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할아버지, 은혜가 외국에 가고 싶어 하던데. 외삼촌한테 유학 보내자고 말해보는 거 어때요?”고은서는 오전에 조은혜를 만났던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지금 성적이 안 좋은데. 환경을 바꾸면 성적이 좋아질지 어떻게 알아요?”조은혜가 외국에 나가면 원지훈이 더는 따라다니지 않을 것이고, 이러면 전생의 비극을 방지할 수도 있었다.고준석이 말했다.“외숙모가 예전에 하나뿐인 딸을 외국에 보내기 싫다고 말한 적 있어. 지금 이미 은혜한테 짝을 찾아주는 것 같던데?”조은혜를 끔찍이 생각하는 단은숙은 절대 고준석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산책을 마치고, 고은서는 고준석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고 그가 잠에 들어서야 다시 작업실로 향했다.그러고 또 몇 시간 뒤, 고은서는 할머니의 취향에 맞춰 베티베르, 베르가모트 등 방향유로 수면에 좋은 향초를 완성했다.저번에 주민기 엄마한테 선물한 향초가 효과 있다고 해서 또 만든 것이다.고은서는 피곤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다.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고은서는 기지를 쭉 폈다.‘역시 어릴때부터 사용한 침대가 제일 편하네.’고은서는 이혼하고 집에서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차려주는 밥만 먹고, 고준석과 함께하는 시간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고은서는 세수를 마치고 머리가 부스스한 상태로 1층으로 내려갔다.이때 마당에서 고준석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침부터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 거지?’밖으로 나가자, 고준석이 곽승재와 주민기에게 태극권을 가르쳐주고 있었다.“잘 봐. 이렇게 하는 거야.”정장 차림의 곽승재와 주민기가 진지한 표정으로 서툴게 태극권을 연습하는 모습은 웃기기만 했다.“풉!”고은서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곽승재는 멈칫하더니 그녀를 째려보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주민기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사모님.”“민기 씨, 제가 향초 좀 만들었는데 이따 가져다드릴게요.”“감사합니다. 사모님.”“은서야, 일어났어? 승재도 온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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