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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강지아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이내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술기운이 올라온 상태에서 바로 온유한의 품에 안겼다.온유한이 서원준을 싸늘하게 바라보자 서원준은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 눕더니 온유한에게 손을 뻗었다.“온 선생, 나도 잡아줘.”온유한이 그도 잡아당겼다.강지아도 사람을 알아볼 정도는 되었고 손으로 온유한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왜 또 왔어?”온유한은 그녀를 껴안고 안으로 들어가며 서원준에게 정중히 말했다.“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시간이 늦었으니 배웅하지 않을게요.”서원준은 온유한을 향해 손을 펴 보이더니 적대적인 시선으로 말했다.“그래요, 참. 숙취해소제를 가져 왔으니까 지아에게 한 알 먹여줘요.”약을 받아든 온유한은 문을 ‘쾅’ 닫았다.코를 만지작거리던 서원준은 옆집 문을 바라봤다.방금 강지아와 입씨름을 할 때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다.이 건물에 집이 두 개밖에 없으니 온유한은 강지아의 옆집에 산다!하지만 강지아는 이 일을 모르고 있다.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다.서원준은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인 줄 알고 언제 진도가 나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보다 더 고민인 건 온유한이다.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문 안, 강지아가 윙크하며 말했다.“서원준 왜 갔어? 나와 술을 마셔야 하는데.”말을 하면서 문을 열려고 하자 온유한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내가 같이 마실게.”강지아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는 오빠와 같이 마시고 싶지 않아.”하루 종일 짓눌려 있던 안 좋은 마음이 이 얼굴을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강지아는 상대방의 손을 뿌리치고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온유한은 한숨을 내쉬며 힐을 신발장에 넣어주고 슬리퍼를 들고 쫓아갔다.“슬리퍼를 신어야지. 바닥이 차가워.”“차갑기는 뭘!”한여름엔 맨발이 편하다.하지만 생리할 때마다 죽을 듯이 아파하는 사람은 강지아다.온유한은 슬리퍼를 한 손에 들고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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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욕실에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은 온유한의 팽팽했던 몸이 드디어 풀렸다.강지아보다 거의 열 살이나 많은 그는 방금 자신이 강지아에게 할 뻔했던 일을 생각하면 자신이 정말 짐승처럼 느껴질 정도로 술렁거립니다.냉장고에 가서 맥주 한 캔을 가져와 몇 모금 마셨더니 차가운 식감이 그를 점점 냉정하게 만들었다.강지아가 술을 마셨다는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유한은 다시 침실로 들어가 기다렸다.예전에 강지아의 병이 낫지 않아 그들은 그녀를 어린애처럼 총애했다.그러다 보니 나중에 병이 나은 후에도 그를 대하는 마음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강지아가 그를 남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방금 그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온유한마저도 자신이 강지아를 성숙한 여자로 여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강지아의 침대에 앉아 있는 게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물소리가 그치고 잠시 후 강지아가 나왔다.하얀 가운에 드라이 헤어캡으로 머리를 감싼 그녀는 온유한을 본 순간 어리둥절해 했다.“아직 안 갔어?”말투에 짜증 나는 기색이 역력했다.목욕하고 난 강지아는 머리가 많이 맑아졌는지 온유한을 보면 짜증이 났다.“가, 빨리 가.”말을 하면서 온유한을 잡아당겼지만 온유한은 침대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고 손에 힘을 살짝 주며 오히려 강지아를 품에 안았다.“어디 가라고?”“어디를 가든 가!”“오늘 밤은 여기서 잘 거야.”강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여기서 자겠다고? 지금 뭐 하는 거야?”강지아는 무의식적으로 가운을 움켜쥐었다.온유한을 오해하는 말에도 그는 해명하려 하지 않았고 렌즈 뒤의 눈동자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윽하고 애매모호했다.“지아야, 시간이 늦었는데 정말 나를 쫓아낼 거야?”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강지아는 저도 모르게 그녀가 미쳤을 때를 떠올렸다.그때도 그는 지아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지아야, 괜찮아. 다 괜찮아, 유한이 오빠가 있으니까.”온유한이라는 사람은 강지찬과 최의현보다 존재감이 떨어진다. 세 사람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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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다음날 강지아는 향기로운 음식 냄새에 잠에서 깼다.어젯밤에 별로 취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던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감싼 채 침대에서 뒹굴었다.잘생긴 얼굴만 보고 이렇게 쉽게 온유한을 용서하다니!게다가 집에 묵도록 내버려 뒀다.휴대전화를 보니 벌써 11시를 훌쩍 넘었다.천천히 일어나 씻은 뒤 옷을 갈아입고 꾸물거리며 나오니 온유한은 이미 점심을 다 차려 놓았다.이 인간은 외모로 그녀의 눈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음식으로 그녀의 위마저 유혹했다.“능구렁이 같으니라고!”때마침 환풍기를 끄던 온유한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누가 능구렁이인데?”이때 강지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전해 어색한 얼굴 없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온유한이 웃으며 말했다.“속이 안 좋을까 봐 죽을 끓였어. 새우와 옥수수를 넣고 야채도 조금 넣었으니 먹어봐.”테이블에 놓인 죽은 진하고 부드러워 강지아가 좋아하는 식감이었다.도도한 흉부외과 주임이 요리까지 잘하다니!밥을 먹는 강지아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이렇게 능글맞은 사람과 어떻게 어제 일을 따지냐 말이다.맞은편에 앉은 온유한은 강지아의 얼굴색이 이리저리 변하는 것을 보고 이 계집애가 분명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있다고 짐작했다.“요즘 쉬는 김에 놀러 갈지 않을래?”“싫어. 요즘 바빠.”강지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거절했다.얼마 전까지 학생들과 같이 공부, 회의, 수술, 논문 등 일 때문에 바삐 돌아다녔던 온유한은 겨우 숨돌릴 시간이 났고 며칠 휴가를 내어 강지아와 같이 보내려 했다.“작업실이 거의 다 완성됐지? 내가 도울 건 없어?”“없어.”온유한도 그녀가 아직도 어제 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경찰을 통해 어제 일의 경과를 알게 되었는데 완전히 그의 어머니가 일부러 트집을 잡은 것이었다.그는 여러 번 최신애에게 말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모자 둘은 결국 사이가 틀어졌다.뾰로통해 하는 강지아의 얼굴을 본 온유한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힘을 별로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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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밥을 먹은 온유한은 다시 식탁과 부엌을 치우기 시작했다.이때 서원준이 강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바보야, 깼어?”“진작 깼어. 왜?”“어제 같이 술 마신 에이미 누나 기억나? 방금 나에게 전화가 왔는데 에이미 누나가 조만간 패션쇼를 열 거라면서 관심 있냐고 너에게 물어달래.”강지아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뭐? 에이미 언니 패션쇼 디자인을 나에게 맡기겠다고?”“왜? 못 하겠어?”강지아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그렇게 큰 패션쇼를 맡아본 적이 없어. 지금까지 그냥 작은 패션쇼만 했어.”전화기 너머의 서원준은 껄껄 웃었다.“겁쟁이, 그냥 평범한 패션쇼야. 에이미 누나도 네 예전 작품을 보고 네 능력을 믿어서 널 찾은 거지. 원래 외국 디자이너를 고용할 계획이었지만 그 사람은 태도가 너무 오만하고 우리나라 패션계를 너무 무시해서 에이미 누나가 그 사람과 협력하고 싶지 않대. 어젯밤에 밤새 너의 작품을 보고 네가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봐.”강지아는 너무 흥분되었다.애만 산하의 패션과 주얼리는 국내외 시장에서 평판이 아주 좋다. 다만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 밀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강지아는 당연히 애만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 단지 자신의 능력이 에이미의 기대를 저버릴까 봐 걱정되었다.“한번 해봐.”옆에 있는 온유한의 말을 들은 서원준은 순간 멈칫했다.이제 보니 온유한이 바로 옆에서 그녀에게 작업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바보야, 겁먹지 마. 에이미 누나의 연락처 줄 테니까 얘기해 봐. 걱정하지 말고. 에이미 누나가 너를 많이 좋아해.”강지아는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 에이미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온유한도 강지아를 따라갔고 그가 온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에이미는 조금 놀랐다.“이런 우연이. 우리 엄마도 며칠 전 태안 병원에서 아주 젊은 주임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는데 설마 그 사람이 온 선생님이에요?”온유한은 웃으며 말했다.“인제 보니 장 교수님의 가족이셨군요.”에이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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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유한이가 전화를 안 받아?”주유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 많이 바쁜 것 같아요.”최신애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바쁘긴 뭐가 바빠. 요즘 쉬는데. 또 강지아를 찾으러 갔을 거야.”그러자 주유정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아주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그때 내가 떠나지만 않았어도 유한 씨와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계속 후회하고 있어요.”최신애도 사실 마음속으로 그때 주유정이 온유한을 매정하게 떠난 것을 원망했다. 게다가 온유한과 헤어진 뒤 남자친구까지 사귀었다.자신의 아들은 그 뒤로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생각만 하면 최신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주유정은 그런 최신애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마음에 늘 유한 씨가 있어서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유한 씨를 잊기 위해 억지로 두 사람을 만나봤지만 도저히 내키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다른 남자를 만났었지만 마음은 늘 온유한에게 있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최신애는 그제야 안심한 듯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 내 아들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정이 들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좀 있으면 마음을 돌릴 거야.”그러고는 주유정의 손을 툭툭 치며 한마디 더 했다.“게다가 나도 도와주잖니.”주유정과 최신애는 온유한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한편 온유한은 강지아와 같이 집으로 들어간 뒤 외투를 벗더니 바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향했다.온유한이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은 것을 본 강지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그런데 오전까지 잠옷을 입고 있지 않았어? 이 옷은 어디서 난 거야?”“차에 있던 거야.”온유한이 말했다.“그래?”강지아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이번 애먼 패션쇼는 반드시 성심성의껏 준비해야 했다. 그녀의 스튜디오가 설립된 후 첫 번째로 하게 된 패션쇼이고 또한 아주 큰 패션쇼다. 이번 한 번만 잘해도 앞으로 큰 문제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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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온유한은 조심스럽게 사슴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출근하기 전에 끝내서 다행이야. 어때? 네가 말하던 그거 맞아?”가까이 가서 본 강지아는 흰 사슴의 몸에 약간의 흠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유한은 어색한 표정으로 안경테를 밀며 말했다.“가까이 오지 마. 윤 선생님이 그랬는데 한 번 깨진 작품이니 아무리 보정한다고 해도 흔적이 남을 거라고 했어. 내가 직접 보정한 거라 어떻게 될지 몰라.”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이거 오빠가 직접 고친 거라고?”온유한은 난감한 듯 말했다.“사람의 심장도 완벽하게 봉합할 수 있는데 공예품을 수정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어. 지아야, 나 진짜 최선을 다했어. 정말 마음에 안 드니?”강지아는 엉겁결에 그의 손을 보았다.메스를 잡던 손이 언제 이런 조각을 해봤겠는가?그저 가슴이 막힐 뿐이었다.강지아는 사슴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에 들어.”“그럼 지난번에 한 약속도 잊지 않은 거지?”온유한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여자친구가 되어주기로 한 거?”강지아는 순간 심장이 떨려 그 자리에 멍해졌다.온유한의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오랫동안 바란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고 때로는 두 사람이 이미 커플이 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하지만 최신애를 떠올리자마자 강지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됐어.”강지아는 온유한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온유한과 연애하는 것은 애만의 패션쇼를 준비하기보다 더 어렵다.온유한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럼 나중에 다시 얘기할까?”일단 그의 친어머니부터 설득해야 했다.사실 온유한도 지금 당장 두 사람의 관계를 약속하자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싶을 뿐이었다. 강지아가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우선은 잘 달래야 했다.괜히 다른 사람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온유한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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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정유진과 강지아가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밖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평소 조용한 K그룹 직원들이었기에 강지아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물어봤다.“강지아 씨, 맞은편 카페에서 누가 쓰러졌다고 그러네요.”강지아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정유진이 그녀 뒤쪽으로 다가왔고 그 말을 들었다.“새언니...”“우리가 가서 보자.”두 사람이 내려갔을 때 마침 구급차가 도착해 있었고 들것에 실린 강지현이 타는 보습이 보였다.정유진과 강지아는 구급차를 따라갔고 가는 길에 조예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구급차가 강지현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고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정유진은 의사에게서 강지현의 몸 상태를 들었다.응급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미처 응급처치를 하기도 전에 강지현이 깨어났다.강지현이 한사코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의사마저 말리지 못하자 정유진이 한마디 했다.“이 병원이 싫으면 태안 병원으로 가요.”결국 그녀와 강지아는 강지현을 태안 병원으로 보냈다.차 안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강지아는 정유진과 애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태안 병원에 도착한 강지현은 마침내 검사를 받으러 갔다.정유진은 별 느낌이 없었지만 강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 방금 너무 어색해서 정말 숨넘어갈 뻔했어요.”강지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만약 강지현이 K그룹 맞은편 카페에서 쓰러진 걸 알면 또 질투할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예원이 뛰어왔다.세 사람이 이렇게 마주치자 강지아는 또 어색해했다.정유진은 별일 아닌 듯 먼저 입을 열었다.“정신은 다시 차렸고 지금 검사하고 있는 중이야.”조예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사실 문만 쳐다봤다.“오빠가 왔어요.”강지아가 갑자기 정유진을 잡아당겼다.고개를 돌려 보니 강지찬이 장형준을 데리고 그녀에게 걸어오고 있었다.당연히 강지현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그의 아내를 데리러 온 것이다.강지아는 오빠가 혹시라도 또 정유진과 다툴까 봐 먼저 강씨 본가에 가서 밥을 먹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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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강지찬이 정유진을 데리러 간 이유는 술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강지현 대체 무슨 일이래? K그룹 밖에서 쓰러졌다고?”“네.”강지찬의 눈빛이 잔뜩 어두워졌다.왠지 지금의 강지현은 무엇인가에 더 힘을 쓸 것 같은 모습이다.강지현이 예전처럼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수작을 부린다면 두 배로 갚아줄 것이다.그런데 이 인간이 병에 걸린 후 갑자기 얌전해졌으니 강지찬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었다.정유진의 손을 잡고 조물딱거리는 모습을 보아 강지찬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 수 있었다.밥을 먹고 나온 정유진은 졸린 듯, 돌아가는 길에 강지찬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가 차가 멈춰서야 깨어났다.강지찬은 그제야 오늘 아내를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날 함께 K그룹으로 출근했다.변호사가 도착한 뒤 정유진이 사인을 하자 강지찬은 강원훈으로부터 받은 주식을 전부 정유진의 명의로 넘겼다.이후부터 그녀는 K그룹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아니라 K그룹의 주주이다.이 소식을 들은 강홍식은 화가 나서 회사로 달려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주식을 이렇게 쉽게 주다니, 너 정말 통이 크구나.”강지찬은 일부러 강홍식을 화나게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나야말로 내 주식 전부를 유진이에게 주고 싶네요. 그런데 유진이가 싫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갖고 있어요. 원래 부부 사이에 네것 내것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집안 사람들은 항상 유진이를 남으로 생각하니 나야말로 별수가 없네요.”강홍식은 화를 내며 사무실을 나섰다.다시 연우 인테리어로 돌아온 정유진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커피 한 잔 타서 갖고 오던 소미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정 대표님, 보고 싶어 죽을 뻔했어요. 정 대표님은 모를 거예요. 조 대표님이 얼마나 엄격하신지. 그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정유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런데 왠지 살이 좀 찐 것 같네요.”소미는 얼굴을 만지며 우울한 듯 말했다.“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먹는 것으로 풀어서 그래요.”커피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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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호송 담당 교도관도 다쳤다고 하던데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네요.”“수배 영장이 전국에 배포되었으니 요즘 장 보러 나갈 때 우리 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 사람이 설마 복수하러 오지 않을까요?”“글쎄요. 너무 무섭네요. 빨리 잡혔으면 좋겠어요.”말이 끝나자마자 화단 뒤에서 심한 기침 소리가 들렸다.숨어서 잡담하던 두 하인은 깜짝 놀란 나머지 ‘도련님’이라고 외치고는 도망쳤다.뜨거운 차를 들고 오던 조예원은 마침 강지현이 휴지로 바닥을 닦는 것을 보았다.빨갛게 물든 휴지를 본 조예원은 깜짝 놀란 얼굴로 찻잔을 내려놓고 그의 손에서 휴지를 빼앗았다.하얀 휴지에 빨간색 덩어리가 있었고 바닥에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휴지통에 버려요.”강지현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덤덤히 말했지만 조예원은 떨리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이게 바로 강지현이 기침을 하면서 나온 것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강지현의 표정을 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조예원은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강지현 씨, 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강지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약은 계속 먹고 있어요. 죽고 사는 게 다 운명이겠죠.”조예원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당신 아직 젊어요. 충분히 살 수 있다고요. 계속 항암 치료하면 돼요. 우리 해외 나가서 치료하고 와요!”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예원은 이런 말을 수없이 했고 그녀조차도 스스로가 너무 무력하다고 생각했다.“내가 어떻게 당신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유진이를 부를게요.”“가지 마세요.”강지현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워낙 마른 강지현인지라 지금 조예원을 보고 있는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그녀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유진 씨에게 말하려면 강씨 집안에서 나가세요!”이날 밤 조예원은 혼자 술을 마셨고 만취한 상태로 바닥에서 자다가 아침에 깨어났다.깨어났을 때 머릿속의 드는 첫 번째 생각은 뜻밖에도 차라리 강지현이 죽었으면 좋겠다였다.죽으면 그녀도 해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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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장형준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쫓아 재빨리 방을 빠져나와 거리로 뛰쳐나갔다.너무 놀란 연우는 품에 안긴 채 계속해서 엄마라고 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정유진은 신발을 벗고 뒤따라 뛰어가며 인신매매범을 잡으라고 외쳤다.그제야 누군가가 아이를 빼앗는 것을 알아챈 행인들은 너도나도 소리를 질렀다.곧 두 남자가 장형준과 같이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뒤쫓아갔다. 그때 검은 승용차가 돌진해 달려들어 인신매매범의 발길을 성공적으로 멈추게 했다.차가 멈추기도 전에 차 안에서 한 사람이 내려오더니 인신매매범을 향해 돌진했다.강지현이다.장형준은 바로 연우를 잡았고 이때 빛이 섬뜩했다...순간 배가 싸늘해지는 느낌에 고개를 숙인 강지현은 배에 꽂힌 칼자루를 발견했다.“죽고 싶어 환장했어!”인신매매범은 강지현을 뿌리친 후 그가 탄 차를 빼앗으려고 했다.운전석에 앉자마자 강지현이 또다시 달려들어 그를 잡아당겼다.장형준은 아이를 옆 사람에게 맡긴 뒤 달려들어 강지현을 도왔고 결국 인신매매범은 그들에게 붙잡혔다.달려와 연우를 꼭 껴안은 정유진은 너무 놀라 혼이 나갈 것 같았다.“엄마, 둘째 삼촌이야. 둘째 삼촌.”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정유진은 그제야 타이어에 기대어 앉아 있는 강지현을 발견했다. 한 손으로 배를 가리고 있는 강지현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얼른 119 불러!”정유진은 미친 듯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고 네 발로 기어 강지현을 향해 달려갔다.“사모님, 둘째 도련님이 많이 다쳤으니 일단 지혈부터 하세요...”장형준은 인신매매범을 꽉 잡고 있었기에 잠시 손을 놓을 수 없었다.정유진은 피투성이가 된 강지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맞아, 지혈!”평소 몸이 좋지 않은 강지현은 습관적으로 차에 의약 상자를 준비하고 다녔다.아니나 다를까 차량 시트 밑에서 깨끗한 수건을 찾을 수 있었고 강지현의 다친 곳을 바로 눌렀다.아픈 느낌에 눈을 뜬 강지현은 정유진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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