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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431 - 챕터 1440

1651 챕터

제1431화

육경한은 소원이 깨어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더니 커다란 손으로 소원의 목덜미를 잡았다. 순간 소원은 육경한이 살기를 품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하지만 이내 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소원이 눈을 번쩍 뜨고는 살았다는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이대로 마냥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서현재를 만나야 했고 유진을 돌보는 아줌마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다시 육경한의 손아귀로 돌아와 그런지 소원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들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밖을 힐끔 내다보니 보디가드가 4명 서 있었다. 병실 안에는 비는 시간이 없게 옆을 지키는 간병인 두 명이 있었다. 침대맡에 놓인 보온병에는 전에 소원을 달래던 간병인이 퇴근 전에 두고 간 허니 티가 보였다. 그 허니 티를 들어 한 모금 마시던 소원에게 잔꾀가 하나 생겼다.그 뒤로 무슨 일인지 육경한은 연속 3일이나 나타나지 않았다. 3일간 소원은 친절한 간병인 아줌마와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아줌마는 성이 장씨였고 성격도 유쾌한 편이라 주변 사람들 모두 장씨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소원도 마찬가지였다.장씨 아주머니는 마음이 고왔지만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려는 법이 없었고 말도 곧잘 가려서 했다. 소원이 밥을 잘 먹는 걸 보고 과일까지 깎아 접시에 올려줬다.“아가씨, 과일 한번 드셔보세요. 오늘 아침에 비서님이 가져온 과일인데 무슨 과일인지는 저도 몰라요. 외국에서 수입한 과일이라는데 몸에 좋대요.”절반쯤 먹은 소원은 더는 못 먹겠는지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나머지는 아주머니가 드세요.”장씨 아주머니는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값이 꽤 나가기도 했고 본 적도 없는 과일이라 선뜻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소원은 남겨두면 상한다는 말로 설득하며 먹어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도 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소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과일은 아이스크림 같기도 크림 같기도 해서 뭐라 설명할 길은 없었지만 너무 맛있어 아이에게 가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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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장씨 아주머니도 소원이 다른 주인집 아가씨와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마음씨가 고울뿐더러 하인을 대할 때 오만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소원은 장씨 아주머니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제가 위병을 앓고 있다는 거 아주머니도 아시죠? 과일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매일 이렇게 버리는 게 얼마나 아까워요. 싫지 않으시다면 집에 가져가서 가족들과 나눠 드세요.”육경한의 지시로 매일 신선한 과일을 준비하긴 했지만 병실의 온도는 과일을 놓아두기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다. 하여 그날 먹어 치우지 못한 과일은 전부 버리기 일쑤였다.장씨 아주머니도 이 말에 동의했다. 매일 버려지는 과일을 볼 때마다 아까웠던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소원이 이렇게 말하는데 한사코 사양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 활짝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가씨.”소원은 감사할 필요가 없다며 웃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이튿날 출근한 장씨 아주머니는 아들이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 먹어봤다고 좋아하던 걸 소원에게 들려줬다.소소한 행복에 만족하고 환하게 웃는 장씨 아주머니가 소원은 너무 부러웠다. 소원이 추구하는 것도 이런 소소한 행복이었다.같은 날, 점심 식사가 끝나고 보디가드가 자리를 비우자 소원이 장씨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다.“아주머니, 혹시 밖으로 소식 하나만 전해주면 안 돼요?”장씨 아주머니가 물었다.“누구에게 전하는 소식인데요?”출근 전 위에서 받은 지시는 소원의 행동을 감시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육경한을 따라다니는 소종이 내린 지시라 장씨 아주머니도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매번 소원에게 불리한 내용은 제외하고 보고했다.“제 남편에게요.”소원의 말에 장씨 아주머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남편이 따로 있다면 대표님은...”소원은 육경한에 의해 억지로 이곳에 끌려왔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 원한이 있는데 육경한이 일부러 남편과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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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소원이 서현재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 건 여기가 서울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서씨 가문에서 서현재를 그 정도로 중시한다면 제일 좋은 병원에서 치료하게 하는 게 맞았다. 게다가 이 병원은 정형외과가 아주 유명했기에 90% 이상은 이 병원에 있을 것이다.장씨 아주머니는 그런 소원이 너무 마음 아팠지만 무조건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 그저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최선을 다해볼게요.”이 말만 해줘도 소원은 너무 감격스러워 얼른 장씨 아주머니의 손을 덥석 잡았다.“고마워요. 아주머니. 정말 너무 고마워요...”그 뒤로도 장씨 아주머니는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가 다른 간병인과 교대하고 퇴근하고는 이튿날 다시 출근했다. 육경한은 이번에 매우 신중했고 간병인이 퇴근할 때도 전문적인 인원이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밖에서 동향을 살피다가 다시 병원까지 데려왔다.소원은 이를 지시한 사람이 소종이라고 생각했다. 육경한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소종은 육경한이 소원에게 두 번이나 당한 것이 분해 소원을 대할 때마다 신중을 기하긴 했지만 육경한이 소원에게 도대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 마음이 원망과 사랑 그 어디쯤이라 해석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서로 죽도록 미워하면서 끈질기게 이어지는 건 처음이었다. 소종은 육경한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육경한의 경지는 일반인이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틈을 엿보던 장씨 아주머니는 드디어 기회를 잡고 출퇴근길을 책임진 운전기사에게 직접 만든 밑반찬을 건네줬다. 밖에서 파는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던 운전기사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장씨 아줌마의 밑반찬에 푹 빠져 장씨 아줌마에 대한 경계를 살짝 풀었다. 장씨 아주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밑반찬을 더 건넸다. 그렇게 차 안에서 장씨 아줌마가 건넨 밑반찬과 배달 음식을 섞어 먹은 보디가드는 배탈이 나고 말았고 장씨 아주머니는 운전기사를 집으로 데려와 잠깐 쉬라고 했다.운전기사는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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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장씨 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그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육경한의 잘생김과는 다르게 따듯함이 느껴지는 잘생김이었다. 이렇게 명랑하고 잘생긴 청년이 소원과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다 침울하면 끝까지 이어지기 힘들었다.서현재가 쪽지를 꺼내고는 아래를 힐끔 쳐다봤다. 장씨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자 서현재는 확인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더니 이내 쪽지에 뭔가를 적어 비행기에 달더니 아이에게 줄 초콜릿도 함께 매달았다.장씨 아주머니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았기에 쪽지를 챙긴 후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도착한 장씨 아주머니는 심장이 파르르 떨렸지만 다행히 운전기사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오후, 병원으로 돌아간 장씨 아줌마가 기회를 엿보다 소원에게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서현재의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글자가 씌어있었다.[아직은 연락할 방법이 없어요. 방법을 도모하는 중이에요.]소원은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게 유진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며칠간 아줌마와 유진에게 연락이 닿지 않은 소원은 너무 두려웠다. 아줌마는 항상 소원을 따라다녔기에 소원에게 일이 터졌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소원은 전에 아줌마에게 연락이 닿지 않으면 바로 유진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고 그럴 수 있게 다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쯤 외국으로 떠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소원은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유진과 아줌마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육경한이 며칠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육경한이 다시 나타난 건 10일 뒤였다.소원은 병원에서 육경한의 한 별장으로 옮겨졌다. 다시 나타난 육경한은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차갑기만 하던 육경한에게 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말할 때마다 느껴지는 활기찬 분위기에 소원은 불길함을 느꼈다.소원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육경한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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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모든 건 꿈이 아니었다. 하느님은 이번에도 소원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했다.육경한이 그쪽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더니 남자아이의 어깨를 꼭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유진아, 엄마야.”유진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봤다. 꿈에서도 그리던 이름이 이제 현실이 되었고 아빠, 엄마라고 부를 사람이 생겼다.소원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지만 유진이 놀랄까 봐 그저 온몸을 미친 듯이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엄마...”유진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불렀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던 소원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울먹이더니 이내 통곡하기 시작했다.“흑... 아...”유진이 가까이 다가와 그런 소원을 꼭 끌어안더니 놀랐는지 따라서 울었다.“엄마...”그렇게 한참 동안 울기만 하던 소원이 눈물을 닦아내더니 고개를 들어 이렇게 말했다.“나가서 아줌마랑 놀고 있어. 이따가 찾으러 갈게.”유진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줌마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줌마는 그런 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옆에 있는 육경한을 보고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유진을 데리고 나갔다.두 사람이 떠나자 소원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반격의 여지 없이 완전히 패배하고 말았다.“육경한...”절망한 소원이 육경한을 불러세웠다.“말해. 원하는 게 뭐야? 도대체 뭐 하고 싶은 건데?”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보며 비꼬기 시작했다.“소원아, 일단 저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부터 말해줘.”여러 사람을 통해 조사한 끝에 드디어 단서를 찾아냈지만 믿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아이를 찾기 전까지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정원에서 유진을 만나고 나니 모든 의심이 사라졌고 친자감정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래도 소원에게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친자감정을 의뢰했고 결과도 예상을 비껴가지는 않았다.유진은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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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그 애는 너 같은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안 돼...”유진은 육경한의 냉혹하고 왜곡된 교육 방식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소원은 만약 자신이 고생 끝에 낳은 아이가 육경한의 가르침을 받아 똑같이 냉정하고 무자비하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된다면 차라리 아이를 처음부터 낳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했다.“그 애를 놔줘, 제발 보내줘...”소원은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하지만 육경한은 그녀를 단숨에 들어 올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소원, 이 아이를 낳은 목적이 뭐야? 날 망가뜨리고 복수하려는 거였어?”소원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아이를 낳아놓고도 얌전히 있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끌어들여?”육경한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왜 내 아이가 다른 남자를 아빠라 부르게 하냐고. 죽고 싶어?”남자는 손아귀에 힘을 더하며 소원의 옷깃을 거칠게 붙잡았고 그녀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죽고 싶어. 정말 죽고 싶다고! 내 가족들은 다 죽었어. 나도 살아선 안 되는 사람이야!”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소원의 모습은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걔는 살아남았어. 너무 강하게 버텼어. 내 병투성이인 몸에서조차. 그 강인함이 나를 두렵게 만들 정도로.”소원이 말하는 사람은 바로 유진이였다.태어나던 과정이 극도로 위험했지만 이 아이는 살아남을 운명을 타고났다. 세상에 나올 운명이었던 것이다.“육경한, 난 너를 증오해.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왜 안 죽었어? 네가 죽으면 얼마나 좋아!”“이제 연기 그만둔 거야?”육경한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안타깝게도 난 살아 있어. 아주 잘 살아 있다고. 그리고 만약 죽더라도 널 데리고 갈 거야.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하니까.”마지막 말을 뱉고 나서 육경한 스스로조차 어리둥절해졌다.그러고는 미친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기 시작했다.“하하하하, 소원. 내가 널 사랑한다? 정말 웃기는군, 하하하...”188cm가 넘는 남자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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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그러나 소원이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문을 나서면 그녀가 유진이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그 후로는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혈연관계 99.99%라는 보고서를 바라보며 비참하게 웃었다.‘정말 아이를 원해서 이러는 걸까? 아니, 내 생각대로라면 육경한은 유진이를 날 조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로 보는 거야.’공허한 눈빛으로 곧 소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육경한, 날 죽이려는 거지? 그렇지?”이 말에 육경한의 심장이 날카롭게 관통당하는 듯했다.가슴이 파이고 허물어지고 썩어가는 기분이었다.육경한이 소원에 대한 사랑은 진짜였고 증오도 진짜였다.하지만 소원은 왜 언제나 독을 품은 위험물처럼 자신에게 상처를 입혀야만 직성이 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너희 엄마 만나고 싶어?”죽어 있던 소원의 마음이 조금씩 되살아났다.그녀는 꼭두각시처럼 고개를 돌려 육경한을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지금...뭐라고 했어?”“너희 엄마 살아 있어.”육경한이 말했다.이 한마디에 소원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을 잃었다.마음속에 있던 충동심과 저항심 모두 사라졌다.아들, 그리고 그녀의 엄마까지, 육경한은 이제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결국 소원은 마치 생명 없는 인형처럼 남자의 무릎에 안겼다.턱이 소원의 머리카락 위에 닿자 육경한은 그녀의 향기를 탐닉하듯 들이마셨다.“소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고집부리지 마, 응?”육경한은 꼭두각시 같은 소원이라도 자신의 품 안에 있으면 차갑고 단단했던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거칠게 입을 맞추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항복하길 바라는 거라면 항복할게. 그러니까 더는 도망치지 마. 앞으로도 절대 도망가지 마.”이것은 육경한의 첫 번째 항복이었다.비록 두 개의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었지만 그는 이 여자에게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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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엄마...”소원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는 주체할 수 없이 전미영에게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았다.“엄마... 엄마...”소원은 흐느끼며 전미영을 부르고 또 불렀다.하지만 전미영은 마치 유리창 속에 전시된 마네킹처럼 아무 말도 없었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한참 울고 나서야 소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전미영의 어깨를 흔들며 다급하게 물었다.“엄마, 엄마 왜 이래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저예요, 소원이요. 엄마 딸이잖아요. 저 소원이라고요.”마침내 전미영은 아무런 반응이 없던 상태에서 입으로 희미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아... 아...”몇 차례 이상한 소리가 나오더니 그녀의 입가에서는 침까지 흘렀다.소원은 더 이상 전미영을 건드릴 수 없었고 그저 눈물범벅을 한 채 육경한을 돌아볼 뿐이었다.“우리 엄마 왜 이러시는 거야?”평소 강인했던 그녀, 특히 육경한 앞에서는 무너지지 않는 전사 같았던 그녀가 이렇게 산산조각난 것은 드문 일이었다.가슴이 찔리는 듯한 통증에 육경한의 몸이 움츠러들었다.잠시나마 소원을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그러나 그는 결국 손을 뻗지 않았고 냉정하게 설명했다.“깨어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야...”짧은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전미영이 뇌사 상태에서 깨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정상인처럼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했다.몇 년 전, 전미영은 계속 누워만 있었고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그 후 육경한은 최고의 의사를 찾아 전미영을 최고급 요양원으로 보냈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그녀는 손발을 조금 움직이고 앉을 수 있게 되었다.지금 TV를 보는 것도 요양원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는데 뇌를 자극하기 위한 방법이었다.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전미영은 여전히 거의 아무 반응이 없었으니 말이다.엄마의 익숙한 얼굴을 보자 소원의 머릿속에는 과거에 봉인해 두었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불이 켜진 부엌, 김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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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다음 날, 소원은 피투성이가 된 소진용의 몸을 보았다.머리는 크게 함몰되어 있었고 한쪽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한때 소씨 가문의 영광을 상징했던 황금빛 응접실 바닥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아빠가 사라지자 그녀의 세상도 무너져 내렸다.소원은 엄마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지금 나타난 전미영의 존재는 그녀에게 족쇄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이 족쇄는 소원을 완전히 속박했다.곧 육경한은 손을 뻗어 소원은 어깨를 다독였다.“아아아!!!”소원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떨었다.그녀의 눈에 비친 육경한의 손은 피투성이였는데 그 피는 모두 소씨 가문의 사람들의 피였다.이러한 반응에 육경한은 공중에 손을 멈추며 표정이 어두워졌다.소원의 안에 깊이 새겨진 거부감과 혐오감이 선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그녀는 육경한을 증오하고 싫어했다.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가 자신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지.“날 이렇게 두려워하면 곤란하지. 우린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할 텐데, 안 그래?”사악한 미소를 짓는 육경한의 눈빛에는 살벌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같이 살다니!”소원은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 쓴웃음을 지었다.“원수끼리 같이 사는 거 본 적 있어? 육경한, 너 진짜 미쳤구나.”그러자 육경한은 냉랭하게 대꾸했다.“그동안 내가 미치지 않은 것도 기적인 거야.”하지만 육경한은 이미 내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소원이 떠난 이후, 그는 밤마다 뒤척이며 분노와 공포 속에 휩싸였다.그녀가 자신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상상하면 외로움의 수렁에 빠져들었다.그 수렁은 끝도 없이 깊었고 육경한은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머리가 곧 폭발할 것 같은 느낌과 더불어 소원은 언제든지 자신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너무 비열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넌 우리 엄마를 숨겼고 유진이를 찾아낸 것도 결국 날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거잖아.”“비열하다고?”육경한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건 다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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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왜 소원이는 나한테 고개 한 번 숙이지 않는 걸까? 고개 한 번만 숙이면 되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내가 강압적으로 굴지 않으면 소원이는 영원히 나를 피해 홍수나 맹수를 대하듯 할 거야. 내가 비열해지지 않으면 소원이를 완전히 잃게 될 거라고.’육경한은 고개를 숙여 강하게 그녀와 입을 맞췄다.그에게 있어서는 ‘가지는 것’만 중요할 뿐, ‘소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소원은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피했고 눈물은 둑이 터진 것처럼 멈출 줄 몰랐다.“육경한, 나 건드리지 마! 제발, 여기서 이러지 마...”이 장면은 마치 처음으로 돌아간 듯했다.소진용이 입원해 있던 병실에서 육경한은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부모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도리나 윤리는 무시한 채, 짐승 같은 본능만 남아있었다.떨고 있는 소원을 보며 육경한은 결국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했다.그렇게 육경한은 소원을 한 손에 들어 올려 병실을 빠져나갔다.차에 오른 뒤, 소원은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계속 울었다.마치 평생의 눈물을 모두 쏟아내는 듯 보였다.‘유진이 하나라면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겠는데 이제 엄마까지...’이 두 사람은 소원에게 있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하느님, 저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니십니까?’소원은 결국 육경한에 의해 오아시스 아파트로 끌려왔다.다시 한번 그 감옥 같은 장소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현관 앞에 선 그녀는 좀처럼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그러자 육경한이 뒤돌아보며 얇은 입술을 비틀어 비웃었다.“왜? 네가 살았던 곳이 더럽게 느껴져?”용기를 내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소원은 몇 번이고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녀에게 이곳은 공포의 장소였다.한 발짝이라도 들어가면 그녀와 육경한 사이의 애매모호한 관계는 다시 얽히고설킬 것이었다.이내 소원은 문밖에 서서 육경한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이를 만나게 해줘. 유진이는 몸이 안 좋아.”“유진이 몸이 안 좋은 걸 네가 알긴 알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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