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916 챕터

제261화

금원의 등불이 밝았고 거실 벽에 걸린 시계가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서다인은 소파에 앉아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있었고 그 옆에는 남하준과 유동진 남매가 앉아 있었다.정호와 류청도 옆에 서서 지키고 있었는데 모두 굳은 표정이었고 긴장되고 초조한 눈빛으로 서다인이 마음을 추스른 후 어쩌다 갑자기 실종됐는지 말하길 기다리고 있었다.서다인은 마지막 우유 한 모금을 마신 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더니 마지막에는 남하준의 얼굴에 시선이 떨어졌다.그의 눈빛은 어둡고 무거웠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뜨거움이 깃들었고 휴지를 들어 그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서다인은 슬쩍 피해 직접 휴지를 잡았다.“내가 할게요.”남하준이 인내심 있게 물었다.“괜찮아? 말해 봐. 어쩌다 실종됐고 어디로 갔던 거야? 또 무슨 일을 당했고.”서다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돌려 베란다 밖을 가리켰다. “뒷마당에 아주 큰 반얀나무가 있잖아요? 그 아래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밧줄이 나무에서 떨어져 고개를 들었더니 어떤 여자가 밧줄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어요.”“누구였는데?”남하준이 묻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요.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도 전에 전 기절했어요. 깨어나 보니 교외의 외진 습지 공원에 나 혼자 누워 있었어요.”류청은 즉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통해 CCTV를 검색하기 시작했다.“그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너 데려간 건데? 해치진 않았고?”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눈빛이 좀 흔들렸다.“모르겠어요. 제가 눈을 떴을 때 이미 보이지 않았어요.”방 안의 몇몇 사람들은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 쳐다보았고 유미가 참지 못하고 코웃음을 쳤다.“그 말을 누가 믿어요?”서다인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모두 똑똑한 사람이고, 그녀는 거짓말을 잘 못 하니 이 논리 없는 말을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지윤에 의해 밧줄을 타고 금원을 나갔고 차에 실려 갔다.다만 지윤의 존재를 자백하지 않았을 뿐이다.유동진은 위엄 있는 자태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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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서다인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 남하준이 유동진 남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을 들었고, 유미가 오늘 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는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남하준의 할머니가 그녀를 첫눈에 알아본 이후로 늘 자신의 신분과 가까이 지냈다.무엇보다 그녀를 오싹하게 만든 건 백인호였다. 분명 삼촌인데 외부인과 결탁하여 그녀의 신분을 훔치고 또 그녀의 전 남자친구로 가장하고 있었다.그녀가 백하린인 건 그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그녀는 또 정안이라니.그 이름이 짊어진 무게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백완자, 일명 정안, Z국인, 화학 과학자, 1급 군무기 엔지니어.그녀는 눈 밑에 눈물을 글썽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온갖 번뇌가 머릿속을 맴돌았다.이 순간 그녀는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남하준의 아내, 아주 평범하고 나약한 M국 여자로 살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남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완아, 잤어?”정안은 대답 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방문을 바라보았다.문을 두 번 두드리더니 곧 조용해졌고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나 이제 어떡해요?”그녀는 발을 움츠리고 이불을 끌어안고 눈을 질끈 감고는 울먹였다.이튿날 아침.정안은 깨끗이 씻고 방문을 열고 내려가 아침을 먹으려는데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멍해졌다.남하준이 그녀의 문 앞에 서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똑바로 서 있었는데 강한 기운이 감돌았다.천성적으로 카리스마를 타고 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굿모닝.”남하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하자 정안은 목을 축이고는 웃으며 인사했다.“굿모닝.”남하준은 그녀가 어젯밤에 이미 잠든 것이 아니라 그를 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리 얘기 좀 해.”정안은 뒤로 물러서 문짝에 기대어 말했다.“들어와요.”그는 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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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정안은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실망한 듯 피식 웃었다.“아직 좋아하든 아니든 어차피 우리 결혼은 무효예요.”“좋아해.”남하준은 조바심 나는 말투로 또박또박 진심으로 말했다.“너 많이 좋아하고 많이 사랑해.”정안이 다시 올려다보니 그의 잘생긴 얼굴이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고 귀밑부터 목까지 빨개졌다.순간 자신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틱이라곤 모르는 이 강직한 남자에게 이런 말을 강요하다니.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그에게는 몇십 킬로그램을 메고 몇십 킬로미터를 달리는 것보다 더 힘들지 않았을까?정안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촉촉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가슴이 마구 설렜다.그녀는 이번 한 번만 물을 것이고, 다시는 묻지 않을 것이다. 남하준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그것도 아주 많이 사랑하고 무려 십여 년을 사랑했다.심지어 그녀가 서다인이 된 후에도, 보이지 않는 흡인력 때문에 그는 가짜 백하린을 포기하고 그녀를 선택했다.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도 깊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기억은 없지만 그에게 첫눈에 반한 걸 보면.정안은 입술을 깨물고 더는 그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꾹 참으며 덤덤하게 대꾸했다.“아, 고마워요.”남하준의 눈 밑에 언뜻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그녀의 대답이 못마땅했고 또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해 눈동자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는 손을 천천히 등 뒤로 하고 숨을 골랐다.몇 초 만에 정안이 또 입을 열었다.“우리 시간 내서 이 무효 결혼부터 해결하죠.”남자는 심호흡을 하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래.”“이제 당신 결혼 두 번 하게 됐네요?”“몇 번 결혼하든 상관없어. 앞으로도 널 아내로 삼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지.”정안은 움찔했고 손목 동맥이 살살 아프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마구 뛰었다.지금 그녀는 남하준과의 어린 시절을 너무 기억하고 싶었다.분명 낭만적이고, 행복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이렇게 깊은 사랑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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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난 당신만 좋아한다는 말이 마치 각성제처럼 남하준의 불안한 마음 구석을 때렸다.그는 흥분되고 기쁘고 긴장하면서도 또 방황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온갖 기분이 뒤섞인 가운데 그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마음속의 모든 사랑을 이 키스에 쏟았다.정안은 갑작스러운 키스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 거리를 뒀다.남자는 그녀가 도망갈까 봐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힘껏 끌어안고 품에 안았다.그녀의 몸이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달라붙자 그녀는 놀라서 짤막한 소리를 내더니 입술과 혀가 부풀어 오르고 머리가 어지럽고 곧 호흡이 막힐 것 같았다.뜨거운 남자의 숨결이 정안의 피부에 뿌려져 그녀의 온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정안은 그의 품에서 녹초가 되어 남자가 자신을 끌어안고 충분히 키스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그의 키스는 깊으면서도 또 절제하고 있었다.항상 통제 불능이 될 때, 그는 욕망을 억누르고 그녀를 놓아주고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가서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켰다.아침 식사 후 두 사람은 과감하게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했다.이번에는 조금의 망설임이나 서운함도 없었다.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안은 한참을 생각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 남하준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남하준은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그녀가 백인호와 마주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정호를 시켜 백진과 여은수를 모셔오라고 했다.금원.정안은 이혼합의서를 잘 챙겨두고 다과를 준비하여 거실에서 기다렸다. 마음이 불안한 것이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더 컸다.그녀는 기억이 없어져서 자신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몰랐다. 두 사람은 이 세상에 남은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니 그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어르신, 사모님, 안으로 드시죠.”정호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고 정안은 긴장된 얼굴로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입구를 두리번거렸다.남하준은 그녀의 옆에 앉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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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남하준은 그들을 거실로 모셨고 네 사람은 소파에 빙 둘러앉았다.도우미가 다과를 내오자 여은수는 딱딱한 태도를 보이며 천천히 차를 마셨다.“이번엔 무슨 일로 우리 두 사람을 모두 부른 거지?”정안은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앞에 계신 두 어르신은 분명 그녀의 할아버지, 할머니인데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그리고 그들도 그녀를 못 알아보고 있었다.정안이 고개를 드니 백진의 시선이 여전히 깊고 어두웠으며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마음이 복잡했다.“두 분 어르신, 죄송합니다.”여은수는 냉소를 지었다.“우리한테 죄송할 건 없어. 사과는 내 손녀에게 해야지.”정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힌 것 같았지만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여은수는 그런 정안을 흘겨보더니 또 코웃음을 쳤다.“두 분 건강은 괜찮으세요?”정안이 또 묻자 여은수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용건이나 말하게. 우리가 서로 안부나 물을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옷자락을 두 손으로 휘저으며 친할머니의 미운털에 울적하고 서러워하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남하준은 천천히 손을 뻗어 정안의 손가락을 잡고 손바닥에 비비며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백진은 줄곧 말 한마디 없이 정안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우리 이혼했어요.”정안이 한껏 가라앉은 기분으로 말했다.여은수는 화들짝 놀라더니 정안을 보고 또 남하준을 바라봤다.“그게 정말인가?”남하준은 애써 화를 꾹꾹 누르며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완자가 이렇게 비천하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었다.결국, 이 사람은 그녀의 가장 친한 가족이었다. 가족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건 잘못이 아니었다.여은수는 환하게 웃으며 손뼉까지 쳤다.“진작 이렇게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말을 마치고는 백진을 슬쩍 밀쳤다.“영감, 말씀 좀 해봐요. 대체 왜 그러고 있어요? 귀신에 홀린 것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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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남하준은 백진의 눈 밑에 솟구치는 감정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을 깨달았다.예리한 백진은 한눈에 자기 손녀를 알아본 것이다.이어 백진은 남하준을 바라보며 정중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준아, 잘 돌보거라.”남하준은 진심을 담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여은수는 여전히 언짢아하며 말했다.“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하준이는 우리 하린이랑 결혼할 건데 대체 누구를 잘 돌보라는 거예요?”백진은 여은수를 무시하고 일어서서 말했다.“오늘은 이만 가지. 나중에 시간 나면 다시 모이자고.”여은수는 어리둥절했고 남하준과 정안이 일어나서 공손히 배웅했다.차에 오를 때 백진은 참지 못하고 정안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온정이 가득했지만 허탈함이 묻어났다.두 사람을 태운 차량이 떠나고 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두 분 만나는 게 아니었어.”정안도 후회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 괴로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가 나 알아보실 줄 몰랐어요.”“할아버지는 예지가 투철한 분이셔. 늘 자신의 눈과 감각을 더 믿는 분이시지.”남하준은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숨겨진 음모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니까 소문내진 않을 거야.”“네.”“절대 네 할머니께서 알아선 안 돼. 할머니 성격으로는 바로 들통날 거야.”“맞아요, 할머니는 손녀를 정말 아끼는 분이시죠. 다만 IQ가 좀 부족할 뿐이니 원망하지 않아요.”남하준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그녀가 괴롭다는 것을 알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정안은 남자의 따듯한 품에 기대 천천히 눈을 감았고 은은한 고통이 점차 가라앉는 것 같았다....백씨 저택.백하린은 소파에 틀어박혀 육포를 뜯으며 하하호호 예능을 재밌게 보고 있었다.천금 같은 재벌가 아가씨로 지내는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고 즐거웠다.그녀의 모습에 백인호는 문득 화가 치밀어 올라 계단을 내려가 백하린의 손에 쥐어진 쇠고기 육포를 잡아채서 냅다 던지더니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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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백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인호는 음흉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가장자리에 서서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다음 날 아침.남하준은 공무에 바빠 일찍 집을 나갔고 정안은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서다인 씨, 저는 백진 어르신 비서입니다. 어르신께서 다인 씨를 한번 뵙고자 회사로 한번 오라고 하시네요.”“할아버지께서 저를요?”“네, 제가 차로 모시러 가겠습니다.”만약을 대비해 정안은 상대방이 차를 보내는 걸 거절했다.“주소가 어디죠? 제가 직접 갈게요.”“네, 그럼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정안은 주소를 받은 후 즉시 준비하고 외출했다.그리고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승용차가 넓은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정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지가 그녀를 사무실로 따로 불러들인 건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경호원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사모님, 따로 백진 어르신을 뵈러 간다고 도련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네, 그러는 게 좋겠어요.”정안은 휴대전화를 꺼내 다이얼을 돌렸다.이때 운전하던 경호원이 긴장하며 말했다.“사모님, 뒤에 차량 두 대가 우리를 계속 따라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좀 이상합니다.”정안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뒤에 있는 차 두 대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당장이라도 부딪칠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다가왔다.“사모님, 꽉 잡으세요.”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액셀을 세게 밟았다.정안은 관성으로 앞으로 부딪혔고 휴대전화는 차 밑으로 떨어졌다. 머리가 어지러웠던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차량은 이미 대로에서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었다.이 순간, 정안은 그녀의 처지가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나가도 그녀를 해치려는 신비한 세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경호원은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남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차량은 큰길에서 빠른 속도로 질주했고 매 순간 짜릿하고 위험했다.“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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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앞길이 점점 더 외지고 있었다.정안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상한 듯 물었다.“삼촌, 길 잘못 들어선 거 아니에요?”“아니.”백인호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긴... 어디죠?”정안은 부모님을 돌아보니 언제부터인지 그들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아빠, 엄마... 일어나 봐요.”“삼촌...”차량이 멈추고 백인호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온몸에 힘이 빠져 저항할 수 없었던 정안은 백인호에게 안겨 떠나고 있었다.그녀가 온 힘을 다해 차량의 방향을 돌아보니 어느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나타나 의식을 잃은 부모님을 차량에서 끌고 나와 외진 정글을 향해 메고 가고 있었다.“아빠, 엄마...”정안은 눈꺼풀이 무거워 감았다가 다시 뜨려고 노력했을 때 몇 줄기 강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바로 병원 수술대의 강렬한 빛이었다.귓가에는 백인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완자야, 넌 곧 모든 걸 잊게 될 거야.”정안은 다시 눈을 감았고 이번에는 천만 개의 바늘이 그녀의 머리에 꽂힌 것처럼 온몸에 통증을 느꼈다.“완아, 내 말 들려? 조금만 더 버텨. 완아...”남하준의 목소리였다.이어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이 닫히는 듯했고 간호사의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호자는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발자국 소리, 호흡 소리, 기기 소리, 다양한 미묘한 소리가 정안의 귀에 겹쳤다.너무 아프고 괴로웠다.몸과 영혼이 분리된 것처럼 아프고 또 아팠다.오랜 잠에서 깨어나자 귓가에 다시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남하준의 목소리였다.그녀는 눈을 뜨고 그를 보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눈꺼풀조차 뜰 수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이른 아침.정안은 서서히 눈을 뜨고 베란다의 눈 부신 빛을 보며 빛에 적응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그녀는 몸이 무겁게 느껴졌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소파 상단에 앉아 잠든 남자가 보였다.그의 뺨은 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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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의사와 간호사가 방으로 우르르 들어가 정안의 병상 앞으로 재빨리 달려가더니 남하준을 밀어내고 서둘러 그녀를 진찰했다.동공을 확인하고,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하고, 손발 반응을 테스트하고, 다양한 증상을 물었다.정안은 의사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고 어디가 아픈지 사실대로 알려줬다.일련의 검사 후에 정안은 남하준이 이미 병실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의사는 병실을 나갔고 간호사가 남아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입구에서 의사가 남하준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환자 상태는 이미 호전되었고 신체 기능도 아주 좋아요. 비록 머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사고능력이 정상인 것으로 보아 아마 후유증은 없을 겁니다.”“기억을 회복한 것 같은데 이것도 정상인가요?”의사는 흐뭇해서 말했다.“외력에 의한 뇌 신경 편향이 인위적인 손상을 복구해 기억을 회복한 건 좋은 일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네,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후 남하준은 벽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잠깐 눈을 붙였다.완자가 깨어난 건 아주 기쁘고 형언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다.하지만 그녀가 기억을 되찾은 후에도 여전히 그와 결혼하고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잠시 후, 병실에 있던 마지막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뒤에야 남하준이 천천히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그는 문을 닫고 병상의 정안을 바라보았다.지금의 정안은 이미 베개에 기대어 앉아 얼굴에 혈기가 돌고 맑은 눈으로 차분하게 그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여자의 눈빛은 깨끗하고 온화하지만 단순했다. 이전의 비천함과 나약함보다는 자신감과 침착함이 더 해졌다.남하준은 가슴이 떨렸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며 천천히 걸어가 의자를 끌어와 그녀 앞에 앉았다.정안은 반달웃음을 짓고 입꼬리를 올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하준이 목청을 가다듬고 나지막이 물었다.“어디 아픈 데는 없어?”정안이 여유롭게 대답했다.“그냥 온몸에 힘이 좀 없어요.”남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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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남하준이 긴장하며 물었다.“그럼 네가 했던 말도 유효한 거야?”정안은 죄책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 몇 초는 남하준에게 그야말로 몇 세기처럼 괴로웠다.그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이 쓸쓸하고 무거워 보였고 깊은 두 눈동자가 점차 핏빛을 띠기 시작했다.그는 가슴이 살살 아파서 이미 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이었다. 그러면 그는 일말의 기대라도 갖게 되니 말이다.한참 후 정안이 덤덤하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아니요.”남하준은 억지로 한 줄기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붉어진 눈 밑에는 이미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그는 애써 침착한 척했다.정안은 남자의 빨갛고 촉촉한 눈과 초췌하고 피곤한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오빠, 피곤해 보이는데 집에 가서 푹 쉬어요.”남하준은 목구멍에 걸린 울컥거림을 가라앉힌 다음 나지막이 물었다.“이제 막 일어났는데 벌써 나 쫓아내는 거야?”“그런 뜻 아니에요.”남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어. 너도 푹 쉬어.”말을 마친 그는 곧장 병실을 떠났다.정안은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자의 피곤함보다는 실망감이 더 느껴졌다.남하준이 떠난 후, 병실에는 두 명의 여자 간병인이 왔고 병실 입구에는 경호원 몇 명이 지키고 있었다.간병인은 정안을 보더니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사모님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하마터면 그 튼튼한 도련님도 쓰러질 뻔했어요.”정안이 긴장해서 물었다.“그 사람이 왜요?”“요 며칠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병실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으셨어요. 계속 사모님만 쳐다보시면서 잘 드시지도 주무시지도 못하고 살이 많이 빠져 부쩍 수척해지셨죠.”정안은 이불을 꽉 잡고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7일 밤낮으로 그녀를 지켰으니 그녀가 깨어난 지금 그는 집에 가서 푹 잘 수 있을 것이다.정안이 마음을 추스르고 물었다.“아주머니, 휴대전화 좀 빌려 주시겠어요?”간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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