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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721 - 챕터 730

1272 챕터

제721화

“아버지, 서로에게 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최동철은 웃는 듯 마는 듯하면서 최국환의 사심을 알아보지 못 본 척했다.“피해자가 친구라면서? 네가 직접 가서 얘기해봐. 만약 오재원을 양해해 준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상관없어.”“이게 바로 아버지가 말한 서로에게 다 좋은 방법이에요?”최동철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최국환은 눈꼬리가 펄쩍 뛰었다.“온하랑은 너의 학생이지? 네가 나서면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동의할 거야.”앞서 촬영 공모전에서 최동철은 사고가 발생하였고 임연지는 이 틈을 탔다. 겨우 이일을 해결하였는데 그날 룸에서 오재원은 또 온하랑에게 함부로 말을 지껄였다. 이번 일까지 겹치게 되면 최동철은 온하랑에게 오재원을 양해하라고 말할 면목이 없었다.최동철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최국환은 그를 흘겨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오재원이 말한 것처럼 온하랑에게 미혹되어 너의 사촌 동생인 오재원이 감옥에 가는 꼴을 보더라도 돕지 않을 거야?”최동철은 말하려다 무언가가 문득 생각이 나서 눈을 내리깔며 찬웃음을 지었다.“난 그녀를 좋아하지만, 양해하는 것은 그녀의 권리에요. 그녀가 원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억지를 부리겠어요! 나 때문에 이미 이런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사정할 면목이 없어요. 그리고 오씨네 가문에서 그녀를 찾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협박과 회유도 안 되는 걸 내가 말하면 양해해 줄 것 같나요?”“이번 일은 오재연과 연지의 잘못이에요.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저한테 책임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어요. 그러니 그들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되죠, 아버지가 보기에는요?”“오재원은 너와 함께 컸어. 그가 감옥살이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당연히 아니죠. 하여 나는 임연지를 오씨 가문에 넘기려고 해요.”최동철이 답했다.최국환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나는 그녀가 다른 곳으로 피신갈 거라고 짐작했어요.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을 시켜 쫓도록 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예요.”최동철이 말했다.“너...”최국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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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촬영 현장이다. 방금 촬영을 마친 온하랑은 분장실에서 대본을 보고 있었다.이때 직원 한 명이 문 앞에서 머리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다가 온하랑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하랑 씨, 밖에 누군가가 찾아왔어요.”“누구죠?”대본을 읽고 있던 온하량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현재 상황으로 보면 배우 본인과 관계되는 사람만이 올 수 있었다. 팬들이 스타를 만나기 위해 줄줄이 서 있는 상황에서 배우 본인과 관계되는 사람이 아니면 스태프는 일부러 통지하지 않을 것이다.“엄마라고 했어요.”온하랑은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말했다.“나의 엄마는 이미 20여 년 전에 떠났어요. 밖에 있는 분은 사기꾼일 테니 쫓아내면 돼요.”직원은 의아해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떠났다는 것은 죽었다는 뜻일까?’“네. 그럼 돌려보낼게요.”스태프는 촬영장 밖에 서 있는 차 옆에 다가와 뒷좌석의 임가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버젓하게 생겼는데 사기꾼이군!’스태프는 무례한 태도로 임가희에게 말했다.“가세요. 온하랑 씨는 당신을 만나지 않을 거예요.”임가희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나의 신분을 말하지 않았어요?”“말했죠.”“그럼 뭐라고 했어요?”“이 사람이 체면을 세워주니 싫어? 온하랑 씨가 그러는데 그의 엄마는 20년 전에 이미 죽었대! 사기꾼, 어서 떠나지 못해!”스태프는 말을 마치고는 돌아갔다.임가희는 어이가 없었다.어쩐지 온하랑이 여태껏 그녀를 찾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있었구나?“사모님, 어디로 모실까요?”기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임가희가 말했다.“일단 기다려요.”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사람을 시켜 온하랑의 전화번호를 알아보게 했다.앞서 두 사람은 통화했지만, 경찰의 전화를 사용했기에 그녀는 번호를 기록하지 않았다.몇 분 후 온하랑의 전화번호를 받은 임가희는 바로 연락했다.“온 선생님, 전화가 왔어요.”비서는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건네줬다.최근에 너무 바빠진 온하랑은 출퇴근을 책임질 기사를 모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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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내가 온하랑의 엄마야. 전화 바꿔.”비서는 잠시 멍해졌다.‘온하랑 선생님의 엄마라고?’‘하지만 정말 온하랑의 엄마라면 어떻게 낯선 번호로 전화를 했을까?’온하랑 선생님은 분명히 이 번호를 모른다.비서가 뒤를 돌아보니 현장 감독은 오디션 때문에 이미 온하랑을 불러갔다. “죄송해요, 온하랑 선생님은 지금은 촬영 중이니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제가 대신 전달해 드릴게요. 아니면 선생님께서 퇴근한 후에 다시 전화해 주세요.”“나는 걔 엄마야. 낯선 사람이 아니라고! 빨리 전화를 바꿔봐!”임가희는 매서운 태도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죄송해요. 온하랑 선생님께서 일하고 계시니 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끊을게요. 이제 선생님께서 퇴근하신 후 다시 연락해주세요.”전화를 끊고 비서는 물컵을 들고 촬영 현장으로 갔다.온하랑은 대역 배우와 대본을 맞추었으며 그 배우의 비서도 역시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화제는 갑자기 온라인 사기 사건으로 돌려졌고 두 사람은 이를 주제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비서는 아까 받은 전화가 생각나서 참다못해 불평을 터뜨렸다.“...요즘 별의별 온라인 사기가 다 있어요. 저도 조금 전에 남의 엄마 행세를 하는 전화를 받았어요...”“사기꾼이 가족들의 목소리와 억양을 모아 AI로 시뮬레이션하면 친자식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너무 끔찍해요.”비서가 감탄했다.오후 3시가 넘어서야 온하랑은 촬영을 마치고 현장에서 나와 길가의 차로 걸어갔다.비서가 있으니 확실히 많이 편리했다. 예를 들어 온하랑이 분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비서는 이미 기사에게 연락하여 차를 제작진 근처로 대기시켜 그녀를 편하게 했다.온하랑이 뒷좌석의 문을 열고 차에 오르려고 했을 무렵 갑자기 옆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하랑!”온하랑은 주춤하며 멈춰 섰다.이 목소리는 한 번밖에 들어본 적이 없지만 아주 익숙했다.임가희가 이렇게 끈기 있게 여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온하랑은 차분히 고개를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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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임가희는 어리둥절하여 즉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몰고 오라고 했지만 아쉽게도 온하랑의 차는 이미 멀리 가버렸다.그녀는 뒷좌석에 앉아 창문으로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으나 마음속으로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온씨네가 온하랑에게 자신이 죽었다고 속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면, 그녀가 목적을 이루려면 먼저 온하랑에게 그녀가 어머니라는 사실을 믿게 해야 했다.하지만 다시 자세히 생각해보면, 임가희는 또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만약 온하랑이 정말로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다면 불화가 있었던 사람이 나타나 갑자기 자신이 어머니라고 말하면 화를 내며 머리가 이상하다고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냉정하게 엄마가 없다며 죽었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온하랑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혹시 온하랑이 그녀의 신분을 일찍 알고 있었기에 덤덤했을까?온하랑의 차가운 눈빛을 떠올리며 그녀는 알아차렸다.그렇다면 온하랑은 언제 알았을까?임가희는 지난번에 병원에서 만났을 때를 회억하며 온하랑의 반응이 가식적이지 않아 몰랐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병원에 들어온 후 온하랑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게 되었고, 병원의 일을 떠올리면 억울한 마음에 화가 나서 그녀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음이 틀림없다.임가희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온하랑은 지난번 병원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그녀를 탓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 모녀 관계를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이기에 그녀가 주동적으로 친해지기만 하다면 온하랑의 태도는 틀림없이 누그러질 것이다.차 안에서 온하랑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꼼짝도 하지 않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지난번 병원에서 다시 만나기 전에 온하랑은 이미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접었다.사실 그녀도 임가희를 이해하려 했었다. 비록 자신을 낳았지만 불행하게 살았으니 더 좋은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두 사람이 재회한 후의 상황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일이 없으면 찾아오지 않는 법, 온하랑은 임가희가 양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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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그러나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 메시지 옆에 빨간 느낌표가 나타났다.이 번호도 차단되었다.임가희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부드럽게 타일렀지만 말을 듣지 않으니 수단을 써야겠군.’이튿날, 온하랑이 현장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 부시아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비서는 벨 소리가 울리는 휴대폰을 온하랑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화면을 보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전화 건네 편에서 선생님이 말했다.“시아 엄마, 안녕하세요. 시아 외할머니 되는 분이 유치원에 오셔서 시아를 데려가겠다고 해요.”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안돼요, 시아를 데려가게 할 수 없어요.”“네, 우리도 알고 있어요. 당신을 꼭 봐야 한다며 유치원을 떠나지 않고 있어요.”온하랑은 얼굴을 찡그리고 몇 초 동안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전화 바꿔주세요.”“네.”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휴대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랑아, 드디어 엄마 전화를 받는구나.”온하랑은 쌀쌀하게 물었다.“임 여사님, 도대체 뭘 하려는 건가요?”“넌 나의 딸이니 잘 보상해 주고 싶어 찾아왔어. 너 언제 시간이 있으면 모녀가 만나가 만나서 얘기해.”온하랑은 그녀가 자신을 만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렸다.온하랑은 책상 위에 놓인 스케쥴표를 보며 말했다.“저녁 8시에 촬영이 끝나니 그때 오세요.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 한 번만 나를 만날 수 있으니 무슨 말을 할지 잘 생각해 봐요.”“좋아.”임가희는 흔쾌히 대답했다.“내가 도착한 후 연락할 수 있게 날 블랙리스트에서 꺼내줘.”그러나 일정표에 기재된 시간은 정상적인 촬영 진도에 의한 예상일 뿐 정확하지 않다.배우가 연기에 몰입하지 못해 지체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예를 들어 오늘 밤 온하랑과 상대역을 맡은 배우가 웬일인지 여러 번 NG를 내서 9시가 다 되어서야 온하랑은 오늘의 촬영을 마쳤다.촬영장과 멀지 않은 곳에 룸서비스가 제공되는 식당이 있었다.배우와 스태프들은 일과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종종 식사하곤 한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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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온하랑은 임가희가 목적을 가지고 찾아왔음을 알고 있었다.이제야 그 목적을 알게 되었다.온하랑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고 속으로는 비웃었다.오씨 가문에서는 부승민의 말을 듣고 임연지를 구하려고 최씨 가문을 찾았다. 그러나 임연지를 지키려면 우선 오재원을 구해야 했기에 임가희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임가희는 20여 년 동안 그녀를 내버려 두었지만 임연지를 위해 찾아왔다.‘고모와 조카의 끈끈한 정이 따로 없구나!’온하랑의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임가희는 담담하게 채소를 집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하랑아, 이 일에 매우 저항하는 거 알지만 엄마도 널 위해서야. 생각해 봐, 너와 친구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오재원은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착한 애인데 감옥에 보내면 아쉽지 않니? 너만 동의한다면 최씨 가문은 고마워하며 너의 사업에 도움을 줄 거야. 그러니 극단적으로 나가서 양측이 다 손해 볼 필요는 없지 않니?”“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이 일은 연지와도 관련이 있어. 너는 잘 모르겠지만 연지의 부모인 너의 삼촌이 경주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돌아갔어. 연지만 남았고 너희는 사촌 형제야. 연지가 오 씨네로 넘어가 오재원 대신 감옥에 들어가게끔 보고만 있을 거니?”온하랑은 임가희를 보며 비아냥거렸다.“다 말했어요? 다 말했음 난 갈래요. 난 오재원을 용서하지 못하니 단념하세요.”온하랑은 떠나려고 몸을 일으켰고 문 앞까지 걸어갔다. 이때 임가희는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하랑아, 넌 너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지 않니?”온하랑은 발걸음을 주춤했다. 가슴이 떨리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나의 출생의 비밀?’‘온강호와 임가희의 딸이 아니었어?’‘또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어?’온하랑의 뒷모습을 보며 임가희도 앞으로 다가가 폭탄을 던진 것처럼 놀라는 소식을 전했다.“더는 감추고 싶지 않아. 사실 넌 온강호의 딸이 아니야.”온하랑은 온몸이 굳어진 듯 주먹을 꽉 쥐고는 몸을 돌려 임가희를 바라보며 비꼬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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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지난번 임가희가 병원에 있을 때의 표정을 그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온하랑은 임가희를 쏘아보았다.“만약 당신이 나를 찾아 오지 않고 또 나에게 오재원을 용서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을 이해했을 수도 있어요.”임가희는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하랑아, 날 원망해도 좋고, 증오해도 괜찮아. 난 연지를 위해서 꼭 이렇게 해야 해. 사실 난 너를 낳을 생각이 없었어, 그렇지 않으면 최국환 아저씨와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야. 오재원을 용서해주는 것으로 내가 너를 낳아준 은혜와 추성훈이 나에게 진 빚을 갚아주렴.”온하랑은 임가희가 이토록 당당하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분명히 말하는데 불가능해요. 낳았지만 키우지 않는 것은 낳지 않기보다 못해요. 이건 은혜가 아니라 원수예요.”“하랑아, 네가 지금 감정이 격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쉬우니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임가희는 계속해서 말했다.“오씨네에서도 찾아왔지만 부승민이 너를 도와 이 일을 해결했다고 들었어. 최씨 가문에서 널 찾으면 이번에도 부승민에게 도와달라고 할 거야? 최씨나 오씨 가문을 상대하면 부승민은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그 사람이 계속 해결해 줄 수 있어?”4월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지만 밤에는 여전히 춥고 쌀쌀했다.식당에서 나온 온하랑은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여미고는 계단을 한층 내려와 넋이 나간 채 앞만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기사는 온하랑을 보고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러나 계속 그 자리에 어두커니 서 있길래 차를 못 본 줄 알고는 깜빡이를 켰다.그래도 온하랑이 움직이지 않자 기사는 창문을 내리며 외쳤다.“하랑 씨, 왜 아직도 안 타세요?”온하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걸어가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강... 강변으로 가요.”온하랑의 쉰 목소리를 들은 기사는 깜짝 놀라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눈시울이 붉어졌다.“하랑 씨, 지금 강변은 매우 추워요...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어요?”온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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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천천히 의식을 찾아 눈을 떠보니 하얀 천정이 보였다. 온하랑은 잠시 넋을 잃었다.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의 일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 귀밑머리로 사라졌다. 가슴속에서는 비할 데 없는 슬픔이 치밀어 올라 숨이 가빠졌고 호흡하기조차 힘들었다.온하랑은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랬다. 꿈에서 깨어보니 임가희는 강남에 오지 않았고 그녀 또한 여전히 온강호의 딸 이였다.“하랑아, 울지 마.”큰 손이 뻗어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의사 선생님은 지금 마음의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어. 아니면 몸에 해로워.”온하랑의 시선은 천천히 눈앞의 사람에게로 닿았고 목구멍은 여전히 미어졌다.“오빠.”“응, 나 여기에 있어.”부승민은 그녀의 등을 끌어당겨 천천히 부축해 일으킨 후 등 위에 쿠션을 끼워주었다.온하랑은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는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오빠, 난 아빠의 딸이 아니라 잡종이래...”온하랑의 붉게 부은 두 눈을 보며 부승민은 마음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파 났다.그는 온하랑을 껴안고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주었다.“하랑아, 넌 잡종이 아니야. 넌 그저 유일한 온하랑이야.”이 말은 전혀 온하랑을 위로할 수 없었다.부승민은 이것이 자신과 부영훈의 경우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영훈을 보지 못했고 또 깊은 감정이 없었다.자신이 부영훈의 아이가 아니라 부선월과 최국환이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마 그의 성격과 관계된다.그러나 온하랑과 온강호는 달랐다.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온강호는 온하랑의 유일한 가족이였다. 어린 시절 경력은 온하랑을 아버지에 대해 각별히 의지하게 했다. 온강호는 정의를 굳게 지켰고 시장의 암거래를 폭로해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으며 온하랑은 항상 아버지를 숭배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온강호는 생명의 기회를 온하랑에게 양보했고 아버지가 딸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다 주었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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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그런데...”부승민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코끝을 서로 맞대고는 입술을 부드럽게 맞추었다. 부승민은 그녀의 붉어진 두 눈을 보며 조용히 타일렀다.“그만해, 이젠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알겠지?”온하랑은 입술을 깨물며 가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부승민은 화제를 돌려 물었다.“저녁에 밥 안 먹었지? 죽을 끓여왔는데 좀 먹을래?”“죽 먹기 싫어.”속이 텅 빈 것 같지만 그녀는 지금 입맛이 없었다.“싫으면 마시지 않아도 돼.”부승민은 강요하지 않았다.“이젠 새벽이니 잠깐이라도 자. 깨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온하랑은 말이 없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병상에 누웠다. 옆에 있는 부승민을 보고는 눈 밑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오빠, 갈 거야?”“아니, 옆에서 지켜줄게.”부승민은 외투를 벗고 불을 끄고는 온하랑 옆에 누워 그녀의 몸에 팔을 얹고는 다독겨렸다.“자.”“오빠도 이불을 덮어. 밤에는 추워.”온하랑은 말하면서 이불을 반쯤 양보했고 부승민은 안으로 들어와 온하랑을 껴안았다.어둠 속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병실 안은 조용했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얼마 지났는지 모르지만 온하랑은 몸을 뒤척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오빠, 잠들었어?”“아니.”부승민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잠이 안 와.”“아직도 그 일을 생각해?”“응.”온하랑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빠는 진작 알고 있었어?”부승민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온하랑은 계속해서 물었다.“추서윤은 나의 두 가지 약점을 쥐고 있는데 그럼 그중의 하나가 이것일까?”처음에는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것이 슬펐으나 냉정해지고 보니 친아버지의 신분이 그녀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뜻밖에도 추서윤과 같은 아버지를 하였고 의복 자매였다.“응.”온하랑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어쩐지 부승민이 계속 숨기더라니!원래 그녀는 자신이 추서윤의 손에 잡힐 약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확실하지 않았다.‘약점이 두 개인데 하나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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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방 안이 어두워서 온하랑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부승민은 그녀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출생 비밀 때문에, 또 임가희가 한 일로 인하여 괴로워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부승민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랑 씨, 그날 할머니가 나하고 단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온하랑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부영훈은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 솔직히 나의 삼촌이라고 했어.”온하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영훈이 삼촌이면 그럼 어머니는... 부선월인가?’“내가 왜 외삼촌의 호적에 올랐을까? 어머니가 남의 결혼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나는 사생아였어. 부모가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사생아야.”온하랑은 재빨리 몸을 돌려 그를 껴안으며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미안해...”당시 그녀는 할머니께서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고, 그는 자신의 추한 신세를 그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얼버무렸다.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들춰냈다.“너에게 말하고 싶은 건 넘어갈 수 없는 산이 없어. 내가 나의 출신을 결정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마찬가지야. 과거는 바꿀 수 없어. 그러니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앞을 봐.”부승민은 또박또박 말했다.“부모님과 가족은 결국 우리 삶을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부모가 자애로우면 자식은 효도해야 하지만 부모가 부모 노릇을 하지 않으면 너도 기형적인 가족애에 얽매이지 마.”온하랑은 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가볍게 대답했다.출생 신분 때문에 부승민이 받은 고통과 괴로움은 훨씬 더 많았다.“오빠.”“응?”“괜찮아, 자.”온하랑이 말했다.방금 그녀는 하마터면 부승민에게 우리 다시 함께 있자고 말할 뻔했다.그러나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녀는 참았다.갑자기 그의 어머니가 부선월이라는 걸 깨달았다.얼마 전 부선월이 걸려온 전화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다음 날 아침, 부승민은 온하랑을 떠나보낸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경주로 가는 티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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