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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50

986 챕터

제941화

정유진은 최신애가 강지아를 만나게 해줄 수 없어서 다시 돌려보냈다.오후에 정유진과 강지아는 같이 커피를 마시기로 했었다.두 사람은 자주 만나서 쇼핑했고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강지아는 만날 때마다 정유진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 왔다.“피부가 좀 탔네. 원준 씨 어머니랑은 잘 지내고 있어?”“그럼요.”강지아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어머니가 꽃을 키우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원을 설계하고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도와주고 있어요.”강지아는 정유진이 걱정할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어머니는 저한테 아주 잘해주세요. 너무 행복해요.”정유진은 강지아가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는 걸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강지아와 서연희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한시름을 놓았다.카페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두 사람은 편안하게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정유진을 바라보던 강지아가 물었다.“올케언니,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저랑 관련된 일이라면 알려주세요.”정유진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오전에 최신애가 찾아왔었어. 아가씨를 만나고 싶대.”그 말을 들은 강지아는 당황해서 커피만 연거푸 마셨다. 강지아가 인상을 찌푸리자 정유진은 부드럽게 달래주었다.“다시 돌려보냈어. 아가씨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아가씨를 만날 수 없어.”강지아는 두 손을 꼭 잡고 물었다.“왜 저를 만나러 온 거래요?”“온씨 가문의 상황이 좋지 않대. 위기 상황인데도 온 선생님은 회사와 병원을 신경 쓰지 않고 숨어버렸어. 온씨 가문은 곧 파산할 거야.”온씨 가문에 대해 들은 강지아는 마음이 답답했다.“오빠가 도와주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정유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강지아한테 어디까지 얘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강지아와 온씨 가문 사람들이 엮이지 않기를 바랐다.고민하던 정유진은 미리 강지찬한테 전화를 걸어 토론했고 결국 강지아한테 전부 알려주기로 했다.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온씨 가문의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최신애가 갑자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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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강지아는 정유진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온유한은 그 뒷모습을 보고만 있었다.며칠 동안 스토커처럼 강지아를 미행하면서 서원준과 데이트하는 모습을 엿보고 서연희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강지아가 미소 짓는 모습을 눈에 오래 담고 싶었다.온유한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명성 건물로 돌아갔다.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나간 온유한은 이웃집에 불이 밝게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빛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한편, 온혁진과 최신애는 강지아가 만나주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온혁진은 최신애를 향해 말했다.“만나주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라도 생각했어야지! 스튜디오에 가면 만날 수도 있잖아. 내일 스튜디오로 찾아가.”‘스튜디오?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내가 거기까지 어떻게 가?’최신애가 머뭇거리자 온혁진은 이혼합의서를 책상에 던졌다. 최신애는 주먹을 꽉 쥔 채 소리를 질렀다.“온혁진, 이런 협박은 나한테 통하지 않아요! 나 혼자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해요? 내가 강지아를 반대할 때, 당신도 가만히 있었잖아요. 당신은 인정하지 않고 온씨 가문이 이렇게 된 걸 전부 나한테 뒤집어씌웠어요. 당신도 한몫했으면서 발만 빼면 다예요?”최신애가 말을 이었다.“그까짓 거 이혼해요.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요.”최신애가 이혼합의서에 사인하려고 할 때, 온혁진이 먼저 종잇장을 집어 들었다.온혁진은 최씨 가문에서 온씨 가문을 도와주길 바랐다. 만약 이혼한다면 전국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온씨 가문은 곧 파산할 것이다.“그만해!”온혁진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지금 우리끼리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잖아.”최신애는 피식 웃었다.“내가 할 말이에요.”두 사람은 한참을 싸우다가 최의현을 찾아가기로 했다. 최의현에게 비싼 선물을 주면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회의가 끝난 뒤, 카운터 직원이 최의현과 함께 강지아를 찾아왔다.“지아야, 인테리어가 갈수록 고급스럽네. 다시 뜯어고친 거야?”강지아는 노트북을 동하민에게 건네면서 미소를 지었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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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휴가를 나온 강지아는 화령과 술집으로 갔다.술집 안은 손님 한 명 없이 여전히 썰렁했다.술집 사장은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에서 안경을 쓰고 [역경]을 보고 있었다.강지아와 화령이 들어오자 사장이 기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때마침 잘 왔어. 오후에 생선 몇 마리 들어왔는데 굽어줄게. 술안주 하기 좋을 거야.”화령이 술이 들어 있는 궤 앞에 달려가 물었다.“아저씨, 매실주 아직 있죠?”“응. 있어.”화령이 알아서 술을 한 주전자를 따르고 잔까지 두 개 챙기자 강지아가 웃으며 말했다.“술 마시러 오자고 한 사람은 나인데 네가 나보다 더 신이 난 것 같네.”화령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이왕 나온 김에 술이라도 신나게 마셔야지. 우리 둘이 있을 때는 남자 따위 필요 없어.”술집의 매실주는 생각보다 도수가 있었기에 강지아는 많이 마시지 못했다.화령도 걱정거리가 있었는지 마시면서 마음속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최금성, 개자식! 나에게 뭘 시키는지 알아?”강지아의 의아한 얼굴에 화령이 손으로 자기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본인 아들을 나더러 보라고 하는 거 있지? 난 그저 애인 노릇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과외 선생님까지 해야 해. 과외 선생님이 아니라 보모네! 보모!”“뭐?"“최금성이 요 며칠 해외 출장을 갔거든. 그래서 내가 그 집 아들 등하교시키고 있어. 정말 황제가 따로 없다니까. 그 녀석과 어제도 한바탕 싸웠어.”강지아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최씨 가문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왜 너더러 아이를 돌보라는 거야?”화령의 얼굴에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 녀석이 지난 학기에 과외 선생님 네 명이나 쫓아냈어. 최씨 가문에 그 자식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너는 할 수 있고?”화령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벙긋벙긋 웃으며 말했다.“말도 마. 어제 그 녀석이 숙제를 안 해서 가방을 밖에 내버렸어.”강지아가 물었다.“어디다 버렸는데?”“수영장에 버렸어. 아침에 나가보니 아직도 물에 있더라고.”강지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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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술집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많이 늦었지만 두 사람 모두 그저 살짝 취했을 뿐이었다.서원준이 강지아를 데리러 오겠다고 해 화령이 강지아와 같이 기다리면서 한마디 했다.“참, 오늘 우리 회사의 한 기자가 온씨 가문 공장에 갔었는데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서 화가 많이 난 상태라고 했어. 근로자들의 정서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대.”여기까지 말한 화령은 자기 이마를 탁 쳤다.“미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마음에 담아두지 마, 너와 상관없으니까.”강지아는 가만히 있었다.최근 온씨 가문이 소란스러워져 기자들이 매일 병원과 공장에 가서 몰래 취재를 하고 있었다. 강지아가 아무리 듣고 싶지 않아도 어떤 말들은 그녀의 귀에 자연히 들어왔다.화령은 서원준이 온 것을 확인한 뒤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차에 올라탔다.“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면 돼. 여기까지 번거롭게 찾아올 필요 없어.”강지아의 말을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마 그들이 평범한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서원준도 굳이 일일이 따지기 귀찮아 그저 강지아의 얼굴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여자친구를 데리러 오는 건데 뭐가 번거롭다고?”말을 마친 서원준은 대리운전 기사에게 자기 차 키를 건네준 뒤 강지아 차의 운전석에 올라탔다.“타.”강지아가 입술을 살짝 만진 뒤 조수석에 앉았다.서원준도 그녀의 이 행동을 발견했다.그녀는 여전히 서원준과의 스킨십을 어색해하고 있었고 서원준도 그녀도 두 사람 모두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세 대의 차가 자리를 뜬 후에야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온유한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강지아가 떠난 방향을 유심히 보다가 뒷골목으로 들어갔다.술집이 곧 문을 닫을 시간이라 술집 사장은 이미 위층으로 올라가 쉬고 있었다. 카운터 뒤에 몸을 숨기고 게임을 하며 가게를 지키던 종업원은 발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도 들지 않고 한마디 했다.“사장님이 퇴근해서 반찬이 없습니다.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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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강지아가 서원준과 데이트를 마치고 밥 먹으러 갔을 때 최신애가 갑자기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지아야, 부탁이야. 우리 온씨 가문 좀 살려줘. 우리 유한 아빠 좀 살려줘!”최신애가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강지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강지아를 본 서원준은 바로 다가와 그녀를 감싸 안았다.“사모님, 자중하십시오.”최신애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지, 지아를 다치게 할 생각 없어. 나는 그저 사과하러 온 거야. 지아만 나를 용서해 주고 우리 온씨 가문을 구해주겠다고 하면 그동안의 일은 바로 사과할게.”최신애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계속 말했다.“지아야, 유한 아빠가 그 사람들 때문에 곧 죽을지도 몰라. 제발, 네가 살려줘!”강지아가 서원준의 재킷을 꼭 잡더니 한마디 했다.“가세요... 가라고요..."최신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강지아는 한시라고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최신애를 바라보며 품에 있는 강지아를 다독였다.“사모님,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온씨 가문에 일이 생기든 말든 지아와 무슨 상관인데요? 왜 지아가 온씨 가문을 구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어린 지아가 무슨 수로 그렇게 큰 온씨 가문을 구하겠어요.”여기까지 말한 서원준은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근로자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태안 그룹에서 일을 했는데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따지는 게 당연하죠. 근로자들 정서를 잘 안정시키면 온씨 집안을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누가 소란을 피우고 싶어서 피우겠어요. 단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렇게 하는 거죠.”강지아가 다소 놀라는 얼굴로 서원준을 바라봤다. 서원준이 온씨 가문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조급한 최신애는 레스토랑 안에 손님이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정서를 안정시키는 데도 돈이 필요해. 하지만 지금 돈이 없어. 지아야, 강씨 가문에서 우릴 도와주지 않으면 혁진 아저씨가 진짜로 자살할지도 몰라.:그러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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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지아야, 어떻게 생각해?”서원준은 강지아를 자리에 앉힌 뒤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강지아는 물을 마시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서원준을 노려봤다.그러자 서원준이 한마디 했다.“네가 마음속 응어리를 풀었으면 좋겠어. 매번 이 집안사람들 볼 때마다 너무 긴장하니까.”강지아는 온씨 가문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때의 장면들이 떠올랐고 온유한과 헤어질 때 아팠던 마음이 다시 생각났다.그 기억들은 마치 무거운 돌덩이처럼 그녀의 가슴에 박혀 숨조차 쉬기 어렵게 했다.“밥 안 먹을래. 집에 가고 싶어.”강지아가 가방을 들고 가려 하자 서원준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강씨 저택에 데려다줬다.최신애가 병원에 왔을 때 태안 병원 앞은 경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심지어 실탄을 소지한 무장특공대까지 출동했고 그들은 최신애의 신원을 확인한 뒤 병원에 들어가게 했다.푀신애는 한 걸음씩 앞으로 옮길 때마다 간간이 서늘했다.일이 너무 커진 바람에 병원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일부 중증 환자들마저 병원을 옮기겠다고 아우성치었다.진료동의 로비에 기자와 근로자들로 가득 차 있었고 기자들이 든 마이크와 카메라를 본 최신애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너희 원장더러 나오라고 해. 오늘 정확히 얘기해 주지 않으면 이곳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갈 테니!”“온혁진!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얼른 나와.”“너희 재벌들이 마음대로 공장을 닫으면 우리 근로자들은 뭘 먹고 살라고!”“온혁진! 얼른 나와. 우리 다 계약서를 체결하고 들어온 사람들이야. 함부로 해고할 수 없어!”사람들이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누군가 옆으로 밀치는 바람에 최신애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경찰이 많아 노동자들은 함부로 폭동을 일으키지 못했고 그저 온혁진더러 얼굴을 드러내라고 협박했다.하지만 온혁진인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회사가 진짜로 파산한다면 그 또한 많은 빚을 지게 될 텐데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이 점을 알고 있는 최신애는 근로자들의 기세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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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영상 속 최신애는 얼굴 가득 겁에 질려 있었고 목소리뿐만 아니라 온몸도 떨고 있었다.“그때 지아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게 아니었어요. 모욕하거나 난처하게 하지도 말았어야 했어요. 내 아들과 헤어지라고 강요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 제 잘못이에요. 어리석고 생각이 짧아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현장에 있는 기자와 근로자들은 최신애의 모습에 모두 어리둥절했다.무슨 상황이지?최신애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았다.그러자 옆에 있는 기자들이 더욱 흥분하며 물었다.“사모님, 방금 지아라고 한 사람이 혹시 강씨 가문의 딸 강지아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사모님, 강지아 씨에게 왜 사과를 하는 거죠?”“사모님,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사모님,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사과를 하는 거죠? 혹시 강씨 가문에 부탁할 일이라도 있나요?”기자와 근로자들의 추궁에 최신애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아마 그녀 평생 이토록 초라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강지아는 영상 속에서 최신애가 사과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봤다.“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넌 아주 훌륭한 아이야. 어릴 때부터 훌륭했고 지금도 훌륭해. 내, 내가 너그럽지 못해서 너희 강씨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겼어. 그래서 사사건건 너에게 시비를 걸었나 봐. 지아야, 네가 어렸을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르지? 내가 너를 정말 예뻐했는데... 우리 집에 데려오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정도였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정말 미쳤나 봐. 지아야, 내가 진짜 잘못했어.”...서원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태안 병원에 근로자가 약 2천 명 정도 모였어. 이 사람들의 요구 또한 합리적이야. 소란만 피우지 않으면 경찰들도 어떻게 하지 못해. 온씨 가문 사모님도 아마 근로자들의 기세에 많이 놀란 것 같아.”강지아의 표정을 살피던 서원준은 그녀가 영상 속의 최신애를 빤히 쳐다보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지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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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방으로 돌아온 강지아는 욕조 물속에 몸을 숨겼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얼마 있지 않고 바로 나왔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원준은 얼른 목욕 수건을 꺼내 그녀의 머리를 닦아줬다.“괜찮아?”“괜찮아.”강지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서원준은 이미 개봉한 약병을 다시 서랍에 넣은 뒤 그녀의 머리카락을 닦아 주었다.강지아가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내가 용서했다고 전해줘.”강지아가 이렇게 빨리 용서할 줄 몰랐던 서원준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웃으며 말했다.“서두르지 말고 일단 머리부터 말려.”서원준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말려준 경험이 없었다. 본인이 목욕한 후에도 대충 두세 번 수건으로 닦는 게 전부였기에 강지아의 머리를 닦아주는 행동이 매우 거칠었다.강지아의 부드러웠던 긴 머리카락이 이내 흐트러졌다.한편 강지아의 머릿속에 예전에 온유한이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던 생각이 떠올랐다.온유한 말고는 강지아의 머리를 닦아준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강지아를 돌봐준 탓인지 그의 손길은 아주 부드러웠고 프로페셔널했다.그러면서 다정한 온유한의 눈빛에 강지아는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다.한편 자신의 행동이 너무 거칠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서원준은 방금까지 멀쩡하던 강지아가 갑자기 온몸을 움츠리고 입술을 꼭 깨문 모습에 깜짝 놀랐다.“X발!”서원준은 수건을 내던진 뒤 얼른 서랍을 열어 조금 전의 약을 꺼냈다.강지아는 병이 발작할 때마다 약을 거부했지만 서원준은 이를 악문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약을 먹였다.몇 분이 지나자 강지아의 정서도 안정된 듯했다.“아까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서원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지아야, 또 그 사람 생각한 거야?”강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가장 원망한 사람은 최신애가 아니었다.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도 당연히 최신애는 아니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서원준은 그녀의 얼굴을 잡고 말했다.“바보야, 나 좀 봐. 이렇게 멋진 남자 친구가 하루 종일 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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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온유한이 올 줄 몰랐던 강지아는 그를 본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거실 안의 사람들 모두 강지아에게 시선이 쏠렸고 최신애는 강지아를 보자마자 흥분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최신애가 이토록 열정적인 모습은 처음이었다.하지만 강지아는 최신애를 발견하지 못한 듯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온유한의 눈빛은 이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한 듯했다. 안경을 쓰지 않아 어쩌면 강지아도 잘 보이지 않았겠지만 강지아는 왠지 그의 눈빛에 온몸이 얼어붙은 듯 몸도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이때 서원준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까 샤워를 오래 해서 어지러운 거야?”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지아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자 서원준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말했다.“그래, 그럼 저기 가자. 다들 기다리니까.”“응.”강지아는 더 이상 온유한 쪽을 보지 않았지만 심장은 여전히 쿵쾅쿵쾅 뛰었다.“지아야, 왔어?”최신애가 강지아 앞에 달려와 강지아의 손을 잡으며 중얼거렸다.영상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눈앞 가까이에서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최신애도 많이 늙었다.예전에는 체면을 제일 중요시하던 최신애인지라 언제나 재벌 집 사모님처럼 예쁘게 꾸미고 다녔지만 오늘은 화장도 별로 하지 않아 아주 늙어 보였다.“지아야, 나를 용서해 줄 수 있을까?”강지아는 최신애가 잡고 있는 손을 뺐다.최신애의 사과가 진심이든 거짓이든 간에 강지아는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강지아가 용서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최신애는 온유한 쪽을 힐끗 쳐다본 뒤 다급히 말했다.“지아야, 너만 용서해 준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어.”최신애가 진짜로 무릎을 꿇으려 하자 옆에 있던 서원준이 얼른 최신애를 부축했다.“사모님, 이러지 마세요. 지아가 부담스러워 하잖아요.”강지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담담하게 말했다.“용서했어요.”최신애는 어리둥절해 했고 한쪽켠에 앉아 있던 온유한도 강지아를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모든 것에 무심해 보이던 온유한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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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아들, 그냥 가면 어떻게 해. 강지찬에게 도와달라고 해야지.”최신애가 안달복달하며 달려왔다.“네 아버지가 그 사람들 때문에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는데 얼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우리 병원을 헐어버릴 거야. 지아한테 바로 알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 아들, 어디 가?”온유한은 최신애의 말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차에 탔다.최신애가 강지찬에게 다시 돌아와 도움을 청하려 하자 온미정이 그녀를 붙잡았다.“유한이의 생각을 모르겠어요? 강씨 가문의 도움을 원하지 않잖아요.”“무슨 말이에요?”최신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유한이가 나를 속였단 말이에요? 강지아에게 사과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것이고? 강지아가 나를 용서했다고 했는데 유한이는 여전히 집안일을 돌보지 않으려 해요. 나를 많이 원망하나 봐요.”“최신애 씨, 본인 아들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르네요.”온미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자기 엄마가 원망스러우면 여기에 같이 오지도 않았겠죠. 지아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는 것은 다시 엄마로 받아들이겠다는 거예요.”하지만 최신애는 마음이 조급했다.“강지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우리 온씨 가문은 어떻게 해요?”온미정은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저도 몰라요.”한편 강지찬과 정유진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온유한의 생각을 알았다.알고 보니 온유한은 병원에 가서 모든 근로자와 언론 앞에서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근로자들더러 내일 계속 출근하라고 했다.온유한의 확답을 받은 근로자들이 하나둘씩 병원을 떠난 뒤 온유한은 취재진의 취재에도 응했다.온유한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책임을 지고 태안 그룹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강지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강지찬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서원준이 풀이 죽은 얼굴로 들어왔다.저녁 식사 시간이라 서원준은 알아서 테이블 앞에 앉았고 하인이 가져온 수저를 건네받은 뒤 바로 먹기 시작했다.서원준이 물었다.“왜 혼자야? 지아는?”“갔어요.”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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