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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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이천수는 이준혁에게 손가락질하며 역정을 냈다."네가 날 아버지로 생각한 적이 있긴 하니? 내가 한 모든 일은 다 널 위해서였어. 근데 넌 여자 하나에 눈이 멀어서 지금 아버지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회사에서 내치겠다고?""여자의 눈이 먼 걸 아셨으면 저 그만 건드리세요."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한 자 한 자 끊어 말하며 이천수를 향해 경고했다."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내 사람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막말도 하지 말고요. 그런 말 들을 사람 아닙니다. 다시 한번 더 제 경고 무시하시면 아버지 측근들 내보내는 것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예요."이준혁이 지금 하고 있는 건 제 속내를 완전히 드러낸 협박이었다.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명망과 체면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천수는 분노에 차 뒤틀린 듯 아파 오는 심장을 잡으며 말했다."이 불효자식! 네가 저딴 년 하나 때문에 회사 창립 멤버를 감옥에 보내면 내일에는 아주 나도 보내버리겠구나!"이준혁은 여전히 감정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라도 제 말에 협조하시면 여생은 편히 보내실 수 있게 할게요."이준혁이 한 말은 이천수가 계속 이준혁과 그의 사람들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아버지라 해도 당장 감옥에 보내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거야!"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이천수는 난간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때 이준혁이 밖에 서 있는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주훈!""이사장님 배웅해드려, 그리고 문밖에 경호원 두 명 더 둬. 아무나 들어오게 하지 말라고."이천수를 앞에 두고 하는 아무나 들여보내지 말라는 말은 꼭 이천수를 겨냥하는 말 같아 이천수는 가슴이 답답해나며 이준혁을 한 번 흘겨보고는 주훈의 손에 이끌려 병실을 나섰다.이천수가 나가고 둘만 남은 병실에서 윤혜인은 살짝 부어오른 이준혁의 턱을 보며 그를 소파로 끌어당겨 앉히고는 말했다."기다려요."그리고는 냉장고에서 얼음팩과 거즈를 꺼내 들어 이준혁에게로 다가갔다.소파가 작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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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윤혜인의 턱을 매만지며 다가오는 이준혁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평소 확고한 저만의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준혁은 몸이 조금 호전된 다음에는 더 이상 환자복을 입지 않고 자신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의 셔츠 입은 모습을 가장 좋아했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도드라진 가슴 근육이 셔츠를 뚫고 언뜻언뜻 보이는 그 모습이 섹시해서랄까. 뭔가 퇴폐적인 이준혁만의 느낌이 있었다.그렇게 셔츠를 입고 있는 이준혁이 지금 윤혜인 위에서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키스하려는 걸까...윤혜인은 떨리는 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눈을 감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건 키스가 아닌 이준혁의 웃음소리였다."눈은 왜 감아?""..."윤혜인이 머쓱하게 눈을 뜨니 이준혁은 그녀의 볼을 만지며 진지하게 말했다."너한테 사과하려고 그런 거야.""사... 사과라뇨?""미안해, 너 아프게 해서."이준혁은 특유의 깊은 눈동자로 윤혜인을 쳐다보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제 아버지인 이천수의 행동에 대해 대신하는 사과였다. 이천수가 이준혁의 명령에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통쾌하긴 했지만 이천수에게 모욕을 당할 땐 윤혜인도 당연히 서러웠다. 그런데 이준혁이 저를 대신해서 화를 내주고 또 지금 이렇게 사과까지 해주니 윤혜인은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이준혁은 다시 윤혜인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하려던 사과 다 했으니까 이제 우리 하던 거 마저 할까?""하던 거라뇨? 뭘 했는데요 우리가?"이준혁은 다리로 윤혜인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네가 눈감고 하려고 했던 거."윤혜인은 이준혁이 저에게 키스하려는 줄 알고 눈을 감았던 건 맞지만 그게 이미 오해로 밝혀진 마당에 이준혁이 또 이렇게 언급하니 어딘가 낯부끄러워 입술을 삐죽이며 둘러댔다."그냥 눈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 의미 부여하지 마요!"말을 하며 윤혜인은 이준혁의 무릎 위에서 내려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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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윤혜인은 주량을 넘기지 않게 천천히 마셨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동료들도 계속 자신을 챙겨줘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달리 기분이 좋았다. 마치 하늘이 저를 돕는 것 마냥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다.물론 그 남자도...그렇게 좋은 분위기에 취한 윤혜인은 저도 모르게 주량을 넘길 때까지 마셔버렸고 회식이 끝나고 한 동료가 취한 윤혜인을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하지만 윤혜인이 바로 거절하자 동료들은 윤혜인의 등을 떠밀며 같이 가라고 부추겼다.그 손길에 취한 윤혜인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넘어질 뻔한 걸 데려다주겠다던 동료가 잡아주었고 윤혜인은 애써 정신을 차리려 하며 한발 물러서서 감사 인사를 했다."고마워요."윤혜인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손을 내밀었던 동료가 얼굴이 빨개져서 우물쭈물하자 옆에 있던 동료 선생님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허 쌤, 이래서 연애하겠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죠!"다들 부추기자 그 동료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윤 쌤, 지금 이거 우리 첫 대환데, 저 윤 쌤이랑 친해지고 싶어요."윤혜인이 회사에 들어온 날부터 허윤재 눈에는 윤혜인만 보였다.윤혜인은 그가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예쁜 사람이었다. 허윤재에게 윤혜인은 봄날에 핀 꽃이었고 여름날에 내리는 단비였으며 가을에 흩날리는 낙엽이었고 겨울에 떨어지는 눈꽃이었다. 윤혜인의 어떤 모습이든지 허윤재 눈에는 다 한 폭의 그림 마냥 아름다워 보였다.그리고 일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이 허윤재에게는 제일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그제야 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저에게 말을 거는 눈앞의 회사 동료를 올려다봤다. 잘생긴 얼굴에 살짝 튀어나온 이빨까지 한눈에 봐도 청량 미가 넘치는 얼굴이었다.오다가다 스친 적은 있었겠지만 윤혜인에게 큰 인상을 남기진 않았었다.하지만 윤혜인은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친해져요 우리."그에 너무나도 감격한 허윤재가 한참 동안 손을 떨며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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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남자는 재잘재잘 말을 하던 여자의 입술을 깨물고 놓아줬다.“스읍-”윤혜인은 입술을 매만졌다.상처가 나지는 않았지만, 살짝 부어있었다.빨갛게 부풀어 오른 입술은 더 유혹적이었다.“뭐... 뭐 하시는 거예요?”술기운이 많이 오른 윤혜인의 말투는 화를 낸다기보다는 애교를 부리는 것에 가까웠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두 손을 남자의 허리에 두다 보니 더 애교스럽게 들렸다.그녀가 다시 물었다.“어떻게 병원에서 나왔어요? 의사가 나가도 된대요?”눈을 가늘게 뜬 이준혁이 답했다.“날 혼자 병원에 두고, 다른 사람이랑 밥 먹고 술을 마시니 잘 넘어갔어?”“다른 사람이 아니라 동료예요!”윤혜인이 반박했다.이준혁이 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을 꼬집으며 새침하게 말했다.“내가 안 왔으면, 아까 그 사람이랑 바로 갔겠어?”“설마요...”윤혜인이 살짝 트림했다. 그녀의 숨 속에서 과일의 달콤함과 있는 듯 없는듯한 우유향도 같이 풍겨왔다. 달큼한 향이었다.윤혜인은 놀라서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뼛속까지 교양이 있는 그녀다 보니 다른 사람 앞에서 트림하는 것은 교양 없고 부끄럽게 느껴졌다.“죄, 죄송합니다.”손가락 사이로 부끄러운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준혁은 매우 즐거운 듯 몸까지 들썩이며 웃었다.‘어떻게 사람이 술을 조금 마셨다고 이렇게까지 귀여워지지? 너무 몽글하고 달큼하잖아.’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웃음기가 묻은 말투로 답했다.“괜찮아, 너무 좋아. 하지만 앞으로 내가 없는 곳에서는 술 마시지 마.”이준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머러스하게 그녀에게 경고했다.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었다.윤혜인은 입을 삐쭉이며 불만스럽게 답했다.“너무 제멋대로잖아요. 어떻게 제가 아는 사람이랑 이렇게 똑같죠?”이준혁은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말랑한 입술을 쓰다듬으며 허스키하게 물었다.“네가 아는 누구?”“닮았어요. 근데,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이에요.”윤혜인이 불평을 내뱉었다.술기운 때문에 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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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갑자기 장난스러운 마음이 든 이준혁은 그녀의 빨갛게 부풀어 오른 입술을 놓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더 해줘?”그윽한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입에서 갑자기 힘이 빠진 윤혜인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며 숨을 헐떡였다. 그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싫어요...”윤혜인이 하고 싶은 말은 가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어지러워진 머릿속과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괴롭히며 물었다.“싫다고?”“괴롭히지 마요....”윤혜인은 눈가가 빨개지며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그저 눈앞에 있는 나쁜 사람이, 지금과 같은 순간에 더 이상 키스를 안 해주는 게 원망스러웠다.‘나쁜 놈...’그 순간, 이준혁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과 치열을 다소 강압스럽게 벌리며 아까보다 더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다시 올라왔다.뒤통수는 짓눌려 있지만, 남자의 옷가지는 정갈했고, 표정도 한없이 평온했다. 하지만 몸만은 들끓고 있었다.이준혁의 혀가 그녀의 입속을 파고들며 힘차게 휘저었다. 그녀의 혀뿌리마저 삼켜버릴 듯 격한 키스를 하며 그녀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그의 키스로 인해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리고 혀끝은 아려왔다.호흡과 목소리가 남자에게 삼켜졌다.입속은 전부 그의 기운이었다. 그녀는 입을 약간 벌리고 그의 품에서 나른하게 몸을 떨었다.몸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와 숨을 나누는 이 순간이 좋았다.주객전도하여 그녀도 이준혁을 따라 배워 혀를 내밀며 그의 입속을 탐험했다.수줍고 탐험적인 입맞춤은 남자의 눈동자를 더 깊게 만들었다. 마치 한 마리의 굶주린 짐승 같았다. 그는 멈춰서서 손가락으로 윤혜인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더 이상 허스키해질 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차에서 해도 돼?”윤혜인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너무 좋았던 순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멈춰 선 이준혁으로 인해 그녀는 마치 장난감을 뺏긴 어린아이처럼 괴로워했다.약간은 거친 이준혁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가로 다가갈 때, 윤혜인은 대답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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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놀란 윤혜인은 얼굴을 이준혁의 목에 파묻었다.문밖에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늦은 시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VIP 손님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몰래 VIP 엘리베이터를 누른 것이었다.손님을 확인한 아주머니는 거듭 사과했다.이준혁은 흐릿해진 눈동자로 별다른 말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방금 남자가 안고 있던 여자의 목이 빨갛고 불편해 보이는 환자 같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하게도 혼나지 않아 가슴을 내리 쓸었다.그때, 환자 같은 윤혜인의 얼굴은 매우 붉었다. 술기운도 놀라움으로 인해 반쯤 깬 상태였다.그 상태로 그녀는 조금 전 뭘 했든지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자세만으로도 자극적이어서 더 이상 생각을 이어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이준혁에 의해 병실로 옮겨지면 윤혜인은 자는척해서 지금 상황을 모면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착하지, 얼른 씻어.”그녀는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자도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역시, 기척이 없네.’그녀가 몰래 기뻐하고 있을 때, 이준혁이 다시 소파로 돌아와 그녀를 안아 따스한 물로 세심하게 씻겨주었다.몸의 전율로 인하여 더 이상 자는척하기 어려웠다.그녀는 비몽사몽 눈을 뜨며 물기 어린 고양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남자의 시선이 잠시 윤혜인에게로 향했다. 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했다.“힘들잖아. 내가 해줄게.”윤혜인이 고개를 저으며 빨개진 얼굴로 곧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답했다.“아니에요, 안 힘들어요.”윤혜인은 지금 그저 이준혁이 빨리 나갔으면 했다. 하루 종일 모내기에 끌려간 것처럼 허리가 시큰거린다고 인정할 리가 없었다.이준혁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히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안 힘들어?”윤혜인이 극구 부인했다.“안 힘들어요! 정말 안 힘들어요.”젖은 머리카락과 사랑 받은 후처럼 붉게 묽은 윤혜인의 이쁜 얼굴은 마치 소리 없이 초대처럼 유혹적이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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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병원 옆의 커피숍.문현미의 안색이 창백해 보이는 것이 좋지 않아 보였다.자리에 앉은 후, 문현미가 담담히 웃어 보였다.“혜인 씨, 요 며칠 우리 준혁이 잘 보살펴줘서 고마워요. 의사가 얘기하길 잘 회복되고 있대요.”“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문현미는 윤혜인이 올려둔 보온컵을 보더니 물었다.“이건 준혁이 주려고 가지고 온 건가요?”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문현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말했다.“혜인 씨가 고생이 많네요.”윤혜인이 손을 거두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아줌마,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문현미가 멋쩍게 웃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혜인 씨, 이혼할 때,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면서요?”’“네, 제 것이 아닌 건 갖지 않으려고요.”문현미의 손이 멈칫했다. 망설이다가 가방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혜인 씨, 제가 정말 좋아해요. 좋은 아가씨인 거 알아요. 이건 제가 주는 보상이에요. 어찌 됐든 이건 받아줘요. 그리고...”문현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뒤에 있었다.“그리고 이혼한 이상, 앞으로 각자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오가지 말고, 가능할까요?”윤혜인이 눈을 깔고 보니, 십억,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그녀가 웃으며 답했다.“아주머니, 준혁 씨가 다 나으면 안 그래도 똑바로 얘기하려고 했어요.”사리에 밝은 윤혜인 때문에 문현미는 오히려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문현미는 진심으로 윤혜인이 좋았다. 하지만, 목숨이 걸린 문제에서 본인의 자녀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그날, 이천수가 병원에서 나온 후, 그녀에게 한 말은 못처럼 가슴에 박혀있었다.“당신 아들은 언젠가 그 여자 손에 죽을 거야.”그 말로 인해 그녀는 걱정이 태산이 되어 며칠 밤을 악몽에 시달렸다.가능하다면, 그 누구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었다.문현미는 복잡한 심경으로 해명했다.“준혁이는 책임이 막중한 애예요.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면 안 돼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죠?”“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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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이준혁은 전화를 걸어, 윤혜인에게 어디까지 왔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미간을 좁힌 이준혁이 다시 그녀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병실 문이 열렸다.문현미가 손에 정갈한 도시락을 든 채 들어왔다.“준혁아, 엄마가 야식 사 왔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그 집이야.”이준혁은 입맛이 없어, 그저 담담히 답했다.“거기 두세요.”“빨리 나으려면 잘 먹어야지.”문현미가 직접 죽을 떠서 그에게 건넸다.문현미의 손에 걸려있는 팔찌를 본 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어머니, 이 팔찌가 왜 어머니한테 있어요?”문현미가 멈칫하더니 말했다.“오늘 혜인이가 돌려주더라고. 내가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혼한 이상 남의 물건을 가지고 싶지 않다고 하더구나.”순간, 이준혁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문현미가 조심스레 그릇을 내려놓으며 달랬다.“혜인이는 이미 다 내려놓고 본인만의 생활을 해나가려고 마음을 굳힌 거 같더구나. 너도 좀 배워. 이선그룹의 중책은 네가 맡아야 하는데, 지금의 시장은 우리만 성장하게 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다음에 새로 며느리를 맞이한다면, 우선 배경 먼저 봐야지. 사람이야 뭐, 단정하기만 하면 돼.”지금의 문현미는 정략결혼을 전적으로 동의했다. 감정 없이, 아이만 낳고 두 가문 사이의 이익을 공고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날, 이준혁이 ICU에 누워있던 장면만 생각하면 문현미의 심장은 빨리 뛰며 어지러움과 이명마저 느껴졌다. 엄마의 눈에는, 아이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그랬다.문현미가 이어 말문을 띄웠다.“정씨 집안의 그 아가씨가 너랑 어울릴 것 같았는데, 네가 싫어하니 급할 거 없이 천천히 찾아보자꾸나.”이준혁은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 윤혜인이 이곳에서 나가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았다. ‘아무런 특이 사항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을까?’그녀가 답이 없는 이유는 수업하느라 바빠서라고 생각했다. 저녁이면 죽을 들고 병문안을 올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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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이준혁이 뱉은 말 한마디는 마치 끓는 기름 솥에 물을 부은 것처럼 정신 사납게 윤혜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윤혜인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이준혁이 전의 반지를 꺼내며 해명했다.“이 반지는 할머니가 나한테 남겨준 거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평생 서로를 사랑하셨어. 당시에 너한테 이 반지가 나한테는 어떤 의미인지 잘 해석 못 해준 것 같아.”이어 그는 큰 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두 반지 모두 윤혜인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이 반지는 제작한 거야. 오랜 시간을 거쳐 드디어 받았지. 우리 재결합하자.”강경한 그의 말은 윤혜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틀어막았다. 마치 뭔가 다급하게 만류하려는 모양새였다.윤혜인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다 울음기를 겨우 삼켜냈다. 모든 게 너무 늦었다.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와 함께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다.모든 사람이 축복해 주지 않는 사랑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을 것이었다.윤혜인은 반지를 빼서 이준혁에게 돌려주며 차갑게 말했다.“준혁 씨, 저는 명확하게 표현한 줄 알았어요.”이준혁이 차가워진 표정으로 반지를 건네받지 않으며 물었다.“무슨 뜻이야?”“어제는 그저 사고예요.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요.”이준혁이 입술을 달싹이기를 반복하며 말을 이었다.“사고? 어제 네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잊었어? 얼마나 나를 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거야? 사고... 다섯 번이나 사랑을 나눠놓고 사고라고?”그의 말로 인해 윤혜인은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입술을 짓이긴 그녀가 답했다.“취했었잖아요.”그녀는 마음을 먹은 듯 작정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어제 준혁 씨가 아니더라도, 다른 남자였어도 그랬을 거예요. 저도 성인이에요, 성적인 욕구가 있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나요?”그녀의 말에 상처받은 이준혁이 냉소를 지으며 큰 몸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성욕이 생길 때, 내 이름을 불렀어. 그런데 네 말을 믿으라고?”이준혁으로 인해 불편해진 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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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윤혜인이 분노에 찬 눈으로 이준혁을 노려봤다.“무슨 헛소리예요! 어젯밤에는 분명 서로가 원해서 한 거잖아요!”이준혁도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목에는 여전히 어제 남겨둔 흔적이 있었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서로가 원해서 한 거면, 더 해도 되잖아?”윤혜인이 눈을 피하며 답했다.“안 돼요. 더 이상 안 할 거예요. 이제 더 얽히면 안 돼요.”이준혁은 그녀가 피하지 못하게 턱을 잡으며 눈을 맞췄다.“혜인아, 속이려고 하지 마. 어제 그 반응은 거짓이 아니야. 너도 여전히 나 사랑하잖아, 안 그래?”“준혁 씨, 당신이 밤 일을 잘해서 그래요. 그런 쾌락은 고급스러운 장난감을 사도 얻을 수 있어요.”윤혜인은 어두워진 이준혁의 표정을 모른척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는 거 진심이에요. 이러는 거 정말 별로예요. 깔끔하게 물러나 줘요.”문현미의 말에 동의한 이상, 윤혜인은 약속을 지켜 이준혁이 단념하게 할 생각이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오만함이 절대로 다른 사람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걸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윤혜인은 손톱을 손바닥 깊숙이 박으며 가슴에 맺힌 통증을 덮으려 했다.“준혁 씨, 이 세상에 여자가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집착하지 마요. 없어 보여요.”남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흉악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 속에 감춘 상처도 무시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응시하며 또박또박 물었다.“이게 네 진심이야?”윤혜인은 잠시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네, 진심이에요. 앞으로는 저희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요. 더 이상 연락하지 마요.”“모르는 사람?”그녀의 대답이 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윤혜인의 얼굴은 평온한 상태로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몸 아래 감춰둔 손바닥은 이미 검붉게 변해있었다.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내뱉고 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누군가가 그녀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팠다.이준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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