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1150 챕터

제171화

이 순간, 윤혜인은 이준혁 눈빛에서 뿜어 나오는 살기를 확실하게 느꼈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되레 자신의 가는 목을 조금 더 빳빳하게 치켜들었다.만약 이준혁의 분노를 감당하는 것으로 그녀가 그를 영원히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절대 반항하지 않을 것이다.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윤혜인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하지만 이준혁의 손은 새하얀 윤혜인의 피부에 닿기 전에 흠칫했다가 뒤에 있던 벽에 강하게 내리꽂았다.쿵!거대한 마찰음이 들렸다. 윤혜인이 눈을 떴을 때 이준혁의 얼굴은 코앞에 있었다. 그의 손등은 피범벅이 되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어깨를 꽉 잡았다.“윤혜인,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 일부러 날 화나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이준혁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지만 등은 꼿꼿하게 세웠다.윤혜인은 이준혁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준혁처럼 평생을 고고하게 살아온 사람은 절대 상대방의 배신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그는 자신을 배신한 상대방이 역겹고 더럽게 느껴질 것이다.하지만 윤혜인은 그가 원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이준혁이 한번 또 한번 임세희를 감쌀 때마다 점점 차갑게 식어버렸다.이준혁의 분노가 지금 그녀가 느끼는 분노보다 더 할까?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함께 생활했는데 그는 윤혜인에 대한 믿음이 추호도 없다.검사 결과지 하나로 그녀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고 있고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심지어 이준혁은 다시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외할머니도 세상을 떠났으니 뱃속의 아이는 윤혜인의 유일한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그녀는 뱃속의 아이까지 잃으면 더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 이준혁은 결국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할 것이고 그때가 되어 윤혜인이 이씨 가문의 핏줄을 데리고 떠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이다.잘못된 검사 결과가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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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고급 외제차는 순식간에 스카이 별장에 도착했고 윤혜인을 안고 차에서 내린 이준혁은 경비실을 지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이 여자는 스카이 별장을 단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하게 해.”윤혜인을 가두겠다는 이준혁의 말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다음 순간, 큰 침대에 윤혜인을 내려놓은 이준혁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준혁의 뺨을 내리쳤다.팍!순식간에 뺨을 맞은 이준혁은 흠칫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꽤 가까웠기에 윤혜인이 힘을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준혁 얼굴은 조금 얼얼했다.이준혁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윤혜인의 턱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왜? 이제 연기하는 척도 귀찮아? 네가 이 침대에서 신음소리를 몇 번이나 냈고 나에게 몇 번이나 애원했던지 기억 안 나? 네가 그렇게 야릇하게 몸을 배배 꼬았던 걸 보면 그 남자가 널 만족시키지는 못했나 보네?”이준혁은 가벼운 말투로 듣기 거북한 말만 골라서 했다. 내면에 있던 야수가 그의 점잖은 가면을 찢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잔인하고 난폭했다.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목을 꽉 물었고 갑작스럽게 느껴진 통증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던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더욱 꽉 잡았다.“입 떼!”하지만 윤혜인은 끝까지 입을 떼지 않았으며 되레 더욱 꽉 물다가 새빨간 피가 흐르는 걸 보고서야 놓아줬다.그녀의 입술에는 이준혁의 피가 묻어 있었고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덜덜 떨었다.“이준혁 씨, 날 더럽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왜 그렇게 더럽고 역겨운 나에게 손을 대는 거예요?”표정이 확 굳어진 이준혁은 그녀 곁에 떨어진 핸드폰을 바닥에 홱 던졌다.“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가 모든 걸 알고도 너에게 손을 댈 거 같아?”윤혜인은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보며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그녀는 울컥하는 마음에 이준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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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말을 하던 이준혁은 윤혜인이 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지금 당장 AT 투자은행 한구운 그 사람의 근 1년간 행적을 확실하게 알아와. 그리고 그 사람에게 사람 두 명 붙여서 절대 서울을 떠나지 못하게 해.”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살짝 당황했다.애초부터 몰래 만나는 남자 같은 건 없기에 이준혁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윤혜인은 순조롭게 이혼하기 위해 일부러 이준혁을 자극한 것이다.이준혁처럼 오만한 남자는 절대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까.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이준혁 씨, 이 아이는 선배와 아무런 연관도 없어요. 그렇게 함부로 남의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요!”하지만 이준혁은 윤혜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별장을 나섰고 윤혜인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너무 불안했다.분노에 이성을 잃은 이준혁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편, 스카이 별장을 나선 이준혁은 와인바로 향했다.와인바에 도착해보니 술을 미리 주문한 김성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리에 털썩 앉은 이준혁은 술을 세 잔이나 연달아 마셨다.그러다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약은?”김성훈이 약통을 건네자 이준혁은 바로 약을 꺼내 입에 넣더니 술로 넘겨버렸다.이를 지켜보던 김성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아니, 너처럼 이렇게 약을 먹고도 살아있는 걸 보면 참 기적이야.”“근데 왜 한 통밖에 없어?”이준혁의 물음에 김성훈이 눈썹을 들썩거렸다.“내가 직접 이 약을 만드는 줄 알아? 나한테 더 있긴 있어. 일단 이것부터 먹고 더 가져가. 적당하게 먹어야 돼. 약은 다 독성이 있어. 이 약이 네 조울증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널 죽일 수도 있어.”김성훈이 없는 말을 지어내는 건 아니었다. 이준혁은 옛날에 꽤 심한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 발작할 때마다 심각해져서 국내의 치료는 그에게 큰 효과가 없었다.그때 김성훈이 L 국의 한 교수에게서 이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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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더군다나 이준혁은 성적 욕구가 강해서 생리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관계를 가졌었다. 그는 그녀의 야릇한 표정과 가벼운 신음소리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 윤혜인이 그가 외국으로 출장간 동안 갑자기 그를 배신했다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된다.더군다나 귀국한 첫날밤, 이준혁은 바로 윤혜인과 잠자리를 가졌는데 그때도 전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남자가 그녀의 몸을 건드렸는지 안 건드렸는지는 이준혁이 제일 잘 알고 있다.떠올려보니 그날도 안전한 시기라 이준혁은 피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여러 번의 관계를 가졌다.그럼 윤혜인이 그런 말들을 한 건 그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내뱉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그런데 윤혜인은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녀는 정말 그를 조금이라도 사랑하지 않는 걸까?그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의 외할머니를 만나주지 않은 것 때문에 이토록 화가 난 건가?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던 이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와인바에 기대에 잠이 들었다. 그는 잠결에서도 중얼거리고 있었다.“혜인아, 떠나지 마. 그 어떤 이유로도 날 떠나지 마…”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다가 주훈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차에 올라탄 이준혁은 주훈에게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지금 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갔다가 술김에 이성을 잃고 잘못된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두려웠다.다음날.송소미는 저번에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뒤로부터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에 맞아 심하게 다친 문미정은 그때 당시 구급차에 실려 돌아올 정도였으며 아직까지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두 모녀는 이 일을 문미정 부친에게 고자질했지만 사업에 정신이 팔린 문미정 부친은 여자들 일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더군다나 문미정 부친은 계속 이씨 가문의 덕을 봐야 하기에 딸을 위해 이씨 가문과 적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이때, 송소미가 문미정 침대 앞에 앉아 궁시렁댔다.“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준혁 오빠가 이 일을 다 잊었겠지?”“당연히 다 지나갔지. 내가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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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신문 앞면에는 커다란 글자들이 눈에 띄었다.[속보, 서울 한 가짜 규수의 추잡한 사생활!]아래에 적힌 글은 길지 않았다. 송모 씨라는 이름만 제외하면 글에 적힌 배경은 송소미가 틀림없었다. 그녀가 유학 시절에 밖에서 저질렀던 더러운 행적들이 전부 까발려졌다. 가장 중요한 건, 모자이크 처리가 전혀 안 됐다는 것이다. 모자이크는 얼굴이 아닌 머리를 가리고 있었기에 사진에는 그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특히 그 사진들 속 송소미의 야릇한 포즈가 유난히 눈에 띄었으며 심지어 여자 한 명과 남자 세 명이서 화끈한 파티를 즐기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송소미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고 이를 악물면서 소리를 질렀다.“이게 대체 어느 신문사예요! 남의 사생활을 이렇게 신문에 올려도 되는 거예요? 당장 이 신문사를 고소할 거예요!”송태산이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인터넷에 이것보다 화끈한 기사들이 더 많아. 그 사람들까지 전부 고소할 거야? 어린 놈이 나보다 더 더럽게 즐기고 다녔을 줄은 몰랐네. 남자 세 명을 데리고 놀아? 네가 아주 대단한 계집애네.”송태산의 말에 송소미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인터넷이라니!송소미가 다급하게 핸드폰을 열어보니 그녀가 온갖 사이트의 검색어 1위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신문에 찍힌 사진보다 더욱 화끈하고 더러운 사진들이 많았다.[대박! 평소에 고고한 척하던 부잣집 딸이 평소에는 이렇게 더럽게 놀고 있었다니.][부잣집 딸은 무슨, 저 못생긴 여자 이름이 송소미야. 온몸에 가슴만 빼고 다 가짜거든. 저 여자 엄마가 옛날 도우미 딸이야. 내연녀가 성공한 거지 뭐. 이 바닥에서 저 여자를 거들떠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송모 씨가 여러 남자와 함께 노는 걸 직접 보고싶은 분들은 여기로 모이세요. 제가 공짜로 영상 뿌려드릴게요.]영상을 뿌린다는 댓글 아래에는 8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호응으로 들썩였고 이를 보고 있던 송소미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댓글에 올라온 사진만으로도 기절할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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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송태산이 문미정을 언급하자 문씨 가문에서는 그런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그제야 알게 된 건데, 문미정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와 이혼을 해서 문미정의 할아버지가 송수미를 포함한 세 여인을 문씨 가문 호적에서 지워버린 것이다.문미정 할아버지가 이 정도로 매정하게 내친 걸 보면 이 세 여인은 심각할 정도로 추잡한 짓을 저질러서 문씨 가문에게 버림을 받은 게 분명하다.애초부터 문씨 가문의 힘에 빌붙기 위해 문미정과 결혼한 송태산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문미정을 곁에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결국, 문미정과 송소미는 송씨 가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두 모녀는 문씨 가문으로 돌아와 애원했지만 거기서도 경호원에게 쫓겨나고 말았다.두 사람은 이내 이씨 가문까지 찾아갔지만 집을 지키고 있던 개에게 쫓겨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다.더 이상 갈 데가 없게 된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며칠 묵으려고 했지만 카드마저 전부 정지당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송태산의 발길질에 심하게 맞은 문미정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기에 자신이 차고 있던 귀걸이를 팔아서 그 돈으로 작은 여관으로 들어갔다.송소미는 작고 냄새가 나는 여관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단 한번도 이렇게 누추한 곳에 몸을 담근 적이 없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밖에서 빙빙 돌아다니던 송소미는 친구들이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자 결국 임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임세희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하던 임씨 아주머니가 임세희에게 물었다.“아가씨, 받으실 건가요?”조금 전에 집으로 돌아온 임세희는 얼굴에 팩을 붙인 채 꽤 기분이 좋은 듯 대답했다.“주세요.”“송소미 씨는 이제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신세입니다. 최대한 송소미 씨와 엮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러다가 준혁 도련님이 눈치라도 채면 큰일입니다.”임씨 아주머니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타이르자 임세희가 가볍게 웃었다.“괜찮아요. 스피커 좀 켜주세요.”임씨 아주머니가 스피커를 켜자 전화기 너머 송소미의 애절한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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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송소미의 말은 꽤 위협적이었다. 정 안 되면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임세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송소미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때, 임씨 아주머니가 나서서 송소미의 말을 끊었다.“송소미 씨, 그런 말씀은 거둬주세요. 우리 아가씨가 송소미 씨에게 윤혜인 씨를 괴롭히라고 시킨 건 아니잖아요? 우리 아가씨는 그때 당시 그저 윤혜인 씨가 임신하지 않았을까 의심했던 것뿐입니다. 송소미 씨를 친한 동생으로 생각해서 속마음을 털어놓은 건데 윤혜인 씨 뱃속의 아이에게 못된 짓을 저지르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흠칫하던 송소미는 잠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임세희는 확실히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임세희가 그녀에게 울면서 고자질하고 암시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윤혜인을 잡고 늘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이때, 임세희가 온화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전 소미를 친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소미가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전 당연히 도와야죠.”임세희가 임씨 아주머니에게 눈치를 주자 임씨 아주머니는 방에서 현금을 잔뜩 들고 나왔다. 임세희가 송소미의 손을 덥석 잡고는 눈시울을 붉혔다.“소미야, 내가 널 돕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준혁 오빠가 분명하게 경고를 했거든. 너희 집안을 돕는 사람은 이선 그룹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라고 했어.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언니도 마음이 안 좋아. 여기 현금 1200만 원 있으니까 일단 가져가서 써. 내가 갖고 있는 돈을 전부 투자에 넣어서 현금이 많이 없어. 나중에 현금이 생기면 또 줄게.”송소미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 1200만 원으로 국내에서도 며칠 버티지 못할 텐데 이 돈으로 해외에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임세희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일이 터지고 나서 내가 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어. 윤혜인 씨 할머니는 애초부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대. 근데 그 죽음을 너에게 뒤집어씌울 정도로 독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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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잠시 머뭇거리던 윤혜인은 아주머니를 보며 물었다.“아주머니, 혹시 통화 좀 하게 핸드폰을 잠깐 빌려주실 수 있나요?”아주머니는 살짝 난감했다. 도련님은 사모님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으니 당연히 아무한테도 연락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하지만 아주머니는 요 며칠동안 매일 우울하고 말도 없는 윤혜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통화로 기분이 좀 좋아질 수 있다면 전화 한 통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아주머니는 핸드폰을 윤혜인에게 건넨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한편, 윤혜인은 한구운의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았지만 소원의 번호는 외우고 있었다.소원이 전화를 받자 윤혜인은 한구운에게 별다른 상황이 없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병원에서 아버지를 지키고 있던 소원은 이제야 윤혜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금은 원망하듯 말했다.“혜인아, 왜 나한테 아무것도 얘기 안 해? 우리가 제일 친한 친구인 건 맞아?”“미안해, 소원아. 내가 그때 당시 정신이 없어서 아무한테도 연락을 못했어.”윤혜인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 소원은 당연히 그녀를 탓하는 뜻이 아니었기에 서둘러 대꾸했다.“혜인아, 네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내가 네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그런 말 한 거야.”“알고 있어.”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였기에 소원의 뜻을 오해할 리가 없었다.전화를 끊은 윤혜인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는 아주머니의 걱정을 덜기 위해 국을 조금 마신 뒤 위층으로 휴식을 취하러 올라갔다.날이 어두워지자 이틀 동안 사라졌던 이준혁이 나타났다. 그는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리더니 밖으로 잡아당겼다.다리에 힘이 풀린 윤혜인은 넘어질까 봐 이준혁의 손을 꽉 잡은 채 화난 표정으로 물었다.“이준혁 씨, 또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의 말에 이준혁은 고개를 홱 들었고 싸늘하게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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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옷소매를 꽉 잡았다. 그녀의 아이가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잡종은 아니다!“이준혁 씨, 함부로 말 하지 마요.”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뱃속의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사랑을 주지는 못해도 상처만은 주지 말라고.하지만 그녀는 말 할 수가 없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아이의 부양권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눈빛이 날카로워진 이준혁은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꽉 주었다.“말 함부로 하지 않으려면 네 뱃속에 있는 물건은 반드시 사라져야 해.”이준혁은 자신에게 흠이 되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오는 걸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말을 하던 이준혁은 윤혜인을 어깨에 업은 채 별장 밖으로 나와 그녀를 차에 거칠게 꾸겨 넣었다.운전석에 올라탄 이준혁은 엑셀을 확 밟았고 갑작스러운 출발에 윤혜인은 몸이 뒤로 쏠렸다.“이준혁 씨, 우리 어디 가요?”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바람을 가르는 소리밖에 없었다.이내 외제차는 한 고급 개인 병원 앞에 멈췄고 이준혁은 윤혜인을 차에서 끌어내렸다.그제야 이준혁의 의도를 눈치챈 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이준혁이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와 이혼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가 그녀 뱃속의 아이를 지워버리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윤혜인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이준혁 씨, 전 싫어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를 지워버릴 권리가 없어요!”“날 배신할 땐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몰랐어? 내가 이 잘못된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내버려둘 거 같아?”이준혁이 서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윤혜인은 그의 손목을 잡고는 애원했다.“아이는 잘못이 없잖아요! 이준혁 씨, 제발 그러지 마요. 아이만은 지우라고 하지 마요!”하지만 이준혁은 냉랭한 표정으로 전혀 흔들림 없이 곁에 있던 의료진에게 명령했다.“얼른 데리고 들어가요.”병원 입구에 마중 나온 의료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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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한구운은 이준혁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이준혁 씨, 어떤 상황에서도 여자를 때리는 건 절대 안 됩니다.”곁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윤혜인은 한구운의 말에 얼른 대꾸했다.“아니에요, 선배가 오해한 거예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면을 강하게 맞은 한구운이 뒤로 휘청거렸다. 입가에 흐르고 있던 피를 쓱 닦은 한구운도 이준혁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이준혁은 몸을 살짝 돌려 피해버렸다.이준혁은 전문적인 복싱을 배운 적이 있다. 꾸준하게 운동한 한구운의 체형도 꽤 건장했지만 이준혁을 상대로 역부족이었다.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한구운의 옷깃을 잡더니 다시 주먹을 날렸고 한구운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한구운의 입가에서 피가 점점 더 많이 흘렀지만 그는 다시 일어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만해요!”이때, 윤혜인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더니 두 팔을 쫙 뻗으며 소리를 질렀다.“그만 싸워요!”이준혁이 휘두른 주먹은 순식간에 윤혜인 눈앞에서 멈추었다.“비켜.”“이준혁 씨, 이 일은 선배와 정말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만 때려요.”“상관이 없다고?”이준혁은 코웃음을 피식 치면서 말을 이어갔다.“아무 상관이 없는데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보아하니 널 많이 걱정하고 있는데 어떡하지…”윤혜인을 품에 와락 껴안은 이준혁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넌 내 와이프잖아.”힘을 너무 세게 준 이준혁 탓에 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이준혁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이준혁은 힘겹게 일어난 한구운을 향해 발길질을 하더니 윤혜인을 만졌던 한구운의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지시를 내렸다.“저놈 손 하나 잘라버려.”뒤에 서있던 경호원들은 재빨리 달려와 한구운의 머리를 꽉 누르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오른손을 확 들어올렸고 철컥 소리와 함께 한구운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너무 놀란 나머지 넋이 나가버린 윤혜인은 심장이 찢어지듯이 아팠다.“저놈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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