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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14 19:00:00
그러나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 메시지 옆에 빨간 느낌표가 나타났다.

이 번호도 차단되었다.

임가희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부드럽게 타일렀지만 말을 듣지 않으니 수단을 써야겠군.’

이튿날, 온하랑이 현장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 부시아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비서는 벨 소리가 울리는 휴대폰을 온하랑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화면을 보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 건네 편에서 선생님이 말했다.

“시아 엄마, 안녕하세요. 시아 외할머니 되는 분이 유치원에 오셔서 시아를 데려가겠다고 해요.”

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돼요, 시아를 데려가게 할 수 없어요.”

“네, 우리도 알고 있어요. 당신을 꼭 봐야 한다며 유치원을 떠나지 않고 있어요.”

온하랑은 얼굴을 찡그리고 몇 초 동안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전화 바꿔주세요.”

“네.”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

휴대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랑아, 드디어 엄마 전화를 받는구나.”

온하랑은 쌀쌀하게 물었다.

“임 여사님, 도대체 뭘 하려는 건가요?”

“넌 나의 딸이니 잘 보상해 주고 싶어 찾아왔어. 너 언제 시간이 있으면 모녀가 만나가 만나서 얘기해.”

온하랑은 그녀가 자신을 만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렸다.

온하랑은 책상 위에 놓인 스케쥴표를 보며 말했다.

“저녁 8시에 촬영이 끝나니 그때 오세요.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 한 번만 나를 만날 수 있으니 무슨 말을 할지 잘 생각해 봐요.”

“좋아.”

임가희는 흔쾌히 대답했다.

“내가 도착한 후 연락할 수 있게 날 블랙리스트에서 꺼내줘.”

그러나 일정표에 기재된 시간은 정상적인 촬영 진도에 의한 예상일 뿐 정확하지 않다.

배우가 연기에 몰입하지 못해 지체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오늘 밤 온하랑과 상대역을 맡은 배우가 웬일인지 여러 번 NG를 내서 9시가 다 되어서야 온하랑은 오늘의 촬영을 마쳤다.

촬영장과 멀지 않은 곳에 룸서비스가 제공되는 식당이 있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일과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종종 식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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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하랑은 임가희가 목적을 가지고 찾아왔음을 알고 있었다.이제야 그 목적을 알게 되었다.온하랑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고 속으로는 비웃었다.오씨 가문에서는 부승민의 말을 듣고 임연지를 구하려고 최씨 가문을 찾았다. 그러나 임연지를 지키려면 우선 오재원을 구해야 했기에 임가희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임가희는 20여 년 동안 그녀를 내버려 두었지만 임연지를 위해 찾아왔다.‘고모와 조카의 끈끈한 정이 따로 없구나!’온하랑의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임가희는 담담하게 채소를 집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하랑아, 이 일에 매우 저항하는 거 알지만 엄마도 널 위해서야. 생각해 봐, 너와 친구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오재원은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착한 애인데 감옥에 보내면 아쉽지 않니? 너만 동의한다면 최씨 가문은 고마워하며 너의 사업에 도움을 줄 거야. 그러니 극단적으로 나가서 양측이 다 손해 볼 필요는 없지 않니?”“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이 일은 연지와도 관련이 있어. 너는 잘 모르겠지만 연지의 부모인 너의 삼촌이 경주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돌아갔어. 연지만 남았고 너희는 사촌 형제야. 연지가 오 씨네로 넘어가 오재원 대신 감옥에 들어가게끔 보고만 있을 거니?”온하랑은 임가희를 보며 비아냥거렸다.“다 말했어요? 다 말했음 난 갈래요. 난 오재원을 용서하지 못하니 단념하세요.”온하랑은 떠나려고 몸을 일으켰고 문 앞까지 걸어갔다. 이때 임가희는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하랑아, 넌 너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지 않니?”온하랑은 발걸음을 주춤했다. 가슴이 떨리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나의 출생의 비밀?’‘온강호와 임가희의 딸이 아니었어?’‘또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어?’온하랑의 뒷모습을 보며 임가희도 앞으로 다가가 폭탄을 던진 것처럼 놀라는 소식을 전했다.“더는 감추고 싶지 않아. 사실 넌 온강호의 딸이 아니야.”온하랑은 온몸이 굳어진 듯 주먹을 꽉 쥐고는 몸을 돌려 임가희를 바라보며 비꼬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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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27화

    지난번 임가희가 병원에 있을 때의 표정을 그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온하랑은 임가희를 쏘아보았다.“만약 당신이 나를 찾아 오지 않고 또 나에게 오재원을 용서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을 이해했을 수도 있어요.”임가희는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하랑아, 날 원망해도 좋고, 증오해도 괜찮아. 난 연지를 위해서 꼭 이렇게 해야 해. 사실 난 너를 낳을 생각이 없었어, 그렇지 않으면 최국환 아저씨와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야. 오재원을 용서해주는 것으로 내가 너를 낳아준 은혜와 추성훈이 나에게 진 빚을 갚아주렴.”온하랑은 임가희가 이토록 당당하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분명히 말하는데 불가능해요. 낳았지만 키우지 않는 것은 낳지 않기보다 못해요. 이건 은혜가 아니라 원수예요.”“하랑아, 네가 지금 감정이 격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쉬우니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임가희는 계속해서 말했다.“오씨네에서도 찾아왔지만 부승민이 너를 도와 이 일을 해결했다고 들었어. 최씨 가문에서 널 찾으면 이번에도 부승민에게 도와달라고 할 거야? 최씨나 오씨 가문을 상대하면 부승민은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그 사람이 계속 해결해 줄 수 있어?”4월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지만 밤에는 여전히 춥고 쌀쌀했다.식당에서 나온 온하랑은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여미고는 계단을 한층 내려와 넋이 나간 채 앞만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기사는 온하랑을 보고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러나 계속 그 자리에 어두커니 서 있길래 차를 못 본 줄 알고는 깜빡이를 켰다.그래도 온하랑이 움직이지 않자 기사는 창문을 내리며 외쳤다.“하랑 씨, 왜 아직도 안 타세요?”온하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걸어가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강... 강변으로 가요.”온하랑의 쉰 목소리를 들은 기사는 깜짝 놀라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눈시울이 붉어졌다.“하랑 씨, 지금 강변은 매우 추워요...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어요?”온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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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의식을 찾아 눈을 떠보니 하얀 천정이 보였다. 온하랑은 잠시 넋을 잃었다.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의 일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 귀밑머리로 사라졌다. 가슴속에서는 비할 데 없는 슬픔이 치밀어 올라 숨이 가빠졌고 호흡하기조차 힘들었다.온하랑은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랬다. 꿈에서 깨어보니 임가희는 강남에 오지 않았고 그녀 또한 여전히 온강호의 딸 이였다.“하랑아, 울지 마.”큰 손이 뻗어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의사 선생님은 지금 마음의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어. 아니면 몸에 해로워.”온하랑의 시선은 천천히 눈앞의 사람에게로 닿았고 목구멍은 여전히 미어졌다.“오빠.”“응, 나 여기에 있어.”부승민은 그녀의 등을 끌어당겨 천천히 부축해 일으킨 후 등 위에 쿠션을 끼워주었다.온하랑은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는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오빠, 난 아빠의 딸이 아니라 잡종이래...”온하랑의 붉게 부은 두 눈을 보며 부승민은 마음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파 났다.그는 온하랑을 껴안고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주었다.“하랑아, 넌 잡종이 아니야. 넌 그저 유일한 온하랑이야.”이 말은 전혀 온하랑을 위로할 수 없었다.부승민은 이것이 자신과 부영훈의 경우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영훈을 보지 못했고 또 깊은 감정이 없었다.자신이 부영훈의 아이가 아니라 부선월과 최국환이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마 그의 성격과 관계된다.그러나 온하랑과 온강호는 달랐다.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온강호는 온하랑의 유일한 가족이였다. 어린 시절 경력은 온하랑을 아버지에 대해 각별히 의지하게 했다. 온강호는 정의를 굳게 지켰고 시장의 암거래를 폭로해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으며 온하랑은 항상 아버지를 숭배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온강호는 생명의 기회를 온하랑에게 양보했고 아버지가 딸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다 주었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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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29화

    “그런데...”부승민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코끝을 서로 맞대고는 입술을 부드럽게 맞추었다. 부승민은 그녀의 붉어진 두 눈을 보며 조용히 타일렀다.“그만해, 이젠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알겠지?”온하랑은 입술을 깨물며 가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부승민은 화제를 돌려 물었다.“저녁에 밥 안 먹었지? 죽을 끓여왔는데 좀 먹을래?”“죽 먹기 싫어.”속이 텅 빈 것 같지만 그녀는 지금 입맛이 없었다.“싫으면 마시지 않아도 돼.”부승민은 강요하지 않았다.“이젠 새벽이니 잠깐이라도 자. 깨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온하랑은 말이 없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병상에 누웠다. 옆에 있는 부승민을 보고는 눈 밑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오빠, 갈 거야?”“아니, 옆에서 지켜줄게.”부승민은 외투를 벗고 불을 끄고는 온하랑 옆에 누워 그녀의 몸에 팔을 얹고는 다독겨렸다.“자.”“오빠도 이불을 덮어. 밤에는 추워.”온하랑은 말하면서 이불을 반쯤 양보했고 부승민은 안으로 들어와 온하랑을 껴안았다.어둠 속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병실 안은 조용했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얼마 지났는지 모르지만 온하랑은 몸을 뒤척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오빠, 잠들었어?”“아니.”부승민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잠이 안 와.”“아직도 그 일을 생각해?”“응.”온하랑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빠는 진작 알고 있었어?”부승민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온하랑은 계속해서 물었다.“추서윤은 나의 두 가지 약점을 쥐고 있는데 그럼 그중의 하나가 이것일까?”처음에는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것이 슬펐으나 냉정해지고 보니 친아버지의 신분이 그녀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뜻밖에도 추서윤과 같은 아버지를 하였고 의복 자매였다.“응.”온하랑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어쩐지 부승민이 계속 숨기더라니!원래 그녀는 자신이 추서윤의 손에 잡힐 약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확실하지 않았다.‘약점이 두 개인데 하나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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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30화

    방 안이 어두워서 온하랑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부승민은 그녀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출생 비밀 때문에, 또 임가희가 한 일로 인하여 괴로워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부승민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랑 씨, 그날 할머니가 나하고 단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온하랑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부영훈은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 솔직히 나의 삼촌이라고 했어.”온하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영훈이 삼촌이면 그럼 어머니는... 부선월인가?’“내가 왜 외삼촌의 호적에 올랐을까? 어머니가 남의 결혼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나는 사생아였어. 부모가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사생아야.”온하랑은 재빨리 몸을 돌려 그를 껴안으며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미안해...”당시 그녀는 할머니께서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고, 그는 자신의 추한 신세를 그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얼버무렸다.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들춰냈다.“너에게 말하고 싶은 건 넘어갈 수 없는 산이 없어. 내가 나의 출신을 결정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마찬가지야. 과거는 바꿀 수 없어. 그러니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앞을 봐.”부승민은 또박또박 말했다.“부모님과 가족은 결국 우리 삶을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부모가 자애로우면 자식은 효도해야 하지만 부모가 부모 노릇을 하지 않으면 너도 기형적인 가족애에 얽매이지 마.”온하랑은 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가볍게 대답했다.출생 신분 때문에 부승민이 받은 고통과 괴로움은 훨씬 더 많았다.“오빠.”“응?”“괜찮아, 자.”온하랑이 말했다.방금 그녀는 하마터면 부승민에게 우리 다시 함께 있자고 말할 뻔했다.그러나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녀는 참았다.갑자기 그의 어머니가 부선월이라는 걸 깨달았다.얼마 전 부선월이 걸려온 전화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다음 날 아침, 부승민은 온하랑을 떠나보낸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경주로 가는 티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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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31화

    온하랑의 문자를 읽은 최동철은 화면을 꺼버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온하랑은 답장을 보낸 후 휴대폰 화면을 김시연의 앞으로 내밀었다. 김시연은 화면을 위로 넘기며 물었다.“저 사람 말을 믿어요?”온하랑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믿어요.”그들이 다시 만난 이후로 최동철은 사진 촬영에서도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장국호를 잡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지난번 사진 촬영 대회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최동철은 그녀에게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난 안 믿어요.”김시연의 말에 온하랑은 의아해서 물었다.“왜죠?”“직감으로요. 내가 볼 때 저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 묵인한 거거든요. 임 여사는 다시 찾아올 거예요.”김시연은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우선 기다려 봐요. 만약 임 여사가 다시 하랑 씨를 찾아온다면 그때 결정해요. 계속 그 사람들과 싸울지 아니면 화해할지. 무슨 선택을 하든 난 하랑 씨 편이에요.”온하랑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내리깔았다. 마음은 여전히 축 처져 있었다. 하지만 요 이틀 동안 그녀의 출연 장면이 있어 촬영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경주 최씨네 집.“...회장님께서 지금 집에 안 계세요... 네, 제가 말씀 전달하고 연락드릴게요.”가정부는 전화를 끊고 집사를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마침 집사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차 집사님, 마침 잘 오셨어요.”“무슨 일이죠?”“방금 누군가 전화 왔는데 그쪽 회장님께서 회장님을 뵈러 오시겠다고 해서 지금 집에 안 계시니까 오시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어요.”“누군지 물어봤어요?”“전화한 사람이 강남 BX 그룹 부승민 회장님의 비서라고 했어요.”“뭐라고요?”차윤식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누구라고요?”가정부는 의아해서 차윤식의 표정을 보며 다시 말했다.“강남 부승민이요.”가정부는 최씨 가문에 머물러 있으며 경제 뉴스에서 부승민을 본 적이 있었다. 손님이 왔을 때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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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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