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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뒤늦은 후회

“민씨 가문 아가씨의 약혼자 신분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하연이 붉은 입술을 열어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면, 제 전 남편의 신분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생각해 보시죠, 대체 어떤 신분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지.”

서준은 멍해졌다.

‘내가 선을 넘었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물어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 바로... 나야.’

‘나 역시 다른 사람과 낄 결혼반지를 고르고 있었잖아. 난, 최하연의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어.’

서준이 혜경을 향해 긴 다리를 내디뎠다.

“이제 그만 가자.”

혜경의 눈동자에 이상한 기운이 반짝였다.

“하지만 서준 씨, 우리, 아직 반지를 고르지 않았잖아!”

“다른 데서 고르자.”

혜경이 서준의 뒤를 쫓았다. 혜경이 아담한 몸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서준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

두 사람이 매장을 떠난 뒤에도 하연은 웃음을 되찾지 못했다.

하성이 조각 같은 얼굴로 하연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직도 괴로운 거야?”

“뭐라고요?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오빠가 나를 괴롭힌다고 큰오빠한테 다 이를 거예요!”

하연이 하성을 위협했다.

하성이 계속해서 하연을 달랬다.

“그러지 마, 큰 형이 나한테 너를 돌보라고 시킨 건데, 네가 나를 큰 형한테 일러바치면 어떡해, 나, 분명 좋은 꼴은 못 보게 될 거야.”

잠시 후, 최씨 저택.

한참 동안 거실에 앉아 하연과 하성을 기다리던 운석이 두 사람의 손에 들린 큰 쇼핑백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신님, 왜 하성이 녀석이랑 쇼핑을 하면서 저는 부르지 않으신 겁니까?”

하성과 운석은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헐뜯기 바빴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성이 운석을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운석이 하연이 못생겼다고 소문을 낸 바 있었기 때문에 하성은 어릴 적부터 운석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하연은 못생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름다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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