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Все главы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Глава 21 - Глав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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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상록수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유진은 고객의 수요에 따가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조예원은 방안을 확인한 뒤, 자신감에 차서 말했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 없었으면 이렇게 큰 계약은 건드릴 엄두도 못내고 남들한테 넘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겠지. 상상만하는데도 끔찍해!”“너랑 수다 떨 시간 없어. 나 나가봐야 해.”정유진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어디 가?”“반지 돌려주러.”조예원은 그녀의 팔목을 잡고 말했다.“나랑 같이 가.”싸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정유진은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조예원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자. 그 나쁜 자식 회사에 가는 거지? 키키도 데려갈까?”정유진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나 싸우러 가는 거 아니야.”스튜디오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헤어진 자세한 내막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한빈의 회사는 번화가의 가장 비싼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린 정유진과 조예원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던 로비에 서류와 쓰레기가 쌓여 있고 안내데스크와 경비실 직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조예원은 정유진에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눈짓했다.안으로 들어가는데 한빈과 소희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건물이 텅텅 비었잖아?”조예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 자식 완전히 망했나 본데?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빨리….”놀란 건 정유진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며칠이나 지났다고.강지찬이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은 그녀의 예상밖이었다.직원을 몇백 명이나 두고 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다니.사무실은 텅 비어 있고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었다.한빈은 도대체 뭘 한 거지?그가 예전에 했던 말은 신빙성이 없었다. 강지찬 같은 인물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 회사를 멸망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을 테고 그녀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물론 정유진은 그 이유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반지만 돌려주면 그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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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정유진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한발 한발 그에게 다가갔다.최근 며칠간 그는 수도 없이 자기 반성을 하며 괴로워했다.자신이 조금 더 판단능력이 있었더라면 저런 나쁜 인간들에게 당할 일은 없지 않았을까?그녀는 자신이 사람을 볼 줄 몰라서 한빈 같이 이기적인 사람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인간이 이 정도로 악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조예원은 어디서 찾은 건지 야구방망이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한빈 이 나쁜 자식, 넌 오늘 죽었어!”“악! 왜들 이래?”소희가 비명을 지르며 한빈의 등 뒤로 숨었다.정유진은 그들에게 달려드는 친구의 손목을 잡아 멈춰세웠다.극도의 분노는 그녀를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만들었다.상심? 슬픔?저 인간을 상대로 그런 감정은 사치였다.“유진아, 이거 놔. 내 오늘 저 자식이랑 끝장을 볼 거야!”조예원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펄펄 날뛰었다.“한빈,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정유진은 싸늘한 시선을 한빈에게 고정한 채로 말했다.“손 더럽힐 필요 없어.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이야.”밝혀진 진실 앞에 한빈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너한테 강지찬을 찾아가서 부탁하라고 한 건 내 잘못 맞아.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나도 강지찬 그 놈에게 당한 피해자라고! 나라고 그러고 싶었을 것 같아?”정유진은 그런 한빈이 우습기만 했다.“뻔뻔함은 여전하네. 잘못은 다 다른 사람이 했고 자기는 피해자라는 논리. 진짜 강지찬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일부러 당신에게 칼을 빼들었다고 생각해? 대체 나한테 뭘 얼마나 많이 숨긴 거야?”한빈이 큰소리로 말했다.“나도 강지찬한테 당했어. 유진아, 나 믿어줘. 난 너를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순결을 지켜주고 싶었던 나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소희가 헛소리한 거야. 이 여자 말을 믿는 거 아니지?”남자의 뻔뻔함에 정유진은 웃음만 나왔다.소희는 할 말이 많았지만 한빈이 가로막고 있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정유진을 노려보기만 했다.정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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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정유진은 임산부와 길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한빈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당신도 내가 한 일이 고객사 남자 직원들과 술을 마신 거 말고는 없다고 생각해?”한빈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회사가 이 모양인데 그런 게 지금 중요해? 정말 이 회사를 위한다면 회사가 망해가는데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지.”“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데?”정유진이 물었다.“너 강지찬이랑 친하잖아.”한빈의 눈에 다시 이채가 돌았다.“강지찬한테 얘기 좀 잘해줘. 제발 이제 나 그만 괴롭히라고 얘기해 줘. 나한테서 너까지 빼앗아간 인간인데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정유진은 이 인간과 더 상종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그럼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봐.”전혀 예상치 못했던 요구에 한빈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듣고 있던 조예원이 성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뻔뻔한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조예원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서 정유진의 손을 잡아 끌었다.“물건 돌려주고 이제 가자!”정유진은 미동도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잠깐만 더 기다리자.”조예원은 짜증이 치밀었다.“뭘 더 기다린다는 거야? 이번에도 마음 약해질 거면 나랑 절교할 각오를 해야 할 거야.”이때, 밖에서 절제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정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왔네.”그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밖이었다.한빈은 그녀의 웃음을 보자 신경이 곤두섰다.“누가 왔다는 거야?”발걸음 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오자 정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강지찬과 그의 경호원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안으로 들어섰다.한빈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강 대표님?”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정유진에게 물었다.“네가 불렀어?”정유진은 강지찬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한빈을 노려보며 말했다.“강지찬 씨한테 얘기 잘해달라며? 그래서 여기로 불렀어. 살려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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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사무실 안의 모든 물건을 박살낸 뒤에야 정유진은 동작을 멈추었다.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야구방망이는 바닥에 버려졌다.그녀는 핸드백에서 반지를 꺼내 한빈의 책상 위에 놓았다.“앞으로는….”그녀는 흐트러진 머리결을 정돈하고 긴 한숨을 내뱉은 뒤 말을 이었다.“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한빈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지찬이 있어서 입을 뗄 용기가 나지 않았다.조예원은 달려와서 친구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그래, 이제 다 끝났어. 이제부터 새출발하면 돼. 가자. 이 언니가 오늘 맛있는 술 사줄게.”정유진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자.”두 여자는 남은 사람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무실을 나가버렸다.강지찬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여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기분이었다.그가 쫓아가려는데 울음 섞인 한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이제 그만 저를 용서해 주세요. 돈은 다 돌려드렸잖아요. 제발 저 숨 좀 쉬게 해주세요!”강지찬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아직도 개수작 부리고 있네.”한빈은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진영식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요.”“그런데 왜 그렇게 떨고 있는 거야?”강지찬의 눈빛에 짜증이 가득 묻어났다.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았다.“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지금 말하면 내일 당장 회사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어.”한빈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정유진 좋아하시죠? 제가 좋아하는 여자까지 양보해 드렸잖아요. 우린 전에 제대로 된 스킨십 한번 해본 적 없어요. 믿어주세요!”강지찬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절망에 빠진 그녀의 눈빛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심장이 찔린 듯 아파왔다.퍽!아찔한 소리와 함께 강지찬의 주먹이 한빈의 얼굴에 꽂혔다.한빈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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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내 친구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예요! 그거 놔요!”정유진은 조예원을 잡으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설 수 없었다.“걱정 마세요.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라고 했어요.”강지찬이 말했다.만약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더라면 안심했겠지만 상대가 강지찬이라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요.”정유진은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이 술집 사장님이 예원이 사촌오빠거든요.”강지찬은 그녀가 자신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경호원에게 말했다.“사장님한테까지 모셔다드려.”경호원은 조예원을 부축해서 카운터로 사라졌다.주변이 조용해지자 강지찬이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이러면 시름이 놓이나요?”정유진은 그를 상대해 줄 기분이 아니었기에 술병으로 손을 가져갔다.강지찬이 그녀의 손에서 다시 술병을 빼앗았다.“주세요.”“또 취해서 나한테 업혀 가고 싶어요?”정유진은 남자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강지찬은 술집 직원을 불러 계산하게 했다.정유진은 상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더 짜증이 치밀었다.지금은 아무와도 말하고 싶지 않고 그 상대가 이 남자라면 더욱 싫었다.과거의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은데 강지찬을 보고 있으면 자꾸 비참했던 과거가 떠올랐다.“이용만 하고 버리다니.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알아요?”강지찬이 말했다.정유진은 피식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렸다.술을 좀 더 마시고 싶은데 강지찬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이제 나가요.”같이 가자는 얘기인가?정유진은 그를 미친 사람 보는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강지찬 씨, 내가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한빈이고 그 다음이 당신이란 건 알아요?”강지찬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걸어서 갈래요? 아니면 나한테 끌려 갈래요?”정유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미친 사람인가?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를 안아서 어깨에 들쳐멨다.정유진은 그의 어깨에 매달린 채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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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유진 씨,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밥 드세요. 해장국 끓이고 있어요.”정유진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았기에 방 집사도 말을 아꼈다.“폐를 끼쳤네요.”정유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 집사는 강지찬과 둘이 싸운 줄 알고 조심스럽게 말했다.“폐라니요. 저희 대표님은 바쁜 분이라 거의 집에 안 계시고 회사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세요.”정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 그렇게 바빠요?”오늘도 전화 한 통에 바로 달려온 걸 봐서 한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라서 조금 놀라웠다.방 집사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한숨을 내쉬었다.“그 큰 회사를 혼자서 관리해야 하는데 한가할 리가 없죠. 최근에는 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들었는데 평소에 식사할 시간도 없대요. 그래서 요즘은 도시락이라도 만들어서 가져다드리고 있어요.”두 사람 사이가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에 방 집사는 상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정유진은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아까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만취하기 전에 강지찬이 나타났기에 그리 괴롭지는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음주도 괜한 짓이었던 것 같았다.그런 인간 때문에 술로 속상함을 달래려 하다니,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이었다.그리고 그녀 본인도 숙취 느낌을 굉장히 싫어했다.그녀가 씻고 나오자 방 집사는 해장국과 반찬을 위층 침실까지 올려주었다.정유진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내려가서 먹어도 되는데 제가 다 죄송하네요.”“죄송하기는요.”방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지시예요. 밥 다 드시고 푹 주무시라고 하셨어요.”정유진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보고 방 집사는 한마디 덧붙였다.“사람은요, 어떤 상황이 와도 자신을 아껴야 해요. 아무리 큰일이 벌어져도 잘 먹고 잘 자야 일을 해결할 힘도 생기는 법이죠.”“집사님 말씀이 맞아요.”정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방 집사도 그녀의 미소를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참 순수하고 예쁜 아가씨네. 그러니까 대표님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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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정유진은 핸드백과 입고 왔던 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아침도 안 드셨는데….”방 집사가 이미 준비된 아침상을 보며 서운한 듯이 중얼거렸다.아침부터 강지찬에게 한방 먹은 정유진은 씩씩거리며 정원을 걷고 있었다.더 짜증이 나는 건 이 구역은 지나가는 택시도 없는 곳이라는 점이었다.뒤에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강지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차는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차 창을 내린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파트 단지가 커서 대문까지 가려면 30분 정도 걸릴 텐데요. 콜택시 불러도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정유진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새침하게 말했다.“그럼 입구까지 걸어가서 콜택시 부르면 되죠.”강지찬의 시선이 풍만한 곡선에 닿았다.그가 좋아하는 사이즈였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잠시 노려보다가 장형준에게 말했다.“가자.”장형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속도를 올렸다.‘유진 씨 때문에 아침 회의까지 거르신 분이.’강지찬이 사라지자 정유진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저런 위험한 인간은 멀리하는 게 상책이었다.그녀는 조예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진 상태였다.아마 지금쯤 쿨쿨 자고 있을 것이다.워낙 단지가 컸기에 그녀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켰다.그렇게 40분이나 헤맨 끝에 드디어 부경원을 나올 수 있었다.마침 콜택시도 먼저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었다.스튜디오에 도착하자 키키가 작은 케익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엄마가 직접 구운 건데 한번 드셔보실래요? 담백하니 맛있어요.”마침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고 나온 정유진은 흔쾌히 집어 한입 맛보았다. 말했던 것처럼 달지 않고 맛있었다. 키키는 통째로 그녀의 책상에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이 어린 후배 녀석은 다른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고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요양원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여기저기 비교해도 우리한테 맡기는 게 가장 낫다고 판단했나 봐요.”정유진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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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미모의 여자는 강지찬의 집에서 봤던 그 여자였다.저 사람이 여기 왜 있지?게다가 잠옷 차림으로?정유진과 키키는 복도를 걷고 있었기에 여자도 그들을 발견했다.충격이 가신 뒤, 정유진은 조용히 길을 비켜주었다.그런데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정유진은 여자의 정확한 신분을 몰라 더 당황했다.만약 강지찬 여자친구라면 좀 어색할 것 같았다.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달까.“언니?”여자가 예쁜 눈을 곱게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언니, 언니!”정유진은 당황하고 키키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누구예요?”정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나도 모르는 사람이야.”키키가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네요.”그건 정유진도 인지하고 있었다. 여자는 성인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지능은 일곱 살 어린애와 비슷해 보였다.여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언니, 나 기억 안 나?”정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나를 알아?”“당연하지. 내 언니야.”여자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을 껴안았다.정유진은 그녀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팔을 빼려는 순간, 뒤에서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좀 씻자니까 어딜 도망가!”고개를 돌리자 웨이브진 머리에 정교한 화장을 한 여자가 씩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그 여자는 어린 여자의 팔목을 낚아채며 차갑게 말했다.“당장 돌아가서 씻어!”어린 여자는 정유진의 팔을 꽉 껴안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목욕 싫어. 당신도 싫어. 우리 언니랑 같이 있을래.”미녀가 정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같은 여자도 질투할 정도로 예쁜 얼굴에 모 유명 브랜드의 신상을 입고 있는 모습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옷차림에 비해 들고 있는 가방은 평범했다.그리고 장신구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여자는 정유진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옷은 누구한테 선물 받았네. 얼굴 예쁘니까 남자들이 선물했겠지.’“당신 누구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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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당신 미쳤어?”분노한 여자가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정유진의 힘이 더 셌다.그녀는 경멸에 찬 눈으로 정유진을 노려보며 물었다.“너 뭐 하는 사람이야?”정유진은 그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그녀는 화를 내는 대신 여자의 팔목을 단단히 잡고 어린 여자에게 물었다.“너 이 사람 알아?”어린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우리 새언니라고 했어.”정유진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했는데 가족이었을 줄이야.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환자를 꼬집는 건 선을 넘지 않았나?여자는 새언니라는 호칭이 마음에 드는 듯,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경고하는데 이거 놔. 너랑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돈 필요해? 얼마면 돼?”정유진은 더 이상 이 여자와는 대화가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키키가 경비원과 수간호사를 데리고 돌아왔다.“고세연 씨?”경비실 팀장이 그녀를 알아보고 공손히 인사했다.“언제 오셨어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수간호사도 웃으며 말했다.“또 지아 보러 오셨군요. 정말 착한 분이시라니까.”키키는 지아라는 여자의 팔뚝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말했다.“잘 보세요. 이 상처 저 여자가 꼬집어서 생긴 거예요.”조금 전까지도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고세연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우아한 요조숙녀로 변신했다.“마침 잘 오셨어요. 이 사람들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는데 지아를 끌고 가려고 했지 뭐예요.”정유진은 지아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했다.수간호사와 경비 팀장이 도착한 순간부터 지아는 표정이 변하더니 그녀의 팔을 놓고 고세연의 뒤로 숨었다.지아의 반응으로 보아 수간호사와 경비 팀장을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소녀는 고세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빨리 가자.”고세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수간호사와 경비 팀장을 보며 말했다.“지아 돌아가서 씻어야 해요. 이 두 사람은 두 분이 알아서 처리 좀 해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지아를 데리고 자리를 떠나버렸다.조금 전까지 정유진을 언니라고 부르며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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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회사로 향하는 길에 정유진은 전화로 통보를 받았다.신안 요양원 인테리어에서 손 떼라는 통보였다.키키가 옆에서 이를 갈았다.“이 계약 하나 따낸다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대로 통보만 하면 끝이에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정유진도 억울한 마음이 있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회사로 돌아가자 조예원이 있었다.그녀는 정유진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어떻게 된 거야? 어제 강기찬 씨 따라갔어?”“따라간 게 아니라 끌려간 거야.”정유진이 컵에 물을 따르며 덤덤히 말했다.“대체 그 사람은 왜 그런대? 너 좋아하나?”조월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강기찬의 태도가 이상했다.“네 전화 한 통에 바로 달려온 것도 그렇고. 그때 강기찬이 사무실에 짠 하고 나타났는데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놀랄 게 뭐가 있어. 날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정유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남자 얘기는 그만하고 일 얘기부터 하자. 신안 요양원 계약은 물 건너갔어. 오후에 있을 미팅에서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아.”조예원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 물론 네가 야근까지 해가며 초안을 완성한 건 아깝지만.”고객과 약속한 시간은 세 시였는데 상대는 10분 일찍 찾아왔다.점심 때인데도 남자는 긴 코트를 입고 있었다.사무실 온도가 너무 추워서인지 그는 들어서자마자 기침을 했다.정유진은 말없이 에어컨을 꺼버렸다.인테리어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두 번째 방안으로 하죠. 아늑한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정유진 디자이너님 방안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정유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쉽게 결정한다고?조예원은 재빨리 계약서를 남자에게 건넸다.그렇게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계약서에 적힌 사인과 도장을 보고 정유진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강지현?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었다.설마… 강지찬이랑 관련 있는 인물인가?계약을 체결한 뒤, 그녀는 강지현이라는 남자와 두 시간 정도 더 대화를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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