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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971 - Chapter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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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고은서와 송민아는 조용한 바에 갔다.유유한 음악과 함께 아주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바였다.고은서는 맥주를 몇 모금 마시고서야 화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그러나 속은 여전히 답답했다.‘왜 나한테 접근하는 사람들마다 불행해지는 것 같지? 전에는 민시후고 이번에는 또 주인혁까지.’“너무 걱정하지마. 잘 해결될 거야.”송민아는 말하면서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여기야!”고은서가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서 송민준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정장 대신 코쿤핏 코트에 아주 평범해 보이는 티셔츠 하나를 입고 있었는데 멀리서 본 탓인지 평소보다 더 젊어 보였다.“우리끼리 술 마시는 거 아니었어? 네 오빠는 언제 부른 거야?”고은서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주인혁 일 때문에 너무 심란해하는 것 같아서 오빠한테 도움을 요청했지.”송민아가 술잔을 들고 말했다.“걱정하지마. 우리 오빠가 해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인맥만큼은 끝내주거든. 오빠라면 꼭 해결방법이 있을 거야.”“그래도...”고은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민준은 이미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민준 씨.”“은서 씨.”송민준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얼른 앉아. 뭐 마실래? 오늘은 내가 쏠게.”송민아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차.”송민준이 그녀를 힐끗 보더니 덤덤하게 답했다.“오빠, 분위기 망치러 온 거 아니지? 바에 와서 웬 차야.”송민아는 말하면서 웨이터를 불렀다.“제일 좋은 위스키로 한 잔 주세요. 우리 오빠가 즐겨 마시거든요.”흥미진진해 하는 송민아와 달리 고은서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당기면 귓속말을 했다.“설마 오빠를 취하게 만든 후에 도와달라고 말을 꺼낼 예정인 건 아니지?”“취하게 만들진 않더라도 그래도 술이 조금 들어가야 우리 부탁을 더 쉽게 들어줄 거 아니야.”송민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냥 안 말하는 건 어때? 내가 아름 언니한테 말해볼게.”“지금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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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민준 씨, 주인혁이 원래 이렇게 충동적으로 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제가 추측하건대 다른 사람한테 모함당한 것 같아요.”송민준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은서 씨가 보건데는 주인혁 씨를 모함한 사람이 누구인 것 같나요?”고은서는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답했다.“아마 저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빨리 결백하다는 걸 증명해주고 싶어요.”송민준은 고은서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제가 친구한테 말해둘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요.”그가 나긋하게 웃으면서 답했다.“오빠, 지금 도와주겠단 뜻이지?”송민아가 순간 흥분해 하며 물었다.그런 송민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비서한테 연락해 주인혁에 관한 일을 조사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그리고 이내 시선을 고은서한테로 돌리면서 말했다.“은서 씨, 우리도 이만하면 이젠 친구 사이인데 나중에 또 도움이 필요하신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딱히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같이 해결방법을 의논해 볼 수도 있잖아요.”“고마워요, 민준 씨.”고은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답했다.잠시 후, 고은서는 화장실에 가고 자리에는 송민아와 송민준만 남게 되었다.“취했어? 주량도 안 되면서 왜 억지로 마시는 거야?”송민준이 술잔을 흔들면서 송민아를 향해 말했다.그녀는 사실 예전부터 주량이 별로였는데 프로젝트를 이어감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게 술자리였다. 그래서 틈만 나면 주량을 단련하곤 했다.하지만 중요한 건 그녀의 주량이 아니었다.송민아는 송민준한테 다가가 물었다.“오빠, 은서 좋아하지?”송민준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그녀에게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그냥 은서한테 아주 인내심 있게 잘해주는 것 같아서. 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잖아. 내가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쉽게 들어주지 않았으면서.”“내가 다른 사람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오늘은 왜 날 여기까지 부른 거야?”송민준이 또다시 되물었다.“자꾸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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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고은서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송민준과 시선이 마주쳤다.잘생긴 얼굴은 어두운 밤하늘 때문에 희미하게 보였다.고은서는 순간 그가 주인혁 일에 관해 묻는 건지 아니면 송민아를 보살핀 일에 관해 묻는 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제 친구들도 이만큼 저를 잘 대해주니까요.”그녀가 나긋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술을 마신 탓인지 송민준의 말투가 여느 때보다 더 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도 평소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았다.“저도 은서 씨 친구에 속하나요?”그가 이런 물음을 제기할 거라곤 생각 못 했던 고은서는 순간 멈칫하다가 완곡하게 답했다.“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존재이죠.”송민준은 그녀가 아직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포인트를 단번에 잡아냈다.그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민아는 술주사가 좋은 편이었다. 잠을 자는 것 외에는 아무런 소란도 피우지 않았다.반 시간 후, 차는 송민아의 집 앞에 멈춰 섰다.고은서는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그녀를 깨웠다.“민아야, 집 도착했어.”비몽사몽하게 눈을 뜬 송민아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애교부리기 시작했다.“은서야, 나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나 부축해줘...”고은서도 술을 마시긴 했으나 적당하게 맥주 두 잔만 한 덕에 별로 취하지 않았다.그녀는 송민준과 함께 문어처럼 자신의 팔을 꼭 붙잡고 안 떨어지는 송민아를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송민준이 노크하자 도우미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그녀는 만취 상태인 송민아를 황급히 대신 부축하면서 자신이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문이 닫히면서 복도는 순간 조용해졌다.“은서 씨, 수고했어요. 제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송민준이 예의 있게 말했다.“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저 혼자 택시 불러서 가면 돼요.”고은서는 말하면서 송민준과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은서 씨, 계속 저를 경계하는 것 같은데 혹시 시후 때문인가요?”송민준이 문뜩 입을 열었다.고은서는 또 한 번 멈칫했다.민시후는 전에 몇 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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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고은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니까 민준 씨가 제가 민시후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고 민아를 위해 그 도우미랑 손잡고 저를 해치려 했다는 거죠?”송민준은 고은서를 보면서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은서 씨를 데리고 직접 도우미를 만나고 또 백씨 집안 기업까지 도와 망가뜨린 거로 충분히 저의 성의를 표했다고 생각하는데요.”고은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날 유산하게 만든 게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백유미가 직접 인정했는데. 만약 진희숙이 송민준의 지시를 받은 거라면 송민준도 백유미랑 연관되어 있단 소린데 왜 날 도와 백씨 집안 기업을 망가뜨린 거지? 그리고 백유미가 이토록 처참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걸까?’띵.고은서는 엘리베이터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송민준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은서 씨, 시간도 늦었는데 혼자 돌아가시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요. 은서 씨한테 사고라도 생기면 민아가 분명히 저를 원망할 거예요. 그러니까 기사한테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할게요.”송민준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저랑 같은 차에 타는 게 불편하다면 은서 씨가 먼저 가고 저는 따로 갈게요.”더 거절해 보았자 무례하게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고은서는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럼 집까지 부탁드릴게요.”송민준은 이내 고은서를 위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그녀가 차에 오른 후 그는 눈치 있게 조수석에 올랐다.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라이트문에 도착한 후 고은서는 고맙다고 간단히 인사한 후 차에서 내렸다.“은서 씨.”송민준도 따라 차에서 내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밤바람이 약간 차갑게 느껴졌다.고은서는 어리둥절한 눈길로 송민준을 바라보았다.“은서 씨, 제가 아무리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업가라고는 하지만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을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민아가 은서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민아가 이렇게 우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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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고은서는 낮에 연락이 닿지 않던 곽승재를 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를 욕하고 싶었지만 다퉈 보았자 일만 더 시끄러워질 뿐, 게다가 이미 송민준이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굳이 그와 모순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은서는 이내 화를 억누르고 곽승재를 무시한 채 지나가려고 했다.그러나 일이 그녀가 소원하는 대로 될 리가 없었다.곽승재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화난 듯한 말투로 캐물었다.“아침까지 그 연예인 일로 바삐 돌아 채더니 이 늦은 시간엔 왜 송민준과 함께 있는 거지?”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고은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자신의 손을 빼내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러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다시 붙잡더니 계단 쪽으로 끌고 가 벽에 밀쳤다.“고은서, 송민준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내가 경고했지.”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서는 그의 말에 답하는 대신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곽승재의 힘이 하도 세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이내 이를 악물고 무릎을 들면서 곽승재를 공격하려 했다.그러나 곽승재는 그녀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마냥 뒤로 한발 물러서면서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그리고 이내 그녀의 다리까지 속박하면서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나쁜 자식, 얼른 이거 놔. 정말 머리에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야?”고은서가 끝내 참지 못하고 화냈다.“술까지 마셨어?”곽승재는 그녀의 입에서 술 냄새를 맡았다.그는 고은서의 턱을 치켜올리면서 분노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언제부터 송민준이랑 술 마실 정도로 친해진 거야? 심지어 집까지 바래다주고 말이야.”짜증이 솟구친 고은서는 그를 째려보면서 반박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곽승재, 대체 왜 또 이러는 거야? 왜 자꾸 내 일에 참견하는 건데?”“나한테 전화하고 문자 보낸 사람이 누군데?”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고은서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화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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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불편함을 느낀 고은서는 얼굴을 홱 돌리면서 말했다.“마재경이 아니면 당신이겠지. 그런데 두 사람 중에 누구든 무슨 차이가 있어? 찔리는 게 없다면 왜 내 전화는 안 받은 거야?”그러자 곽승재가 콧방귀를 뀌면서 답했다.“내가 왜 네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네가 다른 남자를 위해 날 비난하는 걸 듣기 위해서?”‘그러니까 내가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 알고 있었단 말이야?’“듣기 싫으면서 왜 찾아온 거야?”고은서가 호통쳤다.“난...”똑똑.바로 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이어 마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곽 대표님, 안에 계시는 거예요?”‘이 늦은 시간에 마재경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고은서는 순간 며칠 전에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함께 있는 마재경의 모습이 떠올랐다.‘설마 집을 바꾸지 않고 끝내는 라이트문에 살기로 정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곽승재도 마재경을 만나러 온 거겠네.’고은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곽승재를 노려보았다.곽승재도 그녀를 마주 보면서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마재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방금전에 오신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밑에 내려가 보려고 했는데 비상계단 쪽에서 소리가 들려서요... 곽 대표님, 괜찮은 거 맞으시죠?”고은서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콧방귀를 뀌면서 대신 답했다.“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머리에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대신 구급차 좀 불러주시지 그래요?”“고은서 씨가 왜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거죠? 우연하게 만난 건가요?”마재경이 약간 의아해하며 물었다.‘내가 여기 있는 걸 모를 리가 없지. 아까 큰소리로 다툰 데다가 그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며.’“먼저 올라가 있어. 나중에 다시 얘기해.”마재경은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기다릴게요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그래도 그녀가 찾아온 덕분에 고은서는 조금이나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곽승재를 밀어냈다.“대체 뭐 하자는 거야? 해성에 아파트가 많고도 많은데 왜 하필 이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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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곽승재의 의도를 알아차린 고은서는 짜증이 극치에 달했다.그녀는 곽승재가 캐묻는 틈을 타 입으로 그의 손목을 꽉 깨물었다.곽승재는 그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스읍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눈살을 찌푸렸다.고은서는 그를 방심한 사이에 힘껏 밀쳐내고는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마재경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일부러 기다리는 흉내를 냈다.그녀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질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잡아먹을 기세로 뚫어지라 바라보았다.고은서는 그녀를 무시한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고은서 씨, 대체 무슨 일인데 늦은 시간까지 곽 대표님이랑 함께 있는 거죠?”고은서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찰나 뒤에서 마재경의 울분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나 고은서는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고 닫힘 버튼을 눌렀다.바로 그때 마재경이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으면서 앞으로 다가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은서한테 경고를 건넸다.“곽 대표님이 아직 당신한테 미련이 남았다고 잘난 체 하는 것 같은데 감히 날 사과하게 만들어? 내가 그대로 갚아줄 거야.”마침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데 어느새 곽승재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마재경은 이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비굴하게 애원하는 척 연기하기 시작했다.“은서 씨, 제가 곽 대표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저 옆에서 바라보게만 해주세요. 은서 씨 곁에는 훌륭한 남자들이 많잖아요. 곽 대표님을 저한테 양보하면 안 될까요?”그사이, 곽승재는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섰다.마재경의 말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고은서가 그녀의 손목을 물어서인지 표정이 어두웠는데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마재경은 계속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고은서는 헛웃음을 치더니 이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와 곽승재의 멱살을 잡고 그에게 입술을 맞추었다.마재경뿐만 아니라 곽승재도 깜짝 놀랐다.부드러운 입맞춤에 곽승재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더 진한 키스를 하려고 했다.그러나 고은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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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생각할수록 화가 난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발로 엘리베이터 문을 찼다.집으로 들어서면서까지도 씩씩거리는 모습 그대로였다.이미숙은 약간 머뭇거리면서 그녀를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온 고은서는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걸 단숨에 알아차렸다.“아줌마, 할 말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이미숙은 한참 동안 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해 질 무렵에 산책하러 나가면서 맞은편 집에 한 여자가 입주했던데...”“곽승재랑 스캔들이 난 여자를 닮았던가요?”고은서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을 대신 이어갔다.이미숙도 얼마 전에 곽승재의 스캔들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마재경을 곽승재를 유혹하는 염치 없는 여자라고 욕하기까지 했었다.그러나 그 여자가 이리도 대담하게 고은서의 맞은 켠 집에 입주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파렴치하게 굴 수가 있지?’“아마 은서 씨가 여기에 사는 줄 모르고 우연하게 입주하게 된 걸 거예요.”이미숙은 겉으로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고 고은서를 애써 위안하려 했다.“그 사람들이 어디에 살든 저랑 상관없어요.”고은서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곽승재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야. 아무튼 이젠 감정도 없는데 어디에 살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도 굳이 쓸데없는 사람 때문에 힘들게 이사할 필요가 없지.’이미숙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이랑 사모님이 재혼하길 바랐는데. 어렵겠네.’...송민준의 일 처리 속도는 여전하게 빨랐다.고은서가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확인해 보았는데 주인혁에 관한 기사가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경찰 측에서도 연관된 일에 관해 아직 조사하고 있지만 새로운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주인혁이 먼저 시비를 건 측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여론의 방향이 이내 뒤바뀌게 되었다.특히 주인혁의 팬들은 누명을 벗은 사람 마냥 그가 얼마나 훌륭하고 착한 사람인지 이리저리 알리기 위해 날뛰었다.또다른 소식에 따르면 주인혁과 시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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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고은서는 이지호가 자신이 주인혁 일로 곽승재를 찾아간 적이 있는 슬쩍 떠보는 거라는 걸 이내 알아차렸다.또한 일이 곧 잠잠해질 테니 더는 주인혁이 곽승재랑 엮이지 않았으면 하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매니저도 주인혁 일이 타사 연예인이 저지른 일이라는 게 신임이 가지 않는 모양이네. 아마 이번 일을 해결함에 있어서 희생양이 필요했던 거겠지.’고은서는 직설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주인혁처럼 정직한 사람이 굳이 이런 일로 누군가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만 말했다.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 소파에 앉은 채 생각에 빠졌다.‘곽승재가 마재경 대신 화풀이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젯밤에 화내는 걸 보아서는 곽승재가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굳이 자신이 한 일을 부인할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그럼 대체 누가 주인혁을 모함한 거지? 마재경인가?’고은서는 한참 생각하다가 송민준한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저는 별로 도운 게 없어요. 주인혁 씨가 운이 좋아서 정의감 있는 사람을 만난 덕분이에요.”‘송민준이 도운 게 아니라고? 그럼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는데. 때마침 하루 저녁에 목격자가 나타났다는 게 말이 돼? 송민준이 아니면 대체 누가 도와주고 있는 거지?’“어찌 됐든 고마워요. 주인혁이 나오면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어요.”고은서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송민준이 허허 웃으면서 답했다.고은서가 세수하고 이미숙이 준비한 아침을 먹고 있을 때 마침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서 장 보러 나갔단 이미숙이 들어왔다.“은서 씨, 방금 장보고 돌아오면서 들었는데 아파트 관리원 여러 명이 잘렸대요. 듣기로는 우리 단지에 사는 인플루언서가 어제 짐을 가지고 나갈 때 뒤에서 수군거렸다면서 고소당했다나 뭐라나. 혹시 우리 맞은편 집에 사는 그 사람 아니에요?”이미숙이 추측하기 시작했다.고은서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마재경이라면 한밤중에 짐을 들고 나갈 리가 없는데. 설마 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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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번화로운 도시와 달리 농장은 아주 생기가 흘러넘쳤다. 꽃도 있고 풀도 있고 연못도 있었는데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적합했다.고은서와 송민아는 각각 자기 차를 몰고 왔는데 주차하고 정원으로 들어가자마자 미리 도착해 있는 주인혁이 눈에 들어왔다.흰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을 한 그는 과일나무 아래서 무언갈 보고 있었는데 따뜻한 햇살이 그를 비추면서 마치 청춘 만화 속 남자주인공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연예인은 확실히 다른가 봐. 엄청 평범한 옷차림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멋있어 보이잖아.”송민아가 감탄했다.고은서는 그녀를 힐끔 보면서 말했다.“보기와 다르게 덕후의 잠재력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데.”“덕후는 무슨. 그냥 간단하게 감탄해 본 것뿐이거든.”송민아가 콧방귀를 뀌면서 반박했다.바로 그때, 인기척을 느낀 주인혁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누나!”그는 고은서한테 인사하고 이내 시선을 송민아한테로 돌렸다.“송민아 씨시죠?”“네. 맞아요.”송민아는 손을 내밀면서 그와 악수하려 했다.주인혁도 예의 바르게 웃으면서 그녀와 악수했다.“송 대표님은?”“오빠는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시간 되는대로 올 거예요. 상관하지 않으셔도 돼요. 여기 꽤 좋은 것 같은데 아까는 뭘 보고 있었어요?”송민아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인혁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뭇가지에 병아리 두 마리가 앉아 있어서 어떻게 올라갔는지 궁금해서 보고 있었던 거예요.”주인혁이 머쓱해 하며 답했다.“정말이에요? 저도 보러 갈래요.”송민아는 말하면서 총총 달려갔다.“고은서, 얼른 와 봐. 엄청 귀여워.”두 사람이 한창 병아리와 놀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주인혁이 제안했다.“누나, 민아 씨, 뒤에 농장주가 직접 심은 채소도 있는데 뜯으러 가지 않을래요?”고은서에게 있어 이는 너무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평소 고준석이 정원에 꽃 외에 채소도 심는 바람에 시간만 나면 그를 도와 뜯곤 했었다.그러나 마침 할 일도 없었는지라 그녀는 아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고은서의 덤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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