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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Author: 류한나
‘시후 씨 가족들도 모두 왔다고?’

고은서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지연아, 솔직히 말해줘. 그날 밤 나랑 시후 씨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단순한 교통사고였다면 민시후가 그렇게까지 다칠 리 없었다. 게다가 곽승재가 병원 복도에 경호원을 배치한 것도 이상했다.

박지연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송민아와 함께 고은서를 병실로 부축했다. 그리고 그날 밤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박지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란스러웠던 고은서의 머릿속이 점점 또렷해졌다.

그 SUV가 자신을 덮치려던 순간, 민시후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밀어냈다.

민시후는 차에 부딪혀 공중으로 날아갔고, 그 후 시멘트 기둥에 다시 부딪혔다. 그리고 그의 흰 후드와 모자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

SUV가 다시 돌진하여 그들을 덮치려던 긴박한 순간에 검은색 차 한 대가 나타나 다가오던 차를 들이받았다.

귀를 찢는 듯한 충돌음이 다시 고은서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박지연이 말을 이었다.

“현석 씨한테서 들었는데, 네가 곽 대표의 공연 초대를 거절했지만 그날 밤 곽 대표는 예정대로 체육관에 갔다고 하더라고. 그러다 네가 시후 씨랑 함께 있는 걸 보고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차에서 잠들었던 거야.”

“그런데 공연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누군가 일부러 차로 너희를 덮치려고 했어. 마침 곽 대표의 차가 그 근처에 있었고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차에서 내릴 틈도 없이 가해 차량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어.”

“곽 대표가 공연장을 바로 떠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다면 정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라.”

박지연이 아직도 그때의 아찔함을 떨치지 못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은서는 온몸이 떨려왔다.

만약 곽승재가 없었다면 그날 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여 고은서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지연아, 시후 씨 있는 병실이 어디야? 가서 직접 시후 씨 상태를 봐야겠어.”

박지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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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어게인, 비긴   제858화

    백승엽이 내린 명령은 고은서와 민시후를 죽이거나 평생 장애를 남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은 첫 번째 충돌 후에도 다시 한번 더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해 왔던 것이다.고은서는 분노에 떨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백승엽이 요즘 승재 씨 위세에 눌려 조용히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나랑 시후 씨한테 손을 쓴 거야?”박지연은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곽 대표가 백승엽의 전 부하에게 들었는데 백승엽이 너랑 시후 씨가 백씨 가문 산업을 인수한 걸 극도로 미워하고 있었대.”“그리고 그때 백유미가 유산하고 자궁 제거 수술하면서 대출혈로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그 일도 모두 네 탓이라 그랬다. 그면서 원한이 쌓였나 봐.”아무 잘못이 없는 민시후가 단지 자신 때문에 백승엽과의 싸움에 끌어들여진 것 같아 고은서는 죄책감이 다시 밀려왔다.“내가 아니었으면 시후 씨도 기업 인수에 휘말리지 않았을 텐데, 나 때문에 시후 씨가 백유미와 백승엽의 일에도 나선 거야!”박지연이 위로하며 말했다.“은서야, 네 잘못 아니야. 백승엽이 미친 거지.”“그는 단순히 너희를 죽이려고 한 것도 모자라 범가온도 독살했잖아.”박지연이 이를 악물었다.“그래서 백유미도 그렇게 잔인한 거지, 제 아비한테서 그 악독함을 물려받은 거야.”“백승엽은 이미 모든 걸 계획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곽 대표가 사람을 보내서 그를 찾고 있고 경찰과 민씨 가문에서도 함께 그를 추적하고 있으니 그는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야.”갑작스러운 많은 얘기에 고은서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약 30분 후, 송민아가 병실로 돌아왔다.고은서가 창백한 얼굴로 송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시후 씨 가족분들 허락했어?”송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행히 아저씨는 자리에 없고 시현 오빠도 처음엔 반대했지만 시아 언니가 설득해서 허락했어.”고은서가 병문안을 허락한다는 말에 벌떡 일어났고 박지연은 혹시라도 그녀가 감정이 북받쳐 주체하지 못할까 봐 먼저 약을 챙겨주었다.약을

  • 어게인, 비긴   제859화

    민시후는 깨끗한 병원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의 상처도 잘 치료한 뒤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지만 그는 잠든 것처럼 보였다.고은서는 그가 그냥 장난으로 자는 척하는 것이길 바랐고 이제 그만 깨어나서 모든 게 그녀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하지만 반나절을 서 있었지만 민시후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후회와 자책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와 고은서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거의 쓰러질 것 같은 고은서의 모습을 보던 송민아는 의자 하나를 가져다주었다.고은서는 눈물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민시후의 손을 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정작 고요한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목이 메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자신 때문에 다친 민시후의 모습을 보면서 설사 그의 가족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고은서 자신은 앞으로 민시후를 전처럼 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누워있는 민시후에게 어떤 약속도 할 수 없었다.중환자실의 면회는 15분 정도였고 고은서는 곧 떠나야 했다.면회 시간이 곧 끝나가자 송민아가 부드럽게 재촉했다. 드디어 고은서는 쉰 목소리로 힘겹게 한마디 내뱉었다.“미안해. 모두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시후 씨가 이렇게...”“시후 씨 쓰러지면 안 돼. 어머님께 아버님 말씀을 잘 들을 거라고 약속했잖아, 약속을 어기면 안 돼...”고은서는 다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고 두 사람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송민아도 누워있는 민시후를 향해 말했다.“시후 오빠, 은서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만약 깨나지 못하고 이대로 계속 누워만 있다간 완전히 기회가 사라질 거야!”하지만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병상에 있는 민시후는 잠든 것처럼 조용히 누워있었다.고은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눈물은 민시후의 손등에 떨어졌다.간호사가 들어와 재촉하자 고은서와 송민아는 할 수 없이 병실을 떠났다.그 순간, 민시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병실 밖에서는 민시현이 여전히

  • 어게인, 비긴   제860화

    넋을 놓고 있는 고은서의 모습을 보자 박지연은 그녀는 부축하여 병상에 눕혔다.하지만 고은서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민시후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 없었다.식물인간, 이 네 글자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고은서의 마음을 눌러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은서는 차마 식물인간이 된 민시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지,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몰랐다.밝았던 하늘이 점차 어두움으로 빠지자 고은서는 그제야 서서히 잠이 들었다.깊은 밤, 고은서는 별안간 꿈에서 깨어났고 눈을 뜨니 병실에는 곽승재가 아닌 박지연과 육현석이 있었다.무슨 일이 있는 듯 두 사람의 얼굴은 모두 심각해 보였다.“지연아.”고은서가 낮은 목소리로 박지연을 불렀다. 박지연과 육현석 두 사람은 동시에 다가왔다.“깼어? 배고프지 않아? 물 가져다줄까?”박지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먼저 물이라도 마셔.”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육현석이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미안해. 요즘 일도 많았고 또 백승엽을 조사하느라 바빠서 병문안 올 시간이 없었어. 오늘에야 겨우 시간을 내서 왔어.”고은서는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백승엽은 어떻게 됐어요? 찾았나요?”그 말을 듣고, 육현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는 박지연과 시선을 마주친 뒤, 결국 입을 열었다.“찾기는 찾았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어. 백승엽이 죽었어.”“죽었다고요?”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현기증이 몰려와 머리를 움켜잡았다. “진정해, 너무 흥분하지 말고.”박지연이 급하게 말렸다.고은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승엽이 정말 죽었어요?”“그래.”“다리가 불편한 백승엽은 경호원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어. 그런데 그도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던 거야. 그래서 우리는 아마 그들 백승엽의 고향 집에 숨어

  • 어게인, 비긴   제861화

    앞쪽 병실에서 백유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육현석은 그 소리를 듣고 갑자기 얼굴이 굳어져서 황급히 달려갔다.“승재 형!”고은서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T 국의 그 폐창고에서도 백유미가 비슷한 비명을 지른 후 원지훈이 사고를 당했었다.고은서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혹시 백유미가 또 미친 척하고 승재 씨를 다치게 한 걸까?”“현석 씨도 너무 놀라서 착각한 거야. 백유미는 방금 수술을 마친 상태고 또 범가온한테 칼까지 맞았으니 지금은 곽 대표를 다치게 할 기운이 없을 거야.”박지연이 고은서의 생각을 알아채고 침착하게 말했다.“그리고 너도 몸이 아직 다 회복된 게 아니니까 천천히 가자.”고은서는 원래 달려갈 생각이 없었다. 곽승재의 실력으로 백유미가 그에게 상처를 입힐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령 곽승재가 다쳤다 해도 그녀가 달려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병실은 멀지 않았고 고은서와 박지연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병실 앞에 도착했다.병실 안의 곽승재는 정말로 멀쩡했다. 그의 큰 키와 체격은 병실을 꽉 채운 느낌이었다.“승재 형, 은서 씨도 왔어.”곽승재는 고개를 돌려 고은서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빠르게 병실을 나왔다.“은서야, 이렇게 늦었는데 왜 왔어?”고은서가 바로 말했다. “백승엽의 소식을 나도 들었어. 그래서 백유미를 만나러 온 거야.”곽승재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의사가 말하길 백유미는 이미 유산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제 아버지의 사망 소식까지 듣자 정신이 다시 이상해진 것처럼 보인다고 했어.”“연기하는 거겠죠.”박지연이 비웃으며 말했다. “사람도 눈 깜짝 안 하고 죽일 수 있는 백유미가 그런 일로 정신이 이상해진다고?”고은서도 박지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냉혹하고 악랄한 백유미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 정도에 진짜로 미쳐버릴 리가 없었다.고은서도 조용히 병실에 들어섰다.병실 안에는 백유미 외에도 두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지금의 백유미는 병원복을 입고 앉아

  • 어게인, 비긴   제862화

    곽승재는 더 이상 고은서를 설득하지 않았다. 백유미가 계속해서 몸부림치자 그는 경호원에게 손짓해 그녀를 침대 옆에 묶도록 지시했다.모두가 병실을 나가기 전, 박지연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은서야, 정말 괜찮겠어?”“걱정하지 마. 괜찮아.” 고은서는 병상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백유미를 보며 답했다.“이렇게 묶어놨으니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야.”“우리도 문 앞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를 불러.”박지연의 당부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사람들은 모두 나갔고 병실엔 고은서와 백유미만 남았다.고은서는 조용히 방문을 잠갔고 백유미는 여전히 겁에 질려서 고통스러운 듯 소리쳤다.“꺼져! 가까이 오지 마!”고은서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의자를 찾아 앉은 뒤 차분하게 방을 둘러봤다.벽은 하얗게 칠해져 있었고 방 안에는 간단한 철제 침대와 커피 테이블,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링거를 걸 수 있는 이동식 레일도 있었다.천천히 방을 살펴본 후, 고은서는 백유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백유미 씨, 이렇게 미친 척해서 정신병원에 갇히는 게 감옥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곽 대표는 이미 너의 정신 감정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았어. 그걸 제출하면 곧 전문가가 다시 정신 감정을 진행할 거야. 그때도 계속 미친 척할 수 있을까?”백유미는 고은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계속 몸부림치며 떨고 있었다.고은서는 냉정하게 말을 이어갔다.“여기엔 우리 둘뿐이야. 내 휴대폰은 박지연한테 있으니 녹음도 못 할 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서 미친 척할 필요 없어. 네가 정말로 미쳤는지 아닌지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고은서는 자신의 빈 호주머니를 꺼내 백유미에게 보여줬고 백유미는 여전히 울부짖었지만 목소리가 훨씬 작아졌다.“백유미 씨, 당신 정말 잔인하더군. 당신은 아버지를 설득해서 숙모를 살해하게 만들고 또 우리까지 없애려고 했어. 그리고 일을 망치자 발각될까 두려워 자기 아버지까지 죽여?

  • 어게인, 비긴   제863화

    백유미의 비명과 함께 고은서는 주저 없이 유리 조각을 그녀의 살에 찔러 넣었다!전생에서 고은서의 외할아버지는 백유미 때문에 죽임을 당했었다. 이번 생에서도 백유미가 저주를 퍼붓자 고은서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치솟아 올랐다.유리 조각의 날카로운 끝이 병원복을 뚫고 그녀의 피부에 박혀 붉은 피가 스며 나왔다.고은서가 왜 문을 잠갔는지 백유미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가 들어와서 막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고은서, 미쳤어?”백유미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마주하며 고은서가 싸늘하게 웃었다.“미친 사람은 너야, 정신병자가 자해하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 곽 대표도 날 위해 증인으로 나설 거야. 그 상처는 전부 네가 자해하면서 생긴 상처라는걸!”백유미는 고은서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의 곽승재는 그녀에게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고 설령 고은서가 그녀를 죽인다고 해도 곽승재는 고은서를 편들 것이다!가슴의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백유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녀의 몸은 이제 허약할 때로 허약해져 어떤 고문도 견딜 수 없었다.백유미는 더 이상 자존심을 세우지 않았고 겸손하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고은서에게 빌었다.고은서는 무표정하게 유리 조각을 뽑아냈다. 백유미는 고통에 입술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병원복에는 피가 배어 나왔다.하지만 고은서는 그 빨간 핏자국을 응시하며 그날 밤 민시후가 흘린 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고는 분명 백유미가 벌인 일이었으며 민시후의 처참한 상태를 떠올리다 그가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은서의 눈은 다시 분노로 물들었다.백유미가 유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은서는 그녀의 목숨을 뺏고 싶은 충동을 다시 느꼈다.“너 뭐 하려는 거야?”백유미는 고은서 눈에 비친 살의를 보고 등 뒤가 서늘해졌다.“아버지가 한 일이라 나랑 아무 상관 없다고! 난 그때 수술 중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백유미는

  • 어게인, 비긴   제864화

    그때, 박지연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송민아였다.전화를 받은 박지연은 금세 들뜬 표정을 하고 스피커폰을 켰다.“민아야, 진짜야? 다시 말해줘!”“진짜야, 시아 언니가 방금 말했어. 시후 오빠가 손가락도 움직였고 눈에도 반응이 있다고 의사가 확인했어. 이건 깨어날 징조래!”송민아의 목소리도 매우 흥분해 있었고 박지연이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서야, 들었어? 시후 씨 곧 깨어날 거래. 식물인간이 되지 않을 거라고!”순간, 고은서의 마음속에 눌려 있던 무언가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억지로 짜냈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백유미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고은서의 손이 바닥에 툭 떨어졌고 유리 조각도 땅에 떨어졌다.자신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자 백유미는 고은서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싸늘하게 말했다.“좋은 날들도 이제 끝이야. 이미 누군가가 너랑 너희 가문을 노리고 있다고.”정신이 번쩍 든 고은서가 다시 백유미의 멱살을 잡고 따지려는 순간, 강한 팔 힘이 그녀를 잡아당겼다.은은한 설송향과 함께 곽승재가 고은서를 품에 감싸안았다.“은서야.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 너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곽승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달랬다.고은서가 몸을 비틀며 저항하자 곽승재는 그녀의 등 뒤 상처를 피해 힘을 빼고 그녀를 풀어주었다.곽승재가 싸늘하게 백유미를 응시하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말한 거야?”백유미의 상처에서 여전히 피가 새어 났고 곽승재가 따지자 그녀는 겁에 질려 머리를 계속 흔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은서야, 저 여자 말 신경 쓰지 마. 우선 병원으로 돌아가자. 시후 씨가 곧 깨어날지도 몰라!”박지연이 급히 말했다.“그래. 시간도 늦었고, 내가 두 사람 병원에 데려다줄게.”육현석도 거들었다.고은서는 백유미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백유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알고 싶지 않았고 민시후의 상황이 더 걱정되어 박지연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을 나섰다.“승재

  • 어게인, 비긴   제865화

    “넌 나와 조건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을 텐데.”비록 곽승재와 더 이상 잘 될 가능성이 없었고 그가 자신에게 감정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백유미는 그의 그 말에 여전히 상처를 받았다.백유미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승재 씨, 내가 전에 뭘 했든 단 한 번도 당신을 다치게 한 적이 없어! 당신이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지만 나는 한 번도 당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고!”“난 지금 단지 묶인 손을 풀어주고 상처를 닦아줄 사람을 요구하는 것뿐이야. 내가 마지막 존엄을 지키며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백유미는 눈시울을 붉히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애원에 곽승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알고 있는 걸 모두 털어놓는 거야.”그 말에 백유미는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한참 웃고 나서 그녀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내가 아는 건 이미 다 말했어. 그런데 또 뭘 알고 싶다는 거야? 나는 계속 여기 갇혀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데, 승재 씨는 자꾸 내가 뭘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그것만 말해줄 수 있어. 승재 씨는 절대로 고은서와 잘 될 수 없을 거야.”백유미는 악담을 퍼붓듯 말했다.“고은서는 재앙 그 자체야. 그 여자와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불행해져. 민시후가 바로 그 증거야.”“승재 씨가 그 여자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음 불행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백유미는 다시 미친 듯이 웃었다.“그러고 보니 승재 씨도 당연히 불행해져야 해. 당신은 범가온 그 여자가 나를 고문하게 방치하고 나에게 아이 낳을 걸 강요했는데도 모른 척했어.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할 수 없이 그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그리고 고은서와 민시후, 그 두 사람은 서로 짜고 나를 함정에 빠뜨렸고, 우리 가문을 파산하게 만들었어. 그러니 우리 아빠가 그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 것도 전혀 잘못된 게 아니지! 하하하!”그 모습을 본 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문 옆의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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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084화

    “네 엄마는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송씨 집안 사람과 안면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고준석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은서야, 왜 갑자기 송씨 집안 사람을 아는지 묻는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아직 모든 게 오리무중이라 고은서는 외할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제가 그 집안 따님이랑 친한 친구이고 아드님과도 아는 사이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 혹시 어른끼리 아는 사이가 아닌지 여쭤본 거예요.”“집안 어른까지 알아보면서 결혼 생각이 없다고?”단은숙이 다시 흥분했다.“은서야, 솔직히 말해봐. 그 송민준이라는 청년이 너를 좋아하지? 너를 쫓아다니지?”고은서는 황당해하며 부인했다.“아니에요. 절대 그럴 일이 없어요. 저와 송민준은 그냥 친구예요. 그리고 제가 만약 결혼할 마음이 생기면 반드시 숙모께 첫 번째로 말씀드릴게요.”“여보, 자꾸 결혼 얘기로 애를 못살게 굴지 마. 우리 은서는 능력도 뛰어난데 시집가지 않아도 괜찮아.”고국성이 뜻밖에 그녀 편을 들어주었다. 영악하고 연줄을 대기 좋아하는 삼촌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더 놀라운 것은, 숙모가 화내거나 반박하지 않고 그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것이다.“당장 결혼하라고 닦달한 것도 아니잖아요. 곽승재와 비슷한 조건의 남자가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죠...”“괜찮아요. 숙모도 저를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죠.”고은서는 적당히 무마한 후 넉살스럽게 단은숙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숙모, 제가 최근에 G브랜드 핸드백을 샀는데 디자인이 예뻐요. 한번 보실래요? 마음에 드시면 드릴게요.”이렇게 좋은 일을 마다할 리 없는 단은숙은 급히 일어섰다.“아이고, 은서가 숙모 생각도 해주고! 은혜 그 계집애보다 백배 낫네.”“엄마, 다 들려!”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고은혜가 기분 상한 듯 소리쳤다.“들리든 말든. 내가 틀린 말 했나?”단은숙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은서와 함께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고은서는 차에서 포장

  • 어게인, 비긴   제1083화

    고준석과 고국성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해성의 곽씨 일가, 북성의 송씨 가문, 민씨 가문은 모두 명문가였다.“당연히 알지.”남편과 시아버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단은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송씨 집안의 가주가 훈훈한 외모를 가진, 유명한 독신남이라는 것도 알아.”“은서야, 송씨 가문은 왜 물어?”단은숙이 갑자기 소리 질렀다.“너 설마 송씨 가문에 시집가려고?”“맞네! 송씨 가문이 해성에 지사를 세웠다더니 너와 사업 거래가 있었구나.”단은숙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 집안 아드님이 우리 은서 얼굴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게 틀림없어.”“...”그녀가 한 마디 물었을 뿐인데, 숙모는 기관총 쏘듯 수십 마디를 내뱉었다. ‘첫눈에 반했다’, ‘결혼한다’, 이런 말까지 나오니 고은서는 어느 것부터 반박해야 할지 난감했다.“바쁜 애가 언제 연애할 시간이 있겠어? 넘겨짚지 말고 은서 말을 들어보자꾸나.”단은숙은 화내지 않고 고은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정확한 소식을 기다렸다.명문가와의 혼인, 이에 대한 숙모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 고은서는 알고 있었다.“숙모,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어떻게 아무 남자나 저를 좋아하고 저와 결혼하려고 하겠어요? 저는 그저 우리가 과거에 송씨 가문과 무슨 거래가 없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이 말을 듣고 순식간에 흥미를 잃은 단은숙은 모른다고 했다.고준석과 고국성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고씨 가문은 줄곧 북성에 있었던 송씨 가문과 거래할 기회가 없었다.“사업 거래도 없었어요? 송씨 가문에서 향료와 관련된 사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고은서는 꼬치꼬치 캐물었다.“아니면 두 분이 사업차 북성에 갔다가 송씨 가문 사람과 마주친 적도 없으세요?”고국성이 입을 열었다.“송씨 가문은 줄곧 부동산 사업을 해왔고 송민준이 개척한 새로운 사업도 향료와는 무관한데, 우리와 무슨 사업 거래가 있었겠어?”고준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예상했던 결과였다.‘하지만 두 가문이 아예 모르는 사이

  • 어게인, 비긴   제1082화

    건전복 상자를 들고 주방에서 나오던 단은숙이 고은서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은서 왔어?”그녀가 고국성의 일을 도와준 뒤로 단은숙은 그녀를 훨씬 살갑게 대했다. 얼마나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를 존중하고 예의를 차리기 시작했다.단은숙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은서야, 거기 서서 뭐 해? 얼른 외할아버지 곁으로 와.”고준석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고은서는 미소 띤 얼굴로 모두에게 인사하면서 고준석 곁으로 갔다.아내의 부름을 받은 고국성은 식재료를 손질하러 주방에 갔고, 고은서는 외할아버지 곁에 앉았다.“은서야, 너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요즘 밥은 잘 챙겨 먹니?”외할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일이 바빠도 쉴 때는 제대로 쉬어야지.”“할아버지 너무 해요.”고은혜가 입을 삐죽거리며 끼어들었다.“저한테는 살이 찐 게 아니냐고 하시더니 언니한테는 살이 빠졌다고 하시고. 언니만 일이 바쁜 게 아니라 저도 바쁘거든요.”고준석이 자애롭게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일이 바쁜지는 모르겠지만, 군턱이 진 것을 보니 끼니는 굶지 않은 것 같구나.”“할아버지, 저 군턱이 지지 않았어요.”오기가 생긴 고은혜는 증명해 보이려고 목을 쭉 빼 들었다.“보세요. 전혀 안... 콜록!”목을 너무 세게 빼든 탓에 말이 끝나기 전에 사레가 들렸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연거푸 기침했다. 유성준이 어이없는 듯한 표정으로 물과 휴지를 건넸다.“회사에서 센 척하더니 집에서도 이러네.”“콜록콜록! 제가 언제 센 척했다고 그래요?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콜록!”고은혜는 기침하면서도 발끈했다.이 정겨운 모습을 보고, 고은서는 문득 유성준과 고은혜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은 부드럽고 세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덜렁대는 성격이다.다만 숙모 단은숙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고은혜가 명문가에 시집가 상류층에 진입하기를 바라는 그녀였다.유성준도 집안이나 능력이 빠지지 않았지만,

  • 어게인, 비긴   제1081화

    고은서가 이미 생각을 정했다는 것을 확인한 곽승재는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고 단지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할 말을 다 한 고은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늦었는데 일찍 들어가 쉬어.”곽승재는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억지로 머물 핑계를 찾지 않고 소파에서 일어났다.때마침 영상전화가 걸려 오자, 고은서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영상전화를 받았다.문 쪽으로 걸어가던 곽승재가 무심결에 돌아보니, 그녀는 어느새 소파에 벌러덩 누워 한쪽 발을 다른쪽 무릎에 올리고 흔들거리고 있었다. 진지하고 엄숙했던 조금 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이었다.곽승재는 이혼하기 전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한번은 그가 외할아버지 댁에 같이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은서가 삐진 적이 있었다. 그녀가 며칠째 외할아버지 댁에 머물며 집에 돌아오지 않자, 이 일을 알게 된 할머니가 그를 고씨 가문으로 보냈다.그때의 고은서도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편안한 실내복 차림으로 소파에 엎드려 두 발을 흔들거리며 아이패드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맨발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곽승재는 그 순간 모든 불쾌감이 사라졌다. 원래 불만 가득했던 그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고은서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도우미가 말을 걸어서야 정신을 차렸다.다시 모습을 드러낸 고은서는 흠 잡을 데 없이 단정한 차림에 화장도 완벽하게 끝낸 상태였다.그와 함께 마구 뛰던 곽승재의 심장도 평온을 찾았다. 고은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서 잠깐 넋을 잃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이 실은 설렘의 순간이었다는 것을 끝내 깨닫지 못했다...고은서와 이야기하던 중, 고은혜가 문 쪽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언니, 저기 혹시... 형부?”고은서가 몸을 뒤로 젖힌 채, 고개를 돌려보니 곽승재는 여전히 문어귀에 서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잘생긴 얼굴에서 고통스러운 기색이 언뜻 보였다.‘갑자기 왜 저런 표정이지?’고은서가 자세히 보려고 일어났을 때는 그가

  • 어게인, 비긴   제1080화

    “당시 시은이가 부상당한 쿠아를 쫓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일에 대한 기억이 전부 시은이가 쿠아를 구해 준 그 따뜻한 장면으로만 남아있어. 시은이가 왜 거기에 있었을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고은서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곽승재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고은서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두려워하지 마, 자책하지도 마.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 거야.”곽승재가 부드럽게 위로했다. “내가 민기 씨에게 송민준과 시은 씨사이의 관계를 조사해 보라고 시켰어.”고은서는 살며시 손을 빼냈다. “그럼 부탁할게.”곽승재는 살짝 실망한 표정을 애써 숨기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시은이가 당신과 결혼을 하려 하기에 날 싫어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 하지만 송민준은 왜 나를 미워할까?” 고은서가 의문을 제기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민시후와 가까웠다고 해도 고씨 가문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유미 씨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귀국한 것은 곽 회장님의 뜻뿐만 아니라 이 C 선생의 지시도 있었다고 했다. 그 시절 자신은 민시후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었다.‘고씨 가문이 송민준에게 크게 잘못한 거라도 있나?’고은서는 머리가 터질 정도로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곽승재도 이 일의 전후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우리의 추측일 뿐이야. 증거 없이는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니 서두르지 마.”고은서는 급할 수밖에 없었다. 뒤에 숨은 검은 손을 잡아내지 못하면 그녀와 고씨 가문은 영원히 불안에 떨어야 했다.전생의 비극적 결말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범인을 색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곽승재는 고은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MQ에 관련된 일은 내가 사람을 시켜 주의 깊게 보고 있어. 무슨 움직임이 생기면 바로 나에게 보고할 거야.”고은서는 곽승재가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곽승재를 바라보았다.거실의 하얀 색 조명 아래서 그의 각진

  • 어게인, 비긴   제1079화

    곽승재의 물음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갔어. 우연히 마주치기까지 했지.”여시은이 그들이 있는 곳을 알고 일부러 찾아왔을 것이라는 의심이 확 들었다.곽승재는 여시은이 WOR 게임 회사에 협력 제의를 했으나 주 개발자에게 거절당했다고 알려주었다.여시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유혹을 던지는 걸 보면, 고은서가 이 일을 알게 만들어 화나게 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했다.고은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은서야, 무슨 얘기 하려고 했어?” 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는 일단 여시은의 이 문제를 접어두고, 오늘 송민준의 사무실에서 그의 컴퓨터에 있는 농장 영상을 발견한 일을 설명했다.곽승재는 표정이 복잡해지며 말했다.“송민준이 그렇게 방심할 사람이야? 아니면... 당신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야?”스스로 질문한 자격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는 씁쓸하게 물어왔다.고은서는 곽승재의 말뜻을 알면서도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송민아가 비밀번호를 알아낸 과정을 설명했다.그녀와 송민준의 관계가 생각처럼 그리 가깝지 않음을 확인한 곽승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송민준이 어떤 반응을 보였어?”고은서는 들은 대로 전했다.“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고은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잘 모르겠어. 만약 그 이유가 아니라면, 송민준이 왜 농장 사건을 조사했을까?”송민준이 C 선생이라 해도 농장과는 무관한 일, 조사 동기가 불분명했다.곽승재는 입술을 깨물며 분석을 이어갔다. “우리가 농장 사건을 파헤친 건 시은 씨가 너를 모함해 여 대표님마저 널 의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잖아.”“내 사람들이 샅샅이 조사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어. 전에도 말했지만, 시은 씨가 미리 손쓴 거 같아.”“만약 송민준이 너를 위해 조사한 게 아니라... 이미 그 영상을 확보한 상태였다면?”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고은서가 뭔가 깨달은 듯 소리쳤다. “설마 민준 오빠가 시은이 혐의를 숨겨준 장본인이라는 뜻이야?”곽승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

  • 어게인, 비긴   제1078화

    고은서는 송민준의 반듯한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민준 오빠가 정말 뒤에서 나를 죽이려는 사람일까?’통화를 마친 송민아가 들어오면서 둘의 대화는 자연스레 끊겼다. 송민아가 애교 부리며 조른 끝에 송민준의 손에서 의향서를 가질 수 있었다.점심이 거의 끝날 무렵, 고은서가 먼저 계산을 했다.송민준이 한 끼 식사값 정도 낸다고 문제 될 건 없겠지만, 의향서까지 받은 마당에 식사까지 대접받는 건 좀 민망했다.송민준은 고은서가 계산을 한 걸 알고도 기분 상해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게 받아쳤다. “은서야, 그럼 다음번엔 내가 살 기회를 줘.”...의향서는 손에 넣었다지만 그래도 처리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고은서가 일을 마치고 라이트 문 아파트에 돌아온 건 밤 10시가 다 되어서었다.쑤신 팔을 주무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고은서가 집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검은 쓰레기봉투를 든 곽승재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진한 색 셔츠를 입은 곽승재의 옷자락은 허리에 대충 걸쳐져 있었는데 정장 바지와 긴 다리, 쭉 뻗은 체격에서 귀공자의 기품이 풍겨왔다.하지만 그에 비해 낯색은 별로였다. 살짝 찌푸린 미간과 손에 꽉 움켜쥔 검은 쓰레기봉투가 불조화를 이루었다.고은서의 시선을 느낀 곽승재가 고개를 들었다.이 시간에 마주칠 줄 몰랐던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척 지나가기가 더 어색하다고 느낀 고은서가 말을 건넸다.“쓰레기 버리러?”곽승재는 슬그머니 검은 봉투를 뒤로 숨기며 대답했다.“청소 아주머니가 교체하는 걸 깜빡해서 직접 내다 버리려고.”순간 송민준에게서 받은 영상이 생각난 고은서가 물었다.“지금 별일 없지? 너랑 할 이야기가 좀 있어.”말을 마친 고은서가 곽승재 방으로 가려 하자 곽승재가 막아서며 말했다.“너한테로 가자. 내 방이 좀 지저분해서 그래.”청소 아주머니가 다녀갔다면서 방이 지저분하다는 말에 고은서는 의문스러웠지만 더 묻지 않았다.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재빨리 쓰레기 버리러 계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

  • 어게인, 비긴   제1077화

    송민아의 말투에 묻어난 야유를 고은서가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송민아는 송민준이 고은서에 대한 호감 때문에 몰래 조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은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여겼다. 송민준과는 특별한 접점이 없을뿐더러 호감이라 하기엔 애매했다. 게다가 송민준은 묵묵히 베푸는 스타일도 아니었다.‘그렇다면 왜 농장 사건을 조사한 걸까?’“그날 은서가 당한 사고가 항상 마음에 걸렸었어.”송민준이 송민아의 질문에 답했다.“그날 내가 늦지 않고 계속 함께 있었다면 은서가 물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거야. 게다가 여 대표가 은서가 시은 씨를 밀었다고 의심했다는 말에 내가 더 미안해서...”송민준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다만 몇 분이라도 빨리 도착했더라면,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봤을 텐데 말이야.”이 설명에도 송민아는 만족스럽지 못한 뉘앙스를 풍겼다.“단지 죄책감 때문이야?”고은서는 송민아가 더 엉뚱한 소리를 해댈까 봐 서둘러 말을 끊었다.“민준 오빠, 그날 일은 어떤 각도로 봐도 오빠 잘못이 아니야. 전혀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어쨌든 진상을 밝혀줘서 고마워. 이 영상 나한테 보내주실 수 있어?”고은서가 조심스레 물었다.“물론이지. 원래도 너 주려고 했었어.”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이걸 바로 여 대표님께 보여줄 거야?”송민아가 물었다.송민준의 의도가 불분명한 시점에 고은서는 완전히 경계심을 풀 수가 없었다.“아마 재훈 씨는 최근 시은이 회사 설립으로 바쁘실 거야. 이 관건적인 시기에 드리면 내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아무래도 개업 축하 파티가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분명 시은 씨가 널 물에 빠뜨리고, 여 대표님의 오해까지 받았는데 넌 뭐 하러 그 사람들을 배려해!”송민아가 화내며 말했다.“내가 봤을 땐 그냥 영상을 보여주고 너를 오해했다는 걸 인지시켜야 해! 오빠, 어떻게 생각해?”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은서도 자기 생각이 있을 거야. 은서의 판단

  • 어게인, 비긴   제1076화

    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송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민아와 고은서는 깜짝 놀라며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송민준이 사무실 문 앞에 서서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고은서는 순간 어색함이 밀려왔다. 남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함부로 만진 데다 지어는 내용까지 훔쳐보다가 주인에게 딱 걸렸으니 말이다.얼굴이 확 붉어진 고은서가 입을 열려는 순간, 송민아가 먼저 물었다.“오빠, 오빠 컴퓨터에 왜 지난번 은서와 여시은 씨가 물에 빠진 영상이 있는 거야?”송민준에게 사과하려는 고은서의 말을 끊은 채 송민아는 재차 추궁했다.“누구한테서 받은 거야? 왜 나한테는 말도 안 해줬어?”고은서 역시 궁금했기에 민망함을 뒤로 한 채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송민준은 차분히 걸어와 영상을 끈 뒤 담담히 물었다.“민아야, 누가 내 컴퓨터를 함부로 만져도 된다고 허락했어?”송민아도 민망하긴 마찬가지였던지라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그냥 비밀번호가 맞나 확인해보려다가... 미안해. 이 일은 나중에 사과할게. 우선 이 영상 어디서 난 건지부터 말해봐.”송민준은 고은서를 보며 입을 열었다.“은서야, 지난번 곽 대표가 농장 사고를 수사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어. 마침 그날 농장에 있던 관광객이 풍경 촬영 중 우연히 사고 장면을 찍어두었더라고.”송민준은 그 관광객이 급한 일로 고향에 내려갔다가 최근에서야 해성시로 돌아와 그날의 사고 수사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설명했다.“그럼 왜 나한테는 안 알려줬어?”송민아가 불만스럽게 묻자, 송민준은 오늘 아침에야 받은 결과라고 답했다.“안 그래도 은서에게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너희가 먼저 발견해 버렸네.”이 말을 들은 고은서는 이내 사과했다.“정말 미안해. 민준 오빠....”“비밀번호 푼 것도, 영상 연 것도 나야. 뭐라 할 거면 나한테 해.”송민아가 의리 있게 나서자, 송민준은 의자에 앉아있는 여동생을 흘깃 보며 받아쳤다.“요즘 부모님께 칭찬만 듣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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