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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8 19:00:00
“훨씬 좋아졌어요. 조금 더 있다가 유치원으로 갈 거예요.”

박윤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퇴원하고 집에서 며칠 더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엄마가 옆에서 돌봐둘게. 조금만 더 나아진 다음에 가는 게 어떨까?”

박윤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요. 오늘 유치원 친구들한테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했단 말이에요.”

박윤우는 그림을 정말 잘 그렸고, 그 덕에 유치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박민정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순간, 유남준이 나섰다.

“애가 가고 싶어 하잖아. 보내주자. 담당의도 지금 상태는 좋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잠시 말을 멈췄던 유남준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걱정되면 내가 따로 사람 붙여서 지켜보라고 할게.”

유남준이 말을 마치고 박윤우 역시 간절한 눈빛을 보내니 박민정도 결국엔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좋아. 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다 싶으면 바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

“네.”

그렇게 결정이 내려지자 박민정과 유남준은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박민정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유치원에 도착하자 박윤우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당부까지 했다.

“엄마, 아빠. 두 분 꼭 사이좋게 지내셔야 해요. 싸우지 말고요, 알겠죠?”

“알겠어.”

박민정은 박예찬만 잔소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박윤우도 만만치 않은 잔소리꾼이었다.

“그래요,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그리고 아빠, 아빠는 엄마 잘 챙겨주시고요!”

박윤우가 덧붙였다.

“그래.”

유남준은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윤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차에서 내렸다.

유치원까지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박민정은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곁에 있던 유남준이 참다못해 말을 걸었다.

“너희 회사로 갈까?”

그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민정이 대답했다.

“네.”

그녀는 회사 주소를 유남준에게 알려주었다.

유남준의 운전기사가 내비게이션을 통해 회사까지 가는 길을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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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윤소현에게 걸어갔다.“감히 누구에게 ‘아무나’라는 호칭을 쓰는 겁니까?”그녀는 주먹을 쥐었다.윤소현은 고개를 든 채 조롱 가득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여기, 당신들 같은 외부인 말고 또 있나?”화가 치밀어오른 진서연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입 조심해!”“내 말투가 원래 이런 걸 어떡해? 당신들이 뭘 어쩔 건데?”뒤이어 윤소현은 문밖의 경비에게 외쳤다.“경비, 누가 이딴 외부인들까지 안에 들이래? 우리 회사 규정 몰라? 아무나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임신 중인 윤소현 때문에 진서연 역시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진서연의 팔을 잡으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현 씨 말이 맞아요. 회사에 아무나 들여서는 안 되죠.”뒤이어 박민정은 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사람들만 다 부르고 여기 경비 다 빼주세요.”“알겠습니다.”박민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연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박민정에게는 이제 숙련된 경호원들이 있었고 경호원 한 명이 경비원 두 명보다 강했다.윤소현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우리 회사 보안팀은 왜 건드리는데? 네가 뭔데?”박민정이 민수아에게 눈짓하자 민수아는 곧장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그야 이분이 박 대표님, 그러니까 이 회사 최대 주주기 때문이죠.”민수아가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이 회사 이름도 이젠 YN 그룹이 아니라 XS 그룹의 자회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진짜 외부인은 그쪽들 아닌가요? 제가 기억하기론, 이 회사 윤 대표가 주식을 다 팔았다고 알고 있는데. 주식도 없고, 경영 능력도 없으면서 여기 계속 남아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민수아는 계속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리고 윤소현 씨, 당신은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니잖아요.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진서연은 민수아의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설인하 역시 민수아의 말에 감탄하며 앞으로 민수아에게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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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N 그룹 내부.박민정은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회사의 향후 운영에 대해 정리하고 윤석후를 포함한 그의 측근 몇 명도 함께 해고했다.그녀는 80%의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100%의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게다가 윤석후의 측근 외에는 회사 고위층 전부 아무런 이익을 얻은 적이 없었던 터라 그들도 기꺼이 새로운 대표를 맞이했다.회의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되어 있었다.“자, 이제 집에 돌아가서 저녁 준비합시다.”회의할 때의 날카로운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박민정이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그래요.”모두 회의실을 떠났다.하지만 설인하만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저 조금만 더 남아서 일을 배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최대한 빠른 독립을 원하는 설인하를 알고 있던 박민정은 그런 그녀를 굳이 막지 않았다.“그래요. 일하다 힘들면 얼른 퇴근하고요.”“네.”설인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 부끄러운 듯한 기색으로 말을 꺼냈다.“그, 은정이 좀 부탁할게요.”“걱정 마요.”진서연이 대답했다.박민정과 민수아 역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는 베이비시터도 있었고 선생님도 있었던 터라 그저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만 확인하면 되었기 때문에 크게 손이 가는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설인하는 그들의 반응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만약 이 여자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바뀌지도 못했을 것이다.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저녁 준비를 시작하며 유남준에게 간단한 집밥을 차릴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 무렵, 유남준은 회의 중이었다.회의하던 중, 유남준의 휴대폰이 울렸다.회의 중에는 모두가 당연히 휴대폰을 진동도 아닌 무음으로 해놓아야 했다.진동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휴대폰을 꺼놓는 것을 깜빡했을 거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기 시작했다.유남준 역시 뒤늦게 박민정이 본인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그는 현재 본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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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준 씨가 따라왔다면 정민기 씨가 알아채고 나한테 얘기했을 거야.’유남준은 그녀에게 먼저 차에 타라고 했다.차에 타고 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어제 너한테 메시지 보냈었잖아? 사람 시켜서 위치 추적했어. 이러면 널 따라다니는 게 아니지?”그는 박민정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이렇게 한 것이다.박민정은 말문이 막혔다.‘이러는 게 쫓아오는 거랑 뭐가 다르지?’“앞으로 나한테 올 때 먼저 위치 확인해도 되는지 물어보세요.”“알았어.”유남준은 바로 대답했다.흔쾌히 대답하는 유남준의 모습에 마음이 풀린 그녀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저 좀 회사에 데려다주세요. 전 좀 자야겠어요.”늦잠을 자지 못한 그녀는 차 안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다.많이 피곤했는지 박민정은 금방 잠들었고 차가 움직임에 따라 비틀거리기도 했다.유남준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기사에게 조용히 말했다.“천천히 운전해 줘.”“네.”...함미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윤소현과 정수미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정수미는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미현아, 괜찮은 거야?”함미현이 정씨 가문에 와서 살기 시작한 이후 밤새 집을 비운 적은 없었다.처음 있는 외박이었다 보니 정수미는 걱정이 많았다.함미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엄마,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정수미가 말을 이었다.“어제는 왜 안 들어왔어? 전화 한 통도 없어서 나랑 네 언니가 걱정했잖니.”정수미는 윤소현의 협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함미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해요.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 몰랐어요.”“몰랐으면 됐어. 다음에는 꼭 엄마한테 미리 얘기해줘. 안 그러면 걱정되니까.”정수미는 겨우 되찾은 딸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네!”함미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질투 어린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 윤소현은 속으로 조소했다.‘언젠가 정수미는 친딸도 아닌 년을 아낀 걸 후회하게 될 거야.’“엄마, 밤새 안 주무셨는데 이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9화

    얼마 자지 않고 일어난 함미현은 꺼져 있는 핸드폰을 보고 충전기를 연결했다.핸드폰을 열자 그녀는 윤소현에게서 온 수많은 연락을 확인하고는 이내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소현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함미현, 한밤중에 집에 안 들어오고 어디 간 거야? 지금 누구랑 있어?”함미현이 박민정을 쳐다보자 박민정도 그녀를 바라보았다.함미현은 망설이다 답했다.“어제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잠들었어요. 핸드폰은 꺼져 있어서 이제 깼어요. 죄송해요.”윤소현은 함미현이 박민정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녀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그래? 나랑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얼른 집으로 와.”“하지만...”함미현은 망설였다.염혜라닝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 집으로 돌아가는 게 마음에 걸린 탓이다.“아직 일이 조금 남아서 며칠만 더 있어도 될까요?”함미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안 돌아온다고?”윤소현의 목소리가 커졌다.‘박민정에게 무슨 얘기라도 한 거 아니야?’윤소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잘 생각해 봐. 나랑 엄마가 동하 돌보는 사람까지 보내줬는데 너는 밖에서 돌아다닌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아닐까? 계속 안 오면 우리도 동하한테 신경 끌 거야.”윤소현은 이제 함미현을 협박하는 방법밖에 없었다.윤소현의 협박에 함미현은 다급하게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함미현은 전화를 끊고 미안한 표정으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민정 씨, 죄송하지만 먼저 가봐야겠어요. 제 아이도 병원에 있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요.”박민정은 함미현의 말을 듣고 직설적으로 답했다.“저도 매일 출근해야 해서 여기서 아주머니를 돌볼 수는 없어요.”함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이해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상황이 정말 안 좋거든요.”함미현은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이 카드에는 100억이 들어있어요. 이 돈으로 엄마를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는데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제가 줄 수 있는 전부예요. 민정 씨, 병원비는 이 카드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8화

    박민정은 유남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오늘 밤엔 안 들어오는 거야?]그가 문자를 보낸 시간은 11시쯤이었다.박민정은 그제야 답장을 보냈다.[네. 안 들어가요. 너무 늦어서 근처에서 묵으려고요.]그녀는 늦은 시간이니 유남준이 이미 잠들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바로 답장이 왔다.[시간도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지?]유남준은 박민정의 답장을 기다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평소 잠이 얕은 그는 박민정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그녀만의 특별 알림음을 설정해 두었고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잠에서 깼다.박민정은 관심 어린 그의 질문에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친구 보고 있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도착하자마자 의사들이 응급 처치를 하느라 늦어졌어요.]유남준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안심했다.[얼른 쉬어.][네.]박민정은 핸드폰을 끄고 옆에 두고 눕자마자 곧 잠에 들었다.반면 유남준은 다음 날 그녀를 만나러 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다른 한 편, 정씨 가문에서 윤소현은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함미현을 놓쳤다는 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겨우 여자 하나 따라가는 것도 제대로 못 해?”평범한 운전기사였다면 그녀의 부하들이 놓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정민기였다.그녀의 부하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아가씨, 정말 저희 잘못이 아니에요. 함미현을 태운 차량에 전문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뒤쫓는 걸 바로 눈치채고 따돌려 버렸습니다.”“그래?”윤소현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누가 함미현을 태우러 왔는데?”부하들은 차량 사진을 윤소현에게 보냈다.사진은 흐릿했지만 뒷좌석에 앉은 여자의 윤곽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박민정?’단번에 박민정임을 알아본 윤소현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박민정? 이 시간에 박민정이 왜 함미현을 만나?”윤소현은 박민정이 무언가 알게 된 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7화

    정민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함미현에게 전했다.충격에 휩싸인 함미현이 물었다.“누군가가 저희 엄마를 해친 거라고요?”그녀는 여전히 이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그녀와 염혜란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돈도 권력도 없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혹시 정수미예요?”함미현이 박민정의 손을 잡고 물었다.그녀는 정수미야말로 제일 유력한 용의자 같았다.정수미 같은 대기업 대표가 자신의 딸에게 두 명의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박민정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아직 정수미가 그랬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어요.”함미현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분명 그 여자예요. 전에 정수미가 윤소현에게 엄마가 두 명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윤소현과 친엄마 사이를 단절시켰다고 얘기한 적 있어요.”이 일은 염혜란이 그녀에게 말해준 이야기였다.당시 함미현은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억만금을 준다 해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안 되겠어요. 당장 정수미에게 연락해서 확인해야겠어요. 정말 정수미가 그런 건지 확실하게 물어봐야겠어요.”함미현이 전화를 걸려 하자 박민정이 막아섰다.“함미현,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만약 정말 정수미가 그런 짓을 한 거라면 지금 전화를 거는 건 아주머니가 살아있다는 걸 알리는 꼴밖에 안 돼요. 정씨 가문의 수단을 생각해 보세요. 정수미는 틀림없이 아주머니의 목숨을 한 번 더 노릴 거예요.”함미현이 손을 멈추며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지금으로는 아주머니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아주머니가 깨어나면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함미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알겠어요.”그녀는 다시 병상으로 돌아가 어머니 옆에 앉았다.그녀의 마음은 죄책감과 고통으로 물들었다.‘다 나랑 동하 때문이야. 뭐든 건 대가가 따르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6화

    “함미현한테 사람 붙여서 누구랑 어디 가서 뭐 하는지 알아봐.”함미현은 윤소현 수중에 있는 중요한 카드였기에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전화를 끊은 윤소현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한편 함미현이 밖으로 나오자 박민정의 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 문을 열고 올라탄 그녀는 자신이 이미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민정 씨,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함미현의 눈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며칠 동안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녀는 점점 나쁜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본 박민정은 그녀가 현재 상황을 모른다고 판단했다.“직접 보면 알게 될 겁니다.”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민기는 뒤에서 따라오는 차를 발견했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두 분은 안절벨트 꽉 매세요. 따라오는 차가 있네요.”“네?”함미현은 얼떨떨하게 되물었다.“누가 우리를 따라와요?”정민기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그는 혼잡한 도로 속에서 민첩하게 차들을 피해 가며 빠르게 움직였고 10분도 되지 않아 뒤따라오던 차량을 따돌렸다.미리 대비했던 박민정이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으로 인해 울렁거리는 속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함미현 역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말했다.“너무 빨리 달린 거 아니에요?”“이미 따돌렸습니다.”정민기의 대답에 함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박민정은 자세를 바로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더 이상 의심스러운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정민기에게 물었다.“그 차는 언제부터 따라온 거예요?”“함미현 씨가 차에 탄 직후부터요.”함미현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럼 저를 따라온 거란 말인가요?”정민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함미현은 불안해하며 백미러를 통해 뒤를 계속 확인했다.“누가 저를 따라온 거죠? 설마 정수미일까요?”박민정은 그녀가 정수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그녀 스스로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5화

    정민기가 말을 이었다.“박민정 씨에 대한 제 감정은 유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사랑 같은 게 아닙니다. 단지 친구로 생각할 뿐이에요.”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유 대표님께서는 제 뒷조사를 하셨겠죠. 저는 너무 많은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박민정은 친구로만 대할 거예요.”“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유남준은 정민기의 표정을 보며 거짓말을 할 사람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남자끼리만 있는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여겼다.“제가 오해했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유남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정민기는 유남준의 손을 맞잡았고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적대감은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자 밖으로 나와 그를 찾았다.그가 정민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그쪽으로 다가가자 유남준도 마침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정민기 씨와 무슨 얘기 한 거예요?”박민정이 물었다.“별거 아니야. 그저 당신과 아이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했을 뿐이야.”박민정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캐묻는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아 말을 아꼈다.“그래요. 오늘 밤 볼일 있어서 잠시 나가야 해요.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집에서 윤우 좀 봐줘요.”“그래.”유남준은 흔쾌히 승낙했다.이미 윤우를 통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유남준은 박민정이 어디로 가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박민정은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간단히 말한 뒤 집을 나섰다.차에 앉은 그녀는 함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세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민정 씨가 어쩐 일이에요?”두 사람은 이전 윤소현의 결혼 준비 문제로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있었다.“미현 씨, 양어머니를 찾았어요. 시간 괜찮으시다면 함께 만나러 가볼래요?”박민정이 물었다.정씨 가문에서 쉬고 있던 함미현은 그 얘기를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찾았다고요? 지금 어디 계세요?”“전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4화

    “식사하세요.”기분이 훨씬 나아진 진서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모두 함께 식사를 시작했지만 민수아는 어쩐지 혼자 낙오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박민정은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었고 정민기는 진서연과 함께 앉아 있는데 자신은 혼자였으니 말이다.박윤우는 민수아의 불편함을 눈치챘는지 의자에서 내려와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수아 이모, 저기 앉으니까 너무 좁아서 그런데 이모랑 같이 앉아도 될까요?”“물론이지.”민수아는 박윤우가 정말 눈치도 빠르고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나중에 이런 이쁜 아이 낳아야지.’모두 함께 식사했지만 민수아와 박윤우가 있는 쪽을 제외한 다른 두 자리는 어딘가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민정아, 많이 먹어.”유남준은 정민기 앞에서 일부러 박민정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눈이 보이지 않을 때 그가 가장 걱정했던 사람은 정민기였다.두 사람은 매일 붙어 있었고 나름 괜찮은 남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남준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정민기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박민정은 이상한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타버린 요리를 보고는 일부러 한 젓가락 집어주었다.“야채 많이 먹어야 건강해져요.”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타버린 요리를 먹었다.“그래.”한 입 먹은 유남준은 단순히 탄 것만 아니라 지나치게 달다는 사실도 알아챘다.설탕을 소금으로 착각한 것이 분명했다.눈살을 살짝 찌푸린 유남준은 묵묵히 야채를 삼키며 미소 지었다.소금과 설탕을 구분 못 할 사람이 아니었지만 박민정과 정민기가 함께 나갔다는 사실에 정신을 놓은 탓에 둘을 헷갈린 것이다.“맛있어요?”조금 전 한입 먼저 먹어본 박민정은 요리의 맛을 알고 있었다.‘거의 다 완성된 요리를 데우기만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유남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맛있네.”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긴장했다.‘저게 맛있다고?’다들 한입씩 맛본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맛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3화

    “제 부하가 발견했습니다. 염혜란을 찾은 곳은 여기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속이었어요.”정민기가 답했다.“발견 당시 염혜란은 온몸에 상처투성이였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어요.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이었죠. 그래서 믿을 수 있는 병원에 먼저 입원시켰습니다. 의사가 얘기하길 조금만 늦었으면 숨졌을 거라고 하더군요.”그 이야기를 들은 박민정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의사가 언제 깨어날 수 있다고는 얘기해주던가요?”정민기가 고개를 저었다.“한 달 안에 깨어나지 못하면 평생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지난달에 생긴 상처겠죠?”“네.”“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걸까요?”정민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부하가 발견했을 때 염헤란 씨는 산속에서 야생 풀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그녀가 생존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보러 가고 싶어요.”“알겠습니다. 준비해 두겠습니다.”정민기가 답하자 박민정이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이 일을 함미현 씨에게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함미현 씨는 염혜란 씨의 친딸이니 예상대로라면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권력과 돈을 위해 어머니를 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박민정도 그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둔 적 있었다.‘하지만 함미현이 염혜란을 해친 게 아니라면?’“염혜란을 확실히 보호할 수 있나요?”“물론이죠.”정민기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그러면 됐어요. 나중에 돌아가서 함미현이랑 얘기해 볼게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여기서 같이 밥 먹어요. 많이 준비했어요. 매번 밖에서 먹는 것도 질리기도 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잖아요.”원래 거절하려던 정민기는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답했다.“알겠습니다.”박민정은 그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박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82화

    정민기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민수아와 진서연 쪽으로 걸어갔다.진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과일을 자르고 있었는데 쑥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반면 민수아는 대범하게 인사를 건넸다.“민기 씨, 오늘 저희랑 같이 밥 먹고 갈 거죠?”정민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오늘은 민정 씨 만나러 잠깐 온 거예요.”그는 진서연을 한 번 힐끗 보았다.진서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민수아는 주방을 가리켰다.“민정이는 주방에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세요.”“네. 감사합니다.”정민기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요리에 집중하고 있던 박민정은 안 그래도 청력이 약한 편이라 정민기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박윤우는 정민기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말했다.“아저씨 오셨어요! 저번에 가르쳐 주신 거 저 벌써 다 배웠어요. 언제 새로운 기술 가르쳐 주실 거예요?”유남준은 박윤우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남자는 당당한 자세에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정민기는 유남준을 보지 않고 박윤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 새로운 기술 가르쳐 줄게.”“네! 좋아요!”박윤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제야 유남준은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정민기는 손을 맞잡으며 악수했다.“민정 씨 찾으러 왔어요.”“여보!”유남준은 뒤돌아 요리하던 박민정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른 사람이 못 들을까 봐 일부러 크게 부르는 듯했다.잠시 멈칫한 박민정이 정신을 차리고 의아한 시선으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지금 뭐라고 불렀어요?”유남준은 그녀에게 혼날까 봐 얼버무리며 말했다.“정민기 씨가 당신 찾는데?”“아, 알았어요. 이거 좀 대신 볶아줘요. 야채는 나중에 넣고 소금 조금 넣고 불을 끄면 돼요.”“알았어.”유남준은 흔쾌히 답했고 박민정은 손을 닦고 정민기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박민정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유남준은 뒤에서 계속 그녀를 힐끔거리느라 팬에 있는 요리가 타고 있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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