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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1271 - 챕터 1280

1458 챕터

제1271화

박민정은 아이의 말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가자, 얼른 병원 가보자.”하지만 박윤우는 도리어 박민정의 손을 붙잡더니 말했다.“병원 안 갈래요. 아빠 보고 싶은데, 아빠 어디 있어요?”박민정은 아이의 모습에 이내 박윤우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내 아이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박윤우,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뭔지 알기나 해?”엄마의 화난 모습을 마주한 박윤우는 이내 얼굴이 하얘진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엄마...”“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다니까, 사람이라도 불러서 너만 아빠한테 보내면 되겠네?”홀로 두 아이를 이렇게까지 키워냈건만 아직도 유남준만 찾으며 꾀병까지 부려대는 아이의 모습에 박민정은 기가 찼다.화가 난듯한 엄마의 모습에 박윤우도 더 이상 꾀병을 부리지 않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을 붙잡았다.“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화내지 마세요. 아빠한테 안 갈게요.”사실 박윤우는 아빠보다 엄마인 박민정이 훨씬 좋았다.“엄마...”박민정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박윤우의 병이 얼만 심각한 병인지 잘 알고 있던 그녀는 더더욱 이런 장난을 용납할 수 없었다.“엄마, 정말 잘못했어요.”안쓰러워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설인하가 박윤우를 변호해주기 시작했다.“민정 씨, 그만 하세요. 아직 어린 애잖아요.”“인하 씨는 신경 꺼요. 얘가 이런 적이 한두 번 이여야 말이죠. 양치기 소년처럼 이런 거짓말이 계속됐다가 나중에 진짜 큰일이 났을 때, 제가 아이의 말을 안 믿게 될지도 몰라요.”박민정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계속해서 꾀병만 부리다 보면 나중에 정말 병이 났을 때 아무도 박윤우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박윤우, 아빠 보고 싶으면 다음부턴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 꾀병 부리면서 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 알겠어?”같은 엄마로서 설인하고 역시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할 때 엄마가 어떤 고통을 감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아픈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라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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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네.”박윤우는 박민정을 꼭 끌어안은 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민정은 곧장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무슨 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던 그는 장난스럽고도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유남준의 농담을 받아줄 기력이 없었던 박민정은 다급함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윤우 병이 다시 재발한 것 같아요. 얼른 병원으로 와주세요, 빨리요.”그 말을 들은 유남준의 목소리가 단번에 진지해졌다.“걱정하지 마. 금방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곧장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어 진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유전병이나 백혈병 전문가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했다.그 후, 그는 운전기사도 부르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복도에서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박민정이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런 상황을 여러 번이나 겪었음에도 아이의 병이 재발할 때마다 박민정은 죽을 만큼 두려웠다.만약 박윤우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겨버린다면 박민정은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그녀의 곁에 함께 있던 진서연이 그녀를 위로했다.“보스,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민수아도 뒤이어 입을 열었다.“맞아, 아무 일 없을 거야.”설인하도 거들었다.“바로 병원에 데려왔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박민정은 자신을 걱정하는 세 사람의 모습에 애써 눈물을 훔치며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네, 알겠어요.”“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박민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더욱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다행히 그때, 유남준과 김인우가 때마침 의료진들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김인우는 아무 말 없이 옷을 갈아입고 의료진들과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다.그리고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온 유남준은 몸을 숙여 그녀를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민수아 일행은 유남준이 도착한 것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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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박민정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엄마는 거짓말 안 해. 윤우랑 약속할게. 아빠랑 다시 잘 지내볼 거야.”유남준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박윤우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앗싸! 신난다. 이제 나한텐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네.”박민정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아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그녀는 이때까지 자신에게 좋은 선택지만 선택하며 두 아이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아이들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결국엔 어린아이들이었고 완전한 가정을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기쁜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박윤우는 갑자기 배가 고파져 박민정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둣국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그 말에 박민정 역시 별다른 생각 없이 병실을 나섰다.그리고 병원을 나서기 전, 민수아 일행에게는 아이에게 아무 문제 없다고 전하며 집에 가서 쉬라는 당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민수아 일행 역시 그제야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그거 봐요, 제가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그러게요.”...병실 안에서는 유남준이 박윤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윤우야, 아빠한테 말해 봐. 엄마랑 아빠가 다시 잘 지내길 바란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이었어?”박민정이 먼저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했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그 이유가 아이 때문이라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몸 상태가 어느 정도 나아진 듯한 박윤우가 유남준에게 말했다.“아빠, 제가 아빠를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좀 마세요.”“그럼 누굴 위한 건데?”유남준이 물었다.“당연히 엄마를 위해서죠. 엄마가 이때까지 혼자 저랑 형 키우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곧 있으면 동생도 태어날 텐데, 동생이 태어나면 그 동생도 엄마가 혼자 돌봐야 하잖아요.”박윤우는 큰 눈으로 유남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멍청한 아빠. 지금 제가 아빠를 도와주는 것도 전부 엄마를 위해서라고요. 우리 엄마 잘 안 챙겨주면 나중에는 제가 아빠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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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그 말에 두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곧장 박윤우의 병실로 향했다.박윤우는 병실로 함께 들어오는 부모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된 거야, 아가?”박민정이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박윤우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박민정을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저는 또 부모님이 싸우고 저 버릴까 봐 무서웠어요.”“그럴 리가 없잖아. 엄마랑 아빠는 이미 같이 살기로 약속했어.”박민정이 박윤우를 다독이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그 말에 박윤우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진짜예요?”“당연히 진짜지. 자, 이제 다시 자자.”아이를 보는 박민정의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엄마, 엄마랑 아빠가 윤우 옆에 누워주면 안 돼요?”잠시 망설이던 박윤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씻고 나서 옆에 누울게.”“네!”박윤우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민정 역시 신난 아이를 보며 기뻤다.유남준을 먼저 씻으라며 욕실로 들여보낸 박민정은 같은 침대 위에 누운 부자의 모습을 보다가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박윤우와 유남준이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박윤우를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기쁜 감정이 몰려왔다.그녀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 박윤우의 곁에 누웠다.“자, 이제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네!”박민정은 순순히 대답했다.아이는 눈을 감더니 박민정과 유남준의 손을 하나씩 잡아 자신의 작은 몸 위로 올려놓고는 두 사람에게 손을 마주 잡으라는 말을 했다.결국, 박민정과 유남준은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을 꽉 잡았다.시간이 흐르자 박윤우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박민정은 슬쩍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준의 힘이 너무 강했던 탓에 손이 빠지지 않았다.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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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훨씬 좋아졌어요. 조금 더 있다가 유치원으로 갈 거예요.”박윤우가 대답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퇴원하고 집에서 며칠 더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엄마가 옆에서 돌봐둘게. 조금만 더 나아진 다음에 가는 게 어떨까?”박윤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돼요. 오늘 유치원 친구들한테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했단 말이에요.”박윤우는 그림을 정말 잘 그렸고, 그 덕에 유치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박민정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순간, 유남준이 나섰다.“애가 가고 싶어 하잖아. 보내주자. 담당의도 지금 상태는 좋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잠시 말을 멈췄던 유남준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걱정되면 내가 따로 사람 붙여서 지켜보라고 할게.”유남준이 말을 마치고 박윤우 역시 간절한 눈빛을 보내니 박민정도 결국엔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좋아. 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다 싶으면 바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네.”그렇게 결정이 내려지자 박민정과 유남준은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박민정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유치원에 도착하자 박윤우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당부까지 했다.“엄마, 아빠. 두 분 꼭 사이좋게 지내셔야 해요. 싸우지 말고요, 알겠죠?”“알겠어.”박민정은 박예찬만 잔소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박윤우도 만만치 않은 잔소리꾼이었다.“그래요,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그리고 아빠, 아빠는 엄마 잘 챙겨주시고요!”박윤우가 덧붙였다.“그래.”유남준은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박윤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차에서 내렸다.유치원까지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박민정은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곁에 있던 유남준이 참다못해 말을 걸었다.“너희 회사로 갈까?”그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민정이 대답했다.“네.”그녀는 회사 주소를 유남준에게 알려주었다.유남준의 운전기사가 내비게이션을 통해 회사까지 가는 길을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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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하지만 유남준은 꾹 참아야 했다. 지금 둘만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회사 건물 앞으로 도착하자 박민정은 차에서 내려 유남준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마침 택배를 받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단 민수아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곧장 박민정에게 달려가 물었다.“민정아, 유 대표가 너 여기까지 데려다준 거야?”박민정은 그 질문에 딱히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러면서 민수아가 품에 한가득 안고 있는 서류들을 바라보며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이건 다 뭐야?”“계약서.”민수아가 간단한 대답에 이어 말을 덧붙였다.“참, 인하 씨가 오늘 오전에 법원 갈 거니까 반차 낸다고 전해달래.”“정말 간 거야? 성원 씨가 거절했다고 하지 않았어?”박민정 역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걸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모르겠어. 오늘 아침에 전화 와서 봤더니 이혼하자고 그러더래.”“그래?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법원 앞.아침 일찍부터 미리 도착해있던 설인하는 혹시라도 방성원이 마음을 바꿀까 봐 두려워 초조하게 마음 졸이고 있었다.그녀는 수시로 시계를 확인하며 안절부절못했다.“벌써 한 시간이 다 지나가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그녀는 몰랐겠지만 근처에 주차된 검은 벤틀리 안에 앉아 있던 남자는 굳은 얼굴로 설인하를 지켜보고 있었다.방성원의 곁에는 김인우가 앉아 있었다.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리자 짜증이 난 김인우가 물었다.“야, 방성원.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어. 대체 언제까지 기다릴 건데?”그 두 사람 역시 설인하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지만 방성원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법원 앞의 설인하를 지켜보기만 했다.방성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인우는 어젯밤부터 방성원에게 끌려 술을 마신 데다가 오늘 아침까지 법원까지 함께 끌려와 짜증이 나 있었다.“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가서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방성원은 냉랭한 시선으로 김인우를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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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역시 이젠 자신만의 단단한 날개가 생긴 건데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택시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방성원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출발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한편, 설인하가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동료들은 설인하를 발견하자마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설인하는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그이가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다음에 다시 보재요. 이혼은 다음에 하자고 그러더라고요.”“이게 말이 돼요? 자기가 먼저 오늘 보자고 했던 거면서?”진서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민수아 역시 턱을 괴멸 말했다.“제 생각엔 그 사람, 이혼하기 싫은 것 같은데요.”“설마요? 이혼하기 싫었으면 그렇게까지 말투가 싸늘하지 않았을걸요.”세 사람은 남자의 속마음을 탐구하듯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남자의 마음도 꽤 복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그 순간, 설인하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민정 씨 지금 유남준 씨랑 화해한 거 맞죠?”박민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데요?”“혹시 남준 씨한테 성원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물어봐 줄 수 있어요?”설인하가 말했다.다른 두 사람도 박민정을 바라보며 기대에 어린 눈빛으로 보았다.박민정은 그에 거절하기 어려운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래요, 물어볼게요. 요즘 저랑 남준 씨가 두원 별장으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몰라요. 윤우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요.”“네? 이사 간다고요?”깜짝 놀란 설인하가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이사 가지 말고, 우리랑 계속 같이 살면 안 돼요?”“계속 본가에 살면 불편할까 봐 그래요.”박민정은 친구들이 불편해할까 걱정되어 이사를 고려한 것이었다.사실 그녀 역시 지금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꽤 즐거웠다.설인하는 고개를 힘껏 가로저었다.“아니요, 전혀 안 불편해요. 집이 이렇게나 큰데 유 대표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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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윤소현은 아버지의 말에 대충 대답했다.“아버지나 알아서 하세요. 이번에 박민호랑 했던 소송도 지셨으면서. 배상금 내는 것도 빠듯한데, 제발 비서랑 놀아나지 좀 마시고 일에 집중하세요.”윤소현의 말에도 윤석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소현아, 난 아직 네가 있잖니. 나중에 수미가 죽으면 걔 재산은 너한테 넘어갈 거고, 그럼 그 돈이 내 돈 아니겠어?”윤소현은 윤석후에게 눈을 흘겼다. 정수미가 죽는다면 윤석후는 또 얼마나 오래 살까?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저도 요즘 쉽지 않아요. 아버지께서도 아시다시피 정수미가 본인 친딸이라고 데려온 함미현한테만 신경 쓰느라 요즘 저한테는 관심도 없거든요.”“아, 맞아. 그 함미현 말이지?”윤석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잔인해지기 시작했다.“딸, 뭘 하든 확실하게 해야 해. 네가 직접 못 하겠다면 이 아비가 사람 구해서 그 여자 처리할게.”그는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윤소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그러실 필요까진 없어요.”“왜?”“어차피 그 여자, 정수미 친딸도 아니거든요. 가짜 딸이에요.”윤소현은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윤석후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런데 왜 수미한테 그 얘길 해주지 않는 거야?”“아버지가 뭘 알아요? 지금 얘기한다면 정수미는 진짜 친딸을 찾겠다고 또 혈안이 되겠죠. 저는 정수미가 죽기 직전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때 얘기할 생각이에요.”그때가 되면 정수미도 윤소현에게 미안함을 느낄 것이고 다시 친딸을 찾아 유산을 물려줄 시간도 없으리라 생각했다.그 말에 윤석후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딸의 어깨를 두드렸다.“역시 내 딸이야. 아주 똑똑해!”그들의 대화가 계속되던 중, 윤석후의 비서가 문을 두드리더니 안으로 들어섰다.“석후 씨,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어요.”윤소현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비서를 노려보았다.“여기 회사예요. 어딜 감히 아빠 이름을 불러요? 부끄럽지도 않아요?”비서는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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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진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윤소현에게 걸어갔다.“감히 누구에게 ‘아무나’라는 호칭을 쓰는 겁니까?”그녀는 주먹을 쥐었다.윤소현은 고개를 든 채 조롱 가득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여기, 당신들 같은 외부인 말고 또 있나?”화가 치밀어오른 진서연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입 조심해!”“내 말투가 원래 이런 걸 어떡해? 당신들이 뭘 어쩔 건데?”뒤이어 윤소현은 문밖의 경비에게 외쳤다.“경비, 누가 이딴 외부인들까지 안에 들이래? 우리 회사 규정 몰라? 아무나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임신 중인 윤소현 때문에 진서연 역시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진서연의 팔을 잡으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현 씨 말이 맞아요. 회사에 아무나 들여서는 안 되죠.”뒤이어 박민정은 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사람들만 다 부르고 여기 경비 다 빼주세요.”“알겠습니다.”박민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연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박민정에게는 이제 숙련된 경호원들이 있었고 경호원 한 명이 경비원 두 명보다 강했다.윤소현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우리 회사 보안팀은 왜 건드리는데? 네가 뭔데?”박민정이 민수아에게 눈짓하자 민수아는 곧장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그야 이분이 박 대표님, 그러니까 이 회사 최대 주주기 때문이죠.”민수아가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이 회사 이름도 이젠 YN 그룹이 아니라 XS 그룹의 자회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진짜 외부인은 그쪽들 아닌가요? 제가 기억하기론, 이 회사 윤 대표가 주식을 다 팔았다고 알고 있는데. 주식도 없고, 경영 능력도 없으면서 여기 계속 남아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민수아는 계속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리고 윤소현 씨, 당신은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니잖아요.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진서연은 민수아의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설인하 역시 민수아의 말에 감탄하며 앞으로 민수아에게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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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YN 그룹 내부.박민정은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회사의 향후 운영에 대해 정리하고 윤석후를 포함한 그의 측근 몇 명도 함께 해고했다.그녀는 80%의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100%의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게다가 윤석후의 측근 외에는 회사 고위층 전부 아무런 이익을 얻은 적이 없었던 터라 그들도 기꺼이 새로운 대표를 맞이했다.회의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되어 있었다.“자, 이제 집에 돌아가서 저녁 준비합시다.”회의할 때의 날카로운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박민정이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그래요.”모두 회의실을 떠났다.하지만 설인하만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저 조금만 더 남아서 일을 배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최대한 빠른 독립을 원하는 설인하를 알고 있던 박민정은 그런 그녀를 굳이 막지 않았다.“그래요. 일하다 힘들면 얼른 퇴근하고요.”“네.”설인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 부끄러운 듯한 기색으로 말을 꺼냈다.“그, 은정이 좀 부탁할게요.”“걱정 마요.”진서연이 대답했다.박민정과 민수아 역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는 베이비시터도 있었고 선생님도 있었던 터라 그저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만 확인하면 되었기 때문에 크게 손이 가는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설인하는 그들의 반응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만약 이 여자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바뀌지도 못했을 것이다.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저녁 준비를 시작하며 유남준에게 간단한 집밥을 차릴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 무렵, 유남준은 회의 중이었다.회의하던 중, 유남준의 휴대폰이 울렸다.회의 중에는 모두가 당연히 휴대폰을 진동도 아닌 무음으로 해놓아야 했다.진동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휴대폰을 꺼놓는 것을 깜빡했을 거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기 시작했다.유남준 역시 뒤늦게 박민정이 본인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그는 현재 본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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