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 Chapter 41 - Chapter 50

All Chapters of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Chapter 41 - Chapter 50

889 Chapters

제41화

또 대화가 싸움으로 번졌다.어찌 됐건 강지찬은 그녀의 고객이었으니 정유진은 친히 그를 배웅해줬다.지찬이 차에 오르려고 하자 유진이 그제야 말을 꺼냈다.“지아는 고세연 씨가 꼬집은 거에요. 제가 직접 봤어요.”강지찬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깊고도 차가워 보였다.어르신이 고세연을 점 찍어둔 며느릿감이라 했으니 이 사람의 여자친구겠지?어찌 됐건 유진의 말은 사실이었으니 믿고 말고는 지찬에게 달려 있었다.지아 생각에 정유진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였다.“지아를 위해 제일 호화로운 요양원을 지어주면서 왜 좀 더 같이 있어 주지 않나요? 어떻게 지아 옆에 붙인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란 걸 확신할 수 있죠?”강지찬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더니 물었다. “날 의심하는 건가요?”정유진은 그의 오만한 태도를 가장 싫어하는 터라 그대로 반문했다.“의심하면 안 되나요? 당신이 한 모든 말과 내린 모든 결정이 옳은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내가 고세연을 지적한 게 못마땅해서겠지? 여색을 즐기지 않는다던 소문은 역시 가짜였어.’ 유진이 생각했다.강지찬은 상당히 불쾌한 듯 답했다. “당신이 참견할 정도는 아니에요.”말을 마치고는 차에 올라 그대로 떠나버렸다.강지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유진은 강지찬이 조금은 무서웠다.형준도 유진의 말을 듣고는 지찬에게 물었다. ”대표님, 요양원으로 갈까요? 자택으로 갈까요?”강지찬이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요양원으로 가.”오빠가 또 오자 지아도 몹시 기뻐했다. 강지찬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차갑지 않은 말투로 얘기했다.“약 잘 먹었어?”“다 나았다니까. 약 안 먹어도 돼.”강지아는 강지찬이 또 자신을 보러오자 기분이 좋았다. 고세연의 말이 맞았다. 역시 아프니 오빠가 매일 그녀를 보러 왔다.강지찬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편이었다. 보기만 해도 그리 쉬운 성격이 아니었고 수법이 
Read more

제42화

예원과 신안의 한 부장이 대화를 마치자 이미 점심이 됐고 유진은 배달음식을 시켰다.“부자는 다르더라고요. 50억 원이나 되는 돈을 말 한마디에 바로 긁다니. 뭐 50만 원 긁는 것처럼 말이에요.”감탄하면서도 예원은 가십거리도 잊지 않았다.“너랑 강지찬은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이 널 맘에 들어 한 거야?”정유진은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은 여자친구가 있어.”“그럴 리 없어!” 예원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분명 너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다니까.”정유진은 살짝 멈칫했다. “...”전에 강지찬의 등장은 한빈에게 맞서기 위함이었다면 지금은?거기에다 오늘 사무실에서 한 말들까지 생각해보면...정유진은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당시에는 자신을 분노하게 만든 강지찬 때문에 정신이 없어 그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일조차 잊고 있었다.그때 예원이 테이블을 탁 내리치더니 말했다. “어머! 설마 한빈을 따라 배우려는 건 아니겠지?”정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속에서 신물이 나는 듯했다. “앞으로 만날 기회는 없을 거야. 거리를 둘거거든.”예원은 멈칫하더니 속으로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그, 유진아, 한 부장님 말로는 이틀 뒤 신안의 착공식에 강 대표님도 오신다던데. ““...” 유진은 말문이 막혔다.강지찬이 이토록 한가한 사람이었나?k 그룹이라는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도 없는지 의문이었다.예원은 근심 걱정이 가득한 채 물었다. “그 사람 혹시 그냥 너랑 자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꿈도 꾸지 말라고 해!”계약서에 사인도 했겠다, 금액도 지급했겠다, 이 일은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었다.그들에게는 위약금으로 물어줄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예원이 밥도 넘어가지 않는 모습에 유진이 말했다.“일은 일이니 신경 쓸 거 없어. 신안의 착공식은 좀 웅장하게 진행하자. 매체들도 참석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그 말에 예원은 또다시 흥분한 듯 물었다.“그럼 우리 작업실이 뉴스에 오르는 거야? 우리도 이제
Read more

제43화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유진은 어쩔 수 없이 강지찬과 나란히 섰다.강지찬이 살짝 몸을 돌렸고 기자가 서둘러 그들의 사진을 찍으려 셔터를 눌러댔다.사진 촬영이 끝난 줄 알고 돌아가려는 그때, 유진의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졌다.강지찬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며 친밀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찬을 쳐다봤고 강지찬 역시 그녀에게 시선을 맞췄다.귀에는 앞쪽에서 들려오는 셔터음밖에 들리지 않았다.이 망할 놈의 남자가 또 무엇을 하려는 거지?강지찬이 그녀를 향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몇 장 더 찍어요.”많은 사람 앞에서 강지찬의 체면을 깎을 수는 없었는지라 유진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어깨를 잡힌 채 몇 장 더 찍을 수밖에 없었고 강지찬은 한술 더 떠 사람들을 향해 설명했다.“우리 정 디자이너는 저랑 친구 사이입니다. 기자님들 잊지 말고 사진을 제 비서에게 보내주세요.”조금 전까진 말조차 귀찮아서 꺼내지 않던 사람이 고작 사진 몇 장을 위해 입을 열다니.진짜 친구 사이처럼 간단한 관계일까?기자들의 눈빛이 번뜩이며 둘 사이의 관계가 간단하지마는 않다는 것을 명확히 알아챘지만, 함부로 묻지는 못했다.강지찬은 평소에도 상당히 바빴고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오늘 강지찬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 지라 기자들은 흥분되면서도 행여나 잘못된 질문으로 이 큰 인물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당연히 잊지 말아야죠.”정유진은 온 힘을 쥐어짜내 꾹꾹 참고 나서야 무대 위에서 강지찬과 싸우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은 후 쏜살같이 무대를 내려왔고 예원이 건네주는 물을 받아 꿀떡꿀떡 마시며 정신을 진정시켰다.“갑자기 또 무슨 미친 짓인지 모르겠네.”유진은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예감으로는 지금 나가지 않으면 강지찬이 또 언제 무슨 수를 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여긴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조금 있다가 난 먼저 가볼게.”유진의 말에 예원
Read more

제44화

강지찬은 소매를 걷더니 탄탄한 팔뚝을 드러냈다. 그가 부숴야 할 곳은 이미 표기를 해놓았고 한 무리의 기자들이 에워싸더니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강지찬은 망치를 들더니 쿵 하고 내리찍었고 벽에는 구멍 하나가 뚫렸다.모두 박수를 보냈고 정유진은 아무도 자신을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예원에게 눈짓하고는 몰래 자리를 떠났다.그런데 차에 시동을 걸기도 전에 조수석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차가운 냉기가 훅 풍겨왔다.유진은 갑자기 차에 등장한 남자를 쳐다보고는 어이가 없었다.“날 피하는 거예요?” 강지찬이 당당하게 물었다.유진은 크게 심호흡하며 지금 이 사람은 손님이고 손님이 왕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아니에요, 여긴 예원이가 있으면 돼요. 전 얼른 돌아가 설계도를 만들어야죠.”강지찬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내려요, 보러 갈 사람이 있어요.”정유진은 경계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누군데요?”강지찬이 대답했다. “지아요.”지아를 보러 가는 일은 유진도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왠지 모르게 매번 달콤한 목소리로 언니라 부르는 지아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가슴이 아파왔다.지아가 살고 있는 지역은 여기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고 유진은 차를 운전해 가기로 했다.강지찬은 그녀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만나러 가는지 묻지 않을 거예요?”정유진은 도로를 주시하느라 지찬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답했다.“내가 가겠다고 한 건 지아를 보고 싶었을 뿐이지 당신이랑 상관없어요.”강지찬이 눈썹을 꿈틀거렸다.한 가지 질문에 답변을 내릴 수 없었다.“수많은 여자가 내가 한 눈 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당신만 나한테 이런 태도인 거죠?”정유진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답했다.“좋은 태도를 바라면 그 여자들이나 찾아가요. 우린 지금 협력관계인데 내가 웃음을 팔 필요가 없잖아요.”강지찬은 그런 그녀를 흘겨봤다. “나 같은 중요고객한테도 웃는 얼굴은 안 보여주는 거예요?”“...” 정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차로 이동하니
Read more

제45화

지아는 정유진이 있으니 오빠는 필요 없다는 듯 언니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놔주지 않았다. 끝까지 유진을 잡고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어려서부터 게임에는 소질이 없었던 유진은 철권을 하면서도 번번이 지아에게 지고 말았다.강지찬은 그 모습을 보더니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한마디 했다.“저런 바보 같으니라고!”그러고는 유진의 뒤로 가 긴 팔을 뻗어 게임기의 스틱을 잡고는 유진을 도와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유진은 그의 품 안에 쏙 들어간 자세가 되었고 청량한 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그녀는 순식간에 석상처럼 굳어져 버렸고 강지찬은 그의 귓가에서 쉬지 않고 구시렁댔다.“보기에는 똘똘해 보이는데 왜 이렇게 바보 같은 거에요!”지찬의 얼굴이 거의 그녀의 얼굴과 맞닿아 있었고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유진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고 지찬을 바로 밀어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렸다.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 입 와구 물어놓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말랑하고 보드라운 유진을 품에 안고 있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지찬은 품속에 안은 여인이 제정신을 차릴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한편으로는 몰래 상황을 즐기며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을 가르쳐주는 척 연기했다.“이 두 개는 공격 버튼이고, 이건 발차기에요. 두 손을 같이 조합해서 써야죠…”옆에 있던 지아가 갑자기 입을 가리며 소리를 질렀다.“오빠가 언니를 안았어! 앗싸!”정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강지찬을 밀어내며 펄쩍 뛰었다.그러고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휴대전화와 가방을 찾았다.“지아야, 언니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다음에 또 보러 올게.”강지찬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지아를 쳐다봤다. 다 된 밥에 재 뿌리지 말라는 뜻이었다.강지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럴 의도는 아니었으니 이제라도 빨리 잡으라는 뜻을 전했다.한 편으로는 유진에게 손을 저으며 답했다.“언니 꼭 날 보러 와야 해. 보고 싶을 거야.”정유진은 다
Read more

제46화

차에 오르자 유진은 그제야 자신이 또 강지찬 때문에 화가 나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발견했다.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고 속에 있던 말들을 내뱉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았다.강지찬이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신안의 계약 건은 다시 회수하려면 회수하라고 생각했다.지금 그녀에게는 그와 씨름할 기분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시간이 꽤 늦었고 회사도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유진은 엄마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 돌아가서 밥을 먹겠다 전하고는 가는 길에 잘 볼 거리가 있는지 물었다.이명자는 전화 반대편에서 기분 좋게 대답했다.“장 볼 필요 없어, 아빠랑 이미 다 사놨거든. 지금 만두를 빚고 있어, 마침 오는 길이네.”한빈과 헤어진 후 엄마아빠는 전보다 더 홀가분해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에 도착하자 둘은 아직 만두를 빚고 있었다.명자는 주방에서 물을 끓이며 말했다.“방금 네 아빠랑 120개 정도를 싸서 얼려놨어. 내일 예원이한테 갖고 가.”“알겠어요.” 유진은 실내화로 갈아신으며 명자의 몸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그 모습에 명학이 웃으며 혼냈다.“다 큰 애가 몇 살이라고, 얼른 내려와,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명자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평소와 다른 유진의 기분을 알아챘다.“왜? 무슨 일 있어?”유진이 다급히 웃으며 답했다.“아니에요, 요즘 좀 바빠서 그래요. 요양원은 오늘 착공식을 진행했고 아직 그려야 할 설계도도 몇 개 있구요.”명자가 걱정했다. “얼마나 바쁘던 몸이 제일 중요하지.”“몸 건강하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이내 손을 씻고 함께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저녁으로 만두를 먹고 난 후 엄마 아빠와 잠시 수다를 떨었고 예원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녀의 기분은 이미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그, 기자들이 오늘 찍은 사진을 보내줬는데, 너도 필요해?”말하고는 쯧하고 혀를 찼다.“찍힌 게 좀 그렇긴 하더라. 기자들도 대단해, 차라리 연예계 파파라치나 해야 했어. 각도를 꽤 애매하게 선정했더
Read more

제47화

”두 번째 한빈이라고?” 의현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널 쓰레기라고 욕하는 거잖아. 아니 네가 왜 두 번째 한빈인데?”강지찬도 갑자기 들은 욕에 충분히 억울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내가 어떻게 알아?” 그는 컴퓨터 화면 속 정유진을 흘겨보며 투덜댔다.“양심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최의현은 그가 신안 요양원 개조 사항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줄 알고 진지하게 말했다.“특별히 물어봤는데, 정유진 작업실이 작은 노포 같아 보여도 업무 능력만큼은 상당히 괜찮더라고, 가격도 적당하고. 같은 품질 대비 다른 인테리어 회사보다 적어도 6억 정도 싸더라고.”강지찬이 되물었다. “내가 그 6억이 없을까 봐?”상록수 별장 사업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능력이 된다는 뜻이었다.최의현은 지찬의 생각 회로를 따라가지 못한 채 물었다.“그럼 유진 씨가 왜 널 두 번째 한빈이라고 한 거야?”강지찬도 체면이 있었기에 의현에게 자기가 먼저 사람을 꼬시다 실패로 끝났다는 말을 알려줄 리가 없었다.그런 쪽팔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맞았다.아래층 홀에서 두 데스크 직원이 휴대전화로 웹서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이 여자 누구야, 예쁘게 생겼는데.”“낡은 건물 몇 개를 개조하는 것뿐인데 강 대표님이 직접 착공식에 참여할 줄은 몰랐어. 우리 K 그룹 건물 착공식에는 일절 참석하지 않는 분인데, 혹시 저 여자 때문은 아니겠지?”“아닐 거야, 그냥 디자이너일 뿐인데, 뭐 예쁘게 생겼...”데스크 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훅 뺏어갔다.앞에 선 여인을 본 두 명의 데스크 직원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고, 고세연 아가씨 오셨어요.”고세연은 사진 속 강지찬과 정유진을 보며 긴 손톱으로 휴대전화 화면이 깨질 듯 두드려댔다.분노에 휩싸여 한마디 말도 없이 휴대전화를 내팽개치고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두 데스크 직원은 서로 눈을 맞추며 어안이 벙벙했다.“아가씨 강 대표님 찾으러 안 가시나?”“찾기는, 저렇게 크게 화났는데.”이 시각
Read more

제48화

정유진은 시간에 딱 맞춰 카페에 도착했다.한 바퀴 쭉 훑어보자 창가에 안경을 쓰고 얌전해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다.명자가 준 사진 속 남자와 닮아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의 맞선 상대 박현인 것 같았다.박현은 의사라고 했다.“안녕하세요, 박 선생님이신가요?”박현이 고개를 들고 정유진을 쳐다보는 순간 눈 속는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네, 맞습니다.”“안녕하세요, 정유진이라고 합니다.”정유진이 자리에 앉자 맞은편의 남자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시계 자랑이 아니라 실제로 시간을 보고 있었다.“시간 딱 맞춰 오셨네요.” 박현이 입을 열었다.유진이 예의상 대답하려 할 때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여자라면 미리 도착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5분 먼저 왔으니 유진 씨는 적어도 10분 먼저 왔어야죠.”이게 무슨 헛소리인가?유진은 살짝 멍해졌다. “왜 여자가 먼저 와야죠? 전 지각하지 않았는데요.”박현이 답했다. “이건 예절문제죠, 시간에 딱 맞춰 온 건 이번 맞선을 중요시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생각되는데요.”그 말에 유진은 살짝 양심에 찔렸다. 실제로도 이번 맞선은 형식상 참석한 것이었다.“박현 씨...”“유진 씨...”둘은 동시에 입을 뗐고 유진은 상대방더러 계속하라는 뜻을 보였다.박현은 그녀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듣자 하니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면서요, 별 이름 없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사업하신다고? 제 상황은 들으셨겠죠, 이름있는 종합병원 전문의입니다.”여기까지 듣자 유진은 더 말하고 싶은 흥미가 아예 사라져버렸다.종업원이 주문받기 위해 다가왔고 유진은 메뉴를 상대방에게 넘기며 말했다.“전 괜찮으니 이분 주문이나 받으세요.”박현이 자기 뜻대로 라떼 두 잔을 시켰다. “제가 라뗴를 좋아해서.”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이야기하길 기다렸고 박현은 앞서 말하던 화제에 관해 계속 이야기 했다.“제 뜻은, 우리가 결혼한다면 전 앞으로 일을 위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에요. 의사라는 직업이 바쁜 건 아실 테니 제
Read more

제49화

강지현의 등장에 정유진도 깜짝 놀랐다.“지현 씨,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강지현이 대답했다. “주변에서 일을 보고 지아를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요.”정유진이 더 깜짝 놀랐다.“저도 지아를 보러 가려고 했었어요!”“잘됐네요.” 강지현이 유진의 차를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기사님한테 다른 일 보러 가라고 했는데, 유진 씨 차를 얻어타도 될까요?”정유진은 차 키를 누르며 답했다.“안될 게 뭐가 있어요, 얼른 타세요.”“감사합니다.” 강지현은 조수석으로 빙 돌아가 차에 올랐다.정유진이 운전하는 차는 평범한 승용차로 갓 삼천만 원이 넘는 정도였다.차 안의 공간이 협소해 강지현같이 키 큰 사람은 긴 다리를 뻗을 수가 없었다.강지현이 스스로 의자를 조절하는 것을 보며 유진은 사과했다.“차가 너무 작아서 죄송하게 됐어요.”말을 꺼내자 갑자기 저번에 강지찬도 그녀의 차에 탄 적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강지찬은 강지현보다도 키가 더 컸는데 당시에는 서로 싸우기 바빠 강지찬이 의자를 조절했는지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아마 조절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저런 사람이 차가 작다고 투덜대지 않았다니,아니 근데 왜 갑자기 그 사람 생각을 하는 거지?정유진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그때 강지현이 웃으며 답했다. “제가 신세 지는 거죠.”지현의 말투는 항상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듣는 사람들도 기분이 나른하고 좋아지게 만들었다.“천만에요, 지현 씨.”몇 분 지나지 않아 신안 요양원에 도착했고 유진과 지현을 발견한 지아는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언니, 둘째 오빠, 나 보러 온 거야?”지아는 억울하다는 듯 투정을 부렸다.“더 늦었다간 퇴원이라도 했겠어.”강지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변명했다.“요즘 오빠가 바빠서, 퇴원하면 매일 볼 수 있잖아.”강지아의 눈이 반짝였다.“본가에서 사는 거야?”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너 퇴원하면 이사할게, 너랑 놀아주러 가야지.”“우와 둘째 오빠 최고!”강지아가 뛰어와 안기려 하자 지현이 
Read more

제50화

강지찬은 정유진이 특별히 지아와 놀아주러 온 줄 알고 그래도 양심은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정유진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는 강지현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오빠도 왔어?”지아가 기분이 좋은지 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방방 뛰었다.“오늘 너무 행복해!”지아의 앞이라 지찬은 지현을 그 자리에서 내쫓지 못했지만, 낯빛은 상당히 어두워졌다.특히 정유진이 그를 발견한 후 표정이 확 변하는 모습을 보자 온몸으로 풍기는 질투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갑자기 지찬이 올 줄 몰랐는지 유진은 서둘러 나가고 싶어 하며 조이스틱을 내려놓고 가방을 가지러 갔다.“지아야, 언니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보러 올게.”하지만 강지아는 단번에 그녀의 팔을 껴안았다.“언니 나 곧 퇴원하는데 앞으로는 우리 집으로 나 보러와. 오빠더러 데리고 오라고 할게, 아니면 둘째 오빠한테 시키던가. 아무튼, 꼭 와야 해!”지아가 반짝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유진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알겠어.”강지현도 외투를 챙기며 말했다.“유진 씨, 배웅해줄게요.”유진이 막 거절하려던 참에 문 앞에 서 있던 강지찬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단숨에 그녀를 잡고 끌었다.악력이 얼마나 셌던지 팔목을 부러뜨릴 정도의 힘이었다.정유진은 이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몇 차례 발버둥 쳤지만 벗어나지 못했다.“이거 놔요!”강지찬의 말투는 곱지 못했다. “닥쳐요!”소리가 워낙 컸던지라 문 옆에 서 있던 강지아가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강지현이 쫓아오며 말했다.“형님, 말로 하세요.”말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이젠 말까지 걸어오니 강지찬의 타오르던 분노가 기폭제를 맞은 듯 활활 끓어올랐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 주먹을 날려버렸고 원체 몸이 허약하던 지현은 지찬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 뻔했다.입꼬리가 찢어지며 피가 입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강지찬 씨 미쳤어요?”유진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지찬이 단번에 주먹부터 나갈 줄은 상상
Read more
PREV
1
...
34567
...
8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