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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Author: 이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3-13 18:58:57
고급 외제차는 순식간에 스카이 별장에 도착했고 윤혜인을 안고 차에서 내린 이준혁은 경비실을 지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이 여자는 스카이 별장을 단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하게 해.”

윤혜인을 가두겠다는 이준혁의 말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다음 순간, 큰 침대에 윤혜인을 내려놓은 이준혁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준혁의 뺨을 내리쳤다.

팍!

순식간에 뺨을 맞은 이준혁은 흠칫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꽤 가까웠기에 윤혜인이 힘을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준혁 얼굴은 조금 얼얼했다.

이준혁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윤혜인의 턱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왜? 이제 연기하는 척도 귀찮아? 네가 이 침대에서 신음소리를 몇 번이나 냈고 나에게 몇 번이나 애원했던지 기억 안 나? 네가 그렇게 야릇하게 몸을 배배 꼬았던 걸 보면 그 남자가 널 만족시키지는 못했나 보네?”

이준혁은 가벼운 말투로 듣기 거북한 말만 골라서 했다. 내면에 있던 야수가 그의 점잖은 가면을 찢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잔인하고 난폭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목을 꽉 물었고 갑작스럽게 느껴진 통증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던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더욱 꽉 잡았다.

“입 떼!”

하지만 윤혜인은 끝까지 입을 떼지 않았으며 되레 더욱 꽉 물다가 새빨간 피가 흐르는 걸 보고서야 놓아줬다.

그녀의 입술에는 이준혁의 피가 묻어 있었고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덜덜 떨었다.

“이준혁 씨, 날 더럽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왜 그렇게 더럽고 역겨운 나에게 손을 대는 거예요?”

표정이 확 굳어진 이준혁은 그녀 곁에 떨어진 핸드폰을 바닥에 홱 던졌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가 모든 걸 알고도 너에게 손을 댈 거 같아?”

윤혜인은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보며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녀는 울컥하는 마음에 이준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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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과거 진아연은 육경한에게 가혹한 대우를 받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채 도망쳤다.그런데도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니, 얼마나 비정상적인 집착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하지만 선미는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네가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네 말도 이해할 수 없어.”이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휴게실에서 뛰쳐나갔다.그 뒷모습은 마치 도망치듯 허겁지겁이었다.소원은 선미의 반응이 너무나 뚜렷하다고 생각했다.‘육경한한테 당한 뒤에 모든 걸 버리고 도망쳤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을 수 있었을까?’그녀가 성형을 하고 모습을 바꿀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누군가 그녀를 도왔다는 뜻일 것이다.‘도대체 누가 도와준 거지? 진아연을 돕는 목적은 뭐고?’소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휴게실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가방에서 작은 이어폰 모양의 장치를 꺼내 귀에 꽂았다.조금 전 선미의 턱을 잡을 때, 얇은 형태의 초소형 도청기를 그녀의 옷깃 아래쪽에 붙여두었던 것이다.이제 선미가 누군가와 접촉하면 그 대화를 통해 그녀가 숨겨온 진실을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예상대로 이어폰에서는 곧 진아연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저예요.”“누가 너보고 전화하라고 했어!”상대방의 목소리는 매우 거칠고 쉰 듯했으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저... 저를 누군가 알아챘어요.”진아연이 말했다.“뭐라고?”“소원이 저를 알아봤어요. 제가 진아연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 어떡하죠...”그녀는 겁에 질린 듯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인정했어?”상대방이 물었다.“아니요. 아니요.”진아연은 상대를 두려워하는 듯 여러 번 부인하며 말했다.“그래, 그럼 된 거야. 기억해, 진아연은 이미 죽었어. 이 세상에 진아연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너는 지금 임선미야. 아무도 네가 진아연이라는 걸 증명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7화

    선미가 성형미인이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으나 소원이 오기 전에는 그녀가 누구를 따라 성형한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소원이 오고 나니 상황이 묘해졌다.선미의 얼굴은 마치 소원을 본떠 만든 듯했지만 인위적이다 보니 일종의 ‘저급 버전 소원’처럼 보였다.매일 진한 화장을 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화장을 지우면 성형 부작용으로 비뚤어진 부분들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소원은 일부러 선미의 근무 시간에 맞춰 몇 번 마주치려 했지만 선미는 소원만 보면 피하며 말조차 섞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소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직접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녀를 몰래 관찰하기로 했다.그렇게 지켜보는 동안 이상한 점이 하나둘씩 드러났다.선미는 왼손으로 식사를 했고 때때로 새끼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동작을 했다.그 모습과 표정이 소원으로 하여금 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했는데...’소원은 선미를 따라 그녀의 휴게실까지 갔고 선미가 문을 닫으려는 찰나 안으로 들어섰다.“어이, 누구야...”선미는 발끈하려다 상대가 소원인 것을 보고 기세가 약간 꺾인 듯했다.“나가주세요. 남의 휴게실에 무단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 거 몰라요?”소원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선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너, 진아연이구나?”몇 년 만에 불러보는 이름, 소원은 차마 믿을 수 없었다.진아연이 여기, 그것도 이런 모습으로 숨어 있었을 줄은 말이다.소원은 그녀가 왜 자신의 얼굴을 따라 성형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목적이 있었던 걸까?’소원은 차분하게 물었다.“내 얼굴을 따라 한 이유가 뭐야?”선미는 처음엔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곧 태연한 척 눈을 굴리며 대꾸했다.“나 원래 이 얼굴이야. 누가 네 얼굴 따라 했대?”“원래?”곧 소원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6화

    소원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백현주는 생각보다 다정했다. 조금 전의 강렬한 분위기와는 달리, 지금은 이웃집 소녀처럼 친근해 보였다.“체리 언니, 나중에 그 조세진이라는 사람이 언니를 괴롭히진 않았어요?”소원은 잠시 백현주를 바라봤다.‘혹시 이 사람도 방민아가 심어둔 사람이 아닐까? 혹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지금 이걸 묻는 건가?’소원이 이렇게까지 의심하는 이유는 방민아의 성격 때문이다. 그녀라면 분명히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클럽에 눈을 심어둘 가능성이 컸다.소원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으려고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 좀 별로였어요...”애매모호하게 말하며 조세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뉘앙스를 남겨 상대방이 알아서 추측하게끔 여지를 남겼다.백현주는 더 묻지 않고 수다를 이어갔다.“근데 언니가 이렇게 멀쩡히 나온 게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그 조세진이라는 사람, 진짜 끔찍하거든요. 특히 신입 괴롭히는 걸 아주 좋아해요. 게다가 얼굴은 둥글둥글해서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정작 하는 짓은 완전 쓰레기예요. 이상한 짓까지 시키고...”그녀의 말은 끝날 기미가 없었지만 소원은 조세진의 더러운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결국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녀는 쉬고 싶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백현주는 한참 떠들다가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체리 언니, 제가 괜히 방해했죠? 쉬고 계세요. 먼저 나갈게요.”마침 밖에서 누군가가 백현주를 불렀고 그녀는 대답한 뒤 소원에게 다시 말했다.“언니, 저 여기서 1년 넘게 일했거든요.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여기 어떤 대표님이 까다롭고 어떤 대표님이 후한지 제가 다 알거든요.”백현주의 지나친 친절은 소원에게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여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네, 알겠어요.”“그럼 이만 갈게요, 체리 언니.”백현주가 나간 뒤 방 안은 겨우 조용해졌다.소원은 침대에 누워 유진의 생각으로 마음을 놓지 못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5화

    영숙이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소원은 뒤에 있는 거울로 등에 난 상처를 확인했다. 피가 나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았다. 아마도 아까 조세진이 그녀를 테이블에 밀치면서 생겨난 상처 같았다.소원에게는 별거 아닌 작은 상처였기에 개의치 않고 바로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앞으로 며칠은 쉬어.”영숙의 말에 소원이 다급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이 상처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마든지 출근할 수 있어요.”소원이 다급해진 건 소원이 집에서 휴식한다는 걸 방민아가 알게 되면 유진을 괴롭히며 협박할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KB 클럽은 방씨 가문과 연관된 산업이라 좋은 장소였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불법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없는지 확인해 하루라도 빨리 방씨 가문을 무너트리고 싶었다. 게다가 선미라는 여자에 대한 수수께끼도 아직 남아 있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 걱정해서 이러는 것 같아?”영숙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아직 손님 접대에 서툰 것 같으니 일단 수업 들으면서 배우라고 그러는 거야.”“수업이요?”소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신입에 한해서 진행하는 수업이 있어. 어떻게 술을 따르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등등 다 포함되어 있지. 내일부터 열심히 배워. 쉽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수업 끝나고도 어리바리하면 돈 두 배로 물어내.”소원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영숙이 소원에게 쉬라고 한 건 집에서 쉬라는 게 아니라 나와서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소원은 이곳에 나올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네. 언니.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할게요.”소원이 얌전하게 대답하자 영숙도 더는 흠을 잡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소원은 직원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개인 구역이 나누어진 휴게실이라 한곳에 모여 어색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소원은 아까 테이블에 부딪히면서 몸 여러 군데에 멍이 든 터라 일단 잠깐 누웠다가 갈 생각이었지만 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소원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4화

    소원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아직 영숙이 방민아의 사람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았고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지만 뭐가 이상한지 콕 집어서 얘기하긴 어려웠다.영숙을 보자마자 소원은 영숙이 두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영숙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모습은 그녀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지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뒤에 숨겨진 그 모습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추측하기 어려웠다.다행히 조세진은 빠릿빠릿한 편이었기에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들인 아가씨들 영 마음에 안 드네. 성격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숙 매니저가 잘 좀 교육해.”“오늘 제대로 즐기지 못했나 보네요.”영숙이 얼른 웃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제가 쏘는 걸로 할게요. 조 대표님 기분을 풀어드리지 못한 건 제 잘못이죠. 다 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노여움 푸세요. 화내면 몸 상하는데 조 대표님 몸 상하면 나 마음 아파요.”여전히 매혹적인 영숙이 조세진을 살살 달래자 조세진의 기분도 금세 풀렸다. 영숙이 기싸움에서 밀린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숙이 밑지는 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 물장사는 원래 큰 이익이 오가는 장사였기에 영숙은 단골이 찾아올 때마다 서비스를 톡톡히 줬다. 덕분에 KB 클럽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영숙도 밑지는 건 없었다. 소비하러 온 사장님들이 쓴 돈으로 서비스해 주는 거라 돈도, 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주 쉽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특급 마케팅이었다.조세진의 커다란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역시 일은 숙 매니저가 잘한다니까. 숙 매니저 없이 오늘의 KB 클럽이 있을 수 있겠어?”“조 대표님 또 농담하신다. 전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KB 그룹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죠.”영숙의 말에서 KB 그룹 대표에 대한 고마움이 물씬 느껴졌다.“KB 클럽이 아니었다면 저도 지금처럼 편안하게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영숙의 말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소원이 놀란 가슴을 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3화

    그랬다. 소원이 원하는 건 바로 방민아가 유진의 새엄마가 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방민아처럼 악독한 사람에 유진을 가까이할 기회가 생겨서는 안 된다. 그때가 되면 육경한이 말했던 약혼녀와의 사이가 돈독하고 안정적이라는 증언도 무효가 될 것이다.방민아는 아이를 돌보는 데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육경한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도 일종의 실책이었다.소원은 아까보다는 밝아진 눈빛으로 조세진에게 말했다.“내가 원하는 정보만 가져다주면 돈도 두둑이 받고 이 전쟁에서 발 뺄 수 있게 도와줄게요.”조세진이 말했다.“장난해?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소원처럼 집도 없고 절도 없는 여자가 그의 위기를 모면해 주고 돈까지 벌게 해준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교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손에 넣을 수 있게 도와줄게요.”“교외?”조세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프로젝트는 수익이 보장되어 있어 손에 넣으면 평생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젝트였다.“미우 그룹 프로젝트를 어떻게 손에 넣는다는 거야?”육경한이 공짜로 줄 리는 없었다. 이익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프로젝트를 그대로 내준다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육경한은 이제 소원에게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소원이 말했다.“조 대표님, 나랑 도박 한번 해볼래요?”조세진은 소원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옷은 찢어졌지만 표정만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정말 숨겨놓은 카드라도 있는 거 아니야?’조세진은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그래. 한번 해보자.”잘만 하면 신분 상승할 좋은 기회였다. 거짓말이라 해도 조세진이 손해 볼 건 없었다.조세진은 소원을 바라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지금 한 말 기억해. 일단은 믿어보겠지만 허튼수작 부리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소원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기다릴게요.”“용기 하나는 참 대단해. 여장군이야 뭐야.”조세진이 이렇게 비꼬았다.“아참, 아들을 육 대표한테 뺏겼지?”조세진은 웃을 때 유독 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2화

    너무 맞는 말이라 조세진은 정말 이마라도 탁 치고 싶은 생각이었다.방민기는 정말 양아치나 다름없는 사람이라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직 그 정도로 궁지에 몰린 사람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노루도 급하면 뒷다리를 문다는데 누군가 앙심을 품고 방민기가 전에 원수를 졌던 사람을 찾아간다면, 이익만 보장한다면 방민기를 정말 죽여버릴 수도 있다. 방민기가 죽고 없으면 방현수도 영원히 회사를 지킬 수는 없는 일이라 딸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조 대표님, 이런 생각은 해봤어요? 조 대표님이 방민기 대표 쪽 사람이라는 걸 알고 방민아 씨가 일부러 함정을 팠을 수도 있잖아요.”소원이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며 또박또박 말했다.“토사구팽인 거죠. 나도 죽이고 조 대표님도 죽이고.”조세진은 목덜미까지 소름이 돋았다. 소원의 손이 조세진의 목이라도 긁은 것처럼 너무 섬뜩했다. 조세진은 이제야 소원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상황 분석이 예리할뿐더러 바로 핵심을 잡아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줄도 알았다.“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조세진의 말투에서 어느새 존경이 묻어났고 이미 소원의 지혜에 감탄하며 진심으로 소원을 우러러보고 있었다.“손을 잡는 건 어때요?”소원이 말했다.“언제까지 방씨 가문만 바라볼 수는 없잖아요. 무슨 일 있으면 방민기 대표는 조 대표님을 보호하기보다는 제일 먼저 잘라낼 거예요.”조세진도 이 말에 동의했다. 방민기와 방민아는 배다른 남매라 누구라 할 것 없이 잔꾀가 많았고 함정도 잘 팠다.방민기는 방민아를 무너트리고 싶어 하지만 그 뒤에 육경한이 있어 별수 없이 조세진을 선택해 다른 방법으로 방민아를 공격했다. 육경한과 방민아에게 소원의 행방을 흘리라고 한 것도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서였다.방민기도 방민아가 소원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내린 결정이었고 그 결정은 정확했다. 소원은 예리한 비수라 방민아와 육경한을 괴롭히기엔 딱 맞았다.고민을 마친 조세진은 주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1화

    소원이 말했다.“조 대표님 방민아 씨 덕분에 밥 벌어먹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조 대표님 방씨 가문 방민기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이 빌어먹을 년이 독심술이라도 쓰나? 어떻게 다 알지?’조세진은 얼굴을 굳히더니 소원이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소원은 조세진이 어떻게 나오든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조 대표님 지금 방씨 가문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요? 방민기 대표가 여러 번 실수하는 바람에 방씨 가문에 악영향을 끼쳐서 이사회도 방민기 대표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요. 오히려 방민아 씨가 착하고 대범한 이미지로 일을 척척 해결하며 주주들의 환심을 사고 있죠.”조세진도 능구렁이라 소원의 말에 숨겨진 뜻을 바로 알아챘다. 회사에서 입지가 좋지 않은 방민기는 방민아보다 실권이 없기에 조세진이 라인을 잘못 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조세진은 소원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았다. 소원네 가문도 육경한과 엮이면서 파산했지만 전에는 꽤 이름있는 실업가였다.소원도 어찌 보면 참 불쌍했다. 원수나 다름없는 육경한의 아들을 낳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조세진은 당연히 육경한이 어떻게 소원을 핍박했으며, 이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태어났는지 몰랐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만약 그 뒤에 숨은 깊은 뜻을 안다면 육경한에게 소원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테고 소원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결국 얻어낸 결론이라면 소원이 머리도 좋으면서 수단도 있다는 것이었다.조세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이간질하지 마. 우리나라는 아직 가부장적인 나라야. 아들이 있는 한 절대 가업을 딸에게 물려줄 리가 없어. 방씨 가문에 산업이 얼마나 많은데 설마 다 방민아에게 물려주겠어? 육경한 손에 들어갈 게 뻔한데?”소원이 말했다.“그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조 대표님이 뭘 몰라도 너무 모르네요. 내가 바로 가업을 물려받은 제일 전형적인 케이스잖아요. 그리고 HT 그룹의 임 대표님도 딸에게 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20화

    방민아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조세진이 수화기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움직여요. 움직여요. 방금 움직였어요. 안 죽은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조세진은 방민아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방민아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 여자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명줄이 어찌나 질긴지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며 방민아의 기분을 망치고 있었다.다만 죽지 않았다 해도 조세진 손에 들어가면 반병신이 되어야 나올 수 있었다. 방민아는 조세진이 얼마나 추잡스러운 인간인지 잘 알았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소원의 몸이 망가져야 미련도 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방민아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모든 게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원이 조세진의 손에 놀아난 걸 알면 육경한도 소원을 역겨워하며 더는 손을 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조세진이 별 볼 일 없긴 했지만 추잡스럽게 논다는 소문은 이 바닥에 자자했다. 방민아는 이제 유진도 더는 거슬리지 않아 깊은 잠에 빠진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웃었다.“이게 다 너희 엄마 덕분이야.”‘명줄이 긴 덕분이지.’...한편, 조세진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애초부터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예정이었다니, 정말 사람은 얼굴만 봐서는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조세진도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방민아가 이렇게 나온 이상 조세진도 똑같이 갚아줄 생각이었다.소원은 아무 말 없이 덤덤한 표정으로 조세진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이겼음을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원을 바라보는 조세진의 눈에는 이제 그 어떤 욕망도 찾아볼 수 없었다.조세진은 이제 정신을 차렸다. 방민아가 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건 육경한의 마음속에 소원이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런 소원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다시 육경한의 미움을 살지도 모른다. 남자라면 자기가 가지긴 싫어도 남에게 주기는 더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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