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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1화

방현수는 방민아를 유독 아꼈다. 그녀가 그의 가장 잊지 못하는 여인,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와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그와 달리 방민기는 방현수에게서 사랑 같은 것을 받지 못했다.때문에 누구를 만나든 쉽게 사랑에 빠지고 금세 모두를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다.“경한아, 화내지 마라. 이 녀석은 내가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앞으로 네가 좀 챙겨줘야겠구나. 사업 쪽은 이 녀석이 너만큼은 못하잖아.”방현수는 나이가 들었고 집안 남자라곤 방민기뿐이라 그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었다.육경한의 과거 행적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상업적 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여자 문제만 아니면 육경한은 방민기보다 백 배, 천 배는 나은 사람이었다.게다가 이 계층의 남자들 중 여자 문제없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능력이 있는 한 그런 사소한 문제는 눈감아줄 수도 있었다.육경한과 혼인 관계로 묶이면 방민기를 어느 정도 돌봐줄 것이라고 방현수는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육경한은 원한은 반드시 갚는 사람이었다.지금껏 방민아와의 관계를 이간질하려 방민기가 벌였던 일들은 그저 우스운 장난 정도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날 만찬이 끝날 무렵, 방민기의 한마디는 육경한의 분노를 넘어 살의를 불러일으켰다.“육 대표님께서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이해는 돼요. 몸은 깡마른데도 구석구석 꽉 차 있더라고요. 저도 처음 봤을 때 참기 힘들었으니까...”술에 취해 감정이 북받친 방민기는 일부러 육경한을 도발했다.육경한이 그 여자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기에 더 비열하게 말했다.“그 여자랑 찍힌 영상 말이에요. 저 그거 보고 나서 하면 매번 기운이 넘쳐요. 몸매며 곡선이며 진짜 약보다 더 기가 막히더라니까요? 덕분에 한동안 아주... 죽지 않고 단단하게...”육경한의 평온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매서운 살기가 그의 눈빛에 스치자 방민기는 본능적으로 한발 뒤로 물러났다.“뭘 그렇게 노려봐요? 난 겁 안 난다고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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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다행히 잘리는 건 피했지만 그 가위가 방민기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게다가 그의 집에 침입한 도둑은 컴퓨터와 핸드폰의 데이터를 전부 포맷해버렸다.복구가 아예 불가능한 방식으로 말이다.하여 컴퓨터와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들, 남의 것도, 본인의 것도 모조리 사라져버렸다.이걸 누가 했는지 방민기가 돼지처럼 멍청하더라도 알아챌 수 있었다.다음 날, 문란하게 노는 방민기의 영상이 서울 전역에 퍼져 누구나 하나씩 볼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그의 방탕한 행실로 인해 시원 그룹의 주가는 급락했고 그 결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방민기가 방현수에게 이 일을 고자질했지만 방현수는 그를 전혀 감싸지 않았다.원래도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불만이 많던 방현수였다.게다가 방민기가 육경한과 여성들이 찍힌 그런 영상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방현수는 자신의 미성숙한 아들이 정말 매부 육경한에게 관심이라도 있으면 조상님 앞에서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 수 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결국 방민기가 고자질한 결과는 가택연금이었다. 그는 철저히 감시받으며 행동을 제한당했다.이에 방민기는 분노에 휩싸였다. 단순히 말 한마디 잘못했던 것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억울하고 손해만 본 기분이었고 이 사건 이후 한동안 남자로서의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육경한에 대한 증오만 더 커져갔다....지하 주차장.육경한은 차 안에서 의자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좌석을 끝까지 뒤로 젖혀 긴 다리를 곧게 뻗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기색과 함께 묘하게 매력적인 표정이 지어졌다.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에 육경한은 욕구도 강한 정상적인 남자였다. 매번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지만 말이다.차량 화면에는 소원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간청하던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당시 그는 다른 남자를 위해 애원하는 소원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그녀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그리고는 뒤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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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방민기는 나름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패를 쉽게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하여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분은 제 매부잖아요. 서로 말다툼 좀 했을 뿐이지 결국 우린 한 식구입니다.”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조급해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조세진은 마치 의자에 바늘이라도 꽂힌 듯 벌떡 일어났다.“대표님, 육경한이 얼마나 야심 있는 사람인지 아십니까? 소씨 가문의 일을 기억하시죠?”‘소씨 가문이라면 그 여자네 집안 아니야?’이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소씨 가문은 과거에 육씨 가문과 얽힌 갈등이 있었고 육경한이 돌아오자마자 그 가문을 완전히 몰락시켰다.심지어 그는 소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고 그 집안의 딸을 곁에 두어 모욕하고 농락했다.그러니 소씨 가문의 딸이 육경한을 증오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재벌가 도련님으로 한평생을 산 터라 방민기는 그리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며 말했다.“소씨 가문의 일이 저랑 무슨 상관이죠? 제 매부가 야심이 있는 건 좋은 일 아닙니까?”조세진은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금수저인 줄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교활해졌지? 이리저리 돌려 말하면서 결국 내가 직접 입을 열게 하다니... 육경한이랑 가까이 지내면서 그 교활함을 조금 배운 게 틀림없어.’하지만 조세진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방민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 같았다.방민기는 아무리 부족해도 아버지인 방현수가 든든히 지켜주지만 조세진은 이미 모든 걸 잃어버렸다.서울로 돌아가지 못하면 조세진의 인생은 끝난다. 그가 쌓아온 모든 기반과 인맥은 서울에 있으니 말이다.결국 조세진은 배수의 진을 치며 말했다.“육경한이 소씨 가문을 삼킨 것처럼 대표님은 그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대표님의 여동생과 결혼한 건 단순한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시원 그룹을 삼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걸요. 특히 이번에 육경한은 큰 손실을 봤잖아요. 유민 그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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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방민기가 내쫓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조세진은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제가 보여드릴 게 좀 있습니다.”조세진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한 사진을 찾아 방민기 앞에 들이밀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육경한이 이 여자를 계속 찾고 있다 들었습니다. 근데 마침 제가 이 여자를 찾아냈습니다.”방민기는 사진 속 여자의 매혹적인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누가 봐도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였다.남자라면 누구든 한 번쯤 탐낼 만한 모습이었고 그러니 육경한이 그렇게 집착하며 그 여자를 되찾으려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방민기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여유롭게 말했다.“이런 정보를 가지고 육 대표님을 찾아가셔야지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그 여자를 찾고 있는 건 제가 아니잖아요.”“저는 이미 육경한에게 크게 당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정보를 가지고 대표님께 먼저 온 겁니다. 제 진심을 보이려고요.”조세진은 아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은 젊고 유능하시니 저보다 훨씬 현명하시죠. 이 정보를 어떻게 쓸지 대표님께서 결정해 주시면 따르겠습니다. 앞으로 서울로 돌아가게 된다면 제가 대표님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대표님 편입니다.”조세진의 말은 방민기의 마음을 간질였다. 그의 자존심을 정확히 간파한 표현이었다.육경한과 비교된 이후로 방민기는 방현수에게 항상 하찮은 존재 취급을 받았다. 무엇을 하든 육경한에게 밀린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게다가 육경한이 진심으로 자신을 돕는다면 모르겠지만 그는 너무도 가차 없었다.한마디의 말이 육경한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방민기는 다음 날 가위질 당할 뻔했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얻어맞기까지 했다.이런 사람이 방민아와 결혼한다면 방민기 자신에게 아무 이득도 없고 오히려 해가 될 것이 뻔했다.그래서 방민기는 결심했다.‘미리 준비를 해야 해.’“그 말 진심입니까?”조세진은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기세로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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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이런 보장이 있으니 조세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방민기의 말대로 따랐다.그렇게 곧바로 1분도 지체하지 않고 조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육경한을 찾아갔다....며칠 동안, 방민아는 육경한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다.며칠 전 방민기가 했던 말은 그녀의 마음속에 불안을 심어놓았다.그 후로 방민아가 작은 투정을 부리더라도 육경한은 달래주지 않았고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하여 점점 불안해진 방민아는 자꾸만 방민기의 말이 떠올랐다.“아이를 낳겠다 했지 너랑 낳는다고는 안 했잖아...”웃기는 소리였다.‘나랑 안 낳으면 누구랑 낳아? 3개월 뒤면 난 경한 오빠의 와이프가 되는 거야. 그 전에 반드시 임신해서 경한 오빠의 곁을 굳건히 지켜야 해. 절대로 다른 여자가 낄 틈을 주지 않을 거야.’그녀는 이 순간도 육경한의 사무실 휴게실에 앉아 그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밤엔 서양 요리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육경한은 나타나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다.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그녀는 육경한의 비서 소종을 찾아갔다.“소 비서님,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그러자 소종은 어딘가 주저하는 듯 대답했다.“대표님께서는 거래처와 중요한 협상을 하러 가셨습니다.”“뭐라고요?”방민아는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거래처? 그게 나보다 더 중요해?’“그럼 얼마나 더 걸린다는 거예요?”소종은 어색하게 말을 흐렸다.“...대표님께서는 제더러 방민아 씨를 먼저 집에 모셔드리라고 하셨습니다.”“집에 가긴 뭘 가요! 좀 더 기다리는 것도 괜찮은데요.”“아마 어려울 겁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주 중요한 손님을 만나고 계시거든요.”방민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종을 바라보며 갑자기 VIP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잠깐만요!”소종이 급히 말렸지만 그녀는 이미 회의실 문을 열어젖힌 뒤였다.회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이에 방민아는 뒤돌아서며 매서운 눈빛으로 물었다.“대표님은 대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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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소종은 태연하게 말하며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당연하죠. 육 대표님께서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이 보석들은 당연히 육경한이 직접 산 것이 아니었다.그는 이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다만 소종에게 카드를 하나 건네며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을 뿐이다.방민아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무조건 사들였고 그래서 약혼한 이후 몇 달간 크고 작은 명절마다 방민아는 육경한이 ‘직접 준비한’ 선물을 받았다. 덕분에 그녀의 불만이 꽤 누그러졌다.소종은 방민아의 얼굴이 조금 풀어진 것을 보고 부드럽게 설득을 이어갔다.“방민아 씨, 육 대표님께서는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다만 사업도 결국 두 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하시는 거니 부디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방민아는 워낙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성격이라 지금의 기분은 꽤 나쁘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달래는 건 어렵지 않았고 금세 기분이 풀린 그녀가 말했다.“알았어요. 그런데 혹시 대표님께서 어느 나라로 갔는지 알아요? 너무 급하게 떠나서 필요한 걸 다 챙겼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직접 가서 뭔가를 챙겨주고 싶어요.”소종은 이 말을 듣자마자 큰일이라 생각하고 급히 손을 내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대표님 곁에는 성 비서가 있어서 필요한 건 모두 준비해줄 겁니다. 게다가 이틀 안에 돌아오실 수도 있으니 굳이 가실 필요 없어요. 그냥 집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겨우겨우 방민아를 달래 보낸 소종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다시 육경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받지 않았다.머리가 지끈거리며 소종은 육경한이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속이 탔다.‘한마디 말이라도 해주셨으면 내가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한편.방민아가 차에 올라타 운전기사가 차를 출발시키려는 순간 누군가 차를 가로막았다.창밖을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다. 방민아는 운전 기사에게 창문을 내리라고 지시했다.창밖에 서 있는 조세진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정말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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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조세진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방금 떠난 지 20분도 안 됐을 겁니다. 아가씨께서 운전 기사에게 속도를 좀 내라고 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방민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방금 떠났다고? 근데 소 비서님은 왜 그렇게 말했지? 뭘 하러 갔길래 나한테 숨기는 거야?’“무슨 뜻인지 한 번에 다 말해주세요.”방민아의 머릿속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그녀는 방민기처럼 침착하지 못해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제가 육 대표님께 잘못을 저질러서 아주 멀리 발령을 받았습니다. 서울 근처는 감히 얼씬도 못 하고 있지만 사실 전 늘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 했습니다.”조세진은 방민아가 초조해할수록 더욱 침착한 태도를 보이며 그녀를 다루기 시작했다.“원하는 게 뭔지 직접 말씀하세요.”방민아가 직설적으로 말하자 조세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저는 서울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요.”“문제없어요.”방민아는 단번에 수락했다.“서울로 돌아가는 건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경한 씨도 삼촌을 막지 못할 거예요.”조세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돌아가면 그동안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들도 다시 제가 맡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군요.”이 말을 듣자 방민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조세진은 정말 끝도 없이 탐욕스러웠다.사람만 돌아오는 게 아니라 이전에 맡았던 사업들까지 다시 손에 넣고 싶다니, 그는 마치 가문을 갉아먹는 벌레 같았다.방민아는 이런 사람을 위해 방현수를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웠다.하지만 조세진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저도 아가씨와 육 대표님 사이에서는 당연히 아가씨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가족이잖습니까? 저는 아가씨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도저히 못 보겠어요. 이렇게 말씀드리죠. 아가씨의 약혼자는 지금 어떤 여자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이 말은 마치 맑은 하늘에 내리친 벼락같았다.방민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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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마치 꿈속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조세진의 말은 방민아를 현실로 끌어내렸다.육경한이 다른 여자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점은 사실이었다. 그에게 다가온 여자들도 많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방민아는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 생각했다. 약혼녀가 있으니 깨끗하게 행동한다고 믿었다.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육경한이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어쩌면 아예 다른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서라면?그리고 그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방민아는 더 이상 생각하지 못했다.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조세진을 노려보며 방민아는 단호히 말했다.“좋아요. 프로젝트 전부 다시 돌려줄게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말해요. 경한 씨가 어디로 갔는지.”“헤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조세진은 주소를 알려주고 나서 방민아의 차가 미친 듯이 달려가는 모습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번 협상은 그의 완벽한 승리였다.‘방민기 그 녀석... 속이 비었을 정도로 약해지긴 했지만 이번 일만큼은 꽤 머리를 잘 썼네?’육경한에게 정보를 알려준 뒤 방민아를 찾아가 조건을 협상하라는 건 방민기의 전략이었다.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방민아가 수락한 조건은 방민기가 내건 것보다 훨씬 안전했다.육경한이 방민기의 체면은 무시할지 몰라도 약혼자의 요청은 무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조세진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낮게 욕을 내뱉었다.“웃긴 것들... 이번에는 싹 쓸어버릴 거다. 내가 받은 고통 너희도 똑같이 당해봐라.”...육경한의 차는 공항에 멈춰 섰고 그는 바로 전세기를 준비했다.그러나 방민아가 뒤를 바짝 쫓아와 공항에서 그를 붙잡았다.VIP 라운지 안.방민아는 막 비행기에 오르려는 육경한을 불렀다.“경한 씨...”그러자 육경한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그녀를 본 순간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졌다.“여긴 왜 왔어요?”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어디 가는 거예요?”방민아가 이렇게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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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육경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어요.”방민아는 충격을 받은 듯 되물었다.“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내버려 둔다고요?”그러자 육경한은 약간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그 여자를 떠날 수 없어요. 그래서 붙잡아 두는 거예요.”방민아는 말문이 막혔고 육경한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돌아섰다.그 후, 육경한이 조사받던 며칠 동안 방민아는 혼자 고통 속에서 지냈다.그녀는 자신이 육경한을 미워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다만 그저 소원이 싫었다. 육경한을 망가뜨린 그 여자가 말이다.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소원이 그런 극단적인 일을 벌인 건 육경한이 그녀를 붙잡아 두었기 때문이라는 걸.그 여자는 떠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것이었다.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육경한이 사법당국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그 날 밤이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방민아가 육경한을 찾아갔다.그러고는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경한 씨, 내가 도와줄게요.”그러나 예상과 달리 육경한은 방민아의 말을 더 듣기도 전에 거절했다.“민아 씨가 원하는 건 내가 줄 수 없어요. 내 사랑과 증오는 모두 그 사람에게만 향하거든요.”아마도 소원과 관련된 일이 육경한을 너무 지치게 만든 탓이었는지 그는 다른 사람을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방민아는 포기하지 않았다.“경한 씨의 마음은 바라지 않아요. 경한 씨가 그 여자를 사랑하든 증오하든 상관없어요. 난 그저 경한 씨가 내 곁에 있어 주길 원해요. 알잖아요. 지금의 난국은 우리 두 가문이 결혼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걸.”방민아는 자신이 제안한 조건이 충분히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외모도 나쁘지 않았고 집안 배경은 더할 나위 없었다.무엇보다 그녀의 아버지, 방현수가 딸을 극도로 아꼈다.그녀를 선택하는 사람은 곧 시원 그룹의 지원을 받게 된다.그 어떤 대기업도 이런 기회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었다.특히, 실력 있는 가문 간의 결혼은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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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한 달 뒤, 방씨 가문과 육씨 가문 두 집안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약혼 당일, 결혼 날짜까지 발표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육경한은 이 혼인을 통해 큰 지원을 얻었고 빠르게 회사로 복귀했다.몇 달간의 강경한 수단 끝에 그는 다시 대표 자리에 올랐고 모든 적들을 제거했다.방민아는 이제야 비로소 그녀만의 행복한 삶이 시작될 거라 믿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육경한은 그녀를 의자에 앉힌 뒤 손을 뗐다.“약속대로 내 와이프 자리는 줄게요. 하지만 다른 건... 처음에 얘기한 대로예요.”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방민아가 스스로 받아들이기를 바랐다.“하지만 경한 씨...”방민아는 포기할 수 없다는 듯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하지만 육경한은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이 계약을 이어갈지 끝낼지는 민아 씨가 결정해요. 나는 민아 씨의 선택을 존중할 테니까.”이 말에 방민아는 마치 돌처럼 굳어버렸다.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의 눈에 맺힌 고통은 어느새 깊은 원망으로 변해갔다.사실 그녀는 약혼 전에 맺었던 계약의 존재를 이미 잊어버린 상태였다.“경한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내가 이렇게 경한 씨를 사랑하는데...”울부짖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여태껏 방민아는 다소 제멋대로인 면이 있었지만 그저 조금 버릇없는 재벌가 아가씨일 뿐, 큰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었다.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느끼면 모두를 놀라게 할 행동을 저지르곤 한다....비행기 안.육경한은 핸드폰 화면 속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사진 속 여자와 남자는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다정한 모습이었다.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고 있었고 남자는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고 있었다.모든 것이 그의 예상대로였다.‘그 남자랑 함께 도망친 거였어.’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육경한의 혈관에는 타오르는 듯한 분노가 퍼졌다.‘그 남자랑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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