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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작가: 이한나
날카롭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도자기처럼 하얀 목이 차가운 공기에 닿자 살짝 떨렸다.

“아!”

윤혜인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약효가 채 가시지 않아 몸에 힘이 없어 손조차 들 수 없었다.

“하... 하지 마세요.”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뒤로 물러섰고 눈물이 눈동자를 가린 천을 적셨다.

흐릿하게 보이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래도 똑똑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실루엣만으로 상대가 이준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는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한참 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낯선 남성의 향기가 강하게 밀려왔다.

윤혜인은 문득 익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왜 익숙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놀란 듯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남자의 손끝이 윤혜인의 목에 닿아 부드럽게 아래로 움직이더니,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평화의 펜던트를 잡아당겼다.

“이게 당신 건가?”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변조한 목소리처럼 거칠었다.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것 맞아요. 귀한 물건은 아니니까 가져가지 마세요. 돈은 원하시는 대로 드릴게요.”

그 평화의 펜던트는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목에 걸고 다니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외할머니가 빼서 보관하고 있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다시 건네주었다.

윤혜인은 이 펜던트에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 잃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더 가까이 가지 않고 자리에 멈췄다.

한참 후 가벼운 한숨이 묻어나는 어투로 말했다.

“어떻게 네가 여기에...”

그의 목소리에는 형언할 수 없는 떨림이 묻어나는 듯했다.

윤혜인은 놀란 와중에 낯선 기운이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오자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렸고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다.

그런데 남자는 그녀에게 펜던트를 다시 걸어주었고 그 움직임은 진지하고 세심했다.

순간 그녀는 남자의 다정함을 느꼈다.

다정이라...

윤혜인은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했지만 지끈거리며 아플 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쾅!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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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재가 입을 열었다.“이거 이혼초에요. 목에 걸고 냇가를 따라서 걸으면 나갈 수 있어요.”소원은 할 말을 잃었다. 서현재의 계획에 소원과 함께 도망가는 건 원래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기다려도 서현재가 말이 없자 소원이 물었다.“너는?”“난 아직 가면 안 돼요.”서현재가 말했다.“얼른 가요. 아직 시간이 조금 있어요.”“너는 왜 안 가는데?”소원이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족장이 사람 피를 빨아먹는 걸로 청춘을 유지하고 있어요. 몸도 바꿔야 한다는데 천년 이래 성공한 적이 딱 한 번밖에 없대요. 물론 그 한 사람도 소문일 뿐이지 목격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무당 가문에서는 믿어 의심치 않고 있어요. 이번에 누나를 잡아 온 것도 다 몸을 바꾸기 위해서래요. 누나 몸에 음기가 양기보다 많아서 뱀신이 선택했다나 뭐라나?”서현재는 소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의 몸에 뱀신이 있대요. 그때 병원에서 누나랑 마주쳤을 때 뱀신이 누나를 선택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누나를 유인해서 여기로 잡아들인 거죠.”소원은 몸을 바꾼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지만 백발의 족장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와 나눈 대화에 맞춰보면 맞는 말이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서현재는 알아둔 정보를 소원에게 남김없이 알려줬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차기 족장이 될 사람이에요. 이미 여든은 됐다고 하는데 흡혈술, 그리고 독벌레에서 추출한 알약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어요. 여기에 살아있는 공물을 가득 기르면서 피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거죠.”소원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세상에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그러다 몸을 바꾸는 데 실패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소원이 물었다.“그러면...”그 끝이 너무 잔인해 잠깐 망설이던 서현재는 그래도 누군가는 그들의 악행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이어갔다.“특수 제작한 알코올 화로에 넣어서 굽는다고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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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한 소원은 도로 달아갈 시간도 없었다. 문이 열리고 큰 키를 가진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는데 체격을 보아하니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눈여겨보니 서현재였다. 서현재는 눈동자가 어두웠지만 낮에 봤을 때처럼 멍한 표정은 아니었다.“누나...”서현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원을 불렀지만 소원은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기억... 잃은 거 아니었어...?”기억을 잃은 그가 어떻게 그녀를 알아보는지 의문이었다.서현재는 별다른 설명 없이 소원의 팔목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이따 설명할게요. 일단 나랑 함께 가요.”소원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서현재와 함께 나무를 타고 내려갔다. 두 사람은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낙엽을 밟아서 생기는 소리를 최대한 줄였다.그때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렸고 서현재가 귓가에 속삭였다.“엎드려요.”소원이 바로 자리에 엎드렸다.머리 위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쫙 펴고 날아다녔는데 두 사람 위를 지나가며 우렁차게 지저귀었다.새가 지나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서현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월조인인데 저녁이면 무곡산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어요. 낯선 사람을 보면 바로 아래로 내려와 사람을 물고는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죠.”소원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을 드리웠던 거대한 그림자가 떠올라 고개를 들어보니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마치 바다에서 사는 상어와도 같았다. 이렇게 큰 새라면 한두 사람 정도 물어가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궁금해진 소원이 이렇게 물었다.“낯선 사람은 어떻게 구별하는데?”소원은 처음 무곡산에 왔을 때 기괴한 분위기에 몹시 놀랐다. 그래도 관찰해 낸 게 있다면 여기 있는 동물과 새들은 이상하리만치 영민했고 주인의 명령에 잘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곳에 있는 무녀들이 사술을 쓴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게다가 여기 있는 것들 모두가 전설과 연관되어 있었다.다만 실상은 아까 봤던 그 뱀처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03화

    트릭을 발견한 소원은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지만 급하게 들어오느라 문이 아직 활짝 열려 있어 두 시진쯤 지나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다시 오면 낌새를 눈치챌 게 뻔했기에 얼른 문을 닫아야 했다.잠에서 깬 뱀은 짧은 시간 내에는 다시 잠들지 않을 것 같았다. 소원은 바닥에 놓인 가루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갔다. 소원이 가루를 한 줌 쥐고 문 쪽으로 뛰어가자 뱀도 혀를 날름거리며 공격적인 자세로 뒤따라왔다.소원이 손에 든 가루를 뱀에게 뿌리자 뱀은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충격이 컸는지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기회를 잡은 소원이 문을 닫고는 나뭇가지로 빗장을 다시 내렸다.웅황 가루에 다친 뱀은 아직 채 회복하지 못했지만 아까보다는 머리를 살짝 쳐들고 소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표독스러워 보였다.소원은 뱀에게 총기가 없다는 걸 안 뒤로 모든 게 허세 같아 더는 무섭지 않았다. 그 뱀을 여기에 간 주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같은 시간이 되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뱀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고 뱀도 여자를 보고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의 팔뚝을 따라 얼굴 옆으로 기어 올라가더니 말하기라도 하듯 혀를 날름거렸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뱀을 살피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소원을 바라봤다.“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소원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움직이기만 해도 물어버릴 것처럼 달려드는데. 나 여기 사흘이나 갇혀 있으면서 아무것도 못 먹었어. 몸이 뻣뻣해져서 움직이는데 갑자기 달려드니까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소원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소원의 말을 믿는 듯한 눈치였고 결계로 쳐놓은 분말이 흐트러진 것도 다 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여자가 알약을 하나 꺼내 뱀에게 먹이자 뱀이 고분고분 몸에서 내려가더니 몸을 웅크리고 휴식에 돌입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02화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바람처럼 손에 든 사람을 내팽개치더니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어둠 속에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무표정으로 서 있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멈칫하더니 이렇게 물었다.“왜 나온 거예요?”남자는 대답 없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안에 있던 백발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밖에 누구야?”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리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족장님,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나왔습니다.”“쓸모없긴. 고작 그런 일로 호들갑이야.”백발의 여자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족장님. 지금 바로 물러가겠습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눈빛으로 남자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하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공물을 업고 나오더니 문을 닫았다.“서현재 도련님, 이제 가요.”젊은 남자는 고분고분 여자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주변이 다시 조용해지자 소원은 얼굴을 가렸던 나뭇잎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원은 아직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납작 없이 들켰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소원의 발목을 걷어찼고 소원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러더니 이내 요상한 바람이 불어와 소원이 누워있는 곳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고 마침 다 덮었는데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안에서 나왔다.걷어찬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진 못했지만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부르는 걸 들어보니 서현재 같았다.‘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기억이 돌아왔는데 잃은 척하는 건가...’소원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지금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서현재가 아까 그녀를 구했다는 것이다.‘독벌레가 현재의 머리를 완전히 갉아 먹은 게 아닐지도 몰라.’서현재가 공제당한 척하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원의 마음은 다시 희망이 불꽃이 타올랐다.정말 그런 거라면 두 사람이 손잡고 이곳을 벗어날 가능성이 많아진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소원은 밧줄을 잡고 힘겹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서현재가 아까 ‘돌아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01화

    빨간 집은 밀림 깊숙한 곳에 지어져 있었는데 이 거대한 구덩이의 중심 같았다. 울창한 수풀 속에 우뚝 세워진 빨간 집은 유난히 섬뜩해 보였다.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간 소원은 안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에 소름이 쫙 돋았다. 울음소리는 짧고 급박했는데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려왔다.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소원은 눈을 질끈 감고 빨간 집에 난 유일한 창문으로 고개를 들어 안을 들여다보는데 정체를 확인한 순간 소원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긴 백발을 늘어트린 노파가 한 여자의 목을 물고 흡족한 표정으로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아까 들었던 흐느끼는 소리는 피를 빨아 먹힌 사람이 내는 신음이었다.소원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여자가 피를 빨아들일 때마다 얼굴에 졌던 주름이 펴지고 젊어지는 것 같았지만 단번에 젊은이가 되는 건 아니었다.아무튼 너무 이상했다.소원은 입을 감싸쥔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피를 빨아먹힌 여자가 숨이 끊어지는 걸 보며 소원도 마음을 졸였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백발의 여자 옆으로 수백 마리의 빨간 뱀이 에워싸고 있었는데 백발의 여자를 보호하려는 듯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마 소원이 백발의 여자를 덮치기도 전에 저 뱀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갉아먹히고 말 것이다.그때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족장님, 이제 더 마시면 안 됩니다.”백발의 여자를 잡은 건 아까 본 빨간 옷을 입은 무녀였다. 무녀가 입을 열자마자 족장이라고 불리는 백발의 여자가 무녀를 저만치 날려버렸다.“풉.”빨간 옷을 입은 무녀가 피를 왈칵 토해내자 족장 옆을 지키던 뱀들은 마치 고기를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기어와 무녀가 토해낸 피를 핥아먹었다.촘촘하게 모인 뱀들이 ‘미식’을 즐기고 있는데 그 장면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너무 역겨웠다.빨간 옷을 입은 무녀가 가슴을 움켜쥐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족장님, 용서해 주세요. 요즘 공물을 찾기가 어려워 공급이 끊길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00화

    소원이 어젯밤 찾아낸 뾰족한 대나무로 손을 묶었던 케이블 타이를 끊어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타이가 천천히 느슨해지 시작했고 어젯밤 한참 만지작거린 덕분에 끝내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원은 몸이 너무 거뿐했다. 분명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배고프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위에서 뿜어져 나온 열량이 여러 장기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듯 온몸이 따듯해지며 편안해졌다.그 알약이 만병통치약이라 몸에 좋다던 무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설마 그 알약이 너덜너덜한 내 몸을 치유해 주고 있는 건가?’소원은 믿기지 않았다. 전에 의사가 수술 후 운 좋게 5년이라는 위험 기간을 넘기면 10년, 많게는 20년까지도 살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아무튼 오래 살지는 못한다는 말이었지만 10년, 20년이면 유진이 독립해서 장가를 들 나이가 될 테니 그때가 되면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소원도 몸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미련이 남으면 하루라도 더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 옆을 지키고 싶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일단 생각을 접어둔 소원은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문이 있는 방향을 찾아 살짝 열어봤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소원을 감시할 사람은 남기지 않았지만 문도 잠그지 않을 만큼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문틈으로 내다보니 밖은 빗장만 걸려있을 뿐 자물쇠가 걸린 건 아니었기에 빗장만 들어 올리면 되지만 그 과정에 소리가 날 게 뻔했고 그러면 뱀이 잠에서 깰 수도 있다.비록 겉으로는 미동이 없어 공격성이 없어 보이지만 쉽게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고 그 무녀도 너무 신비로웠다. 아까 소원의 할머니보다 나이가 많다고 말하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걸 봐서는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상한 요술이나 마법 같은 걸 부릴지도 모른다.상대의 실력을 알기 전에는 소원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99화

    “나한테 먹인 거 뭐야?”소원이 세 번째 질문을 던지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말했다.“그거 만병통치약이라 천금을 줘도 못 사.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약을 먹은 거라고. 당신이 쓸모가 없다면 꿈도 못 꿀 약이라는 거지.”그 알약은 무녀가 기르는 뱀이 조금씩 뱉어낸 단백을 10년간 천천히 우려내야 얻을 수 있었고 수만 마리의 뱀을 써도 고작 한 알이 나올까 말까 했다.그렇게 소중한 알약을 세 알 먹은 소원은 몸이 말끔하게 나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무리 몸에 칼을 대고 수술해도 소원의 몸은 정상인보다 훨씬 건강했다.소원은 무녀가 하는 말을 듣고 좋아하기는커녕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내가 큰 쓸모가 있나 봐. 그렇게 소중한 알약을 다 먹이고.”소원이 말했다.“그렇지.”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당신이 뭐라고 그 약을 먹어?”이 말에 소원은 무녀가 그녀의 몸을 이용하려고 이렇게 공을 들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근데 내 몸을 이용해서 뭘 하려는 거지...’소원은 처음에 나타났던 그 늙은 여자를 떠올렸다.‘설마 아까 그 늙은 여자와 관련된 건가?’소원이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보며 말했다.“나이가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는 거야?”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웃음을 터트렸다.“틀렸어. 내 나이는 어쩌면 당신 할머니보다 더 많을걸?”소원은 흠칫 몰라며 이 말의 진위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여자는 외모가 아름다울뿐더러 피부도 탱글탱글해 아무리 봐도 노인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이 화제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는지 그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되물었다.“어떤 걸 말하는 거야?”“서현재.”소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서현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서현재.”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매혹적으로 웃었다.“그건 내가 그런 거 아니지. 서씨 가문 어르신이 시킨 거야. 서현재 목숨으로 외국에 있는 아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해주려나 보던데. 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98화

    몸통이 빨갛고 긴 뱀이 소원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는데 총기를 가진 눈이 얼핏 보면 사람의 눈처럼 매서웠다. 뱀은 당장이라도 소원을 물어버릴 것처럼 표독한 눈빛으로 소원을 노려보고 있었다.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감지한 소원은 뱀이 덮치려 하자 얼른 원래 있던 자리로 기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소원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자 빨간 뱀도 빳빳이 들었던 머리를 살짝 내리며 공격성이 낮아졌다.총기가 있는 뱀이라 주인을 대신해 소원을 감시하는 것 같았다. 그제야 소원은 빨간 머리 여자가 여기에 아무도 남기지 않은 원인을 알 것 같았다. 이 뱀이 그 여자에겐 제일 좋은 조수였다.소원은 그 자리에 누운 채 최대한 몸을 풀면서 체력을 보존해 여기서 나갈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그 여자가 준 알약을 먹은 후로 몸이 더할 나위 없이 가뿐해졌고 특히 위가 너무 편안했다.수술하면서 위를 절반 넘게 잘라버렸기에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불편했는데 그 알약은 마치 위에 핫팩이라도 넣은 듯이 위가 너무 따듯했다. 그 알약이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쁜 쪽은 아닌 것 같았다.아까 그 여자가 몸보신을 해준다고 했는데 몸조리하는 데 쓰이는 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몸보신이 끝나면 뭐 하려는 거지... 아까 한 사람 더 데려왔다고 했는데 혹시 현재인가?’고민에 잠겨 앉아 있다 보니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고프지 않았다.이튿날이 되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다시 나타났다. 여자는 소원이 깬 걸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약을 먹였으니 소원이 깨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지금은 얼굴이 발그스름한 게 윤기가 잘잘 흘렀고 정신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여자가 또 알약을 꺼내더니 아무 설명도 없이 소원의 입을 열어 알약을 넣고는 삼킨 게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할 일을 마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소원이 불러세웠다.“당신 누구야? 나한테 뭘 먹인 거야?”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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