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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정장 차림에 반듯한 체격을 자랑하는 이준혁은 여전히 우아하고 고고한 모습이었다.

윤혜인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면서 흠칫 몸이 떨렸지만 이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구운을 바라보았다.

“내연남이 출세했다고 축하라도 해줘야 하나요? 이렇게 능숙한 걸 봐서 남의 가정을 파탄 낸 게 한두 번이 아닌가 봐요?”

다분히 질투가 섞인 말투였지만 이런 말을 듣고도 한구운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윤혜인은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이준혁 씨, 대체 언제까지 그런 헛소리를 할 거예요?”

이준혁의 잘생긴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내가 틀린 말 했나, 아니면 사건의 전말을 다 잊어버린 거야?”

“...”

아니라고 말하면 당장이라도 이 망할 남자가 줄줄이 자세한 얘기를 늘어놓을 것만 같았다.

한구운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 주고받으며 말싸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이준혁은 언뜻 보기에 상관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같은 남자로서 알 수 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분노가 치밀어 도저히 감출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한구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주저하지 않고 윤혜인의 손을 잡았고, 손바닥에 닿은 작은 손의 부드러움에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그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고 욕구가 생기면 여자를 찾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의 눈에 여자는 더러운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윤혜인을 만나고 나니 자신도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작은 손을 꽉 쥐고 이준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대표님, 혜인이는 이제 제 여자 친구니까 제가 잘 챙길게요. 과거의 일은 상관없지만 대표님께 감사한 건 있네요.”

한구운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가 한결 짙어졌다.

“그쪽이 혜인이 놓아준 덕분에 저한테 기회가 생겼네요.”

이준혁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하며 분노가 역력했다.

윤혜인이 화를 낼까 걱정스러운 마음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한구운을 두 동강 내 피가 흥건하게 만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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