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재는 더 이상 고은서를 설득하지 않았다. 백유미가 계속해서 몸부림치자 그는 경호원에게 손짓해 그녀를 침대 옆에 묶도록 지시했다.모두가 병실을 나가기 전, 박지연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은서야, 정말 괜찮겠어?”“걱정하지 마. 괜찮아.” 고은서는 병상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백유미를 보며 답했다.“이렇게 묶어놨으니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야.”“우리도 문 앞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를 불러.”박지연의 당부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사람들은 모두 나갔고 병실엔 고은서와 백유미만 남았다.고은서는 조용히 방문을 잠갔고 백유미는 여전히 겁에 질려서 고통스러운 듯 소리쳤다.“꺼져! 가까이 오지 마!”고은서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의자를 찾아 앉은 뒤 차분하게 방을 둘러봤다.벽은 하얗게 칠해져 있었고 방 안에는 간단한 철제 침대와 커피 테이블,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링거를 걸 수 있는 이동식 레일도 있었다.천천히 방을 살펴본 후, 고은서는 백유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백유미 씨, 이렇게 미친 척해서 정신병원에 갇히는 게 감옥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곽 대표는 이미 너의 정신 감정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았어. 그걸 제출하면 곧 전문가가 다시 정신 감정을 진행할 거야. 그때도 계속 미친 척할 수 있을까?”백유미는 고은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계속 몸부림치며 떨고 있었다.고은서는 냉정하게 말을 이어갔다.“여기엔 우리 둘뿐이야. 내 휴대폰은 박지연한테 있으니 녹음도 못 할 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서 미친 척할 필요 없어. 네가 정말로 미쳤는지 아닌지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고은서는 자신의 빈 호주머니를 꺼내 백유미에게 보여줬고 백유미는 여전히 울부짖었지만 목소리가 훨씬 작아졌다.“백유미 씨, 당신 정말 잔인하더군. 당신은 아버지를 설득해서 숙모를 살해하게 만들고 또 우리까지 없애려고 했어. 그리고 일을 망치자 발각될까 두려워 자기 아버지까지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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