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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작가: 손라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3 18:00:01
“이모님, 고마워요.”

전복죽의 맛은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았다. 하연은 숟가락으로 죽을 한 입 떠먹으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메스꺼움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온몸이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그릇 담겨있던 전복죽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하연은 식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먼저 출근할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많은 눈 내렸고, 도로의 상황이 좋지 않아 최동신이 계속 안전을 당부했다.

차는 눈길 탓에 속도를 낮춰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차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기사가 급히 차에서 내려 점검하더니 말했다.

“최 사장님, 차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견인차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하연에게는 중요한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 하연은 어떻게 든 회사에 가야 했기에 우선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길을 걸으며 택시를 잡기 위해서 호출 앱을 켰다.

도로 옆이어서 그런지 찬 바람이 더 부는 듯했고 그 매서운 바람을 맞으니 온몸이 얼어붙을 듯 추웠다.

그녀는 두 손으로 외투를 여미며 핸드폰으로 막 택시 호출을 하려는 순간, 하연의 눈앞에 빨간색의 눈에 띄는 BMW 미니가 앞에 멈춰섰다.

하연의 눈빛이 의아해할 때 곧 창문이 내려갔고 정교한 옆모습이 드러났다.

“최 사장님, 제 차를 타고 가시죠.”

주인공은 바로 주슬기였다!

지난번 연회 이후로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연은 슬기의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거의 반사적으로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주 대표님. 제가 이미 택시 호출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연이 호출했음에도 택시는 한참이 지나도 잡히지 않았다.

슬기는 이미 이 상황을 예측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고, 하연 앞까지 걸어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눈 오는 날엔 택시 잡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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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혁은 부동건의 말을 듣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재미없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한 태도였다. 바로 그때, 상혁의 핸드폰에 하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 출발하려고 하는데, 당신은 뭐 하고 있어요?] 그는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회사에 있어.] [아직도 안 끝났어요?] 하연이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귀여운 이모티콘 하나가 따라붙었는데, 살짝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상혁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두드렸다. [곧 끝나 조금 있다가 보자.] [넹, 부 대표님.]하연은 말 잘 듣는 학생이 선생님한테 보내듯 답장을 보내왔다. 상혁의 눈빛에는 어느새 부드러움이 가득해졌다.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버지, 그럼 하고 싶은 말씀이 더 남으셨으면 그건 남준이한테나 들려주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상혁의 단호한 태도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고, 부동건에게 체면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상혁아, 나는 진심에서 하는 말인데...” 부동건은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긴 한숨만 내쉬면서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과 풀리지 않는 걱정이 어른거렸다. 상혁이 복도로 나오자, 그곳에서 원신민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원신민은 상혁이 나오자마자 바삐 뒤따랐다. “대표님, 교도소 쪽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고경수가 새로운 증거를 대량으로 제출했는데, 정규인을 철저히 몰아넣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상혁은 담담히 대꾸했다. “고나희의 죽음은 고경수에게 가장 큰 상처였어. 이번엔 그저 이자 정도를 챙기는 셈이야. 결국 개싸움일 뿐이지.”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원신민이 이어 말했다. “정규인은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검찰 쪽에서 증거를 고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말로는 내년 초쯤 재판이 열릴 예정이며, 최소 20년형 이상은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경제 범죄는 보통 다른 사건보다 형량이 무겁다. 게다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15화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을 테니

    부동건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부상혁을 따로 불렀다. “아버지, 부르셨어요.” 상혁의 태도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했다. 곧은 자세로 한쪽에 서 있었다. 부동건은 아들을 보며 얼굴 가득 기쁨을 띄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있지 말고 앉아, 오늘은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나 나누자.” 탁자 위에 놓인 찻주전자에서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부동건은 능숙하게 찻주전자를 들고 차를 따랐다. 그의 손놀림에는 세월이 묻어나는 노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차 한 잔을 따르더니 부상혁에게 내밀었다. “올해 새로 나온 좋은 녹차다. 한 번 맛보아라.” 상혁은 잔을 들어 찻물을 한 모금 머금었다. 맑고 푸른 차빛이 잔 속에서 아른거리며 은은하게 빛났다.“괜찮은데요. 목 넘기도 부드럽고 여운이 깊네요. 좋은 차네요.” 상혁은 짧게 평가한 뒤 잔을 내려놓았다. 부동건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따가 비서한테 네 쪽에 하나 보내라고 말해 놓으마.” “그럼 감사하죠 아버지.” 상혁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객관적이고 정중했지만 정이 느껴지지 않는 태도였다. 하지만 부동건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 두 부자는 단둘이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만나더라도 주로 업무 이야기에 그쳤고, 오늘처럼 함께 차를 마시며 앉아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드물었다. 그런 만큼 부동건은 자연스레 감회가 밀려왔다. “네가 DL그룹을 처음 맡았던 때가 떠오르는구나. 그땐 겨우 열여덟 살이었지.” 부동건의 눈빛은 어느새 회상에 젖어 있었다. “그 당시 넌 너무 젊고 패기만 넘쳐 보여서 내가 네가 이 자리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단 몇 년 만에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성과를 냈지.”“심지어 중간에 DL그룹을 내려놓고 너만의 회사를 설립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고집스러운 DL그룹 원로 이사들조차 너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니 말이다.” 부동건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뛰어난 아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14화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도와줘

    송혜선의 마음속 질투심은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송혜선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이토록 기뻐하는 상황에서, 만약 하연의 뱃속에서 정말로 부씨 가문의 장손이 태어난다면, 자신과 부남준의 위치는 크게 흔들릴 것임을. 그녀는 부드럽게 설득하려 했다. “회장님, 보양식 같은 건 하연이 쪽에서도 충분히 알아서 준비를 했을 거예요. 우리까지 굳이 하연이 보양식을 신경 쓸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부동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그의 목소리는 차가워졌다. “당신 말은 내가 괜히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야?” 송혜선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회장님,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동건은 이미 인내심을 잃은 듯 보였다. “그만해! 이 집에서 당신이 나를 가르칠 위치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줬더니 본인의 위치를 잊은 모양이군.” 부동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몸조리나 잘하고 있어. 다른 일들은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어.” 말을 끝낸 그는 소매를 휘날리며 방을 나갔고, 송혜선에게 조금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았다. 부동건이 나가자, 조봉규가 시중드는 가정부를 물리고 송혜선의 뒤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때에 왜 괜히 회장님 심기를 건드리는 거야.” 송혜선은 가라앉지 않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 “최하연이 임신했어.” 조봉규의 손이 순간 멈췄다가, 이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하연이랑 부상혁이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잖아. 자연스러운 일이잖아. 굳이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고.” 송혜선은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당신 정말 몰라. 이 아이는 부씨 가문 3대의 첫 번째 아이야.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데 저 노인네가 벌써 그렇게 기뻐하는 걸 보면, 진짜 장손이라도 태어나면 어깨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13화 임신했다고?

    아름의 얼굴이 붉어졌고 조금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건 자연스럽게 있다 보면 천천히 순리대로 생기는 거죠...” 하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천천히 순리대로.” ... 조진숙은 하연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기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손에 잔뜩 임산부에게 좋은 보양식을 들고 찾아왔다.“하연아, 이건 다 몸에 좋은 거야. 집에 있는 이모님한테 부탁해서 꼭 챙겨 먹어. 입덧이 심하면 여기 신선초나 도라지를 좀 먹어봐. 입덧을 가라앉히는 데 좋아서 훨씬 편해질 거야.”조진숙은 일일이 꼼꼼하게 챙겨주며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되든, 지금 임신 초기에는 네 몸이 제일 중요하단다.” 조진숙은 하연의 손을 꼭 잡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 초기 3개월은 아직 불안정하니 충분히 쉬어야 해. 일은 밑에 사람들에게 맡겨도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하연은 조진숙의 어깨에 기대며 친근하게 미소 지었다.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난 그냥 지금이 너무 행복할 뿐이야. 곧 설이고 올해는 너희 둘 다 내 곁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 같구나.” 조진숙의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곧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감정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약혼식 준비는 거의 다 끝났어. 약혼식이 끝나면 바로 결혼식 준비를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에 대해 하연은 서두르지 않았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하지만 조진숙은 단호했다. 부모로서 자녀들의 일을 간섭하지 않고 둘을 존중하고 응원하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 세상의 편견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명문가 출신의 여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했다. 조진숙은 하연이 이런 세상의 편견이나 험담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 딸.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결혼식은 꼭 성대하고 아름답게 치를 거다.” 조진숙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12화 축하한다

    하연은 세면대에 몸을 숙이고 거의 속이 텅 빌 정도로 구토를 쏟아냈다. 상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손으로 하연의 등을 토닥이며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하연아, 좀 괜찮아졌어?” 물을 마시고 난 후 하연의 속이 간신히 진정되었다. “괜찮아요.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하민은 여전히 걱정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뭘 잘못 먹은 건가? 의사는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빨리 좀 오라고 해!” 곧바로 따라온 아름은 하연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하연의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연 씨, 혹시 이런 증상 얼마나 됐어요?” 하연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한 이틀 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름은 하연의 손을 잡고 조용히 귀에 대고 물었다. “그럼 혹시... 그날이 언제였어요?” “그날?” 하연은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은 듯 대답했다. “이번 달엔 안 온 것 같아요.” 그녀는 평소 생리 주기가 정확했지만 이번 달은 이미 반달이나 늦어진 상태였다. 하연은 뭔가 어렴풋이 깨달은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난달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은 아름은 마음속에서 이미 거의 확신을 얻었다. “그럼 잘 생각해 봐요. 구토 말고도 다른 증상이 있었는지? 몸이 평소보다 나른하거나 잠이 많이 온다든가? 이런 증상이요.” 이 말에 하연은 순간 멍하니 얼어붙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한편, 상혁은 하연과 아름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점점 더 초조해졌다. “하연이가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그는 진심으로 걱정하며 물었다. 아름은 미소를 띠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눈에는 환한 빛이 가득했다. “하연이는 괜찮아요.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죠.” “축하? 대체 무슨 말이야?” 하민은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아름은 손으로 하민의 어깨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11화 저희 혼인신고 했습니다

    “나 오래 잤어요?” 하연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는 잠깐 눈만 붙이려 했는데, 깊이 잠들어 버린 자신이 부끄러웠다. “수많은 일을 처리하는 최 사장님께서 잠시 쉬는 건 당연한 일이죠.” 상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연은 그제야 문득 떠올랐다. “큰일 났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데...”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책상으로 가보니 모든 서류가 정리된 채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심지어 노트북에 있던 최신 보고서까지 이미 검토와 승인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당신이 다 처리했어요?” 상혁의 업무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이번에는 효율이 지나치게 빨랐다.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어...” 하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혁은 그녀의 노트북을 닫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 사장님, 그럼 이제 퇴근해도 될까요?” 하연은 기분이 매우 좋아져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우리 마트 가서 샤브샤브 재료 사러 가요.”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사뒀어.” 하연은 상혁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고 상혁을 바라보는 눈에서는 수많은 별빛이 반짝이듯 반짝 반짝거렸다. 그리고는 주저하지 않고 그를 끌어안았다. “부 대표님이 준비까지 다 해 주셨으니, 이제 우리 바로 집으로 가면 되겠네요.” 오늘 밤 최씨 가문의 본가는 유난히 분주했다. 하연과 상혁이 막 도착했고, 곧이어 최하민과 예아름도 함께 들어섰다.오늘 하민과 아름은 평소와 다르게 더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하민은 한 손으로 아름의 손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로는 품에서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냈다. 하민은 단정하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희 혼인신고 했습니다.” 최동신은 미소를 머금고 매우 기뻐하며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실은 이미 이 일을 미리 알고 있었다. “축하한다. 앞으로는 더 행복하게 살 거라! 너희가 이렇게 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10화 이사회 날짜를 일주일 앞당겨

    [그래, 퇴근하고 바로 데리러 갈게.]상혁은 단번에 승낙했다. 영상 속의 하연은 하품을 하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 며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몸이 너무 피곤해요. 아마도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상혁은 그녀의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왔다. [일은 잠시 내려놓고, 조금 쉬어. 네 몸이 먼저야.] 하연은 눈꺼풀이 감길 듯 무거워지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 상혁은 전화를 끊으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원신민이 그제야 다가섰다. “대표님, 부남준 상무님이 동남아로 떠나셨습니다.” 그 말에 상혁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냉담한 기운으로 변했다. 방금 전까지 따뜻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각진 얼굴에는 감정이라곤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고, 상혁의 태도는 차분하면서도 극도로 냉철했다. 상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움직임 하나는 빠르네.” 원신민은 느껴지는 압박감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보고를 이어갔다. “듣기로는 이건 회장님의 뜻이라고 합니다.” 부상혁은 빈정거리는 듯한 어조로 대꾸했다. “우리 송 여사님께서 꽤 열심히 그분 귓가에 대고 속삭였나 보네.” 그의 말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아마 회장님께서 부남준 상무님을 동남아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하시려는 것 같아요. 거기서 정규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회사로의 복귀 가능성도 훨씬 높아질 거고요.”원신민은 계속해서 분석을 이어갔다.“동남아가 최근 몇 년간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곳이잖아요. 아마 그곳에서 입지를 다지고 성과를 낸다면 누가 봐도 다시 재기하기에는 정말 알짜배기인 자리인 거죠.”상혁은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며 말을 덧붙였다.“정규인의 자리는 동남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 중 하나야. 하지만 정규인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임과 인맥을 남준이가 단기간에 무너뜨리긴 쉽지 않을 거야. 만약 성공한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09화 반드시 남준에게 다시 기회를 줄게

    송혜선은 자연스럽게 부동건의 품에 앉아 두 팔을 부동건의 목에 걸었다. 부동건을 깊이 바라보는 송혜선의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아직 상혁이랑 남준이가 있잖아요. 설령 힘들어지더라도, 제 뱃속에 있는 이 아이가 나중에도 회장님일을 도울 수도 있잖아요.” 부동건은 애정 어린 손길로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당신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성격을 가진 아이로. 오빠 둘이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니, 세상 물정 모르는 고운 아가씨로 살아도 괜찮잖아.” 부동건의 말에는 분명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성공적인 사업, 다정한 아내, 그리고 완벽한 자녀 구성... 그는 모든 것을 바랐다. 하지만 말을 하며 부동건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조진숙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때 그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던 조진숙의 모습이 문득 스쳤다. 젊은 시절의 조진숙은 첫 아이를 낳고 모든 애정을 상혁에게 쏟아부었다. 그녀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린 상혁이 하나면 충분해요. 이 아이에게 모든 사랑과 힘을 쏟아 주고, 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책임져 줍시다.” 부동건은 조진숙의 뜻에 따라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래, 상혁이만 있으면 돼.” 그 약속은 그 당시엔 진심이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진심이었지만, 진심이라는 것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법이다.그 후 송혜선이 나타났고, 부동건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부남준이 태어났다.모든 것이 원래의 궤도에서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 시절 부동건이 조진숙에게 했던 약속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한없이 어리석고 덧없어 보였다.부동건의 얼굴에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곧 말끝을 바꿨다. “아이만 무사히 태어날 수만 있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나는 다 좋아.” 마침 그때, 그의 손바닥에 가벼운 태동이 느껴지면서 감동한 듯 중얼거렸다. “이 작은 녀석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는 모양이네!” 그 따뜻한 순간이 부동건의 마음에 남아 있던 어둠을 조금은 씻어 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08화 걱정하지 마

    황연지가 떠난 후, 정지철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부남준을 바라보았다. 정지철도 현재 상황이 부남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즉, 작은 실수라도 있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다. 정지철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정규인 쪽에 문제가 생긴 이상, 그쪽 사람들이 변심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 지금 당장 동남아 쪽은 누군가 가서 수습해야 해. 남준아, 네가 직접 가보는 게 어떻겠니?”이 제안은 남준이 이미 생각하고 있던 바였다. “그쪽 사람들을 잘 다독이고, 그 지역 사업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정규인이 돌아오지 않아도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정지철은 남준의 말을 받으며 덧붙였다. “정규인이 그곳에서 오래 자리 잡으면서 적도 꽤 많아졌을 거야. 듣자 하니, 정규인의 부하 중에 오대식이라는 자와 과거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어쩌면 그 인물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를 거야.”그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잠시 눈빛을 주고받았고, 서로 말없이 합의를 이뤘다.“아버님께서 어느 정도 계획을 미리 준비를 해두신 것 같군요.” 남준은 정지철의 계획에 신뢰를 표했지만,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제가 직위 해제된 상태라 공개적으로 그곳에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눈빛을 깊게 드리우며 복잡한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 “게다가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사회 쪽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더 큰 손실입니다.” 이사회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남준이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었다. 정지철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이사회는 걱정하지 마. 이미 절반 이상의 이사들을 내 손 안에 두고 있으니, 자네가 자리에 없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내가 확실히 지킬 테니까.”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자네가 동남아로 가는 데 필요한 준비는 내가 모두 해놓을 테니, 그 부분도 신경 쓰지 말게.”남준은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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