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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조엽춘이 나이가 더 많으면서도 남권수를 공손하게 대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남권수가 무례한 말을 해도 조엽춘은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앞으로 수십 년 동안 남씨 가문을 지켜야 하니까.“방금 당신 사위 위석현이 권력을 사리사욕과 부패, 꼼수에 이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위석현이 어떤 사람인지 남권수는 아주 잘 알았지만 그를 건드리지 않은 건 조엽춘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남권수가 직접 움직일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부총장님, 이건 모함입니다!”조엽춘은 즉시 다급하게 큰소리로 해명했다.“저는 위석현을 잘 압니다. 평소 약간 거만하긴 하지만 부총장님이 말씀하시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남권수가 위석현에게 내린 세 가지 죄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세 가지가 아니라 그중 단 하나만 있어도 위석현은 관직을 잃을 수 있었고 세 가지를 모두 합치면 더 큰 범죄가 되는 것이다!거들먹거리던 위석현도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대체 무슨 상황이지?“왜요, 입증된 게 없으면 내가 직접 전화했겠습니까?”남권수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조엽춘 씨, 경고하는데 조금 전 내 말은 증명하라거나 해명을 듣고 싶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제 아버지 체면을 봐서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든 위석현과 한 배를 타든 알아서 하세요.”남권수는 염무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증거가 있든 없든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위석현 같은 놈은 애초에 깨끗한 사람도 아니었다.일단 몰아붙이고 심사해 보면 절대 잘못된 판결이 나올 수 없었다.조엽춘은 식은땀을 흘리며 충격을 받은 듯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부총장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남권수는 명령하는 어투로 말했다.“위석현을 당장 처리하세요! 그 자리에서 죄를 인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어요?”조엽춘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단호하게 대답했다.“네!”어떻게 감히 못 하겠다고 대답하나!위석현을 처리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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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위석현은 순식간에 공포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눈을 부릅떴다.“장인어른, 미쳤어요? 뭐 하는 거예요?”위석현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남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맞고 장인이 자신에게 총까지 겨눌 줄은 꿈에도 몰랐다.나는 당신 사위라고, 당신 딸 남편이자 손녀의 아빠!고작 염무현 저 자식 전화 한 통에 이러는 거야?도대체 누구한테 전화했길래 총까지 겨누는 거지?다른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랐고 특히 마정식은 더욱 그랬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에게도 저렇듯 대단한 장인어른이 있으면 10년, 20년쯤 덜 고생해도 된다는 생각에 무척 부러워했었다.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등 돌릴 줄이야.탕-조엽춘이 정말로 총을 쏘자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물론 위석현에게 쏜 것이 아니라 총알은 위석현의 귓가를 스쳐 지나 옆에 있던 나무 탁자 다리에 박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석현은 겁에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농담할 생각 없으니까 당장 사실대로 말해, 들었어?”조엽춘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총구를 위석현의 머리에 다시 한번 들이댔다.위석현은 마음속 마지막 희망이 완전히 무너졌다.장인어른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인 것이다!위석현은 황급히 말을 꺼냈다.“한수로가 저를 찾아와서 10억을 줄 테니 사위인 구천명 체면을 세워달라고 했어요.”조엽춘의 표정이 굳어졌다.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위석현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이 남아 있었다.위석현이 압박을 견디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바랐다.설사 뻔뻔하게 부인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더라도 적어도 남자다운 패기는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이제 그 희망은 완전히 무너졌다!역시 부총장 말대로 개인적 이득과 부패를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는 두 가지 혐의가 확인되었다.“고작 10억에 원칙을 저버리는 무능한 놈!”조엽춘은 그를 나무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위석현, 넌 정말 속이 썩었어. 그런 너한테 내 딸을 주다니, 내가 눈이 멀었지!”10억과 창창한 앞날이 비교가 되나, 장님이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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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조엽춘 마저 거부할 수 없으니 그는 더더욱 반항할 수 없다!하지만 왜? 분명 모든 정보에 따르면 염무현은 그저 평범한 무술가일 뿐인데!고대 무술 실력자로 무림계에서는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해도 막강한 공권력 앞에서는 한낱 평민이었다!위석현의 신분과 지위로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상대였다.그런데 염무현은 전화 한 통으로 조엽춘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고 위석현은 자신이 건드린 하찮은 인물이 장인어른조차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한수로, 구천명!이 개자식들 때문에 내가 끝장나게 생겼다!현장에는 정적이 흘렀고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된 탓에 모두들 아직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사람들은 조엽춘의 뒤에는 막강한 뒷배가 있어서 은퇴를 했지만 그 힘이 여전해 매일 조엽춘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특히 명절이 되면 조씨 저택은 그야말로 장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조엽춘이 막 등장했을 때 얼마나 오만하고, 난폭하고, 무례하게 행동했는지 모두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더군다나 사위 위석현에 대한 편애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누가 염무현의 전화 한 통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줄 알았을까.정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사람들의 시선이 염무현에게 향하기 시작했다.저 청년은 대체 어디서 온 누구일까?대체 어떤 거물에게 전화를 걸었기에 조엽춘이 저리도 벌벌 떠는 걸까.진경태와 공규석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고는 암묵적으로 잡고 있던 사람을 내려놓고 곤장을 바닥에 던지고 칼을 옆 사람에게 건넸다.염무현의 힘이 다시 한번 그들의 생각을 뒤집어버렸다.서해에서 발만 굴러도 땅이 흔들린다는 대단한 인물인 그들이었지만 백성은 관리와 싸울 수 없다는 옛말처럼 아무리 힘센 그들이라도 조엽춘 같은 권력을 쥔 사람을 만나면 곧바로 일반 백성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그렇게 당하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었다.조엽춘은 위석현을 처리하고 곧바로 존경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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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조엽춘이 등장했을 때의 거침없고 거만한 모습을 모두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정말 정의롭고 악에 맞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안타깝게도 전에 남겼던 인상이 너무 강렬하여 이제 와서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들 아무도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는 조엽춘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젊었을 때부터 뻔뻔함은 그의 강력한 장점 중 하나였다.온갖 풍파를 다 지나왔는데 이까짓 일이 뭐 대수겠나.바로 그때 바닥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고 마침 위석현이 조엽춘에게 뺨을 맞았을 때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조엽춘은 예리한 눈썰미로 발신자가 ‘구천명’인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달려와 허리를 굽혀 전화를 줍더니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내려 전화를 받았다.그는 또 다른 속셈으로 일부러 스피커 모드로 돌렸다.“위석현 씨, 다 끝났습니까?”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구천명 본인이었다.“어떨 것 같은데요?” 조엽춘이 일부러 되묻자 구천명은 위석현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제때 구분하지 못하고 곧바로 흥분에 겨워 외쳤다.“처리했군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위석현 씨처럼 높으신 분이 고작 염무현 하나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요. 언제 그놈을 세인시로 보낼 생각입니까? 안전한 곳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놈이 나이는 어려도 실력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자칫 도망가면 화하 상업그룹을 협박할 기회도 없고, 전태웅이 우리 가문의 돈을 순순히 뱉어내지도 않을 테니까요.”조엽춘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러니까 당신들이 염무현 님을 노리고 꾸민 음모였군!”늙은 영감이 꽤 영악하다. 그는 일부러 신분을 밝히지 않고 구천명이 스스로 진실을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그렇다면 가족도 내친 그가 이 일에서 완전히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구천명은 잔뜩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당신은 위석현이 아닌데, 누구지? 왜 위석현 씨 휴대폰을 갖고 있는 거야? 경고하는데, 남의 통화를 몰래 엿듣는 건 범죄야!”조엽춘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반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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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구천명은 힘겹게 목을 들며 이를 꽉 깨물었다.“염무현, 당신 실력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건 인정하지. 진료비에 대해서도 내가 한 짓이 떳떳하지는 않지만 그쪽도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봐. 정말 조금의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나? 당신 덕분에 우리 집안의 모든 재산이 화하 상업그룹에 빼앗겼어! 당신도 나도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데 누가 맞네 틀리네 싸우는 건 무의미한 일이야! 이 구천명은 당신에게 빚진 게 없어.”염무현이 미간을 찌푸렸다.“위석현과 결탁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어차피 당신은 무사하잖아. 우리 사이 일은 이걸로 퉁 치자고!”구천명이 목을 빼 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한진영은 홧김에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안 돼요! 우리 집 재산은 돌려받아야죠!”염무현은 차갑게 웃었다.“나도 이대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눈에 보이지 않는 음파가 구천명의 귓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의 내부 장기의 특정 기능이 자극을 받았다.염무현은 사람들을 치료할 때 특별한 기술을 사용해 흔적을 남기는데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추후 치료할 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이 표식은 보호자 기능을 수행하며 환자의 남은 평생을 함께하지만 자칫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삶과 죽음이 전부 염무현의 통제 속에 있으며 그의 생각 하나로 생사가 결정된다.“염무현, 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 우린 아직 세인시에 남아있는 힘이 있어. 당신은 절대 나를 건드릴 수 없다고.”구천명이 콧방귀를 뀌었다.“충고 하나 하자면, 쓸데없는 짓은 하지...”그의 말이 툭 끊겼고 한진영은 구천명의 하얗던 얼굴이 검게 변하고 호흡이 가빠지며 몸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 것을 보았다.툭-구천명은 작은 휴대폰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해 바닥으로 떨구었고, 그의 몸도 비틀거리며 바닥을 향해 쓰러지고 있었다.“여보, 왜 그래요?”한진영이 급히 달려와 구천명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바닥에 쓰러지는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완치된 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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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맞아요,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여기 오라고 애원할 때는 좋은 말만 하더니, 이제 와서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네요.” “죽을병을 어떻게 치료합니까, 당신 남편은 죽을 목숨이에요. 살리고 말고는 하느님 뜻에 달렸다고요. 다들 헛걸음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진료비는 원래대로 내세요!”다른 의사들도 저마다 불만을 표시했고 바로 그때, 수비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제히 다가왔다. “한진영 씨가 누구죠?” 원장의 옷깃을 잡고 있던 한진영은 마지못해 손을 놓으며 대답했다. “전데요, 무슨 일이죠?”상대방의 정체를 알아본 한진영은 자연스레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인 한수로가 세인시 수비대와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수사 협조를 위해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선두에 선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에 단호한 어투로 말하자 한진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뭘 조사해요?”“초창기 음지 사건에 연루되어 고의 상해, 과실치사, 살인 등 여러 범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상대가 차가운 어투로 말하자 한진영은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미친 거 아니야,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나한테 그 따위 누명 씌우지 마, 안 먹히니까! 오전까지 우리 부부 당신 상사인 위석현과 차 마시며 얘기 나눴어.”상대방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위석현은 이제 자기 몸도 지키지 못하는 처지인데 그런 사람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건 너무 무모하지 않나요.” 그러자 한진영이 급히 덧붙였다.“위석현이 무너져도 조엽춘이 있잖아! 우리 아빠와 조엽춘은 오랫동안 절친한 친구 사이야. 전화 한 통이면 너희들 다 끝장이라고!” “정말 조엽춘이 당신을 감싸줄까요?” 되묻는 상대방의 말투와 표정에는 조롱하는 기색이 다분했지만 한진영은 거들먹거리기 바빠 상대방의 표정 변화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연하지, 우리 아빠 이름은 한수로야. 조엽춘한테 전화해서 우리 아빠를 아냐고 물어봐!”기세등등한 한진영의 말에 상대가 웃었다.“공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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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큰일 났어요, 환자 심장이 멈췄어요. 환자분께서 돌아가셨습니다!”병동에서 의사의 외침이 들렸고 한진영은 완전히 절망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남편은 죽었고, 자신은 감옥에 가야 하고, 아버지인 한수로 역시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두 집안이 완전히 풍비박산 나자 이 순간 한진영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찼다.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염무현에게 순순히 진료비를 낼 텐데.집안 재산의 절반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 재산을 내야 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멋대로 감히 현염초를 마범구에게 넘기지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완전히 무너진 한진영을 끌고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원장은 분이 풀린 표정으로 옷깃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죽은 자는 영안실로 보내!”...서해에서“아가씨, 그냥 들여보내 줘요.”조엽춘은 귀한 선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가방을 들고 1호 별장 문 앞에 서서 전담 집사 이은서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평소 같았으면 한낱 집사 따위 조엽춘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겠지만 이 순간 그는 한껏 몸을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염무현 님이 안 된다고 했어요.” 이은서의 표정은 담담했다.조엽춘은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염무현 님께 보고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전해주세요.”한씨와 구씨 집안의 일을 보고한다는 핑계로 염무현에게 아부할 생각이었다.서해 수비대를 떠난 후 그는 가장 먼저 한씨 가문에 화살을 돌렸다.사위도 버린 마당에 그깟 오래된 친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자신만 굳건하면 친구 하나 없는 것쯤은 두렵지 않았다.하여 그는 옛정을 생각하는 대신 오히려 한수로 일가를 궁지로 내몰았다.“저는 염무현 님 말씀 그대로 전했습니다.”이은서는 역시나 단호한 태도였고 조엽춘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럼 이 작은 선물은 제 나름의 성의이니 아가씨께서 대신 염무현 님께 전해주세요.”“염무현 님께서 다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이은서는 무심하게 말했다.“그대로 전해드리자면, 하나라도 남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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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염무현은 유시인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유람선에 있을 때 유시인은 염무현의 실력을 알기 전에 두 번 연속 그를 도와준 적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염무현이 나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거나 모욕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염무현은 맹승준 사제와 김민재를 처리하면서 배의 위기를 해결한 것으로 유시인에게 은혜를 갚았다.이후 유시인은 염무현에게 더욱 예의를 갖췄다.협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상대 손에 있는 법기가 흥미로웠다.그런 건 보기 드문 물건이니까.백희연이 나타나면서 전설 속에서만 볼 수 있던 것들이 현실이 됐을 때 염무현은 다시 한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렸다.옥반지, 청교인, 심지어 현무의 냉기를 품고 있던 옥 매미까지 이 모든 것이 법기의 성질을 띠고 있었다.“됩니다.” 염무현이 대답하자 연홍도가 다시 물었다.“그럼 어디서 만날까요?”“저희 집으로 오시죠. 마침 오늘은 할 일이 별로 없어서요.”염무현이 말했다.“알겠어요, 유시인 씨한테 바로 알려줄게요.” 연홍도는 전화를 끊었다.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세인시에서 컬리넌 한 대가 넓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네네, 좋아요...”유시인은 들뜬 표정으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연 선생님. 기회 되면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연홍도는 겸손하게 말했다.“별말씀을요. 저희도 유씨 가문과 오랜 세월 함께 했는데 서로 돕는 건 당연하죠.”“선생님의 훌륭하신 인품 참 존경스럽습니다.”유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경매 쪽을 잘 살펴보다가 적당한 물건이 있으면 기회가 닿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그렇게 하죠.” 연홍도가 미소를 지었다.전화를 끊은 유시인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연신 주먹을 말아쥐었다.옆에 앉은 근엄한 중년 남성은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삼촌, 염무현 씨랑 만나기로 했어요!” 유시인이 잔뜩 기뻐하며 말했다.이 남자는 바로 유시인의 둘째 삼촌, 유진강이었다.명문가 유씨 가문에서 유진강은 어려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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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대장로의 설명에 따르면 옥 매미는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는 법기로서 약간의 수련만 거치면 그 기운을 발산하고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고대 무술 능력자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있고 내공을 몇 단계 올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했다.분명 최고의 보물이었지만 쓰레기처럼 버려졌다!유시인은 그때 대장로의 얼굴에 비친 후회와 비통함, 좌절의 표정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유시인은 염무현이 분명 옥 매미의 남다른 점을 알아보고 구매를 결정했을 거라고 확신했다.최고의 보물을 단돈 12억에 사들였다니!단순히 거저 주웠다는 가벼운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염무현의 다른 행동까지 봤을 때 유시인은 점점 더 그에게서 신비로움을 느꼈다.그래서 삼촌 유진강이 보물을 잘 아는 사람에게 감정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하자 유시인은 바로 염무현을 추천하면서 유진강을 따라 허원 지역으로 가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삼촌이 조심스럽다거나 네 판단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야. 다만 이 어장검이 너무 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강력한 법기라고 말할 뿐 지금까지 사용법을 몰라.”유진강은 브로케이드 상자를 품에 꼭 안은 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모든 것을 알아내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과 돈을 썼어. 지난 감정으로 어장검이 돌이킬 수 없게 망가져서 이젠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아. 2천 년이 넘은 유물인 데다 청동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자칫 잘못하면 깨질 텐데, 그때 가서 어디 원망할 곳도 없잖아.”유시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삼촌, 염무현 씨가 왠지 해결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유시인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그러길 바라야지.”깊게 찡그린 유진강의 이마는 조금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유시인은 앞에 있는 기사에게 지시했다.“서해로 가요.”“알겠습니다, 아가씨.”두 시간 정도 지나서 컬리넌은 리버타운에 들어섰다.유진강은 차창 밖을 흘겨보며 코웃음 쳤다.“맹승준, 홍태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고작 이런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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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고마워요, 집사님.” 예의 바른 유시인의 모습에서 재벌가 아가씨의 오만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사를 아랫사람으로 여기며 우월감과 오만함에 찌든 온실 속 화초들과는 무척 달랐다.한편 유진강은 다소 불쾌해 보였다. 그가 봤을 때 자신과 조카는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인데 염무현은 마중 나오지도 않고 고작 집사에게 안내를 맡기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유시인이 없었다면 유진강은 진작 폭발했을 것이다.2층 서재에서 이은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염무현이 안에서 답하자 이은서가 문을 열며 말했다.“염무현 님, 손님 오셨어요.”“바쁘신데 찾아와서 죄송해요, 염무현 씨.”유시인이 정중하게 말하자 염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들어오세요.” “자네가 염무현인가?”염무현을 본 유진강은 얼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다.“겨우 자네가 맹승준, 홍태하보다 대단하다고?”너무 여러 보이는데!털도 채 안 난 애송이 주제에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본인을 대사라고 한 거지?유진강은 그동안 많은 보물 감정 대사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어린 놈은 처음이었다! “죽은 사람과 무서워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저와 비교하는 게 재밌습니까?”염무현은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그는 원래 이런 성격이다. 받은 것에 두 배는 몰라도 똑같게 돌려주는 것쯤은 자신 있었다.상대가 무례하게 굴면 그도 참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가 아닌가!유시인이 다급히 소개했다.“염무현 씨, 이쪽은 제 삼촌 유진강입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말을 거칠게 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삼촌에게 법기가 있는데 많은 보물 감정 대사들도 속 시원히 얘기해 주지 않아서 보여드리려고 왔어요. 사용 방법을 안다면 저희도 헛걸음한 게 아니니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삼촌에게 눈치를 주었고 그제야 유진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좋아요, 꺼내 보세요.” 염무현은 유시인의 체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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