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에 반듯한 체격을 자랑하는 이준혁은 여전히 우아하고 고고한 모습이었다.윤혜인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면서 흠칫 몸이 떨렸지만 이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구운을 바라보았다.“내연남이 출세했다고 축하라도 해줘야 하나요? 이렇게 능숙한 걸 봐서 남의 가정을 파탄 낸 게 한두 번이 아닌가 봐요?”다분히 질투가 섞인 말투였지만 이런 말을 듣고도 한구운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하지만 윤혜인은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이준혁 씨, 대체 언제까지 그런 헛소리를 할 거예요?”이준혁의 잘생긴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내가 틀린 말 했나, 아니면 사건의 전말을 다 잊어버린 거야?”“...”아니라고 말하면 당장이라도 이 망할 남자가 줄줄이 자세한 얘기를 늘어놓을 것만 같았다.한구운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 주고받으며 말싸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이준혁은 언뜻 보기에 상관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같은 남자로서 알 수 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분노가 치밀어 도저히 감출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한구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주저하지 않고 윤혜인의 손을 잡았고, 손바닥에 닿은 작은 손의 부드러움에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그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고 욕구가 생기면 여자를 찾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그의 눈에 여자는 더러운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윤혜인을 만나고 나니 자신도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작은 손을 꽉 쥐고 이준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 대표님, 혜인이는 이제 제 여자 친구니까 제가 잘 챙길게요. 과거의 일은 상관없지만 대표님께 감사한 건 있네요.”한구운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가 한결 짙어졌다.“그쪽이 혜인이 놓아준 덕분에 저한테 기회가 생겼네요.”이준혁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하며 분노가 역력했다.윤혜인이 화를 낼까 걱정스러운 마음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한구운을 두 동강 내 피가 흥건하게 만들었
달칵-차 문이 잠겼다.화가 난 윤혜인은 그의 옷깃을 잡고 마구 때렸다.“이준혁 씨, 미쳤어요? 빨리 내려줘요!”남자가 몸을 숙여 마구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고정시키려 했지만, 윤혜인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옷깃을 여민 채 그에게서 최대한 몸을 뒤로 뺐다.순식간에 이준혁의 예리한 눈동자가 다시 어두워졌다!그는 그녀의 발목을 잡은 손을 확 들어 올리며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그녀의 허벅지가 그의 튼튼하고 얄쌍한 허리에 밀착되었고 시트에 무릎을 꿇은 채 어쩔 수 없이 그에게 기대는 자세가 되었다.윤혜인은 앞좌석과 그의 가슴 사이에 꽉 끼어 꼼짝할 수 없었고, 긴장한 마음에 살짝 움직이자 입술이 바로 튀어나온 그의 목울대에 닿았다.그곳은 남자에게 가장 금기되는 곳이었다.윤혜인은 놀라서 호흡까지 흐트러지며 최대한 그에게서 몸을 멀리 떨어뜨리려 했지만 그럴수록 아래는 더욱 밀착되었다.화악!윤혜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 망할 남자의 거기가...그녀는 두렵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소리만 질렀다.“왜 이래요, 진짜!”이준혁은 살짝 거칠어진 호흡과 갈라진 목소리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깨물며 경고했다.“자꾸 건드리면 너 가만 안 둬.”“윽...”윤혜인은 밀려오는 고통에 상체와 하체 모두 불에 덴 듯 화끈거렸고, 무릎을 꿇은 자세는 더욱 비참하고 굴욕적이어서 당장이라도 남자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두 손은 이미 남자에게 꽉 붙잡힌 상태였다.이 순간, 공포와 분노가 그녀를 잠식하고 있었다.“얌전해졌으니 이제 내가 너한테 따질 차례네.”남자의 위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윤혜인은 그를 노려보았다.“나한테 뭘 따져요?”이준혁은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늘 밤 누가 저 남자 만나라고 했지?”윤혜인은 그에게 이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듯 눈을 흘겼고 이참에 그의 화를 돋워 자신을 놓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반박했다.“어차피 둘 다 솔로인데 안될 게 뭐가 있어요?”
차창의 선팅이 아무리 짙게 되어 있어도 손으로 누르면 그림자가 보였다.수치심과 분노가 밀려온 윤혜인이 발로 그를 걷어차려는데 남자의 무릎이 그녀의 종아리를 꽉 누르고 있었다.그렇게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거센 힘에 차가 몇 번이고 흔들렸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목소리를 낮췄다.“그렇게 움직이다가 차까지 망가지겠네!”윤혜인은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당황하며 밖을 보려고 했지만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그녀가 몸부림치자 옷이 말아 올라가며 하얗고 가는 허리가 살짝 드러났다.이준혁의 차가운 손가락 마디가 매끄러운 허리선에 닿았고 흐르는 온천물에 흘러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그는 몸을 가까이 밀착한 채 매혹적인 중저음 목소리로 말했다.“차가 이렇게 흔들리면 밖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순식간에 윤혜인의 하얗고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차가 흔들린다면 당연히 그런 쪽으로 생각할 게 뻔했다.윤혜인은 분노에 몸서리쳤다.“미친!”그녀는 뒤척이며 몇 마디 욕설만 내뱉을 뿐,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그를 매섭게 노려볼 뿐이었다. 조금 전 거친 행동으로 향긋한 입술이 살짝 벌어진 채 나지막이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이 모습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알지 못했다.이준혁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손을 뻗어 여자의 입술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서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내 말대로 당장 헤어져. 다음엔 저놈 앞에서 정말 무슨 짓 할지 몰라.”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그 본인도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하지 못했다.그는 최면이라도 건 듯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난 네가 다른 남자 만나는 걸 용납할 수 없어.”오랜 시간 운동으로 다져진 남자의 손끝에는 거친 살결이 살짝 느껴졌고, 그가 입술을 짓누르자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순식간에 윤혜인은 얼굴이 달아오르고 발끝마저 움츠러들면서 어색하게 시선을 내렸다.“손 아프니까
윤혜인은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하얘졌고 몸속의 피가 빠르게 말라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상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술을 몇 번이나 벙긋하다가 이름을 불렀다.“송소미!”이름 세 글자에 윤혜인은 잇새 사이로 증오를 가득 담아 뱉었다.그녀의 배 속에 있던 아이를 죽인 독한 여자가 다시 나타났다!“오호, 눈썰미가 좋네. 이런 모습인데도 알아보고.”웃는 송소미의 목소리는 불꼬챙이에 목을 덴 듯 거칠어서 이 늦은 밤에 특히 더 무서웠다.그녀는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윤혜인이 눈빛만으로는 자신을 알아볼 줄이야.윤혜인은 속이 들끓었고 꽉 움켜쥔 손에 뼈마디가 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변해갔다.그녀는 송소미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네가 어떻게 감히 여기에 나타나!”송소미의 눈동자에 음침한 빛이 번뜩였다.“허, 내가 왜 여기 오면 안 되는데? 내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날 이 지경으로 만든 언니를 처리하겠어!”갈라진 그녀의 목소리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윤혜인은 잔뜩 경계하며 가방 속 스프레이를 찾으면서 상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송소미, 넌 이제 수배범이 됐어.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고 빨리 자수해!”송소미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빛나며 독하게 웃었다. “망할 년, 내가 오늘 너 지옥으로 끌고 가려고 왔어!” 그리고는 스프레이를 꺼내 윤혜인을 향해 힘껏 뿌렸다.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윤혜인은 급히 입과 코를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이미 숨결을 타고 들어와 어지럼증을 느끼며 벽을 붙잡은 채 뒤로 물러났다.그녀의 가방에는 스프레이가 없었고 어디에 떨어뜨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윤혜인은 눈앞에 환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송소미를 향해 격하게 가방을 내리쳤지만 그녀는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송소미는 여전히 버티고 있는 윤혜인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발버둥 치지 마, 소용없어.” 이 스프레이는 ‘1분 스프레이’로 불리는 것으로서 아무리 강한 사람이나 사나운 짐승도 맞으면 1
...검은색 고급 승용차 안에서 이준혁은 카시트 위에 놓인 작은 물건을 만져보더니 ‘호신용 스프레이'라고 적힌 것을 보았다.순간 잘생긴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 여자가 날 정말 변태로 보네.’“띠리링-”그때 좌석에 놓아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번쩍이는 이름을 본 이준혁은 깜짝 놀라 순간 믿기지 않았다.웬일로 이 여자가 그에게 먼저 전화를 건 걸까!그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러 다소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런데 지직거리며 전기가 흐르는 소리만 들리다가 갑자기 오리의 목을 인두로 지진 듯 갈라져서 듣기 불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준혁의 동공이 순식간에 움츠러들며 정교한 이목구비가 굳어버렸다.전화는 그대로 툭 끊겼다.“차 돌려. 당장 Z아파트로 돌아가!”이준혁의 얼굴은 폭풍우가 몰아칠 듯 먹구름이 가득했고, 그는 운전기사에게 윤혜인의 아파트로 가라고 명령하는 동시에 주훈에게 지시했다.“집사람 위치 확인해!”주훈은 당황했다. 이혼한 것도 잊어버리고 ‘집사람’이라는 호칭을 쓰는 걸 보니 대표님이 어지간히 초조한 게 아닌 것 같았다.주훈은 노트북을 열어 재빨리 네트워크 부서에 윤혜인의 위치를 찾으라고 알렸고 5분 만에 결과가 나왔다.주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 휴대폰 신호가 10시 15분 Z아파트에서 마지막으로 잡혔고 그 이후로는 연결이 끊겼습니다!”회사 고위 네트워크 부서에서는 휴대폰의 전원이 꺼졌든 물에 빠졌든, 불에 타거나 망가져도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연결이 끊겼다는 것은 상대방 역시 특수한 기술을 이용해 휴대폰을 파괴한 고급 해커의 도움을 받았다는 뜻이었다.이준혁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전에 송소미를 찾으라고 보냈던 사람들에게 무슨 소식 없는지 연락해 봐.”주훈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송소미가 사라진 후부터 대표님은 추적에 나섰고 가장 최근에 연해 지역에서 소식이 들려왔었다.몇 분 뒤, 주훈은 이렇게 보고했다.“대표님, 송소미는 더 이상
날카롭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도자기처럼 하얀 목이 차가운 공기에 닿자 살짝 떨렸다.“아!”윤혜인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약효가 채 가시지 않아 몸에 힘이 없어 손조차 들 수 없었다.“하... 하지 마세요.”그녀는 온 힘을 다해 뒤로 물러섰고 눈물이 눈동자를 가린 천을 적셨다.흐릿하게 보이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그래도 똑똑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실루엣만으로 상대가 이준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남자는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한참 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낯선 남성의 향기가 강하게 밀려왔다.윤혜인은 문득 익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왜 익숙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놀란 듯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남자의 손끝이 윤혜인의 목에 닿아 부드럽게 아래로 움직이더니,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평화의 펜던트를 잡아당겼다.“이게 당신 건가?”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변조한 목소리처럼 거칠었다.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제 것 맞아요. 귀한 물건은 아니니까 가져가지 마세요. 돈은 원하시는 대로 드릴게요.”그 평화의 펜던트는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목에 걸고 다니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외할머니가 빼서 보관하고 있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다시 건네주었다.윤혜인은 이 펜던트에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 잃고 싶지 않았다.남자는 더 가까이 가지 않고 자리에 멈췄다.한참 후 가벼운 한숨이 묻어나는 어투로 말했다.“어떻게 네가 여기에...”그의 목소리에는 형언할 수 없는 떨림이 묻어나는 듯했다.윤혜인은 놀란 와중에 낯선 기운이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오자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렸고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다.그런데 남자는 그녀에게 펜던트를 다시 걸어주었고 그 움직임은 진지하고 세심했다.순간 그녀는 남자의 다정함을 느꼈다.다정이라...윤혜인은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했지만 지끈거리며 아플 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쾅!소리와
송소미는 첫날만 해도 자신에게 친절하게 음식을 주고 깨끗한 옷을 입혀주던 어부를 떠올렸다.밤이 되자 송소미는 어차피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어부를 따라 그가 가는 섬으로 향했다.하지만 그게 악몽의 시작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늙은 어부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여자를 감금했다.한 명이 죽으면 바로 다음 타깃을 물색하곤 했다.송소미가 도착했을 때 바로 앞에 있던 여자는 겨우 숨이 붙어있는 정도였고 다리와 온몸에 칼에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늙은 어부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래야 썩지 않지.”송소미는 그제야 자신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옥으로 왔다는 걸 알고 두려움에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낮에는 늙은 어부를 위해 요리와 빨래를 하고 밤에는 늙은 어부에게 비인간적인 학대를 당했다. 그는 바다에서 이상한 약을 가져와 먹고는 기운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괴롭혔다.보통은 밤새도록 지속되며 낮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송소미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채로 그에게 고문을 당했고 몸 곳곳에서 고름이 나고 썩어가고 있었다.늙은 어부가 그녀를 가두고 다시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 그녀는 자신이 죽을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두려워했다.이 몸은 더 이상 가치가 없었다.다행히 그날 밤 어부가 아무것도 가지고 돌아오지 않자 송소미는 조심스럽게 늙은 어부에게 술을 먹이며 평소 먹던 약을 술에 잔뜩 탔다.그 약은 너무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늙은 어부는 처참하게 죽었고 그녀는 그의 집을 불태운 뒤 그의 배를 훔쳐서 도망쳤다.탈출하기 전에 늙은 어부의 돈을 훔쳐 작은 호텔에 숨어 지내며 감히 나오지 않았다.나중에 뉴스에서 늙은 어부의 섬에 불이 났다는 보도가 나왔고, 많은 시신이 발견되어 경찰이 조사한 결과 늙은 어부가 살인자라는 결론을 내렸다.열흘 정도 숨어 지낸 송소미는 치료비는커녕 돈 한 푼 가지고 있지 않았다.어느 날 그녀가 작은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갑자기 침대 위에 여분의 소포가
“네가 살아 있으면 150억이라도 줄 수 있지만 죽으면 한 푼도 못 받는다고 했어!”송소미의 입꼬리가 살짝 휘어지면서 본인은 달콤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얼굴에 보는 이는 소름 끼치는 미소가 지어졌다.“널 무척 아끼는 것 같아!”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당황했고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다.송소미는 계속 말했다.“처음에는 나도 이준혁이 임세희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속으로는 너 같은 망할 년을 더 좋아할 줄 몰랐어. 나도 임세희한테 속은 거지. 너만 제거하면 그 여자가 네 자리를 차지하고 나도 이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첫사랑 임세희도 널 이기지 못할 줄이야!”윤혜인은 익숙한 이름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애초에 임세희가 날 납치하도록 시켰다는 말이야?”이전부터 의심은 했지만 임세희는 인정하지 않았고 송소미도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이 일은 임세희가 정신병원에 보내지면서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송소미가 그 사건을 다시 언급하자 윤혜인의 눈에는 핏기가 돌며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내 아이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 거지!”송소미의 눈에 윤혜인은 곧 죽을 사람이라 당당하게 모든 걸 말해주었다.“임세희가 돈을 주면서 네가 병동에 있다고 알려준 덕분에 내가 미리 사람을 시켜서 지하 주차장에서 너를 납치했지. 그 여자가 납치당한 건 다 이준혁이 그 여자를 구하러 간 사이 너를 죽일 시간을 벌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었어! 그런데...”송소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윤혜인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봤다.“내가 알려줘도 어쩌겠어, 임세희는 직접 사건에 가담하지도 않았는데 네가 뭘 할 수 있겠어?”윤혜인은 순간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애초에 그 사건이 임세희와 연관 있을 거라고 이미 예상했다!진실을 알더라도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없도록 영리하게 계략을 꾸민 것이었다.남의 손을 빌려 사람을 죽이다니!이런 극악무도한 여자 같으니라고!송소미도 사실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