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981 - Chapter 990

1060 Chapters

제981화 결혼식 준비

“사부인, 제 생각엔 우리 빨리 날짜를 잡고, 뒤에 할 일들도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사부인’이라는 한마디의 말이 두 집안의 관계를 단숨에 가까워지게 했다. 하미주는 그동안 송혜선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 부동건이 송혜선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부씨 가문 내에서 송혜선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격상되었기에, 하미주가 품고 있던 불만도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이다.“저는 언제나 상관없습니다. 아이들만 좋다고 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송혜선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잘됐네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아는데, 며칠 내로 모셔서 다영이에게 맞춤 드레스를 준비하게 할게요.” 정다영은 부끄러운 얼굴로 부남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준 씨랑 결혼할 수만 있다면, 저는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요.” “그건 안 되지요. 결혼은 평생 한 번뿐인 중요한 일이니까 허투루 할 수 없죠.” 송혜선의 말은 하미주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미주에게는 소중한 하나뿐인 딸이기에, 부씨 가문과의 혼사가 정씨 가문에 큰 이득이 되는 일이기는 했어도 딸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처음에는 송혜선이 첩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하미주였지만, 송혜선의 일 처리 방식과 단호한 태도를 보면서 하미주도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오히려 송혜선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그렇죠, 결혼은 중요한 일인 만큼 전통을 따라야죠.” 하미주는 한마디 덧붙이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하지만 다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언제 적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괜찮아요. 젊은 사람들은 간소하고 실용적인 걸 선호해요. 우리도 결혼식을 간단하게 하면 돼요.” “사부인께서는 걱정 마세요. 다영이는 제가 친딸처럼 아낄 테니 절대 서운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송혜선은 예비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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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누가 당신한테 시집간대요?

정다영은 부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저희 정말 잘 지낼 거예요.”...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하늘에서 가늘고 촘촘한 눈송이가 흩날리며 내렸고, 금세 땅 위에는 얇은 눈이 덮였다. “최 사장님, 눈이 오네요.” 식당 밖으로 나오자, 이 도시는 마치 새 옷을 갈아입은 듯했다. “갑작스러운 눈이라니,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워질 것 같네요.” “최 사장님, 그래도 사람 마음은 따뜻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거래처 사람의 농담 섞인 말에 하연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든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혁이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혁은 오늘 옅은 카멜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하얀색 머플러를 들고 하연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 조심스레 하연의 목에 머플러를 둘러주었다. 하연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말했다. “여기엔 왜 온 거예요?” “정 실장이 네가 여기서 고객을 만나서 일 얘기를 한다고 해서 왔지.” 거래처 사람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최 사장님, 업계에서 이미 최 사장님과 부 대표님의 좋은 소문이 돌던데, 이제 보니 사실인가 봐요.” 상혁은 하연을 단번에 품 안에 끌어안으며 강렬한 소유욕을 드러냈다. “결혼식 때 청첩장은 꼭 보내 드리겠습니다.” ... 차 안에서 하연은 문득 식당에서 부남준을 봤던 것이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다. “방금 식당에서 누굴 봤는지 맞춰볼래요?” 상혁은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반응은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아하니 당신은 뭔가 알고 있는 거죠?” “방금 저 사람들이 나올 때 우연히 봤어.” 상혁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방금 차 안에서 부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어른들이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이다. “어른들이 함께 있는 걸 보니, 결혼 얘기를 나눈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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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큰 경사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자, 층층이 쌓인 예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붉은 보자기로 곱게 포장된 예물 상자에는 정성껏 준비한 혼수 품목들이 담겨 있었다. 예단 비단부터 예복, 신부의 웨딩 슈즈까지, 모든 것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전통적인 결혼 떡과 한과, 그리고 혼례식에 쓰일 용과 봉황 모양의 화려한 촛대까지도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준비된 예물은 이번 약혼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붉은 보자기에 둘러싸인 예물들은 저마다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고 있었다. 약혼식을 위해 엄선된 물품들은 그 자체로 부씨 가문이 이번 혼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함 속의 장신구들은 각기 다른 빛을 발하며 고귀하고 섬세한 느낌을 자아냈고, 붉은 보자기와 청홍색 장식들이 마당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었다.보자기를 든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저택의 뜰을 가득 메웠고, 그 모습은 마치 축복의 행렬과도 같았다. 최씨 가문의 저택 뜰을 가득 채운 예물들은 부씨 가문이 신부를 향한 진심을 담아 준비한 것이었으며, 그 정성과 재력은 이번 약혼에 대한 기대와 존중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조진숙은 혹시라도 부족한 게 있을까 염려하는 듯 정중하게 물었다.“사돈 어르신,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최동신은 이 압도적인 광경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조진숙은 늘 세심하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 불만족스러울 만한 부분이 없었다.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부씨 가문은 이미 충분히 성의를 보여줬으니, 더 이상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 “번거롭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진숙은 진심 어린 미소로 말했다. “우리 두 집안은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사이고, 하연이는 제가 직접 키우다시피 한 아이입니다. 하연이는 비록 제 양딸이지만, 저는 친딸과 다를 바 없이 하연이를 소중히 여기며 키웠습니다. 이제 하연과 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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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이미 임신한 건 아니겠지?

“저도 그날이 좋다고 생각합니다.”조진숙이 빠르게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 날짜라면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니, 두 아이를 위해 더 세심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럼 약혼식은 그날로 정합시다.”최동신이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렸다.두 집안 어른들이 뜻을 모아 약혼 날짜를 확정 지었다. 이어 두 집안은 초대할 손님 명단과 연회 준비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화는 화기애애했고, 온 집안에 기쁨이 가득했다. 하연은 핸드폰을 꺼내 ‘미녀4총사’ 단톡방에 간단한 메시지를 보냈다. [설이 지난 후 다섯 번째 날 약혼식! 친구들, 모두 참석 필수야!]가장 먼저 정예나가 답장을 보냈다. [드디어 날짜가 정해졌구나! 축하해! 꼭 시간 맞춰 갈게!] 서여은도 바쁜 인터뷰를 마친 뒤 메시지를 확인하고 빠르게 응답했다. [마침 휴가라 시간 여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이어 여은이도 농담조로 덧붙였다. [축하해, 우리 하연이 좋은 사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다니! 이제 리틀 하연이 빨리 태어나면 더 좋겠네.] [리틀 상혁도 괜찮지 않을까? 친구야, 힘내!] 모두들 장난스럽게 대화를 이어갔고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하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에서 고개를 들었는데, 무심코 먼발치에 앉아 있는 상혁을 슬쩍 보았다. 오늘 상혁은 맞춤 제작한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단정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한껏 품위가 느껴졌다.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배 위에 얹었다. ‘우리 둘... 피임한 적이 없었는데, 혹시... 이미 임신한 건 아니겠지?’ 하연은 조심스레 상상해 보았다. ‘나와 부상혁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 생각해 보니, 나쁘진 않아...’ ‘미녀4총사’ 단톡방에서는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신가흔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예나가 참지 못하고 가흔을 태그했다. [우리 가흔 디자이너님, 언제 시간이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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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제가 온 게 싫으신 건가요?

조봉규는 보양식을 내려놓고 다정하게 송혜선의 어깨를 주물렀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그깟 것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진짜 중요한 건 바로 DL그룹이지 안 그래?” 그 말에 송혜선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봉규는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남준이가 요즘 아주 잘하고 있어. 성과도 눈에 띄고, 그룹 내에서도 꽤 인정받고 있어. 그리고 연말 이사회 때까지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고.” 송혜선은 눈을 들어 조봉규와 시선을 맞췄다. ‘만약 남준이가 DL그룹 이사회 집행이사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깟 예물이 무슨 대수겠어? 나도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져야 해.’ 송혜선의 화는 조금씩 누그러졌고, 얼굴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조봉규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보양식을 들고 직접 그녀의 입에 가져다주며 말했다. “남준이는 지금 정씨 가문의 지지를 받고 있고, 또 다른 이사들도 차근차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승산이 아주 크다는 걸 알고 있잖아.” 송혜선은 마침내 보양식을 몇 모금 들이켰고,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이제야 제대로 먹네. 지금은 몸을 보살피는 게 가장 중요해...” 송혜선은 눈을 흘기며 조봉규를 타박했다. “당신도 참, 정말 나를 걱정하는 게 맞아? 아니면 그저 뱃속에 있는 이 아이만 걱정하고 있는 거야?” “그럴 리가... 당신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거야. 내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야.” 송혜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입에서는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그 최하연이라는 여자는 겨우 이혼녀 아니야? 그저 조진숙의 아들이 눈여겨봤으니 최씨 가문에 기를 쓰고 붙으려 하는 거겠지. 뒤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웃고 있을지 모르잖아.”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쾅!그 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침실 안에 있는 둘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고, 송혜선은 비명을 질렀다. 조봉규의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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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미래요?

남준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며, 마침내 자신의 어머니 송혜선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어머니,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지셨군요!” 그 말에 송혜선은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뎌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설마 남준이가 다 들은 걸까?!’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남준의 팔을 붙잡으며 간신히 버텼다. 마치 가라앉는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붙잡은 부표처럼,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남준아, 이 일은 너무 중대한 문제야. 절대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 사실이 부동건의 귀에 들어간다면, 모든 것이 끝장날 것이었다. 송혜선뿐만 아니라, 남준 역시 부씨 가문에서 완전히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게 분명했다. “남준아, 방금 있었던 일은 그냥 모르는 척해 줘. 너는 부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다. 이 사실은 누구도 바꿀 수 없어. 내가 너의 미래를 망치게 해선 안 되잖니.” 이 순간, 송혜선의 태도는 평소의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오직 현재의 지위와 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부동건과 함께하며 온갖 굴욕을 참아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 모든 노력이 이렇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는 없었다. “하! 미래요?” 남준은 비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며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조롱했다. ‘내가 과연 이런 것에 신경이나 쓸까?’ 송혜선은 지금 남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남준아, 나는 너의 엄마야. 절대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지금 네가 가장 중요한 건 다영이와 잘 지내면서 정씨 가문을 안정적으로 잡는 거야. 그리고 연말 이사회에서 상혁이의 손에서 권력을 빼앗아 DL그룹을 확실히 장악해야 해...” 남준의 이마에 혈관이 불거졌고,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만하세요!” 송혜선은 순간 당황했다. 눈동자는 불안감으로 흔들렸고, 모든 것이 그녀의 통제 범위를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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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자업자득

부동건은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의 혼사를 이런 일로 자신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최고의 산부인과 의료팀을 준비해.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병원 전체가 책임져야 할 거야.”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조진숙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부동건이 송혜선 뱃속의 그 아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이미 그의 태도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만약... 부동건 이 사람이 송혜선 그 여자가 뒤에서 벌인 짓들을 알게 된다면? 허!’ 조진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생각했다. ‘자업자득, 스스로 망할 뿐이야.’ 하루 종일, 부동건은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조진숙은 눈치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속으로는 하연에게 미안함이 스며들었다. “하연아, 네가 너무 고생하는구나...” “이모, 무슨 말씀세요! 고생이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이모가 계시니까 저랑 상혁 씨는 언제나 든든해요.” 하연은 살짝 어리광을 부리며 조진숙의 팔짱을 끼었다. 하연은 확신에 차 있었다. 다른 것은 모두 부질없었고, 자신과 상혁의 혼사는 어떤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이 그녀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밖에서 뭐라든 결국 우리 사이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굳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신경 쓰며 흔들릴 필요는 없잖아요.”하연이 웃으며 조진숙을 위로했다. “난 네가 마음이 상할까 봐 걱정이다.” 조진숙이 조용히 말했다. 하연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조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요! 저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조진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뱃속의 아이만 아니라면 그 여자는 아무런 수단도 남아 있지 않아. 그런데 이 양반은 그걸 철석같이 믿고 휘둘리고 있으니. 머리는 새하얗게 새고, 판단력도 흐려져서 정작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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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똑똑한 사람들하고 일하는 걸 좋아해

동남아 지사의 책임자는 줄곧 정규인이 맡아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남준은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지금 회장님께서 무척 바쁘셔서 그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으실 거야. 그러니 그 문서 나한테 맡겨. 나중에 내가 대신 전달해드릴게.” 조금 당황한 듯한 비서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어렸다. “그게... 아무래도 그건 좀 안될 것 같습니다.” 순간, 남준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위화감을 은근히 조성하며 물었다. “왜? 나를 못 믿겠어?” 비서는 부동건 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하며 이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 나름의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아닙니다, 상무님.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단지 전 이 일이 꽤 중대한 사안인지라 회장님께 직접 전달해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정 그렇게 바쁘시다면, 제가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남준은 부동건의 비서처럼 하찮은 인물조차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잠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평소에 직원들에게 너무 관대했던 것 같군. 비서마저 내 말을 무시하다니.’“그래?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그럼 오래 기다리게 될 텐데...” 남준의 말투는 평온했지만, 그 속의 미세한 기류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하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남준은 대담하게 손을 휘저으며 비서의 어깨를 단숨에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퍼진 위험한 기운에 비서는 깜짝 놀랐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했다. “상... 상무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남준은 냉소를 머금은 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전방을 응시한 눈빛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내 앞에서 꼼수를 부리던 마지막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그의 목소리는 연기처럼 가벼웠으나, 그 단어들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말을 듣자마자, 비서는 다리가 풀려버렸다. 비서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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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말을 한 사람은 무역협회 회장의 딸인 전서나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자신의 뛰어난 가문의 배경을 믿고, 언제나 타인을 깔보는 태도를 보이던 명문가 아가씨였다. 서나 곁에 있던 그녀의 추종자들이 하나둘 맞장구치며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그러게요! 정말 안타깝네요. 우리나라의 수많은 명문가 아가씨들의 이상형이 저렇게 가버리다니, 생각할수록 아깝죠!” “그러니까요, 이혼녀는 진짜 품격이 떨어지죠!” 명문가의 아가씨 몇 명이 웃음을 터뜨리며 모여 있었고, 그 사람들의 조롱 섞인 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공기를 가르며 ‘쨍그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히 와인잔이 깨지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방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서나가 누군가에게 의해 머리채를 잡혀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기에 주변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당장 서나를 놔줘!” “너, 서나가 누구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감히 손을 대는 거야!” “너 정말 이렇게 까불다가 우리 업계에서 매장당하고 싶어?” “...”소란스러운 외침이 이어졌지만, 주슬기는 그 명문가 아가씨들의 헛소리에 코웃음을 치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살짝 고개를 돌린 서나의 얼굴은 술기운에 붉게 물들어 있었고, 주슬기의 손아귀에는 갈수록 힘이 더해졌다.“뭐야? 오늘 집에서 양치질 안 하고 나왔어? 입에서 악취가 나는 것 같은데?” 서나는 당황해하며 외쳤다. “너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주슬기는 냉소를 머금으며, 손을 높이 들어 올려 손바닥으로 주서나의 뺨을 향해 정확히 내리꽂았다. 짝! 고막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서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서나는 단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아아악!” 서나는 비명을 질렀다. “뭐해! 너희들 가만히 있지 말고 당장 나 좀 도와줘!” 그제야 서나의 추종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섰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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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무역협회 회장 전영철이 이 소식을 듣고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 그 뒤로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이 들어섰고, 웅장한 연회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서나는 이 모습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외쳤다. “아빠, 저를 좀 구해주세요!” 전영철의 얼굴은 단호하고 엄중했다. 그는 냉정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멍하니 뭐 해? 당장 가서 아가씨를 빨리 구하지 않고.” 보디가드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주슬기는 갑자기 몰려드는 보디가들로 인해 당황하며 연신 뒤로 물러섰다. “당신들 뭐야, 왜 이래!!” 주슬기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보디가드 몇 명이 거리를 좁히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대항할 힘이 없었다. 더구나 오늘 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어질어질한 상태였던 주슬기는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아빠, 저 여자 당장 내쫓아버려요! 업계에서 저 여자를 당장 퇴출시켜버려야 해요! 우리나라 안에서 ZT그룹이 발붙일 곳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요!!” 아빠라는 뒷배가 자신의 뒤에서 버티고 있자 비굴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서나는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녀의 기세가 한층 더 당당해 보였다. 양옆으로 서 있던 보디가드들이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길을 내주었다. 전영철은 압도적인 기세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주 대표님, 우리 전씨 가문이 당신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주슬기는 술기운이 가신 듯 머리를 한 차례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에 자신은 단지 순간적인 충동에 서나에게 손을 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일이 커진 듯했다. 주슬기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며 태연한 척 말했다. “아니요. 그런 일은 없어요.”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한 거요?” 주슬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단지 전서나 씨가 허튼소리를 하는 게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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