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을 놓고 있는 고은서의 모습을 보자 박지연은 그녀는 부축하여 병상에 눕혔다.하지만 고은서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민시후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 없었다.식물인간, 이 네 글자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고은서의 마음을 눌러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은서는 차마 식물인간이 된 민시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지,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몰랐다.밝았던 하늘이 점차 어두움으로 빠지자 고은서는 그제야 서서히 잠이 들었다.깊은 밤, 고은서는 별안간 꿈에서 깨어났고 눈을 뜨니 병실에는 곽승재가 아닌 박지연과 육현석이 있었다.무슨 일이 있는 듯 두 사람의 얼굴은 모두 심각해 보였다.“지연아.”고은서가 낮은 목소리로 박지연을 불렀다. 박지연과 육현석 두 사람은 동시에 다가왔다.“깼어? 배고프지 않아? 물 가져다줄까?”박지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먼저 물이라도 마셔.”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육현석이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미안해. 요즘 일도 많았고 또 백승엽을 조사하느라 바빠서 병문안 올 시간이 없었어. 오늘에야 겨우 시간을 내서 왔어.”고은서는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백승엽은 어떻게 됐어요? 찾았나요?”그 말을 듣고, 육현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는 박지연과 시선을 마주친 뒤, 결국 입을 열었다.“찾기는 찾았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어. 백승엽이 죽었어.”“죽었다고요?”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현기증이 몰려와 머리를 움켜잡았다. “진정해, 너무 흥분하지 말고.”박지연이 급하게 말렸다.고은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승엽이 정말 죽었어요?”“그래.”“다리가 불편한 백승엽은 경호원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어. 그런데 그도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던 거야. 그래서 우리는 아마 그들 백승엽의 고향 집에 숨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