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1088 챕터

제311화

남하준은 침착하고 느긋하게 말했다.“교수님, 편히 말씀하시죠.”“공기 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이 응축수는 많은 양의 청유액이 필요합니다.”이 말이 나오자 남하준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수군수군 토론하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 청유액이 어디 있어?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잖아.”“그러게 말이야. 수십억 원으로 겨우 100g을 샀으니 한 근에 수백억 원은 하겠지.”“너무 많은 양이 필요하다면 이건 현실적이지 않아.”남하준은 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청유액이 얼마나 필요하죠?”“적어도 100근은 필요합니다.”그러자 군전 그룹의 한 구매부장이 일어나 경악했다.“100근이요? 그럼 8조 원이 넘는 금액인데 우린 그렇게 많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어요. 지금 장난하십니까?”유미가 차갑게 웃더니 조롱하듯 말했다.“그럼 서다인 씨가 제기한 방안은 불가능한 거네요?”유주헌이 다급하게 말했다.“장군님, 십수만 명의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 공기 정화가 시급합니다. 만약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효과도 떨어져요.”“청유액 말고 대체할만한 다른 성분이 있을까요?”남하준이 묻자 유주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국가에서는 이미 2조 원을 보내왔습니다. 재난 구조와 의료 구조 지출 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턱없이 부족해요. 이 방법은 안 돼요.”유주헌은 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나라에 가격을 흥정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그때 유미가 입을 열었다.“유 교수님, 청유액이 뭐 시장에서 파는 물건인 줄 알아요?”유주헌은 마치 개미가 솥에 올라탄 듯 안절부절못하며 허벅지를 툭툭 치더니 마지못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바로 그때, 정안이 지윤을 데리고 들어왔고 유주헌은 마치 구원자를 만난 표정이었다.“서다인 씨, 마침 잘 오셨어요. 어서 장군님께 말씀드려보세요.”그녀는 손에 방금 인쇄한 자료 뭉치를 들고 남하준에게 건네주었다.남하준은 흠칫 놀라더니 찡그
더 보기

제312화

“설마 진짜 훔친 거예요?”지윤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정안에게 돌아섰다.“내가 말했잖아요. 도와줄 가치가 전혀 없다고. 이제 어떡해요? 훔쳤다는 누명까지 썼잖아요.”정안은 여유롭게 지윤이 들고 있던 자료를 들고 남하준 앞으로 다가왔다.“하준 오빠, 비밀 잘 지켜줘요.”남하준은 뜨거운 눈으로 가볍게 말했다.“그래. 바로 준비할게.”말을 마친 남하준은 직접 도면을 가지고 무기공장으로 달려갔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을 장군님께서는 우리와 상의하지도 않고 저 여자 말만 듣는 건가요?”“대체 어디서 굴러온 인물인지 모르겠네요.”“장군님 전처라네요.”“하는 일은 뭔데요?”“무직이요.”“네? 일개 가정주부가 청유액 기기를 다뤄요? 게다가 자체 제조까지? 우리나라는 이 기술을 10년 동안 연구했지만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그러게 말이에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죠.”잡다한 소리가 정안의 귀에 어렴풋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가 돌아설 때, 유미가 소리쳤다.“서다인 씨, 그 도면 어디서 났어요? 지금 하준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진짜 성공할 자신이라도 있는 건가요?”정안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그 결과는 내일 점심에 확인시켜드리죠. 좀 기다려보세요.”유미는 차가운 얼굴로 정안의 앞에 다가와 엄숙한 눈빛으로 말했다.“경고하는데 감히 남의 나라 도면과 기술을 훔쳐 양국 간의 전쟁을 일으킨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아요!”정안은 느긋하게 대답했다.“유 부장님께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인터넷에 한 번 검색해보세요. 이 기기와 기술은 어느 나라에서도 특허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요. 아는 사람이 만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만드는 거죠.”유미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정안을 노려보며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 했다.정안은 그녀가 남하준이 안 좋은 일에 연루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더 보기

제313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깜짝 놀랐다.한 달 넘게 걸릴 환경 문제를 정안과 전문팀의 끈질긴 노력으로 5일 만에 완전히 해결했으니 말이다.M국 일부 국제 기자들이 군전 그룹에 취재하러 왔다.그룹은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한 명의 대표 인물만 파견했다.반면 군전 그룹, 기술 부서와 화학 과학 연구 부서의 사람들은 모두 정안을 가장 숭배하는 우상으로 여겼다.매번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을 때마다 정안은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다양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신상정보와 과거 이력에 관한 것만 빼고 정안은 전부 대답해줬다.그리하여 더 많은 과학자들은 보기에는 귀엽고 가냘픈 여자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해박한 지식과 강한 전문성을 갖고 있었고 젊은 나이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 든 교수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사무실 안, 류청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면서 말했다.“도련님.”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던 남하준의 표정이 굳어졌다.“뭐야?”“도련님, 백완자는 확실히 Z국인이고 국방대학교 화학과를 전공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었어요. 너무 이상해요.”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남하준은 피곤이 가득했다.“그래.”“지금 모든 교수가 서다인 씨가 절대 평범하지 않은 희귀한 보물이라면서 저희 그룹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남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랑 이혼하면서 한 푼도 받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M국 갑부지만 재산을 상속받을 생각도 없는 사람이고. 이렇게 돈에 대한 욕망이 없는 여자를 내가 무슨 수로 묶어두겠어?”류청은 생각에 잠기더니 또 입을 열었다.“그리고 하나 더 새로운 발견이 있어요.”“뭔데?”“군사 무기 팀 엔지니어가 다인 씨가 도면을 볼 줄 안다고 했어요. 심지어 자동 핸드휠의 결함까지 지적하며 개선 의견을 냈다고 했어요. 다인 씨 의견대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은 기존 목표치를 초과했고 검측 정확도도 아주 높다고 하더군요.”남하준은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한 눈동자에
더 보기

제314화

남하준은 류청을 데리고 기숙사 건물을 나왔다.허허벌판 길가에 서서 남하준은 걸음을 멈추고 침울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다가 서글퍼졌다. 류청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도련님, 왜 들어가 직접 물어보지 않으세요?”“뭘 물어봐?”“대체 어떤 신분인지 물어봐야죠. 방금 들으셨잖아요? Z국의 화학자이고 이미 15년 계약을 맺었다고요.”남하준은 씁쓸하게 웃더니 류청을 돌아보는 눈빛은 어둡고 침울했다.“국가가 한 과학자와 장기 계약을 맺는다는 건 뭘 의미하는지 알아?”류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남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들은 말은 절대 비밀이야.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 돼.”“네, 알겠습니다.”류청은 정안이 대체 어떤 과학자이기에 이렇게 신비로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남하준은 기숙사 건물 쪽을 돌아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정호랑 여기 남아서 뒷수습하고 있어. 난 먼저 안성으로 돌아간다.”“네!”“가서 일 봐.”남하준이 재촉하자 류청은 목례를 하고 몸을 돌렸고 남하준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침착하게 기다렸다.10분 후, 정안과 지윤이 기숙사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남하준을 본 순간, 정안은 어리둥절해서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고 서글프고 긴장된 기색이 보였다.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정안이 천천히 걸어갔고 지윤이 캐리어를 끌고 바로 차량으로 향해 트렁크에 넣었다.“하준 오빠.”정안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이 남자만 보게 되면, 이 남자의 앞에만 서게 되면 정안은 늘 소녀의 여리고 수줍은 면모가 드러났다.목소리마저 왠지 더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남하준은 따뜻한 시선으로 물었다.“안성으로 돌아가?”정안은 눈을 늘어뜨리고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살며시 쥐었다.“네.”“나도 마침 돌아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좀 태워줘.”정안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고 남하준은 싱긋 웃었다.“다들 바빠서 나 데려다줄 시간 없어.”“오빠 운전해서 가면 되잖아요?”정안은 긴장하며 말했지만 말하고 나니
더 보기

제315화

유미는 그녀를 싫어하지만 백하린처럼 나쁘지도 않고 그녀와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이 정도도 도와주지 않는 건 몰인정했다.“그래요. 타세요.”정안이 부드럽게 말하자 지윤이 트렁크를 열었다.짐을 놓고 차에 오른 유미는 기분이 조금 들뜬 것 같았다.“하준아. 너도 있었네?”유미가 다정하게 인사했고 남하준이 덤덤하게 답했다.“응.”차량은 군전 그룹을 떠나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고, 넓은 도로 양쪽에는 끝없는 육지 초원이 펼쳐져 있고, 기복이 심한 언덕이 있어 풍경이 아름다웠다.정안은 하늘의 아름다운 경치를 내다보며 서글퍼졌다.뒷좌석의 유미는 국가 대사에서 민간 대사에 이르기까지, 실험 실패에서 재해 후 복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야기했고 남하준은 간간이 대꾸했다.“다인 씨에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는 줄 몰랐잖아!”유미는 갑자기 정안을 언급하더니 호기심에 물었다.“다인 씨 전에 무슨 일 했었어요?”정안은 뜨끔하더니 입을 열었다.“직장 경험은 없어요. 대학교 때 화학을 전공해서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에요.”유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청유액을 생산하는 기기를 자체 제작하고 또 청유액을 제작하는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군전 그룹의 과학자들도 전부 다인 씨를 칭찬하고 숭배하고 존경하던데요? 요 며칠 동안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다인 씨 얘기에요.”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을 잇지 않았고 유미는 아무런 미끼도 잡지 못하자 말머리를 돌렸다.“하준아.”그녀의 목소리가 금세 부드러워졌다.남하준은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왜?”“몇 년 전에 우리 야전훈련에 참여했던 거 기억나?”유미는 감개무량해서 말을 이었다.“그때 내가 발을 다쳐서 걸을 수 없었잖아. 그런데 네가 죽어도 나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다며 나 업고 무려 20km를 걸었지. 네가 임무에 실패하더라도 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거야.”남하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어떤 전우라도 그는 그렇게 했을 것인데 그녀가 왜 이 일을 언급하
더 보기

제316화

정안이 백미러로 남하준을 보니 그는 지금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시큰둥하고 화가 났지만 가장 많이 화가 난 것은 남하준의 태도였다.예전에 그녀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그녀를 10년 넘게 짝사랑했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그녀에게 거절당한 후 복수라도 하는 걸까?유미는 여전히 남하준에게 지난 일들을 쉴 새 없이 속닥거리고 있었다.“나 생일날에 하준이가 직접 국수를 삶아 줬는데 글쎄 전혀 끊어지지 않고 국수 한 줄이 한 그릇이었다니까요. 얼마나 고마웠는지.”정안은 화가 나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미소 지으며 남하준을 향해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말했다.“하준 오빠.”남하준은 살짝 넋을 잃고 눈을 뜨고 그녀를 마주 보더니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응?”유미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엄숙한 시선은 정안과 남하준을 바라보며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나도 오빠가 해준 국수 먹고 싶어요. 나도 한번 해줘요.”남하준은 입술을 실룩였다.“그래.”“언제 시간 돼요?”남하준의 눈에는 따듯함이 가득했고 봄바람이 비를 녹이는 듯 부드럽고 섬세한 목소리로 말했다.“국수 한 그릇이야 뭐. 너만 시간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지.”“그럼 오늘 밤 어때요?”“좋아.”“나도 안 끊어지는 국수 먹고 싶어요.”정안이 시무룩하게 말하자 남하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알겠어.”지윤은 씩 웃었고 유미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안색이 어두워지고 두 손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차량은 세 시간 동안 달려 휴게소에 멈춰서 휴식을 취했다.정안은 가게에 들어가 간판 음식을 올려다보며 무엇을 먹을지 망설였다.그때 유미의 나긋한 말투가 들려왔다.“하준아, 나 소고기면 먹고 싶은데 양이 너무 많아.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거든. 나랑 나눠 먹자.”정안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같은 가격으로 소자로 달라고 해.”유미는 어깨로 그의 팔을 툭 쳤다.“바보야. 그럼
더 보기

제317화

유미가 작은 그릇을 가져와 남하준과 소고기면을 나눌 때 정안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지윤을 밀쳤다.“나랑 자리 바꿔.”남하준은 눈빛이 흐려지고 허탈한 시선이 정안의 모습을 따라가며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지켜봤다.정안은 그에게서 좀 더 멀리 떨어졌다.치킨을 시킨 지윤은 정안이 준 매실 주스를 보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언니, 차라리 콜라를 주지 웬 매실 주스에요?”정안은 말없이 뚜껑을 열고 고개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맛있네. 네 치킨이랑 잘 어울리겠어.”주스를 내려놓고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먹기 시작했다.유미는 국수를 좀 덜고 나머지는 남하준에게 밀었다.“하준아, 먹어.”남하준은 자신의 그릇에는 소고기가 가득하고 유미의 작은 그릇에는 맑은 국수가 조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유미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그녀가 소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았지만 오늘은 좀 이상했다.그는 자신의 면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고기도 먹어.”유미는 고개를 젓고 침을 흘리며 그의 그릇에 담긴 소고기 응시했다.“너 요즘 힘들어서 살이 빠진 것 같은데 네가 많이 먹어. 난 안 먹어도 돼.”남하준이 그녀의 표정을 보니 분명 먹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기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고 유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역시 나 챙겨주는 건 하준이밖에 없다니까.”정안은 입에 들어간 쌀국수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목구멍을 베고 막는 것 같았다.치킨을 베어 문 지윤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둘이 왜 한 그릇 먹어요? 돈 없어요?”유미가 설명했다.“나 다이어트해서 많이 못 먹어요.”“그럼 소자로 시키면 되잖아요. 그렇게 가져가면 도련님도 배불리 못 드시잖아요?”유미는 애꿎은 얼굴로 남하준에게 물었다.“하준아, 너 모자라?”“괜찮아.”지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생각에 잠긴 듯 유미를 바라보다가 다시 남하준을 보았다.그는 성격이 강직하니 나쁜 마음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여우 같은 행동을 왜
더 보기

제318화

차량이 도로 옆에 멈춰 섰고 남하준은 유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세우고는 차에서 내려 지윤과 위치를 바꿨다.지윤은 뒤에 앉아 안전벨트를 당겨 매고 고개를 돌려 자는 척하는 유미를 보았다.‘생긴 것도 멀쩡하고 번듯한 직장 다니는 거 보면 나쁜 여자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여우야? 에휴. 대쪽같은 도련님이 이걸 알 리가 있겠냐고. 어쩐지 언니 기분이 안 좋더라니!’지윤은 코웃음을 치고는 창문을 내리고 창가에 엎드려 길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차량이 넓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정안은 서서히 자세를 가다듬고 몸이 바짝 조이며 앞길을 바라보니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잠시 후 유미는 눈을 뜨고 찡그린 얼굴로 운전석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다시 눈을 감은 채 자는 척했다.안성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차량이 금원 입구에 주차되었고 바로 맞은편이 유미의 집이었다.유미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려 떠났고 남하준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국수 먹을래?”그 말을 들은 지윤은 얼른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눈치껏 길가에 서서 기다렸다.정안은 갈등에 쌓여 그를 볼 용기조차 없었다.그녀는 먹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아닌 것 같았다.그렇게 큰일이 생겼으니 남하준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고 매우 바쁠 것이다.“다음에요.”정안이 자신 없게 중얼거렸다.그녀의 인사치레 말에 남하준은 허탈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는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다음에 언제?”정안은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남하준은 묵묵히 기다렸다.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그의 뜨거운 마음이 조금씩 식어갔고 결국 그녀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그녀의 말 한마디라면 국수가 아니라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것이다.하지만 정안은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그녀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란 생각에 그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고 심지어 숨을 쉴
더 보기

제319화

정안은 심호흡을 하고 속으로 최면을 걸었다.‘그래. 내 할머니야. 할머니는 지금 나쁜 여자에게 속았을 뿐이야. 할머니 탓하지 말자.’백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여은수를 죽어라 노려보았다.“너...”집안의 늑대 두 마리에게 잡아먹혀 죽기 전에 조만간 이 어리석은 노파에 의해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어쩐지 손녀가 할머니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더라니. 이렇게 멍청한데 어떻게 말해줄까?여은수는 정안을 가리키며 경고했다.“이 영감이든 내 아들이든 절대 헛된 생각 품지 마. 당신 같은 여자를 우리 집에 들인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참고 있으니까.”정안은 어쩔 수 없이 웃었다.“할머니. 진정하세요.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어서 식사하세요.”여은수는 코웃음을 치더니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었다.백하린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안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야, 너 진짜 하준 오빠랑 깨끗이 끝난 거 맞아?”“깨끗하게 정리했어.” “근데 왜 오빠가 나랑 결혼을 약속했다가 다시 마음을 바꾼 건데? 너 때문이 아니면 뭐겠어?”지윤은 밥 먹으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중얼거렸다.“돈 많은 것 빼면 시체잖아. 도련님이 눈이 먼 것도 아니고 왜 너랑 결혼하겠냐고.”이 말이 나오자 백하린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숟가락을 들고 지윤을 내리쳤다.순간 지윤은 홱 피하더니 던져진 숟가락을 쉽게 피했다.그녀의 민첩한 반응과 솜씨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지윤이 밥상을 탁 치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백하린을 치려고 하자, 백하린은 그녀의 기세에 지레 겁을 먹었다.정안이 그만하라는 식으로 지윤의 손을 꾹 눌렀다.여태 한마디도 없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백인호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정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정안은 백인호가 자신에 대한 의심을 느낄 수 있었다.그때 백진이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밥상 앞에서 소란 그만 피우고 다들 밥 먹어.”아슬아슬한 저녁 식사가 가까스로 끝이 났고 밤이 깊어 조용한 밤이 되었다.지윤은 어둠
더 보기

제320화

“그럼 더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응.”“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요. 백하린이 도련님께 덫을 놓으려고 해요.”“무슨 덫?”“두 달 안에 도련님께 시집가고 심지어 임신할 생각이에요.”정안은 움찔했고 눈에는 분노로 가득했다.“혼전임신을 계획하려나 봐요. 아마 조만간 도련님께 약을 먹이고 강제로...”정안은 긴장하며 심호흡을 하더니 시트를 잡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하준 오빠 백하린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야. 그렇게 쉽게 오빠에게 접근할 수 없을 거야.”“하지만 언니 할머니에게도 경계심이 강한 건 아니잖아요. 자기 부하나 집안의 도우미 심지어 도련님 가족분들에게 손을 쓸 수도 있잖아요.”지윤이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백하린은 차고 넘치는 게 돈인데 사람을 매수하는 건 일도 아니죠. 지금으로선 어떤 수단을 쓰는지 모르지만 약을 타려는 게 틀림없어요.”정안은 생각할수록 더욱 불안했다.“언니, 어서 도련님께 전화해서 조심하라고 말하세요.”정안이 긴장해서 물었다.“오빠가 신도 아니고 주위 사람이 누가 포섭됐는지 어떻게 알겠어?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경계하며 아무도 안 만날 수는 없잖아?”“그럼 어떡해요?”지윤은 종아리를 세우고 두 손으로 뺨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정안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지윤아, 네가 오빠 곁에 가서 24시간 밀착 경호하면 안 될까?”충격을 받은 지윤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고 불쾌하게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언니! 나 여자예요! 어떻게 남자를 24시간 밀착 경호해요? 게다가 내가 원한다고 해도 도련님이 원하지 않죠!”“그럼 어떡하지?”정안은 급해서 시트를 두드리며 마음이 착잡했다.“도련님 옆에 믿음직한 부하 두 명 있잖아요?”정안은 분노한 듯 이를 악물고 물었다.“만약 백하린이 포섭한 사람이 그 두 사람이라면?”지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럼 도련님은 무조건 백하린의 손에 놀아나는 거죠.”정안은 급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벌게진 눈으로 침대에
더 보기
이전
1
...
3031323334
...
109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