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어게인, 비긴 / Chapter 951 - Chapter 960

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951 - Chapter 960

1060 Chapters

제951화

하강하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었다.고은서는 희망으로 가득한 주인혁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하면 그가 오랫동안 참아왔던 속마음을 토로할 것만 같았다.주인혁이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말한 적이 없었지만 고은서는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은서는 항상 주인혁을 진취심이 있는 남동생으로 여기면서 그와 친구 사이로 지내는 반감하지 않았고 그가 큰 성과를 이룩하길 바랐다.그러나 그뿐이었다.더 이상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은서는 이내 그의 뜻을 못 알아들은 것처럼 연기했다.“서로 잘 맞는 여자친구를 찾아서 함께 노력해 나가면 좋지 않아?”주인혁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했다.대화도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차에 오른 후 고은서는 기사에게 근처에 있는 진료소로 가달라고 했다.당직을 서는 의사는 한 중년여성이었는데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의사는 그녀의 손등을 보자마자 자신의 몸을 아낄 줄 모른다고 피부가 이렇게 될 때까지 왜 처치하지 않았냐면서 고은서를 꾸짖었다.그리고 걱정하는 눈빛으로 고은서를 바라보고 있는 주인혁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청년, 여자친구를 어떻게 보살핀 거야?”“제 남동생이에요.”고은서가 다급하게 부인했다.“얘 탓이 아니에요. 아침저녁으로 연고도 바르고 해서 괜찮을 줄 알고 의사를 보러 가지 않았거든요.”“화상을 그렇게 쉽게 넘어가서는 안 돼. 처치 안 했다가 나중에 상처가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의사는 고은서의 상처를 처치해주고 주인혁에게 당부했다.“돌아가서 누나를 잘 챙겨. 그래야 미래의 여자친구도 행복할 거 아니야.”주인혁은 얼굴이 새빨개서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고은서를 위해 약을 발라주고 또 몇 가지 소염제와 바르는 약을 처방해주었다.마침 점심시간이라 약사들이 밥 먹으러 간 탓에
Read more

제952화

그는 창가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뭘 도와드릴까요?”여자 간호사가 얼굴이 새빨개서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요.”곽승재가 담담하게 거절했다.여자 간호사가 떠난 후 고은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인혁이 잡고 있던 손을 거두어들였다.“대표님, 여기 계셨어요? 계속 주차장에서 기다렸잖아요.”바로 이때 마스크를 낀 마재경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그녀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무언갈 떠올린 듯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듯이 곽승재의 팔짱 꼈다.“은서 씨, 저는 기자들한테 사진이 찍히면서 혹시라도 이상한 기사가 날까 봐 이 진료소로 온 건데 은서 씨는 왜 이곳에 있는 거죠?”마재경이 고은서를 노려보며 말했다.‘왜 하필 이곳에서까지 만나게 되는 거지?’고은서는 마재경의 말을 무시한 채 주인혁을 향해 말했다.“이만 가자.”주인혁도 눈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오른 후, 고은서는 완곡하게 주인혁의 고백을 거절했다.“미안. 난 그저 널 남동생과 좋은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어. 네 고백은 못 받아줄 것 같아.”주인혁은 실망하긴 했지만 이미 그가 예상했던 결과였다.그는 사실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고백할 생각이 없었다.원래 같으면 미래에 더 강해져서 그녀 곁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때 고백할 예정이었다.그러나 복도에 홀로 앉아 자신의 상처를 호 하고 부는 그녀의 뒷모습이 하도 가녀려 보여서 저도 모르게 고백을 하게 된 것이었다.“미안해, 누나. 내가 너무 급했네.”주인혁이 후회하며 사과했다.“그렇다고 날 멀리 밀어내진 말아줘. 나, 나...”그는 장난친 것뿐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전에도 말했지만 넌 그저 내가 널 도와준 일로 나에게 환상이 생겨서 날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뿐이야.”고은서가 난감해하는 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나도 이해해. 예전에 내가 그렇게 곽승재를 사랑하게 되었거든. 그런데 이혼하고 나니까 곽승재도 내가 생
Read more

제953화

여시은은 곽승재의 말을 듣자마자 순간 멍해졌다.그러나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곽 대표님, 어제 은서 씨랑 마재경 씨를 데게 한 건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진짜 그냥 실수로 그런 거예요. 대체 무슨 설명을 원하시는 거죠?”곽승재의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졌다.“여시은 씨, 총명하신 분이어서 직설적으로 말할게요. 어떤 일은 해도 괜찮고 어떤 일은 하면 안 되는지 이후부터 잘 구분해 가며 하시길 바랄게요.”“지금 제가 일부러 그런 거라고 단정 짓는 건가요?”여시은은 억울하다는 듯 씩씩거리며 반박하기 시작했다.“그럼 신고해서 경찰더러 저를 잡아가라고 하세요. 고의상해죄로 저를 고소하면 되겠네요.”여시은이 이렇게 강인하게 나올 줄은 생각 못 했던 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렸다.바로 이때 문 쪽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곽 회장님과 여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사무실 문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아버지, 여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죠?”곽승재가 일어서서 두 사람을 마중했다.“금방 귀국하고 시은이 보러 들렀는데 마침 아래서 곽 회장님을 만나서 같이 올라왔어.”여재훈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시은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더 빨개지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억울하면서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듯 울락 말락 했다.“시은아, 왜 그러니? 승재가 널 괴롭혔어?”곽현수는 눈을 부릅뜨고 곽승재를 노려보면서 그를 비난했다.“시은이가 뭘 잘못했다고 애를 울리는 거야?”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재훈은 여시은에게 다가가 물었다.“시은아, 무슨 일 있었어?”여시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울분을 토했다.“방금 분쟁이 생겼는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곽 대표님한테 화냈어요.”여재훈은 여시은의 이마를 콕 찍으면서 말했다.“겸손하게 성질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걸 배우겠다고 아빠랑 약속했잖아.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잊은 거야?”그러자 여시은이 콧방귀
Read more

제954화

곽승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다 아버지를 닮아서죠. 아버지가 좋은 모범이 되어서 아들도 이렇게 배우고 자란 거죠.”“곽승재!”곽현수는 버럭 호통쳤다.“정말 내 아들만 아니었으면 이미 집에서 쫓겨난 줄 알아. 그때 되면 나한테 빌 기회조차 없을 거야.”곽승재는 더는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대체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곽현수가 화가 풀리진 않았지만 더는 비난하지 않고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요즘 들어 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스캔들이 동네방네 소문난 걸 알고나 있어? 여 대표가 딸바보인 걸 몰라서 그러는 거야?”그 말을 들은 곽승재는 피식거리며 비아냥거렸다.“다 아버지 덕분이잖아요. 제가 고은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끔 아버지가 꾸미신 일이잖아요. 이 기회에 일거양득으로 저를 GS그룹에서 밀어내고 얼마나 좋아요.”곽현수는 부인하지 않았다.고은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곽승재가 언젠간 알게 될 일이었으니까 말이다.“알면 똑바로 행동해. 얼른 시은이랑 약혼하고 쓸데없는 여자랑은 연 끊어.”“고은서랑 짜고 그 여자를 내 방에 보낼 땐 쓸모있는 여자고 지금은 쓸모없는 여자란 말씀이세요?”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곽현수는 순간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네가 고은서랑 진작에 연을 끊었으면 내가 이러지 않아도 됐잖아. 대체 시은이가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결혼을 거부하는 거야?”곽승재는 더는 아버지랑 다투고 싶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재경이가 꽤 마음에 드는데 계속 옆에 두고 지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네요.”“너, 이 불효자 같은 놈!”곽현수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반면 곽승재는 아주 덤덤해 보였다.“욕 다 하셨으면 이만 가보세요.”“판주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내가 두고 볼 거야. GS그룹으로 돌아가고 싶거든 얼른 시은이랑 약혼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곽현수는 씩씩거리며 할 말을 다 하고는 문을 박차고
Read more

제955화

“먼저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더 지내보려고요.”여시은은 손에 쥐고 있던 푸딩을 내려놓으면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기어코 정략결혼을 거절하면 그때 가서 다시 없던 일로 해도 될 것 같아요.”곽현수는 이내 그녀를 향해 보장했다.“꼭 동의할 거야. 시은이 너처럼 이쁘고 착한 여자를 어느 남자가 거절하겠어.”자신의 딸도 반대하지 않는데 여재훈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여재훈은 강성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곽현수는 이 틈을 타 여시은에게 디저트 하나를 건네주면서 물었다.“시은아, 아까 사무실에서는 승재 왜 싸운 거니?”여시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억울함이 다시 밀려오는 것 같았다.“어제 은서 씨랑 곽 대표님, 그리고 마재경 씨랑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제가 실수로 탕을 은서 씨랑 마재경 씨한테 쏟았거든요. 그런데 방금전에 곽 대표님께서 제가 일부러 그런 거라면서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몰아붙이는 거 있죠?”곽현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중점을 끄집어냈다.“승재가 아직도 고은서랑 같이 다닌단 말이야?”“은서 씨는 제가 데리고 간 거예요. 그리고 곽 대표님이랑은 우연하게 부딪친 거고요. 정말 손이 미끄러워서 실수로 그런 건데 곽 대표님이 계속 저를 의심하세요.”“그 일 때문에 너한테 화를 냈다는 거야? 그럼 전에 계획이 아무런 쓸모도 없단 얘기잖아. 아직도 고은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건가?”“그런데 감정이라는 건 한두 번의 실망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여시은이 디저트를 한 입 넣으면서 말했다.“마재경 씨랑 가까이 다니시는 것도 아마 은서 씨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일 거예요. 그런데 은서 씨가 절대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아마 계속 이러다가 곽 대표님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다 접을 거예요. 조금만 더 관찰해 보도록 하죠, 아버님. 그리고 너무 곽 대표님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자칫하다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잖아요.”곽현수는 무언갈 떠올렸는지 성가시다는 듯 눈살을 찌푸
Read more

제956화

장순이는 고은서에게 의자를 가져다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차를 우려준 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러 갔다.“요즘 일은 어때? 건강도 제대로 잘 챙겨야 해.”걱정 어린 말을 한 전미자는 고은서 손등에 있는 화상 자국을 발견하고 물었다.“상처는 어쩌다 난 거야?”고은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벼운 사고였다고 말하며 화제를 돌려 전미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도련님.”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웃고 있을 때 도우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보니 키 크고 준수한 곽승재가 들어오고 있었다.그는 할머니의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다급하고 초조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그는 긴 다리를 성큼성큼 움직이며 전미자 앞에 섰다.“할머니, 지 박사님한테 들었어요. 요 며칠 체기가 있어서 기운이 없으시다면서요?”곽승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전미자는 손자를 보며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늘 있던 증상이야. 지 박사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결국 말했구나.”지성민은 전미자의 주치의로 그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곽승재에게 가장 먼저 보고하는 사람이었다.“내일 병원 가서 정밀 검사 받아봐요.”곽승재를 안심시키기 위해 전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은서도 있는데 왜 인사 안 해?”전미자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곽승재는 그제야 고은서를 바라보았다.그러다 그녀 손등의 상처를 발견하곤 눈빛이 흔들렸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도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셨다.전미자는 눈앞에 있는 손자와 전 손주며느리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결국 피곤함이 밀려오는지 방에 들어가 잠시 쉬겠다고 했다.고은서는 전미자를 침실까지 부축해 눕힌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문가에는 곽승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할머니는 누워계셔.”고은서는 그렇게 말하며 방문을 살며시 닫았다.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장순이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곽승재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곽승재, 뭐 하는 거야!”고은서는 낮은 목소리
Read more

제957화

곽승재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고은서의 표정을 보고 입술을 깨물다 담담하게 말했다.“어제 병원에서 받은 약, 내 차에 있어.”고은서는 마재경을 피하려 약을 찾으러 가지 않았지만 주인혁이 저녁 먹기 전 약국에서 더 많이 사다 주었다.“약은 충분하니까 필요 없어.”고은서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이유를 짐작한 곽승재는 질투와 억눌린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비교해 보고 손을 놓은 사람이 너한테 제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한 거야?”곽승재의 말에 고은서는 비웃듯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귀찮다는 듯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그 순간 곽승재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곽승재는 그녀를 끌어당겨 몇 걸음 옮기더니 벽으로 밀어붙였다.“고은서,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어.”곽승재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감쌌고 팔은 그녀를 가두듯 둘러쌌다.강한 수컷의 기운이 그녀를 짓누르듯 퍼졌다.고은서는 그 기운이 불쾌했다.하지만 전미자의 방과 가까운 곳에 있던 탓에 그와 언쟁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도우미들이 오해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약 가져다줘서 고마워. 차에 두는 게 불편하다면 같이 가서 가져올게.”“가져와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곽승재가 냉소적으로 묻자 고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아니. 집에 있는 비상약 상자에 넣을 거야.”“예비용으로 두게? 더 좋은 게 생기면 그때 버리겠네?”‘미친놈.’고은서는 속으로 짜증이 치밀었지만 애써 인내심을 유지했다.“화상일 뿐이야. 상처가 나으면 약도 필요 없겠지.”“약이 무슨 잘못이야? 의사가 증상에 맞춰 처방해 준 건데 왜 안 가져가고 굳이 다른 사람이 사준 걸 쓰는 거야?”고은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계속 다쳐서 그 약을 쓰라는 거야?”“다치는 건 싫으면서 왜 다른 사람들의 호의는 받아들이는 거야?”곽승재의 검은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전에는 민시후, 이제는 조
Read more

제958화

질식할 것만 같은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깜짝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아마도 도우미가 온 모양이었다.그제야 곽승재는 마지못해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었다.다리가 풀린 고은서는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곽승재의 가슴팍에 기대어 헐떡이며 숨을 쉬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곽승재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동자에는 어딘가 따뜻한 기색이 스쳤으나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도우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너...”짝!곽승재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고은서는 힘을 모아 그의 뺨을 후려쳤다.곽승재뿐만 아니라 멀리서 상황을 목격한 도우미도 얼어붙었다.그러나 도우미는 눈치가 빨랐다.어두워지는 곽승재의 얼굴을 본 그녀는 곧장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말만 남기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곽승재, 넌 정말 최악이야!”고은서는 그의 가슴을 밀쳐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그의 눈동자에는 다시금 분노가 일었다.곽승재는 손쉽게 고은서의 손을 잡아 치우며 말했다.“어차피 최악인 거 끝까지 그렇게 남아주지.”말을 마친 곽승재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고은서는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을 흘렸고 곽승재의 동작이 멈췄다.그녀의 손을 본 순간 마침 화상 자국을 강하게 누르고 있는 자기 손을 발견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거두었고 차오르던 분노도 반쯤 사그라들었다.“많이 아파? 약 가져오라고 할게.”“네 걱정 따위 필요 없어!”고은서는 손을 홱 빼며 곽승재를 밀어냈다.“너 때문에 또 다쳤잖아! 곽승재, 이제 새로운 여자도 생겼으면서 화풀이할 거면 그 여자한테 가. 제발 나한테 손대지 마. 더럽고 병이라도 옮을까 봐 겁나니까.”그녀의 말이 끝나자 고은서는 곽승재의 손가락이 살짝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그의 눈빛에는 실망과 자조 그리고 어딘가 씁쓸한 감정이 스쳤다.그러나 곧 차가운 냉소가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그래, 재경이는 나한테 다정하고 상냥해. 굳이 여기 와서 무안당할 필요는 없지.”그렇게 말한 후 곽승재는 더 이
Read more

제959화

송민준은 오늘 게임 내부 테스트가 있는 날이라 송민아가 특히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녀를 응원하러 왔다.송민아의 제안을 들은 송민준이 고은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은서 씨 생각은 어떠세요?”이전까지 송민준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던 터라 고은서는 솔직히 그와 단둘이 식사하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송민아가 먼저 말을 꺼냈고 송민준도 직접 물어온 상황에서 곧장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게다가 송민준은 그녀를 여러 번 도와준 적이 있었다.이전의 페인트 사건은 물론이고 이번 게임 내부 테스트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민준 씨, 저는 좋죠. 안 그래도 한 끼 대접하고 싶었어요. 미리 준비한 자리는 아니지만 괜찮으시다면 가볍게 식사라도 하시죠.”어쨌든 송민준을 초대하는 자리였기에 고은서는 그의 취향을 고려해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요리뿐만 아니라 전통 차로도 유명한 식당을 골랐다.고은서와 송민준이 건물을 나와 운전기사를 기다리려던 순간 정장을 입고 노트북 가방을 든 한 남성이 급히 다가왔다.“고 대표님이십니까?”송민준이 고은서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누구시죠?”“악의는 없습니다. 고 대표님께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디 제 기획서를 한 번만 봐주실 수 있을까요?”그는 서류봉투를 내밀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고 대표님, 잠시만 시간 내주실 수 있습니까?”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의 신원을 알 수 없었기에 고은서는 서류를 바로 받지 않고 차분하게 답했다.“프로젝트에 관하여 논의하시려면 저희 회사 이메일로 먼저 제안서를 보내주세요. 조건이 맞다면 담당자가 연락드릴 겁니다.”그러자 남성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world 게임이 유일 투자은행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메일로 여러 번 기획서를 보냈지만 번번이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왔지만 경비팀에서 단순 영업사원으로 오해해 건물 출입을 막았습니다.”투자 회사에는 매일 수많은 투자 제안서가 쏟아진다.특히
Read more

제960화

송민준은 살짝 미소 지으며 물었다.“은서 씨는 원래 정이 많으신가요?”고은서는 담담하게 답했다.“저도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제가 저분이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 희망마저 사라지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하지만 본인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고은서는 단번에 알아차렸다.‘다른 사람이 무너지든 말든 왜 본인의 시간을 낭비하냐는 뜻이겠지.’고은서는 가볍게 웃었다.“때로는 한 순간에 큰 전환점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저분은 모든 용기를 내어 저를 찾아왔어요. 저는 단 몇 분을 투자해 그에게 기회를 줬을 뿐이죠. 지금 당장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계속 도전할 힘은 얻었을 겁니다.”그러고 나서 고은서는 자조적으로 웃었다.“아니면 그냥 제가 성인군자 놀이하는 걸로 생각해도 좋아요.”송민준은 고은서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는 않고 조용히 다른 화제를 꺼냈다.약 30분 후 차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이곳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회원제 운영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비회원은 출입이 불가능했는데 고은서는 고객들과 자주 만나야 했던 탓에 자연스럽게 회원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직원이 두 사람을 2층 별실로 안내했다.완전히 밀폐된 방은 아니었지만 구슬발이나 병풍이 자리마다 설치되어 있어 적당한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식사 자리는 고은서가 마련했지만 메뉴를 정하고 주문하는 것은 송민준이 맡았다.그는 예의 바르게 고은서의 취향을 물었고 직접 차를 우려 따라주며 품격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식사는 전체적으로 조용하고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송민준은 대화를 이끌면서도 고은서가 이야기할 때는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말의 어색함도 없이 매끄럽게 자리를 이어 나갔다.그는 마치 귀족처럼 세련되고 교양 있었는데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과하게 나서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서는 그를 민시후처
Read more
PREV
1
...
9495969798
...
10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