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원이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문을 나서면 그녀가 유진이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그 후로는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혈연관계 99.99%라는 보고서를 바라보며 비참하게 웃었다.‘정말 아이를 원해서 이러는 걸까? 아니, 내 생각대로라면 육경한은 유진이를 날 조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로 보는 거야.’공허한 눈빛으로 곧 소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육경한, 날 죽이려는 거지? 그렇지?”이 말에 육경한의 심장이 날카롭게 관통당하는 듯했다.가슴이 파이고 허물어지고 썩어가는 기분이었다.육경한이 소원에 대한 사랑은 진짜였고 증오도 진짜였다.하지만 소원은 왜 언제나 독을 품은 위험물처럼 자신에게 상처를 입혀야만 직성이 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너희 엄마 만나고 싶어?”죽어 있던 소원의 마음이 조금씩 되살아났다.그녀는 꼭두각시처럼 고개를 돌려 육경한을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지금...뭐라고 했어?”“너희 엄마 살아 있어.”육경한이 말했다.이 한마디에 소원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을 잃었다.마음속에 있던 충동심과 저항심 모두 사라졌다.아들, 그리고 그녀의 엄마까지, 육경한은 이제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결국 소원은 마치 생명 없는 인형처럼 남자의 무릎에 안겼다.턱이 소원의 머리카락 위에 닿자 육경한은 그녀의 향기를 탐닉하듯 들이마셨다.“소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고집부리지 마, 응?”육경한은 꼭두각시 같은 소원이라도 자신의 품 안에 있으면 차갑고 단단했던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거칠게 입을 맞추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항복하길 바라는 거라면 항복할게. 그러니까 더는 도망치지 마. 앞으로도 절대 도망가지 마.”이것은 육경한의 첫 번째 항복이었다.비록 두 개의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었지만 그는 이 여자에게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