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미의 말은 꽤 위협적이었다. 정 안 되면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임세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송소미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때, 임씨 아주머니가 나서서 송소미의 말을 끊었다.“송소미 씨, 그런 말씀은 거둬주세요. 우리 아가씨가 송소미 씨에게 윤혜인 씨를 괴롭히라고 시킨 건 아니잖아요? 우리 아가씨는 그때 당시 그저 윤혜인 씨가 임신하지 않았을까 의심했던 것뿐입니다. 송소미 씨를 친한 동생으로 생각해서 속마음을 털어놓은 건데 윤혜인 씨 뱃속의 아이에게 못된 짓을 저지르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흠칫하던 송소미는 잠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임세희는 확실히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임세희가 그녀에게 울면서 고자질하고 암시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윤혜인을 잡고 늘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이때, 임세희가 온화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전 소미를 친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소미가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전 당연히 도와야죠.”임세희가 임씨 아주머니에게 눈치를 주자 임씨 아주머니는 방에서 현금을 잔뜩 들고 나왔다. 임세희가 송소미의 손을 덥석 잡고는 눈시울을 붉혔다.“소미야, 내가 널 돕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준혁 오빠가 분명하게 경고를 했거든. 너희 집안을 돕는 사람은 이선 그룹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라고 했어.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언니도 마음이 안 좋아. 여기 현금 1200만 원 있으니까 일단 가져가서 써. 내가 갖고 있는 돈을 전부 투자에 넣어서 현금이 많이 없어. 나중에 현금이 생기면 또 줄게.”송소미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 1200만 원으로 국내에서도 며칠 버티지 못할 텐데 이 돈으로 해외에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임세희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일이 터지고 나서 내가 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어. 윤혜인 씨 할머니는 애초부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대. 근데 그 죽음을 너에게 뒤집어씌울 정도로 독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 거기에
잠시 머뭇거리던 윤혜인은 아주머니를 보며 물었다.“아주머니, 혹시 통화 좀 하게 핸드폰을 잠깐 빌려주실 수 있나요?”아주머니는 살짝 난감했다. 도련님은 사모님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으니 당연히 아무한테도 연락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하지만 아주머니는 요 며칠동안 매일 우울하고 말도 없는 윤혜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통화로 기분이 좀 좋아질 수 있다면 전화 한 통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아주머니는 핸드폰을 윤혜인에게 건넨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한편, 윤혜인은 한구운의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았지만 소원의 번호는 외우고 있었다.소원이 전화를 받자 윤혜인은 한구운에게 별다른 상황이 없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병원에서 아버지를 지키고 있던 소원은 이제야 윤혜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금은 원망하듯 말했다.“혜인아, 왜 나한테 아무것도 얘기 안 해? 우리가 제일 친한 친구인 건 맞아?”“미안해, 소원아. 내가 그때 당시 정신이 없어서 아무한테도 연락을 못했어.”윤혜인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 소원은 당연히 그녀를 탓하는 뜻이 아니었기에 서둘러 대꾸했다.“혜인아, 네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내가 네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그런 말 한 거야.”“알고 있어.”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였기에 소원의 뜻을 오해할 리가 없었다.전화를 끊은 윤혜인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는 아주머니의 걱정을 덜기 위해 국을 조금 마신 뒤 위층으로 휴식을 취하러 올라갔다.날이 어두워지자 이틀 동안 사라졌던 이준혁이 나타났다. 그는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리더니 밖으로 잡아당겼다.다리에 힘이 풀린 윤혜인은 넘어질까 봐 이준혁의 손을 꽉 잡은 채 화난 표정으로 물었다.“이준혁 씨, 또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의 말에 이준혁은 고개를 홱 들었고 싸늘하게 굳
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옷소매를 꽉 잡았다. 그녀의 아이가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잡종은 아니다!“이준혁 씨, 함부로 말 하지 마요.”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뱃속의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사랑을 주지는 못해도 상처만은 주지 말라고.하지만 그녀는 말 할 수가 없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아이의 부양권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눈빛이 날카로워진 이준혁은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꽉 주었다.“말 함부로 하지 않으려면 네 뱃속에 있는 물건은 반드시 사라져야 해.”이준혁은 자신에게 흠이 되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오는 걸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말을 하던 이준혁은 윤혜인을 어깨에 업은 채 별장 밖으로 나와 그녀를 차에 거칠게 꾸겨 넣었다.운전석에 올라탄 이준혁은 엑셀을 확 밟았고 갑작스러운 출발에 윤혜인은 몸이 뒤로 쏠렸다.“이준혁 씨, 우리 어디 가요?”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바람을 가르는 소리밖에 없었다.이내 외제차는 한 고급 개인 병원 앞에 멈췄고 이준혁은 윤혜인을 차에서 끌어내렸다.그제야 이준혁의 의도를 눈치챈 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이준혁이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와 이혼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가 그녀 뱃속의 아이를 지워버리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윤혜인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이준혁 씨, 전 싫어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를 지워버릴 권리가 없어요!”“날 배신할 땐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몰랐어? 내가 이 잘못된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내버려둘 거 같아?”이준혁이 서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윤혜인은 그의 손목을 잡고는 애원했다.“아이는 잘못이 없잖아요! 이준혁 씨, 제발 그러지 마요. 아이만은 지우라고 하지 마요!”하지만 이준혁은 냉랭한 표정으로 전혀 흔들림 없이 곁에 있던 의료진에게 명령했다.“얼른 데리고 들어가요.”병원 입구에 마중 나온 의료진들이
한구운은 이준혁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이준혁 씨, 어떤 상황에서도 여자를 때리는 건 절대 안 됩니다.”곁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윤혜인은 한구운의 말에 얼른 대꾸했다.“아니에요, 선배가 오해한 거예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면을 강하게 맞은 한구운이 뒤로 휘청거렸다. 입가에 흐르고 있던 피를 쓱 닦은 한구운도 이준혁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이준혁은 몸을 살짝 돌려 피해버렸다.이준혁은 전문적인 복싱을 배운 적이 있다. 꾸준하게 운동한 한구운의 체형도 꽤 건장했지만 이준혁을 상대로 역부족이었다.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한구운의 옷깃을 잡더니 다시 주먹을 날렸고 한구운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한구운의 입가에서 피가 점점 더 많이 흘렀지만 그는 다시 일어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만해요!”이때, 윤혜인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더니 두 팔을 쫙 뻗으며 소리를 질렀다.“그만 싸워요!”이준혁이 휘두른 주먹은 순식간에 윤혜인 눈앞에서 멈추었다.“비켜.”“이준혁 씨, 이 일은 선배와 정말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만 때려요.”“상관이 없다고?”이준혁은 코웃음을 피식 치면서 말을 이어갔다.“아무 상관이 없는데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보아하니 널 많이 걱정하고 있는데 어떡하지…”윤혜인을 품에 와락 껴안은 이준혁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넌 내 와이프잖아.”힘을 너무 세게 준 이준혁 탓에 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이준혁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이준혁은 힘겹게 일어난 한구운을 향해 발길질을 하더니 윤혜인을 만졌던 한구운의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지시를 내렸다.“저놈 손 하나 잘라버려.”뒤에 서있던 경호원들은 재빨리 달려와 한구운의 머리를 꽉 누르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오른손을 확 들어올렸고 철컥 소리와 함께 한구운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너무 놀란 나머지 넋이 나가버린 윤혜인은 심장이 찢어지듯이 아팠다.“저놈이 또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이준혁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반짝거렸다.그는 윤혜인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의사의 증언과 검사 보고서 그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저 남자까지 보고 있으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이준혁의 망설임을 눈치챈 윤혜인은 마음에 큰 돌이 박힌 듯 너무 답답했다. 그녀가 진실을 얘기해도 역시나 그는 그녀를 믿지 않는다. 그래도 윤혜인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했다. 이러다가 한구운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윤혜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당신이 날 안 믿어주는 거 같아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이 아이는 정말 당신 아이가 맞아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구운을 보며 울먹였다.“그러니까 제발 선배가 치료부터 받을 수 있게 해줘요.”윤혜인이 매번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한구운이 그녀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데 지금은 그녀 때문에 이렇게 다치기까지 하다니.윤혜인은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줄줄 흘렸다.한편, 이를 지켜보던 이준혁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는 윤혜인의 턱을 확 낚아채더니 그녀의 고개를 돌린 채 싸늘하게 말했다.“윤혜인, 지금 저 남자를 위해 또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야?”윤혜인은 이준혁을 힘껏 밀어내며 가까스로 말했다.“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한구운은 고통스러운 윤혜인의 모습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그 손 놔요! 당신은 남자도 아니에요!”“그래요, 그래요!”싸늘하게 웃던 이준혁은 곁에 있던 경호원에게 명령을 내렸다.“때려. 죽어도 내가 책임질 테니까 멈추지 말고 때려!”이준혁의 말에 경호원들은 한구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했다. 구타 소리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지만 한구운은 윤혜인이 걱정할까 봐 끝까지 이를 꽉 깨물고 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참고 있었다.“그만해요! 제발 그만해요!”윤혜인은 오열하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경호원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이준혁에게 싹싹 빌었다.“이준혁 씨, 제발 그만하라고 해요
선배의 도움도 받지 말고 폭우속에서 죽을 때까지 서있으라는 건가?“그러니까 네 말은 저자가 네가 임신한 걸 알고 네 남편인 척했던 게 다 오해라는 거야?”이준혁은 어이없다는 듯이 비꼬았다. 윤혜인은 그런 이준혁을 보며 그가 전혀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이준혁 씨, 이 모든 건 처음부터 오해였어요. 선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당신은 나라는 사람을 믿지 않을 뿐이에요.”씁쓸하게 웃던 윤혜인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만약 이 말을 한 사람이 임세희 씨였다면 당신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바로 믿었겠죠.”임세희가 언급되자 이준혁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여기서 세희가 왜 나와?”밤은 깊었고 바람도 차가웠다. 윤혜인은 덜덜 떨리는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언제든지 날아갈 잎새 같았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냥 궁금해서요. 왜 이준혁 씨는 임세희 씨를 그렇게 굳게 믿고 있으면서 내 말은 한마디도 믿어주지 않는 건지. 2년이에요. 이준혁 씨, 2년이라는 시간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엔 부족해요? 당신 눈에 내가 그렇게 더러운 사람이에요?”실망 가득한 윤혜인의 목소리에 이준혁은 가슴에 뭔가 박힌 듯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이준혁도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만약 상대방이 윤혜인이 아닌 임세희였다면 그는 그녀를 위해 혼수까지 챙겨줬을 것이다.하지만 윤혜인에 대해서만은 그럴 수가 없다.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몰래 보는 것만으로도 이준혁은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였다.이 순간, 이준혁은 설마 이게 사랑이라는 건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그는 자신이 평생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살게 될 줄 알았다.한편, 눈앞에 있는 이준혁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윤혜인은 더 이상 그 어떤 기대도 생기지 않았다.지금까지 벌어진 일들로 그녀가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그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건 그녀가 바람을 피워서 창피하다고 생각된 것뿐이다. 윤혜
품에 안긴 윤혜인은 종이장 마냥 가벼웠으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순간 긴장한 이준혁은 겁이 나서 손바닥에 힘조차 주지 못했다.“왜 그래? 어디 아파?”윤혜인은 그의 손목을 잡더니 힘겹게 말을 꺼내며 애원했다.“배… 배가 너무 아파요… 제발 아이를 좀 살려주세요…”말을 하던 윤혜인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깜짝 놀란 이준혁은 바로 그녀를 안아 들더니 병원안으로 들어갔다.“이준혁 씨.”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한구운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혜인이 좀 잘 지켜줘요.”걸음을 멈춘 이준혁은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대꾸했다.“당신 걱정이나 해요. 다시 한번 내 여자를 넘보면 그땐 손 하나 부러트리는 걸로 안 끝납니다.”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기에 곁에 서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이내 이준혁은 병원안으로 들어갔고 뒤따라가던 경호원은 상처투성이가 된 한구운을 힐끔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그들은 죽일 각오로 때렸는데 한구운은 한쪽 팔이 빠진 것 말고는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다니. 경호원은 한구운이 자신의 진짜 실력을 숨긴 게 아닌가 의심됐다.하지만 한구운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뒷좌석에 올라타자마자 한구운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운전할 사람 한 명 보내. 그리고 그 사람한테 얘기해. 내가 그 일을 동의한다고.”전화를 끊은 한구운은 다리를 쫙 뻗은 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약점이 생긴 남자는 휘두르기 너무 쉽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준혁이 벌써 저렇게 미쳐 날뛰다니. 그럼 나중에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르면 과연 이준혁은 어떻게 될까?어두운 불빛속에 눈을 감고 있던 한구운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생각만 해도 너무 흥미진진했다.한편, 병원에서.응급실에 누워있는 윤혜인을 보며 주치의가 이준혁에게 물었다.“이준혁 씨, 몸에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물로 낙태를 진행할까요?”“일단 어른부터 살려요. 어른에게 문제없으면 그때…”말을 하던 이준혁
흠칫하던 윤혜인이 되물었다.“뭐가 아니에요?”이때, 간호사가 카트를 끌고 나타났다.“304호 윤혜인 환자분 약물 교체해 드릴게요.”들어오던 간호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흠칫 놀라다가 이내 빠르게 달려와 이준혁을 보며 언성을 높였다.“이게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환자분 지금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요? 그렇게 자극하면 어떡해요! 얼굴도 반반하게 생기신 분이 여자한테 손찌검을 해요? 계속 이러시면 경찰 부를 겁니다!”말을 하던 간호사는 살짝 겁이 났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기세 등등한 모습에 고고한 자태까지 자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를 때리는 걸 보고도 방관할 수는 없다. 환자가 겨우 깨어났는데 이렇게까지 폭력을 쓰는 걸 보면 집에서도 주먹을 자주 휘두르는 게 분명하다.간호사는 자신의 딸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윤혜인을 보며 순간 연민이 두려움을 이겨버렸다.그녀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환자분 괴롭히지 말고 당장 병실에서 나가요!”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진 이준혁은 고개를 살짝 든 채 화가 잔뜩 났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병실을 나섰다.간호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윤혜인 손등에 생긴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이때, 이준혁의 말이 마음에 걸린 윤혜인은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제 뱃속의 아이는…”간호사는 알코올 솜으로 손등을 닦으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문제없습니다. 다만 환자분 몸 자체에 영양가가 많이 없어서 아이의 발육이 조금 늦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환자분께 영양액을 수액하는 겁니다.”윤혜인은 간호사의 손을 덥석 잡더니 흥분한 듯 다시 물었다.“그럼 제 뱃속의 아이가 무사하다는 말씀인가요?”“그럼요.”간호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며 대답했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던 윤혜인은 자신의 귀가 믿어지지 않았다.이때, 간호사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남편분이 참 너무하네요. 아침에 젊은 간호사들이 남편분이 잘생기고 아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