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아는 고은서가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막 입을 열려던 찰나 민시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서 씨, 미안해요. 시후가 깨어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에요. 의사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미처 시후한테 모든 걸 설명하지 못했어요.”고은서는 충격에서 벗어나 침착함을 되찾았다.그녀도 처음 깨어났을 때 뇌진탕 때문에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었다.민시후도 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컸다.“괜찮습니다.”고은서는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제가 신중하지 못했네요. 이럴 때 방해해서 죄송해요. 민시후, 푹 쉬어. 우린 먼저 가볼게.”고은서의 말이 끝나자 민시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잠깐, 왜 우리 두 사람이 같이 있다가 사고가 일어난 건지 아직 설명 안 했잖아.”사고라는 말에 고은서는 본능적으로 움찔했고 사고 당시의 장면이 떠올라 숨이 막혀왔다.“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고은서의 말을 들은 민시후의 눈가에 의심이 스쳤다.“설마 너랑 곽승재가 짜고 치는 연극은 아니지?”고은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역시 민시후다운 생각 방식이었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의 의도를 몇 번이나 의심했던 그였다.‘정말 나를 기억하지 못하나 보네.’고은서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실망, 허탈함과 깊은 죄책감이 그녀를 뒤덮었다.민시후가 이렇게 된 건 모두 본인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코끝이 시큰해진 고은서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먼저 쉬어. 나중에 다시 올게.”그렇게 말하고는 고은서는 송민아와 함께 병실을 나왔다.병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던 고은서는 옆에 있던 의자에 힘없이 앉아버렸다.“은서야, 괜찮아?”송민아가 걱정스럽게 묻자 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시후 상태 알고 있었어?”송민아는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솔직히 답했다.“시아 언니가 어제 민시후가 기억을 잃었다고 알려줬어. 병원에 와 보라고 해서 와서 확인했더니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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