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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온하랑의 문자를 읽은 최동철은 화면을 꺼버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온하랑은 답장을 보낸 후 휴대폰 화면을 김시연의 앞으로 내밀었다. 김시연은 화면을 위로 넘기며 물었다.“저 사람 말을 믿어요?”온하랑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믿어요.”그들이 다시 만난 이후로 최동철은 사진 촬영에서도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장국호를 잡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지난번 사진 촬영 대회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최동철은 그녀에게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난 안 믿어요.”김시연의 말에 온하랑은 의아해서 물었다.“왜죠?”“직감으로요. 내가 볼 때 저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 묵인한 거거든요. 임 여사는 다시 찾아올 거예요.”김시연은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우선 기다려 봐요. 만약 임 여사가 다시 하랑 씨를 찾아온다면 그때 결정해요. 계속 그 사람들과 싸울지 아니면 화해할지. 무슨 선택을 하든 난 하랑 씨 편이에요.”온하랑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내리깔았다. 마음은 여전히 축 처져 있었다. 하지만 요 이틀 동안 그녀의 출연 장면이 있어 촬영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경주 최씨네 집.“...회장님께서 지금 집에 안 계세요... 네, 제가 말씀 전달하고 연락드릴게요.”가정부는 전화를 끊고 집사를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마침 집사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차 집사님, 마침 잘 오셨어요.”“무슨 일이죠?”“방금 누군가 전화 왔는데 그쪽 회장님께서 회장님을 뵈러 오시겠다고 해서 지금 집에 안 계시니까 오시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어요.”“누군지 물어봤어요?”“전화한 사람이 강남 BX 그룹 부승민 회장님의 비서라고 했어요.”“뭐라고요?”차윤식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누구라고요?”가정부는 의아해서 차윤식의 표정을 보며 다시 말했다.“강남 부승민이요.”가정부는 최씨 가문에 머물러 있으며 경제 뉴스에서 부승민을 본 적이 있었다. 손님이 왔을 때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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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차윤식은 최씨 가문에서 수년 동안 일했다. 최국환이 젊었던 시절부터 쭉 그를 따랐다. 그 때문에 최국환과 부선월 두 사람의 과거는 물론 부승민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다만 당시 세 집안에 큰 다툼이 있었다. 재벌 집에서는 사생아를 집에 들이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집에서는 본처와 내연녀가 함께 쇼핑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한 사람의 목숨이 끼어있었다. 그 사람은 강윤희였다. 강씨 가문에서는 최동철의 이익을 위해 그 일을 빌미로 부선월의 아이가 최씨 가문에 들어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아이가 최씨 가문에 들어오면 부선월은 아이를 본다는 명목으로 계속 최국환과 엮이게 될 것이다. 그 당시 최국환의 아버지가 살아있었고, 강윤희는 그가 아들을 위해 점찍어둔 며느리였다. 두 가문의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어린 손자가 가여워 강씨 가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 일 때문에 최국환을 회초리로 수십 대 때렸다. 게다가 밖에 아이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강씨 가문 사람들이 찾아와 따지자 부승호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자신의 딸아이 교육에 대해 검토하고, 부선월과 최국환이 다시 엮이지 않게 하려고 단호하게 부승민을 부씨 가문에 남기고 부선월을 해외로 보냈다.그 후 이 일은 그렇게 해결되었다. 정략결혼과 최동철 때문에 강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여전히 교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모든 협력을 중단하고 더 이상 교류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자회사에서 가끔 사업 거래를 했지만 두 가문 사람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번에 부씨 가문의 사람이 갑자기 최국환을 뵙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 사람이 하필이면 부승민이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 부승민이 이미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것은 아닐지.차윤식은 복도 아래에 앉아 정원에 무성하게 자란 꽃 덤불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차 한 대가 들어와 현관 앞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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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부승민은 다른 데 눈길을 팔지 않고 서재로 들어갔다. 차윤식의 열정적인 안내를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차윤식이 최국환을 찾으러 나간 사이 가정부가 쟁반을 들고 들어와 차를 건넸다. 가정부에게 테이블 위에 놓으라는 신호를 보낸 부승민은 무심코 서재의 구조를 둘러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침실 문을 두드린 차윤식은 허락을 받은 후 문을 밀고 들어갔다.“회장님, 오셨습니다.”깔끔한 슈트로 갈아입은 최국환은 옷깃을 정리하고 있었다.“무슨 일로 왔다고 하던가?”차윤식은 미간을 구겼다.“의중을 슬쩍 떠봤는데 그저 회장님과 상의할 일이 있다는 말밖에 안 하더군요. 무슨 일인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차윤식은 나이도 있었고, 젊은 시절부터 최국환을 따라다니며 많은 풍파를 겪었던지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노련한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방금 부승민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다. 과연 최국환의 아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물이었다.“금방 갈 테니 자네는 가서 일 보게.”“네, 회장님.”최국환은 서재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몇십 년 동안 남처럼 지낸 자식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인지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서야 문을 열고 서재로 들어갔다.“최 회장님.”부승민은 예의상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하게 손을 내밀었다.“그래요, 부 회장님. 어서 앉아요.”최국환은 부승민과 악수하고 부승민의 표정을 살피며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은밀히 판단했다. 하지만 부승민의 흔들림 없는 표정을 보며 최국환은 한 번도 함께 지내본 적이 없는 아들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젊은 나이에 회장직을 이어받아 부씨 가문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고 회사가 혼란에 빠졌을 때 어떻게 회사를 바로 안정시킬 수 있었을까?최국환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부승민 맞은편에 앉아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강남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기질을 가지셨군요. 부 회장님 인터뷰를 보고 나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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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최국환은 숨이 턱 막혔다. 오정우의 입에서 ‘온하랑’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토록 친숙하게 느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부승민에게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결국 옆에서 키우지 않았고, 게다가 자기 일로 바빴기 때문에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아 모든 소식을 다 알지는 못했다.그는 작년에 부승민이 사생활 때문에 자주 연예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부승민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부승민이 부씨 가문 양녀와 결혼했다가 나중에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양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이제 보니 바로 온하랑이었다. 최국환의 눈을 보며 부승민은 계속 말했다.“비록 이혼했지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꼭 온하랑을 잘 돌보라고 하셨어요. 이틀 전에 오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와 온하랑의 친구를 들먹이며 위협을 가했는데 저에 의해 가로막힌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최 회장님의 부인 임 여사님께서 다시 온하랑을 찾아왔어요.”오씨 가문이 강남에서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타깃을 임연지에게 돌린 것은 부승민 때문이었다.“그렇군요.”최국환은 미소를 지었다.“쉬운 일이네요. 지금 당장 아내에게 돌아와 다시는 온하랑 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이를게요.”“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최 회장님께서는 부인 되시는 분이 당신과 결혼하기 전에 강남에서 결혼해서 딸을 낳은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알아요.”하지만 최국환은 임가희의 전남편과 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부승민의 말을 들은 최국환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부씨 가문 양녀의 아버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기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임가희를 처음 만났을 때 임가희는 전남편이 가정 폭력 가해자이며 이혼 후에도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경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정 폭력범과 인품이 훌륭한 기자, 이 두 사람을 한데 엮기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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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아마도 가족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온 것 같지는 않았다.최국환이 문제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하자 차윤식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죠?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부승민 씨가 온하랑 씨를 위해 나선다는 건 재결합할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최국환도 보아냈다. 비록 부승민이 부씨 가문의 양녀라는 명의로 온하랑을 감싸고 있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최국환은 화가 났다. 지난번에 최동철에게 물었을 때 최동철은 자신이 온하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최동철이 강남에 오랫동안 있으며 부승민과 여러 번 대적했는데 온하랑이 부승민의 전처라는 사실을 모를 수 있었을까? 부승민이 온하랑과 재결합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온하랑에게 접근했다. 그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진심으로 온하랑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일부러 부승민과 대적하기 위해서 일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동철이는 지금 어디 있지? 당장 집으로 오라고 하게.”“네.”차윤식은 이 문제가 최동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최국환이 다른 이유로 최동철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동철은 차윤식의 전화를 받고 부승민이 집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부승민이 왜 우리 집에 왔죠?”차윤식은 숨기지 않고 임가희와 온하랑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동철은 이 말을 듣고 멈칫했다. 그는 임가희와 온하랑이 그런 관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집에 돌아온 최동철은 서재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짜고짜 책 한 권이 얼굴에 날아들자 그는 재빨리 피했다. 쾅, 소리가 나며 무거운 책이 문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최동철은 바닥에 떨어진 책을 보고는 눈을 들어 최국환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아버지 왜 이러세요? 다른 아들을 보고 너무 기뻐서 눈이 뒤집히기라도 하셨어요?”최국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최동철을 응시했다.“너 온하랑과는 대체 무슨 일이야?”최동철은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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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임가희는 최국환으로부터 그만하고 경주로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아직 합의서도 받아내지 못했는데 왜 돌아오라는 거예요?”최국환이 물었다.“온하랑은 당신 딸 아니야?”임가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최국환이 이어서 말했다.“당신 그 애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별다른 말은 안 했어요. 그저 그 애의 출생을 알려줬어요.”그러자 최국환은 부승민의 말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다.“부승민이 방금 직접 우리 집에 찾아왔어. 온하랑 그 아이가 너무 슬퍼서 실신했다고 따지러 왔더군. 그러니까 더 이상 찾아가지 마.”“하지만, 그럼 연지는...”“나도 알아, 당신이 연지를 끔찍하게 생각하는걸. 다만 이 일은 연지의 잘못이 먼저야. 온하랑은 당신 딸이잖아. 왜 그렇게 그 아이를 괴롭히는 거야? 당신 전남편은 이미 죽었어. 아이한테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 당신이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되지.”임가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해명했다.“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요. 그렇다고 연지가 오씨 가문 사람들한테 끌려가는 걸 두 눈 펀히 뜨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온하랑의 아버지가 추상훈이라는 사실은 임가희가 결혼 생활 중에 바람을 피웠다는 말이고 결코 명예로운 일이 아니었다. 최국환이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그녀도 당연히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이 일은 동철이에게 맡기고 최선을 다하라 할 테니 잘 안돼도 방법이 없어. 누가 걔한테 그런 짓을 하래?”이윽고 최국환은 넌지시 말했다.“사실 난 온하랑 그 아이가 무척 마음에 들어. 전에 그 아이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모두 칭찬이 자자하더군. 얼마 전 촬영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고 들었는데 임연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 만약 당신이 그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면 관계를 잘 다져봐. 그 아이가 최씨 가문에 온다면 난 대환영이야.”“...”임가희는 최국환이 임연지를 포기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았다. 온하랑과 달리 임연지는 쓸모없어 보이고 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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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대충 알고 있어요.”“온하랑은 나와 전남편 사이의 아이야. 전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난 엄청난 노력 끝에 겨우 이혼하고 그 사람의 집착을 피하고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오게 되며 어쩔 수 없이 하랑이를 그곳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어. 그 때문에 그 애한테 수년 동안 마음에 빚을 지고 살았어. 방금 너희 아버지께서 나더러 하랑이를 최씨 가문에 데려와 그동안 못다 한 모녀 간의 정을 잘 다지라고 하더라.”최동철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임가희의 중점은 제일 마지막 한마디에 있었다. 온하랑을 최씨 가문에 데려오라는 건 최국환의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싸구려 아버지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온하랑을 여동생으로 만들면 최동철이 쉽게 포기할 줄 알았나 본데 어림도 없었다. 다 교활한 사람들인데 임가희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최동철은 피식 웃었다.“아줌마 의견은요?”“사실 너희 아버지가 간과한 게 있어. 나와 하랑이가 20년 넘게 떨어져 살았는데 무슨 모녀의 정이 남아 있겠니? 나를 증오하지나 않으면 그나마 다행인 거지. 하지만 연지는 내 곁에서 키우며 내 딸이나 다름없거든. 난 정말 연지가 감옥에 가서 인생을 망친다는 생각만 하면 견딜 수가 없어.”“그래서요?”“너 온하랑을 좋아한다면서? 내가 온하랑의 어머니로서 너한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연지를 오씨 가문에 넘기지만 않는다면 내가 나서서 널 도와줄게.” “어떻게 도와줄 건데요?”임가희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며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깔았다. 그녀의 계략을 들은 수화기 반대편의 최동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임가희는 마음을 졸이며 인내심 있게 최동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지금 도박을 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최동철의 목소리가 수화기 반대편에서 흘러나왔다.“그래요. 그렇게 하죠.”임가희의 입꼬리는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도박에서 이겼다.“다만 최근 일어난 일 때문에 그 애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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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레스토랑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룸 안에 은은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임가희를 본 온하랑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생각하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가방을 내려놓고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았다. 임가희는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지난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잖아. 이번에는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으니 천천히 먹으면서 얘기하자.”“그럴 필요 없어요. 바로 말해요.”온하랑은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더 이상 임가희와 길게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나와 김시연은 오재원과 합의할 수 있어요. 다만, 당신의 성의를 보여줘요.”합의하려면 상대방의 조건을 최대한으로 만족시켜 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예상치 못한 수확에 임가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하랑아. 잘 생각했어. 형세에 맞게 판단하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지. 널 서운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왠지 모르게 온하랑은 룸 안이 덥게 느껴졌다. 고개를 기울여 살펴보니 난방이 켜져 있었다. 온하랑은 옷깃을 헐렁하게 풀었다.“그럼 말씀해 보세요. 어떻게 저를 서운하게 하지 않을 건지. 다시 말해, 당신 마음속에 임연지의 가치는 얼마인지 말입니다.”임가희는 웃으며 옆에 놓인 핸드백을 들어 안에서 은행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온하랑의 앞으로 쭉 밀었다. 온하랑은 카드를 들어 흘긋 보고는 눈을 들어 임가희를 쳐다보았다.“안에 10억이 들어있어.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야. 레스토랑 바로 옆에 ATM기기가 있으니 가서 확인해 보렴.”임가희가 말했다. 최씨 일가와 같은 큰 사업을 하는 집안이 약속까지 하고 굳이 텅 빈 카드를 만들어 그녀를 속이지는 않을 것이다. 온하라은 카드를 가방에 넣고 안에서 노트를 꺼냈다. 그녀는 노트에 합의서를 써놓은 상태였다. 그 페이지를 찢어서 임가희에게 넘기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뛰쳐들어와 온하랑이 멍해 있는 틈을 타서 그녀의 손에 들린 합의서를 빼앗아 갈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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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늦었다는 건 무슨 말이야?”온하랑이 물었다.“그들이 벌써 오빠를 적대시하기 시작했어?” “아니, 이번에 일부러 최씨 가문을 방문하려고 경주로 갔어. 최 회장은 이미 너와 시연 씨를 다시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거든.”온하랑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부승민의 행동력은 정말이지 빨랐다.“그러니까...”“그래. 임가희는 이미 최 회장에게서 소식을 들었지만 여전히 자기 의견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야. 만약 네가 동의했다면 내 노력이 헛수고가 됐겠지.”부승민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온하랑은 마음에 찔려 시선을 피했지만 여전히 떳떳한 태도로 말했다.“그럼 나한테 미리 알려주지. 말해줬더라면 내가 왜...”“내가 미리 알려주면 네가 내 도움을 받아들였을까?”“...”온하랑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부승민과 그렇게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가 부승민에게 진 빚은 이미 갚기 힘든 정도였고, 한 번 더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마치 일부 사람들처럼 몇십만 원을 빚졌을 때는 돈을 갚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만약 그 빚이 몇천만 원 혹은 억 원대에 달하면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배 째라 할 테니까.부승민은 온하랑의 붉어진 얼굴과 이마의 땀을 보더니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히터 풍속 좀 줄여줘요.”“이미 제일 낮은 풍속인데, 끌까요?”운전기사가 말했다.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어 이제는 히터를 틀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꺼요.”온하랑은 한숨을 내쉬었다.“최 회장님한테 뭐라고 했는데? 그냥 바로 동의한 거야?”“그래, 넌 너무 멀리 갔어. 최씨 일가와 같은 사업가들은 다른 사람들과 쉽게 척지려고 하지 않아.”부승민은 눈을 내리깔고 최국환과 차윤식의 태도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분명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가 가족 상봉을 하려고 찾아왔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부승민은 최국환을 찾아갈 때에도 상봉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다른 집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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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온하랑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그녀는 더는 자기가 왜 이러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눈앞의 슈퍼 모델 같은 남자의 몸을 저도 모르게 더듬거리고 있었다. 부승민은 숨이 턱 막혔다. 그는 몸부림치는 온하랑을 꼭 끌어안았다.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그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온하랑을 안고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부승민은 온하랑을 안고 곧바로 19층으로 갔다. 안문희는 거실에서 청소 중이었고, 부시아는 화장실에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올린 안문희는 부승민이 한 여자를 품에 안고 곧장 안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안문희는 흘끗 보고는 그 여자가 온하랑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열이 난 것처럼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문희는 서둘러 빗자루를 내려놓았다.“회장님, 사모님께서 열이 나는 거예요? 제가 가서 해열제를 가져올게요.”부승민은 말리려다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안방으로 갖다줘요. 따뜻한 물도 같이요.”“네.”안문희는 얼른 가지러 갔다. 부승민이 온하랑을 침대에 눕히고 일어나려는데 온하랑이 덩굴처럼 그의 목을 꽉 감싸안았다. 거친 숨결에 부드러운 신음이 섞여 그의 귓가를 어지럽혔다. 피가 끓어오를 정도로 유혹적인 소리였다.“하랑아, 진정해.”온하랑의 팔을 치워버린 부승민은 무릎을 꿇고 앉아 겉옷을 벗겨주었다.“...부승민, 나 너무 더워...”이성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온하랑은 협조적이지 않았다. 안문희가 주전자와 약상자를 들고 들어오자 부승민은 몸을 슬쩍 기울여 온하랑을 가렸다.“저기 테이블 위에 올려놔요. 내가 먹일 테니 문 닫아줘요.”“네,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세요.”전에 온하랑이 열이 날 때도 부승민이 돌보았다. 안문희는 별생각 없이 물건을 내려놓고 방을 나가서 문을 닫았다.부승민은 해열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온하랑을 도와 옷을 벗겨주었다. 온하랑은 끙끙거리며 작은 손으로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마구 불을 지폈다. 부승민은 더는 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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