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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양치기 소녀

하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직 내가 시킨 대로 사죄하지도 않았으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혜경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너 같은 X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이게 미쳤나 진짜?!”

혜경은 하연의 거만한 표정이 너무도 거슬렸다.

‘그때 확실히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무릎? 안 꿇어도 돼. 곧 태어날 아이도 너랑 같이 감옥에 가게 될 테니까. 난, 네가 스스로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기를 기다릴 거야.”

하연이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령 내가 감옥에 간다 하더라도, 나한테는 서준 씨와 맺은 사랑의 결실이라는 게 있어.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거야.”

혜경이 하연의 말에 반격하고 나섰다.

“난, 너랑 달라. 3년간의 결혼 기간 동안 애 하나 갖지 못한 너 같은 X이랑은 다르다고!”

순식간에 하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아이, 이것은 풀지 못한 하연의 한이었다.

3년간의 결혼 기간 동안 하연이 가장 많이 들었던 모욕 역시 이것이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나를 해친 것도 모자라, 고작 아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을 피하고, 내 앞에서 큰소리까지 치고 있다니...’

하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하연이 혜경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혜경이 몸이 종잇장처럼 뒤로 젖혀졌다.

“다시 지껄여봐!”

하연 보다 키가 작았던 혜경은 뒤꿈치가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서 버둥댈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하연이 혜경의 멱살을 잡고 있는 두 손을 놓는다면, 혜경은 그 즉시 땅바닥에 널브러질 것이었다.

혜경은 출산을 앞둔 임산부였다. 바닥에 널브러진다면 틀림없이 사고가 날 것이었다. 순간적인 공포를 느낀 혜경이 애원하기 시작했다.

”나, 나, 난 임산부야. 그만해!”

“너, 여태 잘만 까불었잖아?”

하연이 차갑게 웃었다.

“갑자기 두려워지기라도 한 거야?”

혜경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온몸을 벌벌 떨었다.

혜경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한밤중이었던 탓인지 자신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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