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72화

Author: 윤지
“네.”

박윤우는 박민정을 꼭 끌어안은 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민정은 곧장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던 그는 장난스럽고도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유남준의 농담을 받아줄 기력이 없었던 박민정은 다급함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우 병이 다시 재발한 것 같아요. 얼른 병원으로 와주세요, 빨리요.”

그 말을 들은 유남준의 목소리가 단번에 진지해졌다.

“걱정하지 마. 금방 갈게.”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곧장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어 진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유전병이나 백혈병 전문가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후, 그는 운전기사도 부르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복도에서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박민정이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이나 겪었음에도 아이의 병이 재발할 때마다 박민정은 죽을 만큼 두려웠다.

만약 박윤우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겨버린다면 박민정은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곁에 함께 있던 진서연이 그녀를 위로했다.

“보스,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민수아도 뒤이어 입을 열었다.

“맞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설인하도 거들었다.

“바로 병원에 데려왔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박민정은 자신을 걱정하는 세 사람의 모습에 애써 눈물을 훔치며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네, 알겠어요.”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박민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더욱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때, 유남준과 김인우가 때마침 의료진들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

김인우는 아무 말 없이 옷을 갈아입고 의료진들과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온 유남준은 몸을 숙여 그녀를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민수아 일행은 유남준이 도착한 것을 보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2)
goodnovel comment avatar
Enn
너무 재밌어서 잠도 계속 새며 보고있는나..
goodnovel comment avatar
Enn
윤우의 엄마 사랑해요 가 너무 맘이 아팠다.. 눈물이 나네여 ㅠㅠ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3화

    박민정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엄마는 거짓말 안 해. 윤우랑 약속할게. 아빠랑 다시 잘 지내볼 거야.”유남준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박윤우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앗싸! 신난다. 이제 나한텐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네.”박민정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아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그녀는 이때까지 자신에게 좋은 선택지만 선택하며 두 아이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아이들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결국엔 어린아이들이었고 완전한 가정을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기쁜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박윤우는 갑자기 배가 고파져 박민정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둣국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그 말에 박민정 역시 별다른 생각 없이 병실을 나섰다.그리고 병원을 나서기 전, 민수아 일행에게는 아이에게 아무 문제 없다고 전하며 집에 가서 쉬라는 당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민수아 일행 역시 그제야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그거 봐요, 제가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그러게요.”...병실 안에서는 유남준이 박윤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윤우야, 아빠한테 말해 봐. 엄마랑 아빠가 다시 잘 지내길 바란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이었어?”박민정이 먼저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했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그 이유가 아이 때문이라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몸 상태가 어느 정도 나아진 듯한 박윤우가 유남준에게 말했다.“아빠, 제가 아빠를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좀 마세요.”“그럼 누굴 위한 건데?”유남준이 물었다.“당연히 엄마를 위해서죠. 엄마가 이때까지 혼자 저랑 형 키우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곧 있으면 동생도 태어날 텐데, 동생이 태어나면 그 동생도 엄마가 혼자 돌봐야 하잖아요.”박윤우는 큰 눈으로 유남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멍청한 아빠. 지금 제가 아빠를 도와주는 것도 전부 엄마를 위해서라고요. 우리 엄마 잘 안 챙겨주면 나중에는 제가 아빠 가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4화

    그 말에 두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곧장 박윤우의 병실로 향했다.박윤우는 병실로 함께 들어오는 부모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된 거야, 아가?”박민정이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박윤우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박민정을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저는 또 부모님이 싸우고 저 버릴까 봐 무서웠어요.”“그럴 리가 없잖아. 엄마랑 아빠는 이미 같이 살기로 약속했어.”박민정이 박윤우를 다독이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그 말에 박윤우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진짜예요?”“당연히 진짜지. 자, 이제 다시 자자.”아이를 보는 박민정의 눈빛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엄마, 엄마랑 아빠가 윤우 옆에 누워주면 안 돼요?”잠시 망설이던 박윤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씻고 나서 옆에 누울게.”“네!”박윤우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민정 역시 신난 아이를 보며 기뻤다.유남준을 먼저 씻으라며 욕실로 들여보낸 박민정은 같은 침대 위에 누운 부자의 모습을 보다가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박윤우와 유남준이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박윤우를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기쁜 감정이 몰려왔다.그녀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 박윤우의 곁에 누웠다.“자, 이제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네!”박민정은 순순히 대답했다.아이는 눈을 감더니 박민정과 유남준의 손을 하나씩 잡아 자신의 작은 몸 위로 올려놓고는 두 사람에게 손을 마주 잡으라는 말을 했다.결국, 박민정과 유남준은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을 꽉 잡았다.시간이 흐르자 박윤우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박민정은 슬쩍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준의 힘이 너무 강했던 탓에 손이 빠지지 않았다.그녀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5화

    “훨씬 좋아졌어요. 조금 더 있다가 유치원으로 갈 거예요.”박윤우가 대답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퇴원하고 집에서 며칠 더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엄마가 옆에서 돌봐둘게. 조금만 더 나아진 다음에 가는 게 어떨까?”박윤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돼요. 오늘 유치원 친구들한테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했단 말이에요.”박윤우는 그림을 정말 잘 그렸고, 그 덕에 유치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박민정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순간, 유남준이 나섰다.“애가 가고 싶어 하잖아. 보내주자. 담당의도 지금 상태는 좋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잠시 말을 멈췄던 유남준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걱정되면 내가 따로 사람 붙여서 지켜보라고 할게.”유남준이 말을 마치고 박윤우 역시 간절한 눈빛을 보내니 박민정도 결국엔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좋아. 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다 싶으면 바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네.”그렇게 결정이 내려지자 박민정과 유남준은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박민정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유치원에 도착하자 박윤우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당부까지 했다.“엄마, 아빠. 두 분 꼭 사이좋게 지내셔야 해요. 싸우지 말고요, 알겠죠?”“알겠어.”박민정은 박예찬만 잔소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박윤우도 만만치 않은 잔소리꾼이었다.“그래요,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그리고 아빠, 아빠는 엄마 잘 챙겨주시고요!”박윤우가 덧붙였다.“그래.”유남준은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박윤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차에서 내렸다.유치원까지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박민정은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곁에 있던 유남준이 참다못해 말을 걸었다.“너희 회사로 갈까?”그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민정이 대답했다.“네.”그녀는 회사 주소를 유남준에게 알려주었다.유남준의 운전기사가 내비게이션을 통해 회사까지 가는 길을 찍었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6화

    하지만 유남준은 꾹 참아야 했다. 지금 둘만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회사 건물 앞으로 도착하자 박민정은 차에서 내려 유남준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마침 택배를 받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단 민수아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곧장 박민정에게 달려가 물었다.“민정아, 유 대표가 너 여기까지 데려다준 거야?”박민정은 그 질문에 딱히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러면서 민수아가 품에 한가득 안고 있는 서류들을 바라보며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이건 다 뭐야?”“계약서.”민수아가 간단한 대답에 이어 말을 덧붙였다.“참, 인하 씨가 오늘 오전에 법원 갈 거니까 반차 낸다고 전해달래.”“정말 간 거야? 성원 씨가 거절했다고 하지 않았어?”박민정 역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걸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모르겠어. 오늘 아침에 전화 와서 봤더니 이혼하자고 그러더래.”“그래?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법원 앞.아침 일찍부터 미리 도착해있던 설인하는 혹시라도 방성원이 마음을 바꿀까 봐 두려워 초조하게 마음 졸이고 있었다.그녀는 수시로 시계를 확인하며 안절부절못했다.“벌써 한 시간이 다 지나가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그녀는 몰랐겠지만 근처에 주차된 검은 벤틀리 안에 앉아 있던 남자는 굳은 얼굴로 설인하를 지켜보고 있었다.방성원의 곁에는 김인우가 앉아 있었다.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리자 짜증이 난 김인우가 물었다.“야, 방성원.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어. 대체 언제까지 기다릴 건데?”그 두 사람 역시 설인하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지만 방성원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법원 앞의 설인하를 지켜보기만 했다.방성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인우는 어젯밤부터 방성원에게 끌려 술을 마신 데다가 오늘 아침까지 법원까지 함께 끌려와 짜증이 나 있었다.“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가서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방성원은 냉랭한 시선으로 김인우를 쳐다보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7화

    역시 이젠 자신만의 단단한 날개가 생긴 건데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택시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방성원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출발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한편, 설인하가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동료들은 설인하를 발견하자마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설인하는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그이가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다음에 다시 보재요. 이혼은 다음에 하자고 그러더라고요.”“이게 말이 돼요? 자기가 먼저 오늘 보자고 했던 거면서?”진서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민수아 역시 턱을 괴멸 말했다.“제 생각엔 그 사람, 이혼하기 싫은 것 같은데요.”“설마요? 이혼하기 싫었으면 그렇게까지 말투가 싸늘하지 않았을걸요.”세 사람은 남자의 속마음을 탐구하듯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남자의 마음도 꽤 복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그 순간, 설인하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민정 씨 지금 유남준 씨랑 화해한 거 맞죠?”박민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데요?”“혹시 남준 씨한테 성원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물어봐 줄 수 있어요?”설인하가 말했다.다른 두 사람도 박민정을 바라보며 기대에 어린 눈빛으로 보았다.박민정은 그에 거절하기 어려운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래요, 물어볼게요. 요즘 저랑 남준 씨가 두원 별장으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몰라요. 윤우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요.”“네? 이사 간다고요?”깜짝 놀란 설인하가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이사 가지 말고, 우리랑 계속 같이 살면 안 돼요?”“계속 본가에 살면 불편할까 봐 그래요.”박민정은 친구들이 불편해할까 걱정되어 이사를 고려한 것이었다.사실 그녀 역시 지금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꽤 즐거웠다.설인하는 고개를 힘껏 가로저었다.“아니요, 전혀 안 불편해요. 집이 이렇게나 큰데 유 대표 한 명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8화

    윤소현은 아버지의 말에 대충 대답했다.“아버지나 알아서 하세요. 이번에 박민호랑 했던 소송도 지셨으면서. 배상금 내는 것도 빠듯한데, 제발 비서랑 놀아나지 좀 마시고 일에 집중하세요.”윤소현의 말에도 윤석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소현아, 난 아직 네가 있잖니. 나중에 수미가 죽으면 걔 재산은 너한테 넘어갈 거고, 그럼 그 돈이 내 돈 아니겠어?”윤소현은 윤석후에게 눈을 흘겼다. 정수미가 죽는다면 윤석후는 또 얼마나 오래 살까?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저도 요즘 쉽지 않아요. 아버지께서도 아시다시피 정수미가 본인 친딸이라고 데려온 함미현한테만 신경 쓰느라 요즘 저한테는 관심도 없거든요.”“아, 맞아. 그 함미현 말이지?”윤석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잔인해지기 시작했다.“딸, 뭘 하든 확실하게 해야 해. 네가 직접 못 하겠다면 이 아비가 사람 구해서 그 여자 처리할게.”그는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윤소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그러실 필요까진 없어요.”“왜?”“어차피 그 여자, 정수미 친딸도 아니거든요. 가짜 딸이에요.”윤소현은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윤석후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런데 왜 수미한테 그 얘길 해주지 않는 거야?”“아버지가 뭘 알아요? 지금 얘기한다면 정수미는 진짜 친딸을 찾겠다고 또 혈안이 되겠죠. 저는 정수미가 죽기 직전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때 얘기할 생각이에요.”그때가 되면 정수미도 윤소현에게 미안함을 느낄 것이고 다시 친딸을 찾아 유산을 물려줄 시간도 없으리라 생각했다.그 말에 윤석후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딸의 어깨를 두드렸다.“역시 내 딸이야. 아주 똑똑해!”그들의 대화가 계속되던 중, 윤석후의 비서가 문을 두드리더니 안으로 들어섰다.“석후 씨,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어요.”윤소현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비서를 노려보았다.“여기 회사예요. 어딜 감히 아빠 이름을 불러요? 부끄럽지도 않아요?”비서는 그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79화

    진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윤소현에게 걸어갔다.“감히 누구에게 ‘아무나’라는 호칭을 쓰는 겁니까?”그녀는 주먹을 쥐었다.윤소현은 고개를 든 채 조롱 가득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여기, 당신들 같은 외부인 말고 또 있나?”화가 치밀어오른 진서연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입 조심해!”“내 말투가 원래 이런 걸 어떡해? 당신들이 뭘 어쩔 건데?”뒤이어 윤소현은 문밖의 경비에게 외쳤다.“경비, 누가 이딴 외부인들까지 안에 들이래? 우리 회사 규정 몰라? 아무나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임신 중인 윤소현 때문에 진서연 역시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진서연의 팔을 잡으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현 씨 말이 맞아요. 회사에 아무나 들여서는 안 되죠.”뒤이어 박민정은 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사람들만 다 부르고 여기 경비 다 빼주세요.”“알겠습니다.”박민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연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박민정에게는 이제 숙련된 경호원들이 있었고 경호원 한 명이 경비원 두 명보다 강했다.윤소현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우리 회사 보안팀은 왜 건드리는데? 네가 뭔데?”박민정이 민수아에게 눈짓하자 민수아는 곧장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그야 이분이 박 대표님, 그러니까 이 회사 최대 주주기 때문이죠.”민수아가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이 회사 이름도 이젠 YN 그룹이 아니라 XS 그룹의 자회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진짜 외부인은 그쪽들 아닌가요? 제가 기억하기론, 이 회사 윤 대표가 주식을 다 팔았다고 알고 있는데. 주식도 없고, 경영 능력도 없으면서 여기 계속 남아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민수아는 계속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리고 윤소현 씨, 당신은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니잖아요.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진서연은 민수아의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설인하 역시 민수아의 말에 감탄하며 앞으로 민수아에게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0화

    YN 그룹 내부.박민정은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회사의 향후 운영에 대해 정리하고 윤석후를 포함한 그의 측근 몇 명도 함께 해고했다.그녀는 80%의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100%의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게다가 윤석후의 측근 외에는 회사 고위층 전부 아무런 이익을 얻은 적이 없었던 터라 그들도 기꺼이 새로운 대표를 맞이했다.회의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되어 있었다.“자, 이제 집에 돌아가서 저녁 준비합시다.”회의할 때의 날카로운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박민정이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그래요.”모두 회의실을 떠났다.하지만 설인하만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저 조금만 더 남아서 일을 배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최대한 빠른 독립을 원하는 설인하를 알고 있던 박민정은 그런 그녀를 굳이 막지 않았다.“그래요. 일하다 힘들면 얼른 퇴근하고요.”“네.”설인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 부끄러운 듯한 기색으로 말을 꺼냈다.“그, 은정이 좀 부탁할게요.”“걱정 마요.”진서연이 대답했다.박민정과 민수아 역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는 베이비시터도 있었고 선생님도 있었던 터라 그저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만 확인하면 되었기 때문에 크게 손이 가는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설인하는 그들의 반응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만약 이 여자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바뀌지도 못했을 것이다.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저녁 준비를 시작하며 유남준에게 간단한 집밥을 차릴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 무렵, 유남준은 회의 중이었다.회의하던 중, 유남준의 휴대폰이 울렸다.회의 중에는 모두가 당연히 휴대폰을 진동도 아닌 무음으로 해놓아야 했다.진동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휴대폰을 꺼놓는 것을 깜빡했을 거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기 시작했다.유남준 역시 뒤늦게 박민정이 본인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그는 현재 본인의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4화

    “안 중요하다고요?”진서연은 더욱 서러워졌다.“어디가 안 중요해요? 난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당장 대답해 봐요. 날 좋아해요, 안 좋아해요?”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대체 뭐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그녀의 손에 쥐어진 정민기의 옷이 구겨질 정도였다. 정민기는 눈빛을 잠시 깔며 살짝 짜증이 섞인 기색을 보였다.“안 좋아해요.”그는 한때 사람을 잘못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진서연 역시 과거의 약혼녀와 다를 바 없다는 걸. 그렇다면 그가 다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진서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가득 타오르던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갔다.“정말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이제 나가줄래요?”정민기의 냉정한 한마디에 진서연은 선뜻 발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쉽게 물러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왜 처음에 나랑 연애를 시작했어요?”그녀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이 세상에 연애를 하면 꼭 끝까지 함께해야 하는 법이라도 있어요? 사귀기 전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겠어요. 우리는 안 맞아요.”정민기는 단호하게 말을 끝맺고 방으로 돌아서려 했지만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에리 씨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왜, 하나로는 부족해요?”“네?”그 한마디에 진서연의 인내심이 터져버렸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정민기에게 날렸다.사실, 정민기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그녀의 주먹이 그대로 그의 얼굴에 꽂혔다.“그, 그게... 왜 안 피한 거예요?”그녀의 주먹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손을 내린 순간, 정민기의 날카로운 이목구비 위로 짙푸른 멍이 퍼지는 것이 보였다.정민기는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이제 됐어요?”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며 진서연은 더 이상 버텨도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그래요. 이제 알겠어요. 지금 당장 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3화

    “보스, 역시 대기업은 우리 같은 작은 회사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아까 대단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진서연이 감탄하며 말했고 박민정도 살짝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러게, 앞으로 배울 것도 많겠어.”“네, 근데 오늘 윤소현이 망신당한 건 정말 통쾌했어요.”진서연은 윤소현의 잘난 체하는 태도가 정말 싫었다.박민정은 그녀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오늘 회의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윤소현이 며칠 사이에 회사에 단행한 개혁이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회사의 모든 인사 배치가 그녀의 손을 거쳤다.이를 본 박민정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계획을 정리했다. 시간이 늦어졌지만 진서연은 좀처럼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서연아, 이제 그만 쉬어.”“저 가기 싫어요.”진서연은 자신이 머무는 곳을 떠올리는 순간, 정민기와 함께 있는 것이 떠올라 가기가 싫어졌다.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는데 오직 일에 몰두할 때만이 모든 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그제야 박민정은 진서연과 정민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렸다.“보스, 저 요즘 민기 씨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요.”진서연이 훌쩍이며 말했다.“울고 싶을 정도로 속이 막막해요.”박민정이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며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괜찮아. 언젠가 너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하지만 그 말에 진서연은 오히려 더 속상해졌다.“보스도 민기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죠?”박민정이 순간 당황하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그런데도 절 좋아했다면 왜 저랑 헤어졌겠어요?”진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민기 씨가 날 좋아하지 않았던 게 맞는 것 같아요.”박민정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실연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한편 옆에서 조용히 있던 유남준이 시계를 힐끗 보았다.벌써 밤 11시였다.‘얘는 상황 파악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2화

    “소현아, 무슨 일이니?”정수미는 윤소현이 왜 전화를 걸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며 물었다.윤소현은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드러냈다.“엄마, 왜 민정이를 회사에 들이신 거예요? 게다가 회사의 모든 업무를 민정이에게 맡기다니요?”“그야 당연한 일이지. 앞으로 민정이가 회사를 맡게 될 거야. 그러니 네가 잘 도와주도록 해라.”정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윤소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당장 따지고 싶었지만 다행히 윤석후가 그녀를 말렸다.윤소현은 간신히 감정을 다잡고 목소리를 낮췄다.“엄마, 저도 이해해요. 민정이가 엄마의 친딸이니 회사를 물려주시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지금 민정이는 회사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잖아요. 이런 식으로 대표 자리에 앉으면 직원들이 납득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배우게 하려고 회사에 들인 거다. 걱정 마라, 이미 내부 직원들에게 다 얘기해 뒀으니 누구도 반발하지 못할 거야.”정수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네가 못마땅한 건 아니겠지?”그 말에 윤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겨우 입을 떼었다.“그, 그럴 리가요.”“그럼 됐다. 이제 내 몸도 점점 나빠지고 있으니 앞으로 민정이를 잘 도와줘라.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정수미는 전화를 끊었는데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한편, 윤소현은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목소리를 죽여 중얼거렸다.“저 늙은 여우, 너무하잖아! 이제 친딸이 생겼다고 나 같은 양녀 따위는 완전히 내팽개치는 거야? 게다가 내가 그 애를 돕게 만들다니! 웃기고 있네!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지 그래?”윤석후가 그녀를 얼른 끌어당겨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소현아, 진정해. 정수미 저 늙은 여자가 얼마나 더 살겠냐?”윤석후가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여태껏 회사 사정을 전혀 몰랐던 애송이가 하루아침에 대표가 됐다고 해 봐. 정수미가 죽고 나면 우리가 그 애를 쥐락펴락하는 건 식은 죽 먹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1화

    “그래.”윤석후는 윤소현을 따라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막상 내려가서 본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수많은 고위 임원들에게 둘러싸인 인물은 다름 아닌 박민정이었다.그녀는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정수미와 꼭 닮아 있었다.정호철은 그녀를 보자마자 마치 젊은 시절의 정수미를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대표님.”그가 공손히 인사하자 뒤따르던 임원들도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대표님”이에 박민정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별말씀을요. 대표님께서 이제 막 오셨으니 우선 위층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정호철이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은 정호철의 안내를 받으며 위층으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누군가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윤소현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윤소현은 박민정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길을 막아섰다.“박민정,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어 그녀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정호철을 노려보았다.“아저씨! 설마 이 사람이 아저씨가 말한 신임 대표라는 거예요?”“그래요.” 정호철이 단호하게 대답했고 순간 윤소현의 머릿속은 텅 빈 듯 멍해졌다.“말도 안 돼! 겨우 저런 보잘것없는 촌뜨기가 무슨 자격으로 회사를 맡아요?”그러나 이번에도 정호철은 단호했고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작은 아가씨는 정 대표님의 친딸이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 대표님께서 직접 이분을 지엔의 대표로 임명하셨습니다.”이 두 마디가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윤소현의 가슴을 짓눌렀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 정도였다. 그녀는 떨리는 시선으로 박민정을 노려보았다.“박민정,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왜 엄마가 너한테 회사를 맡긴 거지?”하지만 박민정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스쳐 지나가려 할 뿐이었다.그러나 윤소현은 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90화

    박민정은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뭘 봐야 하죠?”“지금은 몸과 정신을 잘 추슬러야 해. 내일 출근해서 회의 도중 졸고 있으면 안 되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 위치를 확고히 하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정리해 줄 테니까.”그의 말을 듣자 박민정도 슬슬 피곤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그럼 나 먼저 쉬러 갈게요. 당신도 일찍 자요.”“응.”그녀가 방으로 들어간 뒤 유남준은 노트북을 꺼주고 휴대폰을 들었다.그는 전화를 걸어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민정이가 지엔에 출근해. 혹시라도 해결 못 할 일이 생기면 즉시 나한테 보고해.”지엔 그룹 안에도 유남준의 사람이 있었다....윤소현은 최근 들어 더욱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병원에서 몇 차례나 아이의 위독 통보를 보냈지만 그녀는 그 모든 연락을 무시했다.한편, 그녀는 아버지 윤석후를 회사로 들여보냈고 부녀가 함께 회사를 점점 혼란스럽게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정수미는 이미 박민정을 새 총괄자로 임명하고 회사를 넘길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다음 날 아침,회사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한편, 윤소현은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을 세웠다.“이 물건들은 전부 대표님이 좋아하던 것들입니다. 정말 다 버리시겠습니까? 만약 대표님이 회복되신다면 찾으실 텐데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묻자 윤소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럼 창고에 쌓아 두면 되겠네.”“하지만...”“하지만은 무슨. 지금 회사 관리는 내가 하고 있어. 내 스타일대로 꾸미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그녀는 단호히 말했고 그때 윤석후가 들어왔다.“딸, 내 사무실은 옆방으로 하면 되겠군.”그가 가리킨 곳은 정호철의 사무실이었다.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정호철과 함께 고위 임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정호철은 어제 박민정과 만났던 지라 상황을 잘 파악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9화

    연지석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좋아. 한번 해볼게.”그녀도 자신의 능력을 키워보고 싶었다. 동시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정수미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응.”결정을 내린 후 박민정의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다.연지석은 그녀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걸 확인한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곧바로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일을 맡아보겠다고 전했다.정수미는 그 말을 듣고 오후에 병원으로 먼저 들르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라고 했는데 박민정은 모두 받아들였다.그녀는 유남준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오늘은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왜 그래?”박민정은 그제야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유남준은 이 일이 제법 의외였다. 하지만 정수미가 박민정에게 회사를 맡기려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박민정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이 놀라웠다.박민정은 덧붙였다.“지석이가 그러더라고요.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후, 유남준이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그러나 그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연지석의 말에 설득 당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정수미의 병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던 주주들까지 급히 병원을 찾을 정도였다.비서는 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박민정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작은 아가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에 계신 분들은 모두 지엔 그룹의 주주들과 고위 임원들입니다. 대표님께서 미리 만나보라고 하셨어요.”정수미가 미리 이들을 불러놓은 듯했다. 나이 지긋한 주주들과 임원들은 그녀를 보고 모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작은 아가씨.”박민정이 공손하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정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8화

    정수미의 말이 끝나자 박민정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비서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박민정이 정신을 가다듬고 곧바로 거절했다.“죄송해요. 저는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자신이 없어요.”그러나 정수미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그냥 스스로를 단련한다고 생각하면 돼.”“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차라리 윤소현 씨에게 맡기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박민정이 다시 말했다.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박민정이 선뜻 수락하지 않으리라는 걸 정수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예전에 동생에게 배운 방법을 쓰기로 했다.“민정아, 내 몸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솔직히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나의 마지막 소원조차 들어줄 수 없니?”“소현이는 회사를 경영할 사람이 아니야. 만약 그 애에게 회사를 넘긴다면 지엔 그룹은 끝장날 거야.”“그리고 생각해 봐. 넌 내 친딸이야. 당연히 네가 회사를 맡아야 하는 거 아니겠니?”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수미의 말에 박민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자신의 회사 하나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자신이 거대한 지엔 그룹을 책임질 수 있을까?“안 돼요. 저는 정말 감당할 수 없어요. 만약 소현 씨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차라리 전문적인 경영인을 고용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그러자 정수미는 다시 설득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직접 경영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나를 도와줘. 중요한 일이 생기면 네가 나한테 보고하고 내 의견을 물어보는 거야. 어때?”“나는 지금 병원에 있어서 직접 나설 수도 없어. 그런데 다른 사람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내 친딸인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단다.”그 말에 박민정의 마음이 흔들렸다. 오랜 침묵 끝에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그래. 충분히 고민해 보고 결정하거라. 생각이 정리되면 내게 연락해 줘.”그렇게 말한 후, 정수미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곧 심한 기침이 터져 나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7화

    지엔 그룹의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윤소현이 정수미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그러니 그 누구도 감히 그녀를 거스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사실 정수미의 건강 상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만 하면 지엔 그룹은 당연히 윤소현의 것이 될 터였다.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병원에서 요양 중인 정수미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윤소현은 회사를 접수하는 한편,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하나씩 내몰았다. 특히 정수미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오래된 간부들은 모두 그녀 손에 의해 잘렸다.며칠 전 유남준이 풀어준 정호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지엔 그룹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면서도 정호철는 그곳에 대한 미련을 별로 느끼지 않았다.그는 요즘 병원 근처를 자주 찾아와 멀리서 조용히 정수미를 지켜보곤 했다.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그런 그를 정수미의 비서가 발견했다.“정 매니저님? 여기서 뭘 하고 계세요? 혹시 대표님을 뵈러 오셨나요?”순간 정호철은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아, 그게...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우연히.”그러나 그의 어설픈 변명이 정수미 곁에서 잔뼈가 굵은 비서를 속일 리 없었다.비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마침 지나가신 김에 들어가 보시죠. 대표님께서 병원에만 계시느라 몹시 지루해하셨거든요.”그렇게 정호철은 반쯤 떠밀리듯 정수미의 병실로 들어서게 되었다.병실에는 약 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 거북한 냄새 속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정수미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대표님,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신 겁니까?”정호철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번에도 그저 평소처럼 앓다가 금방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정수미는 그런 그의 반응이 오히려 우습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이전부터 이랬어. 별일 아니야.”그러면서 문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지금 시간이면 회사에 있어야 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6화

    문밖에 갇힌 채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유남준의 눈에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서렸다.그는 대체 언제쯤 아내와 제대로 함께 지낼 수 있을까?두 사람은 이미 오래된 부부나 다름없건만 정작 함께하는 모습은 연애 초기보다도 못했다.오전 아홉 시가 넘어서야 윤소현은 정수미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곧장 병실로 향했다.그곳에서 정수미가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엄마, 깨어나셨어요? 왜 비서에게 미리 연락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정수미는 차가운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리더니 먼저 의사에게 나가달라고 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비서에게 들었어. 너랑 민정이가 밤새 나를 지켰다고. 괜히 너희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긴장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며 윤소현이 말했다.“엄마, 전 엄마 딸이에요.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어디 있어요?”이어서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지금 몸은 좀 어떠세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많이 나아졌어.”정수미가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의사 말로는 아마도 상한 음식을 먹은 탓일 거라고 하더구나.”“어제 저희가 요리사에게 같은 음식을 다시 만들게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무언가 찾아내셨나요?” 윤소현은 다급히 물었는데 혹여 정수미가 진실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그러나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의사는 음식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어. 아마도 고객과 외식하는 자리에서 뭔가 잘못된 걸 먹었을 거라고 하더구나.”그 말을 듣고서야 윤소현은 긴장했던 마음을 살짝 놓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었다.“앞으로는 꼭 조심하셔야 해요.”“그래야겠지.” 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녀가 윤소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묘하게 의미심장했다.“엄마, 민정이는 어디 갔어요?”주위를 둘러보던 윤소현은 박민정이 보이지 않자 자연스레 물었다.“이제 난 괜찮으니 민정이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어.”“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만약 엄마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