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진이 혼자 술을 마시며 여유롭게 대답했다.“아니.”“인생에서 사랑은 하찮은 욕심에 불과해. 사랑과 결혼이 없다고 사람 안 죽어.”유동진은 피식 웃더니 마치 자기가 어릿광대처럼 느껴져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옆 소파에 가서 앉아 다리를 꼬았다.“멋지게 산다 너. 누구 말처럼 깊은 사랑을 한 건 아닌 것 같네. 이혼이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나 봐?”남하준은 대답하지 않고 책상 위에 있던 술 한 박스를 들고 유동진 앞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집에 가서 마셔. 나 너랑 술 마실 시간 없어.”남하준은 술을 내려놓고 책상으로 돌아와 일을 계속했다.한편 유동진은 다리를 꼬고 남하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술을 마셨다.남하준의 술친구를 해주려고 왔는데 결국 유동진만 곤드레만드레 취하고 남하준은 술에 손도 대지 않았다.유동진은 자신이 더 이상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술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에이, 재미없어. 난 너 이혼해서 나 껴안고 눈물 콧물 흘릴 줄 알았더니. 내가 괜한 생각 했네.”남하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유동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며 말했다.“나 간다. 나랑 술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해.”서재 문이 닫히고, 방은 조용하고 소리 없는 정적에 휩싸였다.피곤함이 순식간에 몰려와 남하준의 온몸을 가득 채웠다.그는 펜을 놓고 서류를 덮고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조용한 서재에서 그의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백완자의 그림자로 가득 차서 떠나지 못하고 가슴이 은은히 아팠다.극심한 고통은 아니었지만 괴로워 질식할 것 같았고 숨이 차오르지 않았다.상사병은 일종의 만성병으로 야금야금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었다.매 순간 아프고, 힘들고, 갈망하고, 그의 감정과 기분에 영향 줄 것 같았다.그는 백완자가 없어도, 사랑이 없어도, 이 결혼이 없어도 여전히 살 수 있었다.이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그는 서서히 눈을 뜨고 휴대전화를 집어 발신 번호 표시를 보니 낯선 번호였다.수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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