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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1화

이 향기는 그 남자에게서만 나는 것이었다.‘설마...’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윤혜인은 창가로 달려갔다.아래에는 한 남자가 바닥에 누워 있었고 그 주변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그 외의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오빠...”윤혜인이 막 소리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좀 끌어 올려 주지 않을래?”윤혜인은 옆을 돌아보았다.이준혁이 두 손으로 교회 옆의 십자가를 붙잡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눈을 두 번 깜빡여보았으나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 이준혁이었다!조금 전 그가 원진우를 붙잡고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었다!윤혜인은 십여 미터 높이에 있는 창문에서 내려다보다가 옆에 있는 남자를 다시 바라봤다.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너무나 위험한 행동이었어. 미친 게 분명해...’그때 곽경천이 올라와 윤혜인을 밀어내고 이준혁을 십자가에서 끌어 올렸다.무사히 땅에 내려오자 곽경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행히 성공했군.”사실 이 모든 것은 그들의 계획이었다.한 명은 아래에서 원진우의 주의를 끌고 다른 한 명은 위에서 습격을 가하려는 전략이었다.하지만 이 계획은 너무나도 위험했다.윤혜인이 말했다.“오빠, 엄마는...”하지만 윤혜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곽경천이 말을 잘랐다.“걱정 마. 엄마는 이미 찾았고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 계셔. 곧 가서 뵐 수 있을 거야.”가장 위험하다 생각하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윤혜인은 윤아름을 차 근처 덤불 속에 숨겨 두었었다.그녀는 일부러 흔적을 남겨 원진우를 교회로 유인했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이제 남은 건 하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곽경천 일행이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이준혁까지 올 줄은 몰랐다.윤혜인의 심장은 아직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바닥에 내던져진 지팡이를 보며 그 남자가 얼마나 다급해 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조금 전 죽음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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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이준혁은 윤혜인이 고통 속에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한 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는 다급히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혜인아, 혜인아...”윤혜인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눈앞에 서 있는 이준혁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를 꼭 끌어안았다.그러고는 흐느끼며 말했다.“준혁 씨,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남자는 윤혜인이 자신을 꼭 안고 있는 동안, 그녀를 더 단단히 안아주며 떨리는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괜찮아, 나 괜찮아...”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러 번 윤혜인을 달래며 이준혁은 그녀가 조금씩 진정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그녀의 울먹임을 멈출 줄을 몰랐다.“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다음엔 절대 하지 마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의 귀 옆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봐.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자신의 말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이준혁의 태도에 윤혜인은 화가 났다.“다음에도 그런 일이 또 있게 된다면 나 진짜 준혁 씨랑 다시는 안 볼 거예요. 농담 아니에요!”이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어. 다음부터는 정말 신중하게 행동할게.”그러나 속으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너랑 관련된 일은 예외고.’이준혁은 윤혜인과 관련된 일이라면 절대 침착할 수 없었다.그녀가 곁에 없으면 매 순간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으니 말이다.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혜인아, 나랑 함께할 생각 있어?”‘함께’라는 말이 마치 끝없는 힘을 지닌 주문처럼 들렸다.이 말을 다시 듣자 윤혜인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기 시작했다.‘함께’라는 말은 단순히 사랑만이 아닌 고난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했다.돌아온 이후, 이준혁은 모든 고난을 혼자 견디며 윤혜인에게는 그 고난의 흔적조차 느끼지 못하게 했다.이런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아니,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윤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준혁을 사랑하고 있었다.윤혜인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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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이게 준혁 씨가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단순히 심장이 빨리 뛰는 것뿐일 수도 있죠. 병원에 가서 진찰이라도 받아보는 게...”윤혜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가볍게 스쳐 지나갔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두 입술이 강렬하게 얽혀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바닥 난방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는 그들의 숨결을 더욱 뜨겁게 달궜고 공기 속에는 짙은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 찼다.이준혁의 단단한 손이 윤혜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그러나 강렬하게 그녀에게 다가섰다.처음에 입맞춤은 따뜻하고 차분했지만 점차 이준혁의 강한 의지가 실려 진하게 변해갔다.그에게 이끌려 정신을 놓아버린 윤혜인이 무의식적으로 가벼운 신음 소리를 흘렸다.윤혜인이 막 회복한 게 아니었다면 이준혁은 이 순간을 더 오래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그가 마침내 자신을 놓아주었을 때,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려 이준혁의 손에 의지해야 했다.붉게 물든 작은 얼굴이 물방울이 맺힌 복숭아처럼 빛났다.이준혁은 굳게 다물어진 입을 조금 풀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알겠어? 이건 단순히 심장이 빨리 뛰는 게 아니야.”그러고는 진지하게 덧붙였다.“난 너를 원해. 매 순간, 항상.”그러자 얼굴이 더 붉어진 채 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또... 또 그 소리예요?”그녀는 수줍어하며 남자를 나무랐고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농담이 아니야. 비록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내 인생에서 너만이 나를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다시 단단한 팔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빨갛게 달아오른 작은 얼굴이 이준혁의 어깨에 기대진 채 윤혜인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고요한 침묵이 이어진 후, 이준혁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혜인아, 나는 수년간 너를 잃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살았어. 한 번, 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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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혼란스러웠어. 네가 나를 가엾게 여기는 게 아니라 순수한 사랑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어젯밤 내가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작은 몸으로 웅크리고 있던 네 모습이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아. 지금 네가 이렇게 멀쩡히 내 앞에 앉아 있는데도 난 여전히 두려워.”이준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목소리에 섞인 떨림을 가라앉히려는 듯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내가 너를 찾지 못했거나 늦게 도착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그 결말이 너무 두려워.”그는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정말 말하고 싶었어.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설령 네가 나를 가엾게 여긴다고 해도 괜찮아.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너와 아이들을 지켜줄 거야.”이제 와서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는 것을 이준혁은 잘 알고 있었다.어제는 윤혜인에게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고 했던 그가, 지금은 그녀의 동정을 간절히 구하고 있으니 말이다.너무도 사랑했기에 그는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다.심지어 그 강한 자존심도 윤혜인의 앞에서는 망설임 없이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었다.그는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혜인아, 이기적인 부탁인 건 알지만 너한테 부탁하고 싶어...”잠긴 듯한 이준혁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다시 나와 함께해주면 안 돼?”방 안에는 오랜 침묵이 흘렀다.윤혜인은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윤혜인은 생각했다.‘대체 뭐가 두려운 거지? 내가 마음이 부족해 보였나? 그래서 자신감을 잃었나?’곧 윤혜인은 이준혁의 허리를 감싸며 손끝으로 그의 어깨뼈를 만졌다.뼈마디가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깡마른 몸이었다.그곳에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싸우며 생긴 수많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이 사실을 떠올리자 윤혜인의 가슴은 미칠 듯이 아파왔다.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던 남자는 천천히 그녀를 꼭 붙잡았던 손을 풀었다.그러고는 숨을 가다듬으며 가능한 침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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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이준혁이 무언가 말하려는데 윤혜인이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살짝 얹으며 막았다.그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어갔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예전에 내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고 준혁 씨를 거듭 거절했던 건 어쩌면 본능적인 자기방어였던 것 같아요.”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덜 상처받을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윤혜인은 차분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렷이 말했다.“난 준혁 씨랑 함께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요.”“이건 동정이 아니에요. 그저... 내가 준혁 씨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그러자 이준혁은 윤혜인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시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를 자신의 몸에 깊이 새겨버리겠다는 듯이 강한 포옹이었다.윤혜인이 실제로 여기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이준혁은 그녀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이 세상에 방법이 있다면 내 마음속을 보여주고 싶어. 그 안은 온통 너로 가득 차 있고 너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야.”이 말과 함께 그는 진심이 담긴 입맞춤을 그녀에게 전했다.이번 입맞춤은 서두르지 않았고 완벽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그 안에는 끝없는 갈망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입술과 혀가 얽히고 서로의 숨결이 섞이며 공기는 더욱 짙어졌다.다리가 아직 불편했기에 이준혁은 윤혜인과 함께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이어갔다.곧이어 이준혁이 윤혜인의 환자복을 풀려는 순간, 윤혜인이 손을 뻗어 그를 막으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흉터가 있어서 보기 흉해요.”윤혜인은 제왕절개로 출산했다.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흉터가 남지 않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라, 의사에게 문의해보니 흉터 연고를 최소 반년 이상 사용해야 눈에 띄는 효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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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꿈같던 시간이 지나고 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혜인아, 사실 내 다리가 완치 불가능한 건 아니야.”잠시 멍하니 이준혁을 바라보던 윤혜인의 귀에 또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훈이가 이미 나를 위해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준비해 줬어. 그리고 그 성공률도 이미 검증된 상태야.”“뭐라고요? 진짜예요?”윤혜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진짜야. 일주일 전에 수술 계획을 확정했어. 봄이 오면 바로 수술할 수 있을 거야.”“일주일 전이요?”윤혜인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며 물었다.“그럼 주 비서님은 알고 있었어요?”이준혁은 잠시 멈칫하다 대답했다.“알고 있었어.”“그런데도 나한테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결정적인 순간, 윤혜인은 일부러 더욱 과장해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주 비서한테는 내가 벌을 줄 거야.”이준혁이 태연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번에는 그를 탄페니아로 보내지 않을 것이었다. 지금 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데에는 주훈의 역할이 컸음을 그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만약 윤혜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에 자신의 감정을 계속 숨겼더라면 이준혁은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또다시 그녀를 놓쳤을 것이다.“됐어요...”윤혜인은 주훈의 선의도 이해했다. 어쩌면 주훈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관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었으리라.자존심을 중시하는 두 사람이 함께하려면 외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벌하지 말고 나 대신 고맙다고 전해줘요.”윤혜인이 조용히 말했다.소중한 시간을 다행히 이제는 더 이상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만족해했다.“준혁 씨.”“응?”“내 손 꽉 잡아요. 이제 더는 놓으면 안 돼요?”“응. 이번에는 평생 놓지 않을게.”그렇게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그림자처럼 함께 다녔다.매번 윤아름을 만나고 돌아와 병실에 있을 때면 지독히도 붙어있었다.이준혁은 병실 한쪽을 아예 사무실로 만들, 윤혜인이 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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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이런 사랑이라면 아마 누구도 이준혁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회의를 끝낸 이준혁은 노트북 화면에 비친, 잠에서 깬 윤혜인의 모습을 발견했다.그러자 그는 고개를 돌려 휠체어를 조작해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깼어? 왜 나 안 불렀어?”윤혜인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대답했다.“일하는 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방해되는 거 아니야.”이준혁은 그녀에게서 컵을 받아들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물었다.“좀 더 잘래?”이 말에 윤혜인은 눈살을 찌푸렸다.“안 자요. 나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기력이 좀 부족한 건데 더 자면 안 돼요.”“그래. 그럼 자지 말자.”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주었다.그 눈빛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손을 잡은 채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끼며 조용히 말했다.“준혁 씨, 우리 어머님 보러 가요.”윤혜인이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자 이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 끝나면 우리 서울로 돌아가서 아기들 데리고 어머니 보러 가자.”문현미는 현재 철저히 보호받고 있었다.이천수로부터 문현미를 지키기 위해, 이준혁은 중상을 입은 그녀를 다른 개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고 얼마 전 그녀는 깨어났다.아직 제대로 걷지는 못했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문현미는 자신의 손자, 손녀를 만나고 싶어 했다.문현미는 이준혁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를 친아들처럼 보살피고 가르쳤다.과거 문현미는 아들 이준혁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윤혜인을 내쫓은 일을 한평생 후회하며 살아왔다.하지만 다행히 그 납치 사건 때,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름이와 윤혜인을 구하며 자신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냈다.때문에 문현미를 무조건 용서할 수 없는 악인으로만 볼 순 없었다.그녀는 단지 아들을 사랑한 어머니였고 조금 이기적일 뿐이지 수많은 어머니들의 모습과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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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이 일은 윤혜인을 놀라게 했다.과거 원진우를 그토록 강하게 거부하던 모습과는 달리, 윤아름이 이신우를 신뢰하는 모습은 조금의 거짓도 없어 보였다.무엇보다 이신우가 폭탄 같은 소식을 전했다.그가 오랜 시간 키워온 아들 이하진이 사실 윤혜인의 친동생이라는 것이다.그런데 윤혜인과 이하진은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윤아름이 원진우에게 강제로 당해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이하진은 어머니인 윤아름을 서울로 데려가 자신과 이신우가 함께 돌보겠다고 제안했고 곽진명과 곽경천 모두 이에 동의했다.그들의 목표는 하나, 윤아름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서울로 가는 것이니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아니었고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아름 스스로도 원했다는 점이었다.윤혜인에게도 의견을 물었을 때 그녀는 동의했다.기억을 잃은 윤아름이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윤혜인은 그녀가 평생 동안 과거의 감옥 같은 기억을 떠올리지 않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또한 이하진과 이신우를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곽경천이 말했듯 서울에 있으니 언제든지 살펴볼 수 있고 말이다.그 후 경찰 쪽에서 대표를 보내 병원에 찾아와 윤혜인 일행에게 감사를 전했다.그들의 협조 덕분에 국제 범죄자인 원진우를 검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원진우의 죄는 살인뿐만 아니라 뇌물공여 및 수수, 국제 비밀 거래를 통한 사익 추구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원진우의 잔당은 경찰에 의해 모두 일망타진되었다.그의 유골은 아무도 인수하지 않았고 이하진 역시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했다.하여 윤혜인은 경찰에게 그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라 했다.모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곽경천은 귀국 준비를 시작했다.윤혜인과 이준혁은 가장 먼저 문현미가 요양 중인 요양원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아름이만 데려갔다.쌍둥이 아기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돌보기 힘들 것 같아 이후 문현미를 집으로 모신 뒤에 보여드리기로 했다.아름이는 문현미를 보자마자 기쁘게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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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문현미는 충격을 받았다.윤혜인이 설령 자신을 용서한다 해도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윤혜인은 과거의 일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고 오히려 함께 아기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문현미는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마워, 혜인아... 정말 고맙다...”문현미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그러자 윤혜인은 이런 문현미를 안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랑 아름이도 어머님께 감사드려요.”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 뒤, 문현미는 처음의 어색함을 잊고 한결 편안해졌다.윤혜인이 진심으로 자신을 용서했음을 깨달은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 기쁨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윤혜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하여 문현미는 이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준혁아, 너는 도대체 언제 혜인이에게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해줄 생각이니?”윤혜인은 깜짝 놀랐고 이준혁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문현미는 두 사람의 반응만 봐도 이 주제에 대해 둘 다 한번도 말을 꺼낸 적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내가 말했지? 혜인이에게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해주지 않으면 시댁에서 절대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계획 빨리 세워. 그렇지 않으면 나도 혜인이가 너한테 이런 대접받는 거 두고 볼 수 없으니까.”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윤혜인을 바라보기만 했다.“너 왜 말이 없어? 설마 결혼식을 할 생각이 없는 거야?”“아니에요. 당연히 하고 싶죠. 하지만 혜인이가 원할지 모르겠어서...”이준혁은 결혼식을 간절히 원했다.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이혼 후 다시 재결합했지만 정작 결혼식은 한 적이 없었다.이전에 있었던 원지민과의 가짜 결혼식도 경찰의 해명을 통해 국제 범죄자를 잡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취소되었다.그 때문에 서울 사람들 사이에서 이준혁은 여전히 ‘황금 싱글남’으로 여겨지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여러 차례의 이별과 재회를 겪으면서 세상에 대놓고 윤혜인이 자신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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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그때, 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이준혁이 물었다.“목마르지 않아? 여기 밀크티 가게가 있네. 마실래?”윤혜인은 가게 베스트 메뉴가 크림치즈 포도 밀크티라는 것을 보고 눈빛이 반짝였다.이건 윤혜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하지만 수유 중이라 그녀는 오랫동안 끊고 있었다.마셔도 되는지 확신이 없어 그녀는 이준혁을 돌아보며 물었다.“마셔도 돼요?”“당연히 되지.”이준혁은 목발을 짚고 그녀의 손을 잡아 차에서 내렸다.가게 앞에 도착하자 그들은 직원에게 밀크티 한 잔을 주문했다.밀크티가 완성된 후, 이준혁은 그녀를 데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 함께 음료를 마셨다.윤혜인은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다.밀크티를 다 마신 뒤, 이준혁이 물었다.“공원 좀 걸어볼래?”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공원을 천천히 거닐었다.그러다 우연히 꽃으로 뒤덮인 공간에 들어서게 되었다.수천 송이의 붉은 장미가 거대한 하트 모양으로 꾸며져 있었고 두 사람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윤혜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이 꽃들 정말 너무 예쁜데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좋아하면 됐어.”윤혜인은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꽃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준혁이 목발을 내려놓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그러고는 반지 상자를 꺼내 열었다.상자 안에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혜인아, 나랑 결혼해줄래?”윤혜인은 순간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제야 그녀는 왜 이준혁이 조금 전 자신의 대답을 막았는지 깨달았다.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이다.금세 눈가가 붉어지더니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결혼할래요.”감격에 찬 이준혁도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번 프로포즈는 전혀 급조된 것이 아니었다.그는 미리 찾아둔 팀을 통해 철저히 준비해 두었고 그녀의 뜻을 확인하는 즉시 실행에 옮길 계획이었다.병원에서 그녀의 의사를 확인한 후, 이준혁은 준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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