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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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지윤아, 나 너희 집에 가서 묵을게.”“나 계속 호텔에 묵었는데요?”정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멍해졌다.지윤은 슬쩍 웃더니 천천히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언니 집에 묵으면 안 돼요?”“서다인이란 가짜 신분은 이미 이혼했어. 그래서 우린 부부가 아니야. 나 이제 집 없어.”지윤은 눈을 깜박이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언니 돈 많잖아요. 하나 사요.”정안은 어쩔 수 없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여긴 M국이지 Z국이 아니야.”지윤은 자신의 머리를 툭 치며 웃었다.“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언니 자산은 모두 Z국에 있죠. 지금은 서다인의 신분으로 살고 있으니 그렇게 많은 돈을 M국으로 이체하려고 하면 반드시 조사받을 거예요.”정안은 씁쓸하게 입술을 오므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나 1억 2천만 원의 빚이 있어.”“누구한테요?”“남하준.”“언니 전남편?”“응.”“빚은 왜 졌어요?”“친구 아버지 병원비로 빌려줬거든. 난 돈이 없으니까 그 사람 카드에서 빌렸지.”지윤은 고개를 흔들며 긴 한숨을 내쉬더니 정안 옆에 앉아 말했다.“언니도 참. 친구 아버지가 아프시면 바로 언니 남편한테 빌려달라고 하면 되지 언니가 왜 중간에 끼어요? 너무 착해서 탈이야. 기억을 잃고도 그렇게 착했던 거예요?”정안은 눈빛이 어두워져 베란다 밖을 내다보며 가라앉은 말투로 중얼거렸다.“나 안 착해. 심지어 죄악이 아주 깊어.”“또 또 시작이네...”지윤은 그녀의 팔짱을 끼고 일어섰다.“가요, 일단 호텔에 묵어요.”두 사람이 방금 병실 입구를 나서자 남하준이 마침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뒤에는 류청과 정호가 따라왔고 그 기세가 위엄했다.정안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 했고 지윤은 남하준의 준수하고 위엄 있는 모습에 겁을 먹고 따라서 어리둥절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애틋함이 흘러 넘쳤다.남하준이 다가와 물었다.“좀 괜찮아?”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너 데리러 왔어. 집에 가자.”“아니요. 친구랑 호텔에 묵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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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미안해요.”정안이 속삭였고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정호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분개해서 말했다.“반년 동안 저희 도련님이 다인 씨를 얼마나 생각하고...”“닥쳐.”남하준이 낮은 명령으로 정호의 말을 끊었고 정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남하준은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Z국으로 돌아가려고?”“일단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 있는 늑대 두 마리부터 해결하고 돌아가려고요.”남하준은 그녀를 머무르게 하고 싶은 이유를 찾았다.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은 없는 거야?”“아니요.”“네가 좋아하는 남자도 M국으로 데려오면 되잖아. 넌 M국에 남아 가업을 잇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끝까지 모실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정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눈빛이 흐려지더니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행복해라.”말을 마친 남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돌아서서 성큼성큼 떠나갔다.류청이 부랴부랴 따라갔지만 화가 난 정호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따라가지 못하고 정안 앞에서 노발대발했다.“당신처럼 양심 없는 여자는 본 적이 없어요.”“도련님은 그쪽을 십 년 넘게 사랑했어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목숨 바쳐 열심히 일해서 지금 자리까지 오르신 거고. 다인 씨에게 매번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언제나 모든 걸 제쳐두고 목숨 걸고 구했죠.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지난 며칠간 밤새 돌봤고...”옆에 있던 지윤이 분노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그만 해요.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했어요? 자기가 원해서 한 일을 지금 우리 언니한테 보답하라고 강요하는 건 불합리하죠.”정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지윤을 노려보았다.“그쪽 도련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우리 언니에게 행복하게 지내라고 축복까지 하고 떠났어요. 본인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데 그쪽이 왜 여기서 계속 나불거려요?”정호는 화가 나서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말했다.“내가... 못 봐주겠어요.”“아,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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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정안 언니. 기다려요.”지윤이 다급하게 외치며 헐레벌떡 정안의 곁으로 쫓아와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고개를 숙여 숨을 몰아쉬었다.정호도 쫓아왔다.정안은 할 말을 잃고 남하준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녀는 미안하고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원하는 답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없었다.미안하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남하준은 지윤을 힐끗 보더니 정안에게 물었다.“정안? 다른 이름이 있었어?”정안은 얼떨떨해서 자신의 부업들을 생각하며 긴장해서 설명했다.“책을 냈었는데 필명이에요.”책을 냈다니. 그녀는 금기서화에 모두 능통했다.남하준은 그녀를 한참이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역시 넌 변하지 않았네.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훌륭해.”말을 마친 그는 아무런 미련 없이 문을 열고 차에 올랐고 정호와 류청이 앞 좌석에 올라 차를 몰고 떠났다.멀어져 가는 차량을 바라보는 정안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숨을 고른 지윤이 정안 곁에 다가서며 속삭였다.“언니 설마 저 사람 좋아해요? 저 사람 M국 군전 그룹 수장이자 M국 국방 장군이잖아요.”정안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맘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안 좋아해.”“그럼 다행이고요. 어휴, 깜짝 놀랐네. 언니가 정말 저 사람 좋아하면 어쩌나 했어요.”“가자.”정안은 성큼성큼 걸어갔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넓은 큰길에서 차들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분명 초여름이었는데도 차 안은 한기가 엄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이 감돌았다.칙칙한 얼굴의 남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정호는 여전히 분노에 가득 찬 채 운전을 하면서 옆에 있는 류청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정말 너무 화가 나. 도련님은 목숨 걸고 J국에 가서 다인 씨를 구했어. 매번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도련님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다인 씨만 돌봤고. 그런데 이게 뭐야? 기억을 회복하더니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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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남하준이 손을 내려 손목시계를 보더니 류청에게 말했다.“백인호 지난 십 년간 행적을 조사해.”“네, 도련님.”“정호, 넌 백하린에게 사람 붙여서 블랙 섀도우랑 어떻게 연락을 취하는지 조사하고.”정호는 내키지 않았다.“도련님...”남하준이 말을 이었다.“백진 어르신 부부에게도 사람 붙여서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게 잘 지키고.”정호는 화가 나서 온몸이 괴로웠다.“도련님, 회사 일로도 이미 충분히 바쁘십니다. 그룹 일만 해도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데 왜 남 집안일까지 간섭하세요? 다인 씨가 도련님을 어떻게 대했는데, 그럴만한 가치 없어요.”남하준은 정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금원으로 향했고 정호와 류청도 차에서 내려 그 뒤를 따랐다.남하준은 거실로 들어가 곧장 서재로 향했다.류청과 정호가 걱정스럽게 따라갔고 정호가 조급해서 외쳤다.“제발 방에 가서 좀 주무세요. 제발요.”“안 피곤해.”그는 피곤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침대에 눕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눈만 감으면 걷잡을 수 없이 그녀 생각이 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마음이 아팠다.남하준은 책상에 앉아 자료를 펼치며 말했다.“가서 일 봐.”“도련님!”정호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고 얼굴이 굳어진 류청은 차마 남하준을 바라볼 수 없었다.남하준은 엄숙하지만 무기력하게 말했다.“나가.”류청과 정호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명령을 받고 고개를 숙이고 떠났다.금원을 나선 정호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 차를 세게 펑 쳤고 소리를 들은 류청이 화들짝 놀라 그를 노려보았다.“뭐야? 차 망가지면 네가 배상할 거야?”정호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노기등등해서 말했다.“넌 이 상황에서도 차 걱정이 되니? 도련님은 신이 아니야. 피와 살이 있는 인간이라 아프고 힘들고 괴로워한다고. 지금 저 모양이 됐는데 넌 안쓰럽지도 않아?”류청은 한숨을 내쉬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괴로우면 뭐? 술도 안 마시고 자지도 않고 일만 하는데. 미친 듯이 일해야 괴로운 걸 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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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유동진이 혼자 술을 마시며 여유롭게 대답했다.“아니.”“인생에서 사랑은 하찮은 욕심에 불과해. 사랑과 결혼이 없다고 사람 안 죽어.”유동진은 피식 웃더니 마치 자기가 어릿광대처럼 느껴져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옆 소파에 가서 앉아 다리를 꼬았다.“멋지게 산다 너. 누구 말처럼 깊은 사랑을 한 건 아닌 것 같네. 이혼이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나 봐?”남하준은 대답하지 않고 책상 위에 있던 술 한 박스를 들고 유동진 앞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집에 가서 마셔. 나 너랑 술 마실 시간 없어.”남하준은 술을 내려놓고 책상으로 돌아와 일을 계속했다.한편 유동진은 다리를 꼬고 남하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술을 마셨다.남하준의 술친구를 해주려고 왔는데 결국 유동진만 곤드레만드레 취하고 남하준은 술에 손도 대지 않았다.유동진은 자신이 더 이상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술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에이, 재미없어. 난 너 이혼해서 나 껴안고 눈물 콧물 흘릴 줄 알았더니. 내가 괜한 생각 했네.”남하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유동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며 말했다.“나 간다. 나랑 술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해.”서재 문이 닫히고, 방은 조용하고 소리 없는 정적에 휩싸였다.피곤함이 순식간에 몰려와 남하준의 온몸을 가득 채웠다.그는 펜을 놓고 서류를 덮고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조용한 서재에서 그의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백완자의 그림자로 가득 차서 떠나지 못하고 가슴이 은은히 아팠다.극심한 고통은 아니었지만 괴로워 질식할 것 같았고 숨이 차오르지 않았다.상사병은 일종의 만성병으로 야금야금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었다.매 순간 아프고, 힘들고, 갈망하고, 그의 감정과 기분에 영향 줄 것 같았다.그는 백완자가 없어도, 사랑이 없어도, 이 결혼이 없어도 여전히 살 수 있었다.이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그는 서서히 눈을 뜨고 휴대전화를 집어 발신 번호 표시를 보니 낯선 번호였다.수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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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그럼요.”남하준은 심장이 다시 아파지는 것을 느꼈고 천천히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학교는 어디 나왔어? 직장은 어디 다니고?”“오빠.”정안은 그의 관심 가득한 질문을 끊고 무거운 마음으로 화제를 돌렸다.“다 지나간 일이에요.”정말 그럴까? 다 지나간 일일까?남하준은 씁쓸하게 입술을 오므리고 더는 묻지 않았다.지난 10년 동안 그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그녀가 잘 지냈는지, 그녀의 삶의 소소한 부분들까지 궁금했다.친구로서 그것도 아니면 이웃 오빠로서 궁금했다.정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빠, 그럼 안녕히 계세요.”남하준은 대답도 없이 꼼짝도 하지 않았고 전화가 끊겨도 그녀가 다시 말을 걸 수 있기를 바랐다.그녀는 그에게 언제 와서 물건을 정리할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다.그와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한참 후에야 남하준은 휴대전화를 천천히 책상 위에 던지고 창문 앞으로 가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의 우람진 뒷모습이 고요한 방안에서 유독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마치 앙상한 고목처럼 키가 크고 우뚝하지만 녹색은 보이지 않다....이틀 뒤.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온 대지를 물들였다.차량은 금원 입구에 멈추고 지윤은 차에서 기다리고 정안 혼자 금원에 들어갔다.이 익숙한 집에 다시 발을 들여놓자 그녀는 감회가 새삼스러웠지만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금원 안에는 확실히 도우미가 없었고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열었다.남하준이 그렇게 바쁘니 틀림없이 집에 없을 거로 추측했다.정안은 방안을 한 바퀴 쓱 둘러보고, 쓰던 화장대를 아쉬운 듯 만져보고, 잠시 미련을 둔 후, 옷방으로 가서 캐리어를 꺼내 짐을 챙겼다.그녀는 옷을 챙기고, 증명 서류와 휴대폰을 찾은 후 캐리어를 끌고 떠났다.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로 걸어갔을 때, 그녀는 어리둥절했다.남하준이 그녀를 등지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녀가 캐리어를 끄는 인기척이 아주 컸지만 그는 미동도 없었다.정안은 무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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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정안은 캐리어를 끌고 금원을 빠져나왔다.지윤이 차에서 내려 그녀의 캐리어를 받아 차 트렁크에 넣었다.정안은 조수석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고통이 밀려왔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수만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 무너질 듯 아팠고, 머릿속은 온통 남하준의 모습뿐이었다.지윤은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났다.“우리 언제 Z국으로 돌아가요?”정안은 창밖으로 스쳐 가는 경치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상부에 보고했어?”“네. Z국은 언니가 필요해요. 빨리 돌아가길 바라고 있어요.”정안은 쓸쓸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이렇게 빨리 보고하지 말았어야지.”“왜요?”“아직 처리할 일들이 남았어. 시간이 더 필요해.”“괜찮아요. 당장 돌아가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정안은 이마를 손으로 받쳐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무도 나 강요하진 않지만 Z국에 스파이가 없다는 보장은 없잖아? 내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어?”순간 지윤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긴장하여 멍해졌다.확실히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그럼... 어떡하죠?”정안은 휴대전화를 꺼내 조작하더니 무심코 말했다.“일단 부딪쳐 봐야지.”“우리 이제 뭐부터 하죠?”“돈 벌어서 빚 갚아야지. 일단 이쪽 생활부터 안정시켜야겠어.”지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돈 걱정은 추호도 없었다.그녀는 정안이 없어도 Z국으로부터 공금을 신청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행적이 쉽게 드러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지금 정안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정안은 휴대폰에서 3년 이상 봉인된 웹디스크에 로그인하고, 그 안에서 파일을 찾아 지윤의 계정으로 옮겼다.“3년 전에 번역한 나머지 6개 언어판 책이야. 네 계정으로 보냈으니 가서 팔아.”지윤은 정안이 쉴 때면 가끔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전문성이 매우 높은 중요한 책들을 번역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근데 권 당 얼마에 팔면 되죠?”정안은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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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남하준이 몇 초간 뜸을 들이더니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응.”정안은 고개를 푹 숙이고 품에 안고 있는 곰인형 털을 문지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계좌로 1억 2천만 원 보냈어요.”“응.”그가 너무 조용하고 담담해서 정안은 가슴이 턱턱 막혔다. 분명 연락도 안 하고 얼굴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속으로는 모순되어 미칠 지경이었다.그가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안은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이만 끊을게요.”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끊었고 정안은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정안의 반대편에 앉은 지윤은 감자 칩을 먹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언니한테 뭐래요? 왜 갑자기 울어요?”정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뺨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안 울었어. 눈물샘이 예민해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거 어떡해. 나도 통제가 안 돼.”“그럼 그 남자가 뭐라 했기에 눈물샘을 자극했는데요?”정안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억울한 듯 말했다.“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응 두 마디밖에.”지윤은 어이가 없어 소리 내어 웃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참... 대단하네요. 악몽을 꿔도 울고, 너무 힘들어도 울고, 실험에 실패해도 울고, 운전 배우면서 코치에게 욕먹어도 울고, 배달음식이 너무 맛없어서 울고.”“그런데 이젠 상대방이 응 두 번 했다고 울기까지 해요? 언니 눈물샘 가서 수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정안은 심호흡하고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지 못하게 한 뒤 쓴웃음을 지었다.“그거 알아? 나 어릴 때 더 많이 울었어. 그리고 애교도 엄청 많고.”지윤은 감자 칩을 먹으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았어요. 부잣집에서 태어나 응석받이로 자라며 어떤 좌절도 겪어보지 않았겠죠. 그러니 조금만 상처받아도 울기나 하지.”정안은 생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나 어릴 때 하준 오빠한테 엄청나게 애교부렸어. 내가 애교만 부리면 오빤 내가 무슨 요구를 하든 다 들어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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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그럼 어떡해요?”정안은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지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백씨 저택에 가서 살자.”지윤은 황당했다.“네? 백씨 저택에 묵어요? 미쳤어요?”“그래야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까이서 보호할 수 있어. 이 방법밖엔 없어.”지윤은 말없이 방으로 돌아가 짐을 꾸렸다.1시간 뒤.으리으리한 백씨 저택에서, 정안과 지윤은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고, 두 사람의 옆에는 캐리어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백씨네 도우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낯선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여은수는 두 사람의 캐리어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조금 우습기도 했다.“우리 집이 뭔 수용소인 줄 아나? 감히 우리 집에서 살겠다고? 정말 웃기지도 않지. 대체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정안은 느릿느릿 설명했다.“할머니, 저 지금 이혼해서 갈 데가 없어요. 그래서 여기서 며칠만 묵고 싶어요.”여은수는 코웃음을 치며 가소롭기 짝이 없었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손님 내보내게.”정안은 지윤과 몸을 돌려 떠나려 하면서 중얼거렸다.“알겠어요. 그럼 할 수 없이 하준 씨 집에 다시 돌아가야죠 뭐.”여은수가 긴장하며 소리쳤다.“잠깐.”정안과 지우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머금고 돌아서서 여은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더니 말했다.“우리 가문에는 다른 별장도 많으니 아무거나 고르게. 가문 소유의 호텔에 묵어도 되고.”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전 금원과 여기에만 묵고 싶어요. 할머니께서 여기 못 묵게 하시니 어쩔 수 없이 금원으로 가야겠네요.”여은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안을 노려보았다.“자네 정말 뻔뻔하군!”정안은 못 들은 척 하고 지윤에게 말했다.“지윤아, 하준 씨가 뭐라고 했었지?”지윤은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목청을 돋우어 말했다.“도련님께서는 언니와 재혼하고 싶다고 하셨죠.”“그래, 사실 불가능할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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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백하린은 어리둥절했다.“내가 네 남편을 빼앗았다고?”정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울먹이는 척했다.“그래, 네가 내 남편 뺏어갔잖아. 하준 씨 나랑 이혼할 때 계속 너 사랑한다고 했어.”백하린은 깜짝 놀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눈빛으로 백인호를 바라보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애써 미소를 짓더니 안경을 고쳐잡았다.“여기 얼마나 있을 생각이야?”“내가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그래, 그럼 마음 편히 있어.”백하린은 불쾌해서 물었다.“삼촌, 미쳤어요? 분명 여기 들어온 목적이 따로 있다고요!”백인호는 냉랭한 눈빛으로 백하린을 노려보았는데, 그 살기 가득 찬 눈빛에 그녀는 머리를 움츠리고 감히 끽소리도 못했다.백인호는 지윤을 가리키며 물었다.“이쪽은 누구?”정안은 지윤의 손을 잡고 소개했다.“내 친구 지윤이에요. 백수에 집도 없는 불쌍한 가난뱅이죠.”지윤은 정안의 단어 표현에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소개를 마친 정안은 지윤을 데리고 거실을 나갔다.백하린 옆을 지날 때 정안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와 어깨를 등진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백하린, 앞으로 잘 부탁해.”백하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독설을 내뱉었다. “서다인, 너 이거 지금 양이 호랑이 굴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어. 왜 굳이 자기 발로 지옥문에 들어서는 거지?”정안은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누가 양이고 누가 호랑이인지는 지켜보면 알겠지.”말을 마친 그녀는 여유롭게 위층으로 올라갔다.백하린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돌려 정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크게 당황했다.분명 눈앞의 여자는 서다인이었다. 생김새도 목소리도 여전히 그녀인데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눈빛이나 분위기에서 나오는 아주 미묘한 차이였다. 지금의 그녀는 자신만만하고 여유롭게 또 세상만사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처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정안과 지윤이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돌아갔고 백하린이 백인호 앞에 다가가 쏘아붙였다.“왜 허락했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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