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조금 촉촉이 젖어 들었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열 번을 말해도 똑같아요...”과거의 여러 가지 일들이나 이준혁 부모님의 반대 등... 모두가 그녀에게 이준혁에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럼 하지 마.”이준혁은 고개를 숙여 윤혜인의 얼굴을 감싸더니 그녀의 눈물에 강압적으로 입을 맞췄다.“말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윤혜인은 여전히 몸부림치려 했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아주 꼭 껴안았다. 너무 꽉 껴안다 못해 그녀를 자신의 몸속에 녹여 넣으려는 것 같았다.그가 말했다.“알아, 네가 하는 말이 진심이 아닐 거라는 거. 그렇게 빨리 거절하지 말고, 잘 생각한 다음에 나한테 말해줘, 응?”그녀를 껴안는 이준혁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자존심이 강한 그가 현재 모든 주도권을 이 여자에게 넘겨버렸다.그는 자신이 너무 비굴해졌다고 느꼈다. 지금 윤혜인이 단 한마디만 뱉어도 그는 무너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이준혁이 떠난 후, 윤혜인은 문을 열고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다시는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스스로 다짐했지만, 이준혁과 가까워지기만 하면 마음속 깊이 자리한 뭔지 모를 감정이 꿈틀거렸다.충분히 단호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하면서도 그녀는 동시에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자신이 깊이 빠져버릴까 봐, 떨어져 내릴까 봐,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까 봐......다음 날.윤혜인은 병원에 있는 소원에게 국을 가져다주러 갔다.집을 나서기 전, 그녀는 눈 밑의 다크서클을 가리기 위해 옅게 화장을 했다.막 병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윤혜인은 안에서 들려오는 의사의 목소리를 들었다.“태아에 관한 일은 오직 환자분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신중히 생각하시길 바라요.”윤혜인은 온몸이 얼어붙었다.의사가 나간 후,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소원을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소원아, 너... 임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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