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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561 -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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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한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서 최근 신현우가 연재준의 사촌 여동생과 그렇게 가까이 지낸 거군요. 두 집안이 혼인하려는 모양입니다.”현시우는 태블릿을 바라보다 화면에 나타난 연재준의 얼굴을 보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기자가 연재준에게 인터뷰했다. “연 대표님, 해성그룹에 대한 기대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연재준의 목소리는 저음에 매력적이었고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기대요?”단 두 글자만으로, 유월영의 속눈썹이 떨리며 호흡이 거칠어졌다.이번에는 현시우가 유월영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즉시 태블릿을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월영아?”그녀가 깨어나려고 하는 건가?화면 속 연재준의 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왔고, 유월영은 그가 한 말을 모두 귀로 듣고 있었다.“제가 많은 돈을 투자하고 또 심혈도 기울였으니 당연히 잘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 나스닥의 종을 치고, 세계 500대 기업으로 발전하여 또 하나의 GDP를 이루는 높은 산이 되기를 바랍니다.”기자들도 웃으며 말했다.“연 대표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이렇게 유쾌하게 농담하시다니.”연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마치 카메라를 통해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았으며 그의 검은 눈동자는 심연처럼 깊었다.“네, 기분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계획한 것이 드디어 성공했으니까요. 방해가 되는 것들,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 사라져야 할 것들은 모두 깨끗하게 처리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홀가분합니다.”방해가 되는 것들,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 사라져야 할 것들...방해가 되는 것들,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 사라져야 할 것들...유월영의 호흡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연재준의 목소리는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으며 여전히 무정하고 변함없이 잔인했다.‘방해가 되는 것들. 그는 나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내 가족을 말하는 걸까?’유월영은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고 온몸이 찢어지는 듯했다.그녀는 도와달라고,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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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민...서?”처음 듣는 이름에 유월영은 어리둥절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현시우를 쳐다보았다. 현시우가 노 집사에게 물었다. “우리 어머니가 시키신 건가요?”노 집사는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네, 도련님. 사모님께서 저를 보내셔서 젊은 도련님과 아씨를 레온 정원으로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저택에서는 환영 연회도 준비되어 있으며 모든 건 사모님께서 직접 준비하신 겁니다. 원래는 김우희 사모님이 갑자기 방문하지 않았다면 사모님께서 직접 마중 오시려고 했습니다.”뒤에 있던 지남과 한세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사모님이 직접 왔더라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과장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사모님은 정말...“우리 다니엘 저택으로 갑시다.”현시우는 차분하게 말했다. “어머니께 전해주세요. 월영이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이렇게 떠들썩 한 행사들은 그녀를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노 집사는 그 말을 듣고 유월영을 살펴보았다. 유월영의 얼굴은 여전히 많이 병약해 보였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가까운 다니엘 저택으로 가서 먼저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민서 아씨, 빨리 회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유월영은 노 집사의 모든 게 조금 과장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외국 사람들의 성격이 원래 감저표현이 풍부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는 분명히 한국 사람이었다...아마도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곳 사람들과 같아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유월영은 생각했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집사는 크게 감동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나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유월영은 노 집사의 큰 예의를 감당하기 어려워 자기도 모르게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현시우는 이젠 습관이 됐다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항구의 계단 아래로 데려갔다.계단 아래에는 눈에 띄는 여러 대의 고급 승용차가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이 차 앞을 지나갈 때, 운전사들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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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현시우가 유월영을 침대에 눕히자마자 그녀는 눈을 비비며 깨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시우 씨, 돌아왔구나.”현시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매일 이렇게 자면 머리 안 아파?”“그래도 졸려.”그녀는 이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며 마치 추위를 타는 작은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렸다.현시우는 무심코 그녀의 뺨을 살짝 만졌다. 한세인은 그의 뒤에 서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방을 나왔다. 문밖에 서 있는 한세인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방 안에는 불을 켜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정원 가로등과 복도에서 흘러들어오는 전등의 빛만 있었고 반쯤 어둑한 조명이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현시우의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밖에 나가서 밥 먹자. 마르세유에 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아직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잖아.”유월영은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어 무기력하게 말했다. “그날 항구에서 저택까지 가면서 이미 봤어.”“나가고 싶지 않다는 얘기지?” 유월영의 뜻을 알아챈 현시우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럼 집에서 먹자. 일어나.”유월영은 무언의 한숨을 내쉬고 현시우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저택의 집사와 가정부들은 모두 동양인이었고, 요리도 한식으로 다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유월영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으며, 현시우가 먼저 말을 걸지 않을 때면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렇다고 어디가 이상하다고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성격 자체가 원래 조용했으니까.식사가 끝난 후, 유월영은 다시 올라가려고 했고 그런 그녀를 현시우가 불러 세웠다. “또 자러 가는 거야?”유월영은 시계를 보았다. 밤 9시 반이었다. “이렇게 늦었는데, 안 자?”“밥 먹고 나서 바로 누우면 위가 아파. 이것도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이야.”현시우는 일어나며 말했다.“저택의 길을 알려줄 겸 소개할게. 식사 후 소화한다고 치고.”“난 별로 많이 먹지 않아서 소화할 필요도 없어. 좀 졸리니까 내일 길을 알아볼게.”현시우가 가정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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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유월영은 뭐라고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속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현시우는 그녀의 반응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월영아, 나를 위해 한 번만 더 춤을 춰줘. 내가 해외로 떠나기 전에 네가 마지막으로 췄던 그 춤 말이야.”유월영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돌렸지만, 사방이 거울이어서 고개를 돌려도 현시우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거부하고 있었다. 다만 현시우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춤에 대한 거부감이었다.유월영이 대답했다.“너무 오래돼서 나도 춤 다 잊어버렸어.”“너의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모를 것 같아?”“상처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고.”“상처는 배에서 이미 회복되었고, 의사도 확인했어.”“오늘 입은 옷도 춤추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다음에 할게.”“교복을 입고도 춤을 출 수 있었잖아. 지금은 왜 못해?”현시우는 그녀가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 드물게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요구했다. 하지만 유월영은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현시우는 팔짱을 풀며 갈색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아직도 내가 너를 떠난 것에 화가 나 있는 거야?”유월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현시우가 다시 말했다. “그럼 이번에 내가 너를 구한 걸로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수 있을까?”유월영은 반복해서 강조했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어.”현시우는 그녀가 여전히 화가 나서 춤을 추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럼 이제 빚은 갚았으니까 나를 위해 춤을 춰줄 수 있겠지?”유월영은 그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현시우는 미소를 지었다.“...”“음악 틀어줄까?”“...”현시우는 한 손에 바이올린을 들었다.“...”유월영은 묵묵히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로 나무 바닥을 밟았다. 나무 바닥은 윤을 냈는지 매끄러워 춤을 추기에 맞춤했다.현시우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얹고 잠시 생각한 후 차이콥스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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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꿈은 현실을 도파할 수 있는 안식처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든 꿈속에서 다시 한번 광야에서의 일을 겪을지 알 수 없었다.연재준이 쏜 그 화살에 맞은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동전 크기의 흉터만 남았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매번 뛰는 순간마다 그 통증이 느껴지는 듯했고 매번 그녀에게 그 일을 상기시켜 주곤 했다.유월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녀의 눈가가 갑자기 붉어졌다. “...나도 모르겠어. 이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어.”어떻게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고 화살에 맞은 아픔을 대처해야 할지, 그리고 풍비박산 난 집안과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연재준까지...너무 많은 질문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고 그녀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나는 항상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루장월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무 바닥은 차갑고 딱딱했으며, 찬 기운이 그녀의 사지로 스며들었다. 사방에 걸려있는 거울은 그녀의 미세하게 떨리는 몸을 비추었다. 그녀는 목소리마저 떨렸다. “그날 난 죽었어야 했어.”유월영은 본래 강인한 사람이었다. 당시 연재준이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압박을 줬어도,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죽음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마치 빛바랜 옛날 사진처럼, 그녀는 온통 창백하고 생기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현시우도 그녀가 매우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다면 수술 후에 그렇게 많은 날 동안 의식을 잃지 않았을 것이며 의사들도 그녀에게 생존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만약 도망치고, 누에고치처럼 웅크리고 있다고 해서 정말로 그녀가 신주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도 그녀가 계속 고치 안에 숨어 있도록 응원할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유월영은 낮에는 자는 척하고 밤에는 무릎을 껴안고 날이 밝을 때까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한순간도 그 일들을 내려놓지 못했으며 그저 그렇게 밤낮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현시우는 유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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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그날 이후로 유월영의 정신은 비로소 예전과 같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생활 방식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했으며, 의사의 검사와 약물 치료에도 협조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묻지 못했던 일들도 이제는 용기 내 물어볼 수 있었다.유월영은 현시우에게 지남을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그날 도대체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거실에서 가정부가 차 두 잔을 가져다주었다. 유월영과 현시우는 긴 소파에 앉아 있었고 지남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유월영의 질문에 지남은 먼저 현시우를 보았다. 현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남은 유월영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깊은 죄책감을 표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어머님을 구해내지 못했습니다.”유월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듣고 싶어요.”지남은 고개를 끄덕였다.“연재준은 월영씨 어머님을 매우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병원을 벗어나기도 전에 발각되었죠.”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그들은 병원에 많은 사람을 데려가지 않았고, 총 네 명만 있었다. 경호원들이 이미 따라오자 지남은 즉시 이영화를 부하에게 맡겼다.“너는 사모님 모시고 가좌역으로 가. 거기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우리가 우선 저 사람들 따돌릴게.”“네!”그들은 비록 인원이 적었지만 훈련이 잘되어 있었고 호흡이 잘 맞았다. 이영화를 데리고 간 사람과 지남 일행은 간호사와 함께 경호원들을 따돌리려 했다. 그 간호사는 전에 유월영과 두 번 은밀히 접촉했던 간호사로, 이번 구출 작전에도 참여했다. 간호사는 이영화로 변장하여 지남과 같이 경호원들을 유인했다.병원은 시내 중심에 있어 지남 일행이나 경호원 모두 큰 소동을 일으켜 대중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추격전은 매우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사람이 많을 때는 빨리 걸었고, 사람이 적을 때는 급히 달렸다. 그렇게 그들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움직였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지남 일행은 병원을 빠져나와 골목으로 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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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유월영은 눈물을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영화는 항상 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했다. 이영화는 자신이 죽으면 유월영이 자신을 탓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연재준의 함정에 빠져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게 했다고 생각할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영화는 마지막 유언으로 딸을 탓하지 않는다고,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현시우는 손수건을 건넸지만, 유월영은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이번 한 번만 울고, 다음번에 울 때는 반드시 복수한 그날이 될 것이라고 결심했다.“엄마가 다른 말은 없었나요?”유월영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지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께서 월영 씨가 약속했던 일, 신영을 꼭 찾아야 한다고 하셨어요.”유신영, 유씨 집안의 셋째 딸이었다.현시우는 찻잔을 들었다. 뜨거운 김이 그의 눈 앞을 가렸다.“나도 이미 사람을 보내서 찾는 중이야. 하지만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실종되어서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어.”“부모님 말씀으로는 동생이 대학에 다니던 중 한 청년을 만나 그와 함께 가출했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동생은 한 번도 집에 연락한 적이 없어요.”유월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혹시 동생이 그 남자에게 속은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한 번도 집에 연락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요.”“그럴 가능성도 있어. 지남, 그쪽으로 조사해 봐.”현시우는 긴 손가락으로 찻잔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연재준도 신영을 찾고 있었어.”“아마도 장부가 신영이한테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유월영은 순간 멈칫하다 이내 뭔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신영은 정말로 얌전하고 말도 잘 들었어요. 동생은 가출할 사람이 아니에요.”현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집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출'했으니, 아마도 양아버지가 위험을 감지하고 동생에게 장부를 가지고 떠나라고 했을 거야. 너의 양어머니가 죽기 전에 동생을 찾으라고 한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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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현시우가 말해줄 의향이 없는 것 같으니 물어보지 말자.’‘아니야, 지금 가서 분명히 물어보자.’유월영은 잠깐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녀는 자신이든 그에 관한 일이든 이제는 더 이상 진실을 모른 채 속고 싶지 않아 바로 따라 올라갔다.두 사람은 현시우의 방으로 들어갔고, 방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유월영이 노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밀고 들어가자 김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행히 아직 완전한 여름이 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곪았어봐, 대표님의 어린 색시가 얼마나 놀라겠어.”현시우는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헛소리 하지 말지.”“아니야? 현씨 집안과 고씨 집안은 대대로 친분이 있었지, 게다가 해양그룹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씨 집안은 연루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줬어. 이런 인연에 고씨 집안이 그런 일만 겪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이미 잘 어울리는 부부가 되고도 남았을 거야.”연재준의 성격이 ‘냉정’하다면 현시우의 성격은 ‘차분’이었다. 그는 많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차가운 거리감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신분과 지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함부로 농담하지 않았다.김 의사는 그와 이렇게 농담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좋아 보였다. 현시우는 문을 등지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당신은 의사가 아니라 작가가 돼야 했었어.”“내 헛소리를 듣기 싫으면, 자신을 좀 더 소중히 다뤄.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는데, 말도 타고 활쏘기까지, 그러다 상처가 다시 터진다고.”현시우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우연히 머리를 들어 반대편 캐비닛의 유리에 비친 유월영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월영아.”현시우의 뒤에 서 있던 김 의사도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가 비키자 유월영은 그제야 현시우의 등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등에 있는 상처를 보고 유월영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의사를 부른 이유가 그가 다쳤기 때문이었다. 매끈한 허리 위로 넓은 어깨와 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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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유월영은 의료용 면봉에 연고를 덜어 상처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피가 고인 안쪽으로 발랐다. 그녀의 손길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거랑은 다르잖아.”현시우는 유월영의 손길이 깃털처럼 가볍게 닿아 오히려 간지럽게 느껴졌다. 그는 유리에 비친 진지한 얼굴을 보면서 더는 묻지 않았다.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그녀의 뜻은 아마도 자신의 상처와 그의 상처는 다르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그녀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를 떠올렸다. 그녀는 심지어 유산 수술도 스스로 사인하고 들어갔으니, 당연히 이런 ‘작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그동안 혼자서 감당한 일이 생각나자 그의 이마가 미세하게 찡그러졌다.유월영은 그가 상처 때문에 아픈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상처에 살짝 입김을 불어 넣었다. 현시우는 간지러움을 참으며 미소 지었다. “난 어린애가 아니야.”유월영은 눈을 깜빡이며 그의 가슴을 보았다. 옷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상처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의 가슴에는 손톱 크기의 둥근 흉터가 있었는데 이런 흉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총상뿐이었다.그녀는 놀라며 물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야?”현시우는 한 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레온그룹의 상속권을 얻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유월영은 처음으로 실제 총상을 보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 흉터를 만졌다.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피부는 원래의 매끄러움을 잃고 거칠어졌으며 그녀는 손끝에서 그 거친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총알이 들어갈 때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건 오른쪽 가슴을 맞춘 치명적인 부위였고,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이 상처를 보자 문득 현시우가 왜 자신을 외국에 데려가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상속권을 놓고 싸워야 했고, 그의 주변은 더욱 위험할 수도 있었다. 유월영은 예전에는 어떤 일이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인간이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다고 천진하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해양그룹의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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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현시우는 그녀의 흑백이 분명한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널 보고 싶어 해.”유월영은 전에도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보고 싶어 하셔? 난 시우 씨 어머님을 만나 본 적이 없는데?”“넌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네가 아기였을 때 본 적이 있으셔. 그리고 그동안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하셨거든.”김 의사도 아까 두 가문이 오랜 친분이 있다고 했으니 두 집안의 안사람도 서로 친구일 것이고 고인의 딸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인지상정이었다.“당신 그 상처가 다 나으면 그때 날 당신 어머님께 데려다줘.” 그녀도 친부모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었다.“그래.”그 후 며칠 동안 유월영은 현시우에게 더 이상 승마나 활쏘기를 가르쳐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영에 관한 부분만 배우기로 했으며 서재가 그들의 교실이었다.유월영이 현시우가 방금 설명한 논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한세인이 문을 두드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한세인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현시우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전화가 왔습니다.”현시우는 일어나 서재를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어젯밤 책을 너무 늦게까지 봐서 피곤했는지, 유월영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고 잠시 졸고 있는 모양이었다.현시우가 무릎 담요를 들고 다가가 그녀에게 덮어주려 하는 순간, 담요가 몸에 닿자마자 유월영이 고개를 들었다.현시우는 허리를 굽힌 채 담요을 들고 있다가 유월영이 고개를 들자 그녀의 머리가 정확히 그의 턱에 부딪혔다.현시우의 끙 소리와 함께 유월영이 깜짝 놀라 살폈다.“괜찮아?”한세인은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고개를 내밀었다.현시우의 입술은 터져 피가 나고 있었다. 그는 아픈지 손등으로 상처를 만지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고 있는 줄 알았어.”“아니야. 방금 설명해 준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어.”그의 피부는 희고, 입술 색은 연했으며 붉은 피가 그 위에 핀 꽃처럼 선명하고 눈에 띄었다. 유월영은 그의 입술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한세인은 복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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