오므리며 수줍음을 억제하려 했다.단추가 풀리자 남자의 다부진 가슴이 드러났다.건강하고 매끄러운 피부, 가슴 근육과 복근의 완벽한 라인, 한 치의 근육까지 매혹적인 몸매는 그야말로 여성들의 로망이었다.정안은 자신이 변태적인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몸매에 끌렸다.예전에도 그의 가슴 근육을 본 적 있지만 늘 볼 때마다 부끄러워했다.그녀는 많은 힘을 들여서야 남하준의 상의를 벗겼고 너무 힘든 나머지 숨을 헐떡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정안은 잠시 숨을 돌린 후 그의 바지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고, 왠지 모르게 뜨거운 눈빛과 함께 뺨과 귀밑까지 뜨거워지며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바지도 젖었는데 벗기는 게 좋지 않을까?“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사람은 환자야. 합방도 아니고 그저 아픈 사람 돌보고 있으면서 왜 이상한 생각 하냐고?”정안은 자신의 뜨거운 얼굴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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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나...”정안은 너무 무안해서 얼어버렸고 목구멍에서 소리가 났지만 부끄러워서 말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남하준은 얼떨떨한 채 제대로 정신이 들지 못했고 무거운 눈꺼풀을 몇 초 만에 다시 닫았다.그는 허리에 살짝 힘을 주고 엉덩이를 들었고 바지는 순조롭게 정안의 허벅지로 당겨졌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위로 내밀었다. “오빠... 깼어요?”남자는 움직이지 않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정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긴 바지를 벗기고 급히 물수건을 가져다 그의 몸을 닦아 주었다.그녀는 온도가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남자를 서너 번 닦아주었다.한 시간쯤 지났을 때 정안은 또 입으로 그에게 감기약을 먹였다.그렇게 밤새 남하준을 돌보느라 한숨도 자지 못하다가 날이 밝자 그녀도 피곤해서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우르릉!천둥소리에 남하준이 깨어났다.그는 무거운 눈을 천천히 뜨고 어두운 방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베란다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밖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벽시계는 지금 10시 30분을 나타내고 있었고, 그가 방을 한 번 훑어보고는 기절하기 전의 기억이 떠올라서야 지금 백씨 저택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막 일어나 앉으려는데 복부가 유난히 무겁고 물건에 눌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깨를 치켜들고 고개를 숙여 복부를 바라보니 작고 가냘픈 몸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폭포수처럼 까만 긴 머리가 풀어져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완자?그는 온몸에 힘이 없고, 목이 아프고, 입이 마르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따끔거렸다.실외에는 폭우가 쏟아져 어두컴컴했다.남하준은 몸이 이상해서 손을 뻗어 이불 속을 더듬어 보았다.그는 긴장해서 위아래를 더듬어 보고 나서야, 자신이 발가벗겨져 있고 정확히는 팬티 한 장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눈살을 찌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고 귀는 자신도 모르게 붉어졌다.똑똑!“언니, 깼어요?”지윤의 목소리가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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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정안은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수줍게 해명했다.“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걸 어떡해...”지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아, 그래요?”정안은 설명할수록 당황했다.“맞아. 그리고 우리 결혼했을 때 옷 벗은 것도 봤었어. 별 것 아니야.”이 일을 떠올리자 지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언니 기억 잃고 이 남자랑 결혼한 반년 동안 두 사람 혹시... 그거 했어요?”“뭐?”지윤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손가락으로 표현했다.“자는 거요.”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정안은 얼굴이 붉어지며 수줍게 말했다.“얘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없었어.”지윤은 경악해서 남하준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설마요. 이렇게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데 설마 그건 딸리는 거예요?”그가 딸린다?자는 척하던 남하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안색이 가라앉고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속은 이미 뒤집혔다.정안은 남하준이 그 방면으로 어떤지 모르지만, 결혼 생활 동안 남하준이 그녀를 매우 존중하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건 확신했다.“함부로 말하지 마.”정안은 지윤을 밀치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난 여기 남아 돌볼 테니 넌 빨리 가서 할아버지 왜 아프게 됐는지나 조사해.”“알겠어요. 언니 조심해요. 이 집 사람한테 저 남자 들키면 안 돼요.”“알아.”정안은 방에서 지윤을 내쫓고 문을 잠그고는 고개를 숙이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몸을 돌린 그녀는 문득 눈앞의 장면에 화들짝 놀랐다.남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아픈 이마를 짚고 있었다.그의 탄탄한 근육질 라인이 특히 눈길을 끌었으며 근육의 몇 군데 옅은 흉터가 야성적인 섹시함을 더했다.정안은 긴장해서 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걸어가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안색을 살폈다. “깼어요? 어디 아픈 곳 없어요?”남하준은 고개를 숙이고 흔들더니 안색이 좀 어두웠다.정안은 이불을 잡아당겨 그의 어깨를 덮었다.“감기 걸려요. 덮어요.”방금 덮은 이불이 또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렸다.정안은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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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그 한 달 동안 적어도 열 번은 영상통화 했을 거예요. 그래서 두 분께서 가짜 백하린에게 속은 거고요. 게다가 그때 백인호가 내 안전을 빌미로 부모님을 협박해 협조한 게 틀림없어요.”정안이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에 남하준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몸에서 나는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입이 바짝바짝 모르고 온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뒤숭숭했다.남하준이 목청을 가다듬고 중얼거렸다.“그건 나도 알고 있어. 나 물 좀.”“네.”정안은 침대 캐비닛에서 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 그에게 건네주었다.물을 건네받은 남하준은 고개를 젖혀 크게 한 모금 벌컥 마셨다.섹시한 남자의 목젖이 위아래로 굴려 물을 삼키는 동작이 아주 매혹적이라 정안도 참지 못하고 입술을 오므리며 갈증을 느꼈다.남하준이 물을 마시고 손을 들어 입가를 닦자 그의 어깨 위의 이불이 다시 미끄러져 내려갔다.그러자 정안은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화끈 달아오른 얼굴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했다.“지윤이가 이미 조사했어요. 부모님 사망증명서만 있고 화장증명서는 없고 무덤 안에도 유골이 없어요.”“그래서 난 두 분이 살아계신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지윤이랑 이 집에 들어온 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호하려는 것도 있지만 백인호를 통해 부모님 행방을 찾고 싶어서예요.”남하준은 정안의 뒤통수를 덥석 잡더니 확 끌어당겨 마주 보며 말했다.“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 그 두 사람은 블랙 섀도우가 보낸 스파이일 가능성이 커.”정안은 그의 위엄 있는 기색에 다소 긴장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면서도 이런 모험을 한다고?”남하준이 되묻자 정안이 강인하게 말했다.“왜냐하면 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호하고 엄마 아빠를 찾아야 하니까요.”“고작 너랑 그 지윤이라는 여자 둘이서?”정안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눈을 깜빡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럼, 오빠도 나 도와줘요. 오빠가 도와준다면 훨씬 쉬울 거예요.”남하준은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분명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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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내가 피할 수 있게 미리 말해줬어야죠.”남하준은 대답하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정안은 긴장감에 일어나 달려가 문에 기대어 물었다.“누구세요?”“서다인, 문 열어.”익숙한 여인의 목소리에 정안은 가슴이 뜨끔해지며 화장실의 남하준을 돌아보았다.문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더 급해지고, 외치는 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문 열라고. 내 말 안 들려? 열라니까!”정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고 기세등등한 백하린을 보며 목청을 높였다.“백하린, 여긴 웬일이야?”화장실에 있는 남하준이 이 높은 소리를 듣고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백하린은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르고 극도로 혐오스러운 기색을 짓더니 경멸하며 바라보았다.“너처럼 뻔뻔한 여자는 본 적이 없어. 감히 하준 오빠를 빌미로 할머니를 협박해 우리 집에 들어와 살아? 진짜 죽고 싶어?”정안은 덤덤하게 대꾸했다.“응. 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백하린은 코웃음을 치더니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그녀가 집안에 들어온 의도를 짐작했다.“여긴 무슨 일이야?”백하린이 차갑게 말했다.“삼촌이 너 찾아. 지금 할아버지 병실에 있으니까 한 번 가봐.”정안은 곧장 문을 닫고 말했다.“그래. 지금 갈게.”백하린은 그녀를 데리고 백진의 병실로 왔다.커다란 방에는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하는 각종 장비가 놓여 있었는데 병원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큰 침대에서 백진은 꼼짝 않고 누워있었는데 얼굴이 창백하고 뼈만 앙상해 보였다.그녀를 가장 아끼는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에 정안은 마음이 아프고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꾹 참고 이를 악물며 천천히 다가갔다.백인호는 소파에 앉아 정안의 모습을 관찰했다.백진의 손을 닦고 있던 여은수가 고개를 돌려 정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불쾌하게 물었다.“자네가 여긴 왜 왔어?”정안은 매몰찬 할머니의 태도에 마음이 아프고 또 억울했다.그때 백인호가 나서서 설명했다.“제가 오라고 했어요.”여은수는 계속해서 백진의 손을 닦으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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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정안은 할아버지 손을 이불 속에 넣고 덮어둔 뒤 덤덤하게 물었다.“근데 백 선생님은 무슨 일로 저 여기로 부르신 거죠?”백인호는 천천히 일어나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더니 날카로운 눈빛이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생각에 잠긴 듯 침대 가장자리로 걸어갔다.“우리 집에 얹혀사는 손님으로서 중병에 걸린 내 아버지에게 인사하는 건 예의 아닌가?”정안은 목례 하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네요.”그녀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까 봐 중병에 걸린 할아버지를 보러 올 수 없었다.이제는 할아버지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걱정을 덜었다.여은수는 수건을 내려놓고 백진의 은빛 머리카락을 만지며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영감, 얼른 일어나게. 당신이 이렇게 가버리면 난 어떡하나?”백하린이 후다닥 다가가 여은수를 잡고 말했다.“할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안 계셔도 제가 있잖아요.”여은수는 백하린의 손을 잡고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하린아, 만약 네 할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신다면 이렇게 큰 집안 사업을 돌볼 사람이 없어 어떡하냐?”백하린은 눈밑에 설렘을 감출 수 없었지만 안타까운 척하며 울먹였다.“맞아요. 저희 집에는 할아버지가 없으면 안 돼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버티시지 못한다면 저랑 삼촌이 있잖아요.”“네 삼촌은 됐다.”여은수는 백인호를 흘끗 보고는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우리 가문 핏줄이 아니니 상속권이 없다. 게다가 의사인 삼촌이 사업을 어떻게 알겠어?”백인호는 한마디 말도 없이 주먹을 쥐고 꾹 참으며 금테 안경 아래서 음흉한 빛을 비치고 있었다.“할아버지께서 유언장 작성하셨어요?”백하린의 목소리에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그래, 진작 작성했지. 회사와 모든 재산은 너한테 물려주기로 했어. 물론 네 삼촌에게도 평생 못 쓸 돈을 남겨 줄 거야.”백하린은 입술을 오므리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반면 백인호의 안색이 차갑게 변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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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그녀는 백하린의 신분을 대신하여 남하준과 결혼하고 그의 곁에 잠복하여 더 많은 기밀을 빼돌리는 조직의 명령을 받았다.백하린이 된 후 앞으로 백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준비가 되어 있고, 백인호와 반반이라도 그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인제 와서 백하린이 M국 사람이 아니어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말에 머리가 윙윙거렸다.백하린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고 백인호도 말하지 않았다.정안은 반드시 이 사실을 폭로해야 백하린과 백인호의 관계를 이간질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준 씨 전 부인으로 제가 하린 씨에 대해 조사를 좀 했거든요.”정안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하린 씨는 단순 이민이 아니라 국적을 옮겨 이젠 Z국 사람이더라고요. M국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상속권이 없어요.”여은수는 노발대발하며 정안을 향해 외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하린이가 왜 Z국 사람이야?”정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알면 분명 슬퍼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들은 국적을 옮기는 것은 곧 반역이고, 그게 어느 나라든 조국을 배신하고 배은망덕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와 부모님은 두 노인에게 말하지 않았다.백하린은 지금 당황해서 여은수보다 더 분노했다.어쨌든 그녀 본인의 일이기 때문에 그녀는 모르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고 그저 이를 갈며 백인호를 노려보았다.“하린아, 사실이냐?”백하린이 침묵했다.“사실이에요.”백인호가 입을 열었다.여은수는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리고 비틀거리며 백하린의 품으로 떨어졌다.“할머니 괜찮으세요?”백하린이 그녀를 부축했다.정안도 놀라서 다가가 부축하려는데 여은수가 질색해서 그녀를 밀치며 소리쳤다.“내 몸에 손대지 마!”그녀는 손을 움츠리고 침대 위의 병든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비로소 할아버지의 눈가에 맑은 눈물 한 방울이 맺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가슴이 아파 괴로워하며 고개를 떨구었다.너무 설명해 드리고 싶었다. 그녀의 귀화에는 고충이 있었고 나라를 배반한 것도 아니고 배은망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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