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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401 - 챕터 1410

1651 챕터

제1401화

[세울 클럽]라이터에 이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기억이 아늑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악몽 가득한 그곳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소원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라이터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저기요, 괜찮아요?”부딪힌 남자가 먼저 물었다. 소원은 익숙한 사람을 만날까 봐 너무 무서웠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낯선 얼굴이었다. 다행히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소원은 혹시나 노출될까 봐 얼른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라이터는 제가 배상할게요.”서현재가 그쪽으로 다가가 두 남자와 교섭하자 상대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고작 라이터 하나인데 망가지면 망가지는 거죠. 얼마 안 해요.”상대가 이렇게 말하더니 자리를 떠났다.“누나, 왜 그래요?”서현재가 소원의 어깨를 안고 물었다. 그 라이터는 이미 바닥에서 주워 쓰레기통에 버려진 뒤였다. 라이터에 새겨진 글자를 못 본 것 같았다.소원이 창가를 내다봤다. 아까 그 남자들은 현지 번호판이 달린 차를 몰고 식당을 떠났다. 소원은 억지로 두려움을 꾹꾹 참아내며 서울에서 온 사람은 아닐 거라고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그 라이터는 그냥 서울에 갔다 온 적이 있거나 서울을 지나치다가 가져온 거라고 생각했다. 서현재는 소원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자 이렇게 물었다.“어디 아파요? 집에 갈까요?”소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 그랬어. 지금은 괜찮아졌어.”소원은 고작 이런 일로 서현재를 걱정시키기 싫었다. 두 사람은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왔다. 조그마한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어렵게 얻은 아늑함을 잃고 싶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서현재는 소원을 다시 옷으로 따듯하게 감싼 채 트럭에 태워 집으로 돌아갔다. 눈이 내렸지만 트럭은 꽤 안정적으로 달렸다. 서현재는 태어날 때부터 총명했기에 뭘 하든 척하면 척이었다. 겨울을 맞아 타이어도 미끄럼방지 타이어로 바꿨고 조명도 LED라 깊은 산속에서도 길을 훤히 비출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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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서씨 가문 사람이었고 그러다 소원까지 만나게 되었다.서현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소원을 번쩍 안아 들었다. 화들짝 놀란 소원이 서현재의 목을 끌어안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아... 뭐야. 빨리 내려.”“업히는 게 싫다면 안아서 데려갈 수밖에. 공주 자가.”서현재가 웃으며 비아냥댔다. 눈이 서현재의 얼굴을 곱게 비춰주고 있었다. 소원은 얼굴이 빨개졌다. 서현재는 분명 소원보다 어렸지만 소원을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소원은 누나가 아닌 것 같았다.‘맞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느낌이겠지...’소원이 서현재의 등에 업혀 서현재의 목을 감싸더니 부드럽게 말했다.“힘들면 언제든지 내려놔.”“하나도 안 힘들어요.”서현재는 숨도 가빠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답했다.“누나, 나는 누나가 내 옆에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유진이도 곧 데려오니까 얼마나 좋아요. 내가 원하던 삶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요...”소원은 마음이 따듯해졌다. 서현재는 말과 행동으로 소원이 짐이 아닌 선물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서현재의 눈에 소원은 꿈이자 여생이자 전부였다. 비관적이던 사람이 이렇게 따듯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 느낌은 마치 차가운 빙하에 빠졌다가 지나가는 쪽배라도 잡은 듯한 느낌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소원은 서현재의 어깨에 기댄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현재를 만난 게 소원의 삶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었다.“누나, 하나만 약속하면 안 돼요?”서현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응, 얘기해.”“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희망을 포기하지 마요. 내가 있고 유진이 있다는 걸 기억해요. 우리 두 남자의 사명은 바로 누나를 한평생 지키는 거예요.”소원이 잠깐 뜸을 들였다. 사실 이 마을에 온 뒤로 다시는 죽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희망이었다. 심지어 하느님에게 유진과 이 남자 곁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빌기도 했다. 언젠가 그녀가 세상을 떠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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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대표님, 목걸이 하나 선물해 준다면서요...”여자는 식당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느 식당의 웨이터 같았다. 남자가 여자의 얼굴에 오만 원권 몇 개를 던져주더니 욕했다.“꺼져. 그 얼굴을 보고 토하지 않은 것도 감사하게 여겨야지 목걸이는 무슨 목걸이. 네가 딱 목걸이 같게 생겼네. 말라비틀어진 X...”웨이터는 순순히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유린을 당했는데 이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대표님, 이러시면 안 되죠. 아까 분명 목걸이 사준다고 해서 차까지 따라왔는데 말을 바꾸시면 어떡해요...”철썩.남자가 귀싸대기를 날리자 웨이터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걸레 같은 X이,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웨이터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기에 이내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여기 지나가는 사람도 많은데 일 크게 만들어 볼까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배 째야죠. 목걸이 안 주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고요.”남자는 오는 길에 이미 여러 번 따먹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걸리고 말았다. 남자가 눈을 깜빡이자 운전기사가 얼른 알아먹고는 여자에게 돈을 조금 더 찔러줬다.“어여쁜 아가씨, 이 돈으로 자그마한 목걸이 하나 사요. 서로 좋아서 한 일인데 이러면 안 되지.”운전기사는 이런 일을 여러번 봐왔기에 사람을 타이르는데 이골이 튼 상태라 여자에게 귓속말했다.“한 가지만 알려줄까요? 당신이 대표라고 부르는 사람 서울에 아는 사람 많아서 좋기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그쯤하고 가요. 여자가 무서운 것도 없어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운전기사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았고 말도 아리송하게 하는 편이라 듣는 사람에게 여운을 세게 남겼다. 여자도 성품이 좋은 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가던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중얼거렸다.“지금 누구를 속여요? 이 차 나도 알아요. 얼마 하지도 않는 싸구려 차를 끌고 다니는데 서울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요?”남자는 성격이 불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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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운전 기사에겐 아직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었다. 운전기사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분위기를 만회하려 애썼다.“대표님,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까 샤부샤부 집에서 미인을 하나 봤어요. 분위기도 장난 아니었다니까요. 서울에 있어도 이름을 알릴만한 그런 미인이었어요.”조세진이 웃음을 터트렸다.“네가 만나본 여자가 적어서 진짜 예쁜 게 뭔지 몰라서 그래.”“대표님, 진짜예요. 몰래 사진도 한 장 찍었는데 지금 바로 보여드릴게요. 중간에 갑자기 끼어든 여자 때문에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어요.”운전기사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첩을 열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샤부샤부를 먹고 있었지만 여전히 너무 아름다웠다.“앉아서 밥 먹었을 때 찍은 사진인데 뒤에 화장실에 갔다가 저랑 부딪혔거든요. 어찌나 향기롭던지. 가까이서 봐도 너무 예뻤어요. 남자 친구가 있는 게 너무 아쉽지만 말이에요...”“어디서 봤다고?”조세진이 운전기사의 멱살을 잡더니 흥분하며 물었다.“샤... 샤부샤부 집이요...”운전기사는 조세진이 이렇게 조급해할 줄은 몰랐다.“대표님, 그냥 몸 사리고 있는 게 어때요? 남자 친구도 있는데 함부로 건드렸다가 일이 번거로워질 수도 있잖아요...”조세진의 마음을 운전기사가 알 리가 없었다. 조세진은 음탕한 생활로 인해 혼탁해진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사진 나한테 보내고 네 핸드폰에 있는 건 당장 삭제해.”운전기사는 영문을 몰랐다. 원래도 미녀를 찍어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천천히 감상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모시는 대표가 이렇게 요구하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조세진은 사진 속 여자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너 이 자식, 서울 올라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조세진은 이번에 돌아가면 그들의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고 잃어버렸던 걸 하나씩 되찾을 생각이었다....오아시스 아파트.커다란 통유리에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비쳤다. 남자는 손에 와인이 가득 담긴 잔을 들고 있다가 원샷하자 입가에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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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그쪽으로 걸어가지 않고 차에 기대서서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방민아를 향해 턱을 살짝 들었다. 방민아는 육경한이 내리지 않을 줄 알고 입을 삐쭉 내밀고 있었는데 육경한의 미소에 서러움이 말끔하게 사라졌다.‘이 남자는 정말 아무리 봐도 잘생겼다니까...’좌절을 겪은 육경한은 광기가 사라지고 점잖음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점잖은 양아치 같아 보였다. 이런 남자에 빠지지 않을 여자가 거의 없었다.방민아가 비틀거리며 육경한을 향해 걸어가더니 육경한의 품에 안겨 얇지만 근육이 탄탄한 남자의 허리를 꼭 끌어안더니 중얼거렸다.“오빠, 왜 나한테 전화 한 통도 안 해요? 내가 밖에서 놀다가 다른 남자랑 눈이라도 맞으면 어떡하려고요?”육경한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되물었다.“눈이 맞을 수는 있고?”방민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미워 죽겠어. 내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잖아요.”육경한이 웃으며 달랬다.“와이프를 믿으니까 그러지.”두 사람의 결혼식은 3개월 뒤로 잡혔다. 와이프라는 말에 방민아는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좋아 온몸을 남자에게 기댔다.“오빠도 참...”육경한이 가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왜? 싫어? 싫으면 그만하고.”“아니요.”방민아가 육경한에게 펀치를 날리더니 말했다.“당연히 좋죠. 오빠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타.”육경한이 직접 방민아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 방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육경한이 다시 유민 그룹으로 들어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방씨 가문 어르신이 방민아에게 유민 그룹과 육경한을 깨끗이 정리하라고 했지만 방민아가 죽어도 그럴 수는 없다고 울부짖었다. 육경한이 요구한 적도 없었지만 방민아는 손목을 그으면서까지 아버지에게 육경한을 도울 것을 요구했다. 정말 육경한에게 푹 빠진 것이다. 육경한은 지금도 유민 그룹에서 자리를 완전히 잡은 상태가 아니었다. 아직 많은 주주가 육경한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육경한은 이 결혼으로 다른 마음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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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그는 차 안에 앉아 냉담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소식 있어?”소종이 대답했다.“아직 없습니다.”예상했던 답이라 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종은 방민아네 별장을 한번 바라보더니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생각에 소원 씨는 이 세상에 없거나 아니면 그런 적이 없을...”소원이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다.어느 날, 육경한이 소종을 불러 해외로 보내며 소원이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해외에 있던 집주인 아주머니는 소원이 아이를 낳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유용한 정보를 하나 제공했다.소원과 함께 있던 남자가 어린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단 한 번뿐이었고 그 아이가 그 남자의 자식인지 아니면 친구의 아이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때문에 소종에게는 쓸모없는 정보처럼 느껴졌다. 그는 소원이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만큼 운이 좋았을 거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그 몸 상태로 아이를 낳으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을 텐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경한은 이 소식에 미친 사람처럼 반드시 그 아이를 찾아야 한다며 집착했다.‘대체 어디서 찾으라는 거야...’하도 오래 찾아다니다 보니 소종은 자신이 아이를 낳아 줄 수 있다면 차라리 낳아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소종은 잠시 고민하다 다시 설득했다.“대표님, 아이가 정말 필요하시면 방민아 씨와 낳으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이가 생기면 저희 쪽과 방씨 가문의 관계도 더 끈끈해지고 유민 그룹 내에서 대표님의 입지도 훨씬 더 안정될 겁니다.”소종의 생각은 단순했다.아이 문제라면 당연히 방민아와의 아이가 더 유리했다.육경한 상상 속의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사 그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세상에 드러나면 방씨 가문을 화나게 하고 방민아라는 카드를 잃을 위험이 있었다.그러면 육경한은 회사 내의 구세대 임원들에게 다시 괴롭힘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결론적으로 육경한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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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작은 흰 새가 육경한의 손안에 미동조차 없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소종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방민아 씨가 가장 아끼는 애완 새인데 이렇게 쉽게 죽여버리다니...’육경한은 고개를 숙여 손바닥에 놓인 하얀 새를 바라보았다. 새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죽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웠다.‘안타깝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잖아. 그 여자랑 똑같이...’방민아가 오랫동안 길렀지만 아무리 잘해주고 아무리 조심해도 새는 결국 주인을 떠났다.말 안 듣는 새는 벌을 받아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육경한은 확신했다. 반드시 소원을 붙잡을 거라고.다만 어떻게 벌을 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소원이라는 여자는 정말 고집스러웠다. 전형적인,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도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새와 똑같이 말이다.때로는 그녀를 아예 부러뜨려 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육경한은 소종에게 차를 앞으로 몰라고 지시한 뒤, 작은 새의 사체를 정확히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다시 손에 넣게 된다면 절대 떠날 수 없게 만들거야. 죽는 순간까지도 내 손바닥에 벗어나지 못하게 할 거야...’...산기슭에 있는 한 작은 집.소원은 요즘 뜨개질을 배우고 있었다. 서현재에게 선물할 캐시미어 목도리를 뜨기 위해서였다.그녀는 신중히 고른 옅은 블루 컬러 실을 사용하고 있었다.이 색은 서현재에게 참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절제된 순수함에 남다른 매력을 더해주는 색이었다.마당에서 한참을 뜨개질하던 중, 까마귀 한 마리가 마당 벽에 앉아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소원은 불안감을 느끼며 소리를 내어 쫓으려 했지만 까마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울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애처로워졌다.소원은 마음이 뒤숭숭해져 작은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돌에 맞은 까마귀는 그제야 날아갔지만 떠나기 전 검은 깃털 한 장을 떨어뜨렸다.그리고 그 깃털을 보며 소원의 마음속에서는 불안감이 더 커져갔다.마당을 서성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좀처럼 차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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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소원이 웃으며 말했다.“여름에 더위 먹고 땀띠 나는 게 걱정되지는 않아?”그러자 서현재가 농담처럼 답했다.“그건 행복한 땀띠일 거예요.”뒤이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서현재가 자리를 뜨자 소원은 다시 매화떡을 내려놓고 목도리를 집어 들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계속 더 빠르게 완성하고 싶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함이 느껴졌고 서현재가 이 목도리를 사용할 날이 오지 않을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방현수의 생일날.육경한은 방민아와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방현수는 과거 스캔들이 터졌을 때, 단호하게 방민아와 육경한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사실 상류사회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노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곤 했다.취미가 독특하거나 바깥의 여성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만 여기는 남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안의 아내는 절대 그런 식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였다.방현수 본인도 젊었을 때는 육경한보다 더 방탕하게 놀았지만 방민아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여자가 낳은 딸이기에 각별히 아꼈다. 그래서 스캔들이 터졌을 때 즉시 조사를 명령했다.조사 결과는 방현수를 충격에 빠뜨렸다.육경한이 얽힌 여자는 다름 아닌 이미 사라진 소씨 가문의 딸이었다.한때 소씨 가문의 몰락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모두가 그 사건을 두려워했지만 방현수는 오히려 육경한의 수단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했다.젊었을 때의 자신처럼 강력한 카리스마와 실행력을 지니고 있다 생각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소씨 가문이 이미 몰락했는데도 그 딸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단순한 복수로 볼 수 없었다.복수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육경한의 방식은 도저히 복수라고 하기 어려웠다.방현수는 경험자로서 단번에 알아차렸다.분명 그 여자에게 육경한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남자가 한 여자에게 이토록 집착하고 고집스러워질 때, 그 여자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방현수는 육경한이 여자와 놀아나는 것은 허용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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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이 말이 나오자마자 식탁의 분위기는 단번에 싸늘해졌다.다행히 방현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지만 방민아의 약혼자인 육경한은 바로 옆에 앉아 있었고 이런 민감한 질문에 답하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난처한 일이었다.방민아는 날카롭게 오빠를 노려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들은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기에 별다른 형제애도 없었다. 게다가 방민아가 여자라는 이유로 방민기는 항상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다.술기운에 기분이 들뜬 방민기는 비웃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동생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그냥 궁금해서 그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할 정도면 육 대표님은 꽤 잘 노시는 분 같던데 세 사람이 같이 한번 하는 건...”“오빠, 그만 좀 해!”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라 방민아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하지만 방민기는 그럴수록 더 말이 많아졌다.지난번 자신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 느낀 분노와 억울함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실 방민기도 여자 문제로 곤란을 겪은 적이 많았다.방현수도 그의 행동을 알고 있었지만 회사 내 규칙을 어기지 않는 한 눈감아주는 편이었다.그러나 이번에 손댄 여자가 하필이면 사촌 형수였고 그녀의 매혹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한 방민기는 선을 넘고 말았다.그 일로 방현수가 크게 화를 내며 그녀를 회사에서 다른 곳으로 발령냈고 방민기는 이에 대해 크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문제를 만든 건 결국 그 여자가 아니라 그 여자를 끌어들인 육경한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방민기는 노골적으로 말을 이어갔다.“육 대표님, 들리는 말로는 아직도 그 여자를 찾고 있다고 하던데요. 대체 뭐가 그렇게 좋았길래 잊지를 못하시는 겁니까?”이 말에 방민아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그 여자의 존재는 방민아에게 있어 가장 큰 상처이자 콤플렉스였다.이전에 방민아는 여러 차례 은근히 육경한에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신호를 보냈다.두 사람은 약혼한 관계였으니 관계를 맺는 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지만 육경한은 끝내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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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방민아는 방민기의 말에 담긴 비꼼을 바로 알아채고 얼굴빛이 급격히 창백해졌다.이 일이 다시 언급될 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 영상 속 여자가 육경한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학 시절부터 연애를 시작했지만 이후 큰 사건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원수로 변했다.그러나 방민아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얽히고설키면서도 그들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심지어 육경한이 그 여자에게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방민아는 그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다.누군가 방민아를 변태라 부를 수도 있고 병적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육경한이 그런 순간에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었다.사실은 명확했다.육경한은 무엇을 하든 매력적이었다.그 과정이 거의 폭력적이었다 하더라도 육경한의 흐트러짐 없는 우아한 외모는 사람을 미칠 정도로 끌어당겼다.특히 마지막, 육경한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순간에 눈에 스친 그 만족감의 흔적은 방민아에게 깊은 충격을 남겼다.그런 표정은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순간, 방민아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육경한이 정말로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여자가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방민아는 안심했다.그리고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제발 다시 돌아오지 마...’만약 돌아온다면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도련님, 저랑 민아 씨보다 본인 건강부터 챙기시는 게 좋겠습니다.”육경한의 차가운 말투에 방민기의 눈썹이 잔뜩 일그러졌다.“무슨 소리예요?”육경한은 태연하게 눈길을 들어 올려 말했다.“회장님은 손자를 보고 싶어 하시는데 도련님께서는 여자를 그렇게 많이 만나도 아직 아이가 하나도 없더군요.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닌지...”순간 방민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과거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즐긴 탓에 약한 정자로 인해 아이를 갖기 어려운 상태였다.아무리 보호 장비 없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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