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 Chapter 1451 - Chapter 1460

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451 - Chapter 1460

1651 Chapters

제1451화

소원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찌 됐든 아직 믿을만한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모든 서러움과 울분을 왈칵 쏟아냈다.그때 수화기 너머로 말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웅아... 웅아...”윤혜인이 부드럽게 말했다.“아이고, 내 새끼, 일단 아줌마랑 나가서 놀아. 엄마는 친구랑 통화 중이니까 이따 놀아줄게.”“네...”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 말할 줄은 몰라 그저 엄마라는 발음을 얼추 따라 하며 웅얼대는 목소리가 참으로 귀여웠다.소원은 윤혜인에게 아직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 걸 떠올렸다. 아마도 쌍둥이 중 더 어린애 같았다. 친구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 소원도 너무 기뻐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친구에게 털어놓으면 마음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윤혜인이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육경한은 수단이 셀뿐더러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게다가 육경한은 이준혁과 친구였기에 소원은 윤혜인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게 싫어 말을 짧게 끝냈다.“혜인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이따 다시 얘기하자. 일단 하나만 부탁할게.”윤혜인은 약간 서운했지만 이내 마음을 정리하고는 말했다.“무슨 일인데?”“성분 감정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까? 약물 성분 검사하고 싶은데.”“그래, 일단 준혁 씨한테 연락해 보라고 할게. 이 부분은 준혁 씨가 잘 알아서.”윤혜인은 소원이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친구 간의 순수한 믿음이 있었기에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준혁 씨한테 비밀로 하라고 할게.”윤혜인이 한마디 덧붙였다. 소원과 육경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고 이준혁은 육경한과 이준혁이 친구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소원이 부탁하는 일은 육경한을 피해야 했다.결혼한 후로 이준혁은 회식 자리가 줄었고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회식에 나가지 않았다. 매일 퇴근하면 끝내지 못한 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고 먼저 두 아이를 달래서 재운 후 곽아름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줬다. 아이들이 다 잠에 들고
Read more

제1452화

이준혁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 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관찰했다. 잘 묶었던 샤워 타올이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흐트러진 상태였다.출장을 다니기도 했고 아이도 생겼던지라 보름 남짓 잠자리를 가지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이렇게 말했다.“그... 아기들 잠들었는지 한 번만 확인해 볼게요...”몸을 돌리려는데 이준혁이 윤혜인의 허리를 꼭 끌어안더니 자기 다리에 앉히고는 오후의 커피숍에 울려 퍼지는 첼로 연주처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매혹적이게 말했다.“엄마가 아기들 데리고 옆집으로 갔어. 아름이도 따라가서 오늘 여기 아무도 없어...”이준혁이 이렇게 말하며 한 손을 윤혜인의 허리에 갖다 대고 다른 손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윤혜인은 그대로 테이블에 눕고 말았다.윤혜인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지더니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여기는 서재잖아요. 도우미들이 보면 어떡해요...”“다 휴가 갔어.”이준혁이 윤혜인의 샤워 가운을 풀어 헤치자 샤워 가운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길고 부드러운 윤혜인의 머리가 고풍스러운 테이블에 촥 펼쳐져 유난히 매혹적이었다.“휴가...”윤혜인의 얼굴이 이 자세로 인해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올랐고 심장이 미칠 듯이 벌렁거렸다.“내가 휴가 보냈어.”이준혁이 고개를 숙여 윤혜인의 목과 쇄골에 뽀뽀하며 흔적을 남겼다. 뜨거운 숨결이 살갗에 닿자 간지러우면서도 전율이 흘렀다.“읍... 여보...”윤혜인이 교태를 부렸다.“오늘은 마음껏 즐겨도 돼.”이준혁이 갈라질 대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은 없으니까.”이준혁은 오늘 밤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휴가를 줬고 퇴근하기 전 문현미에게 아이들을 데려가라고 했다. 문현미는 이준혁의 뜻을 바로 눈치챘고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기뻐 얼른 아이들을 데리고 옆집으로 향했다.“방으로 돌아가요... 여보...”윤혜인은 너무 부끄러워 얼른 손을 들고 얼굴을 가렸지만 이준혁은 기회
Read more

제1453화

이렇게 차분한 성격의 부모님이 있으니 교육한 아이들도 매우 뛰어날 테지만 육경한은 달랐다. 자기 자신도 컨트롤이 잘 안되는데 아이를 잘 교육할 리가 없었다.실수로 유진이 육경한의 그런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어떤 후과가 있을지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웠다. 한번 각인된 기억은 그림자처럼 영원히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소원은 약을 윤혜인이 알려준 기구에 맡기며 어떻게든 아이를 그 처지까지 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돌아가는 길에 소원은 서현재가 보내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나 외국 나가서 치료받으니까, 걱정하지 마요.]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소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두 사람은 전에 서로만 아는 암호로 문자를 보낼 때 점을 찍지 않기로 했는데 마지막에 점이 붙었다는 건 서현재가 보낸 문자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게다가 외국으로 나가 치료받을 생각이라면 전화로 말하거나 만나서 말하지 이렇게 문자만 딸랑 보낼 리가 없었다.소원은 마음이 불안해져 미간을 찌푸리고는 얼른 택시를 불러 서현재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현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로 나왔다. 유일한 연락처마저 없어졌다는 생각에 소원의 마음이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병원에 도착한 소원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어젖히며 이렇게 물었다.“현재야?”침대에 누워있던 남자가 몸을 돌렸지만 서현재가 아니었다.“누구세요?”상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소원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제가 사람을 잘못 봤네요.”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밖으로 나가려다 고개를 돌리고는 물었다.“죄송해요. 혹시 전에 있던 환자는 언제 나갔는지 알아요?”남자가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오늘 아침에 들어왔거든요.”“아, 그러시구나. 죄송해요. 쉬세요.”소원이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몸을 돌렸다. 아마도 서현재네 가족이 서현재를 빼돌린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이것저것 알아보니 확실히 육경한이 말한 것처럼 서씨 가문에는 대를 이을 사람이
Read more

제1454화

비록 걱정되긴 했지만 아줌마가 있으니 그래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은 신경전을 펼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고 소원이 원하는 건 양육권이었기에 절대 약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이제 한주라는 시간이 흐르면 육경한도 통지를 받을 거라고 생가했는데 소원이 연락했던 변호사가 갑자기 선임 비용을 돌려주며 사건을 수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에서 양육권 다툼에는 제일 좋은 변호사라 선임료가 비쌌지만 소원은 변호사의 능력을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유명한 변호사가 선임했던 사건을 못 하겠다고 다시 내려놓을 줄은 몰랐다.소원이 변호사를 찾아갔지만 변호사는 만나주지 않았다. 너무 억울했지만 변호사가 협박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로펌을 찾아가도 사전에 누가 언질이라도 한 것처럼 사건을 수임하는 사람이 없었고 상대가 육경한이라는 말만 들으면 모두 절레절레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소원은 윤혜인을 불러냈다. 카페에서 윤혜인이 소원의 손을 덥석 잡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소원아, 너 말랐어.”소원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예전보다 찐 거야.”서현재와 같이 있으면서 쪘던 살이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면서 생긴 골치 아픈 일로 다 빠지고 말았다.윤혜인이 고개를 저었다.“나도 다 보여. 그러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해.”육경한이 아이를 뺏어갔다는 사실을 듣고 윤혜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네.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아이를 뺏어가서는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소원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육경한의 손에는 유전자 감식 결과가 있는 데다 소원의 병원 이력, 소원의 아버지가 연루된 금융 문제, 그리고 소원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던 자료가 있었다. 여기서 하나만 공개되어도 생모인 소원은 양육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바로 육경한의 정신질환이었다. 육경한을 법정에 세울 수만 있다면 법원은 정신질환이 있는 육경환이 아
Read more

제1455화

소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고마워. 혜인아.”윤혜인이 소원의 손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나도 육경한이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유진이가 그런 사람 밑에서 자라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얼마 지나지 않아 윤혜인이 찾은 변호사가 소원과 연락했다.“소원 씨, 안녕하세요. 저는 주석훈 변호사입니다. 편한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주석훈은 먼저 소원에게 사건에 대한 분석을 들려줬다.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다른 변호사와는 다르게 주석훈은 전문가 다웠고 핵심을 잘 짚었다.“소원 씨, 어떤 사건인지 잘 알겠습니다. 유일한 희망이 생부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거네요. 이 부분을 빼면 이 소송에서 이길 방법이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소원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진작 아이를 데려오고도 남았을 것이다.“소원 씨, 최근 1년간 육경한 씨가 계속 이 약을 복용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나요?”주석훈이 물었다.“확신합니다.”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육경한 옆에 있으면서 약으로 조증을 억제하고 있는 걸 봤고 이 병을 가진 지도 꽤 오래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그 병이 더 심각해졌을 뿐이다.“그래요. 육경한 씨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걸 입증할 수만 있다면 이 소송에 이길 수 있게 제가 도와드릴게요.”주석훈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었다. 이선 그룹에 있을 때부터 크고 작은 사건을 맡으면서 불패의 기록을 세워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애초에 퇴사하고 외국에 나간 것도 업무에 변화를 주고 더욱 많은 성장을 이룩해 모국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이 말을 들은 소원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자신감이 생겼다. 법원 수속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모든 절차를 끝내고 나니 이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소원은 이따금 서현재는 잘 치료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날 주석훈과 식사를 마치고 나와 혼자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익숙한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육연주였다.소원이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는데
Read more

제1456화

소원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육연주는 소원의 매혹적이고 예쁘장한 얼굴만 보면 자꾸 괴롭히고 싶었다.“따라다닐 때는 잘만 따라다니더니 쪽팔리긴 한가 보죠? 삼촌 애인으로 있으면서 몸 팔아서 소씨 가문에 조금이라도 보태겠다고 아등바등 버틴 거잖아요. 그러면 뭐해요. 소씨 가문이 약해 빠져서 아무리 노력해도 기어오르지 못하는걸.”소원은 이 말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멍청한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소씨 가문이 누구 때문에 망했는데.’애초에 육경한이 핍박하지만 않았어도 소씨 가문이 그렇게 될 일은 없었다.육연주는 소원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자 자기가 한 말에 소원이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는 줄 알고 내심 통쾌해 앞으로 팔짱을 끼고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 알아요? 부모님이 그 모양이니까 딸도 다른 사람 가정이나 파괴하는 그런 짓을 하는 거예요...”육연주는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소원을 모욕하고 있었다. 참다못한 소원이 육연주의 귀싸대기를 날리려 했지만 손이 육연주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차가운 손 하나가 소원의 팔을 으스러지게 잡았다. 힘이 어찌나 센지 소원은 팔목이 부러질 것 같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다가온 사람을 보고 육연주는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더니 얼른 그쪽으로 달려갔다.“오빠, 와줘서 고마워. 이 미친 여자가 나 때리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육연주가 표독스럽던 아까와는 달리 애교를 부리자 소원은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저기요, 왜 내 여자 친구에게 손을 댄 거죠?”목소리가 살짝 차가웠지만 이상하리만치 익숙했다. 고개를 들자 햇빛이 너무 강렬해 소원은 눈을 찡그렸다. 이내 상대의 조각 같은 턱과 점잖지만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앞에 서 사람은 다름 아닌 서현재였다.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소원은 심장이 미칠 듯이 벌렁거렸다.‘돌아왔다고? 언제 돌아온 거지? 왜 아무 소식도 없이...’소원은 요새 소송 준비하느라 바빴다. 육경한과
Read more

제1457화

육연주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보며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전에 육경한을 따라다니며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이제 자기 머리 위로 기어올라 남자 친구까지 넘보려 하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소원은 얼굴이 얼얼했지만 귀싸대기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그제야 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서현재의 모습에 소원은 가슴이 철렁했다. 소원이 음로론을 펼치려는 게 아니라 서현재를 치료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서씨 가문에서 서현재의 기억에까지 손댈 줄은 몰랐다.육연주는 소원에게 더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고 서현재의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오빠, 가요. 예전에도 남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꼬시려 들더니 이젠 정신이 나갔나 보네.”서현재는 눈시울이 빨개진 소원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지만 소원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었다.육연주는 서현재의 팔을 잡아당기며 얼른 차에 타라고 재촉했고 서현재도 더는 캐묻지 않고 차로 걸어갔다. 소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급하게 쫓아가 서현재의 팔을 잡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흘러나왔다.“현재야, 나 소원이잖아... 나 못 알아보겠어?”소원은 참으로 예쁘게 울었다. 빨간 입술에 까만 머리, 얼굴은 유리구슬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게 가냘프면서도 부드러웠다.서현재는 왠지 모를 익숙한 분위기를 느꼈지만 이내 육연주의 고함에 정신을 차렸다.“미쳤어요?”육연주가 소원을 힘껏 밀쳤고 소원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바닥에 쓰러졌다. 무릎이 찢어질 듯이 아픈 걸 봐서는 까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피가 카키색 바지를 뚫고 흘러나와 너무 처참해 보였다.육연주는 많이 아파 보이는 소원을 보며 잘못 건드렸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가 한풀 꺾였다. 육경한의 태도를 보면 아직 소원에 대한 흥미가 남은 것 같은데 소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 육경한에게 호되게 혼날 수도 있다. 육연주는 얼른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서현재를 당기며 말했다.
Read more

제1458화

행인이 깜짝 놀라 이렇게 물었다.“아가씨, 왜 그래요?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 수는 있는데 핸드폰으로 녹화하면서 가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이런 걸로 사기 치는 사람이 많아서...”그도 그럴 것이 소원이 너무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미녀는 울 때도 예쁘다고 소원이 마음 아팠던 행인은 이렇게 두고 가는 게 걱정되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괜... 괜찮아요.”소원이 찢어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행인은 점점 창백해지는 소원의 얼굴을 보며 시름이 놓이지 않아 한마디 더 물었다.“진자 괜찮은 거 맞아요? 아가씨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네. 정말 괜찮아요... 감사합니다.”소원은 행인의 따듯한 손길에 찬물을 끼얹기 싫어 이렇게 말했다. 곧 소송이 시작될 텐데 문제가 생기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서현재 일로 크게 충격받았다 해도 딱히 추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더 큰 싸움이었다.소원은 두 팔로 바닥을 짚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하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소원이 벤치에서 미끄러지더니 이내 정신을 잃었다.“아가씨. 아가씨. 여기 119 좀 불러주세요...”그렇게 소원은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의사가 소원에게 수액을 놓아주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소원의 가족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행인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전화가 걸리지 않은 건 아닌지 의심하는 데 강압적이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당신은 누구죠?”목소리가 너무 차갑고 무거워 행인은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끼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핸드폰 주인을 병원에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여자분이 더 피스 레스토랑 문 앞에서 쓰러졌는데 지금 제일 병원에 있습니다...”뚜, 뚜, 뚜.행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연결음이 들렸다. 어안이 벙벙해진 행인은 상대가 병원비를 책임질까 봐 잽싸게 끊은 거라고
Read more

제1459화

“넘어졌다고요?”육경한이 고작 한마디 했는데 이상준이 다시 속사포 랩을 늘어놓았다.“맞아요. 어떤 여자가 밀어서 넘어졌어요. 그 여자의 남자 친구랑 아는 사이인지 아가씨가 다가가서 팔을 잡아당겼지만 그 여자가 밀쳐내면서 욕까지 퍼붓더라고요.”다만 그 욕이 듣기 불편할 정도로 거북해 이상준도 다시 들려주지는 않았다. 운전기사가 조금 지체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자세히 듣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다 아가씨가 바닥에 앉아서 서럽게 울길래 다가가서 물어봤죠.”이상준이 보고를 끝내자 육경한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이상준이 말한 남자와 여자가 누군지 대략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됐어요. 이제 가봐도 좋아요.”육경한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상준은 덤덤하던 육경한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말을 잘못한 줄 알고 후회했다.‘이 입이 문제야. 왜 항상 입을 잘못 놀려서 이런 상황을 만드는 건지.’“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이상준이 더 말할 엄두를 못 내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육경한의 비서가 뒤따라 나와 명함 한 장을 건네줬다.“이상준 씨, 입찰 자료는 황 매니저 주면 됩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이 명함을 가지고 황 매니저 찾아가면 됩니다.”어둡던 이상준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얼른 명함을 받으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황금 동아줄이라도 잡은 기분이었다. 비서의 말대로라면 입찰 서류만 문제없으면 낙찰인데 그럴 경우 억 단위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정말 대박, 아니, 초대박이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이상준은 너무 기쁜 나머지 비서에게 무릎 꿇고 인사하고 싶었다.“별말씀을요. 오늘 일은 수고 많았어요.”비서가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상준은 그제야 좋은 일을 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구한 사람이 육경한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 같았다. 또한 앞으로 매일 좋은 일 하나씩 하며 덕을 쌓아 오늘처럼 좋은 일이 생기게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병실.소원은 잠에 들었는지 쌔근쌔근한 숨소리가 들렸다. 육경한은 소
Read more

제1460화

이 말에 소원의 표정이 변했다. 그제야 여기가 병원이고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 전부 기억났다.‘현재를 만났는데...’슬픈 듯 아닌 듯한 표정이 소원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육경한은 그런 표정이 너무 거슬려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꿈꾸지 말아야 할 걸 꿈꾸는 거야?”육경한이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 서현재가 돌아왔다는 사실과 이제 더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현재의 기억을 조작하는데 육경한도 힘을 보냈을 것이다.아니,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거대한 슬픔이 소원의 마음을 덮쳤다.소원과 서현재는 마치 실험용 생쥐처럼 육경한과 서씨 가문에게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들이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는 빈껍데기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말은 똑같았다.마음이 복잡해진 소원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나가.”육경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정말 한시라도 소원을 불쌍하게 여기면 안 될 것 같았다. 밤새 옆에서 소원이 꿈을 꾸며 불안해하는 걸 지켜본 육경한은 마음이 살짝 약해졌고 유진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육경한도 소원이 유진을 만나는 순간 다시 이런저런 꿍꿍이를 생각해 내며 그가 잠깐 한눈판 사이 아이를 데리고 멀리 훨훨 떠나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육경한은 아이를 놓아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소원이 연이라면 아이는 연을 묶은 실과도 같아 실만 잘 지켜도 연은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소원은 육경한이 미동도 없자 바로 이불을 걷어내고 링거 바늘을 뽑더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등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소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소원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소원이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너랑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게 역겨워서 그런다. 네가 안 가면 나라도 가야지.”육경한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나랑 있는 게 역겨우면 누구
Read more
PREV
1
...
144145146147148
...
16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