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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Chapter 961 - Chapter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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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악!”고세연의 얼굴이 사진에 긁혔다. 손으로 얼굴을 닦으니 피까지 나 있었다.“강지아, 미쳤어?”강지아는 콧방귀를 뀌더니 몸을 일으켜 자리를 박차고 가버렸다.고세연은 이내 서러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여보, 애들 좀 봐요.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요. 내가 잘못을 하든 안 하든 이 집안사람들은 전부 나에게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아요.”강홍식이 화를 내며 테이블을 치려고 할 때 정유진이 고세연을 보며 말했다.“미친 사람은 너인 것 같은데? 아버님도 지아의 혼사에 신경 쓰지 않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해?”정유진은 바닥에 있는 사진을 힐끗 본 뒤 말을 이었다.“이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받아먹은 거야? 오늘 나와 지찬 씨가 집에 있을 때 한 번 설명해 봐.”고세연은 순간 멍해졌다.아직 노망이 들지 않은 강홍식도 정유진의 말에 반응했다.“무슨 뜻이야? 이 사람들이 일부러 너를 찾아와 지아와 연결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강홍식이 혼탁한 눈을 휘둥그레 떴다.“돈도 받았어?”“아니요. 아니, 그게 아니라...”고세연이 설명하기 전에 강지찬이 강홍식을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이 쓰레기들 진짜로 이 여자가 찾은 거야?”강홍식이 어색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서원준인지 뭔지 하는 애가 별 볼 일 없는 남자라고 그래서... 우리 강씨 가문 외동딸이니만큼 시집도 우리 가문과 비슷한 집안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여기까지 말한 강홍식은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 말이 틀리지 않잖아? 조금 전에 너희들도 들었잖아. 그 남자 아버지, 범죄자라고. 범죄자 아들에게 어떻게 회사 일을 맡길 수 있어?”강지찬이 말했다.“서원준이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 처음으로 만났어요. 유학 다녀온 인재가 아버지가 범죄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한다는 게 말이 돼요? 서원준의 아버지는 서원준에게 학비 한 번 내주지 않았어요. 그나마 해준 거라면 똑똑한 머리로 태어나게 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아버지가 범죄자인 것과 서원준이 무슨 상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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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서원준과 결혼할지 말지 강지아 본인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인데 강홍식이 끼어드니 순간 오빠와 새언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냥 모든 것을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그들을 피하러 명성 빌딩으로 갔다.마침 스튜디오에서 새 디자인 주문을 받았기에 강지아는 이틀 밤낮을 꼬박 새워 설계도를 그렸다.컴퓨터를 껐을 때 날은 이미 밝았고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기지개를 켜고 샤워실에 가서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더 배가 고팠다.요 며칠 동안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점심과 저녁 모두 호텔에 배달해 달라고 했다. 바깥을 내다보니 마치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아직 6시가 안 된 시간이라 서울은 조금 쌀쌀한 편이었다. 날씨를 확인하지 못한 강지아는 반팔에 롱드레스만 입고 밖으로 나왔다.단골 조식 가게에 들어가니 안에 아무도 없었다.“강지아 씨, 오랜만이에요. 돌아온 줄 알았다니까요.”종업원이 그녀를 열정적으로 맞이하자 강지아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꽤 오랫동안 아침 먹으러 이 가게에 오지 않았는데 그녀를 알아보다니!“내가 돌아온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남자친구가 요 며칠 매일마다 아침을 사가더라고요. 그래서 진작 알았죠. 강지아 씨가 여기에 묵는 날이면 남자친구가 매일 아침 와서 아침을 사 갔어요.”강지아는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서원준에게 이쪽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서원준은 이틀 전에 출장을 가서 서울에 있지도 않았다.“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그럴 리가요.”아침 먹으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고 종업원들도 바쁘지 않아서 헷갈릴 리가 없었다.“남자친구분이 의사죠? 정말 잘생겼더라고요. 올 때마다 여기 아가씨들이 얼마나 난리를 치는데요.”강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해하신 것 같네요. 내 남자친구는 의사가 아니에요.”그 말에 종업원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의사가 아니라고요? 하지만 내 기억엔 본인이 직접 의사라고 했어요.”의사?강지아는 속으로 전 남자친구는 확실히 의사라고 말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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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서원준이 저녁에 돌아온다는 소식에 신경이 곤두선 강지아는 하루 종일 자다가 저녁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나서는 동하민과 화령을 불러 게임을 했다.화재가 발생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게임 한 판이 끝나 헤드폰을 벗자마자 키가 큰 사람이 뛰어 들어와 그녀를 잡고 밖으로 나갔다.‘여기에 어떻게 들어온 것이지?’강지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누가 들어오라고 했는데? 이거 놔!”강지아가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자 온유한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온유한은 설명할 겨를이 없었기에 앞에 있던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밖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본 강지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무슨 일이야? 밖에 왜...”온유한은 그녀의 휴대전화를 주워들더니 팔목을 잡고 이곳을 빠져나왔다.이번만큼은 강지아도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온유한은 강지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지아는 큰불이 난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불이 난 것이지?22층인 이곳에서 불빛이 저렇게 보인다는 것은 불길이 세다는 것을 설명했다.문을 뛰쳐나오자 복도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들 아래층으로 달려가고 있었다.강지아가 엉겁결에 따라나서려 하자 온유한이 그녀를 잡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우리는 내려가면 안 돼. 옥상으로 가자.”두 사람은 서둘러 옥상으로 달려갔고 그의 말을 들은 몇몇 사람들도 같이 위로 뛰었다.옥상에 도착하여 내려다보니 금방 도착한 소방차가 화재 진압을 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불길이 워낙 거셌기에 쉽지 않았다. 누군가 말하길 불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층을 다 태웠다고 했다.강지아 일행은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온유한은 한 손을 허리에 짚고 전화를 걸었다.“맞아... 불길이 거세서... 지아는 나와 같이 있어...”온유한은 강지아를 힐끗 본 후 말했다.“하지만 별일은 없어.”아마 강지찬과 통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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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온유한의 머리도 많이 길었기에 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그는 소매를 걷어붙였고 깡마른 팔뚝에 힘이 있어 보였다.온유한은 그런 팔뚝으로 강지아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유한 오빠가 있잖아.”강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익숙한 말 한마디, 오랫동안 아무것도 모르며 자란 강지아에게 큰 힘이 되었던 말이었다.지금 이 말을 들으니 진짜로 두렵지 않았다.그를 살짝 밀었지만 밀어내지 못했다.“이거 놔.”온유한이 그녀를 더 꼭 안자 강지아는 고개를 돌려 그의 팔에 세게 깨물었다.온유한은 아파서 ‘악’ 소리를 냈지만 그녀를 놓지 않았다.옆에 있던 점잖은 노부부는 그들이 싸우는 줄 알고 한마디 했다.“아가씨, 이런 상황에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되지 않겠나? 서로 숨기지는 마. 인생에서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데 그 사람도 마침 본인을 좋아한다면 그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거야.”온유한이 노부부에게 말했다.“네. 제가 많이 좋아해요.”강지아는 온유한이 다른 데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그와 거리를 뒀다.온유한이 노부부에게 본인이 잘못했다는 둥,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둥 하는 말들이 가끔 들렸다.휴대폰이 또 울렸고 이내 강지찬이 준비한 헬리콥터가 도착했다.헬리콥터는 강지찬의 개인 소유로, 대부분 출근할 때 교통수단으로 사용했다.헬리콥터를 본 순간 사람들은 눈이 반짝였다.하지만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었기에 강지아는 본인이 타지 않고 어린 딸과 그 엄마를 타라고 했지만 온유한이 허락하지 않았다. 온유한은 일단 어린 소녀와 강지아더러 타라고 했다.헬리콥터 프로펠러 바람이 너무 강해서 서로 소통할 수도 없었고 말을 한다고 해도 들리지 않았지만 온유한의 뜻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러나 강지아는 고집을 피우며 어린 소녀와 그녀의 엄마를 헬리콥터에 태웠다.헬리콥터가 떠난 후 점잖은 노부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지아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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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몇 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정신을 차린 강지아는 어느새 온유한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느꼈다.온유한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겁먹지 마.”두 눈을 꼭 감은 강지아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때 누군가 소리쳤다.“사다리가 왔어요!”나이가 많은 그 노부부를 제외하고는 다들 사다리로 우르르 몰려갔다.아래층의 불길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완전히 진화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았다.온유한과 강지아는 노부부와 함께 제일 마지막에 갔다.고소공포증이 있는 강지아였지만 다행히 밤이라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사다리를 탄 후에도 다리에 힘이 풀려 온유한이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지 못했고 오히려 두려운 마음에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온유한이 말했다.“지아야, 내가 여기서 떨어지면 평생 네 마음속에 남을 수 있을까?”강지아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온유한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서원준과 결혼 안 하면 안 돼?”강지아는 화가 나서 온유한의 손을 뿌리쳤다.“미친!”온유한이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네가 약속하지 않으면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깜짝 놀란 강지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라고?!”온유한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이 한마디 때문에 강지아는 고소공포증마저 잊었다.안전한 곳에 도착하자 의료진이 그녀 상태를 물었지만 강지아는 그저 손을 흔들었다. 지금은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온유한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시끄러운 화재 진압 현장에서 다들 바쁘게 돌아다녔다. 바닥에는 온통 물이 뿌려져 있었다.구정물에 발을 디딘 강지아는 그제야 신고 있던 슬리퍼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멍해진 강지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이였다.“이거 놔!”온유한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짜로?”발바닥이 만여 마리의 벌레가 묻은 것 같은 느낌에 강지아는 당장 알코올로 발을 소독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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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강지찬, 정유진, 그리고 최의현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강지아는 없었고 온유한만 마스크를 쓴 채 구조를 돕고 있었다.“지아는 서원준 씨와 이미 갔대요.”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한 정유진이 한마디 하자 최의현이 입꼬리를 올렸다.“지아를 구한 사람은 유한인데 서원준이 데려간 거네?”강지찬이 최의현을 힐끗 바라봤다.최의현도 이런 상황에 웃어야 할지 아니면 온유한에게 동정을 표해야 할지 몰라 그저 한쪽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온유한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안 됐네.”강지아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강지찬과 정유진은 자리를 떴다.온유한은 화재 현장에서 밤새 바쁘게 돌아다녔고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큰불이 모두 진압되었다. 그리고 갇혔던 사람들이 모두 구조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지친 얼굴로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그를 인터뷰하려던 기자는 그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저 사람, 낯이 익네요.”그러자 다른 기자가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저 사람! 태안 그룹 대표이사 온유한 아니에요? 지난번에 태안 그룹 근로자들이 난리를 피울 때 나도 현장에 있었어요.”그때 카메라에 많은 사진을 남겨뒀던 기자는 순간 눈이 반짝 빛났다.“정말 온유한이에요?”“아마도요. 그런데 오늘은 많이 못 찍었어요.”서울 명성 빌딩 화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화재를 일으킨 용의자와 그의 전 여자친구 모두 죽었고 사상자들도 아주 많았다.사람들이 화재에 주목함과 동시에 한 사람의 이름도 실검에 올랐다.온유한.“온유한이 옥상에서 내려오자마자 구조에 나섰어요. 의사로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줬어요.”“온유한이 밤새 쉬지 않고 계속해서 화상 환자의 응급 치료를 도왔어요.”“온유한이 구조하느라 여자친구에게도 신경 안 썼어요. 정말 대단해요.”“온유한의 여자친구가 헬리콥터를 한 모녀에게 양보했어요. 우리 이웃들이 옥상에서 다 봤어요.”‘온유한’이라는 세 글자가 다시 한번 대중의 시야에 들어오면서 태안 병원도 같이 언급되었다.“태안 병원이 비록 요금은 터무니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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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강씨 본가.드레스와 액세서리가 끊임없이 집안에 들어왔다. 강지아의 임무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액세서리와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었다.정유진은 출근도 하지 않고 매일 결혼식을 챙기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강지찬 또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이라 최대한 성대하게 치르려 했다.“고모, 이 귀걸이 예쁘지 않아? 마음에 안 들어?”아홉 살이 넘은 정연우는 귀걸이를 들고 자신의 귀에 대보며 말했다. 예쁜 장신구를 보자 녀석의 눈이 반짝였다.강지아는 목걸이를 녀석의 손에 몇 번 감아주며 팔찌로 하라고 선물했다.“마음에 들어?”“응, 마음에 들어.”정연우는 고모의 표정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고모,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거야?”강지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또 들켰네?”정연우가 말했다.“결혼하기 싫은 거 다 티나.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게 아주 무섭다고 하던데... 무서워서 그러지?”강지아가 피식 웃었다.“그럼 네 엄마가 아빠와 결혼하고 널 낳을 때 무서웠을까?”“아니.”정연우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아빠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도 아빠를 사랑하잖아!”정연우는 애어른처럼 한숨을 쉬었다.“사실 지금 고모부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저번에 형원이 그 녀석과 두 시간 내내 그림을 그렸어. 정말 대단해!”정연우는 강지아를 힐끗 쳐다본 뒤 말했다.“고모, 진짜 유한 삼촌 버릴 거야?”강지아는 녀석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었다.“어린이들은 함부로 어른들 일에 참견하면 안 돼.”“그럼 우리 일에도 어른들이 끼어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나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엄마에게 말하면 안 돼.”서원준이 도착했을 때 강지아는 방금 도착한 웨딩드레스를 보며 멍해 있었다.“신상 모델인데 마음에 안 들어?”강지아가 웨딩드레스를 보며 말했다.“입어 봤어. 맞는 것 같아.”서원준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맞는 것 같다고? 마음에는 안 들고?”“마음에 들어. 그냥 이걸로 할게. 다른 것은 안 입어 봐도 돼.”서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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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강지아는 서원준이 프러포즈 할 때 줬던 반지를 찾으러 명성 빌딩에 갔다.아래층에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고 작업자들 또한 외벽을 청소하거나 수리하고 있었다.“강지아 씨, 왜 이제야 돌아온 거예요?”돌아서 보니 하얀 티셔츠에 밀크티 한 잔을 든 낯익은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누구...”“저는 저기...”남자가 아침 식사 가게 위치를 가리켰다.“종업원이에요. 제 이름은 서준이에요. 기억 안 나세요?”강지아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오늘 스타일이 바뀌어서 못 알아봤어요. 죄송해요.”“아니에요.”서준은 수다쟁이였다.“왜 혼자예요? 남자친구와는 같이 오지 않았나요?”“남자친구는 여기에 살지 않아요.”그러자 서준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아닌데... 남자친구가 계속 여기에 살았잖아요. 전에 해외에 간 후에도 여기 자주 와서 머물렀어요. 우리 가게에 와서 아침도 먹었어요. 강지아 씨가 우리 가게의 죽을 제일 좋아한다고 한 후로 강지아 씨가 여기에 올 때마다 매일 아침 밥을 사 갔어요.”그 말을 들은 강지아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서원준이 이쪽에 산다고?그녀가 해외에 간 후에도 여기에 와서 아침을 먹었다고?“사람 잘못 본 것 같은데요?”강지아가 웃으며 말했다.“제 남자친구는 여기에 살지 않아요. 의사도 아니고요.”서준은 밀크티를 마시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온유한 씨가 남자친구가 아니에요?”“네?”강지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누구라고요?”“온유한 씨요. 화재 당일 밤에 같이 있었잖아요. 그날 여기서 구조하느라 밤새 바쁘게 돌아다녔어요. 지금 여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강지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잠깐, 그럼 조금 전 여기에 살면서 매일 아침 식사를 사 간 사람이 온유한이라고요?”“네.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에요. 명성 빌딩에 살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서준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지아 씨, 설마 남자친구가 온유한이 아니에요?”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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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명성 빌딩에서 나온 강지아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이제야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차에 앉아 한창 쉬고 있을 때 온미정이 차를 마시자고 연락이 왔다.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온미정은 이미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명성 빌딩에 갔다고?”온미정이 묻자 강지아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어떻게 아셨어요?”온미정이 말했다.“유한이가 알려줬어. 유한이가 명성 빌딩에 있어. 네가 놀랄까 봐 나더러 만나보라고 했어.”알고 보니 온유한은 집에 있었다.커피를 한 모금 마신 강지아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괜찮아요.”강지아의 말에 온미정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청첩장은 잘 받았어. 꼭 갈게.”온미정은 강지아의 얼굴을 보며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시간이 정말 빠르네. 우리 지아가 시집갈 때가 다 되고 말이야. 우리가 가족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네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니까.”강지아는 웃을 수 없었다.‘고마워요’라는 말도 목구멍에 걸려 한참 후에야 내뱉을 수 있었다.온미정이 강지아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결혼식 준비 때문에 힘든 거야?”“조금요.”온미정의 말뜻을 강지아도 알아들었다.강지아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온미정이 화제를 돌렸다.“너와 네 오빠 덕분에 온씨 가문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강지아는 마음이 착잡했다.“별말씀을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다...”온유한이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은 또다시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온미정도 이내 눈치를 채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저녁에 서원준을 만났다.서원준은 그녀가 결혼 때문에 긴장해 할까 봐 밥을 먹은 뒤 영화까지 봤다.“오후에 어디 갔었어? 전화도 안 받던데. 형수님에게 물어 보니까 네가 일이 있어서 나갔다고 하더라고.”결혼 날짜가 확정된 이후로 서원준은 자연스럽게 강지찬과 정유진의 호칭을 불렀다. 강 대표님, 정 대표님 보다 훨씬 부드러웠다.서원준은 강지아에게 스테이크를 썰어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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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강지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모든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요? 무슨 뜻이에요?”“온유한이 지아 씨의 말만 듣는다는 뜻이에요.”임유희의 말에 강지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강지아를 조용히 바라보는 임유희는 애원하는 눈치였지만 슬픈 기색은 별로 없었다.“강지아 씨가 온유한에게 우리 아빠를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부탁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빠와 오빠도 약속했어요. 이번 한 번만 봐주면 계속 태안 그룹과 협력하고 두 번 다시 배신하지 않겠다고요.”임유희도 이 말을 하는 자신이 우스운 모양이었다.용서해 주면 계속 협력하겠다고?역시 뻔뻔한 임씨 가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온씨 가문과 협력하려고 하니 말이다.욕심을 부리지 않고 임유희를 온유한에게 기필코 시집보내겠다고 애를 쓰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런 꼴은 되지 않았을 텐데...임유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우습죠? 엄마와 오빠가 가라고 강요를 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온 거예요. 엄마가 이틀 동안 밥도 안 먹었거든요. 내가 지아 씨를 만나러 오지 않으면 내가 죽을지도 몰라요.”강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난 임유희 씨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굳이 사람 목숨으로 날 설득하려고 하지도 마세요. 온유한을 찾으러 가는 일 절대 없을 테니까.”“괜찮아요. 안 된다고 할 줄 알았어요.”“그럼 왜...”“그냥 혹시나 해서 온 거예요.”임유희는 강지아를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서원준과 같이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온유한, 그 사람은 너무 무서운 사람이에요.”임유희는 강지아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전에 쓸데없는 망상을 하면서 두 사람의 감정에 끼어든 일,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죄송해요.”말을 마친 임유희는 강지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바로 돌아섰다.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었고 지금 사과하는 것도 너무 늦었다.이틀 뒤 임유희가 출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들은 말에 의하면 계속 공부하기 위해 해외에 나갔다고 했다. 아마 엉망진창이 된 임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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