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332 챕터
제81화 타짜들의 싸움
구경꾼들이 분분히 놀랐다.민진현은 B시의 도박계에서 타짜라고 불리우던 사람이었다. 비록 최근 몇 년간 도박에 손을 대지는 않았으나, 반쪽짜리 타짜인 송승헌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위협적인 인물이었다.명망 높은 노인이 젊은이를 이토록 압박하다니, 민진현은 자신의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연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만약 민 회장님께서 패하신다면...”하연이 민진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허!’‘나더러 한서준의 세컨드라는 걸 인정하라고? 웃기시네!“절대 안 져!”민진현이 목소리를 높였다.“나와 내기를 할 것인지 아닌지만 말하게!” 이는 분명, 민진현이 막강한 세력으로 하연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경꾼들 중에서 이에 대해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민 회장님께서 패하신다면, 민혜경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스로의 뺨을 때리며 제 결혼에 끼어든 것에 대한 용서를 빌어야 할 겁니다!” 곧이어 하연의 눈동자가 민진현의 엄지손가락에 끼워진 백옥반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 백옥 반지도 저에게 넘기시죠!” 하연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어머, 저 백옥 반지, 국보에 버금가는 거 아니야?” “일 년 내내 민 회장님의 곁을 따라다닌 사람도 저 반지의 가치를 알 수 없었다며?”“민 회장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물건이라던데... 최 사장님 정말 대담하다!” 모두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연을 바라보았다. “왜요? 못하시겠어요? 저에게 벌거벗은 것과 같은 창피를 주고 싶으신 모양인데, 민 회장님께서도 그 정도 큰 물건은 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연이 침착하게 말했다.민진현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돌리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혔다. ‘감히 이 반지를 내기에 걸려고 하다니!’최근 언론으로 인해 요동치는 ST그룹의 주가를 생각하자, 민진현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좋아, 그렇게 하지!”“자신 있는 거야?”여은이 걱정스럽다는 듯 하연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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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백옥 반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민 회장님 말이에요, 정직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어머, 최 사장님을 속이려다 들키니까 했던 말을 번복하시려는 거예요? 만약 최 사장님께서 속임수인 줄 모르셨다면 그건 정말 억울한 일이잖아요!”“최 사장님더러 한 대표님의 세컨드라는 걸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건 너무도 부도덕한 일이에요.”“우리가 연예계 전문 기자이기는 하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기사를 쓰는 건 아니잖아요? 민 회장님, 노망이라도 나신 거 아니에요?” “마음껏 떠들어보라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쓸 데 없는 말들일 뿐이니까!”화가 난 민진현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졌다. 민진현은 주위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말들이 거북한 듯했다. “여기 있네!”민진현이 백옥 반지를 손가락에서 힘껏 책상 위에 내려놓으려다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하연의 손가락에 살짝 끼워 넣었다.민진현의 말투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잘 보관해두게, 곧 다시 찾으러 갈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시죠.”하연이 돌아가자는 의미로 여은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최 사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그 백옥 반지를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상자를 구해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웨이터가 하연의 타짜다운 면모에 탄복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혹시, 비닐봉지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거기 담아 가면 될 것 같은데.” 하연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무렇게나 놓아 둘 물건입니다. 소중히 다뤄주실 필요 없어요.” 다시 한번 모두가 깜짝 놀랐다.백옥 반지는 감히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국보급 문물과도 같은 것으로, 민진현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반지를 비닐봉지 따위에 담아 가려 하다니! 하연의 말을 들은 민진현은 분노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하연의 손에 들어간 백옥 반지를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다. 민진현이 온 힘을 다해 의자를 걷어찬 후, 자리를 떠났다. “민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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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엇갈린 세 사람
이때, 어디선가 최고급 스포츠카 엔진의 굉음이 들려왔다. 선이 유려한 보라색 스포츠카 한 대가 수많은 최고급 차량의 사이를 지나 하연과 여은의 앞에 멈춰 섰다.오른손에 깁스를 한 하성이 차량의 조수석에서 내렸다. “하연아, 오빠 왔다!”하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성의 오른손에 있는 깁스를 바라보았다.“다 낫지도 않았으면서 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예요?” 사실, 하연은 하성이 F국에서 잘 휴양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몰래 귀국한 것이었다. 하성이 자신을 따라 귀국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보고 싶었어!”“그리고, 다 낫지 않아도 당연히 널 데리러 와야지.”하성이 서준을 힐끗 쳐다본 후, 주권을 선포하기라도 하는 듯 운전기사를 향해 하연에게 차 키를 건네주라고 지시했다.“오늘은 네가 운전해.”“날 믿을 수 있겠어요?”차 키를 받아든 하연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불안감이 스쳤다. 사고를 당한 후, 하연은 며칠간 악몽에 시달렸다. 하연은 꿈에서 하성이 죽는 것을 보았고,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깨곤 했다. 이 모든 것은 혜경이 벌인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었다.“그럼, 당연하지.”하성이 하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다 지나간 일이잖아.”“그럼, 오빠의 새 차 좀 운전해 볼까요?” 하연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오빠 말이 맞아. 다 지나간 일이야. 민혜경도 또 그런 짓을 벌이지는 않을 거야.’‘내 운명은 내가 정해. 트라우마 따위에 질 수 없어.’파티장을 떠나기 전, 하성이 대단히 매섭고 차가운 눈초리로 서준을 쏘아보며 말했다.“당신의 세컨드, 잘 관리하는 게 좋을 거야. 교통사고 건도, 우리 하연이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으면, 우리 쪽은 민혜경을 사적으로 처리했을 텐데! 우리 쪽은 두려울 게 하나도 없었어!”울적함이 파도가 되어 서준의 가슴을 덮쳤다. 서준이 하연을 향해 소리쳤다.“나,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혜경이랑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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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양치기 소녀
하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아직 내가 시킨 대로 사죄하지도 않았으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혜경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너 같은 X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이게 미쳤나 진짜?!” 혜경은 하연의 거만한 표정이 너무도 거슬렸다. ‘그때 확실히 죽여버렸어야 했는데.’“무릎? 안 꿇어도 돼. 곧 태어날 아이도 너랑 같이 감옥에 가게 될 테니까. 난, 네가 스스로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기를 기다릴 거야.”하연이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설령 내가 감옥에 간다 하더라도, 나한테는 서준 씨와 맺은 사랑의 결실이라는 게 있어.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거야.” 혜경이 하연의 말에 반격하고 나섰다.“난, 너랑 달라. 3년간의 결혼 기간 동안 애 하나 갖지 못한 너 같은 X이랑은 다르다고!”순식간에 하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아이, 이것은 풀지 못한 하연의 한이었다. 3년간의 결혼 기간 동안 하연이 가장 많이 들었던 모욕 역시 이것이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나를 해친 것도 모자라, 고작 아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을 피하고, 내 앞에서 큰소리까지 치고 있다니...’하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하연이 혜경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혜경이 몸이 종잇장처럼 뒤로 젖혀졌다. “다시 지껄여봐!”하연 보다 키가 작았던 혜경은 뒤꿈치가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서 버둥댈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하연이 혜경의 멱살을 잡고 있는 두 손을 놓는다면, 혜경은 그 즉시 땅바닥에 널브러질 것이었다. 혜경은 출산을 앞둔 임산부였다. 바닥에 널브러진다면 틀림없이 사고가 날 것이었다. 순간적인 공포를 느낀 혜경이 애원하기 시작했다.”나, 나, 난 임산부야. 그만해!”“너, 여태 잘만 까불었잖아?”하연이 차갑게 웃었다.“갑자기 두려워지기라도 한 거야?”혜경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온몸을 벌벌 떨었다.혜경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한밤중이었던 탓인지 자신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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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두 남자의 대립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매장의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하연에게 아주 익숙한 사람, 한서준과 민혜경이었다.하연은 B시라는 곳이 너무 좁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혜경과 서준이 손을 잡은 채 매장으로 들어섰다. 마치 가족이 된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하연의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시림이 엄습해왔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두 사람의 약혼 소식을 듣자마자 두 사람이 약혼반지를 고르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3년간의 결혼 기간 동안 서준이 하연에게 준 선물은 결혼반지가 유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서준은 치수를 재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서준이 잠든 틈을 타서 하연이 몰래 서준의 치수를 측정했어야 했다. 그랬던 서준이 지금은 직접 VERE매장에 나타나 혜경과 함께 결혼반지를 고르려 하다니.하연은 어리석었던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연은 서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던 과거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고, 진심을 다하여 서준을 대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연이 어깨를 짓누르는 비참함을 느끼던 바로 그때, 뒤에서 하성이 나타났다. 하성이 붕대를 감은 손으로 힘겹게 푸른색 다이아몬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내 안목, 어때?”실의에서 벗어난 하연이 하성이 건네는 반지를 받아 들고는 옅게 웃었다.“예뻐요, 제가 직접 디자인한 스타일을 골랐네요?” “그래? 그럼 나랑 마음이 통한 거네? 기분이다! 오빠가 이 다이아몬드 선물로 사줄게, 어때?”하성이 하연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하성이 조각 같은 얼굴과 큰 몸으로 하연이 서준과 혜경을 볼 수 없도록 하연의 앞을 막아섰다. “아니, 괜찮아요. 또 인터넷에 이야기가 어떻게 퍼질지 모르잖아요.”하연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하성이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인 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푸른색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연에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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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뒤늦은 후회
“민씨 가문 아가씨의 약혼자 신분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하연이 붉은 입술을 열어 또박또박 말했다.“아니면, 제 전 남편의 신분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생각해 보시죠, 대체 어떤 신분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지.”서준은 멍해졌다.‘내가 선을 넘었구나.‘이 세상에서 가장 물어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 바로... 나야.’‘나 역시 다른 사람과 낄 결혼반지를 고르고 있었잖아. 난, 최하연의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어.’서준이 혜경을 향해 긴 다리를 내디뎠다. “이제 그만 가자.”혜경의 눈동자에 이상한 기운이 반짝였다. “하지만 서준 씨, 우리, 아직 반지를 고르지 않았잖아!” “다른 데서 고르자.”혜경이 서준의 뒤를 쫓았다. 혜경이 아담한 몸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서준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잠깐 기다려봐!”두 사람이 매장을 떠난 뒤에도 하연은 웃음을 되찾지 못했다. 하성이 조각 같은 얼굴로 하연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아직도 괴로운 거야?”“뭐라고요?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오빠가 나를 괴롭힌다고 큰오빠한테 다 이를 거예요!” 하연이 하성을 위협했다.하성이 계속해서 하연을 달랬다.“그러지 마, 큰 형이 나한테 너를 돌보라고 시킨 건데, 네가 나를 큰 형한테 일러바치면 어떡해, 나, 분명 좋은 꼴은 못 보게 될 거야.”잠시 후, 최씨 저택.한참 동안 거실에 앉아 하연과 하성을 기다리던 운석이 두 사람의 손에 들린 큰 쇼핑백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신님, 왜 하성이 녀석이랑 쇼핑을 하면서 저는 부르지 않으신 겁니까?” 하성과 운석은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헐뜯기 바빴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성이 운석을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운석이 하연이 못생겼다고 소문을 낸 바 있었기 때문에 하성은 어릴 적부터 운석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하연은 못생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름다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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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덫
“그 부분은 제가 외부에 분명히 설명하겠습니다.” 이 말을 마친 서준이 곧바로 몸을 돌려 회장실을 떠나자, 민진현이 서준이 나간 문을 향해 찻잔을 던졌다. 산산조각 나버린 찻잔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브러졌다.분노를 가라앉힌 민진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날 좀 도와줘야겠어. 깨끗하게 처리해 주게.”“최하연...”민진현의 어두운 얼굴에 음흉함이 가득해졌다.“우리 민씨 가문이 어느 정도인지, 똑똑히 보여줘야겠어.”...일주일 후.드디어 기항 그룹과 기술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밝았다. 하연과 정기태가 함께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기항 그룹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다른 그룹의 임원들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진보한 기술 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하연이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재와 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앉아만 있었다. 하연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임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표정이...”성재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시종일관 웃음을 띠던 성재의 총명한 눈동자에는 뚜렷한 조의만이 가득했다.성재가 우지나를 향해 말했다.“우 상무님, 지금 상황에 대해 최 사장님께 보고드리세요.”“최 사장님, 한 시간 전, 다크 웹에 대량의 나노로봇의 핵심 암호화 파일이 생겨났습니다. 다행히 아직 그 안의 소스 코드를 돌파한 사람은 없는 걸로 보이지만, 곧 돌파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우지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이 소스 코드 말입니다. 불과 이틀 전에 DS그룹에 공유된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하필 오늘 정보가 누설된 걸까요?”“그러니까, 지금 우 상무님 말씀은... 우리 DS그룹이 정보를 누설했다는 겁니까?”하연은 몹시 당황스러웠으나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확실한 증거도 없이 함부로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 “DS 그룹에 정보를 공유한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기니, 의심을 거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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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지원군
성재 역시 우지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최 사장님, 지금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도 해커들은 암호를 해독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아니라면 아닌 겁니다.”하연이 자신만만하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고는 고개를 돌려 작은 목소리로 정기태에게 물었다.“오고 있습니까?”정기태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10분 내로 도착하실 겁니다.”하연이 가볍게 웃으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실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모두 저와 함께 내려가 맞이해주시죠.”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심지어는 하연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지금이 어떤 때인데, 다 같이 한 사람을 마중 나가자는 겁니까? “최 사장님, 아직도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신 모양이군요!”“답답합니다, 정말!”하연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지 않는 듯했다. 하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중에 저를 따라오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나 하지 마십시오.”서준이 하연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저는 최 사장님과 함께 가겠습니다.”성재는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두 명의 대주주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세 명의 고위 임원들이 회의실을 떠난 상황에서, 어찌 한낱 주주들 따위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다른 방법이 없던 주주들 역시 하나둘씩 하연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하연을 선두로 한 강대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 후, 노란색 택시 한 대가 기항그룹의 입구에 멈춰 섰다.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누구야?”“거물 급 인사인가 봐.” 곧이어 190이라는 큰 키에 온화한 외모를 가진 한 남성이 차량에서 내렸다. 그 남성은 검은색 사복을 입고 있었으며 절제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왔구나!”하연이 빠르게 달려가 최하경을 끌어안은 후, 귀에 대고 속삭였다.“오빠, 부탁 좀 할게요!”“응, 별거 아니더라.”하경이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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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시한폭탄
“그렇죠, 우 상무님?”하연이 우지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고는 싱겁다는 듯 웃었다. 갑자기 우지나가 호명되자,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이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최 사장님 말씀은...”하연이 손가락에 끼워진 푸른색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화살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지나를 쏘아보며 말했다.“우 상무님, 왜 마지막으로 올라오신 겁니까?” “저요?”우지나가 스스로를 가리켰다.“그저,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입니다.”“최 사장님, 정말 열심이시군요. 부하 직원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까지도 관리하시니 말입니다.”“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 여쭙는 겁니다.”하연이 정기태로부터 받은 자료를 우지나의 앞에 내팽개쳤다.“기항그룹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던 사람들에게 빨리 손을 떼라고 전하러 갔던 거 아닙니까?” 하연이 내팽개친 자료를 훑어본 성재가 하연의 뜻을 알아차렸다. 하연의 목소리가 광풍과 폭우 전의 고요함과 같이 낮게 깔렸다. “우 상무님, 설명해 주셔야겠습니다.” 우지나는 자신의 앞에 내팽개쳐진 자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세히 보니, 우지나의 얼굴은 창백하여 입술도 떨리고 있었다. 게다가 식은땀까지 흘리며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최대한 은밀히 진행한다고 한 건데, 이 여자한테 들켜버리다니!”하연이 웃기 시작했다.“제가 모은 증거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우리 DS그룹과 정보를 공유할 때, 고의적으로 나노로봇에 대한 소스코드를 주식 시장에 유출한 후, 주식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여 주식을 헐값에 팔아 치우게 하고, 어부지리로 더 많은 기항그룹의 주식을 손에 넣으신 거 아닙니까?” “임 대표님, 우 상무님께서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으실 생각이 없으신가 봅니다.”“임 대표님, 제가 사람을 시켜 기항그룹의 주식을 사들이라고 한 건, 그저 주식이 외부인의 손에 넘어갈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정말이지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음을 다 잡은 우지나가 분주하게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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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칼을 든 장정
“임 대표님은 임 대표님 일에만 신경 쓰시죠.”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해결됐습니다. 단지, 세상 물정에 다소 섭섭할 뿐이지요.”성재가 서준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 “한 대표님, 곧 약혼하신다고 들었습니다.”“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서준이 성재가 건넨 물병을 밀어내고는 긴 다리를 뻗으며 회의실을 떠났다. ...돌아가는 길.하경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아까 네 편을 들던 사람이 한서준이야?”하경의 말을 들은 하연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누가 내 편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은 돈이 중요했을 뿐이라고요!”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 그런대로 잘 생겼더라. 근데 여자 안 좋아하잖아. 너랑은 안 어울려. 헤어지길 잘했지.” 하경의 말에 하연은 말문이 막혔다.‘못 살아 정말...’ “그래요, 그래서 오빠 말대로 헤어졌잖아요.” 하연이 서준과 결혼식을 올릴 당시, 하경은 바다 건너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경은 매제의 인품을 증명하기 위하여 특별히 서준의 노트북을 해킹했었다. 하경은 해킹한 노트북을 이용하여 서준을 탈탈 털어보려 했지만, 놀랍게도 서준의 노트북에는 남자라면 좋아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하경은 서준이 무성욕자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근거를 정리하여 하연에게 메일로 보냈으나 철저히 무시당했었다. 단 한 번도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자니, 하연은 서준이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도대체 민혜경은 어떻게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거야?’ “근데 오빠, 왜 이번에도 혼자 왔어요? 내 새언니 될 사람은요?” “몰라, 꿈속에 있는 건지,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건지... 아무튼 아직 못 만났어.”하경이 상큼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만, 빨리 찾아봐요. 더 미루다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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