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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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서유는 심장이 쫄깃하더니 서서히 눈꺼풀을 늘어뜨렸다. 고아가 어떤 신분 배경이 있단 말인가...이태석은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조사해보니 자네는 고아로 자랐더군. 후에 언니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한낱 디자이너 출신이 어떻게 내 손자와 어울릴 수 있겠나?”신분을 놓고 본다면 그녀는 확실히 이승하에 어울리지 않았다.“디자이너일 뿐이지만 제 언니는 자신의 분야에서 꽤 뛰어난 성과를 거뒀어요.”그녀의 출신을 뭐라 하는 건 괜찮지만 자신의 언니가 비웃음 받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이태석은 일개 디자이너를 경멸하지만 서유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강조했다.“자네도 말했듯이 그건 자네 언니가 일군 성과네. 자네랑 아무 상관 없는.”그의 뜻은 서유 언니의 성과가 곧 서유의 성과가 아니란 뜻이다. 이 점은 그녀도 동의하는 바였다.하지만 이태석은 서유의 뜻을 오해했다. 서유는 그저 자기 언니를 위해 한마디 했을 뿐이다.서유가 입을 열어 설명하려 했지만 이태석은 첫 번째 문제를 뛰어넘어 두 번째 손가락을 들었다.“두 번째 문제, 자네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나?”이 문제는 서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직격 되어 그녀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말문이 막힌 그녀를 본 이태석이 대신 대답했다.“서울대도 못 가고 보통 대학을 졸업했더군. 내 손자는 어린 나이에 하버드대에 입학했어. 그런 자네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서유의 손톱은 손바닥에 깊이 박혔다. 지금의 그녀는 이태석의 카리스마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인해 깊은 자괴감에 빠졌기 때문이다.그녀의 묵묵부답에 이태석은 오히려 온화하고 점잖은 표정을 지었다.“서유 양, 우리 집안에 시집오는 여자들은 모두 명문가에서 태어났어. 그런데 자네의 신분은 보통 집안이라고 할 수도 없어.”“내가 보통 집안을 경멸하는 것은 아니네. 만약 자네의 노력으로 높은 학벌을 얻었다면 인정할 수 있어. 적어도 우리 가문의 자손들이 좋은 유전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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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이승하의 보름이 넘는 보살핌 덕에 겨우 혈색을 되찾은 서유의 얼굴색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몸을 떨더니 발을 헛디뎌 뒤로 물러섰고 하얀 손가락은 더욱 통제 불능이 되어 아랫배를 어루만졌다.그녀와 이승하는 며칠 동안, 몇 번이나 계속 잠자리를 가졌지만 배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정말 그녀는 생육 능력을 잃었을까?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을 때, 이태석이 덤덤하게 귀띔했다.“우리 가문의 권력은 반드시 자손이 물려받아야 하네. 그런데 자네는 아이도 낳을 수 없으면서 어찌 감히 우리 가문에 발을 들이겠다는 건가?”이씨 가문에서 출신과 학력도 보잘것없는 데다 아이까지 못 낳는 여자를 며느리로 들였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큰 비웃음을 살 것이다.이태석은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그는 말을 마친 뒤 양복 주머니에서 미리 작성한 수표를 꺼내 서유에게 건넸다.“승하가 자네와 결혼하려고 우리 가문 전체 자산을 예물로 가져왔지. 승하가 준 물건은 돌려받지 않을 거네. 그리고 이 수표까지 주겠네. 금액은 자네가 원하는 대로 쓰게. 유일한 조건은 내 손자를 떠나는 것이야.”이태석이 인내심 있게 지금까지 서유와 말한 것은 그녀를 떠나게 하기 위해서였다.서유가 반박할 수 없는 약점 몇 개를 내걸었으니 일이 다 된 것 같아 수표를 주고 이야기를 마치려 했다.그러나 서유는 그 수표를 받은 후 반으로 찢어 돌려주었다.“어르신, 이 수표로 저를 쫓아내시면 손자의 마음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저 또한 이씨 가문의 전직 권력자를 존경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덤덤하게 말을 마친 그녀는 점차 혈색을 되찾았다.“어르신이 말씀하신 출신, 학벌 그리고 아이에 관한 일 때문에 저도 승하 씨를 거절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승하 씨는 개의치 않았어요. 아이는 필요 없고 저만 원한다고 했어요.”이태석은 총명한 사람이라 그녀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자연스럽게 알아챘다. 이승하가 그녀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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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오늘도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검은 코트를 걸치고 금테 안경을 쓴 채 문밖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그의 뒤를 따라 비틀거리는 소수빈과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을 때, 마치 이승하를 에워싸고 지구가 돌고 있는 것 같았다.남자는 코트도 벗지 못한 채 눈보라를 뒤집어쓰고 곧장 이태석을 넘어 서유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안 다쳤어?”이승하는 이태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서유의 몸을 위아래로 검사했다. 그녀에게 작은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서유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불안한 마음을 점점 내려놓았다.“괜찮아요. 단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니 걱정하지 마세요.”“어떤 말을 했든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모든 건 나한테 맡겨.”남자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마음을 달래는 힘이 있어 그 사람만 있으면 어떤 장애도, 어려움도 쉽게 풀릴 것 같았다.사실도 그러했다. 이태석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수표를 쥔 손가락을 천천히 움켜쥐고 안색을 약간 좁히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만약 일찍이 이 손자를 도와줬다면 지금 그를 대할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이승하에게 죄책감을 가진 이태석은 주먹을 쥐고 가볍게 기침을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승하야, 난 단지 이야기하러 온 것뿐이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시선이 시종일관 서유의 몸에 있던 이승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이태석을 쳐다보았다.“서유 찾아오지 말라고 이미 경고했어요.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예요?”서유는 그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급히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그러지 말라고 일깨워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승하가 줄곧 이태석에게 이렇게 말하는 줄 몰랐다.이승하와 할아버지 관계는 그날 밤 박화영이 처음으로 이승하에게 채찍질했을 때 이미 틀어졌다... 불과 몇 살밖에 되지 않은 이승하는 친어머니에게 맞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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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여자 때문에 가문도 마다하는 거냐?”이승하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차갑게 말했다.“고작 이씨 가문이 뭐라고요?”이태석은 그의 또 다른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이승하가 연씨 가문과 박씨 가문을 인수했다는 것만 알고 그가 이 두 가문을 화젯거리로 삼았다고 생각했다. “연씨 가문과 박씨 가문은 우리 가문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내가 보기에 잘 생각해봐야 할 사람은 너야!”이승하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고 눈 밑에는 서리가 가득했다.“지금 이씨 가문이 당신이 권력을 잡았을 때의 그 이씨 가문이라고 생각하세요?”줄곧 뒤에서 몰래 관찰하던 이태석은 지금의 이씨 가문은 이미 모두 이승하의 손아귀에 있고, 심지어 세계 각지의 주주들도 모두 그의 말을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이승하가 없으면 이씨 가문은 다른 후계자를 찾을 수 없겠는가?이태석이 강하게 나오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씨 가문의 손자들 중에서 오직 이승하만이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고 가문의 판도를 넓힐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다른 손자들은 그와 전혀 비교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면 이씨 가문은 반드시 빨리 쇠락할 것이다. 마치 그 못난 이연석이 잠시 대표를 맡은 사이에 수많은 프로젝트를 망친 것처럼...이렇게 생각한 이태석은 더 이상 이승하와 권세를 논쟁하지 않고 화제를 바꿨다.“승하야, 난 네 결혼 반대하지 않아. 하지만 이 아가씨는... 출신과 학벌은 그렇다 치고 아이를 낳을 수 없잖니? 이걸 집안 어르신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이태석의 말은 이승하의 정곡을 찔렀고 그의 안색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그는 천천히 서유의 가는 허리를 감은 손을 풀고 이태석 앞으로 걸어갔다. 우뚝 솟은 몸을 가득 감은 서늘한 분위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에 이태석도 덩달아 떨었다...남자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눈동자와 극도로 나쁜 말투로 입을 열었다.“서유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당신들과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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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이태석이 돌아간 후 서유는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바라보았다.“나 정말 임신할 수 없는 것 같아요.”이승하의 집안 어른들이 그들의 혼사에 동의하지 않는 것보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서유를 더 힘들게 했다.이승하는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품에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서유야, 난 아이 필요 없어.”이번 생에는 그녀만 있으면 충분했다. 아이들과 함께 서유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태석의 말이 맞았다. 이씨 가문의 권력자가 어떻게 아이를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손바닥만 한 뺨을 남자의 빳빳한 가슴에 가볍게 기댄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승하 씨, 일단 결혼을 미룰까요?”비록 이승하가 권력을 잡고 있어 집안 어르신들도 그의 말을 따르지만 어른들은 그녀를 눈에 차지 않아했다. 그리고 서유는 확실히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신분도 맞지 않고, 아이도 낳지 못하고, 어른의 축복도 받지 못하고. 이렇게 많은 문제는 결국 서유를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그녀를 안은 남자는 그 말에 몸이 굳어지며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별이 총총하고 반짝이던 복숭아꽃 눈동자도 점차 어두워졌다.그는 서유를 놓아주고 그녀의 희고 깨끗한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랑 결혼하기로 약속했잖아. 외부인이 몇 마디 부추긴다고 나를 포기할 생각이야?”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가도 선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그녀의 후퇴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이렇게 무력한 이승하를 보고 서유는 미안한 마음에 두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미안해요. 당신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나만의 성과를 거두면 당신한테 시집가고 싶어요.”그녀의 말에 불안하던 이승하의 마음은 천천히 내려놓았다.이승하는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그녀를 자신의 피와 살에 가두듯 꼭 끌어안았다.“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난 신경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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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그녀는 위층에서 내려와 일부러 기침하며 지긋지긋하게 껴안고 놓지 못하는 두 사람을 끊었다.“저기... 아이를 낳는 일은 주 선생한테 다시 가보세요. 서희 씨가 아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리지 않았으니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니까.”정가혜는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두 사람을 위해 현명하게 고려해야 했다.그들이 나이가 들면 분명 아이를 갖고 싶을 것이다. 귀여운 아이가 있으면 인생이 너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게다가 늙어서 두 명의 외로운 노인이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 그녀의 아이를 빼앗아 노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응? 이상하네? 내가 아이를 낳는다고?’정가혜는 자기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머릿속의 화면을 접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서유를 바라보았다.“서유야, 빨리 가서 준비해. 서희 씨한테 가는 김에 네 몸도 좀 봐달라고 하자. 빨리 아이를 가져야지.”정가혜의 아이 소리에 낯가죽이 얇은 서유는 쑥스러워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서유는 눈짓으로 정가혜에게 이승하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부끄럽다고 했다.그러나 정가혜는 알아듣지 못하고 이승하에게 다가가 귀띔했다.“승하 씨도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거 어때요?”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두 사람의 일이다. 모든 걸 여자의 탓으로 돌릴 수 없었다. 어쩌면 남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이승하는 짙은 눈썹을 살짝 고르더니 날카로운 눈매로 정가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연석이가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고? 아주 잘 어울리네.’옆에 있던 소수빈은 마음속으로 정가혜에게 엄지를 내밀고는 침을 삼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혜 씨, 저희 대표님은 이미 검사 해보셨어요.”서유는 정가혜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는 듯 얼른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가혜야, 이 사람... 문제없어. 그만 물어봐...”정가혜는 그제야 ‘정자는 정상입니까’라는 말 대신 ‘문제없으면 됐어요’라고 대답하고는 서유를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이 위층에서 준비하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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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주서희는 자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싫어 얼른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밖이 차요. 얼른 안으로 들어가요.”그녀가 두 사람을 별장으로 안내하려고 하자 링컨 차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거의 1m 90㎝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주서희는 이승하가 두 사람을 데려다주고 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그가 차에서 내려 그녀 앞으로 다가와 차갑게 분부했다.“서희야, 서유 몸부터 검사해줘.”주서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멀쩡한 서유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서유의 얼굴이 빨개지기도 전에 옆에 있던 정가혜가 바로 대신 입을 열었다.“서유 난임이잖아요. 다시 검사해줘요.”주서희는 그제야 알아채고 급히 세 사람을 거실로 안내해 소파에 앉힌 후, 진맥 쿠션을 챙기러 갔다.그녀는 서유에게 손을 내밀게 한 후 손가락을 들어 손목 맥박에 걸치고 고개를 숙인 채 맥을 짚었다.이때 탕비실 문이 열리고 회색 정장을 입은 깨끗하고 온화한 모습의 윤주원이 커피를 들고 나왔다.그가 주서희의 집에 나타난 것을 본 순간 서유와 정가혜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들의 놀라움에 비해 윤주원은 태연했고 탁자 위에 커피를 내려놓고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커피 드세요.”손님 접대하듯 예의 바르면서도 주인공의 기세가 있는 말투였다. 설마 그와 주서희가?주서희는 설명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이승하에게 공손히 말했다. “대표님, 서유 씨 몸 상태는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제가 처방한 한약을 먹고 조금 나아지긴 했으니 계속 한약으로 조절하고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좋아요.”전에 약을 복용한 시간이 너무 짧았으니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게다가 반년 넘게 약을 끊었으니 어떻게 임신할 수 있을까?하지만 주서희는 서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제때 약을 조절하면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굳게 믿었다.주서희의 말은 이승하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었고 서유도 마음이 놓였다.“그럼 약을 얼마나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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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주서희는 창밖을 내다보며 눈보라에 비친 흰빛을 받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주원이도 내가 왜 자기 프러포즈 받아줬냐고 물어봤었어요. 그래서 난 사랑받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알고 싶다고 대답했고요...”주서희의 말에 서유는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듯 덩달아 가슴이 아팠다.옆에 있던 정가혜는 비교적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물었다.“윤 선생 사랑해요?”주서희는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많잖아요. 혹시 알아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랑하게 될지...”그녀는 지금 윤주원을 바로 사랑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과거를 내려놓고 그와 잘살아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사랑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았다.그녀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사랑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방의 행동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도 해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이로써 소준섭에 대한 복수도 성공하는 것이다.그녀가 뛰어내렸을 때, 소준섭은 놀라서 온몸을 떨었고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다. 심지어 무서워서 그녀를 더 이상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그녀를 잃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면 절대 소수빈이 그녀를 데려가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소준섭은 그녀에게 죽으려면 함께 죽어야 한다며 절대 자신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피밭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손을 놓기로 했다.주서희도 소준섭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때 그녀가 그를 사랑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 사랑은 지옥으로 가는 문이었다.주서희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소준섭이 앞으로 어떤 고통을 당하든 상관하지 않고 그녀는 단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오픈 키친에서 주서희가 앞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은 윤주원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맑은 미소를 지었다.지금 주서희가 당장 자신을 사랑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시작할 마음만 있다면 윤주원은 최선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고 보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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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이씨 가문의 본가, 고급 차들이 줄을 지어 정원 입구에 멈춰 섰다. 고급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대리석 계단을 밟으며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기나긴 복도를 돌고 돌아 아치형 모양의 문과 거대한 돌들을 지나서 화려하고 현관과 마루를 넘어 거실로 향했다. 별장 안은 으리으리하고 웅장했으며 각양각색의 나무 탁자와 의자, 소파 그리고 장식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엄청 럭셔리해 보였다. 이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이미 거실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승하가 이번 회의를 연 목적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청혼식에 가지 않았다고 우리한테 따지려 하는 것 같아.”“어떤 어른이 후배의 청혼식에 참가하겠는가? 이건 경우가 아니야. 그리고 서유라는 그 여자가 뭐 그리 대단한 여자라고 우리까지 거들어?”“그러게나 말이야. 평범한 집안의 여자보다 더 못한 사람인데 우리까지 굳이 갈 필요가 있겠어?”“맞아. 아무리 이 집안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비굴하게 허리를 굽힐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 청혼식은 물론 결혼식도 다들 참석하지 마.”“그래. 결혼식도 참석하지 말자고. 참석 안 한다고 해서 자기가 뭐 어쩔 건데?”거실에는 집안 어른들도 있었지만 후배들도 자리에 있었다.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얼굴이 굳어졌다.그러나 다들 화를 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바로 그때, 그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이지민이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웃었다. “둘째 오빠가 어르신들 예뻐서 부른 줄 알아요?”“서유 씨한테 잊지 못할 프러포즈를 해주기 위해서였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초대장도 받지 못했을 거예요.”“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니, 어디 한번 둘째 오빠 앞에서도 그런 말 해보시죠? 오빠가 어르신들 초대 하나 안 하나?”가장 어린 후배의 쓴소리에 집안 어르신들은 불같이 화를 냈고 이지민의 부모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것 봐, 자네들이 길러낸 수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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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그의 말에 사람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씨 가문의 권력자인 그가 이런 추악한 거래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다.“그런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우리를 모두 그룹에서 쫓아낼 정도란 말인가?”그들은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이런 짓을 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씨 집안의 직계 자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리 처리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형님, 말씀 좀 해보세요. 우리가 가진 주식은 얼마 안 됩니다. 이제 와서 그것까지 돌려받겠다고 하니 우리더러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그들이 말하는 형님이라는 사람은 바로 이씨 가문의 큰 어르신 이태석이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이태석의 동생들이다. 그중에는 가까운 친척도 있었고 먼 친척도 있었고 그들은 모두 이태석과 같은 동년배였다. 이태석은 비록 권력을 내려놓았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말에 힘이 있었다. 이승하의 권력이 아무리 세다고는 하나 이태석의 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태석이 나서기만 한다면 이승하가 내린 결정은 바로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들은 이태석이 뒤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리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태석은 누구보다도 JS 그룹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JS 그룹의 이익을 손상시키는 일들과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었다. 이승하가 한 여자 때문에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은 마땅치가 않지만 회사의 일만큼은 이승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승하의 편이었다. 그들이 JS 그룹을 앞세워 제멋대로 한 짓에 대해서 이승하가 이미 낱낱이 밝혀내고 그들을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그도 당연히 이승하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집안 사람들끼리 아무리 마음속으로는 이가 갈릴 정도로 미워도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이태석은 크게 분노하는 척하며 용머리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승하야, 한집안 식구들끼리 너무 그리 야박하게 굴지 말거라. 혼만 좀 내줘.”이승하는 담담하게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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