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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421 - Chapter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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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1화

소원은 누군가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채 화를 내며 서현재에게 발을 동동 굴렀다.“그래서 내가 두 개 사자고 했잖아.”“뺏어 먹으면 더 맛있어요.”서현재가 이렇게 말하며 하나 더 집어먹자 소원이 바로 몸을 돌렸다.“나 화났어.”사실 서현재가 그녀의 위를 걱정해 그런다는 걸 소원도 알고 있었기에 서현재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 일부러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날이 어두워 앞에 까만 옷을 입은 사람이 서 있는 걸 발견하지 못하고 걷다가 그대로 그 사람의 널찍한 품에 안기고 말았다.“미안...”사과를 채 내뱉기도 전에 어딘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코끝에 맴도는 향기가 꺼내기도 싫은 그 사람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소원이 고개를 들어보니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이 눈동자에 들어왔다. 순간 머리가 윙 해지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 각인시켜 줄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이야.”육경한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지만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소원은 온몸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소름이 쫙 끼쳤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라고는 얼른 도망가야 한다는 것밖에 없었다. 머리는 그렇게 생각해도 다리는 마치 무거운 모래주머니라도 단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육경한은 소원을 번쩍 안아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소원은 발버둥 치는 걸 아예 포기했다. 자칫 소리라도 냈다가 서현재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육경한은 혼자 온 게 아니라 기골이 장대한 남자 두 명을 더 데리고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현재가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건물 창문으로 거리를 내다볼 수 있었다. 소원은 밑에서 애타게 그녀를 찾고 있는 서현재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걱정과 초조함이 그대로 얼굴에 씌어 있었지만 혹시나 다른 불상사라도 생길까 봐 함부로 소원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고 지나가는 사람을 한 명씩 붙잡고 소원의 인상착의를 묘사했다. 소원은 이 정도로 어쩔 바를 모르는 서현재는 처음이었기에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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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소원은 턱이 으스러질 것처럼 아팠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찔끔찔끔 말했다.“육경한... 왜 나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거야... 약혼도 했잖아... 약혼녀도 있는데 뭘 더 원하는 거야.”“왜?”육경한이 소원의 패딩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웃었다.“원하는 건 아직도 많아...”“짐승 새끼.”소원은 너무 치욕스러워 육경한을 밀쳐내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사람도 아니야.”육경한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지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늘 알아챈 건 아니잖아.”소원이 힘껏 고개를 저었다.“난 너 따라갈 생각 없어. 육경한. 죽어도 나는 너 따라가지 않을 거야. 허허. 나를 죽이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할걸?”육경한은 조금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너무 섣불리 판단하지 마.”소원이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뭐 하자는 거야?”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가락을 힘껏 안으로 쑤셔 넣었다.“서현재도 이런 적 있나?”소원은 너무 수치스러웠지만 손발을 제압당해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아무리 뭐래도 육경한이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막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지고 들어가면 육경한은 오히려 더 잔인하게 괴롭힐 것이다. 소원은 그런 육경한을 보며 최대한 차분해지는 것으로 육경한의 음침한 생각들을 무너트리려 했다.육경한이 원하는 건 소원이 수치스러워하는 것이었다. 조금만 괴롭혀도 소원이 발악한다면 육경한이 점점 더 의기양양해서 날뛸 수밖에 없다. 소원은 육경한의 변태적인 심리를 만족시켜 주기 싫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육경한의 귀에 이 말은 이미 관계를 가졌다는 말처럼 들려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물었다.“나 몰래 그런 짓거리 하면서 행복했어?”소원이 웃음을 터트렸다.“육경한, 난 이미 현재랑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러니 네가 말하는 더러운 관계가 아니라 합법적인 관계야.”이 말에 말문이 막힌 육경한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한참 답답해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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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소원이 숨도 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왈칵 쏟아내자 육경한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이내 차갑게 웃었다.“나 같은 남자라, 그 자식은 뭐 잘났어?”“현재는 나 존중하고 나 지켜주고 나 잘해주려 해. 절대 내게 해가 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현재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야. 나를 만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지. 현재는 고결하고 깨끗한 사람인데 나는 더럽잖아.”소원이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했다. 전에 같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육경한이 바로 그 고난과 역경이었다.소원이 말을 이어갔다.“내 마음속에 현재는 이미 내 남편이야. 만약 현재가 죽는다면 나도 따라 죽을 거고. 하늘나라에서 네가 지옥에 떨어지는 걸 같이 보고 있겠지.”이 말에 육경한은 약이 잔뜩 올라 소원을 난간에 꽉 누른 채 몸을 바짝 갖다 댔다.“같이 죽고 싶다고? 꿈 깨.”소원이 환하게 웃다가 눈물을 흘렸다.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유진에게 충족한 돈을 남겨놓았기에 소원이 죽는다 해도 변호사가 아줌마를 찾아갈 것이다. 소원은 아줌마가 그녀를 대신해 이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여 아줌마에게도 몇십 년 치 월급을 남겨뒀고 각종 보험도 다 들어놓았다.그리고 이제 해탈했다. 서현재는 바보였다. 속된 말로 똥멍청이라 소원을 포기할 리가 없었기에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서현재는 아직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다급하게 물어보고 있었다.육경한은 일말의 생기도 없는 소원의 눈빛을 보며 점점 화가 치밀어올라 목을 뒤로 꺾으며 억지로 위를 올려다보게 했다. 건물 옥상에 가만 옷을 입은 남자가 거대한 화분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언제든 손에서 떨어트릴 것 같았다.소원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육경한, 넌 정말 미친놈이야.”“어떤 놈이 주제도 모르고 내 여자를 채갔는데 교훈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어?”육경한이 입꼬리를 당기며 차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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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사람을 죽이고 싶으면 사고를 가장해서 죽이지. 마치 저 화분처럼...”“누나...”서현재가 소원과 육경한을 발견하고는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건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육경한이 웃었다.“이렇게 잘생긴 얼굴이 뭉개지면 아까운데.”“안 돼...”소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화분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소원을 향해 달려오던 그림자가 그대로 쓰러졌다. 소원은 눈앞이 깜깜해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안 돼...”소원이 처절한 절규를 내뱉더니 무서운 힘으로 육경한을 밀어내고는 난간을 잡고 아래로 뛰어내리려 했다. 육경한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소원의 옷소매를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저 해본 소리인 줄 알았는데 정말 서현재를 위해 목숨마저 마다할 줄은 몰랐다.‘어떻게 감히...’순간 질투에 사로잡힌 육경한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소원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두려웠다.육경한은 손에 힘을 주고 소원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소리를 질렀다.“정말 미친 거야?”건물 3층이라 높지는 않았지만 소원처럼 몸이 좋지 않고 뼈가 연한 사람은 몸에 장애가 남을 수도 있었다. 소원이 다 버리고 따라서 뛰어내릴 줄은 몰랐다. 아까 소원이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소원은 영혼이 쑥 빠진 인형처럼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육경한과 오랫동안 물고 뜯으며 싸웠는데 결국 또 이렇게 잡히고 말았으니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육경한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저 자식 때문에 죽는 걸 택했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한 번만 자세를 숙여도 육경한은 금세 약해질 텐데 소원은 그러려 하지 않았다. 아래로 떨어진 화분은 서현재의 머리가 아닌 서현재의 다리에 떨어졌다. 육경한이 옥상에 있는 사람에게 잘 계산해 교훈만 주도록 설계한 것이었다. 그래도 저렇게 쓰러졌다는 건 결국 서현재가 쓸모없다는 소리였다.육경한은 서현재를 정말 죽이고 싶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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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병실.소원은 침대에 누운 채 꼼짝달싹하지 않고 3일 동안 잠만 잤다. 육경한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의사를 불러와 소원의 몸 상태가 정상인지 확인했다. 소원은 죽다가 살아난 몸이라 잘 조리하면 10년 이상을 살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육경한은 말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마구 때리며 돌팔이가 가운만 입고 의사 행세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의사는 사실대로 말한 것 때문에 매를 맞은 것이 너무 억울했지마 소종이 제때 나타나 군말 없이 2억을 내밀었다.의사도 사람이라 2억이라는 큰돈이면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도 육경한이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걸 싫어한다는 소문이 났고 의사들은 애매모호하게 말하며 죽음과 관련된 단어를 애써 비껴갔다.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등장해 목숨을 건지고 합의금을 받아내면 좋겠지만 매만 맞다가 죽어버려 축의금을 유산으로 남기면 큰일이었다. 요행을 바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의사들은 이 병실에 관한 일이면 숨을 죽이기 일쑤였다.소원이 잠에서 깨지 않는 원인은 의사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환자와 얘기를 더 많이 나누라고 귀띔할 뿐이었다.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다 보면 이내 눈을 뜰지도 모른다고 했다.“신념을 불어넣어 줘야 해요. 삶의 신념이 있으면 오래 버틸 수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의 의지력을 무시하면 안 돼요. 아무것도 먹지 못해도 일주일 넘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의지 덕분이에요.”의사의 의견을 청취한 육경한이 침대맡으로 다가와 소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소원아, 엄마 보고 싶지 않아?”...소원은 너무 아름다운 꿈을 꿨다.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셨고 그녀는 아직도 소씨 가문의 총애를 듬뿍 받는 아가씨였다.꿈에서 소원은 서현재와 결혼했고 아들로 태어난 유진은 건강하면서 명랑했다. 아름답기만 하던 꿈은 육경한이 오면서 달라졌다. 육경한은 소원의 마음속 깊이 담아둔 악몽 같았다. 모든 아픔과 원망, 그리고 극단적인 정서는 모두 이곳에서 오고 있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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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그중 어떤 것이든 두 사람에게 좋지 않았다.“육경한, 엄마 얘기는 왜 꺼낸 거야?”소원이 퀭한 눈을 하고는 물었다. 처음 서울을 떠날 때 진미영은 이미 뇌사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래도 소원은 엄마의 병원비를 충족하게 남기고 나서야 죽을 생각을 했다. 돌아와 보니 엄마는 유골함에 넣어진 채 아빠와 합장한 상태였다. 뒷일을 처리해 준 육경한이 고마웠지만 원수를 지울 만큼은 아니었다.그 꿈은 진미영이 옆에 살아있는 것처럼 너무 생생했고 정말 죽은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그 작은 단지에 있는 게 정말 엄마의 유골일까?’육경한이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네가 잘못 들은 거야.”육경한은 아직 진미영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기 싫었다. 더 중요한 일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이다.소원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표정 없이 퀭한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크게 희망을 걸지 않았기에 잘못 들었다는 말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현재 좀 보러 가게 해줘. 걱정돼.”소원이 말했다.“그 자식은 잘 있어.”말투에서 육경한이 화났음을 알 수 있었다.“의사도 불러줬고 서씨 가문 사람도 왔어.”육경한이 말을 이어갔다. 소원이 육경한을 손가락질하며 흥분했다.“서씨 가문에 알렸다고?”“이제 서씨 가문에서 그 자식을 건드릴 일은 없을 거야. 온 힘을 다해 보호하면 몰라도.”이 말에 소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육경한을 바라봤다.“그게 무슨 말이야?”육경한이 뜨거운 물을 잔에 따라 먹기 좋게 식히고는 소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서씨 가문의 직계 혈통인 도련님이 사고가 나서 죽었어. 다섯 살짜리 아들도 같이 죽었고. 서현재 지금 서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야. 서씨 가문에서도 서현재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어.”소원은 이를 듣고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모질기 그지없는 서진태가 정말 서현재를 걱정할지 의문이었다. 지금은 핏줄이 없으니 걱정하지 다른 핏줄이라도 찾으면 서현재는 바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가족 간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숨 막히는 집안에서 서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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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소원은 눈이 흩날리던 날 서현재에게 혹시 의사로 남아 메스를 들고 수술대에 서서 환자들을 살리지 못하는 게 아쉽지는 않은지 물은 적이 있었다.서현재가 그림처럼 예쁜 눈을 뜨고는 웃으며 대답했다.“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건 내 꿈이 아니에요. 나 그렇게 큰 포부 없어요. 내가 의대를 간 건 다 누나를 위해서였어요. 그래야 누나와 접점이 생기니까. 예전에는 꼭 뛰어난 의사가 되어 누나 곁에 남아 아이와 누나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누나를 보호해 주겠다고 생각했어요.”소원이 육경한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했다.“모든 사람이 너 같지는 않아. 소박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삼시세끼를 먹으며 잔잔하면서도 건강한 삶을 사는 게 꿈인 사람도 있다고.’“나 같으면 뭐?”육경한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 같은 게 뭐가 이상해?”“넌 평생 쓸쓸하게 사는 게 어울려. 넌 감정 따위는 없는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이니까.”육경한은 소원의 말을 듣고도 무덤덤했다. 소원의 말이 맞았다. 육경한은 태어날 때부터 감정에 절대 얽매이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났고 소원은 마치 육경한이 날리다 줄이 끊어져 멀리 날아가 버린 연 같았다. 육경한은 자기 것으로 점찍어 놓은 물건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소원이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 삼시세끼를 먹으며 잔잔하면서도 건강한 삶을 사는 꿈을 꾼다는 게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두 사람은 같은 병실에 앉아 있었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육경한은 겉보기에는 덤덤해 보였지만 폭풍전야였다. 조금만 더 약점을 잡으면 원하는 걸 얘기할 생각이었다. 곧 죽어가는 진미영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진미영의 몸 상태는 소원보다도 좋지 않았고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면 저세상으로 갈 것 같았다. 육경한은 더 오래 우려먹을 수 있는 약점이 필요했다.소원은 다시 엮이게 되면 끝내기 어려워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왜 서현재와 빨리 결혼하지 않았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현재는 너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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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하긴 새장에 갇힌 새처럼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아가씨, 대표님이 그래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던데요.”간병인도 월급쟁이라 육경한의 편을 드는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깨어날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곁을 지키셨어요.”소원이 참담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죽으면 갖고 놀 사람이 없으니까요.”이 말에 간병인은 심장이 철렁했다. 아픈 와중에도 인형 같은 외모를 뽐내는 아가씨가 왜 이렇게 비관적인지 의문이었다. 간병인에게는 아들만 있었지만 여자애를 좋아했기에 그런 소원이 너무 마음 아파 다독이려 했다.“아가씨, 처음부터 맞는 사람은 없어요. 서로 맞춰가면서 살아야지. 나쁜 점만 보지 말고 좋은 점도 좀 보는 게 어때요?”소원이 말했다.“좋은 점을 보라고요?”간병인이 말을 이어갔다.“맞아요. 아가씨가 아파서 의식을 잃었을 때 얼마나 걱정하셨는데요. 아가씨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닌데 그냥 체면을 내려놓지 못해서 그래요. 서로 좋은 면을 더 많이 봐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안색도 더 좋아지지 않겠어요?”“좋은 점이 없으면 어떡해요...”소원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좋은 점은커녕 나가 죽었으면 좋겠어요.”이 말에 간병인은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남선녀가 왜 서로 죽이지 못해 사는 처지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나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소원이 또 한 번 이렇게 중얼거렸다. 간병인이 소원의 손을 꼭 잡더니 바깥을 힐끔 내다봤다. 같이 당직을 서는 간병인은 설거지하러 가느라 자리를 비웠고 밖에서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도 그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아가씨, 그런 말은 하지 마요. 마음을 가볍게 해야 살기도 편해요.”간병인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소원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보고하라고 했지만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파 자기가 간병하는 동안만이라도 소원에게 불리한 내용은 보고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아가씨, 피곤하면 조금 쉬어요. 이런 말은 앞으로 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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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방현수는 육경한이 침묵하자 입으 열었다.“난 처음에 밍나가 결혼하는 거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해. 너는 민아를 좋아하지 않거든. 하지만 민아가 경한이 너를 너무 좋아하니까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 경한아, 우리 방씨 가문에 잘해주잖아. 다들 너 피하려고만 하는데 우리 가문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한테 걸었어.”방현수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은혜도 모르고 날뛰는 짓은 하지 말자.”육경한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 기억하고 있어요.”“그러면 됐어.”방현수가 육경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사업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들러붙는 건 어쩔 수 없어. 민아 엄마도 그것 때문에 나랑 많이 다퉜지. 하지만 달래주면 바로 풀리는 거 알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여럿인 건 상관없지만 누구든 민아를 뛰어넘어서는 안 돼. 찾아와서 난리 부리는 건 더더욱 안 되고. 그것만 지켜.”방현수도 여자가 한 명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같은 남자로서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우선순위는 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나눠주는 건 괜찮아도 사모님 자리는 흔들지 않고 지켜주는 게 방현수의 원칙이었다. 방민아의 어머니가 아무리 성질을 부려도 절대 사모님 자리를 주지 않은 것도 이 원칙이 있어서 가능했다.게다가 방민아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데려와 친모가 아닌 사모님 곁에서 키웠다. 방현수는 성격이 기괴한 편이었기에 자식도 검증을 통해야만 호적에 올리고 적자의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방현수가 이 정도로 눈치를 주는데 육경한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약속한 결혼식은 제때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약속 하나 해주세요.”방현수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느긋하게 말했다.“말해봐.”“제 사람은 건들지 말아주세요.”육경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떤 상황에서든 제 사람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방현수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이 일로 양가의 관계에 금이 간다면 손해였다. 방현수도 유경험자였기에 육경한의 상태를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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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육경한이 말했다.“앞으로는 이런 어리석은 짓 하지 마요. 매번 이렇게 행운스러울 수는 없어. 자기 목숨을 다른 사람에게 거는 건 부질없어요.”양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육경한이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육경한의 눈동자는 방민아에 대한 충고, 더 나아가 경고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푹 쉬어요. 그래야 결혼식 할 힘이 나죠.”육경한이 방에서 나가려 하자 방민아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뒤에서 육경한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가지 마요.”“경한 씨 너무 매정한 거 아니에요? 왜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예요.”방민아는 눈이 살짝 부어올라 있었다. 육경한이 며칠 자리를 비운 동안 방민아는 너무 억울해서 울기만 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도 회신 하나 없을뿐더러 방현수를 시켜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방민아는 이렇게 매정한 육경한을 처음 봤다. 손목을 그은 것도 다 육경한이 돌아오길 바라서 한 짓이었지만 손목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바로 후회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육경한도 없는 지옥에서 혼자 울기가 싫었고 육경한을 포기하고 혼자 죽기도 싫었다. 하여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을 다 떨며 도우미들을 불러와 상처를 치료한 덕분에 잔뜩 화가 난 방현수가 육경한을 불러온 것이었다.육경한은 그 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맞춤 제작한 슈트가 남자의 몸매를 그대로 보여줬다. 여자들이 충분히 환장할만한 몸이긴 했다.“고민 끝난 거죠?”육경한이 덤덤하게 방민아를 밀어내더니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끝났어요.”방민아는 육경한의 뜻을 거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얻는 게 있으며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방민아도 알고 있었다. 결혼식이 코앞인데 자살로 육경한의 동정을 갈구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이번 한 번을 끝으로 더는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앞으로 경한 씨 말 잘 들을게요. 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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