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71 - Chapter 80
336 Chapters
제71화 언쟁
“사과하라고요!”“헛소리 그만 하라고요!” 혜경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나는 명문가 집안 사람이에요, 내가 왜 당신 같은 아줌마에게 사과해야 하죠? 미쳤어요?”“팍!”조진숙은 참을 수 없었다. 조진숙이 혜경에게 달려 들었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혜경의 따귀를 세게 걷어 올렸다.“교양 없긴!”조진숙은 혜경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다. 한 대 때리고 난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한번 더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 혜경은 이번에는 재빨리 피했다.하연은 조용히 조진숙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작은 소리로 조진숙에게 말했다. “이모, 완전 멋있어요.”“그럼, 이런 거 치우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조진숙이 웃으며 말했다.“이모가 있으니까 너는 가만히 내 옆에 서 있기만 하면 돼.”조진숙이 이렇게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보고, 하연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눈동자 속에 조진숙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굳이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조진숙은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 이유 없이 기꺼이 하연을 위해 나섰다.조진숙의 손아귀 힘이 매우 세서 혜경은 넘어지려던 몸을 한쪽의 기둥을 짚고서야 지탱할 수 있었다.따귀 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혜경은 얼굴을 가리고 그 자리에 있던 큰오빠 민우진을 불렀다. 혜경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조진숙을 가리키며 울며불며 하소연했다.“큰오빠, 이 사람이 나를 때렸어!”우진은 여동생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혜경을 도와 나서려 했다. 우진은 자신의 여동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상대가 누군지 똑똑히 보았다. 우진의 노기등등한 얼굴은 순식간에 알랑거리는 웃음으로 바뀌었다.‘이런 거물의 미움을 살 수 없지.’“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한 것 같네요. 당장 나가겠습니다. 기분 푸시고요!”우진은 조진숙에게 코가 땅에 닿도록 바짝 엎드려 사과했다.“오빠가 무슨 사과를 해!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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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거짓말
혜경은 한번도 우진에게 이렇게 큰소리로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다. 갑자기 난처한 얼굴로 불쌍하게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자세는 여전히 뻣뻣했다.다른 사람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싶지 않은데, 하물며 그 상대는 하연이었다.지금 F국에 머물러 B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직 이 여자의 하사를 받은 것이 아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혜경은 서준을 발견하고 서준 쪽으로 다가왔다.혜경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하연을 향해 걸어갔다가 아주 가까이 가서 멈춰 섰다.하연은 혜경을 위아래로 한 번 보고 경계했다.“또 뭘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반짝이는 눈동자를 한 혜경이 마치 배수진을 친 듯 모질고 차가운 소리로 웃었다.“최하연, 이건 다 네가 나를 괴롭히려고...”“아...”혜경이 비명을 지르며 갑자기 뒤로 넘어져 옆에 있는 꽃병에 부딪혔다.사람 키 절반 정도 높이의 거대한 꽃병이 쓰러지면서 혜경과 함께 넘어졌다. 그 틈을 타 혜경은 기둥에 부딪힌 뒤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하연은 눈앞의 이 장면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여전하네, 민혜경...’서준은 앞으로 나아가서 혜경을 일으켜 세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우진을 책망했다.“왜 혜경이 옆에서 혜경이를 보호하지 않으신 겁니까?” 우진은 안색이 어두워서 혜경을 보았다.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일단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단지 이런 식으로 속이는 가식적인 행동은 식구들끼리는 잘 알고 있지만, 밖에서 직접 거짓말이라고 폭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하연을 흘겨보았다.“어떻게 지금 임산부에게 손을 댈 수 있지?”서준은 하연을 대할 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분노와 복잡한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하연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하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비록 한걸음 물러 서서 자기 가족을 대신해 사과한다 하더라도 하연은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을 기세였다.조진숙은 서준을 알아보고, 서준이 혜경을 보호하려는 것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목소리 톤도 점차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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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더 사야 돼요?
“그럼 귀국해서 이틀 정도 있다가 기일 지내고 돌아와.”혜경의 언니인 혜주와 서준의 형인 명준 때문에 서준은 혜경에 대해 줄곧 저자세를 유지하며 모든 것을 다 덮어왔었고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혜경은 배를 쓰다듬으면서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이번에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B시에 남아 있어야 했다. 이 괴상한 곳에 혜경은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최하연, 목숨까지 잃게 되면서 내 남자한테 어떻게 꼬리치는지 두고 보자.’...하연은 사람들을 몰아내고 나서 언짢았던 기분이 좀 풀렸다. 조진숙과 한참동안 조진숙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조진숙은 하연과 이야기를 마친 후 전화를 걸어 대형 백화점의 문을 닫게 했다. 조진숙과 하연 단 두 사람만의 쇼핑을 위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또 한참동안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하연은 소파에 누워 기진맥진하여 말했다.“이모, 과연 말라카 해협을 가로질러 여행하는 여자다워요. 오늘 이모의 놀라운 체력에 감탄했어요.”조진숙은 가사 도우미에게 사온 명품들을 걸라고 분부하고 웃으며 말했다.“몇 년 동안 너에게 옷 한 벌 못 사줬네. 이번에는 예쁜 걸로 몽땅 사줄 거야. 내일 다른 백화점 가서 또 쇼핑하자.”100평의 거실은 각양각색의 정장과 보석 장신구로 가득하였다. 하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정도 양이면 매장을 차릴 만큼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얼굴에 백화점에 또 가야 할 힘든 표정을 띄며 물었다.“더 사야 돼요?”“물론이지.”“저 곧 B시로 돌아가요, 다 입을 시간도 안될 것 같은데.”“그럼 보내줘야지. 아니면 네 방 특별히 꾸며놓고 옷 놔둘 테니까 시간 날 때 돌아와서 입어.”하연은 도저히 조진숙을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 달콤한 ‘부담감'이었다!조진숙은 아직 꺼내지 않은 중요한 일이 생각나서, 서둘러 하연 곁에 앉았다.“하연아, 여기 며칠만 더 있어라, 상혁이가 내일쯤 돌아올 건데, 시간 내서 같이 만나자.”하연은 조진숙의 부탁에 이러지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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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같이 지키자
하연이 체육관에 도착했다.하연은 이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성의 매니저에게 차 열쇠를 넘겼고 즉시 하성이 예약해둔 VVIP석으로 왔다. 무대와 한 발자국 정도 떨어진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전체 체육관 스탠드는 파란색 현수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파란색은 하성 팬클럽을 상징하는 색이다. 위에는 하성의 예명인 ‘사이먼’이 적혀 있다.조명이 어두워지자 팬들은 손에 든 형광봉을 흔들며 한동안 체육관 전체가 푸른 바다처럼 보였다.체육관 전체를 뒤흔드는 음악이 하연의 심장을 울렸다. 칼군무를 추는 백댄서들 사이에서 한눈에 하성이 보였다.방금 빠른 리듬의 댄스곡을 끝냈다. 하성은 숨을 헐떡이며 무대 중앙에 서서 시그니처 포즈를 취했다. 이때 하성을 향해 엄청난 카메라 플래쉬 세례가 이어졌다. 하성은 흡사 음악의 제왕 같았다.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하성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큰 소리로 외쳤다.“사이먼! 사랑해!”“너 아니면 결혼 안 해!”하성은 하연을 보고 매력이 넘치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고, 그게 카메라에 포착되어 즉시 전광판으로 전달되었다. 무대 아래의 소녀팬들은 더욱 흥분해서 소리지르고, 기절할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하성은 맥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눈빛에서 눈부신 광채가 번쩍였다.“여러분, 저는 오늘 매우 기뻐요. 왜냐하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와있기 때문입니다.”“아!!!”소녀팬들이 모두 들끓기 시작했다.‘누구야? 과연 사이먼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굴까?’미친 듯한 함성이 사라진 후, 이렇게 큰 경기장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모두들 마치 신이라도 대하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하성의 말을 경청했다.하성의 긴 손가락은 첫 번째 줄 방향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나의 작은 공주, 최하연!”카메라는 사람들 속에서 하성이 가리키는 대상을 바쁘게 찾다가 결국 하연의 위치를 찾아 화면을 고정시켰다. 하성을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무대에서 순식간에 하연에게로 옮겨졌고, 스크린에는 하연의 차갑고 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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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또 뭐 있어요?
“하연아, 빨리 출발해!”하연은 바로 앉아 엑셀을 밟았고 하연의 은회색 차량은 재빨리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도중에 하성은 휴대전화를 들고 끊임없이 실시간 검색 인기 검색어 순위를 확인하면서 수시로 하연에게 보여주었다.“봐라, 어떤 사람은 네가 나랑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 여친이래.”“그리고 이거, 우리 둘은 M국에서 만났고, 첫눈에 반했고, 사랑이 뜨겁게 불타올랐대.”“이것은 더 말도 안돼. 네가 우리 엄마가 어릴 때 돈 주고 사온 민며느리래.”하연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네티즌들 상상력 정말 대단하다.”“그리고...”“또 뭐 있어요?”“그리고 너 욕하는...”하연은 하성을 향해 흉악한 표정을 살짝 지었다.“한 대 콕 때려주고 싶다!”유려한 곡선의 차체가 멋진 스포츠카가 야경 속을 달리고 있다.갑자기 난데없이 건축자재를 싣고 가는 화물차 한 대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하연의 스포츠카의 정면으로 돌진해 왔다.속도가 매우 빨라서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하연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핸들을 세게 꺾으며 끼어든 차를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눈앞의 한 줄기 흰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연은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이 머리속으로 파고들었다.화물차가 하연의 차를 세게 들이받았다!“빵!”큰 충격으로 에어백이 터져 하연의 뒤통수가 의자 등에 심하게 부딪혔다.하연은 차량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에어백과 좌석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사고 당시 스포츠카의 앞부분이 눈 앞에서 부딪혀 반쯤 움푹 들어가 도로 중간에 흔들리면서 멈췄다.화물차는 일정 거리만큼 후진했다가, 다시 하연의 차를 세게 들이받았다!그 후, 말없이 차량 기사는 도망치고 말았다.‘이건 살인이야!’뒤따르는 연예기자들은 휘발유가 연료통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는 폭발 위험이 자신에게 미칠까 봐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다.일부 기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떨며 병원 구급차에 전화를 걸었다.희뿌연 먼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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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우리를 구해줬던 그 사람
“가족분들, 서둘러 주세요! 저는 다시 한번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의사가 상혁을 향해 말했다. 서준을 힐끗 쳐다본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최대한 서준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전 남편일 뿐이야.’ 서준의 눈동자가 상혁을 향했다. ‘저 남자, 혈액형 같은 개인적인 정보까지 다 알고 있잖아?’서준은 속이 쓰리는 듯했다.“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입니까?”“그쪽은 알 필요 없습니다.” 상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이제 그만 돌아가 주시죠.”“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서준은 술이 조금 깬 듯했다. 상혁이 긴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피곤함을 내비쳤다.“깨어난다고 해도 그쪽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제가 아무리 전 남편이라지만, 설마 당신보다 못하겠습니까?” “알면 됐습니다.”“그쪽, 확실히 저보다는 못하니까요.”두 사람의 강렬한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하지만 상혁의 기세는 조금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듯했다. 상혁의 기세에 움츠려든 서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하연 씨만 괜찮다면 그만입니다.”“제가 여기 있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상혁이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며 말했다. ...이틀 후.하연이 눈을 뜨자, 목에 깁스를 한 채 서 있는 하성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다행이다! 드디어 깨어났구나!”하연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하성은 드디어 졸이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빠, 우리를 구해줬던 그 사람, 누구예요?” 하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하연의 머릿속은 위험을 무릅쓰고 곧 폭발할 차량에서 자신을 안아 구출해 준 그 남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분명 처음 본 사람이었어.’ “상혁이잖아!”“진숙이 이모의 큰 아들, 기억 안 나?” 하연이 급히 일어나며 하성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 있어요?”“아침 일찍 갔어, 회사에 일이 좀 있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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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감히 날 건드려?
하연이 미소를 지으며 하성을 흘겨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아무 말도 안 했어.”“내 험담을 하는 거라면, 나한테 들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가흔이 경고했다.수다쟁이 하성이 입을 꾹 다물었다.“바람을 좀 쐬고 올게.”하성은 가흔 앞에서 다시 시크해졌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병실의 문을 연 하성이 문밖에 서있던 서준과 마주쳤다.웃음기가 사라진 하성의 얼굴에는 차가운 긴장만이 맴돌았다. 하성이 병실의 입구를 막아선 채 목소리를 높였다.“여기가 어디라고 와?” 서준의 비서가 하성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네자, 하성이 입을 열었다.“하연 씨한테 전해주세요.”“당장 꺼지지 못해?!”하성이 손을 내저었다.“우리 하연이는 네 까짓 게 주는 하찮은 물건 따윈 필요하지 않아.”“하연 씨, 깨어났습니까?”서준은 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이런 겉치레뿐인 남자는 우리 하연이와 어울리지 않아.’ ‘반대로 상혁이는...’서준이 위기의 낌새를 알아차렸다. “깨어났어요. 아주 잘된 일이죠. 충분한 대답이 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주세요.” 하성의 뒤에 있던 가흔이 말했다. 가흔은 하성과 함께 병실의 입구를 막고 섰다.“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마친 서준이 발길을 돌렸다.화가 난 하성이 서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하연이를 돌보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네 까짓 게 감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찌질한 새X 같으니라고!” 가흔이 하성을 잡아당겼다.“소리 낮추세요. 하연이, 안정이 필요해요.” 하성이 나지막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 네 말이 맞아.”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저녁 무렵.하연을 만나기 위해 병실을 방문한 조진숙이 하연에게 종이봉투를 건넸다. “상혁이가 너에게 전하라고 하더구나.”하연이 조진숙이 건넨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의 안에는 민혜경이 누군가에게 검은 돈을 건네는 사진이 들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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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목숨을 빚진 대가
하연이 기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러분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저는 이미 회복되었습니다.”“그리고, 이번 교통사고에 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우리나라의 법이 아무런 죄가 없는 선량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나쁜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믿는다는 겁니다.”기자들이 하성에게 물었다. “인터넷에 이번 교통사고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사이먼 씨가 특별히 모든 일을 제쳐둔 채, 최하연 씨의 곁을 지켰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최하연 씨와 무슨 관계인지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두 분, 가까운 사이입니까?” 하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사이먼 씨와 저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분간 어떠한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기자들이 하나둘씩 철수할 준비를 했다.한쪽에 서서 하연의 말을 듣고 있던 서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서준은 하연에게 직접 상혁, 그리고 사이먼과 무슨 사이인지 묻고 싶었다.서준의 호기심 역시 언론 기자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나, 하연이 차갑게 돌아서 자리를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같은 날 저녁.서준이 HT그룹으로 들어섰다.서준은 경찰서에서 하루 종일 혜경의 일을 처리한 탓에 대단히 피곤한 듯했다. 혜경은 보석금을 지불한 후, 조사를 기다리면서도 심하게 울기만 했다. 때문에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관들은 혜경을 민씨 가문으로 돌려보냈다.‘분명, 지금쯤 집안이 난리가 났을 거야.’서준은 이수애와 한서영이 자신의 귓가에 대고 떠들어대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불을 켠 서준이 민씨 가문의 어르신인 민진현이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서준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혜경의 일을 떠올리고는 왜 민진현이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납득하게 되었다. “민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민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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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내기
저녁 아홉 시.하연과 여은이 파티 장소에 나타났다. 이 파티는 문화계 회사의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물론, 친한 친구를 데리고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연은 매끄러운 짙은 녹색 원단에 주름이 하나 없는 우아한 리본 롱드레스를 입어, 출중한 몸매 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비록 아무런 보석도 착용하지 않았으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쇄골만으로도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뽐내기 충분했다.하연은 대단히 빼어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기에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파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위클리 뉴스의 편집장인 여은의 기세에 경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연을 사이먼의 스캔들 상대로 만들고 싶어 하였으나, 위클리 뉴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탓에 감히 나서지는 못하는 듯했다.여은은 시종일관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이 술을 권해올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연이 그런 여은을 도와 그 사람들을 상대했다. “네가 있으니까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겠어. 평소 같았으면 사진만 찍고 돌아갔을 거야.”하연의 붉은 입술에 웃음이 번졌다.“편집장님의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바로 이때, SN미디어의 사장, 송승헌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송승헌의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비록 양복을 차려입은 채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키가 너무도 작았던 탓인지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입은 듯했다. “오, 이분은... 요 며칠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궜던 최하연 씨 아니십니까?”송승헌이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표한 후, 단숨에 잔에 있던 샴페인을 모두 마셔버렸다. 여은은 실눈을 뜬 채 송승헌을 향한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눈이 멀어버리기라도 하신 겁니까?”최근 위클리 뉴스는 몇 차례 정보를 유출 당한 바 있었는데, 이는 모두 라이벌 회사인 SN 미디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클리 뉴스의 직원을 스카우트한 탓이었다. 여은은 이 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참이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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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승자와 패자
“레이디 퍼스트.”송승헌이 자리에 앉은 채 손을 뻗어 의사를 표했다. 하연이 주사위 상자를 들고는 책상 위에서 무심히 한번 흔들었다. 가느다란 손을 주사위 상자 위에 올려 두고는 가볍게 주사위 하나를 손에 쥐었다.“됐습니다.”송승헌이 음침하게 웃으며 하연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진지하지 않은 것이 어쩐지 질 작정인 듯했다.구경꾼들은 이런 하연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그게 다입니까?”“확실하게 결판을 내려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법이지요!”“주사위가 몇 개인지도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날 이기시겠다?’‘어림없지!’송승헌은 상대가 여자임에도 봐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송승헌은 사이먼의 특종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얻고 싶었다.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던 송승헌은 몸을 일으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주사위 상자를 몇 분간 흔들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지칠 때쯤, 송승헌이 매섭게 탁자 위에 주사위를 내려놓았다.4개의 5!‘됐다.’‘역시, 나 같은 프로가 저런 아마추어에게 질 리 없지.’ 송승헌은 아주 득의양양했다.‘송승헌, 아직 여전하네.’ 구경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송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최 사장님께서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하연의 곁에 선 여은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송 사장님이 대단하신지 아닌지는, 우리 최 사장님의 주사위도 열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뻐하시긴 이릅니다.” 하연이 여은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은아, 네가 열어봐.”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말 그대로 오락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여은이 주사위를 들고 있던 손바닥을 펴 보였다.많은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숫자는... 4개의 6!하연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웃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제가 이겼군요.”송승헌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 돼, 나를 이기다니.’하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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