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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932 챕터

제851화

민시후가 이미 아래층에 도착했다는 말에 고은서는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민시후는 오늘 좀 더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흰색 후드티와 편안한 바지를 입은 그는 평소보다 더욱 잘생기고 매력적인 모습이었다.고은서도 편안함을 위해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이거 커플 룩 아니야?”민시후의 장난에 고은서가 그를 흘겼다.“말이라도 못 하면.”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근처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은 후 해성 공연장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고은서가 어젯밤에 민시현이 그를 찾아간 일에 대해 묻자 민시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말했다.“전에 했던 얘기랑 똑같아. 내가 반응 없으니까 형도 지루해져서 그냥 갔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은서는 알고 있었다. 민시현은 그렇게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고 민시후는 아마도 형한테 큰 꾸중을 들었을 것이다.고은서는 민시현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꿀 수 없었고 민시후에게 자신에 대한 감정을 접으라고 설득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저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곧 공연장에 도착했다.밴드의 팬층은 유명 가수들에 비해 적었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 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포스터를 들거나 형광봉을 흔들며 들떠 있었고 어떤 팬들은 얼굴에 밴드 이름까지 그려 넣었다. 모두 오늘 밤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형광봉을 보고 있던 민시후가 고은서에게 물었다.“우리도 저런 거 하나 살까?”고은서는 예전처럼 그렇게 흥분되거나 설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흥을 깨고 싶지 않았다.“좋아!”두 사람은 형광봉과 손목띠를 고른 후, 민시후는 고은서에게 LED 미키 머리띠를 골라줬다.“이건 너무 유치하지 않아?”고은서가 질색하며 거절했지만 민시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띠를 그녀의 머리에 씌워버렸다.“유치하긴, 내 눈엔 예쁜데!”“정말? 그럼 시후 씨가 한번 써볼래?”고은서가 머리띠를 그에게 건넸다.민시후는 당연히 써볼 생각이 없었고 고은서는 강제로 그에게 씌우려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웃으며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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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마치 불꽃처럼 타올랐고 드러머의 타격은 천둥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가수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공감을 끌어냈다.그 순간, 고은서는 완전히 분위기에 푹 빠져들었다. 마치 처음 밴드를 만났을 때의 설렘이 되살아난 듯, 음악의 리듬에 맞춰 형광봉을 흔들며 몸을 흔들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여유 속에서 고은서는 그저 즐거움에 젖어 들었다.콘서트의 분위기보다 민시후를 더 즐겁게 한 건 고은서가 온전히 음악에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고은서가 주위 관중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동안, 민시후는 그녀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공연이 끝나자 고은서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민시후가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배고프지? 간장게장 맛집이 있어. 한번 가볼래?”세 시간 가까이 노래를 따라 부른 고은서는 배가 고팠고 간장게장 얘기만 듣고도 침이 고여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생각이야.”사람들이 많아 출입이 불편할까 봐 민시후는 차를 경기장 뒤쪽의 한적한 주차장에 세웠다.밤하늘 아래, 도시의 네온 불빛이 부드럽게 깜빡였고 오래된 수상한 SUV 한 대가 나무 아래에 세워져 있었다. 그 차는 그림자 속에 숨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은서와 민시후가 차에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눈부신 차 불빛이 켜졌다.두 사람이 반응할 시간도 없이 SUV가 미친 듯이 그들에게 돌진해 왔다!빠른 엔진 소리에 공기까지 진동하는 듯했고 고은서가 피하려는 순간, 차는 이미 눈앞까지 다가왔다!“조심해!”민시후가 소리치며 고은서를 힘껏 옆으로 밀쳤다.고은서는 민시후의 힘에 밀려 바닥에 굴러떨어졌고 민시후는 공중으로 떠오르다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민시후의 머리가 시멘트 기둥에 부딪혔다.“시후 씨!”고은서가 놀란 얼굴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그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하얀 후드티의 모자를 빨갛게 물들였다.그때, SUV의 차주는 도망치지 않고 후진한 뒤 다시 악셀을 힘껏 밟아 두 사람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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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고은서는 온몸에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다.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갑자기 어지러움이 몰려와 머리를 감싸며 누웠다.“은서야!”귀에 들려오는 누군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니 병실이었다. 눈앞에는 송민아와 박지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고은서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창문으로 비치는 강렬한 햇빛에 다시 속이 울렁거려왔다.“움직이지 마, 내가 의사 부를게!”송민아가 의사를 부르러 가자 박지연은 그녀 옆으로 다가와 급하게 말했다.“은서야, 조금만 참아.”고은서는 힘없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등과 팔이 욱신거렸다. 가장 괴로운 건 머리와 가슴이었다. 마치 땅이 빙빙 도는 것처럼 아무리 가만히 있어도 현기증이 심하고 구역질이 났다.그 어지러움 속에서 고은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불편함을 참으려 했다.손을 들어보니 팔에는 상처가 여러 개 있었고 붕대가 감겨 있었다.고은서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송민아가 의사를 데려왔다. 의사는 검사한 후, 별다른 문제는 없고 심한 뇌진탕 후유증 때문에 약을 먹는 것 외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의사가 떠난 후, 박지연이 고은서를 천천히 부축해서 앉히고 약을 먹을 수 있게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베개에 기대어 잠시 쉬고 나니 고은서의 어지러움은 조금 나아졌다.그러나 이내 불안감이 그녀를 덮쳐왔다. 뭔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무엇인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겨우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다시 머리가 아파져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박지연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움직이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마.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면 내가 다 말해줄게!”고은서의 등에는 상처가 있었기에 박지연은 그녀를 옆으로 눕힌 후 커튼을 치고 병실의 불을 어둡게 했다.“나랑 시후 씨 같이 밴드 공연 보러 갔었던 것 같은데, 지금 왜 병원에 있는 거지?”고은서가 허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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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고은서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곽승재가 병실에 들어왔다.그는 평소와 다르게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단추 몇 개가 풀려 있고 셔츠 밑단은 허리춤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얼굴도 이상할 정도로 창백하고 입술엔 핏기가 없었다.“은서야, 깼어?”곽승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쉰 듯했고 몸 상태도 좋지 않은 것 같았다.고은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르며 물었다.“당신 왜 여기 있어? 지연이는?”곽승재가 대답했다.“지연 씨가 하루 종일 너를 돌봤어. 그래서 내가 여기 있을 테니 지연 씨한테는 좀 쉬라고 했어.”고은서는 ‘지연이가 승재 씨한테 알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지러움에 고통스러워하며 겨우 말을 이었다.“당신도 들어가 봐. 난 괜찮아. 간병인을 부르면 돼.”곽승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신 물었다.“목마르지? 물 좀 마실래?”고은서는 목이 마르긴 했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간호사 불러줘.”“뭐 하려고? 말만 해.”고은서는 민망한 마음에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간호사만 불러줘.”곽승재는 그녀의 표정에서 의도를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일으켰다. 잠시 쉬게 한 후, 그녀를 가볍게 안아 화장실로 데려갔다.고은서는 부끄럽고 화가 나서 발버둥 쳤지만 그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머리가 어지러우니까 가만히 있어.”고은서는 너무 힘들어서 그의 말에 반응할 여유도 없었고 그저 체념하고 그에게 맡겼다.곽승재는 그녀를 화장실에 내려놓고 일어날 때 비틀거리지 않도록 의자 하나를 놓아주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밖에 있을게. 필요하면 말해.”피곤해서인지 곽승재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느리게 느껴졌다.겨우 볼일 보고 고은서는 힘겹게 세면대에 기대어 손을 씻었다.거울에 비친 그녀의 머리에는 두툼한 붕대가 감겨 있고 얼굴이 창백했다.그 얼굴을 보자 머릿속에 사고 장면이 떠오르며 불안하고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고은서는 갑자기 머리에서 통증이 밀려오면서 속이 뒤틀려 세면대에 기대고 구역질했다.“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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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고은서의 부탁을 듣고 곽승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너무 늦었어. 우선 쉬어.”고은서는 고집을 부렸다.“휴대폰 좀 줘. 내가 직접 전화할게.”곽승재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민시후 씨 휴대폰은 그의 형이 보관하고 있어. 전화해도 받지 못할 거야.”고은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민시후의 가족은 전에도 그녀가 민시후한테 많은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차 사고까지 났으니 더 그녀를 싫어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민시후의 휴대폰을 보관하면서 연락을 막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은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안함에 못 이겨 다시 물었다.“시후 씨 지금 상태가 어때? 아는 거 있어?”곽승재는 잠시 침묵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의 형이 곁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고은서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나랑 시후 씨, 어쩌다 차 사고를 당한 거야?”곽승재가 간단히 설명했다.“누군가 음주 운전을 해서 다른 차와 충돌했어. 마침 너희가 그 근처에 있었고 불행히도 사고에 연루된 거야.”고은서는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공연이 끝난 후, 그녀와 민시후는 간장게장을 먹으러 가자고 했고 그 후 주차장에서 사고가 난 것 같았다.하지만 애써 기억을 떠올려도 그날의 사고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려 고은서는 다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지연 씨가 여러 번 당부했어. 네가 가만히 누워있어야 한다고. 그러니 우선 누워서 쉬어.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말고.”곽승재의 목소리는 한층 더 허스키해졌다.“민시후를 보러 가고 싶으면 빨리 회복해야 하지 않겠어?”고은서는 민시후를 걱정하는 자신이 곽승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말없이 옆으로 돌아누워서 그냥 쉬었다.그 후 이틀 동안 고은서는 병실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낮에는 박지연과 송민아가 와서 그녀를 챙겨주었고 이미숙은 밤낮으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밤마다 곽승재가 병실을 지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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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고은서는 그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결국 눈을 감았다.입원한 지 나흘째. 다행히 어지럼증은 조금씩 나아졌고 팔과 등에 난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하지만 후두부의 부상은 여전히 심각해 붕대를 풀지 못한 채로 있었다.며칠째 민시후에게서 연락이 없자 고은서는 이상한 불안감을 느꼈다.“시후 씨의 성격상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안부 연락은 했을 텐데... 혹시 시후 씨 상태가 나보다 더 심각한 걸까?”박지연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시후 씨도 휴식이 필요해. 지금은 그의 형이 돌보고 있어서 나을 때까지 못 움직이게 하는 걸 거야.”답답한 마음에 고은서는 결국 민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만 들려오는 건 기계적인 음성뿐이었다.“전원이 꺼져 있어...”‘민시현 씨가 일부러 시후 씨 휴대폰을 꺼 둔 걸까?’‘이렇게까지 연락을 차단하는 이유가 뭘까?’한참 고민하던 고은서는 결국 직접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민시현이 자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더라도 그녀는 반드시 민시후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박지연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그녀에겐 알리지 않기로 했다. 마침 박지연이 약을 가지러 나간 틈을 타, 고은서는 외투를 걸치고 병실 밖으로 조용히 나섰다.그런데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두 사람이 보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경호원인가?’‘단순한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뿐인데 대체 왜 병실 앞을 지키고 있는 거지?’‘혹시 민시현 씨가 사람을 붙여서 나를 감시하는 걸까? 시후 씨를 찾으러 가지 못하게?’고은서가 고민하고 있던 그때, 경호원들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무전으로 누군가에게 보고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연이 급히 달려왔다. “은서야, 너 왜 나왔어?”고은서가 문틀을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 경호원들은 대체 뭐야?”박지연이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별거 아니야. 승재 씨가 혹시라도 네가 위험해질까 봐 사람을 붙여 둔 거야.”‘단순한 사고였을 뿐인데 이렇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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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시후 씨 가족들도 모두 왔다고?’고은서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지연아, 솔직히 말해줘. 그날 밤 나랑 시후 씨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단순한 교통사고였다면 민시후가 그렇게까지 다칠 리 없었다. 게다가 곽승재가 병원 복도에 경호원을 배치한 것도 이상했다.박지연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송민아와 함께 고은서를 병실로 부축했다. 그리고 그날 밤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박지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란스러웠던 고은서의 머릿속이 점점 또렷해졌다.그 SUV가 자신을 덮치려던 순간, 민시후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밀어냈다.민시후는 차에 부딪혀 공중으로 날아갔고, 그 후 시멘트 기둥에 다시 부딪혔다. 그리고 그의 흰 후드와 모자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SUV가 다시 돌진하여 그들을 덮치려던 긴박한 순간에 검은색 차 한 대가 나타나 다가오던 차를 들이받았다.귀를 찢는 듯한 충돌음이 다시 고은서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박지연이 말을 이었다.“현석 씨한테서 들었는데, 네가 곽 대표의 공연 초대를 거절했지만 그날 밤 곽 대표는 예정대로 체육관에 갔다고 하더라고. 그러다 네가 시후 씨랑 함께 있는 걸 보고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차에서 잠들었던 거야.”“그런데 공연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누군가 일부러 차로 너희를 덮치려고 했어. 마침 곽 대표의 차가 그 근처에 있었고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차에서 내릴 틈도 없이 가해 차량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어.”“곽 대표가 공연장을 바로 떠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다면 정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라.”박지연이 아직도 그때의 아찔함을 떨치지 못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은서는 온몸이 떨려왔다.만약 곽승재가 없었다면 그날 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여 고은서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지연아, 시후 씨 있는 병실이 어디야? 가서 직접 시후 씨 상태를 봐야겠어.”박지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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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백승엽이 내린 명령은 고은서와 민시후를 죽이거나 평생 장애를 남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은 첫 번째 충돌 후에도 다시 한번 더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해 왔던 것이다.고은서는 분노에 떨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백승엽이 요즘 승재 씨 위세에 눌려 조용히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나랑 시후 씨한테 손을 쓴 거야?”박지연은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곽 대표가 백승엽의 전 부하에게 들었는데 백승엽이 너랑 시후 씨가 백씨 가문 산업을 인수한 걸 극도로 미워하고 있었대.”“그리고 그때 백유미가 유산하고 자궁 제거 수술하면서 대출혈로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그 일도 모두 네 탓이라 그랬다. 그면서 원한이 쌓였나 봐.”아무 잘못이 없는 민시후가 단지 자신 때문에 백승엽과의 싸움에 끌어들여진 것 같아 고은서는 죄책감이 다시 밀려왔다.“내가 아니었으면 시후 씨도 기업 인수에 휘말리지 않았을 텐데, 나 때문에 시후 씨가 백유미와 백승엽의 일에도 나선 거야!”박지연이 위로하며 말했다.“은서야, 네 잘못 아니야. 백승엽이 미친 거지.”“그는 단순히 너희를 죽이려고 한 것도 모자라 범가온도 독살했잖아.”박지연이 이를 악물었다.“그래서 백유미도 그렇게 잔인한 거지, 제 아비한테서 그 악독함을 물려받은 거야.”“백승엽은 이미 모든 걸 계획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곽 대표가 사람을 보내서 그를 찾고 있고 경찰과 민씨 가문에서도 함께 그를 추적하고 있으니 그는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야.”갑작스러운 많은 얘기에 고은서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약 30분 후, 송민아가 병실로 돌아왔다.고은서가 창백한 얼굴로 송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시후 씨 가족분들 허락했어?”송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행히 아저씨는 자리에 없고 시현 오빠도 처음엔 반대했지만 시아 언니가 설득해서 허락했어.”고은서가 병문안을 허락한다는 말에 벌떡 일어났고 박지연은 혹시라도 그녀가 감정이 북받쳐 주체하지 못할까 봐 먼저 약을 챙겨주었다.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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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민시후는 깨끗한 병원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의 상처도 잘 치료한 뒤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지만 그는 잠든 것처럼 보였다.고은서는 그가 그냥 장난으로 자는 척하는 것이길 바랐고 이제 그만 깨어나서 모든 게 그녀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하지만 반나절을 서 있었지만 민시후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후회와 자책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와 고은서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거의 쓰러질 것 같은 고은서의 모습을 보던 송민아는 의자 하나를 가져다주었다.고은서는 눈물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민시후의 손을 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정작 고요한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목이 메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자신 때문에 다친 민시후의 모습을 보면서 설사 그의 가족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고은서 자신은 앞으로 민시후를 전처럼 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누워있는 민시후에게 어떤 약속도 할 수 없었다.중환자실의 면회는 15분 정도였고 고은서는 곧 떠나야 했다.면회 시간이 곧 끝나가자 송민아가 부드럽게 재촉했다. 드디어 고은서는 쉰 목소리로 힘겹게 한마디 내뱉었다.“미안해. 모두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시후 씨가 이렇게...”“시후 씨 쓰러지면 안 돼. 어머님께 아버님 말씀을 잘 들을 거라고 약속했잖아, 약속을 어기면 안 돼...”고은서는 다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고 두 사람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송민아도 누워있는 민시후를 향해 말했다.“시후 오빠, 은서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만약 깨나지 못하고 이대로 계속 누워만 있다간 완전히 기회가 사라질 거야!”하지만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병상에 있는 민시후는 잠든 것처럼 조용히 누워있었다.고은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눈물은 민시후의 손등에 떨어졌다.간호사가 들어와 재촉하자 고은서와 송민아는 할 수 없이 병실을 떠났다.그 순간, 민시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병실 밖에서는 민시현이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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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넋을 놓고 있는 고은서의 모습을 보자 박지연은 그녀는 부축하여 병상에 눕혔다.하지만 고은서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민시후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 없었다.식물인간, 이 네 글자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고은서의 마음을 눌러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은서는 차마 식물인간이 된 민시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지,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몰랐다.밝았던 하늘이 점차 어두움으로 빠지자 고은서는 그제야 서서히 잠이 들었다.깊은 밤, 고은서는 별안간 꿈에서 깨어났고 눈을 뜨니 병실에는 곽승재가 아닌 박지연과 육현석이 있었다.무슨 일이 있는 듯 두 사람의 얼굴은 모두 심각해 보였다.“지연아.”고은서가 낮은 목소리로 박지연을 불렀다. 박지연과 육현석 두 사람은 동시에 다가왔다.“깼어? 배고프지 않아? 물 가져다줄까?”박지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먼저 물이라도 마셔.”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육현석이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미안해. 요즘 일도 많았고 또 백승엽을 조사하느라 바빠서 병문안 올 시간이 없었어. 오늘에야 겨우 시간을 내서 왔어.”고은서는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백승엽은 어떻게 됐어요? 찾았나요?”그 말을 듣고, 육현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는 박지연과 시선을 마주친 뒤, 결국 입을 열었다.“찾기는 찾았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어. 백승엽이 죽었어.”“죽었다고요?”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현기증이 몰려와 머리를 움켜잡았다. “진정해, 너무 흥분하지 말고.”박지연이 급하게 말렸다.고은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승엽이 정말 죽었어요?”“그래.”“다리가 불편한 백승엽은 경호원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어. 그런데 그도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던 거야. 그래서 우리는 아마 그들 백승엽의 고향 집에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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