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06화

Author: 무솔레
M국 국경으로 가는 비행기는 결항됐고 기차와 고속철도도 전부 중단됐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 그녀들은 차를 한 대 빌려서 출발했고 두 사람은 번갈아 운전했다.

정안은 끊임없이 남하준에게 연락했지만 여전히 부재중이었다.

이튿날 아침, 밤새 운전한 그녀들의 차량은 M국 국경에 도착했지만 검문소를 지키는 병사에 의해 저지당했다.

마치 지구 종말이 다가오는 듯한 비극적인 장면이었다.

구급차들이 끊임없이 밖으로 나갔고 대형 구조 트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뿌옇고 짙은 보라색이었고, 공기 질은 매우 나빴고, 모두가 방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이 구역은 재난지역이라 구조대원만 출입할 수 있고 민간인은 출입금지입니다.”

정안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폭발이 일어난 정확한 위치가 어디죠? 몇 명이 죽었어요? 군전 그룹은 괜찮나요? 남하준 장군은 어디 있어요? 그 사람 괜찮아요?”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죠.”

정안은 보라색 하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군전 그룹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윤은 정안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이 위로했다.

“언니, 하준 씨 괜찮을 거예요. 일단 인근 호텔부터 잡아요 우리.”

정안은 하늘의 보라색 스모그를 가리켰다.

“방사능은 없지만 오염이 매우 강해서 이곳의 모든 수원을 마실 수 없어. 그리고 가스를 흡입한 사람들, 부상당한 사람들, 모두 내 도움이 필요해.”

정안은 다시 몸을 돌려 병사에게 말했다.

“나 화학자예요. 들어가게 해주시면 안 돼요? 이번 폭발의 위험과 수습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당신들은 제가 필요해요.”

병사는 손을 내밀었다.

“증명서는요?”

정안이 심호흡을 하고 상심한 듯 고개를 돌렸다.

지윤은 정안을 끌고 차에 올라탔고 정안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녀는 기분이 가라앉고 불안했다.

“언니, 혹시 그것 때문일까요?”

지윤이 긴장해서 묻자 정안이 중얼거렸다.

“하준 씨 손에 2g 있어.”

“전에 아주 안정적이라면서요? 근데 왜 폭발해요?”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07화

    이 순간 남하준은 그녀의 눈에 비친 걱정과 슬픔을 보았다.그녀의 걱정과 슬픔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다른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그녀는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남하준이 문을 열고 내려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정안은 부랴부랴 주머니에서 새 방진 마스크를 꺼내어 허둥지둥 봉투를 찢었다.그가 다가오자 정안은 두말없이 그에게 마스크를 끼웠다.그녀의 손끝이 남하준의 귀를 돌아 그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는 몸이 굳어졌고, 방금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렸고, 뜨거운 눈동자는 깊은 사색과 근심으로 가득 차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오빠 보라색 먼지에는 독소가 있으니 마스크 착용해야 해요.”“돌아가.”남하준은 그녀에게 왜 여기 왔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그녀가 걱정되었다.정안이 긴장하며 말했다.“나도 같이 들어가게 해 줘요. 내가 도울 수 있어요.”남하준의 태도는 확고했고 말투는 엄숙하지만 가벼웠다.“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너 데려다줄 사람이 없어. 어떻게 여기 왔으면 다시 그렇게 돌아가. 지금 당장 여기 떠나라고.”“오빠, 내가 돕게 해줘요.”남하준은 쓸쓸해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전에 나한테 한 말 잊었어?”정안은 침묵했고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부부도, 친구도 안 되고 서로 만나지도 왕래하지도 않고 연락 끊고 살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여기 나타나. 네가 뭘 도울 수 있는데?”정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구조대 자원봉사자요. 재난당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남하준은 그녀의 말에 또 한 번 상처받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녀에게 모질게 말하기 아까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너 필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돌아가.”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가려 했고 정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외쳤다.“하준 오빠!”남하준은 그녀의 부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폭발한 지 이미 10시간이 지났어요. 공기 중에 보라색 스모그도 떠다니고 있어요.아무리 전문적인 화학자 팀이 있다고 해도 이런 문제는 처음이라 아직 해결 방법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08화

    군전 그룹.넓은 거리는 재난 구호물자, 깨끗한 음식과 생수로 가득했고 드나드는 사람들은 빠르고 긴장된 채 움직이고 있었다.차량이 멈춰 서자 정안과 지윤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한 시라도 빨리 구조작업에 들어가려고 애를 태웠다.“하준아!”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정안의 관심을 끌었고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유미가 재난 구조 작업복 차림으로 다가와 남하준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왔어? 해결 방법은 찾았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정안을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안색이 가라앉았다.“왜 여기까지 데려왔어?”남하준은 유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정안을 한번 뒤돌아보더니 말했다.“고생했어. 휴가 냈는데 와서 도와주고.”“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 나랏일이 바로 내 일이지. 게다가 네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해?”유미는 진지하게 말하고는 다시 정안을 가리키며 원래 화제로 돌아왔다.“근데 다인 씨는 폐만 끼치러 온 거 아닌가?”정안은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유미와 남하준의 친밀한 관계를 보고 마음이 조금 찡하고 괴로웠지만 애써 꾹 누르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하준 씨 도우려고 오신 거예요?”유미는 가볍게 웃었다.“다인 씨, 그 허약한 몸으로 뭔 도움이 된다고 왔어요? 물건을 나를 수 있나? 사람을 들 수 있나? 별 도움 안 되니까 돌아가세요. 괜히 모두에게 폐 끼치지 말고.”“이봐요!”불쾌해진 지윤이 나서서 반격하려다가 정안에 의해 막혔다.정안은 지윤에게 말하지 말라고 잡아당겼다.남하준은 유미가 정안을 싫어하는 걸 눈치챘지만 지금 여자들 사이의 일에 관여할 시간이 없었다.“들어가자. 모두 기다려.”“그래.”유미는 말하면서 팔을 가볍게 흔들더니 괴로운 표정을 짓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아!”남하준이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관심했다.“왜 그래?”유미는 씁쓸하게 웃었다.“괜찮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바쁘게 일했더니 팔이 좀 뻐근하네.”“병원 가봐.”남하준은 멈칫하더니 곧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09화

    두 번째 엘리베이터가 왔을 때 정안과 지윤이 비집고 들어갔다.이 일행은 대부분 폭발 후의 재난 현장을 처리하러 온 M국 최고의 전문가들이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소곤소곤 말했다.“보라색 입자가 대체 뭐죠? 이런 현상은 처음입니다.”“경분자 미사일 개발 실험 단계에서 갑자기 사고가 났다네요.”“경분자요? 경분자를 개발한 과학자는 이미 죽었잖아요. 근데 왜 아직 남은 거죠?”“2g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 없어졌을 거예요.”“경분자가 어떤 성분과 만나 보라색 입자를 분해한 건가요? 아주 무서운 폭발이었어요. 지구 절반이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대륙판도 영향받아 지진과 쓰나미도 일어나고...”“쉿. 도착했어요.”엘리베이터가 땡 하는 소리가 났고 모두 나갔다.정안과 지윤은 서로 눈을 마주친 후 굳은 표정으로 그 일행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나와 큰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에서 정안은 군전 그룹의 고위층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각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들과 화학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정안이 앞서 만난 유주헌 교수와 하영진 교수도 현장에 있었다.모두 침울한 얼굴로 재해 복구에 대해 논의했다.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경력이 일천한 인재들은 모두 변두리에 서게 되었다.정안과 지윤은 구석에 서서 그들의 말을 들었고 남하준은 너무 바빠 두 사람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하영진은 파워포인트를 열어 이번 실패의 원인, 폭발로 인한 피해, 공기 중의 유해물질 취급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그들이 말한 방안을 들은 후 정안은 얼굴이 굳어졌다.“장군님, 연구 결과 짧은 시간에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을 줄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발견했습니다.”“얼마나 걸릴까요?”“공기 오염은 일주일 정도 걸리고 수질 오염 여과 시간은 60일 정도 걸립니다. 이 기간에는 인근 주민들을 모두 이주시키는 것이 좋습니다.”그때 누군가 물었다.“그럼 우리 군전 그룹 몇만 명의 직원들과, 그 많은 무기 공장과 그 많은 설비를 전부 옮기란 말씀입니까?”“인근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10화

    “사모님?”유주헌 교수가 감격에 겨워 일어서며 외쳤다.“사모님도 오셨어요?”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이라니요? 두 사람 이미 이혼했어요.”그녀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하고 의아해했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그녀와 남하준의 결혼 상황을 폭로하다니. 유미는 정말 겁이 없었다.지금 난처한 사람은 오직 정안뿐이었다.그때 남하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완아, 할 말 있어?”“공기 중의 보라색 입자는 사실 보기 드문 경분자에 의해 압축 분열되어 나와...”정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미가 말을 끊었다.“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당신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어요.”말이 끊긴 정안은 멈칫했지만 남하준이 인내심 있게 말했다.“계속 말해봐.”“하준아, 너...”남하준은 유미에게 말하지 말라고 손을 번쩍 들었다.유미는 어쩔 수 없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차가운 눈으로 정안을 노려보며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남하준의 신뢰를 받은 정안은 전문지식을 피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했다.“응축 흡착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헬리콥터로 하늘에 유리 상태의 응축수를 뿌리면 이 응축수가 오염원과 산화환원반응을 일으켜 물안개가 되어 지상과 수원에 떨어지고 수원에서 반응해 수자원 속 오염원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유리 상태의 응축수라니. 그게 뭐죠?”유주헌 교수가 긴장해서 물었고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사모... 다인 씨,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정안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한 번 훑어보니 그녀가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만 낭비할 뿐만 아니라 의심도 받고 일이 더 번거로워질 수 있었다.“실험실 열어주시면 바로 보여드릴게요.”유미는 가소롭다는 듯 입술을 찡그렸다.“이봐요, 서다인 씨. Z국의 최고 과학자도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다인 씨가 화학 서적 몇 년 배웠다고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죠?”남하준이 막 말을 하려는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11화

    남하준은 침착하고 느긋하게 말했다.“교수님, 편히 말씀하시죠.”“공기 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이 응축수는 많은 양의 청유액이 필요합니다.”이 말이 나오자 남하준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수군수군 토론하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 청유액이 어디 있어?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잖아.”“그러게 말이야. 수십억 원으로 겨우 100g을 샀으니 한 근에 수백억 원은 하겠지.”“너무 많은 양이 필요하다면 이건 현실적이지 않아.”남하준은 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청유액이 얼마나 필요하죠?”“적어도 100근은 필요합니다.”그러자 군전 그룹의 한 구매부장이 일어나 경악했다.“100근이요? 그럼 8조 원이 넘는 금액인데 우린 그렇게 많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어요. 지금 장난하십니까?”유미가 차갑게 웃더니 조롱하듯 말했다.“그럼 서다인 씨가 제기한 방안은 불가능한 거네요?”유주헌이 다급하게 말했다.“장군님, 십수만 명의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 공기 정화가 시급합니다. 만약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효과도 떨어져요.”“청유액 말고 대체할만한 다른 성분이 있을까요?”남하준이 묻자 유주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국가에서는 이미 2조 원을 보내왔습니다. 재난 구조와 의료 구조 지출 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턱없이 부족해요. 이 방법은 안 돼요.”유주헌은 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나라에 가격을 흥정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그때 유미가 입을 열었다.“유 교수님, 청유액이 뭐 시장에서 파는 물건인 줄 알아요?”유주헌은 마치 개미가 솥에 올라탄 듯 안절부절못하며 허벅지를 툭툭 치더니 마지못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바로 그때, 정안이 지윤을 데리고 들어왔고 유주헌은 마치 구원자를 만난 표정이었다.“서다인 씨, 마침 잘 오셨어요. 어서 장군님께 말씀드려보세요.”그녀는 손에 방금 인쇄한 자료 뭉치를 들고 남하준에게 건네주었다.남하준은 흠칫 놀라더니 찡그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12화

    “설마 진짜 훔친 거예요?”지윤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정안에게 돌아섰다.“내가 말했잖아요. 도와줄 가치가 전혀 없다고. 이제 어떡해요? 훔쳤다는 누명까지 썼잖아요.”정안은 여유롭게 지윤이 들고 있던 자료를 들고 남하준 앞으로 다가왔다.“하준 오빠, 비밀 잘 지켜줘요.”남하준은 뜨거운 눈으로 가볍게 말했다.“그래. 바로 준비할게.”말을 마친 남하준은 직접 도면을 가지고 무기공장으로 달려갔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을 장군님께서는 우리와 상의하지도 않고 저 여자 말만 듣는 건가요?”“대체 어디서 굴러온 인물인지 모르겠네요.”“장군님 전처라네요.”“하는 일은 뭔데요?”“무직이요.”“네? 일개 가정주부가 청유액 기기를 다뤄요? 게다가 자체 제조까지? 우리나라는 이 기술을 10년 동안 연구했지만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그러게 말이에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죠.”잡다한 소리가 정안의 귀에 어렴풋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가 돌아설 때, 유미가 소리쳤다.“서다인 씨, 그 도면 어디서 났어요? 지금 하준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진짜 성공할 자신이라도 있는 건가요?”정안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그 결과는 내일 점심에 확인시켜드리죠. 좀 기다려보세요.”유미는 차가운 얼굴로 정안의 앞에 다가와 엄숙한 눈빛으로 말했다.“경고하는데 감히 남의 나라 도면과 기술을 훔쳐 양국 간의 전쟁을 일으킨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아요!”정안은 느긋하게 대답했다.“유 부장님께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인터넷에 한 번 검색해보세요. 이 기기와 기술은 어느 나라에서도 특허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요. 아는 사람이 만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만드는 거죠.”유미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정안을 노려보며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 했다.정안은 그녀가 남하준이 안 좋은 일에 연루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13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깜짝 놀랐다.한 달 넘게 걸릴 환경 문제를 정안과 전문팀의 끈질긴 노력으로 5일 만에 완전히 해결했으니 말이다.M국 일부 국제 기자들이 군전 그룹에 취재하러 왔다.그룹은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한 명의 대표 인물만 파견했다.반면 군전 그룹, 기술 부서와 화학 과학 연구 부서의 사람들은 모두 정안을 가장 숭배하는 우상으로 여겼다.매번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을 때마다 정안은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다양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신상정보와 과거 이력에 관한 것만 빼고 정안은 전부 대답해줬다.그리하여 더 많은 과학자들은 보기에는 귀엽고 가냘픈 여자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해박한 지식과 강한 전문성을 갖고 있었고 젊은 나이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 든 교수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사무실 안, 류청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면서 말했다.“도련님.”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던 남하준의 표정이 굳어졌다.“뭐야?”“도련님, 백완자는 확실히 Z국인이고 국방대학교 화학과를 전공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었어요. 너무 이상해요.”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남하준은 피곤이 가득했다.“그래.”“지금 모든 교수가 서다인 씨가 절대 평범하지 않은 희귀한 보물이라면서 저희 그룹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남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랑 이혼하면서 한 푼도 받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M국 갑부지만 재산을 상속받을 생각도 없는 사람이고. 이렇게 돈에 대한 욕망이 없는 여자를 내가 무슨 수로 묶어두겠어?”류청은 생각에 잠기더니 또 입을 열었다.“그리고 하나 더 새로운 발견이 있어요.”“뭔데?”“군사 무기 팀 엔지니어가 다인 씨가 도면을 볼 줄 안다고 했어요. 심지어 자동 핸드휠의 결함까지 지적하며 개선 의견을 냈다고 했어요. 다인 씨 의견대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은 기존 목표치를 초과했고 검측 정확도도 아주 높다고 하더군요.”남하준은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한 눈동자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314화

    남하준은 류청을 데리고 기숙사 건물을 나왔다.허허벌판 길가에 서서 남하준은 걸음을 멈추고 침울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다가 서글퍼졌다. 류청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도련님, 왜 들어가 직접 물어보지 않으세요?”“뭘 물어봐?”“대체 어떤 신분인지 물어봐야죠. 방금 들으셨잖아요? Z국의 화학자이고 이미 15년 계약을 맺었다고요.”남하준은 씁쓸하게 웃더니 류청을 돌아보는 눈빛은 어둡고 침울했다.“국가가 한 과학자와 장기 계약을 맺는다는 건 뭘 의미하는지 알아?”류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남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들은 말은 절대 비밀이야.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 돼.”“네, 알겠습니다.”류청은 정안이 대체 어떤 과학자이기에 이렇게 신비로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남하준은 기숙사 건물 쪽을 돌아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정호랑 여기 남아서 뒷수습하고 있어. 난 먼저 안성으로 돌아간다.”“네!”“가서 일 봐.”남하준이 재촉하자 류청은 목례를 하고 몸을 돌렸고 남하준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침착하게 기다렸다.10분 후, 정안과 지윤이 기숙사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남하준을 본 순간, 정안은 어리둥절해서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고 서글프고 긴장된 기색이 보였다.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정안이 천천히 걸어갔고 지윤이 캐리어를 끌고 바로 차량으로 향해 트렁크에 넣었다.“하준 오빠.”정안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이 남자만 보게 되면, 이 남자의 앞에만 서게 되면 정안은 늘 소녀의 여리고 수줍은 면모가 드러났다.목소리마저 왠지 더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남하준은 따뜻한 시선으로 물었다.“안성으로 돌아가?”정안은 눈을 늘어뜨리고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살며시 쥐었다.“네.”“나도 마침 돌아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좀 태워줘.”정안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고 남하준은 싱긋 웃었다.“다들 바빠서 나 데려다줄 시간 없어.”“오빠 운전해서 가면 되잖아요?”정안은 긴장하며 말했지만 말하고 나니

Latest chapter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9화

    이다은은 컴퓨터를 켜고 쇼핑몰 관리자 페이지에 로그인했지만, 거래 완료된 주문은 하나도 없고 답장하지 못한 문의 메시지만 가득한 화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답답한 마음으로 하나씩 정성껏 답장을 보냈지만, 새로운 손님은커녕 추가 메시지도 오지 않는 적막한 화면에 멍하니 시선을 두다가 결국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새로 띄운 화면에는 빽빽한 코드와 무인 로켓의 데이터 구조가 가득 떠 있었다.이다은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마를 짚으며 깊은 고민에 빠진 끝에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코드를 작성하고 저녁을 먹은 뒤에도 세 시간이나 작업에 매달렸다.밤늦게 작업을 마치고 파일을 보냈지만, 그녀가 손에 쥔 돈은 고작 60만 원에 불과했다.‘학력이 없으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값싼 노동자로만 보이는구나...’그녀는 가끔 이 모든 걸 버리고 싶을 만큼 깊은 절망에 빠지곤 했다. 컴퓨터를 끄고 스트레칭을 하며 욕실로 들어가면서도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한때 그녀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운명이 바뀔 거라 믿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M국 항공우주대학교 합격 통지서가 도용되면서 그녀는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 일은 그녀의 꿈과 미래를 부숴버렸고 지금까지 체념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다음 날 아침, 약속대로 남우영과 두 번째 만남을 가진 이다은은 드디어 손에 혼인관계증명서를 쥐게 되었다.남우영이라는 잘생긴 남편이 생겼지만 그녀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녀에게 결혼은 그저 누구와 하든 큰 차이가 없는 일이었다.‘결혼이란 건 결국 평생 팀플할 팀원을 고르는 거지. 게다가 부모님 잔소리에서도 해방될 수 있게 됐으니, 이보다 완벽한 일거양득이 어딨어?’구청을 나서며 혼인관계증명서를 내려다보던 이다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남우 씨, 근데 왜 이름이 남우영으로 되어있어요? 남우 아니었어요?”남우영은 순간 표정이 굳더니 억지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주민등록증엔 남우영으로 되어있어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남우라고 불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8화

    이다은은 남우영이 타고 온 차를 보더니 그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렇게 조수석 문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는 그녀를 본 남우영이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다은 씨, 왜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이다은은 차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몇억은 하는 차 아닌가요? 잘못 긁거나 고장 내면 저희 둘 다 감당 못 해요.”남우영은 잠시 그녀를 보며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고 타요. 제가 조심해서 안전운전 할게요.”이다은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차가 도로를 달리자, 이다은은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었고, 한 시간이 지나 낡고 오래된 구도심의 허름한 건물 앞에 차가 멈췄다.이다은은 차에서 내린 뒤 남우영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일 구청에서 봬요.”남우영도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낡고 허름한 건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며 답답한 마음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다은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의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8층 꼭대기 층에 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캐릭터 탈을 구석에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하아... 오늘도 정말 너무 많이 뛰어다녔네.”그때 옥상에서 세탁물을 한가득 담은 빨래 바구니를 들고 다리를 저는 그녀의 아버지, 이적이 내려왔다.“다은아, 이제 퇴근해서 온 거야?”이다은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 빨래 바구니를 받아들며 말했다.“아빠, 제가 할게요.”이적은 바구니를 건네고 천천히 거실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이다은이 빨래를 하나씩 꺼내 정성스럽게 개기 시작하자, 이적도 옆에 앉아 빨래를 개며 무심히 물었다.“다은아, 요즘엔 선 봤던 남자 안 만났어?”이다은은 빨래를 개던 손을 멈추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빠, 저 결혼하려고요.”이적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7화

    이다은은 눈웃음을 지으며 기쁨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그동안 선을 보면서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집안 형편이 가난하다느니, 학력이 부족하다느니, 성격이 유치하다느니 하며 그녀의 단점을 들춰내기 바빴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그것도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인정해 주다니... 집이 가난한 건 서로 똑같으니까 오히려 잘된 거야. 적어도 누가 누구를 나무랄 일은 없으니까.’더군다나 이다은의 이모는 이미 그의 고향으로 시집가 그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까탈스러운 이모가 그를 성실하고 착하며 남편감으로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이다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목소리가 낮아졌다.“저도 남우 씨가 맘에 들어요. 우리 그냥 내일 혼인 신고하러 가요.”남우영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 되물었다.“혼인 신고요? 오늘 선보고 내일 바로 혼인 신고요? 그래도 시간을 두고 서로 좀 더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이다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어차피 부부로 살아가는 건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적당히 맞춰 가면서 살다 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남우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살짝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그건 그렇지만...”이다은은 남우영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물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싶으시다면 저도 받아들일게요. 다만... 이모에게서 남우 씨 아버님이 암 투병 중이셨다가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남우 씨의 결혼 문제로 걱정을 많이 하신다면서요? 그래서 저는 남우 씨가 저보다 더 급하신 줄 알았거든요.”남우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우리 혼인 신고합시다.”이다은은 엄청나게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오래된 숙제를 끝낸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필요한 서류 챙겨서 내일 아침 일찍 구청 앞에서 만나요.”남우영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6화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이다은은 여전히 개구리 캐릭터 탈을 품에 안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남자를 발견했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남우영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이다은은 그를 단순히 맞선남 ‘남우 씨’로만 알고 있었다.남우영은 이다은을 애타게 찾는 듯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이 마주친 순간 성큼성큼 다가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작은 개구리 탈 하나 제작하는 데 도대체 얼마나 드는데요?”“만... 만원이요.”이다은이 대답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러면 고작 만원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거예요?”다소 황당하다는 어투가 담긴 질문에 이다은의 표정이 굳어졌고 목소리에는 살짝 짜증이 묻어났다.“마치 고작 몇 푼 때문에 생고생이라도 했다는 식으로 얘기하시네요?”“돈 문제가 아니라면... 그럼 뭐때문에 이렇게 고생하셨단 거죠?”남자가 당황한 듯 다시 묻자, 이다은은 코웃음치며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잘생긴 얼굴이 다는 아니라니까!’조금 언짢았지만 이다은은 최대한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고작 만원이 아니에요. 오천 원은 저에게 이틀 치 밥값이기도 하고요. 새벽부터 일어나 두 시간 걸려 도매시장까지 가서 어렵게 가져온 개구리 캐릭터들이에요. 제가 하나하나 기대를 담아 준비한 거라고요. 심지어 단속 공무원들 피해 가며 골목에서 한 시간이나 도망쳤는데 그걸 훔쳐 간 사람이 결국 ‘할머니의 모습’을 한 도둑이었다는 거죠. 제가 그걸 되찾으려고 한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세요?”남우영은 이다은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개구리 캐릭터 탈을 내려놓고 자기 지갑에서 현금을 몽땅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 정도면 오늘 손해 본 건 다 메꿀 수 있겠죠?”그는 이다은이 더 이상 속상해하지 않길 바랐다. 이런 일로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피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오늘 소개팅을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이다은은 그의 손에 들린 현금다발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남우영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5화

    안성의 6월은 날씨가 무더웠다.뜨거운 태양 아래, 거리에 행인이 거의 없었다.왕개구리 인형 옷을 입은 한 여자가 커피숍 앞으로 다급하게 다가왔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수십 개의 개구리 ‘자식’들을 구석에 놓고 무거운 개구리‘머리'를 벗고는 땀에 젖은 예쁜 얼굴을 드러냈다. 간판을 올려다보고 큰 눈을 깜빡이며 다급하게 말했다.“아마 여기가 맞을 거야!”개구리 머리를 안고 카페에 들어가 두리번거렸는데 젊은 남자는 한 명뿐이었다.멀리서 보니 얼굴도 아주 잘생겼고 분위기도 우아했다.‘오늘 남자는 좀 괜찮은데? 어쩐지 엄마가 이번에 결혼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경고하더라니.’여자는 헐레벌떡 걸어 들어가 남자 앞에 앉은 후 매우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일 때문에 방금 도시 관리인에게 쫓기다가 길을 잃었어요. 반 시간이나 늦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소리를 들은 남우영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앉아 있는 반인 반개구리를 보는 순간 멍해졌고 눈 밑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놀라움이 언뜻 스쳤다.정장 차림의 남자는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의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그녀는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애써 웃으며 설명했다.“아.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남자가 덤덤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다은.”이다은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반응하고 말했다.“맞아요. 전 이다은이에요. 저희 이모가 말해줬나 보네요. 그래도 예의상 자기 소개를 더 자세히 해야겠어요.”남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이다은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제 이모가 당신을 소개해줬어요. 저는 전문대 졸업에 올해 26살이고 프리랜서 창업자예요. 연애 경험 제로, 적금 제로, 나쁜 습관도 없고 취미도 없지만 꿈은 있어요.”남우영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물었다.“꿈이 뭐죠?”이다은은 개구리 손을 덥석 움켜쥐며 흥분해서 말했다.“제 꿈은 달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4화

    너무 비정상이었다.그때 남서연과 백건이 다가왔다.세 사람은 사사로운 일을 제쳐두고 백건과 남서연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그들은 덕담도 나누고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흐름이 남우영에게 흘러갔다.“그러고 보니 우리 집안 애들은 전부 결혼했네. 이제 서연이까지 결혼했으니 우영이만 혼자야. 아내는 고사하고 여자친구도 없어.”“엄마, 내 위에 있는 사촌 형들 전부 서른이 넘었어요. 결혼하는 게 정상 아니에요?”“서연이는 너보다 어린 데도 이미 결혼했어!”남하준이 나서서 말렸다.“조금만 더 기다려. 서두르지 말고 서른이 넘으면 다시 말해. 안 되면 마흔에 해도 되고. 혹시 알아? 오십에 할 수도 있잖아. 아직 몇십 년 더 남았어.”남우영은 어두워진 얼굴로 덤덤하게 웃었다.“아빠는 위로를 참 잘해요.”백건은 정안과 남하준의 걱정을 이해하고 위로했다.“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우영이는 확실히 여자를 좋아해요. 얘가 어릴 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우영이 갑자기 달려들어 한 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 어깨동무를 한 채 옆으로 질질 끌고 갔다.“삼촌, 내가 할 말이 있어요.”정안은 긴장하더니 흥분해서 앞으로 다가갔다.“어릴 때 뭐? 야! 가지 마. 똑바로 말하고 가!”남우영은 백건을 꼭 감싸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삼촌이 헛소리하는 거예요.”“분명 뭔가 있네.”남하준이 엷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우영에게 비밀이 있네요.”남서연이 목소리를 낮추고 장난스레 중얼거렸다.“작은 아빠, 작은 엄마, 집에 가서 제가 우영 오빠의 비밀을 알아낼게요.”정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 서연이 네가 돌아가서 꼭 물어봐.”남서연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성대한 결혼식은 이틀 동안 거행되었다.첫째 날의 주제는 결혼식이었고 둘째 날의 주제는 여행이었다.그리고 이 섬은 백건이 사들여 남서연에게 선물했고 스위트 아일랜드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3화

    “그래. 더 이상 의미가 없지.”“두 사람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야? 난 왜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백건은 부드럽게 웃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넌 알 필요 없어. 가자. 부모님이랑 한잔해.”“그래요.”남서연은 주스를 챙기고 진우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서윤아와 백정우를 향해 걸어갔다.진우석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젖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서윤아는 휠체어에 앉아 적당한 우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백건과 남서연이 다가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아버님, 어머님, 저희가 한잔 올릴게요.”서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남서연을 보았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눈빛이지만 그런 사랑은 단순한 사랑이지 그녀를 향한 인정은 아니었다.그녀는 마음속 깊이 여전히 남서연의 능력이 그의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다만 그녀의 편견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아무도 마음에 두지 않았으며 그들 부부의 애정 전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백정우는 크게 기뻐하며 격앙되어 잔을 들며 끊임없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요점은 아이를 빨리 낳으라는 것이었다.남서연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백건은 이미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입술을 오므리고 몰래 남서연을 바라보며 꿀을 먹은 듯 달콤했다.비밀을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하지만, 그의 어린 아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게 했다.3개월 후, 태아가 안정되면 모두에게 공개하려 했다.그리고 그녀의 체질도 대단해서 임신 증상이 전혀 없었다. 평소처럼 먹고 자고 출근하고, 어지럽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고, 입덧도 하지 않았다.멀지 않은 곳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남하준, 정안 그리고 그들의 아들 남우영.언뜻 보면 그들은 또래처럼 생겼는데 절대 남우영이 성숙하게 생긴 것이 아니라 그의 부모가 선천적으로 미모를 타고났고 또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젊어 보이는 것이었다.한 명은 늠름한 국방 장군이고, 한 명은 꽃 같은 미모의 화학자이고, 남우영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2화

    반년 후.남하준은 국경에서 안성으로 돌아왔다.정안과 반년 동안 떨어져 살면서 그는 그녀에게 언제 국경으로 돌아가냐고, 언제 실험실로 돌아가냐고 수없이 물었다. 비록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정안의 옆에 붙어 있으려 했다.그때마다 정안은 이렇게 대답했다.“난 안성에 남아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요.”무슨 중요한 일인지 정안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그리고 남하준은 마침내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정안은 묵은 원한과 새로운 원한을 함께 복수하고 있었다.유미의 남편은 횡령으로 고발돼 조사를 받다가 낙마했다.유미는 해외에서 남서연의 납치를 지시한 혐의와 직책 뇌물수수 혐의도 함께 추가되어 체포됐다.부부가 나란히 쇠고랑을 차고 감옥에 들어갔다.반년 동안 걷지도 못한 서윤아도 이 일을 알고 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승아를 집에 데려오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그들 가족의 기업에 누를 끼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또 한 가지 큰일이 있었다.바로 백건과 남서연의 성대한 결혼식이었다.갑부의 결혼식은 M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서 진행되었다. 십여 대의 비행기가 몇 번이고 낭만적인 섬으로 향했다.하늘과 바다가 일색이 되어 단조롭던 해변이 낭만적인 꽃바다로 변하고, 땅에 꽃잎이 깔리고, 수천만 개의 현장 장식이 있고, 가장 호화로운 음식과 술이 있었다.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서연도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장을 보게 되었다. 공기조차 꽃향기로 변했고 시선이 닿는 곳마다 로맨틱함이 가득했다.남서연은 수억 원짜리 웨딩드레스에 수십억 원짜리 주얼리를 착용한 채 멋지게 차려입은 백건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카펫을 밟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결혼식 무대 중앙으로 다가갔다.하객석은 꽉 찼고 모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남서연은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달콤한 미소로 하객석의 부모님과 큰아버지들, 큰어머니들, 그리고 그녀를 20년 넘게 애지중지한 사촌 형제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신이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1화

    “백정우, 방금 뭐라 그랬어? 내가 소란을 피워?”서윤아가 울부짖자 핸드폰 저쪽에서 통화를 뚝 끊어버렸다.서윤아는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냅다 던져 박살 냈다.그래도 그녀의 마음은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아들과 남편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고, 심지어 자기 딸과 외손자까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했다.백건과 남서연을 이어주려고 주변의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녀와 점점 멀어진다고 느꼈다.유승아는 바닥에 부서진 휴대전화 두 대를 주워들고 그녀 곁에 다가와 앉으며 부드럽게 달랬다.“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러다 몸 상해요. 건이 결혼 문제는 천천히 해결하세요.”“승아야,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서윤아가 긴장하며 묻자 유승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때 정안이 성큼성큼 병실로 들어오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이제 아무 방법도 쓸모 없어요.”병실 안의 두 사람은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정안은 우아하게 걸어 들어와 보온 상자를 손에 들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건이는 이미 재산의 절반을 서연에게 주겠다고 공증을 끝냈어요. 이혼하면 가족 기업 전체가 흔들릴 거예요.”권력과 재산을 중시하는 서윤아는 고함을 질렀다.“누가 허락했어? 이 자식이 감히 반역을 저질러!”서윤아는 일어나지 못했지만 포악한 기세가 너무 강렬해 침대에서 벌벌 떨 정도였다.정안은 이제 그녀의 어머니를 걱정하지 않았다. 유일한 걱정은 유승아가 계속 파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도시락을 내려놓은 정안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유승아를 마주 보며 비꼬듯 말했다.“승아는 참 끈질긴 애구나. 건이는 이미 서연이와 결혼했으니 너도 이제 정신 차리고 적당한 선을 지켜. 더 이상 건이에게 환상을 품지 마.”유승아가 황급히 설명했다.“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와 건이는...”정안이 차갑게 웃었다.“오해인지 아닌지는 네가 누구보다 잘 알겠지. 거짓 해명은 필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