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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961 - Chapter 970

1060 Chapters

제961화

“재경아.”주인혁의 매니저가 반갑게 불렀다.그 이름을 들은 고은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설마 그 인플루언서 마재경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고은서가 생각에 잠긴 사이 그 사람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고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아는 마재경이었다.그녀는 무척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듯 얼굴이 한층 밝아 보였다.며칠 전 손을 데었을 때의 창백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아는 사이였던 주인혁의 매니저와 마재경은 친근하게 안부를 주고받았다.“밥 먹으러 왔어? 우연이네. 마침 재경이랑 얘기할 게 있었는데 저쪽에 앉을까? 은서 씨랑 친구분 방해하지 말자.”매니저가 주인혁에게 물었다.주인혁의 매니저인 이지호는 최근 교체된 인물로 더 나은 인맥과 경력을 갖춘 사람이었다.그는 주인혁을 담당하기 전부터 많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주인혁이 앞에 있는 고은서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촬영장에서도 주인혁은 고은서와 관련된 일에 신경을 썼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뒤풀이도 가지 않고 곧장 해성으로 달려갔다.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연예인이 스캔들에 휘말리면 팬들을 대거 잃을 수도 있기에 매니저는 절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주인혁을 빨리 데려가고 싶었다.그 말을 듣고 주인혁이 잠시 망설이자 마재경이 먼저 고은서에게 인사를 건넸다.“은서 씨, 우리 정말 인연인가 봐요. 여기서도 다 마주치네요.”그녀는 일부러 가방을 눈에 띄게 들어 보였다.그제야 고은서는 마재경이 유명 브랜드의 최신 컬렉션 원피스를 입고 있고 손에는 구하기도 어려운 한정판 명품 가방을 들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그녀의 태도로부터 그 물건들을 누가 선물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마재경의 유치한 행동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고은서가 주인혁에게 말했다.“인혁 씨, 먼저 일 보세요.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해요.”“와, 은서 씨는 정말 매력이 넘치나 보네요.”주인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마재경이 과장스럽게 말했다.“이렇게 멋지고 성공한 남성이 옆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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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곽승재를 마주하자 고은서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여긴 왜 또 온 거야?’지난번엔 작은 병원에서 마주치고 이번엔 식당에서 다시 만나다니 너무도 기막힌 우연이었다.고은서는 짜증이 밀려왔지만 반대로 마재경은 마치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그녀는 곧장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고 곽승재를 향해 한껏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곽 대표님...”하지만 곽승재는 마재경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신 주인혁과 송민준을 한번 훑어보았다.주인혁도 온라인에서 떠도는 곽승재와 마재경의 소문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에게 그다지 호감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민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곽 대표님, 우연이네요.”그러자 곽승재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송 대표님과 고 대표님은 최근 협업하나 보죠? 요즘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네요.”송민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곽 대표님 덕담 감사합니다. 고 대표님의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제게는 영광이죠.”비록 송민준이 속한 회사는 해성에 있는 한 지사에 불과했지만 그 영향력은 고은서의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럼에도 이렇게까지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녀에 대한 배려였다.곽승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형식적인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대신 그는 여전히 억울한 표정으로 서 있는 마재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여기서 먹을 거야? 아니면 장소 옮길까.”마재경은 고은서와 주인혁을 의식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싫어요. 아무도 저를 반기지 않잖아요.”직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그 말투와 분위기에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그제야 곽승재는 옆에서 계속 눈치를 보고 있던 이지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소속 연예인이 재경이 기분을 상하게 했나요?”매니저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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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고은서는 처음부터 곽승재와 말다툼을 벌일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주인혁을 빌미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태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곽승재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마재경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은서 씨, 지금 저를 개에 비유하신 건가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단지 은서 씨 인기가 부럽다고 했을 뿐인데 주인혁이 일부러 나서면서 은서 씨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건 사실이잖아요. 사과해야 할 일입니다.”“친구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나서서 도와주지 않나요? 다른 사람이 하는 말 듣기 싫으면 본인의 언행부터 조심하세요. 괜한 도발이나 억울한 척하는 행동은 하지 말고요.”고은서가 싸늘한 말투로 일갈했다.“저는 그런 적...”얼굴이 붉어진 마재경은 더 이상 반박을 이어 나가지 못했고 그녀는 곽승재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곽 대표님, 다 제 잘못이에요. 은서 씨 인기가 부럽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잘못인 줄 알았으면 사과하세요.”고은서는 비꼬듯 말하고 곧장 곽승재를 바라보았다.“곽 대표님이 잘못한 사람이 사과해야 한다고 하셨죠. 이제 와서 편파적으로 행동하진 않으시겠죠?”마재경은 치를 떨었다.‘분명 곽승재의 힘을 빌려 주인혁에게 사과를 받아내려 했는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지? 다 고은서가 능수능란하게 말싸움을 주도한 탓이야.’마재경은 눈물을 글썽이며 곽승재가 나서서 도와주기를 기대했지만 곽승재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고 이 상황 자체에 짜증이 난 듯했다.그녀는 곽승재가 누구 때문에 심기가 뒤틀렸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어느 쪽이든 도박을 걸기는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고은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고은서는 처음부터 마재경과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다만 곽승재가 주인혁에게 억울한 사과를 강요하려 했기에 기어코 마재경에게 사과를 받아낸 것이다.이미 상대가 물러섰으니 더 따질 필요도 없었다.“멀리 안 나갑니다.”고은서의 축객령에 곽승재의 얼굴은 폭풍전야처럼 어두워졌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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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이대로 가면 이 게임은 틀림없이 대박 날 거야! 우리도 게임 업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어.”송민아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은서야, 네 안목은 정말 대단해. 존경스러울 정도야.”고은서는 왠지 모르게 조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명운 주류와 제인 제약은 그래도 노력한 결과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world 게임은 단순히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송민아는 깊이 생각하지 않겠지만 송민준이라면 의심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고은서는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투자라는 게 적자 날 때도 있고 흑자 날 때도 있는 거지. 우연히 아이디어를 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기회를 준 것뿐이야.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어.”그녀의 말에 송민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보면 은서 씨의 선의도 꼭 시간 낭비는 아니었군요.”고은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점심때 갑자기 찾아온 남자에게 십여 분의 시간을 준 것뿐인데 송민준에게는 그럴듯한 이유로 받아들여진 것이다.그 남자를 떠올린 고은서는 문득 한 가지 일이 뇌리를 스쳐 미간을 찌푸렸다.“왜 글? 뭘 걱정하는 거야?”송민아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고은서는 말하려다 송민준이 옆에 있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냥 미처 처리하지 못한 서류가 생각나서. 오빠랑 밥 먹어. 난 먼저 사무실로 돌아갈게.”송민아는 고은서가 업무에 철저한 걸 알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고 대신 도시락 두 개를 건넸다.“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먹어야 해.”“알았어, 고마워.”사무실로 돌아온 고은서는 곧장 world게임 회사의 창립자이자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고 대표님, 내부 테스트 데이터가 엄청 좋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큽니다.”상대방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은서는 몇 마디 축하의 말을 건넨 후 본론을 꺼냈다.“게임의 도용 방지 대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전생에 이 게임은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투자사와의 소송으로 최적의 출시 시기를 놓쳐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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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나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고은서 씨, 잘 지내셨어요? 현재 백유미는 특수 병동에 갇혀있습니다. 비록 간병인이라는 명목으로 배치되었지만 직접 마주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짧은 몇 차례의 접촉을 통해 본 백유미의 상태는 심각합니다. 멍하니 아무 반응도 없거나 아니면 극도로 난폭해져 사람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병원 측에서는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야 일반 병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갑자기 미쳐버린 거지? 백승엽의 죽음조차 백유미를 완전히 무너뜨리진 못했는데 더 큰 충격은 받은 건가?’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은서는 문득 곽승재를 함정에 빠뜨리기로 결심했던 그날 밤 육현석이 했던 전화가 떠올랐다.그때 곽승재는 한동안 전화를 받지 않다가 박지연의 핸드폰으로 연락해서야 겨우 연결되었는데 전화기 너머로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었다.‘울음소리가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었는데 백유미였던 걸까?’곽승재는 바람둥이와 거리가 먼 사람이어서 그와 특별히 가까운 여자는 백유미뿐이었다.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서는 경찰로부터 백유미가 정말 미쳐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그 울음소리가 정말 백유미였다면 두 사람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한 비서님, 최근에 백유미를 면회하러 온 사람이 있었나요?”한지나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아니요. 아무도 없었습니다.”“곽 대표도 안 갔나요?”“네.”한지나는 뭔가 오해한 듯 급히 덧붙였다.“고은서 씨, 곽 대표님과 백유미 사이에는 사적인 감정이 없습니다. 매번 백유미가 곽 대표님을 찾아온 것도 업무적인 일 때문이었어요. 곽 대표님께서 정말 백유미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백유미도 제게 돈을 주고 대표님의 동선을 알려달라고 할 필요도 없었겠죠.”이생에서 곽승재는 아직 백유미를 사랑하게 되지 못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난 생에서는 결국 결혼까지 하기로 했던 사이였다.고은서는 속으로 냉소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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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고은서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좋아. 끝나고 나면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 기다려, 내가 데리러 갈게.”“나야, 내가 갈게.”박지연은 의욕이 잔뜩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차 사려고 했잖아. 육현석이 연습용으로 한 대 빌려줬어.”“선물로 준 게 아니라?”“내가 그렇게 비싼 걸 어떻게 받아. 얼른 내려와.”고은서는 자신의 운전 초보 시절이 떠올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지연아, 너 운전면허 대학 때 땄지? 그동안 운전 거의 안 했잖아. 괜찮겠어?”“무슨 뜻이야? 당연히 괜찮지!”박지연은 자신만만했다.“며칠 동안 육현석이 시간 날 때마다 나랑 같이 연습했어. 나 운전 완전 잘해.”“육현석은?”“오늘 바빠서 시간 못 낸대. 헛소리 그만하고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게.”짐을 챙긴 고은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연이 반짝거리는 새 차를 타고 도착했다.그녀는 일부러 경적을 한 번 울리고 창문을 내려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자신만만한 모습 좀 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운전이 엄청 어려운 일인 줄 알겠네.’고은서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단단히 맸다.“지연아, 너 혼자 운전하는 거 처음 아니지?”박지연은 의욕이 넘쳤다.“걱정하지 마! 처음 아니야. 오늘 아침에도 혼자 병원 주차장 한 바퀴 돌았어. 그리고 방금도 병원에서 여기까지 잘 왔잖아.”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괜히 초 치지 말고 믿어야지...’그녀는 손잡이를 꽉 잡으며 장엄하게 말했다.“출발하시죠!”박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흘겨보았다.“정상적으로 행동해. 나 진짜 운전 잘해.”고은서의 걱정 속에서 박지연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운전했다.주차를 마치자 고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고은서는 갑자기 곽승재가 대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사고까지 낸 운전자의 조수석에 앉을 용기가 있다니... 내가 실수라도 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을 텐데.’고은서와 박지연은 함께 피부과로 들어갔다.직원이 그들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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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유혜린 씨, 온씨 가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 집안 사람들 인품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셨어요?”고은서는 유혜린을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지연이처럼 남편한테는 가사도우미 취급받고 시부모한테는 학대당하는 거 아니에요?”유혜린이 입을 떼기도 전에 조수연이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헛소리 그만해. 누가 학대했대? 쟤 스스로 안하무인으로 승준이랑 잘 살 생각은 안 하고 돈 많은 남자에게 붙으려고 한 거지.”조수연은 차를 가리키며 독설을 퍼부었다.“돈 많은 남자한테 붙지 않고서야 저렇게 비싼 차를 타고 다닐 수나 있겠어?”“지연이 남자 친구 차가 맞긴 해요.”고은서는 박지연의 앞으로 나서며 그녀를 감쌌다.“지연이 남자 친구는 돈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잘생기고 다정해요. 게다가 지연이를 엄청나게 사랑해 주죠. 그쪽 집안은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하는 짓은 봉건 시대 노예주 수준이잖아요. 그러니까 하늘도 참다 못해서 이혼하게 했죠. 그러고는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지연이한테 보내 아끼고 사랑해 주게 한 거고요.”“너... 너!”조수연은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혜린아, 내가 이렇게까지 당하고 있는데 넌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조수연은 유혜린에게 화살을 돌렸다.조수연은 유혜린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며느리라는 사람이 시어머니가 모욕당하고 있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있으니 분노가 치밀었다.유혜린은 화내기는커녕 싱긋 웃으며 선물을 들고 있던 기사를 앞쪽에서 기다리게 했다.그러고는 고은서와 박지연 앞에 다가와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두 분 죄송합니다. 오늘은 저희 어머님이 실례하셨네요. 부디 너무 개의치 마세요.”“혜린아,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너도 이런 병원에 오는 여자들은 얼굴이든 가슴이든 손봐서 이혼 위기를 막거나 돈 많은 남자를 잡으려는 거라고 했잖아.”조수연은 분을 삭이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올케야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박지연처럼 허영심 강한 애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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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승준이가 2억짜리 보석을 사서 전처에게 주든 다른 여자에게 주든 결국 제 얼굴에 먹칠하는 거잖아요.”유혜린이 날카롭게 말했다.“일을 크게 만들어서 제가 얼마나 불쌍한 여자인지 온 세상에 떠벌리고 싶은 거예요?”조수연은 자신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 했던 며느리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반기를 들줄은 꿈에도 몰랐다.“지금 나한테 소리친 거야?”조수연이 날카롭게 외쳤다.“유혜린, 네가 임신했다고 해서 진짜 뭐라도 된 줄 아는 거야? 우리 승준이가 너 버리면 배불뚝이인 널 누가 받아주겠어!”유혜린의 얼굴이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그녀는 앞에 서 있던 기사를 손짓해 불렀다.“어머님 차에 모셔다드리고 내려오지 못하게 하세요.”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는 조수연의 욕설과 분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단호하게 그녀를 차에 밀어 넣었다.조수연이 아무리 버둥거려도 소용없었다.이 광경을 보고 박지연은 경악했다.‘원래 조용하고 지적인 데다 다정하고 온화한 여자가 아니었던가?’그녀는 온승준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임신까지 감수하며 불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어떻게 조수연에게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지?’고은서 역시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전생에서 유혜린은 온승준의 부모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덕분에 두 사람은 박지연을 점점 더 못마땅하게 여기며 매일 그녀의 트집을 잡았었다.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조수연이 고작 몇 마디 헛소리를 한 것만으로 유혜린이 이렇게 가차 없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두 분께 폐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유혜린은 여전히 침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녀는 조수연을 차에 가둔 일이 전혀 과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박지연 씨, 앞으로 어머님이 이런 식으로 이유 없이 당신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보장할게요.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 주실 수 있을까요?”박지연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유혜린은 배를 쓰다듬으며 깊이 한숨을 쉬었다.“그래도 제 아이의 할머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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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박지연 역시 속이 후련했다.2년 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녀는 가족의 화목을 바라며 온씨 가문의 존중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시뿐이었다.비록 유혜린이 온승준에게 처음부터 순수한 마음을 품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지만 박지연에게는 이제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어차피 그녀는 이미 온승준과 이혼했으니까 말이다.조수연이 불행할수록 그녀는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지연아, 네 말대로라면 온승준이 무국적 의사를 고집한 것도 유혜린이 겉보기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 아닐까?”고은서가 묻자 박지연이 고개를 저었다.“그건 잘 모르겠어. 그리고 솔직히 관심도 없어. 다만 전에 과장님이 말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온승준이랑 유혜린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고 하더라. 어렵게 결혼까지 했는데 결혼식이 없었으면 화날 만도 하지.”“지연아, 설마 유혜린이 너한테 앙심 품은 건 아니겠지?”고은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온 선생님네 어머니가 말한 다이아몬드 목걸이, 유혜린이 뒤에서 일러바친 거잖아. 아마 평소에도 뒤에서 네 나쁜 말 많이 했을 거야.”박지연은 냉소를 지었다.“얘기할 만한 건 다 했어. 그 여자가 날 미워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다시 날 괴롭힌다면 이번엔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은서야, 너한테 할 말 있어. 우리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 리모델링 끝났어. 이사할 준비 다 됐고 며칠 내로 돌아가려고.”고은서는 친구가 떠나는 게 아쉬웠지만 애초에 박지연이 오래 머물 거로 생각하진 않았다.게다가 요즘 박지연과 육현석의 사이가 깊어지고 있었으니 두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고은서는 말리는 대신 언제든 다시 와도 된다고 했다.그날 밤 육현석과 통화하면서 박지연은 이사 계획을 말했다.육현석은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사실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함께 살길 원했다.하지만 갑작스럽게 동거를 제안하면 박지연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조심스럽게 마음을 접었다....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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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어젯밤 인혁이는 먼저 사람을 때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먼저 인혁이한테 시비를 걸었죠. 인혁이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나 다른 운동을 배워서 간단히 상대를 제압했지만 상대가 오히려 모함하며 상황을 키웠어요.”이지호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웠어요. 저랑 브랜드 관계자들은 미팅 중이었고 인혁이는 화장실에 다녀오다 이런 일을 당했어요. 지금 회사 홍보팀에서 열심히 해명 기사를 내고 오해를 풀려고 하고 있지만 문제는 사건 현장에 CCTV가 없다는 거예요. 상대편에서 오히려 인혁이가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고 우기니 반박할 증거가 없어요.”이지호는 머리가 아팠다.“요즘 계속 지방에서 촬영 중이었잖아요. 누구한테 원한을 산 적이라도 있어요?”“아니요. 인혁이는 제가 항상 마음 놓을 수 있는 배우예요. 늘 예의 바르게 행동하거든요. 다만 그저께 점심때...”이지호는 말을 흐렸다.순간 안색이 변한 고은서는 그저께 점심 마재경과 있었던 충돌을 떠올렸다.그 일로 인해 곽승재가 주인혁에게 사과를 강요했지만 오히려 마재경이 사과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결국 곽승재와 마재경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설마 곽승재가 마재경 때문에 일부러 이런 일을 만든 건가? 이지호 씨가 이렇게 급해하는 것도 곽승재가 짠 판이라고 의심하고 있어서 그러나?’“은서 씨, 저희도 최대한 빨리 수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더 커지지 않게 막아야 해요. 이미 몇몇 광고주들이 저한테 연락해서 사건의 전말을 물었어요. 만약 일이 더 커지면 인혁이는 점점 더 어려워질 거예요.”그러던 중 이지호에게 다른 전화가 걸려 와 결국 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고은서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나한테 이렇게 많은 걸 털어놓은 이유는 곽승재 쪽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뜻이겠지. 정말 곽승재가 벌인 일이라면 나 때문이야.’고민 끝에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두 번 울리자마자 바로 전화가 끊겼다.다시 걸었지만 상황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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