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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932 챕터

제861화

앞쪽 병실에서 백유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육현석은 그 소리를 듣고 갑자기 얼굴이 굳어져서 황급히 달려갔다.“승재 형!”고은서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T 국의 그 폐창고에서도 백유미가 비슷한 비명을 지른 후 원지훈이 사고를 당했었다.고은서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혹시 백유미가 또 미친 척하고 승재 씨를 다치게 한 걸까?”“현석 씨도 너무 놀라서 착각한 거야. 백유미는 방금 수술을 마친 상태고 또 범가온한테 칼까지 맞았으니 지금은 곽 대표를 다치게 할 기운이 없을 거야.”박지연이 고은서의 생각을 알아채고 침착하게 말했다.“그리고 너도 몸이 아직 다 회복된 게 아니니까 천천히 가자.”고은서는 원래 달려갈 생각이 없었다. 곽승재의 실력으로 백유미가 그에게 상처를 입힐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령 곽승재가 다쳤다 해도 그녀가 달려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병실은 멀지 않았고 고은서와 박지연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병실 앞에 도착했다.병실 안의 곽승재는 정말로 멀쩡했다. 그의 큰 키와 체격은 병실을 꽉 채운 느낌이었다.“승재 형, 은서 씨도 왔어.”곽승재는 고개를 돌려 고은서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빠르게 병실을 나왔다.“은서야, 이렇게 늦었는데 왜 왔어?”고은서가 바로 말했다. “백승엽의 소식을 나도 들었어. 그래서 백유미를 만나러 온 거야.”곽승재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의사가 말하길 백유미는 이미 유산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제 아버지의 사망 소식까지 듣자 정신이 다시 이상해진 것처럼 보인다고 했어.”“연기하는 거겠죠.”박지연이 비웃으며 말했다. “사람도 눈 깜짝 안 하고 죽일 수 있는 백유미가 그런 일로 정신이 이상해진다고?”고은서도 박지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냉혹하고 악랄한 백유미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 정도에 진짜로 미쳐버릴 리가 없었다.고은서도 조용히 병실에 들어섰다.병실 안에는 백유미 외에도 두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지금의 백유미는 병원복을 입고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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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곽승재는 더 이상 고은서를 설득하지 않았다. 백유미가 계속해서 몸부림치자 그는 경호원에게 손짓해 그녀를 침대 옆에 묶도록 지시했다.모두가 병실을 나가기 전, 박지연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은서야, 정말 괜찮겠어?”“걱정하지 마. 괜찮아.” 고은서는 병상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백유미를 보며 답했다.“이렇게 묶어놨으니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야.”“우리도 문 앞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를 불러.”박지연의 당부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사람들은 모두 나갔고 병실엔 고은서와 백유미만 남았다.고은서는 조용히 방문을 잠갔고 백유미는 여전히 겁에 질려서 고통스러운 듯 소리쳤다.“꺼져! 가까이 오지 마!”고은서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의자를 찾아 앉은 뒤 차분하게 방을 둘러봤다.벽은 하얗게 칠해져 있었고 방 안에는 간단한 철제 침대와 커피 테이블,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링거를 걸 수 있는 이동식 레일도 있었다.천천히 방을 살펴본 후, 고은서는 백유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백유미 씨, 이렇게 미친 척해서 정신병원에 갇히는 게 감옥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곽 대표는 이미 너의 정신 감정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았어. 그걸 제출하면 곧 전문가가 다시 정신 감정을 진행할 거야. 그때도 계속 미친 척할 수 있을까?”백유미는 고은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계속 몸부림치며 떨고 있었다.고은서는 냉정하게 말을 이어갔다.“여기엔 우리 둘뿐이야. 내 휴대폰은 박지연한테 있으니 녹음도 못 할 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서 미친 척할 필요 없어. 네가 정말로 미쳤는지 아닌지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고은서는 자신의 빈 호주머니를 꺼내 백유미에게 보여줬고 백유미는 여전히 울부짖었지만 목소리가 훨씬 작아졌다.“백유미 씨, 당신 정말 잔인하더군. 당신은 아버지를 설득해서 숙모를 살해하게 만들고 또 우리까지 없애려고 했어. 그리고 일을 망치자 발각될까 두려워 자기 아버지까지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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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백유미의 비명과 함께 고은서는 주저 없이 유리 조각을 그녀의 살에 찔러 넣었다!전생에서 고은서의 외할아버지는 백유미 때문에 죽임을 당했었다. 이번 생에서도 백유미가 저주를 퍼붓자 고은서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치솟아 올랐다.유리 조각의 날카로운 끝이 병원복을 뚫고 그녀의 피부에 박혀 붉은 피가 스며 나왔다.고은서가 왜 문을 잠갔는지 백유미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가 들어와서 막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고은서, 미쳤어?”백유미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마주하며 고은서가 싸늘하게 웃었다.“미친 사람은 너야, 정신병자가 자해하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 곽 대표도 날 위해 증인으로 나설 거야. 그 상처는 전부 네가 자해하면서 생긴 상처라는걸!”백유미는 고은서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의 곽승재는 그녀에게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고 설령 고은서가 그녀를 죽인다고 해도 곽승재는 고은서를 편들 것이다!가슴의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백유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녀의 몸은 이제 허약할 때로 허약해져 어떤 고문도 견딜 수 없었다.백유미는 더 이상 자존심을 세우지 않았고 겸손하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고은서에게 빌었다.고은서는 무표정하게 유리 조각을 뽑아냈다. 백유미는 고통에 입술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병원복에는 피가 배어 나왔다.하지만 고은서는 그 빨간 핏자국을 응시하며 그날 밤 민시후가 흘린 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고는 분명 백유미가 벌인 일이었으며 민시후의 처참한 상태를 떠올리다 그가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은서의 눈은 다시 분노로 물들었다.백유미가 유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은서는 그녀의 목숨을 뺏고 싶은 충동을 다시 느꼈다.“너 뭐 하려는 거야?”백유미는 고은서 눈에 비친 살의를 보고 등 뒤가 서늘해졌다.“아버지가 한 일이라 나랑 아무 상관 없다고! 난 그때 수술 중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백유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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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그때, 박지연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송민아였다.전화를 받은 박지연은 금세 들뜬 표정을 하고 스피커폰을 켰다.“민아야, 진짜야? 다시 말해줘!”“진짜야, 시아 언니가 방금 말했어. 시후 오빠가 손가락도 움직였고 눈에도 반응이 있다고 의사가 확인했어. 이건 깨어날 징조래!”송민아의 목소리도 매우 흥분해 있었고 박지연이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서야, 들었어? 시후 씨 곧 깨어날 거래. 식물인간이 되지 않을 거라고!”순간, 고은서의 마음속에 눌려 있던 무언가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억지로 짜냈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백유미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고은서의 손이 바닥에 툭 떨어졌고 유리 조각도 땅에 떨어졌다.자신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자 백유미는 고은서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싸늘하게 말했다.“좋은 날들도 이제 끝이야. 이미 누군가가 너랑 너희 가문을 노리고 있다고.”정신이 번쩍 든 고은서가 다시 백유미의 멱살을 잡고 따지려는 순간, 강한 팔 힘이 그녀를 잡아당겼다.은은한 설송향과 함께 곽승재가 고은서를 품에 감싸안았다.“은서야.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 너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곽승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달랬다.고은서가 몸을 비틀며 저항하자 곽승재는 그녀의 등 뒤 상처를 피해 힘을 빼고 그녀를 풀어주었다.곽승재가 싸늘하게 백유미를 응시하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말한 거야?”백유미의 상처에서 여전히 피가 새어 났고 곽승재가 따지자 그녀는 겁에 질려 머리를 계속 흔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은서야, 저 여자 말 신경 쓰지 마. 우선 병원으로 돌아가자. 시후 씨가 곧 깨어날지도 몰라!”박지연이 급히 말했다.“그래. 시간도 늦었고, 내가 두 사람 병원에 데려다줄게.”육현석도 거들었다.고은서는 백유미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백유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알고 싶지 않았고 민시후의 상황이 더 걱정되어 박지연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을 나섰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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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넌 나와 조건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을 텐데.”비록 곽승재와 더 이상 잘 될 가능성이 없었고 그가 자신에게 감정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백유미는 그의 그 말에 여전히 상처를 받았다.백유미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승재 씨, 내가 전에 뭘 했든 단 한 번도 당신을 다치게 한 적이 없어! 당신이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지만 나는 한 번도 당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고!”“난 지금 단지 묶인 손을 풀어주고 상처를 닦아줄 사람을 요구하는 것뿐이야. 내가 마지막 존엄을 지키며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백유미는 눈시울을 붉히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애원에 곽승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알고 있는 걸 모두 털어놓는 거야.”그 말에 백유미는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한참 웃고 나서 그녀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내가 아는 건 이미 다 말했어. 그런데 또 뭘 알고 싶다는 거야? 나는 계속 여기 갇혀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데, 승재 씨는 자꾸 내가 뭘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그것만 말해줄 수 있어. 승재 씨는 절대로 고은서와 잘 될 수 없을 거야.”백유미는 악담을 퍼붓듯 말했다.“고은서는 재앙 그 자체야. 그 여자와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불행해져. 민시후가 바로 그 증거야.”“승재 씨가 그 여자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음 불행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백유미는 다시 미친 듯이 웃었다.“그러고 보니 승재 씨도 당연히 불행해져야 해. 당신은 범가온 그 여자가 나를 고문하게 방치하고 나에게 아이 낳을 걸 강요했는데도 모른 척했어.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할 수 없이 그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그리고 고은서와 민시후, 그 두 사람은 서로 짜고 나를 함정에 빠뜨렸고, 우리 가문을 파산하게 만들었어. 그러니 우리 아빠가 그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 것도 전혀 잘못된 게 아니지! 하하하!”그 모습을 본 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문 옆의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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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관련된 세부 사항을 조율한 후 고은서는 외할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위험했던 일은 고준석이 걱정할 것 같아 차마 말씀드릴 수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에 외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전화를 한참 걸었지만 고준석은 받지 않았다.고은서는 급히 오춘식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를 통해 오늘 단은숙이 집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을 보고 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다 지금 서재에서 이야기 나누고 계셔.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고은서는 순간 어제 백유미의 조롱 섞인 한마디가 떠올랐다.“이미 너랑 너희 집안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백유미가 단순히 도발하려고 한 말일까 아니면 정말 우리 집안을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걸까?’불안해진 고은서는 유성준에게 연락해 MQ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물었다.유성준은 아무 일도 없다고 했고 오히려 MQ의 맞춤 제작 사업이 최근 좋은 성과를 내면서 바빠졌다고 덧붙였다.“은서야,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유성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고은서와 민시후의 교통사고 소식은 곽승재와 민씨 가문 사람들이 철저히 차단했기에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당연히 유성준도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고은서는 적당한 핑계를 둘러댄 뒤 바로 고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고은혜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나도 요즘 인턴 생활에 바빠. 우리 엄마 원래 별일도 아닌 걸로 할아버지한테 난리 치잖아.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어.”30분 후 마침내 고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고준석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고은서는 단은숙이 찾아온 이유를 알았다.단은숙은 고국성이 한 여성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했고 그 문제로 고준석에게 찾아와 심경을 토로한 것이었다.단은숙이 비록 명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외모가 뛰어났고 고국성과 결혼한 이후로 고국성도 그녀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갑자기 삼촌한테 이런 스캔들이 터질 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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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이 시간은 원래 의사가 회진을 도는 시간이 아니었다.박지연도 병원 간호 스테이션에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러 전화를 받으러 나간 상태였다.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일부러 노크할 사람은 아니었다.‘누구지?’고은서는 고준석에게 끊겠다고 말한 뒤 문 쪽을 향해 물었다.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는 민시아라고 합니다. 은서 씨, 들어가도 괜찮을까요?”‘민시후의 누나? 민시후와 관련된 일로 찾아온 것이겠지.’고은서는 민씨 가문 사람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고은서는 바로 답했다.“들어오세요.”민시아가 병실 문을 열었다.고은서는 민시후에게서 그의 큰누나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한때 짧은 결혼 생활을 했지만 이혼한 후로는 가문을 도와 북성 사업을 관리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전형적인 여성 사업가였다.오늘의 민시아는 어제보다 한결 나아 보였다.그녀는 검은색 캐주얼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어 세련미를 풍기면서도 여성스럽고 지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있었다.“앉으세요.”고은서가 정중하게 권하며 말했다.“탁자 위의 물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편히 드세요.”“괜찮습니다.”민시아는 응접용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은서 씨,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물을 겨를이 없었는데 몸은 어떠세요?”고은서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뒷머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을 뿐 큰 문제는 없다고 정중하게 답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민시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말로는 시후도 곧 깨어날 거라고 하더군요.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어요.”민시후의 이름을 듣자 고은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시후가 그렇게 다쳤어요.”민시아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은서 씨 탓이 아니에요. 누구도 이런 사고를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시후가 스스로 은서 씨를 지키려 했다는 건 그만큼 은서 씨가 시후 마음속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죠. 사실 시후가 깨어날 수 있는 것도 다 은서 씨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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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오래 이야기를 나눈 만큼 고은서는 더 이상 민시아와 돌려 말할 생각이 없어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시아 씨, 오늘 저를 찾아오신 건 민시후와 거리를 두라는 말씀이죠?”민시아는 고은서를 바라보았다.화장하지 않았음에도 피부는 하얗고 투명하게 빛났고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는 침착함을 머금고 있었다.고은서는 아름답고 왠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은서 씨, 지나치면 반드시 상처를 입게 됩니다.”민시아가 입을 열었다.“시후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미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았고 시후가 세상을 가볍게 여기고 방탕한 삶을 살아온 것도 그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저는 그 애가 은서 씨 때문에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렵습니다. 이번에는 버텨내지 못할 거예요.”민시아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은서 씨가 시후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저는 시후에게 모든 걸 걸어보라고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은서 씨는 여전히 전 남편인 곽 대표님과 가깝게 지내고 있고 곽 대표님 역시 은서 씨를 무척 신경 쓰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시후는 결국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깊이 빠져들어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차라리 지금 헤어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민시아의 말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민시현에 비하면 그녀는 오히려 매우 정중한 태도였다.“시아 씨, 저랑 시후는 현재 친구일 뿐이에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생각은 없습니다.”고은서는 차분하게 설명했다.“은서 씨를 떠보는 게 아닙니다. 시후 성격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 애가 완전히 단념하도록 만들려면 은서 씨가 곽 대표님과 재결합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시후는 원칙이 강한 아이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다른 연인을 두고 있다면 절대 빼앗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고은서는 단호히 거절했다.“죄송하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네요. 저는 이미 곽승재와 이혼했습니다. 다시 만날 생각도 없고요. 시후는 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어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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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곽승재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프라이빗 룸에서 곽현수를 만났다.곽현수는 손에 고급 시가를 들고 앉아 있었다. 그에게서는 오랜 시간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 특유의 날카로운 아우라가 풍겼다. 곽현수 주위에는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몇몇 사업가들이 앉아 함께 시가를 음미하고 있었다.중앙의 테이블에는 디캔팅 된 레드와인이 놓여 있었고 유리잔 속에서 은은하게 흔들리는 와인빛이 유혹적인 광택을 뿜어냈다. 시가의 그윽한 향과 와인의 깊은 향이 어우러져 공간 전체가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곽승재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문가에 도착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아버지.”곽현수는 옆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해성시 경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곽승재의 출현에 놀라운 기색을 보였다.“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곽승재는 태연하게 자리에 있는 어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곽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눈치 빠르게 각자 적당한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난 후 곽승재는 곽현수 옆에 놓인 등나무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곽현수는 시가를 깊게 들이마신 후 희미한 연기를 내뿜으며 물었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승엽 아저씨가 죽었습니다.”곽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일로 굳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어제 이미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경찰이 현장을 조사했지만 타살 흔적은 없었습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입니다.”곽현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곽승재는 그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경찰 측에서 아저씨랑 함께 숨어있던 경호원 두 명을 확보했는데 아저씨는 최근 극도의 불안 속에서 정신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틀 전 두 경호원에게 당분간 몸을 피하라고 지시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여요.”곽승재의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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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아버지도 아저씨가 그렇게 대담하게 민시후까지 엮어 함정을 파고 기회를 이용해 범가온을 독살할 줄은 예상 못 했겠죠. 아버지가 시켰다는 걸 밝힐까 봐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꾸민 거 아닙니까?”“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곽현수는 분노로 얼굴이 새파래진 채 손에 들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내던졌다.“네가 감히 네 아버지를 이렇게 의심해? 내가 고은서를 손보려면 방법이야 많아. 굳이 백승엽을 이용할 필요는 없지! 백승엽은 오랫동안 내 곁에서 집사를 해 왔어. 공로가 없진 않다고. 내가 왜 그런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어 죽게 만들겠어!”곽승재는 바닥에 떨어진 시가를 흘깃 내려다본 후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정말 아버지와 상관없습니까?”“당연하지!”곽현수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누가 너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했길래 날 의심하는 거야! 혹시 고은서야?”곽현수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너랑 이혼한 걸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서 지금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네가 아직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일부러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거잖아! 곽승재!”곽현수는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경고했다.“더 이상 나를 거스르지 마라. 안 그러면 나도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거다. 백유미를 귀국시킨 건 내가 맞지만 너랑 고은서의 관계와 감정이 정말 단단했다면 그렇게 쉽게 흔들릴 리도 없었겠지!”곽현수의 표정이 점점 더 험악해졌다.“고은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질질 끌어? 이미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러는 거냐. 아니면 네 엄마 때문에 일부러 내 화를 돋우려고 그러는 거야?”곽승재는 코웃음을 치며 낮게 웃음을 흘렸다.“누가 지금 일부러 이러고 있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문제에는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여씨 가문의 혼사는 얘기가 다르죠.”곽승재는 또 다른 서류를 꺼내어 곽현수 앞에 내밀었다.“사람을 시켜 조사해봤더니 1년 전 Y 국에서 열린 연회에 원래 초대받은 사람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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