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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Author: 이한나
병실.

소원은 침대에 누운 채 꼼짝달싹하지 않고 3일 동안 잠만 잤다. 육경한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의사를 불러와 소원의 몸 상태가 정상인지 확인했다. 소원은 죽다가 살아난 몸이라 잘 조리하면 10년 이상을 살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육경한은 말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마구 때리며 돌팔이가 가운만 입고 의사 행세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의사는 사실대로 말한 것 때문에 매를 맞은 것이 너무 억울했지마 소종이 제때 나타나 군말 없이 2억을 내밀었다.

의사도 사람이라 2억이라는 큰돈이면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도 육경한이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걸 싫어한다는 소문이 났고 의사들은 애매모호하게 말하며 죽음과 관련된 단어를 애써 비껴갔다.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등장해 목숨을 건지고 합의금을 받아내면 좋겠지만 매만 맞다가 죽어버려 축의금을 유산으로 남기면 큰일이었다. 요행을 바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의사들은 이 병실에 관한 일이면 숨을 죽이기 일쑤였다.

소원이 잠에서 깨지 않는 원인은 의사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환자와 얘기를 더 많이 나누라고 귀띔할 뿐이었다.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다 보면 이내 눈을 뜰지도 모른다고 했다.

“신념을 불어넣어 줘야 해요. 삶의 신념이 있으면 오래 버틸 수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의 의지력을 무시하면 안 돼요. 아무것도 먹지 못해도 일주일 넘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의지 덕분이에요.”

의사의 의견을 청취한 육경한이 침대맡으로 다가와 소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원아, 엄마 보고 싶지 않아?”

...

소원은 너무 아름다운 꿈을 꿨다.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셨고 그녀는 아직도 소씨 가문의 총애를 듬뿍 받는 아가씨였다.

꿈에서 소원은 서현재와 결혼했고 아들로 태어난 유진은 건강하면서 명랑했다. 아름답기만 하던 꿈은 육경한이 오면서 달라졌다. 육경한은 소원의 마음속 깊이 담아둔 악몽 같았다. 모든 아픔과 원망, 그리고 극단적인 정서는 모두 이곳에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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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26화

    그중 어떤 것이든 두 사람에게 좋지 않았다.“육경한, 엄마 얘기는 왜 꺼낸 거야?”소원이 퀭한 눈을 하고는 물었다. 처음 서울을 떠날 때 진미영은 이미 뇌사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래도 소원은 엄마의 병원비를 충족하게 남기고 나서야 죽을 생각을 했다. 돌아와 보니 엄마는 유골함에 넣어진 채 아빠와 합장한 상태였다. 뒷일을 처리해 준 육경한이 고마웠지만 원수를 지울 만큼은 아니었다.그 꿈은 진미영이 옆에 살아있는 것처럼 너무 생생했고 정말 죽은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그 작은 단지에 있는 게 정말 엄마의 유골일까?’육경한이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네가 잘못 들은 거야.”육경한은 아직 진미영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기 싫었다. 더 중요한 일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이다.소원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표정 없이 퀭한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크게 희망을 걸지 않았기에 잘못 들었다는 말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현재 좀 보러 가게 해줘. 걱정돼.”소원이 말했다.“그 자식은 잘 있어.”말투에서 육경한이 화났음을 알 수 있었다.“의사도 불러줬고 서씨 가문 사람도 왔어.”육경한이 말을 이어갔다. 소원이 육경한을 손가락질하며 흥분했다.“서씨 가문에 알렸다고?”“이제 서씨 가문에서 그 자식을 건드릴 일은 없을 거야. 온 힘을 다해 보호하면 몰라도.”이 말에 소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육경한을 바라봤다.“그게 무슨 말이야?”육경한이 뜨거운 물을 잔에 따라 먹기 좋게 식히고는 소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서씨 가문의 직계 혈통인 도련님이 사고가 나서 죽었어. 다섯 살짜리 아들도 같이 죽었고. 서현재 지금 서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야. 서씨 가문에서도 서현재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어.”소원은 이를 듣고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모질기 그지없는 서진태가 정말 서현재를 걱정할지 의문이었다. 지금은 핏줄이 없으니 걱정하지 다른 핏줄이라도 찾으면 서현재는 바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가족 간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숨 막히는 집안에서 서현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27화

    소원은 눈이 흩날리던 날 서현재에게 혹시 의사로 남아 메스를 들고 수술대에 서서 환자들을 살리지 못하는 게 아쉽지는 않은지 물은 적이 있었다.서현재가 그림처럼 예쁜 눈을 뜨고는 웃으며 대답했다.“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건 내 꿈이 아니에요. 나 그렇게 큰 포부 없어요. 내가 의대를 간 건 다 누나를 위해서였어요. 그래야 누나와 접점이 생기니까. 예전에는 꼭 뛰어난 의사가 되어 누나 곁에 남아 아이와 누나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누나를 보호해 주겠다고 생각했어요.”소원이 육경한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했다.“모든 사람이 너 같지는 않아. 소박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삼시세끼를 먹으며 잔잔하면서도 건강한 삶을 사는 게 꿈인 사람도 있다고.’“나 같으면 뭐?”육경한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 같은 게 뭐가 이상해?”“넌 평생 쓸쓸하게 사는 게 어울려. 넌 감정 따위는 없는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이니까.”육경한은 소원의 말을 듣고도 무덤덤했다. 소원의 말이 맞았다. 육경한은 태어날 때부터 감정에 절대 얽매이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났고 소원은 마치 육경한이 날리다 줄이 끊어져 멀리 날아가 버린 연 같았다. 육경한은 자기 것으로 점찍어 놓은 물건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소원이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 삼시세끼를 먹으며 잔잔하면서도 건강한 삶을 사는 꿈을 꾼다는 게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두 사람은 같은 병실에 앉아 있었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육경한은 겉보기에는 덤덤해 보였지만 폭풍전야였다. 조금만 더 약점을 잡으면 원하는 걸 얘기할 생각이었다. 곧 죽어가는 진미영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진미영의 몸 상태는 소원보다도 좋지 않았고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면 저세상으로 갈 것 같았다. 육경한은 더 오래 우려먹을 수 있는 약점이 필요했다.소원은 다시 엮이게 되면 끝내기 어려워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왜 서현재와 빨리 결혼하지 않았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현재는 너무 많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28화

    하긴 새장에 갇힌 새처럼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아가씨, 대표님이 그래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던데요.”간병인도 월급쟁이라 육경한의 편을 드는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깨어날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곁을 지키셨어요.”소원이 참담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죽으면 갖고 놀 사람이 없으니까요.”이 말에 간병인은 심장이 철렁했다. 아픈 와중에도 인형 같은 외모를 뽐내는 아가씨가 왜 이렇게 비관적인지 의문이었다. 간병인에게는 아들만 있었지만 여자애를 좋아했기에 그런 소원이 너무 마음 아파 다독이려 했다.“아가씨, 처음부터 맞는 사람은 없어요. 서로 맞춰가면서 살아야지. 나쁜 점만 보지 말고 좋은 점도 좀 보는 게 어때요?”소원이 말했다.“좋은 점을 보라고요?”간병인이 말을 이어갔다.“맞아요. 아가씨가 아파서 의식을 잃었을 때 얼마나 걱정하셨는데요. 아가씨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닌데 그냥 체면을 내려놓지 못해서 그래요. 서로 좋은 면을 더 많이 봐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안색도 더 좋아지지 않겠어요?”“좋은 점이 없으면 어떡해요...”소원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좋은 점은커녕 나가 죽었으면 좋겠어요.”이 말에 간병인은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남선녀가 왜 서로 죽이지 못해 사는 처지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나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소원이 또 한 번 이렇게 중얼거렸다. 간병인이 소원의 손을 꼭 잡더니 바깥을 힐끔 내다봤다. 같이 당직을 서는 간병인은 설거지하러 가느라 자리를 비웠고 밖에서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도 그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아가씨, 그런 말은 하지 마요. 마음을 가볍게 해야 살기도 편해요.”간병인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소원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보고하라고 했지만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파 자기가 간병하는 동안만이라도 소원에게 불리한 내용은 보고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아가씨, 피곤하면 조금 쉬어요. 이런 말은 앞으로 하지 말고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29화

    방현수는 육경한이 침묵하자 입으 열었다.“난 처음에 밍나가 결혼하는 거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해. 너는 민아를 좋아하지 않거든. 하지만 민아가 경한이 너를 너무 좋아하니까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 경한아, 우리 방씨 가문에 잘해주잖아. 다들 너 피하려고만 하는데 우리 가문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한테 걸었어.”방현수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은혜도 모르고 날뛰는 짓은 하지 말자.”육경한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 기억하고 있어요.”“그러면 됐어.”방현수가 육경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사업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들러붙는 건 어쩔 수 없어. 민아 엄마도 그것 때문에 나랑 많이 다퉜지. 하지만 달래주면 바로 풀리는 거 알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여럿인 건 상관없지만 누구든 민아를 뛰어넘어서는 안 돼. 찾아와서 난리 부리는 건 더더욱 안 되고. 그것만 지켜.”방현수도 여자가 한 명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같은 남자로서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우선순위는 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나눠주는 건 괜찮아도 사모님 자리는 흔들지 않고 지켜주는 게 방현수의 원칙이었다. 방민아의 어머니가 아무리 성질을 부려도 절대 사모님 자리를 주지 않은 것도 이 원칙이 있어서 가능했다.게다가 방민아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데려와 친모가 아닌 사모님 곁에서 키웠다. 방현수는 성격이 기괴한 편이었기에 자식도 검증을 통해야만 호적에 올리고 적자의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방현수가 이 정도로 눈치를 주는데 육경한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약속한 결혼식은 제때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약속 하나 해주세요.”방현수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느긋하게 말했다.“말해봐.”“제 사람은 건들지 말아주세요.”육경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떤 상황에서든 제 사람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방현수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이 일로 양가의 관계에 금이 간다면 손해였다. 방현수도 유경험자였기에 육경한의 상태를 잘 알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30화

    육경한이 말했다.“앞으로는 이런 어리석은 짓 하지 마요. 매번 이렇게 행운스러울 수는 없어. 자기 목숨을 다른 사람에게 거는 건 부질없어요.”양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육경한이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육경한의 눈동자는 방민아에 대한 충고, 더 나아가 경고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푹 쉬어요. 그래야 결혼식 할 힘이 나죠.”육경한이 방에서 나가려 하자 방민아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뒤에서 육경한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가지 마요.”“경한 씨 너무 매정한 거 아니에요? 왜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예요.”방민아는 눈이 살짝 부어올라 있었다. 육경한이 며칠 자리를 비운 동안 방민아는 너무 억울해서 울기만 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도 회신 하나 없을뿐더러 방현수를 시켜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방민아는 이렇게 매정한 육경한을 처음 봤다. 손목을 그은 것도 다 육경한이 돌아오길 바라서 한 짓이었지만 손목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바로 후회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육경한도 없는 지옥에서 혼자 울기가 싫었고 육경한을 포기하고 혼자 죽기도 싫었다. 하여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을 다 떨며 도우미들을 불러와 상처를 치료한 덕분에 잔뜩 화가 난 방현수가 육경한을 불러온 것이었다.육경한은 그 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맞춤 제작한 슈트가 남자의 몸매를 그대로 보여줬다. 여자들이 충분히 환장할만한 몸이긴 했다.“고민 끝난 거죠?”육경한이 덤덤하게 방민아를 밀어내더니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끝났어요.”방민아는 육경한의 뜻을 거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얻는 게 있으며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방민아도 알고 있었다. 결혼식이 코앞인데 자살로 육경한의 동정을 갈구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이번 한 번을 끝으로 더는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앞으로 경한 씨 말 잘 들을게요. 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31화

    육경한은 소원이 깨어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더니 커다란 손으로 소원의 목덜미를 잡았다. 순간 소원은 육경한이 살기를 품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하지만 이내 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소원이 눈을 번쩍 뜨고는 살았다는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이대로 마냥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서현재를 만나야 했고 유진을 돌보는 아줌마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다시 육경한의 손아귀로 돌아와 그런지 소원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들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밖을 힐끔 내다보니 보디가드가 4명 서 있었다. 병실 안에는 비는 시간이 없게 옆을 지키는 간병인 두 명이 있었다. 침대맡에 놓인 보온병에는 전에 소원을 달래던 간병인이 퇴근 전에 두고 간 허니 티가 보였다. 그 허니 티를 들어 한 모금 마시던 소원에게 잔꾀가 하나 생겼다.그 뒤로 무슨 일인지 육경한은 연속 3일이나 나타나지 않았다. 3일간 소원은 친절한 간병인 아줌마와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아줌마는 성이 장씨였고 성격도 유쾌한 편이라 주변 사람들 모두 장씨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소원도 마찬가지였다.장씨 아주머니는 마음이 고왔지만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려는 법이 없었고 말도 곧잘 가려서 했다. 소원이 밥을 잘 먹는 걸 보고 과일까지 깎아 접시에 올려줬다.“아가씨, 과일 한번 드셔보세요. 오늘 아침에 비서님이 가져온 과일인데 무슨 과일인지는 저도 몰라요. 외국에서 수입한 과일이라는데 몸에 좋대요.”절반쯤 먹은 소원은 더는 못 먹겠는지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나머지는 아주머니가 드세요.”장씨 아주머니는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값이 꽤 나가기도 했고 본 적도 없는 과일이라 선뜻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소원은 남겨두면 상한다는 말로 설득하며 먹어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도 버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소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과일은 아이스크림 같기도 크림 같기도 해서 뭐라 설명할 길은 없었지만 너무 맛있어 아이에게 가져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32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장씨 아주머니도 소원이 다른 주인집 아가씨와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마음씨가 고울뿐더러 하인을 대할 때 오만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소원은 장씨 아주머니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제가 위병을 앓고 있다는 거 아주머니도 아시죠? 과일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매일 이렇게 버리는 게 얼마나 아까워요. 싫지 않으시다면 집에 가져가서 가족들과 나눠 드세요.”육경한의 지시로 매일 신선한 과일을 준비하긴 했지만 병실의 온도는 과일을 놓아두기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다. 하여 그날 먹어 치우지 못한 과일은 전부 버리기 일쑤였다.장씨 아주머니도 이 말에 동의했다. 매일 버려지는 과일을 볼 때마다 아까웠던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소원이 이렇게 말하는데 한사코 사양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 활짝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가씨.”소원은 감사할 필요가 없다며 웃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이튿날 출근한 장씨 아주머니는 아들이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 먹어봤다고 좋아하던 걸 소원에게 들려줬다.소소한 행복에 만족하고 환하게 웃는 장씨 아주머니가 소원은 너무 부러웠다. 소원이 추구하는 것도 이런 소소한 행복이었다.같은 날, 점심 식사가 끝나고 보디가드가 자리를 비우자 소원이 장씨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다.“아주머니, 혹시 밖으로 소식 하나만 전해주면 안 돼요?”장씨 아주머니가 물었다.“누구에게 전하는 소식인데요?”출근 전 위에서 받은 지시는 소원의 행동을 감시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육경한을 따라다니는 소종이 내린 지시라 장씨 아주머니도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매번 소원에게 불리한 내용은 제외하고 보고했다.“제 남편에게요.”소원의 말에 장씨 아주머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남편이 따로 있다면 대표님은...”소원은 육경한에 의해 억지로 이곳에 끌려왔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 원한이 있는데 육경한이 일부러 남편과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이곳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33화

    소원이 서현재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 건 여기가 서울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서씨 가문에서 서현재를 그 정도로 중시한다면 제일 좋은 병원에서 치료하게 하는 게 맞았다. 게다가 이 병원은 정형외과가 아주 유명했기에 90% 이상은 이 병원에 있을 것이다.장씨 아주머니는 그런 소원이 너무 마음 아팠지만 무조건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 그저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최선을 다해볼게요.”이 말만 해줘도 소원은 너무 감격스러워 얼른 장씨 아주머니의 손을 덥석 잡았다.“고마워요. 아주머니. 정말 너무 고마워요...”그 뒤로도 장씨 아주머니는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가 다른 간병인과 교대하고 퇴근하고는 이튿날 다시 출근했다. 육경한은 이번에 매우 신중했고 간병인이 퇴근할 때도 전문적인 인원이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밖에서 동향을 살피다가 다시 병원까지 데려왔다.소원은 이를 지시한 사람이 소종이라고 생각했다. 육경한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소종은 육경한이 소원에게 두 번이나 당한 것이 분해 소원을 대할 때마다 신중을 기하긴 했지만 육경한이 소원에게 도대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 마음이 원망과 사랑 그 어디쯤이라 해석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서로 죽도록 미워하면서 끈질기게 이어지는 건 처음이었다. 소종은 육경한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육경한의 경지는 일반인이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틈을 엿보던 장씨 아주머니는 드디어 기회를 잡고 출퇴근길을 책임진 운전기사에게 직접 만든 밑반찬을 건네줬다. 밖에서 파는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던 운전기사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장씨 아줌마의 밑반찬에 푹 빠져 장씨 아줌마에 대한 경계를 살짝 풀었다. 장씨 아주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밑반찬을 더 건넸다. 그렇게 차 안에서 장씨 아줌마가 건넨 밑반찬과 배달 음식을 섞어 먹은 보디가드는 배탈이 나고 말았고 장씨 아주머니는 운전기사를 집으로 데려와 잠깐 쉬라고 했다.운전기사는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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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51화

    “유진아, 네가 한 일들이 정말 많고 대단했어. 알아?”소원이 유진이를 다독였다.하지만 아들과 이렇게 가까이 이야기해본 적이 많지 않은 소원은 혹여나 말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말이 유진이에게 너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됐다.다행히 유진이는 매우 똑똑했는지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엄마, 저 알아요. 제가 틀린 건 없었고 앞으로도 나쁜 사람들 혼내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소원은 아들의 영리함이 대견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음에는 더 조심하자.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안전을 지키는 거야. 나쁜 사람들을 잡는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자, 알겠지?”“네, 알겠어요, 엄마.”유진이는 말을 이었다.“엄마, 다음에 외할머니 뵈러 갈 때는 우리 같이 가요.”소원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너 외할머니 뵈러 갔었니?”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그러나 두 글자를 말한 후, 유진이는 소원이 기분 나빠할까 봐 얼른 말을 고쳤다.“그... 아저씨가 데려갔어요. 그 아저씨가 여기가 엄마의 엄마, 제 외할머니라고 알려줬어요.”소원의 마음은 복잡했다.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겠는 기분이 밀려왔다.육경한이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갔다니 뜻밖이었다.소원이 전미영을 찾아갔을 때마다 그와 마주친 적이 없었던 걸 보면 일부러 시간을 피해서 간 모양이었다.‘참 계산적이네.’유진이가 말했다.“외할머니는 말을 못 하시지만 저한테 웃어주셨어요. 제가 외할머니한테 말도 많이 걸었는데 계속 웃으면서 들어주셨거든요.”소원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응. 우리 유진이 정말 기특하다. 외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렸구나. 다음에는 같이 가자.”잠시 후, 유진이가 갑자기 물었다.“엄마, 저 언제 삼촌 볼 수 있어요? 저 삼촌이 너무 보고 싶어요.”서현재는 유진이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함께하며 큰 위안과 즐거움을 준 사람이었다.유진이는 아직 어리지만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은 잊지 않았다. 오랫동안 못 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50화

    시선을 축 늘어트린 육경한의 눈동자에 소원의 목에 올라온 닭살이 보였다. 입고 온 옷이 얇았는데 병원에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튼 것이다.소원은 아주머니가 너무 걱정되어 육경한이 옷을 벗어줘도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육경한이 옷을 벗어줬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육경한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전문가 회진은 3시간이나 지속되었고 토론으로 얻은 방안은 투석, 즉 피를 바꾸는 것이었다. 치료 과정이 꽤 오래 걸릴뿐더러 아주머니가 언제 깨어날지도 미지수였고 치료한다 해도 아주머니의 몸은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려웠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생활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소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순간 방민아에 대한 원망도 극에 달했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방민아만 생각하면 정말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소원이 고개를 들어 육경한에게 말했다.“난 아주머니 이렇게 만든 사람 절대 용서 못 해.”육경한은 소원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난 절대 끼어들지 않을게.”“약속 못 지킬까 봐 그러지.”적어도 지금은 육경한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소원은 말을 가려서 했다. 유진을 지키려면, 서현재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려면 일단 몸을 사려야 했다. 서진태는 소원이 봤던 사람 중에 제일 악독한 사람이었기에 서현재도 잘 지낼 리가 없었다.지금 상황을 해결하려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육경한밖에 없었다.육경한이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더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 내 아들이기도 해.”소원이 대꾸했다.“알면 됐어.”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니 소원도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육경한만 끼어들지 않는다면 방민아의 상황은 절대 좋아질 수 없었다.간호조무사가 일단 두 사람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일단 여독을 말끔히 배출하고 투석을 시작해야 했기에 두 사람이 여기 남아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9화

    사실 그게 더 무서웠다. 육경한이 소원을 위해 한걸음 크게 물러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은 영원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방민아는 오장육부가 뒤틀릴 정도로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기 전에 절대 소원과 유진을 건드리지 않고 몸을 사렸을 텐데 말이다. 그랬다면 지금 행복하게 육경한과 결혼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방민아는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지금 당장 이혼해요. 이혼만 해준다면 돈은 원하는 만큼 두둑이 챙겨주고 아이랑 떠날 수 있게 해줄게요. 어때요?”소원이 콧방귀를 뀌었다.“방민아 씨, 진심이에요? 설마...”소원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원하는 걸 얻고 나서 우리가 다시 눈엣가시라고 생각해 우리를 다시 찾아내거나 함정을 팔 수도 있잖아요.”방민아는 그녀의 생각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소원이 너무 싫었다. 소원과 유진은 정말 방민아가 잊으려 해도 자꾸만 거슬리는 눈엣가와도 같아 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그 두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한 육경한의 마음을 영원히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기에 방민아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절대 그럴 일 없어요. 약속한 거니까 변하지 않아요.”소원이 웃으며 말했다.“방민아 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한 승낙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어요. 내가 방민아 씨를 믿을 일은 더더욱 없고요.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 최선을 다해 지킬 거예요. 돈도 많고 신분도 있는 방민아 씨가 이번에도 무사히 나올지 모르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요.”“아악. 내가 당신 죽여버릴 거야.”방민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사람처럼 소원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려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젊은 경찰이 방민아를 제압하더니 날카롭게 경고했다.“방민아 씨, 난동 그만 부리고 업무에 협조해 주세요. 첫 번째 경고에요.”무슨 일이 있으면 방씨 가문에서 대신 해결해 줬기에 방민아는 이런 상황에 놓인 적이 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8화

    소원은 출동한 경찰이 나이가 젊고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어 남자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얇은 걸 봐서는 여자였다. 그래도 방민아의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경찰 번호는 3210921, 아가씨,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으니 협조 바랍니다.”방민아가 코웃음 쳤다.“적법하면 체포영장 내놔요. 신고한다고 다 잡아가지 말고.”“그건 조사에 협조하면 다 밝혀질 일이에요.”그러더니 손을 내밀어 방민아의 손을 뜯어내려는데 손이 닿기도 전에 방민아가 막무가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건드리지 마요. 집행하는 척하면서 성추행하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젊은 경찰은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출동하면서 막무가내로 체포에 불응하는 사람을 많이 보기도 했고 경찰이 서비스 업종도 아니었기에 범죄자의 체면을 봐주거나 범죄자가 하자는 대로 해줄 리가 없었다.젊은 경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아줌마, 자중하세요. 이 장면은 보디캠으로 전부 기록하고 있어요. 게다가 전 여자고요. 제 옷을 잡고 놓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방민아 씨입니다. 전 그저 제 옷을 잡은 손을 떼어내려 했을 뿐이고요.”아줌마라는 호칭에 방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서울에서 내놓으라 하는 가문의 여식으로 살아온 방민아를 보는 사람마다 아가씨로 존칭했는데 이 경찰은 난동 좀 부린 거 가지고 바로 아줌마라고 불렀다. 아줌마는 방민아 같은 나이에 쓰일만한 호칭이 아니라 40에서 50대는 되는 여자들을 부르는 말인데 말이다.“아줌마라니. 예의라는 게 없어요? 죽고 싶어요?”방민아가 발악하자 젊은 경찰은 구겨진 제복을 툭툭 털며 말했다.“내 말 틀렸나요? 방민아 씨 말대로라며 나도 아줌마한테 성추행당했다고 할 수 있잖아요.”약이 잔뜩 올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방민아를 보며 소원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방민아 씨, 경찰이 무슨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방씨 가문 도우미인 줄 알아요?”방민아는 이런 상황을 만든 소원을 보며 걷잡을 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7화

    육경한이 가자 유진은 소원을 데리고 시터가 남긴 약 찌꺼기를 찾으러 갔지만 주방은 말끔히 청소한 상태였고 시터가 쓰던 방에서도 흔적을 찾지 못했다.소원은 시터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에 보디가드를 찾아가서야 시터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몇 마디 묻지도 못했는데 쓰러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경찰서에서 사람이 나온 걸 보고 방민아와 같이 경찰에게 넘겼다고 말했다.‘정녕 그 약이 뭔지 알아낼 방법이 없는 걸까?’그때 유진이 말했다.“엄마, 약 봉투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 봉투로 무슨 약인지 알 수도 있지 않을까요?”소원은 너무 기쁜 나머지 유진을 안고 뽀뽀했다.“유진이 정말 너무 대단한데? 큰 도움이 됐어.”유진이 고개를 숙이며 수줍어했다. 유진은 차갑던 예전과 달리 많이 밝아진 것 같은 소원이 너무 좋아 손을 꼭 잡은 채 용기 내어 물었다.“엄마, 혹시 유진이가 미운 건 아니죠? 유진이가 나쁜 이모 말 들은 건 나쁜 이모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예요.”소원이 유진의 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똑똑한 유진이가 알아서 자기를 지켜냈으니 엄마는 너무 뿌듯한걸?”소원이 자기를 미워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말을 듣고 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소원은 유진의 호루라기에서 뺀 메모리칩을 핸드폰에 꽂아 넣었다. 용량이 생각보다 컸고 유진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는 시간까지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것으로 아주머니가 시터의 박해를 받았다는 건 충분히 입증할 수 있지만 방민아가 이 일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영상이 아니라 사진이었기에 오디오가 없어 방민아가 시터와 서 있는 것만으로 이 일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고 우길 수는 없었다. 제일 안전한 방법은 시터가 직접 방민아가 사주한 일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으로써는 시터의 마음을 돌리기 매우 어려워 보였다.일단 급선무가 아주머니를 구하는 것이었기에 일단 다른 건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뒤로 넘기던 소원은 원하는 사진을 발견하고 핸드폰으로 육경한에게 보내줬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6화

    “난 그런 적 없어요... 경한 씨, 제발 믿어줘요. 나 아니에요.”방민아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 방민아가 유진을 해친 게 된다면 더는 육경한과 이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민아는 육경한이 유진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진을 위해 정관 수술까지 하겠다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은 절대 따라올 수가 없었다.“그런 적 있는지 없는지는 경찰 조사에 맡기죠.”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더니 안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멈추고는 한마디 보충했다.“그리고 최근에 방씨 가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민아 씨 아버지가 80%의 수익을 가져갔어요. 그때 도와준 은혜를 수천조로 갚았는데 그걸로 부족해요?”방민아가 계속 따라붙으려는데 보디가드가 막아섰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찰이 오기전까지 도망가지 못하게 막기까지 했다.온몸에 힘이 풀린 방민아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 빌어먹을 년이 어쩌다 경한 씨의 와이프가 된 거지? 그 자리는 내 자리여야 하는데.’방민아는 새로 한 매니큐어가 부러질 정도로 바닥을 박박 긁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머릿속엔 온통 어떻게 다시 육경한의 와이프 자리를 꿰찰지, 어떻게 빌어먹을 소원과 짐승만도 못한 유진에게 복수할지로 가득 차 있었다....유진이 이끄는 대로 걸어간 유진은 이내 아주머니를 가둬놓은 방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주머니는 누렇게 뜬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소원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침대맡으로 다가가 통곡했다.“아주머니...”유진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더니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연신 불러댔다.“할머니... 할머니... 일어나봐요...”“아직 숨은 쉬고 있어.”뒤에 나타난 육경한이 이렇게 귀띔했다.소원이 고개를 들어 손을 아주머니의 코밑에 갖다 댔다. 호흡이 약하긴 했지만 확실히 숨은 쉬고 있었다. 흥분한 소원이 유진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유진아, 엄마 구급차 불렀어. 아주머니 선한 사람이니까 하느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5화

    방민아가 육경한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말했다.“경한 씨,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소원 씨 안 건드릴게요. 다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 주면 안 돼요? 소원 씨가 경한 씨 마음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자꾸만 경한 씨를 뒤흔드는 게 질투 나서 그랬어요. 이제 잘못한 거 알았고 앞으로 소원 씨 존재도 묵인할 테니까 제발 나 버리지 마요...”방민아의 말에 소원은 넋을 잃고 말았다. 육경한만 동의하면 일부다처제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처럼 들렸다.다만 방민아는 원할지 몰라도 소원은 싫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역겨운 상황이었다. 조선시대가 망한 지 언젠데 있는 집 딸인 방민아가 남자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구시대의 여인상을 보이는 게 너무 우스웠다. 게다가 소원은 한평생 육경한 곁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육경한이 언짢은 표정으로 다리를 들자 방민아는 어쩔 수 없이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을 짚을 수밖에 없었다.“나 와이프 있는 남자예요. 방민아 씨, 앞으로 말 가려서 해요.”육경한의 눈매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지만 ‘와이프’라는 말을 내뱉는 육경한의 말투에서 방민아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온도를 느꼈다. 방민아와 함께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갑자기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민아와 함께 있을 때는 늘 차분하고 덤덤하고 감정 기복이 없었는데 말이다.살아났다는 말이 제일 맞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낸 것처럼 피가 있고 살이 있는 육경한으로 다시 태어났다.그런 육경한을 보며 방민아는 너무 불안했다. 전에는 본 적 없는 아예 다른 모습이었다.소원은 방민아가 사랑과 전쟁을 패러디하는 걸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그저 육경한이 살인미수범인 방민아를 감싸면 어쩌나 걱정할 뿐이었다.하지만 육경한의 생각 따윈 상관없었다. 아까 절대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소원은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안녕하세요. 경원 별장인데 신고 좀 하려고요. 누군가 제 아들을 해치려고 했어요. 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4화

    “내가 곧 경한 씨랑 결혼할 것 같으니까 뺏어가려는 거죠. 어림도 없어요.”방민아의 머릿속엔 온통 소원이 육경한을 뺏어가는 장면으로 가득해 이성을 잃었다.“내 남편 뺏어갈 생각하지 마요. 소원 씨는 그저 뻔뻔한 세컨드일 뿐이에요.”“하하하...”소원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방민아 씨, 남편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요? 결혼 등기는 했어요? 왜 아는 사람이 없죠?”방민아는 이미 마음속으로 자기가 미우 그룹 안주인이라고 생각해 차분하게 말했다.“곧 등기하러 갈 거예요. 경한 씨가 다음 주에...”“다음 주에도 등기는 못 할 거예요.”소원이 단칼에 잘라버렸다.“왜요? 소원 씨가 못한다면 못하는 거예요? 봐요. 내 남자 뺏어가려는 거 맞잖아요. 하하. 내가 잘 캐치한 거 맞죠?”이성을 잃은 방민아는 꼴이 우스워도 너무 우스웠다.“내가 오늘 등기했거든요.”소원이 바로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은 마치 번개처럼 방민아에게 떨어졌고 방민아는 환청이라도 들리는 줄 알았다. 올해 들었던 중에 가장 우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소원이 왜 경한 씨랑 결혼 등기를... 에이, 잘못 들은 거겠지.’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방민아는 심장이 떨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방민아의 얼굴이 잿빛이 되어가자 소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온몸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방민아가 갚아야 할 빚은 아직도 많았다.소원이 말을 이어갔다.“그러니 방민기 씨 애인하라고 한 제안은 못 받아들이겠네요. 남편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방민아는 마치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거짓말하지 마요.”방민아가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육경한의 팔을 부여잡고 캐물었다.“경한 씨, 진짜가 아니라고 해줘요. 소원 씨가 나 속이는 거라고 좀 말해줘요...”육경한의 침묵에 방민아의 마음도 점점 싸늘해졌다. 진실은 눈앞에 보이는 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3화

    소원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방민아는 분명 소원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원을 때릴 때 보인 표정은 정말 소원을 죽이고 싶은 표정이었다.육경한은 여자가 이렇게 자주 변하는 동물인지 몰랐다. 방민아도 예전엔 이런 여자가 아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방민아 편을 든다고 생각해 바로 입을 열었다.“방민아 씨, 그 말은 경찰서 가서 얘기해요. 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까.”방민아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너 따위가 뭔데 감히 이딴 식으로 말해? 그냥 못 넘어가? 못 넘어가면 어쩔 건데.’방민아는 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음이 약해진 거라고 생각해 얼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했다.“소원 씨, 우리 원수라도 졌어요? 내가 곧 경한 씨랑 결혼할 것 같으니까 아니꼬운가 본데 나 소원 씨 아이 최선을 다해 보살폈어요. 나를 모함한 것도 뭐라 안 했는데...”방민아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소원 씨는 엄마라 그러겠지만 나도 누군가의 딸이에요. 내가 괴롭힘당하는 거 알면 우리 아빠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방민아는 방민수까지 끌어들였다. 방민수가 나온 이상 육경한도 방씨 가문의 은혜를 저버리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애초에 육경한이 사면초가의 처지에 빠졌을 때 방씨 가문이 없었다면 미우 그룹도 서울에서 자리를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일 어려울 때 손길을 건넨 사람을 저버릴 순 없는 일이었기에 이 점만으로도 육경한은 방민아를 너무 심하게 대하진 않을 것이다.소원이 입을 열었다.“방민아 씨, 우리 원수 진 거 없어요. 오히려 너무 열정적으로 대해줬죠.”방민아는 소원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몰라 멈칫하는데 소원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까도 오빠 방민기 씨의 애인이 되라고 열정적으로 소개해 줬잖아요.”“그... 그게 무슨 헛소리에요.”방민아는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왜 헛소리에요?”소원이 말했다.“방민기 씨 애인으로 반년만 있으면 3개월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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