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060 챕터

제1001화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우리 모자를 걱정해서 회장님이 특별히 조 선생님을 붙여 주셨죠. 그래서 항상 어디를 가든 제 옆에서 절 돌봐주고 있어요.” 송혜선은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신중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 말투 속에는 조봉규와의 관계를 철저히 부정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배어 있었다.그녀는 혹시라도 뭔가 드러날까 두려운 듯했다. 조봉규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이런 상황에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게 최선이야.’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공손하게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회장님께서 송 여사님을 정말 많이 신경을 쓰십니다. 제게 사모님을 잘 돌보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늦둥이기에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조진숙은 코웃음을 치며 두 사람의 말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곧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될 테니까, 우선은 내가 참아야 해. 그래 지금 실컷 둘이 기분 좋게 많이 웃고 즐겨, 그래야 나중에 더 큰 고통을 겪어도 후회가 없을 테니까.’ 속으로 비웃으며, 조진숙은 여유롭게 말했다.“그럼 더 잘 돌봐야겠네.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는 만큼 실망시키지 않아야 할 텐데.”조진숙의 말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어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진심 어린 걱정을 가장한 이 한마디는 송혜선을 말문 막히게 했다. 송혜선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왠지 모를 무력감이 느껴졌다. 마치 힘껏 치던 주먹이 솜에 부딪힌 듯한 허탈함이었다. “송 여사님, 조 선생님하고 아주 잘 지내고 계신가 봐요. 방금 들어오실 때 두 분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 나누시는 걸 보니 알겠더라고요. 요즘 고용주와 고용인이 이렇게까지 조화롭게 지내는 건 참 드문 일인데 말이죠.”하연은 미소를 띠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송혜선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조 선생님 같은 책임감 있는 개인 의사는 정말 찾기 힘들죠. 송 여사님께서 잘 아끼셔야겠어요.” 하연의 반짝이는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 눈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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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어

송혜선은 한 걸음 물러서며 몸이 휘청거렸고, 뒤에 있던 조봉규가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상혁은 차갑게 송혜선을 내려다보며 거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집으로 돌아가 푹 쉬세요. 임신 중이시니, 남준이 일은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송혜선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어떻게 샵을 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듯, 그녀는 영혼 없는 시체처럼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아까의 오만함과 당당함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역시 뱀을 제압하려면 급소를 정확히 찔러야 하는 법. 상혁은 송혜선의 치명적인 약점을 정확히 겨냥해 단 한 번에 그녀의 정신을 무너뜨렸다.“혜선아, 이렇게 있으면 안 돼... 뱃속의 아이가 버티지 못할 수도 있어.” 조봉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송혜선은 조봉규를 거칠게 밀쳐냈다. 그녀의 눈은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안 돼. 이렇게 끝낼 순 없어. 우리 남준이가 이렇게 무너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어.”...같은 시각, 부남준의 개인 저택. 조용한 방 안에서, 비서는 은행 이체 확인서를 남준에게 건넸다. “상무님, 지시하신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체 확인서에는 몇백억의 금액이 표시되어 있었고, 수취인의 이름은 분명히 ‘정규인’이었다. 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고, 비서는 이내 물러났다. 넓은 방 안은 금세 고요해졌다. 남준은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정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돈은 보냈어요. 조금 있다가 계좌 확인해 봐요.” 전화를 받은 정규인의 목소리에는 들뜬 기색이 가득하며 눈이 반짝이며 거의 흥분한 상태였다. [이렇게 빨리요? 상무님은 역시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정규인은 며칠 동안 빚을 갚기 위해 가진 재산을 다 팔았지만, 그 금액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남준의 자금 덕분에 마침내 숨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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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우리 공주님만큼은 아니야

전날 밤, F국에는 폭설이 내렸다. 대지는 눈으로 덮여 순백의 세상으로 변했고, 입김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얼음 결정이 되어 흩어졌다. 이른 아침에 하연이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그 바람에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떨었지만, 눈빛만큼은 반짝이며 기쁨이 가득했다. “우와, 눈이 이렇게 많이 쌓였어!” 정원에는 발목을 훌쩍 넘는 두께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하연은 장난기가 발동해, 도구를 들고 나가 작은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눈사람의 몸통은 크고 탄탄하게 머리는 몸통보다는 작고 동글동글하게 만들었다. 돌 두 개를 눈으로 사용해 깊고 생동감 있는 눈을 표현했고, 당근 하나를 얼굴 중앙에 꽃아 코로 사용해 귀엽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를 더했다. 눈사람을 완성한 하연은 눈밭에 서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을 상혁에게 보냈다. [부 대표님? 어때요? 예쁘죠?] 메시지는 거의 즉시 답장이 왔다. [예쁘네. 하지만 우리 공주님만큼은 아니야.]하연은 피식 웃으며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바깥 날씨가 많이 추워요. 오늘 꼭 옷 따뜻하게 입어요.] 다시 온 메시지에 하연은 화면을 빠르게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답장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최 사장님.] 집으로 들어오자, 하연의 얼굴이 빨갛게 얼어 있는 것을 본 최동신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날씨도 춥고 눈이 와서 길도 안 좋은데, 오늘은 회사에 가지 말고 집에서 재택근무 하는 게 어떻겠니? 문서는 정 실장한테 보내면 되는 일이고 아니면 화상으로 하던가 해서 집에서 처리해도 괜찮잖아.” 하연은 할아버지의 걱정이 느껴졌지만, 연말이 다가오며 업무가 너무 많아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하연은 최동신의 팔짱을 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대신 오늘은 일찍 퇴근할게요. 저녁에 저랑 같이 샤브샤브 드시는 건 어떠세요?” 최동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너도 정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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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이모님, 고마워요.” 전복죽의 맛은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았다. 하연은 숟가락으로 죽을 한 입 떠먹으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메스꺼움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온몸이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그릇 담겨있던 전복죽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하연은 식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먼저 출근할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많은 눈 내렸고, 도로의 상황이 좋지 않아 최동신이 계속 안전을 당부했다. 차는 눈길 탓에 속도를 낮춰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차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기사가 급히 차에서 내려 점검하더니 말했다. “최 사장님, 차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견인차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하연에게는 중요한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 하연은 어떻게 든 회사에 가야 했기에 우선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길을 걸으며 택시를 잡기 위해서 호출 앱을 켰다. 도로 옆이어서 그런지 찬 바람이 더 부는 듯했고 그 매서운 바람을 맞으니 온몸이 얼어붙을 듯 추웠다. 그녀는 두 손으로 외투를 여미며 핸드폰으로 막 택시 호출을 하려는 순간, 하연의 눈앞에 빨간색의 눈에 띄는 BMW 미니가 앞에 멈춰섰다. 하연의 눈빛이 의아해할 때 곧 창문이 내려갔고 정교한 옆모습이 드러났다. “최 사장님, 제 차를 타고 가시죠.” 주인공은 바로 주슬기였다! 지난번 연회 이후로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연은 슬기의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거의 반사적으로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주 대표님. 제가 이미 택시 호출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연이 호출했음에도 택시는 한참이 지나도 잡히지 않았다. 슬기는 이미 이 상황을 예측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고, 하연 앞까지 걸어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눈 오는 날엔 택시 잡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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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청첩장

주슬기와 부상혁은 그렇게 오랜 시간 알면서도, 부상혁이 주저 없이 ZT그룹에 직접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상혁의 방문은 슬기에게 의외였고 기쁨이었다.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선 슬기는 억누를 수 없는 들뜬 어조로 말했다. “상혁 씨, 무슨 일로 갑자기 날 찾아온 거예요?” 상혁의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호칭 속에는 슬기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슬기의 기쁨과 달리, 상혁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입을 열었다. “주 대표님, 일단 이야기 좀 잠시 나누시죠.” 상혁이 ‘주 대표님’이라고 부른 순간, 그의 단어 선택은 슬기와의 분명한 선을 그었고, 슬기의 모든 환상을 산산이 부숴버렸다.슬기의 얼굴에 드리운 기쁨도 이내 수그러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어젯밤 연회에서 벌어진 일의 전말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상혁은 서두를 생략하며 이번 방문의 목적을 명확히 했다. 슬기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당신이 그 모든 사실을 알았다는 거예요?” 그 수치스러운 말들과 소문들이 상혁의 귀에 들어갔다니, 슬기는 생각만 해도 치욕스러웠다. “세상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상혁은 무미건조한 어조로 마치 날씨를 논하는 듯 말했다. “현재 전씨 가문의 모든 세력은 뿌리째 뽑혔습니다. 전씨 가문이 소유한 모든 프로젝트는 ZT그룹으로 이관될 겁니다.” 상혁의 방식은 언제나 빠르고, 냉혹하며 정확했다. 상대방이 숨 돌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그의 행동은, 단 며칠 만에 오래된 전씨 가문 기업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슬기를 더욱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왜 그렇게 큰 이익을 전부 포기하고 제게 넘기겠다는 겁니까?” 상혁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냥, 주 대표님에게 진 빚을 갚는 거죠.” 슬기는 상혁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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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오늘은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주 대표님, 꽤 자신만만 하신가 봐요?” 하연은 서슴없이 받아쳤다. 말 속에는 상혁을 향한 단단한 신뢰가 느껴졌다. “다만, 그 자신감이 조금 엉뚱한 데 쓰인 것 같네요.” 하연의 기세는 상대를 압도했다. 슬기는 이내 두 손을 들며 항복하듯 말했다.“최 사장님, 그렇게 사람을 몰아붙이는 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이미 인정했어. 내가 졌다는 걸...’‘어쩌면 처음부터 나에게 이길 가능성은 없었을지도 몰라.’‘단지 내 마음속의 미련과 집착이 나를 흔들었을 뿐이야.’‘그 집념이 오히려 나를 가로막아, 내 위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지...’“그래도, 최 사장님이 이렇게 긴장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슬기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적어도 내가 확실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지. 이 사랑의 경쟁에서, 부상혁은 혼자 애쓰고 있던 게 아니었어. 역시 이 남자의 인생에서 단 한 명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부상혁이 마침내 최하연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나는 만족해야 할지도 몰라.’‘왜냐하면 내가 바랐던 건 단 한 가지였으니까... 바로 부상혁이 행복해지는 것.’슬기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하연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저는 진심으로 최하연 사장님과 부상혁 대표님이 앞으로 행복하게 함께하시길 바랍니다.”창밖으로 다시 눈송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찬바람 속에서 눈발은 바람을 따라 춤을 추었다. 그렇게 추운 날씨에도, 어떤 이들의 얼굴에는 봄바람이 가득했다. 정규인은 직원 몇 명을 데리고 허락도 없이 당당하게 DL그룹에 들어섰다. 그는 거침없는 태도로 상혁의 사무실 문을 열어젖혔다.“부 대표님!!!” 정규인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이 묻어났고, 심지어 문을 두드릴 생각도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 상혁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으며 얼굴은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있었고, 기품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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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이번에 빠져나가기 어려울 거야

“부 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규인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이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원신민이 조심스레 들어오며 말했다. “대표님, 경찰서에서 오신 분들이 정 사장님과 관련된 사항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규인의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졌다. “뭐라고요?” 원신민은 대답하지 않고 반 발짝 물러섰다. 그 순간,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경찰들은 정규인에게 문서를 내밀며 공식적으로 말했다. “정규인 씨, 당신은 직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 가주시죠.”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정규인은 다급하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저는 법을 어긴 적 없는 성실한 시민입니다.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겁니다!” 그가 아무리 애써 변명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차가운 수갑이 정규인의 손목에 채워졌고, 그는 경찰들에게 연행되었다. 정규인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퍼져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부남준은 완전히 얼이 빠진 상태였다. “횡령된 자금은 다 채웠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의 부하가 급히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변호사를 붙였고, 정 사장님에게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남준은 머리가 복잡 해지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방 안을 서성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규인은 남준의 여러 비밀을 알고 있었다. 만약 정규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발설한다면, 남준의 앞날도 암울해질 게 분명했다. “안 돼, 이렇게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어.” 남준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질문했다. “정규인의 아내는? 아직 여기에 있나?” “예, 아직 있습니다.” “사람을 붙여서 정규인의 아내와 아이를 잘 감시해. 도망가지 못하게 해.” 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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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걱정하지 마

황연지가 떠난 후, 정지철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부남준을 바라보았다. 정지철도 현재 상황이 부남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즉, 작은 실수라도 있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다. 정지철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정규인 쪽에 문제가 생긴 이상, 그쪽 사람들이 변심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 지금 당장 동남아 쪽은 누군가 가서 수습해야 해. 남준아, 네가 직접 가보는 게 어떻겠니?”이 제안은 남준이 이미 생각하고 있던 바였다. “그쪽 사람들을 잘 다독이고, 그 지역 사업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정규인이 돌아오지 않아도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정지철은 남준의 말을 받으며 덧붙였다. “정규인이 그곳에서 오래 자리 잡으면서 적도 꽤 많아졌을 거야. 듣자 하니, 정규인의 부하 중에 오대식이라는 자와 과거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어쩌면 그 인물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를 거야.”그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잠시 눈빛을 주고받았고, 서로 말없이 합의를 이뤘다.“아버님께서 어느 정도 계획을 미리 준비를 해두신 것 같군요.” 남준은 정지철의 계획에 신뢰를 표했지만,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제가 직위 해제된 상태라 공개적으로 그곳에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눈빛을 깊게 드리우며 복잡한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 “게다가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사회 쪽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더 큰 손실입니다.” 이사회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남준이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었다. 정지철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이사회는 걱정하지 마. 이미 절반 이상의 이사들을 내 손 안에 두고 있으니, 자네가 자리에 없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내가 확실히 지킬 테니까.”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자네가 동남아로 가는 데 필요한 준비는 내가 모두 해놓을 테니, 그 부분도 신경 쓰지 말게.”남준은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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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반드시 남준에게 다시 기회를 줄게

송혜선은 자연스럽게 부동건의 품에 앉아 두 팔을 부동건의 목에 걸었다. 부동건을 깊이 바라보는 송혜선의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아직 상혁이랑 남준이가 있잖아요. 설령 힘들어지더라도, 제 뱃속에 있는 이 아이가 나중에도 회장님일을 도울 수도 있잖아요.” 부동건은 애정 어린 손길로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당신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성격을 가진 아이로. 오빠 둘이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니, 세상 물정 모르는 고운 아가씨로 살아도 괜찮잖아.” 부동건의 말에는 분명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성공적인 사업, 다정한 아내, 그리고 완벽한 자녀 구성... 그는 모든 것을 바랐다. 하지만 말을 하며 부동건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조진숙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때 그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던 조진숙의 모습이 문득 스쳤다. 젊은 시절의 조진숙은 첫 아이를 낳고 모든 애정을 상혁에게 쏟아부었다. 그녀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린 상혁이 하나면 충분해요. 이 아이에게 모든 사랑과 힘을 쏟아 주고, 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책임져 줍시다.” 부동건은 조진숙의 뜻에 따라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래, 상혁이만 있으면 돼.” 그 약속은 그 당시엔 진심이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진심이었지만, 진심이라는 것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법이다.그 후 송혜선이 나타났고, 부동건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부남준이 태어났다.모든 것이 원래의 궤도에서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 시절 부동건이 조진숙에게 했던 약속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한없이 어리석고 덧없어 보였다.부동건의 얼굴에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곧 말끝을 바꿨다. “아이만 무사히 태어날 수만 있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나는 다 좋아.” 마침 그때, 그의 손바닥에 가벼운 태동이 느껴지면서 감동한 듯 중얼거렸다. “이 작은 녀석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는 모양이네!” 그 따뜻한 순간이 부동건의 마음에 남아 있던 어둠을 조금은 씻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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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이사회 날짜를 일주일 앞당겨

[그래, 퇴근하고 바로 데리러 갈게.]상혁은 단번에 승낙했다. 영상 속의 하연은 하품을 하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 며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몸이 너무 피곤해요. 아마도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상혁은 그녀의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왔다. [일은 잠시 내려놓고, 조금 쉬어. 네 몸이 먼저야.] 하연은 눈꺼풀이 감길 듯 무거워지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 상혁은 전화를 끊으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원신민이 그제야 다가섰다. “대표님, 부남준 상무님이 동남아로 떠나셨습니다.” 그 말에 상혁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냉담한 기운으로 변했다. 방금 전까지 따뜻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각진 얼굴에는 감정이라곤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고, 상혁의 태도는 차분하면서도 극도로 냉철했다. 상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움직임 하나는 빠르네.” 원신민은 느껴지는 압박감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보고를 이어갔다. “듣기로는 이건 회장님의 뜻이라고 합니다.” 부상혁은 빈정거리는 듯한 어조로 대꾸했다. “우리 송 여사님께서 꽤 열심히 그분 귓가에 대고 속삭였나 보네.” 그의 말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아마 회장님께서 부남준 상무님을 동남아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하시려는 것 같아요. 거기서 정규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회사로의 복귀 가능성도 훨씬 높아질 거고요.”원신민은 계속해서 분석을 이어갔다.“동남아가 최근 몇 년간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곳이잖아요. 아마 그곳에서 입지를 다지고 성과를 낸다면 누가 봐도 다시 재기하기에는 정말 알짜배기인 자리인 거죠.”상혁은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며 말을 덧붙였다.“정규인의 자리는 동남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 중 하나야. 하지만 정규인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임과 인맥을 남준이가 단기간에 무너뜨리긴 쉽지 않을 거야. 만약 성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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