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8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8-07 14:00:45
고은서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비웃는 건 괜찮은데 인신공격하면 안 되죠. 자연미인은 아니지만 예쁘다고 말하는 거랑, 마음만큼 못생긴 얼굴을 가리려고 성형했다고 하는 것이 엄연히 다른 말인 것처럼 말이에요.”

“누구한테 못생겼다고 그러세요!”

그녀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은서의 팔을 덥석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이때, 곽승재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자 곽승재와 백유미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모님, 괜찮으세요?”

백유미가 관심하는 척 물었다.

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억울한 것처럼 말했다.

“곽 사모님이면 뭐 어때서요! 그저 3대 재무제표랑 현금 흐름을 물어봤을 뿐인데 모른다고 제가 성형한 걸 가지고 놀리면 안 되죠!”

“대표님, 은서가 화나서 말실수한 것 같아요. 은서 탓하지 마세요.”

성아연이 옆에서 덧붙이자 고은서는 피식 웃고 말았다.

‘여기까지 끌고 와서 싸움까지 붙이더니. 오빠 입에서 철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싶었나 봐?’

“이런 일 때문에 제 와이프한테 손댔어요?’

고은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곽승재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제 와이프가 왜 당신한테 3대 재무제표와 현금 흐름을 말해줘야죠? 딱 봐도 성형한 얼굴인데. 왜, 말하면 안 돼요?”

곽승재가 고은서를 보호하는 모습에 성아연은 물론 고은서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번에 GS 그룹 프론트 데스크에서 오해받았을 때도 묻고 따지지도 않고 보호해주던 그였다.

아마도 좋은 남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곽승재의 말에 상처받은 그녀는 얼굴을 감싸 쥐고 울면서 도망쳤다.

다른 여자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곽 대표님, 저희는 그저 사모님께서 CFA 증을 땄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맞아요. 사모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사모님 실력을 의심하실 필요 없습니다.”

백유미가 분위기를 수습해 보려고 했다.

“저번 판주 투자은행에서 명운에 사용하려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어게인, 비긴   제99화

    곽승재는 고은서가 이러는 것이 아까 불쾌한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따 민기 씨한테 저 회사 잘 알아보라고 해야겠어. 너랑 마주칠 일이 없게 이 업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할게.”“됐어. 내가 능력도 없으면서 남을 업신여긴다고 소문나겠어.”곽승재는 왠지 모르게 이 말이 익숙했다.그러다 자신이 고은서한테 했던 말이라는 것이 떠올랐다.‘그럼 나 때문에 화난 건가?’곽승재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른 일을 물었다.“일부러 명운 도 대표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목적이 뭐야?”“내가 왜 아름 언니를 데려오면 안 되는데?”고은서가 되물었다.“아름 언니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 남편한테 배신당하고 명운까지 짊어지기까지, 용기가 얼마나 대단해. 그냥 도와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뭐 잘못되기라도 했어?”곽승재가 고은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정말 다른 목적이 없어?”고은서는 오늘 하이힐을 신고 있어 곽승재와의 키 차이가 줄어 고개만 살짝 들면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걱정하지 마. 있다고 해도 GS 그룹에 영향 주지 않을 거니까.”“...”파티가 시작되고, 곽승재의 간단한 고마움 표시 후 식사 시간과 왈츠 시간이 다가왔다.첫 번째 왈츠는 곽승재와 고은서가 함께했다.백유미는 자리에 앉아 곽승재가 고은서의 허리에 손을 얹어놓은 모습을 묵묵히 쳐다보았다.이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사랑하는 부부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백유미는 아침에 곽승재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캐묻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때, 한 남자가 춤을 신청했다.하객들은 저마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우아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은서는 허리에 얹어진 곽승재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아무리 왈츠가 가까이 붙어서 추는 춤이라지만 곽승재가 너무 꽉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곽승재가 전체 손바닥으로 등을 당기고 있어 밀어내려고 힘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금만 잘못하면 그와 신체접촉을 가지게 되었다.“고은서, 몸을 좀만 더 붙여봐.”고은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곽승재의 마력

    Last Updated : 2024-08-07
  • 어게인, 비긴   제100화

    하지만 곽승재는 못 본 척했고 아예 내쫓아 내기도 했다.고은서는 이런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더는 곽승재와 말다툼하기도 싫었다.‘어차피 할머니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때 되면 나의 결심을 알게 되겠지.’이때, 고은서는 백유미가 다른 남자와 춤추는 모습을 발견했다.긴 드레스를 입고있는 백유미는 그 남자와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수줍게 웃기도 했다.곽승재는 고은서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바라보았다.“왜, 여사친이 다른 남자랑 춤추고 있으니까 질투나?”고은서가 깨 고소해하면서 말하자 곽승재는 어두운 표정으로 변했다.“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왜 질투 나야 하는 건데?”곽승재의 말투를 들어보면 백유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다고 변명하는 것만 같았다.고은서는 무슨 말을 하려다 백유미 머리 위에 있는 등이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다.반응할 새도 없이 그 등이 떨어지려고 했다.백유미와 춤추고 있던 남자는 이상한 낌새를 채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지만 백유미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퍽!고은서의 허리를 잡고 있던 곽승재는 백유미한테 달려갔다.온갖 비명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사람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팔을 다치기도 했다.고은서는 우두커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다.마치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곽승재가 다친 백유미를 안고 떠나가는 모습, 사람들이 비웃는 모습 등등.“은서 씨?”한참 후, 귓가에서 도아름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안 다치셨죠?”도아름이 걱정스레 묻자 고은서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하객들이 전부 나가고 현장에는 유리 조각만 남았다.갑작스러운 사고에 하객들은 스태프의 안내하에 밖으로 나갔다.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고은서를 쳐다보았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을 몰래 찍으려고 하기도 했다.“집으로 돌아가실래요? 기사님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까요?”도아름은 일부러 카메라를 막으면서 고은서를 관심해 주었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Last Updated : 2024-08-07
  • 어게인, 비긴   제101화

    “술맛 좀 보세요.”도아름은 술병을 따서 고은서에게 잔에 따라주려 했지만 고은서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잔은 필요 없어요. 병이 이렇게 편하고 예쁜데 그냥 병째로 마실래요.”이번 술자리에는 기자도 참석해 있었기 때문에 도아름은 그들이 함부로 기사를 쓸까 봐 걱정되어 고은서에게 제안했다.“우리 다른 곳에서 마시는 게 어때요?”그러자 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여기서 마실래요. 아름 언니, 같이 한 잔 하실래요?”도아름은 자연히 고은서의 기분이 안 좋은 포인트가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여기서 마셔요. 우리 둘이 실컷 마셔봅시다.”그들은 둘 다 구석에 앉아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고 북적거렸던 연회장은 이제 몇 명의 사고 처리 직원들만 남아 있었다.고은서의 모습은 점점 더 고독하고 쓸쓸하게 보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은서가 계속 울먹이는 모습에 도아름은 안타까워했다.“은서 씨,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참지 마세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술병을 들고 있던 고은서의 눈에서 진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같은 여자인 도아름은 그런 고은서의 모습이 매우 슬프고 안쓰러웠다.‘곽 대표님도 참...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떠나다니!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은서 씨,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그만하고 제가 집에 데려다드릴게요.”또 한 병을 비우고 나서 도아름은 권유했다.그러자 고은서는 거절하지 않고 도아름이 차에 태워주는 대로 따랐다.“은서 씨, 우리 집에서 하룻밤 쉬고 가실래요? 제가 해장국이라도 끓여드릴까요?”차 안에서 도아름이 물었다.“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고은서는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웠다. 눈에는 아직도 약간의 취기가 남아 있었지만 표정에 이전의 안쓰럽고 쓸쓸한 기운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뒤이어 그녀는 조리 있게 말했다.“회사 홍보팀에 몇몇 플랫폼과 대형 계정에 연락하라고 하세요. 조금 있다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Last Updated : 2024-09-02
  • 어게인, 비긴   제102화

    곽승재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민기를 바라보았다.주민기는 그의 반응을 보고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사모님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습니다.”곽승재는 핸드폰을 받아들고 확인했다. 검색어 목록에는 GS 그룹 연회에서의 사고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소식 중 하나가 바로 ‘GS 그룹 사모님 만취'였다.곽승재는 그 링크를 클릭해 보았다. 첫 번째 사진에는 고은서가 드레스를 입고 홀로 무도회장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두 번째 사진에서는 고은서가 술병을 들고 고개를 뒤로 젖혀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세 번째 사진에서는 빈 병을 손에 쥐고 눈가가 빨개진 채로 얼굴에 눈물이 맺혀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이 사진들을 올린 사람은 아래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GS 그룹 연회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곽 대표님은 다친 여인을 안고 급히 떠났고 홀로 남겨진 사모님은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의 관계에 위기가 있는 듯 보인다.]첫 번째 사진에서 고은서는 무도회장에 홀로 서 있었으며 원래 활기차고 촉촉했던 얼굴과 큰 눈동자에는 이제 고독함과 상실감만이 남아 있었다.이 설명과 더불어 ‘관계 위기’라는 소문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다.많은 사람들은 GS 그룹 사모님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사람들은 곽승재와 고은서의 결혼이 본래 양가의 압력에 의한 계약 결혼일 뿐이며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전혀 없었고 이혼 서류도 이미 작성되었으니 이혼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이 외에도 연회장에서 고은서가 술을 마시는 영상 링크를 올린 사람도 있었다.곽승재는 그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 속에서 고은서는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말했다. “남자들은 다 쓰레기야!”고은서의 옆에 앉아 있던 도아름도 술을 들고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함께 마셨다.이후 고은서는 도아름의 어깨에 기대었고 조명 아래에서 그녀의 코끝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눈썹을 찌푸리며 곽승재는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주민기는 죄송한 듯 말했다.“죄송합니다.

    Last Updated : 2024-09-02
  • 어게인, 비긴   제103화

    이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라면 이보다 더 완벽한 우연은 없을 것이다....곽승재가 침실에 들어섰을 때, 고은서는 이미 침대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침대 옆 탁자에는 반쯤 비워진 해장국이 놓여 있었고 베개 옆에는 그녀의 핸드폰이 놓여 있었다.고은서의 얼굴은 술에 취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불안한 듯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깊이 잠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숨결에서는 희미한 술 냄새가 났다.곽승재는 고은서의 이런 모습과 오늘 밤 그녀의 행동을 보자 가슴 속에 쌓였던 분노가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올랐다.그는 고은서를 침대에서 강하게 끌어 올리며 말했다.“일어나. 자는 척하지 마!”고은서는 흐릿하게 눈을 뜨고 술에 취해 눈이 붉게 물든 채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커다란 눈동자로 그의 차가운 얼굴을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던 고은서는 갑자기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흑, 왜 꿈속에서도 이렇게 나한테 못되게 굴어. 넌 진짜 나쁜 놈이야, 곽승재. 넌 대형 쓰레기야...”그렇게 말하고는 고은서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곽승재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고은서를 들어올려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술에 취한 척하는 거지, 그렇지?”‘짧은 시간 안에 이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취할 리가 없어!’하지만 지금의 고은서는 고개를 든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눈물을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여전히 흐릿한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곽승재는 잠시 동안 그녀가 진짜 취했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얼마나 마셨어?”물어보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에서 나온 건 중요하지 않은 이 질문이었다.고은서는 눈을 깜빡이며 억울하다는 듯 하얀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네 병. 아, 네 개는 이렇게...”그녀는 중얼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접고는 다시 손가락을 똑바로 세우며 자랑스러워했다.“이제 됐어!”“...”곽승재는 처음으로

    Last Updated : 2024-09-02
  • 어게인, 비긴   제104화

    곽승재의 얼굴이 순간 검게 변했다.“욕심도 크네. 열댓 명이나 찾겠다니!”하지만 고은서는 그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듯 다시 베개를 끌어안고 ‘흑흑’ 울기 시작했다.“까먹었네. 난 애초에 그 자식 돈이 필요 없잖아. 곽승재는 진짜 짠돌이야. 나한테 200억도 안 주면서...”곽승재는 더 이상 고은서와 말싸움하는 것을 포기했다.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아무 수건이나 집어 들고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그런 다음 고은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침대 옆 탁자에 남아있던 반 컵의 해장국을 그녀의 입술 근처에 대며 명령했다.“마셔.”그러자 고은서는 갑자기 순종적이 되어 마치 작은 고양이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고개를 숙여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그녀는 한 모금을 삼키자마자 갑자기 기침하며 곽승재의 옷에 해장국을 흘렸다.“고은서.”곽승재는 화를 내며 말했다.“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그의 꾸짖음에 고은서는 붉어진 눈을 뜨고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나 약 안 먹어. 나 밀크티 마시고 싶어... 그 밀크티 내가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산 건데 왜 쓰레기통에 버려? 그거 다시 사줘!”보통 큰일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곽승재였지만 지금은 고은서의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안 사준다 이거지? 좋아. 그럼 네 몸으로 갚아!”곽승재가 대답하지 않자 고은서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그의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그러자 곽승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잘 봐. 내가 누군지 알아?”고은서는 눈물을 머금은 큰 눈을 깜박이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너 정말 잘생겼다. 여자친구 있어? 나 어때?”곽승재는 이를 꽉 깨물었다.“난 네가 남편이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쉿. 너한테 비밀 하나 알려줄게.”고은서는 작은 여우처럼 그의 귀에 다가와 속삭였다.“내 남편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곧 이혼할 거야.”고은서는 말을 마치고 나서

    Last Updated : 2024-09-02
  • 어게인, 비긴   제105화

    ‘곽승재, 너 정말 웃기는 사람이네. 백유미를 안고 떠났으면서도 거기서 잘 있지 않고 다시 이 침대에 와 자다니...’ “곽승재, 당신 이러고도 안 피곤해?”고은서가 물었다.그러자 곽승재는 고개를 들며 더 깊게 찡그린 미간을 보였다.“아침부터 싸우려고 그러는 거야?”고은서는 그를 무시한 채 침대에서 내려왔다.“오늘부터 이 방에서 자지 마. 나도 더 이상 정상적인 부부처럼 연기하고 싶지 않아.”“내가 여기서 자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곽승재도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어젯밤에 내 옷을 더럽힌 게 누구였지? 또 나한테 몸으로 갚으라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안 사준다 이거지? 좋아. 그럼 네 몸으로 갚아!”어젯밤의 그 말이 떠오르자 고은서는 얼굴이 뜨거워졌다.‘최근에 유치한 영상을 너무 많이 봤나? 그런 멍청하고 어리석은 말을 하다니...’“나 술 많이 마셔서 아무것도 기억 안 나.”고은서는 최대한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당신이 밤에 날 깨우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내가 왜 널 깨웠는지 정말 몰라?”곽승재는 차갑게 물었다.고은서는 곽승재가 어젯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소식들을 보고 나서 자신에게 따지려던 걸 알고 있었다.“결혼 문제를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도 네가 한 짓이겠지? 명운에서 돈 벌려고 네가 아주 못하는 짓이 없구나?”곽승재는 계속해서 비꼬았다.비록 그녀가 직접 소문을 퍼뜨린 건 아니지만 그 소문에 협력한 것은 사실이니 억울할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고은서를 곽승재를 조롱하듯 말했다.“말투를 보니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데? 뭐야, 이혼이 임박했는데 갑자기 떠나기 아쉬워진 거야?”그러자 곽승재도 그녀를 냉랭하게 흘겨보았다.“네가 한 말을 너 스스로 믿고 있는 건 아니지? 난 네가 GS 그룹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이런 식으로 크게 떠들어대는 게 거슬릴 뿐이야.”이렇게 말하고는 곽승재는 냉정한 표정으로 상의를 걸치지 않은 채 욕실로 들어갔다.그가 이런 대답을 할 거란 걸

    Last Updated : 2024-09-02
  • 어게인, 비긴   제106화

    ‘내가 무슨 손해를 본다는 거지?’다음 순간, 이미숙의 말과 표정에서 고은서는 무슨 일이 오해된 것인지 깨달았다.아마도 어젯밤에 자신이 울고 소란을 피운 탓에 이미숙이 뭔가 잘못 이해한 것 같았다.“아줌마, 저 그런 거 아니에요.”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고은서가 부인했다.“어젯밤에 술에 취해서 조금 소란을 피웠나 봐요.”하지만 이미숙은 그녀가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사모님, 이제 대표님과 함께 지내는 게 부부 사이에 좋은 영향을 줄 거예요.”“거기 서서 뭐 하고 있어? 어서 와서 밥 먹어.”고은서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하던 찰나, 곽승재가 무심하게 말했다.“맞아요, 사모님. 빨리 아침 드세요. 저는 이제 주방으로 갈게요.”이미숙이 떠나자마자 고은서는 곽승재를 노려보며 말했다.“왜 한마디도 해명하지 않은 거야?”그러자 곽승재가 그녀를 흘겨보았다.“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니까. 내가 무슨 해명을 하겠어?”‘이 개자식, 어젯밤의 취중 진담으로 나를 공격하다니.’어젯밤에 자신이 곽승재의 귀에 대고 한 말을 떠올리며, 고은서는 땅속으로라도 파고들어 가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졌다.‘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때 그렇게 큰 용기를 낸 거지? 나도 날 모르겠네.’“너 술만 마시면 남자들한테 치근대는 거야?”알 수 없는 곽승재의 말투에 고은서는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난 아무것도 몰라, 기억도 안 나.”곽승재는 냉소를 지으며 무언가 더 말하려 했으나,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하더니 곧 그는 잠금화면을 밀어 열었다.상대방의 말을 듣고 곽승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았어. 좀 있다가 병원에 갈게.”곽승재가 병원에 누구를 보러 가는지는 고은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갑자기 아침 식사를 할 마음이 사라진 그녀는 가방을 들고 나가려고 했다.“아침도 안 먹고 어디 가려고?”곽승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당신이 신장 문제로 병원 가기 싫어할까 봐 남성 클리닉에 예약해주러 가는 거야.”

    Last Updated : 2024-09-02

Latest chapter

  • 어게인, 비긴   제645화

    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핵심을 찔렀다는 것을 눈치챈 고은서는 계속 차분한 말로 설득했다.“같이 해외로 나왔으니 같은 사건에 휘말렸다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겠어? 우리 둘을 같이 제거하면 백유미는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고 여전히 평온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거야. 백유미에게는 아버지가 있고 백씨 가문 산업이 있지만 너는 애꿎은 목숨 하나 날리는 거지.”고은서가 말을 이었다.“정말 백 보 물러나서 백유미가 너를 살려준다고 해도 너는 평생 숨어지내야 할 텐데 어머니는 어떻게 할 거야? 너도 그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겠어?”원지훈은 사색에 잠겼다.전에 내비치던 우월감과 경멸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고은서는 속으로 초조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여유로운 척하며 말했다.“백유미가 곧 도착할 거야. 그러니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해.”마침내 고개를 든 원지훈이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백유미 말을 따르지 않고도 살아남을 길이 있다고? 내가 너를 이런 곳에 데려왔는데 네가 날 용서해 줄 리가 있겠어?”고은서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네가 나를 배신한 건 정말 화가 나. 앞으로도 널 신뢰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했다는 건 이해해. 그리고 나는 뻔뻔하게 널 괴롭힐 생각은 없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큰돈을 줄게. 그 돈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 비록 영광스러운 귀향은 아니겠지만 풍족하고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테니 지금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고은서는 이어 원지훈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고향은 너에게 익숙한 곳이고 백씨 가문과는 어쨌든 친척 관계잖아. 해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백유미도 굳이 너희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야.”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마음은 기울기 시작했다.백유미의 잔혹함으로 보건대 고은서가 말한 일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이번에 백유미를 배신한다면 죽을 길밖에 없겠지만 배신하지 않아도 좋은 날을 없을 거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은

  • 어게인, 비긴   제644화

    “백유미가 제가 누나한테 돈을 받고 누나를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을 시켜서 저를 한바탕 때렸어요. 갈비뼈 두 대가 부러져서 지금도 기침하면 아파요. 그리고 엄마도 매일 개장 안에 갇혀 몇 시간 동안 무릎 꿇는 자세를 강요받고 있어요. 시간을 못 채우면 풀어주지도 않는데 제가 백유미 말을 안 들을 수 있겠어요?”고은서는 많이 놀랐다.‘역시 백유미는 원지훈이 나한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하지만 고은서는 백유미가 원지훈 모자에게 그렇게까지 가혹한 수를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지훈에게 반박할 힘이 없다는 사실도, 그녀에게 이 사실을 전혀 티 내지 않은 것도 충격적이었다.“전에 고은혜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한 것도 백유미가 시킨 거야?”고은서가 묻자 원지훈은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의도를 솔직히 얘기했다.“그건 제 생각이었죠. 지난번 대원에서 발생해야 했던 일을 현실화시킨다면 백유미가 저를 그냥 놔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정말 짐승만도 못한 놈이야.’지금 이 일로 화를 낼 겨를도 없었던 고은서가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이렇게 큰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왜 나한테 말해서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았어?”“절 위해 해결책을 찾는다고요? 누나가 원하는 건 제가 더 망가지는 거 아니에요?”원지훈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모를 것 같아요? 누나는 속으로 저를 무시하며 저를 이용하고 있는 것뿐이잖아요.”원지훈이 말하는 무시는 고은혜와 관련된 일을 지적하는 것이 분명했다.고은서가 답했다.“네가 은혜랑 잘되길 원하지 않았던 건 맞아. 우리 사이도 결국 이익 관계니까. 하지만 이익으로 묶여 있기에 넌 더 나를 믿어야 했어!”원지훈이 갑자기 폭발하며 소리쳤다.“믿지 않아! 그 누구도 믿지 않아! 너희 중 누구도 좋은 사람은 없어! 고은서! 내가 들어 온 것도 너에게 백유미가 곧 도착할 거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야.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둬. 그리고 누구도 널 구해줄 거란 기대는 하지

  • 어게인, 비긴   제643화

    “괜한 힘 빼지 마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원지훈이 냉소적으로 말했다.“아까 물 줬는데 안 마신 건 누나 탓이죠.”온몸에 힘이 빠진 고은서는 머리도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가 보면 알겠죠.”원지훈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자신이 위험에 빠졌음을 직감했다.그녀는 차 뒷좌석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채 마지막 힘을 다해 가방 속 핸드폰을 더듬어 찾았다.그리고 그녀는 힘껏 옆면에 있는 긴급 전화 버튼을 눌렀다.이는 경호원들과 미리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연락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했다.고은서는 어지럽고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원지훈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그녀는 혀를 꽉 깨물며 간신히 의식을 유지했다.희미해진 시야로 화면을 바라보며 SOS 번호를 누르려 했으나 제대로 눌렀는지 통화가 연결됐는지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차는 계속 질주했고 고은서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 나갈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혀를 깨물 힘마저 사라진 그녀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고은서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허름한 창고의 방 안에 누워 있었다.주위는 매우 더러웠고 악취마저 풍겼다.고은서는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채로 나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밖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현지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간혹 한국어가 섞여 있기도 했다.‘원지훈 혼자서 T 국 사람들과 이런 일을 꾸밀 수는 없어. 백유미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게 분명해. 온갖 방법으로 해외로 데려온 이유는 국내에서는 쉽게 구해질 것 같아서인가? 의식을 잃은 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경호원들은 위험을 눈치챘나? 민시후도 T 국에 온다고 했는데 호텔에 도착하지 않은 걸 알게 되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채겠지?’생각을 마친 고은서는 얼마간 안심이 되었다.몸을 움직여보니 체력이 조금 돌아왔음을 느꼈지만 손발이 꽉 묶여 있던 터라 뼛속까지 욱신거리며 통증이 심했다.겨우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앉으려던 순간 침대 옆의 낡은 서랍장을 건드렸다

  • 어게인, 비긴   제642화

    원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별일 아니에요. 비즈니스석이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하네요.”비행기에서 내리니 시차 때문에 T 국은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다.고은서가 핸드폰 전원을 켜자마자 민시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원지훈에게 먼저 가서 차를 잡으라고 한 뒤 고은서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고은서, 어디 갔어? 송민아 말로는 이틀 동안 회사에 안 나온다던데?”고은서는 T 국에서 볼일이 있다고 솔직히 알렸다.“백씨 가문과 관련된 그 프로젝트?”민시후는 바로 눈치챘다.고은서는 부정하지 않았다.“담당자랑 만나서 얘기 나누기로 했어.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게.”“호텔 위치 보내. 조금 있다 갈게.”“네가 와서 뭐 하게?”“다른 나라에서 너랑 나 둘뿐인데 내가 뭘 하고 싶을 것 같아?”“그럼 주소는 안 보낼래.”“고은서, 지금 누구를 경계하는 거야? T 국에서 가서 특색 요리 좀 먹으려고 그런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십중팔구 그녀가 혼자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 오는 것임을 알았다.게다가 그가 오기로 결심했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었다.민시후의 끈질긴 전화 공세를 막기 위해 고은서는 결국 호텔 이름을 그에게 보냈다.[방 하나 더 예약해 줄게.][고은서,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나랑 같은 방 쓰고 싶었던 거야?][자꾸 그러면 차단할 거야.][알았어. 알았어. 내가 졌어.]“은서 누나. 우리 차례예요. 가시죠.”원지훈이 앞쪽의 택시를 가리키며 말했다.경호원들이 고은서에게 비행기에서 내려 몰래 뒤따라오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고은서는 문자를 확인한 후 핸드폰을 넣고 원지훈과 함께 택시에 탔다.운전기사는 현지인인 듯했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했다.고은서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원지훈은 비행기에서의 긴장이 사라진 듯 몇 가지 지역 특산품에 관해 물어봤다.“누나, 목마르지 않아요? 물 좀 마실래요?”원지훈은 말하며 개봉하지 않은 생수병을 건넸지만 고은서는 받지 않았다.“괜찮아.”원지훈은

  • 어게인, 비긴   제641화

    고준석이 입을 열었다.“우리 집에 와서 잠깐 바둑을 둘 때 네가 할머니 보러 가서 브로치를 놓고 왔다면서 마침 전해주더라구나.”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곽승재 정말 대단하네. 오전에 할머니 댁에 보낸 브로치를 오후에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져오다니. 조금 전 골동품 가게에서 마주쳤을 때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으면서...’“은서야, 왜 말이 없어? 또 할아버지가 승재랑 만났다고 화내는 거야?”고준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에도 말했지만 너희가 이혼했다 뿐이지 원수가 된 건 아니잖니. 날 보러 왔다는데 그냥 내쫓을 수는 없잖아.”고준석이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은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애교 몇 마디로 웃어넘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잠시 고민한 고은서는 굳이 곽승재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브로치를 가져갈 생각이 없다면 다시 경매에 올려서 돈으로 송금해 주면 되지 뭐.’...다음 날, 고은서는 원지훈의 연락을 받았다.원지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상대방이 최후통첩했어요. 이틀 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네요.”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면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어제 민시후는 원지훈에게서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백유미는 최근 판주 투자은행에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은서는 원지훈과 함께 T 국에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은서 누나, 조금 전에 알아봤는데 점심 항공편이 있대요. 그걸로 가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원지훈이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건 어려울 것 같네. 신분증 보내주면 다 처리하고 나서 항공편 알려줄게.”‘원지훈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 혹시 클라이언트랑 음모라도 꾸며서 나한테 사기 치는 거라면 미리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해. 출장 일정도 완전히 맡길 수는 없어. 안 그래도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비행기 티켓까지 나한테 맡기지 않는 건 뭔가를

  • 어게인, 비긴   제640화

    고은서의 특유한 향기가 은은하게 밀려왔는데 곽승재는 그녀를 차로 강제로 안고 가고 싶은 충동을 힘겹게 참았다.그는 그녀에게 누구한테 주는 선물이기에 직접 쇼핑몰까지 와서 선택하는 거냐고 캐묻고 싶었다.‘방금전 반응을 보아서는 고국성 생일조차 까먹고 있었던 것 같은데, 고국성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아닐 테고. 그런데 왜 저렇게 쉽게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사주는 거야. 정장을 선물한 것도 모자라 이젠 남자 팔찌까지 선물하려는 거야? 아까 직원이 분명히 나한테도 어울린다고 했는데 왜 나한테는 안 사주는 거야?’...민시후는 고은서의 팔찌를 받자마자 팔에 차고 이리저리 보면서 좋아했다.“보는 눈이 좀 있네.”그의 하얗고 가늘지만 힘 있어 보이는 팔목에 확실히 잘 어울렸다.“직원이 추천해준 거야. 내가 직접 고른 게 아니야.”고은서가 이실직고했다.“고은서, 넌 네가 직접 고른 거라고 거짓말이라도 좀 하면 안 되겠냐?”민시후가 불쾌해하며 말했다.“양심을 가책을 느껴서 못하겠어.”“...”민시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런 사소한 일로 깊게 따지고 싶지 않았던 그는 화제를 바꾸면서 그녀에게 원지훈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알려줬다.“요즘 매일 정상적으로 출퇴근하고 있어서 별로 수상한 점은 못 찾았어. 그런데 얼마 전에 얼굴이랑 손이 상처투성이가 될 정도로 다른 사람이랑 싸웠다고 하던데.”민시후는 백씨 가문 기업의 주주가 때린 거라고 설명을 보태었다.두 사람이 시비가 붙었는데 주주가 원래부터 원지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데 하필 그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낙하산이라고 욕하는 바람에 원지훈이 참지 못하고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먹을 먼저 휘두른 것 치고는 도로 상대방한테 얻어맞기만 했다고 한다.백유미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백씨 가문 기업에서 쫓겨났을 것이라고 민시후가 말했다.고은서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얼마 전에 전화하면서 긴장해 했던 게 이 일 때문이었던 거야?’“한 가지 더 알려줄까? 곽현수가 최근에 주주들

  • 어게인, 비긴   제639화

    익숙한 설송향이 고은서의 코끝을 간지럽혔는데 그녀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이 향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어제 곽씨 가문 본가에서 만난 것 외에는 두 주일 동안 곽승재는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은서가 그가 더는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곽 대표님, 아까 볼 일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긴 무슨 일로?”여시은이 의외라는 듯 곽승재에게 물었다.“손님, 혹시 남자친구분이세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남주보다 더 잘생기셨어요.”젊은 직원이 부러운 눈길로 여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염주 팔찌가 손님 남자친구분과 엄청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나 사시지 그래요?”그 말을 들은 여시은은 황급히 팔찌를 내려놓으면서 설명했다.“어우,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제 남자친구 아니에요. 저분이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 제 옆에 서 있는 이분이라고요.”직원은 그제야 곽승재가 가게에 들어서면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고은서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곽승재의 외모에 푹 빠진 직원일지라도 이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다.그녀는 황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곽 대표님, 은서 씨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내리신 거죠. 그럼 저는 이만 자리 비켜주면서 쇼핑하러 가볼게요.”여시은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은서 씨, 제가 재촉하는 게 아니라 퍼퓸 완성품이 너무 기대돼요. 그러니까 빠른 시간 내에 부탁할게요.”여시은이 나가면서 말을 보태었다.“알겠어요. 조심히 가세요.”그녀가 나간 후 고은서는 가게 문 쪽에 서 있는 곽승재랑 눈이 마주쳤다.“마음에 드는 거 있어? 내가 사줄게.”곽승재가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필요 없어.”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직원에게 말했다.“이 팔찌 포장해주세요.”직원은 팔찌를 포장해주면서 곽승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손님, 저분한테도 하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 진짜 어울리실 것 같은데.”직원이 참지

  • 어게인, 비긴   제638화

    온승준은 점점 멀어지는 육현석의 차를 한참 바라보다가 자신의 차에 올랐다.그는 종래로 감정에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혼하고서도 평소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얼마 전에 조수연이 했던 좋아해서 결혼했겠니라는 말을 들은 후로 시도 때도 없이 박지연이 생각났다.보고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아무리 학술 연구에 몰두한다고 해도 요동치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이레 병원으로 이직만 하면 박지연과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실은 박지연이 종일 그를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는 것이었다.심지어 그와 통화할 때도 낯선 사람과 통화하듯이 아주 무덤덤해 보였다.그녀와 통화하면 조금이나마 진정되면서 답답하던 마음이 나아질까 했는데 통화하고 나니 더 심란해졌다....고은서는 민시후의 선물을 사주기 위해 해성에 있는 한 쇼핑몰로 갔다.어제 약속한 일을 오늘 아침부터 준비되었냐고 조르는 바람에 없던 일로 치려고 해도 칠 수가 없었다.그러나 한 바퀴를 빙 둘러보아도 민시후에게 무슨 선물이 어울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예전에 곽승재 선물을 고를 때는 항상 제일 비싸고 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물건들로 선택했다. 예를 들면 가죽 벨트, 넥타이, 커프스단추 등을 선물했었는데 그가 싫다고 해도 그녀는 전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선물했다.하지만 민시후한테 똑같은 선물을 줄 수는 없는 법.고은서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쇼핑몰 맞은 편에 있는 력셔리 골동품 가게로 들어갔다.“손님,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실까요?”젊은 직원 한 명이 다가와서 물었다.“친구한테 줄 선물을 찾고 있는데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남자예요.”“친구분 나이랑 직업이 어떻게 되나요? 어떤 성격의 소유자신가요?”직원은 자신의 물음에 어리둥절해 하는 고은서를 보면서 설명을 보탰다.“친구분 성향에 맞춰서 선물을 추천해드리려고 물어본 거예요.”“얼굴은 엄청 잘생겼고 성격이라면 아마 종일 껄렁거리며 다니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고

  • 어게인, 비긴   제637화

    박지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온승준도 이내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이혼하기 전에는 박지연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이미 이혼한 마당에 무슨 자격으로 묻는단 말인가.“미안. 같이 밥 안 먹은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진심이야. 그러니까 밥 한 끼쯤은 괜찮지 않아?”온승준이 사과하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그러나 그와 달리 박지연은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당신 부모님이 알게 되면 또 나를 찾아와서 난동을 부릴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 이미 이혼한 사이야. 난 더는 당신이랑 엮이기 싫어.”“지연아...”“홧김에 하는 말이 아니야. 병원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사이었는지 몰라. 그러니까 오늘 점심때 같은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게 주의해줬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그저 모르는 사람인 척하고 지나가면 돼. 오늘처럼 귀찮게 굴지 말고.”박지연은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온승준은 폰을 든 채 한참 동안 선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전에는 일부러 박지연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당시 마침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고 또 세미나에 참가하러 가는 길이어서 별것 아닌 일로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먼저 볼일을 보러 갔던 거였다.‘다른 사람한테 거절당하고 무시당한 느낌이 이런 거구나.’박지연은 오늘 육현석과 함께 저녁밥을 먹기로 약속했다.그녀가 이혼한 후로 육현석은 오히려 꾸준히 사업에 몰두하면서 그녀 앞에 전처럼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매일 그녀한테 계약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곤 했다.하지만 그녀는 종일 껄렁대며 친구들이랑 놀러만 다니던 부잣집 도련님이 왜 갑자기 사업에 이렇게 몰두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 예전부터 사업에 엄청 관심이 많았거든! 못 믿겠으면 승재 형한테 물어봐. 전에 내가 직접 도맡아서 계획서를 작성했던 LH 그룹 프로젝트도 있어.”반면 육현석은 그녀의 물음에 항상 이런 신뢰도가 일도 없는 답을 하곤 했다.그렇다고 박지연이 곽승재를 직접 찾아가 확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